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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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풍계리 지면기사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얼마나 좋은 지명인가. '다(咸) 거울(鏡)처럼 맑고 깨끗한 도'인 함경도에다가 '길(吉)한 고을(州)'이 길주군인가 하면 '풍년드는(豊) 땅 맑은 시냇물(溪) 마을'이 풍계리다. 풍계리 주민은 그 맑은 물을 마시며 살았다. 그런 풍계리를 핵실험장으로 오염, 망쳐버린 죄야말로 천벌을 면치 못할 게다. 6차례나 핵실험을 강행,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버린 대죄 말이다. 한 북한연구단체(전 통일비전연구회)가 최근 길주군 출신 탈북민 21명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항문과 성기가 없는 기형아가 태어나고 원인 모를 두통 등 귀신병에 시달리는가 하면 풍계리 산천어는 씨가 마르고 묘목을 심어도 거의가 죽는다는 거다. 탈북 작가 김평강(53)씨도 엊그제 비슷한 증언을 했다. 그뿐인가. 일본 テレビ朝日(TV아사히)은 '거듭된 핵실험으로 지하 갱도가 붕괴, 200여명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국영 조선중앙통신은 TV아사히 보도를 중상모략이라며 즉각 부정했다. 그럼 이런 경고도 묵살하고 부정할 건가. '한 번만 더 핵실험을 할 경우 산 정상부터 붕괴돼 지하 방사능물질이 대량 대기 중으로 분출될 위험이 크다고 중국 과학원 고위 과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려했다'고 보도한 지난 10월 29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사 말이다. 하지만 북한은 또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할 징후라는 게 지난 2일 국회정보위원회의 국정원 보고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5개국 순방과 연쇄 정상회담의 메인 테마와 어젠다(agenda)는 단연 노스코리아 핵이고 미사일 위협이다. 그러나 전쟁이 아닌 평화적 해법을 찾자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도 대북 압박과 제재밖에 방도가 없다는 거 아닌가.그런데도 미국 대통령의 오늘 방한을 반대하고 '전쟁 반대, 한·미동맹 철폐'를 외쳐댄 시위대의 정체는 뭔가. 어제 낮 중국 CCTV는 '한국인 수천 명이 전쟁을 반대했다(數千韓國民衆走上街頭反對戰爭)'고 과장 보도했지만 북한의 적화통일 야망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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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일본에 간 트럼프 지면기사
아시아 순방 첫 방문 국으로 일본에 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골프광이다. 그는 어제 오전 도쿄 요코타(橫田) 미군기지에 도착, 재일 미군에 잠시 의례적인 연설 후 곧바로 사이타마(埼玉)현 카와고에(川越)시 카스미가세키(霞ケ關) 컨트리구락부 골프장으로 향하면서 아베에게 제의했다.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와 겨뤄 보고 싶다"고. 마쓰야마는 작년 10월 WGC HSBC 챔피언스에서 우승함으로써 4대 월드 골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일본 선수로는 처음 기록을 세운 청년이다. 그 청년이 지난달 상하이 기자회견에서 '일본 총리와 미국 대통령 두 분과 함께 플레이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는 AFP통신 보도를 트럼프가 기억했던 거다. 트럼프는 아키히토(明仁) 천황도 만나고 1977년 13살 때 납북된 요코타 메구미(橫田めぐみ)의 모친도 만난다. 느긋하기만 한 모습이다.역대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도 한유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1974년 제럴드 포드는 도쿄 닛폰부도칸(日本武道館)에서 일본 유도와 전통 씨름 스모(相撲)를 참관했고 1979년 지미 카터는 시즈오카(靜岡)현 시모다(下田)시에서 시민들과 미팅부터 했다. 로널드 레이건이 도쿄 교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별장인 히노데(日の出)산장을 방문한 건 1983년이었고 아버지 조지 부시가 나라(奈良)현 토이자라스(TOYS"R"US) 일본 2호점 개점식에 참가한 건 1992년이었다. 빌 클린턴은 1996년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 크라이슬러 판매점을 방문했고 아들 조지 부시는 2002년 도쿄 메이지징구(明治神宮)를 둘러봤는가 하면 오바마가 카나가와(神奈川)현 카마쿠라(鎌倉)대불(大佛)을 견학한 건 2010년이었다. 미국 대통령은 물론 미국인이라면 껌뻑 죽는 게 일본인이다. 트럼프보다 사흘 먼저 일본에 간 딸 이방카에 대한 아베 총리 등의 과공(過恭)은 목불인견이었고 늘씬한 미녀인 그녀의 여성기금에 무려 5천만 달러(약 550억원)를 기부한다는 거다.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금인 100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다. 베이코쿠(米國)인에겐 과공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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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흔들리는 유네스코(UNESCO) 지면기사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때문에 문화와 관련된 기구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연합국 교육장관들이 영국 런던에 모여 전쟁으로 황폐해진 교육의 재건을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각국 대표들이 여러 차례 논의 끝에 교육, 과학, 문화분야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국제기구를 창설하기로 뜻을 모았고, 1945년 11월 16일 37개국 대표가 런던에 모여 '국제연합 교육, 과학, 문화기구(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의 헌장을 채택하고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UNESCO가 만들어지게 됐다.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유네스코에는 현재 195개 정회원국과 9개 준회원국이 가입돼 있는데, 미국이 지난달 돌연 유네스코 탈퇴의사를 공식 선언했다. 미 국무부는 "유네스코의 체납금 증가, 유네스코 조직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 유네스코의 계속되는 반이스라엘 편견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탈퇴 결정은 내년 12월 31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출범 이후 유네스코 탈퇴 의사를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긴 했지만 미국의 진짜 탈퇴 이유는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유대인(Jew)'들의 힘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 성지 관리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7월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해 유대인들을 분노케 한 것이다. 미국은 유네스코에서 가장 많은 회비(22%)를 분담하는 국가였는데, 두 번째로 많은 회비(9.7%)를 분담하던 일본이 이제 제일 많은 회비 분담 국가가 됐다.그리고 지난달 말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무산됐다. 일본은 유산 등재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고, 유네스코는 일본의 눈치를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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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기업 넘어선 공무원 임금 지면기사
6남매 가운데 큰형과 작은형, 작은 누나가 공무원을 했다. 73년 9급(서기보)으로 공직에 입문한 큰 형의 초봉은 고작 2만원 정도였다. 당시 공무원 초봉은 쌀 2~3 가마 값이 기준이었다고 한다. 공무원 급여에는 늘 '쥐꼬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밤에도, 휴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격무에 시달렸지만 월급 봉투는 늘 얇았다. 그래도 꼬박꼬박 나오는 게 위안이었다. 중학교 때, 야근하고 돌아온 작은 형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시골 면서기들은 몸과 마음이 다 시렸을 것이다.생전에 아버지는 "공무원 하면 남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고 밥 굶어 죽을 일은 없다"고 했다. 형들과 누나가 공무원이 된 것은 '자의 반, 타의 반'인 듯하다.공무원들이 퇴직 전까지 받는 임금 총액이 민간기업보다 최대 8억원 가까이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공신력 있는 한국경제연구원 발표다.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인상률이 높고, 퇴직하는 나이도 늦기 때문이라고 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2000년대 초반까지 공무원 수뢰사건이 터질 때마다 등장한 게 싱가포르 얘기였다. 국내 신문과 방송은 '싱가포르처럼 공무원들의 월급이 대기업보다 많아야 엉뚱한 생각 안 하고 일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어느새 공무원들의 처우는 개선됐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직장이 됐다. 연구원 결과는 '공무원 임금 수준이 대기업에 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반면 공무원 노조는 조사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9급 초봉이 140만원에도 미달한다며 '이게 많으냐'고 반문한다. 비교 대상부터 잘못됐다는 말도 나온다.수십만 명 취업준비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현실이 됐다. 공직사회가 맑아졌다지만 감사원은 여전히 바쁘다.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은 바람직하다. 우수 인재가 기업이 아닌 공직에 몰리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니다. 안정적인 지위와 좋아진 처우에 맞는 역할을 하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 공무원들이 밥값을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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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머리 패션 지면기사
머리끄덩이를 휘어잡고 싸우는 여자들의 머리끄덩이는 한데 뭉친 머리끝을 가리키지만 여자들 머리 패션은 고래(古來)로 다양했다. 여염집 아낙의 쪽찐 머리서부터 사극(史劇) 속 중전마마의 '큰머리'와 빈(嬪) 또는 빈궁(嬪宮) 등의 어여머리, 사대부집 아낙이 예장(禮裝) 때 트는 또야머리 하며…. 감옥에 갇힌 춘향이의 풀어헤친 쑥대머리, 풀머리는 또 어떤가. 여자애들도 흔히 꼭뒤에다 틀어 붙인 트레머리나 귀밑머리를 땋은 첩지머리를 했고 단발은 드물었다. 남자들 머리 패션도 가지가지였다. 떠꺼머리총각의 길게 땋아 내린 머리나 텁수룩한 머리, 길게 늘어뜨린 말총머리, 어른들의 상투머리 등. 또 길고 더부룩한 머리를 도가머리, 길게 자라 더펄더펄한 머리를 '중다버지'라 했고 아래만 돌려 깎은 더벅머리를 활새머리라고 불렀다.중국영화 속 남자의 삐엔파(변髮:변발)는 뒤통수에만 동그랗게 머리를 남긴 채 길게 땋아 내린 헤어스타일이고 일본 사극에 등장하는 사무라이(무사)들의 정수리가 훤한 그 특유의 상투 머리는 '촌마게'라 부른다. 메이지(明治) 이전의 남자들 두발이 그랬다. 요즘도 할리우드 액션스타 스티븐 시걸(Seagal)은 땋은 머리가 트레이드마크고 코이즈미(小泉) 전 일본 총리는 베토벤 머리가 특색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수리머리, 북한 김정은 머리는 미국 원주민인 모히칸(Mohican)족 같다는 것이고. 다 좋다 치자. 조랑말 꼬랑지머리든 요즘 부쩍 느는 달걀머리든. 빨강 파랑 노랑 염색머리까지도…. 그런데 두발이 이마와 눈썹까지 뒤덮는 머리 패션만은 영 글렀다. 꼭 4만 년 전 멸종한 이마 없는 네안데르탈인이 부활한 모습 같지 않은가. 청년들 머리뿐 아니라 중년까지도 대유행이다. 지난 8월 사망한 전자기타 폭 가수 조동진의 영정사진은 눈썹까지 없었고 그저께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도 이마~눈썹까지 보이지 않았다. 네이버를 창업한 걸출한 머리(頭)와 이마를 왜 머리로 덮어 감추고 있는 것인가. 이해진, 그 이름은 또 뭔가. 한글 표기 이해진은 꼭 '너덜너덜 해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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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중국 사드보복 해제? 지면기사
중국에선 사드(THAAD)를 '薩德(살덕)'으로 표기, '싸더'로 읽는다. 배치도 '配置'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部署(부서)'고 발음이 '뿌수'다. 어쨌든 한국 땅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야말로 참으로 치사하고 쩨쩨하고도 잗달고 옹졸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했다는 이유로 애꿎은 롯데에 몽니를 부렸고 중국 항공사의 한국 취항을 막는가하면 사드 관련 한국 단체에 해커 공격까지 해댔고 심지어 한국행 우편물까지 막고 조선족 TV시청까지 감시했다는 거 아닌가. 그런데 웬일로 중국이 몽니를 그만 부릴 참인가. 중국 항공사들이 한국행 운항을 재개한다는 뉴스다. 상하이 저가항공사인 춘치우(春秋)항공이 지난 7월부터 중단했던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제주 노선의 주3회 운항을 오늘부터 재개하고 역시 저가항공사인 지샹(吉祥)항공(Juneyao Airline)도 12월 28일부터 상하이~제주 운항(주3회)을 재재한다는 거다.중국의 사드 몽니 피해는 엄청났다. 그들이 '樂天瑪特(낙천마특)'으로 표기, '러톈마터'로 읽는 롯데마트를 비롯한 롯데 피해가 1조2천억 원으로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밝혀졌다. 롯데는 중국에 24계열사가 진출했고 롯데마트만도 115점포, 롯데백화점도 5곳이다. 그 24 계열사의 작년 판매고는 3조2천억 원이었다. 롯데뿐인가. 중국의 사드 해코지로 인한 한국 경제 손실은 8조5천억 원이라는 게 지난 5월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이었다. 그런데 왜 해코지 몽니가 누그러졌는가. '시 황띠(習皇帝)'라 불리는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국가 주석)가 '이제 그만 거두라'는 어명이라도 내렸는가. 그는 '21세기 옹정제(雍正帝)'를 꿈꾸고 있다는 거다. 청나라 전성기 토대를 닦은 5대 황제가 옹정제였고 그가 시 황제 롤 모델이라고 했다. 지난 18~25일 중국공산당 19차 전당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强) 리잔수(李戰書) 등 6명의 정치국상무위원을 거느린 채 2기 제위에 오른 시 황제의 위엄은 대단했고 그를 찬양하는 '습찬가(習讚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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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김정은 덕 본 아베정권 지면기사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아소 타로(麻生太郞)'는 '삼밭에서 태어난(麻生) 맏아들(太郞)'이라는 뜻이다. 그가 지난 27일 각의(閣議) 후 회견에서 "이번 중의원 선거(22일)의 자민당 압승은 북조선 덕분"이라고 말했다. 북풍몰이 덕이라는 소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집권 자민당 의원들은 선거 유세에서 줄기차게 북한 핵과 미사일 위험성과 납북 일본인 등 안보 문제를 강조했고 자민당만이 대처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김정은을 판 거다. 결과는 중의원 465석의 절반이 훨씬 넘는 284석을 휩쓸었고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29석까지 합치면 3분의 2 의석을 넘어 아베가 노리는 평화헌법 9조(전쟁 불가) 삭제 개헌까지 가능케 된 것이다. 아베가 북한 김정은 쪽을 향해 '오카게사마데(덕분에…)' 웅얼거리며 꾸벅 절이라도 했을지 모른다. 선거 직후 아베내각 지지율도 52%로 11%나 상승했다.일본에선 북한을 '키타조센(北朝鮮)'이라 부른다. 그럼 한국이 '남조선'이라는 건가. 상하 양원도 일본에선 중의원(衆議院) 참의원(參議院)이고 중의원 권한이 참의원보다 강해 실질적인 상원에 해당한다. 미국에선 상원(Senate)이 강력한 권한 행사를 할뿐만 아니라 50개 주의 상징적 대표가 상원의원이다. 그런데 일본의 미사일 영격(迎擊→요격) 시스템이 '어지스 어쇼어(Aegis Ashore)'다. Aegis는 그리스신화의 방패고 Ashore는 해변, 물가라는 뜻이지만 그 '해변의 방패'는 완벽하다. 그런데도 왜 일본은 북한 미사일이 날아오면 영격하겠다고 해 놓고 그리 안했나? 지난 8월 29일과 9월 15일 두 차례나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했는데도…. 그게 바로 2차대전 후 '전쟁할 수 없는 나라'로 박아 놓은 대못(평화헌법) 때문일 게다.아베 정권은 이미 2015년 9월 안보법안(집단자위권)을 통과시켰다. 헌법 9조 삭제 개헌 전초작업이었다. 이제 그들은 그 헌법 개조를 서두를 참이다. 일본에 그런 빌미를 주고 군국주의 부활 꿈 실현에 적극 협조한 꼴이 돼버린 게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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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죽음을 선택할 권리 지면기사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는 미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으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딸과 의절한 채 살아가던 한 권투 트레이너가 친딸처럼 여기던 선수의 부상과 죽음 앞에서 윤리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왕년에 잘나가던 컷맨(지혈 전문가)인 '프랭키'는 돈도 안 되는 체육관을 혼자 운영하며 권투 선수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매기'라는 여자가 찾아와 자신을 선수로 키워 달라고 한다. 프랭키는 "여자 선수는 안 키운다"고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그녀의 열의에 감동해 결국 트레이너가 돼주겠다고 한다. 이후 매기는 연전연승하게 되고 두 사람은 웰터급 세계 챔피언을 준비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매기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허리를 심하게 다쳐 전신마비 상태에 빠지고 만다.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매기의 몸은 점점 썩어들어갔고, 급기야 한쪽 다리까지 잘라내야 할 상황이 되자 매기는 프랭키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를 극구 거절하던 프랭키는 매기의 거듭되는 부탁에 결국 그녀에게 아드레날린 주사를 놓아준 뒤, 병원을 나서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을 앞두고 최근 시범사업이 실시 됐는데, 관계부서로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말기 암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한 첫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다. 해당 법률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세가 악화 돼 사망이 임박한 환자가 연명의료(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를 합법적으로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이 법률 전문(前文)에는 '환자의 자기 결정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는 어느 시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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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탈 원전' 정책 지면기사
핵 반응로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 같은 연료를 자극해서 핵분열을 일으킨다. 핵분열이란 중성자라는 물질이 흡수하면서 기존에 있던 원자를 2가지로 나누어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가 반복돼 생기는 에너지를 '원자력'이라고 한다. 이 열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바꿔 발전기를 돌리게 되면 전기가 만들어진다.원자력은 적은 양으로도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높은 가성비가 장점이다. 유지관리만 잘한다면 환경오염이 적고 폐기물을 재사용할 수 있다. 반면 지진 등의 영향으로 발전소가 파괴될 경우 인적 피해가 막대하고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단점이 있다.중단됐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사업이 재개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업 재개 여부를 위한 공론화위원회의 건의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발표된 시민참여단 471명의 여론조사결과 건설 재개 59.5%, 중단은 40.5%로 나타났다.김지형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전 연령대에서 조사 회차를 거듭할수록 재개의 비율이 증가했고 특히 20대와 30대의 증가 폭이 더욱 커졌다"며 "건설재개를 지지하는 시민참여단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안전성을, 건설 중단을 지지하는 시민참여단은 안전성과 환경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정부는 그러나 건설 재개와는 별도로 신규 원자력발전소 백지화와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등을 포함한 '탈 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24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자리에서다. 탈 원전은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그렇더라도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시민참여단의 결론은 '원자력발전과 관련한 정책을 숙고(熟考)하라'는 뜻일 수 있다. 수십 년을 고민하다 원자력발전 정책을 결정한 유럽 국가의 예가 아니더라도 탈 원전 정책은 '뚝딱'하고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오늘 결정한 정책은 수년 뒤, 혹은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 그때 잘못됐다고 한들 어찌 되돌릴 수 있을까./홍정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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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단풍 예찬 지면기사
단풍 없는 상하(常夏)의 나라는 얼마나 삭막하고 허전할까. 조물주의 특혜인 단풍에 한껏 취하는 지역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와 유럽 남서부, 북미 등 세 권역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단풍 하면 단연 캐나다다. 국기부터가 단풍 잎사귀 모양인데다가 지상 최장의 단풍 산맥 띠가 광활한 캐나다 땅의 종횡으로 뻗쳐 있기 때문이다. 횡으로는 서쪽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앨버타~서스캐처원(Saskatchewan)~온타리오~퀘벡까지 길고도 길게 뻗쳐 있고 종으로는 북극해 자락으로부터 솟아올라 캐나다 땅을 종단, 미국 서부 여러 주까지 지나 멕시코 국경까지 뻗어 있다. 그 종단 단풍 띠인 로키산맥이야말로 속된 말로 끝내준다. 찬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 식물생리학자 몰리슈(Molisch)도 그 북미와 일본 단풍을 최고로 꼽았다. 백두산보다도 1천m나 높은 해발 3천776m의 일본 후지(富士)산과 제2의 고봉인 3천193m의 키타다케(北岳) 등은 9월 초면 이미 붉게 물든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단풍산맥은 북쪽 홋카이도(北海道)로부터 중부 토야마(富山), 야마나시(山梨)현까지의 긴 홋카이도~쿠로다케(黑岳) 줄기다. 고도(古都) 교토와 코베(神戶)의 고풍스런 단풍, 관광도시 닛코(日光)의 계곡 폭포와 어우러진 단풍에도 입이 벌어진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하늘 아래 첫 산으로 꼽는 해발 1천545m의 태산은 바위투성이일 뿐 단풍은 없다. 중국에선 허베이(河北)성 북부의 바이스(白石)산 바위 틈서리마다의 단풍이 장관이고 쑤저우(蘇州) 톈핑(天平)산 단풍도 유명하다. 후난(湖南)성 북쪽 천하제일 경치라는 장쟈졔(張家界)와 광시(廣西)성 꾸이린(桂林),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 단풍도 꼽히고…. 붉을 단(丹), 단풍나무 풍(楓)자가 '丹楓'이다. 단풍엔 황엽도 있고 홍엽도 있건만 단풍이라고 하는 건 새빨간 잎이 단연 으뜸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엔 이름 자체가 단풍 산인 금강산 '풍악(楓嶽)'에다가 평안북도엔 '단풍덕산(丹楓德山)'도 있다. 못 가는 게 한이고 황폐한 북녘 산이 안타깝다. 휴전선 남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