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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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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와 청소년 친화적 도시 지면기사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 누리도록 환경조성 중요정부·지자체, 농어촌·중소도시 많은 지원 필요경쟁·각종 범죄 등 힘겨워하는 미래들 지켜줘야최근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기본법에 의한 9~24세 청소년 인구 비율이 1978년 36.9%에서 2014년 19.5%로 감소했고, 2060년에는 10명 중 1명인 11.4%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2014년 기준 총인구의 12.7%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고, 2026년에는 그 비율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초고령화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지만, 그 시대를 이끌고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다른 계층과 분야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지방의 농어촌지역과 중소도시일수록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공간과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든 게 지금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된다.불과 10년 정도 뒤에 펼쳐지게 될 초고령화시대에서 사회적·경제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청소년들이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고,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개발하고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 즉 청소년 친화적 도시를 만들어 가는 데 국가뿐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유니세프(UNICEF)는 2000년부터 18세 미만의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살기 좋은 'Child Friendly Cities' 구축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천300여개 이상의 도시가 어린이와 청소년 친화적 도시로 인증을 받았고, 우리나라는 서울시 성북구가 2013년 11월 20일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 물론 인증을 받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는 정책적 판단과 관련 사업의 추진은 많은 도시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사례라 하겠다. 유니세프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다양한 활동 장소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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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할머니 지면기사
3세대가 함께 다니는 학교 '새로운 실험'어르신·아이 사이 배려·사랑·존경 샘솟아봉암초 사례 흥미 넘어 진지한 연구 필요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에 봉암초등학교라는 곳이 있다. 전교생이 40명도 안 되는 작은 학교다. 이 학교 학생중 70대 할머니가 두 분 있는데 올해 1학년 신입생이다. 할머니들은 왜 칠순을 넘겨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을까. 못다 배운 한글이라도 익혀 까막눈이라도 면해 보고 싶었던 걸까. 최석진 교장은 좀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소수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평등과 교육정의, 세대갈등과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학교를 과감하게 디자인하는 중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다니는 학교, 3세대가 같이 다니면서 문화를 공유하는 학교, 가방은 큰아들이 사주고 조카며느리는 크레파스를 사주는 행복한 공동체 마을, 다문화가정 이주 여성도 그 자녀와 함께 다니게 되는 미래교육의 희망 제작소…. 한국사회의 새로운 교육실험이 시골 작은 마을에서 시도되고 있었다.할머니들은 아침 등교후 정규 교육과정을 익히고 손자같은 동료 학생들과 점심도 하면서 오후 4시40분까지 학교에 꼬박 남아 학습한다. 칠순 할머니가 담임선생님께 얼마나 공손하게 인사하는지 동료학생들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 법도를 따른다. 김치담그는 방법이라든지 지혜로운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성교육도 저절로 된다.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할머니들이 학업진도에 다소 어려움을 겪으면 코흘리개 꼬맹이 학생들이 '할머니 제가 읽어 드릴게요' '할머니, 제가 써드릴게요'라며 도움을 주고 받는다. 학습자들 사이에 저절로 이뤄지는 동료애다. 보다 극적인 장면도 있다. 전주에 있는 1학년 손자가 보내온 편지를 읽는 할머니가 그렇다. 도시의 손자는 시골의 문맹 할머니가 이제는 글을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좋은 책 많이 읽으셔야 해요'라며 제법 어른스럽게 권유한다. 편지읽는 할머니 입에서 동급생 손자 목소리가 살아나온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이보다 따뜻한 가족애가 있을 수 없다. 배려와 사랑과 존경의 선의(善意)가 시골 초등학교 1학년 교실 안에 잔잔히 울린다.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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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역 지면기사
천혜의 자연 파괴하며 개최하는 '동계올림픽'마지막역 이름을 '오대산역'으로 정했으면…그게 우리가 훼손한 자연에 대한 '작은 위로'평창 동계올림픽은 2018년에 열린다. 올림픽 유치에 두번 고배를 마실 때부터 시작해서 어렵게 유치한 뒤까지 평창은 여러 방면에서 요동쳤다. 어떤 유명한 연예인은 올림픽경기장 가까운 곳에 땅을 샀다가 언론의 뭇매를 맞고 한동안 활동을 접기도 했다. 그 사람뿐이겠는가. 경기장 근처 알짜배기 땅은 이미 외지인들의 소유가 된지 오래됐다. 비싼 가격으로 땅을 판 사람들이야 행복하겠지만 거기에서 제외된 대다수의 지역민들까지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덩달아 치솟은 땅값 때문에 새 농지를 구입하거나 이사갈 집터를 장만하는 것도 쉽지 않게 돼버렸다. 이래저래 들려오는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않은 까닭은 대관령이 바로 나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고향 풍경과 고향 사람들이 올림픽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따스했던 정을 잃고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평창은 지금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길이다. 어린 시절 마을에는 일제때 개통한 신작로가 유일하게 큰 길이었다. 차가 지나가면 흙먼지 날리고 자갈이 튀던 그 길 옆에 피어나던 코스모스의 벌을 잡으며 우리는 학교를 다녔다. 눈이 1m씩 내리던 겨울이면 인근 스키장에서 나온 스노카가 눈길을 쌩쌩 달렸다. 자동차 꽁무니에 연결한 밧줄을 잡은 스키어들이 대관령에서 줄줄이 내려왔다. 스키어들을 흉내내다 지치면 우리들은 나무스키를 타고 눈덮인 비탈 밭으로 올라가 내리달리다가 밭둑에서 멋지게 점프를 했다. 신작로는 70년대에 포장되고 뒤이어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됐다. 고속도로는 마치 높은 성벽처럼 보여 산골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우리들은 올라가지 말라는 고속도로로 올라가 지나가는 차들을 구경하고 잠시 멈춘 관광버스에서 내린 도회지 사람들을 신기한 듯 훔쳐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고속도로는 점점 넓어지고 높아지더니 결국 마을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 땅에 살던 사람들 또한 살 곳을 찾아 뿔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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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눈물이 나는 두렵다 지면기사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의 아픔 '말없는 언어''세월호' 등 올해는 유난히 눈물 마를새 없었다저물어 가는 한해, 세상은 점점 메말라가기만…'스페이스 오딧세이'란 전설적인 SF영화가 있다.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이다. 1968년, 영화 개봉 당시에는 인간이 아직 달에 가기 전이었다. 컴퓨터 그래픽도 없었다. 그러나 영화는 요즘 기준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사실적인 화면과 영상미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걸작 영화다. 장황한 설명이나 대사가 거의 없다. 대사가 아니라 영상과 음향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첫 대사는 영화가 시작되고 25분이 지난 후에야 나오며, 후반 20분에도 대사가 아예 없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강렬한 사운드가 묵직한 느낌을 던져준다. 영화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인공지능 로봇 '할(Hall)'이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기능을 정지시키려고 하자 이에 반항해 인간을 공격한다.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인간의 적이 돼 버린 로봇을 다룬 이야기는 많다.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로봇 '페퍼(Pepper)'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초로 사람의 감정을 읽는 로봇이 탄생했습니다" "사장님, 너무 띄우지 마세요. 부담됩니다." 기자 회견장에서 손 사장과 로봇 '페퍼'가 나눈 대화다. 페퍼는 손 사장은 물론이고 기자들과도 얘기를 주고 받았다. 대화 상대의 말을 알아듣고 그에 맞는 대답을 내놨다. 적외선 센서 등을 활용해 사람의 감정까지 측정한다. 가령 눈은 그대로인데, 입만 웃는 모양을 하면 웃지 않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물론 '페퍼'의 감정인식 능력은 아직은 기초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학습기능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감정을 인지하게 된다고 한다. 미래에는 이처럼 인간의 희로애락을 이해하는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아득한 시절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었던 '아톰'처럼 인간과 친구가 되는 로봇 말이다.지난 여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벤츠 조립공장에서 본 로봇은 충격이었다. 인간 못지않게 복잡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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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도시 살기 좋은 도시 지면기사
모든 도시행정 보행환경·보행자 우선 고려주거환경, 활동적인 삶 가능하게 만들 필요도시재생도 반드시 보행중심으로 계획돼야출퇴근 시간이면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차량으로 심각한 교통체증이 일어나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도 교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횡단보도와 보행자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차량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모든 골목길은 주차된 차량으로 점령당하고, 자가용이 없으면 생활하기 불편한 도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통행수단인 보행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도시, 과연 이런 도시가 살기좋은 도시일까?세계에서 살기좋은 도시로 평가되고 있는 도시들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영국의 컨설팅 업체인 머서(Mercer)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를 발표하고 있다. 2011년도에 이어 2013~2014년도 연속 1위를 차지한 호주 멜버른은 2030년까지 전체 이동수단의 30%를 보행자 통행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 외 상위권을 차지한 캐나다의 밴쿠버와 토론토, 그리고 오스트리아 빈 등도 보행이나 자전거·대중교통을 우선으로 하는 도시 및 교통계획을 펼치고 있다. 물론 보행환경을 비롯 다양한 분야를 평가해 살기좋은 도시를 선정한다. 하지만 보행자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도시가 과연 살기좋은 도시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현대문명의 획기적 산물인 자동차는 도시화와 산업화시대에 안성맞춤인 빠른 이동수단이기에 선진 산업국가들은 앞다퉈 보급해 왔고, 도시의 모습과 사람들의 생활양식도 이에 맞춰 빠르게 변화돼 왔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에 따른 난개발과 도시내 도시간 교통량의 급증, 기성시가지의 쇠퇴, 지역 커뮤니티의 파괴, 그리고 신체활동 감소에 따른 비만인구의 증가 등 자동차 중심 도시로 인해 발생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문제인식이 확산되면서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탈피하기 위한 새로운 흐름이 많은 도시에서 시작되고 있다.성공이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2020년 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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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독도 강치 지면기사
日어부들 창칼·몽둥이로 한해 3천200마리 죽여수천년 평화롭게 살다 제국주의 영토침략에 희생'생태계 보호구역 지정' 우리의 새로운 스토리텔링독도에 발을 딛고서지난 주말 독도 땅을 처음 밟아보는 행운을 누렸다. 동국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가 참여하는 독도연구팀의 학술답사 일정에 따라가게 된 것이다. 독도평화호를 타고 가는 동안 가슴은 내내 설렜다.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는 일본 수로부의 해도('조선동안', 1893)를 최근에 발굴한 교수와 그 연구팀을 실은 배는 울릉도에서 두시간을 달려 독도에 도착했다. 마침내 내 발이 국토의 최동단에 닿았다. 가슴이 다시 설렜다. 이게 뭘까. 특별한 경험에 대한 희열감일까. 치열한 영토 갈등 현장에 대한 체험감일까. 아니면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한 뜨거운 애국심일까.우리는 섬의 해안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태풍 북상조짐에 서둘러 배를 타야만 했다. 그 해안.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지표'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나는 내 설렘의 정체를 비로소 알게 됐다. 그리운 강치. 그곳에서 수천년을 행복하게 살아오다 한 세기 전 갑자기 멸종돼 버린 생명체들. 나는 그들의 평화로운 서식지를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슬픈 강치 이야기학술회의는 치밀한 논증으로 무늬를 짜 나아가고 있었다. 동국대 한철호 교수의 발표문에 일본의 영토침략 야욕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 눈에 확 다가왔다. "명치시대 일본이 무주지 선점에 얼마나 전력하고 있는가는 1898년 미나미도리지마(南鳥島)를 일본령으로 편입한 뒤, 1902년 7월 이에 항의하는 로즈힐 원정대를 막기 위해 파견된 이시이 외무서기관의 '남조도출장복명서'에 잘 나타나 있다. 여기에서 그는 태평양의 수많은 섬들에 대한 열강의 점령 조치는 실력으로 제압해야 하며 모험적인 일본인들에게 선박과 장려금을 지급해서 섬들을 차지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 같은 실력 행사론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가 바로 우리 땅 독도다. 일본 상인 나카이 요자부로가 다케시마 어렵회사를 설립하고 독도의 강치를 마구잡이로 포획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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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어디에 있는가 지면기사
스승과 제자 부대끼며 지냈던 아름다운 학창시절지금의 '왕따니… 자살이니' 어디서 나온 말인지선생님도 학생도 어떤 마음으로 학교로 향할까시월로 접어들기 무섭게 올해도 어김없이 휴대전화 화면에 익숙한 문자가 떴다. '부족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초등학교 동문체육잔치를 선후배 동문님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오랜 불경기와 침체된 사회분위기, 또 어떤 이유로 마음이 무거우시다면 오셔서 고향과 동문의 정을 함께 나누며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하다가, 푸른 하늘을 쳐다보다가, 올해는 유난히 붉은 저녁 노을을 훔쳐보다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문자가 바로 초등학교 동문회에서 온 소식이다. 오래 전에 졸업한 학교로 놀러오라는 소식.학교는 왜 자꾸만 우리를 부르는 것일까. 학교는 대체 무엇일까. 떠나온 학교를 떠올리면 마음이 따스해지는가, 아련해지는가, 얼굴이 화끈거리는가. 당신은 어떤 경우인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가, 아니면 학교 따윈 두 번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가. 떠나온 학교를 생각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선생님인가, 친구인가, 좋아했지만 한 번도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던 그 누구인가. 학교는 왜 우리들 각자의 기억속에 애증으로 자리 잡은 채 틈이 날 때마다 부르는 것일까. 마치 당시에 마무리하지 못한 오래된 숙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듯이.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인생에서 학교는 많고도 많다. 네 개의 학교를 모두 지나오려면 16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학교는 우리들의 또 다른 고향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그러하기에 지나온 학교에서 부르면 그때마다 만감이 교차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철수는 왜 거의 매일 지각을 한 것일까. 그 선생님은 풍금도 칠 줄 모르면서 어떻게 매번 음악시간을 진행했을까. 길동이는 나머지수업을 하면서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 선생님은 왜 그렇게 무뚝뚝했을까. 만동이는 힘이 약한 친구를 괴롭히고 때리면서 기분이 좋았을까. 그 어여쁜 처녀선생님은 산골마을에 부임해와 살면서 동네의 시커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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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 도는데 지면기사
70년대 배고픔·가난 싫어 고향 떠난 소년소녀들구로공단생활, 고향에 대한 비애 형상화한 노래'공돌이·공순이'로 불렸지만 진정한 산업화 주역내가 태어나서 처음 배운 유행가는 '물레방아 도는데'였다. 물론 유행가에 앞서 웬만한 동요는 취학 전에 이미 끝냈다. 그때 배운 동요가 아직도 선명하다. 과꽃이 어떤 꽃인지도 모르면서 올해도 과꽃이 피었고 과꽃을 좋아한 누나는 꽃이 피면 아예 꽃밭에서 살았다며 목청껏 외쳤던 기억이 새록하다. 그 뿐인가. 과꽃을 보면 누나 얼굴이 떠오르고 시집간 후 영영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난다는 구절에 어린 마음에도 숙연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동요는 딱 그 뿐이다. 초등시절, 당시 폭풍 같은 인기속에 등장한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가 곧 나의 애창곡이 된다. "돌담길 돌아가며 또 한번 보오오고"를 정말 열심히 따라 불렀다. 의미도 모르고 그냥 불렀다. 학교 오가는 길, 길 옆 전파사도 종일 이 노래를 틀었다. 그러나 노래가 그다지 행복한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대학에 들어서다.나와 같은 386세대들의 고민은 이 땅의 노동운동이었다. 민주화와 함께 어깨를 짓누르던 노동현장의 질곡속에 이 노래가 만만치 않음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1972년 발표된 노래는 창작자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농(離農)현상으로 도시로 몰려든 개발연대 한국인들의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비애를 형상화한 노래로 이해된다. 등 떠밀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물레방아 도는데'를 통해 두고 온 고향에 대한 사무침을 달랬다. '천리타향 멀리 가더니 가을 다 가도록 소식이 없는' 떠난 이에 대한 애끓는 그리움은 지금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너무 가난해서 떠나왔지만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깊은 노스탤지어를 노래를 통해 달랬던 것이다. 꺾기로 불리는 창법도 창법이지만 노래는 너무 슬퍼 결국 가슴을 쓰라리게 한다. 그래서 가난했던 그 시절 한국인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된다. 두 손을 마주 잡고 아쉬워하며 골목길을 돌아설 때 손을 흔들며 떠난 십대 소년소녀들은 '공순이'나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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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고도비만 해결방안 지면기사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 지구적 전염병'으로 선언할 정도로 개인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비만이 국가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비만 치료와 예방에 힘쓰고 있다. 다행히 OECD 국민의료비 통계(OECD 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체중·비만 인구 비율은 31.8%로 이웃한 일본(23.7%)과 함께 최하위권에 속하고 있다.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2년간(2002~2013년)의 일반건강검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1980년대 이후 출생한 20~30대 젊은층의 고도 또는 초고도 비만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젊은층의 고도비만 증가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관련 전문가들은 1980년대부터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한 패스트푸드의 소비 증가와 자동차 중심의 비활동적 생활습관에 따른 신체활동량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현재 우리나라의 비만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유럽이나 남미 국가들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현 추세대로 20~30대 젊은층의 비만율이 계속 증가한다면 머지않아 국가의 큰 사회적·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비만문제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국가들의 사례를 교훈삼아 예방적 차원에서 젊은층의 주요 비만원인이 되고 있는 패스트푸드 등에 의한 불균형적 영양섭취와 자동차 중심의 비활동적 생활습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적 요인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선대책이 필요하다.특히 정부차원에서는 모든 정책에서 건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른바 'Health in All Policies(HiAP)'개념을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공공정책은 비만과 같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예방 또는 최소화하고,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해야 된다.비만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중요하다. 탄산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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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존경받는 나라 지면기사
최부(崔溥·1454~1504)는 조선의 관리였다. 스물여덟 과거에 급제하고 3년뒤 성균관 정6품이 돼 서거정과 함께 민족의 역사서인 '동국통감'을 편찬하는데 힘을 쏟는다. 그 뒤 새로운 직책을 명받아 1487년 9월 제주도로 떠난다. 추쇄경차관. 정확한 인구조사가 임무다. 그러던 중 이듬해 정월 부친상을 당해 거친 바다에 배를 띄워 고향인 나주로 향한다. 일원 42명과 함께 배에 오른 이 항해는 애초에 무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배는 풍랑을 만나 정처없이 표류한 끝에 남중국 태주부 임해현 우두산 아래 당도한다.최부 일행은 중국 내륙 운하를 따라 베이징까지 이른 다음 압록강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온다. 표류한지 넉달 보름만이다. 왕명을 받들어 그간의 일을 소상히 기록해 바쳤는데 이것이 바로 '표해록'이다. 이 책은 엔닌의 '입당구법순례기'(9세기),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13세기)과 함께 세계3대 중국견문록으로 손꼽힌다. 15세기 중국 저간의 사정을 이토록 정밀하게 서술한 기록은 중국 내부에서도 찾기 어렵다. 그는 마르코폴로처럼 구술방식을 택해 과장하지 않았으며 일본 승려 엔닌처럼 자신의 신분을 감추지도 않았다. 그 험한 여정속에서도 '조선의 관리'로서 기품과 정직성을 잃지 않았다.'표해록'의 역사적 가치는 크다. 15세기 중국 동부지역에 대한 세밀한 기술은 그가 '동국통감'을 편찬하던 엘리트 문필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을 만들어낸 나라. 왕명으로도 고칠 수 없는 추상같은 엄정함의 정신. 그 방대하고 정밀한 데이터베이스. 이러한 문화콘텐츠가 최부같은 교양인의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요하다.이 책의 가치는 새롭게 조명될 필요가 있다. 고난 극복의 스토리텔링 구조에 공익의 리더십이 강해서 오늘의 답답한 현실에도 호소력이 강하다. 최부는 어떠한 난관에 닥쳐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빗물받을 그릇조차 없어 오줌을 받아 식수로 마셔야 했고, 금은을 요구하는 해적이 어깨에 작두를 내리치며 겁박해도 "몸뚱이를 뭉개고 뼈를 부순다고 해서 금은을 얻을 수 있겠는가"며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