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춘추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폭염 취약 계층과 지역 배려하는 녹색 복지도시

    폭염 취약 계층과 지역 배려하는 녹색 복지도시 지면기사

    지난 몇 년 간 이상기온 현상으로 유럽을 비롯한 가까운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간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블랙아웃(blackout) 사태의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올 해도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작년에 비해 한 달 정도 빠른 5월 말에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졌고, 경남지역에서도 6개 시·군에서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었다. 폭염특보는 여름철 무더위로 인해 사람들이 받는 열적 스트레스를 지수화한 열지수와 최고기온을 사용하여 국민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 정도에 따라 주의보와 경보로 나누어 발표된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이고 일 최고열지수가 32℃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 이상이고 일 최고열지수가 41℃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각각 발표된다. 이처럼 폭염특보를 발표하는 것은 폭염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며, 실제 국립기상연구소에서 최근 10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기상재해 중 폭염이 가장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도 폭염과 같은 극한적 기후현상과 자연재해, 전염병과 온열질환 등을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건강 위험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폭염이라는 극한적인 기후현상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과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폭염에 취약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와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냉방기나 샤워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기 힘든 경제적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대책 마련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경남지역의 폭염에 따른 건강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는 질병관리본부에서 2011년부터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의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는데, 2013년도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1천195명이 발생하였고, 이 중 경남지역이 181명으로 가장 많았다. 따라서 폭염에 따른 건강피

  • 우리를 지나가는 시간들

    우리를 지나가는 시간들 지면기사

    세상 일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불과 두 달 전 세월호 침몰이라는 큰 사고가 있었고, 그런 엄청난 사고를 낸 해운사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이미 다른 나라로 밀항했는지 어쨌는지 땅 속으로 꺼지거나 땅 위로 증발하듯 자취를 감추었다. 아직 사고가 다 수습되기 전인 짧은 시간 동안 지방자치행정의 수장과 지방의원들을 뽑는 선거가 있었지만 그 일은 벌써 수년 전의 일처럼 멀어진 느낌이다.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현직 총리가 시한부 사퇴를 하고 그 뒤를 이어받을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이런저런 결격 사유로 낙마했다. 전방 부대에서 한 사병이 동료 사병들에게 총을 쏘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으며, 성적이 부진한 탓도 있겠지만 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조차 명함을 내밀 자리가 없이 메가톤급의 사고 사건들이 우리를 흔들고 지난다.그런 중에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요즘 내가 자주 들르는 인터넷 사이트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전자책 서점이고, 또 하나는 45년 전에 졸업한 초등학교 동창회 사이트이다.예전엔 독서라면 으레 책으로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종이책으로만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필요한 책을 다운받아 읽는다. 뜻밖에도 예전에 챙겨 읽어야 했는데, 미처 읽지 못하고 흘려버린 작품들이 그 바다속에 있다. 컴퓨터로 글을 쓰고, 컴퓨터로 글을 보내고 받고, 또 컴퓨터로 작품을 읽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나 역시 작가 생활을 한 지 30년쯤 되는 세월동안 처음엔 원고지 위에 펜으로 글을 썼으며, 그것보다는 타자기가 능률적이어서 타자기로 바꾸었고, 그다음 컴퓨터와 타자기의 중간 형태쯤 되는 워드프로세서를 쓰다가 지금은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 하고 있다. 불과 30년 남짓한 시간동안 펜에서 타자기로, 워드프로세서로, 컴퓨터로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그런 변화속에 근래 자주 가고 있는 인터넷 동창회는 오히려 그 반대다. 거기 가면 시간이 오히려 멈춘듯한 느낌이다. 한해 졸업생이 쉰 명도 되지않는 강원도 대관령 아래 시골학교 동창회다. 전형적인 농경사회 속에서 유년을 보낸,

  • 통합의 가산효과 감산효과

    통합의 가산효과 감산효과 지면기사

    6·4 지방선거도 끝이 났다. 이어 7·30 재보궐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정가는 지금 그 결과를 두고 셈이 한창이다. 지역, 세대, 이념 등 여러 각도에서 득표결과를 분석하고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당내의 계파는 계파별로 이해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행했던 여러 전략 및 선택에 대하여 효과도 분석하고, 공과도 따진다. 아무래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관심을 끌었던 일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과의, 선거를 2달여 앞둔 시점에서의 합당이었을 것이다. 과연 합당효과는 있었을까. 있었다면 득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 나름대로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분명치는 않은 것 같다. 합당을 주도했던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야당의 주류와 이에 소외돼 전략공천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비주류의 견해가 크게 엇갈리는 것을 보면, 각자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해석하고 싶어할 뿐, 정확한 진단은 아닌 것 같다. 언론에서도 여야 양당이 무승부라고 두리뭉술하게 짚고 넘어가는 듯한데, 이를 본 시청자들은 '통합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았나 보다'라고, 짐작해 볼 뿐이다.사실, 우리가 일을 해 나가는 데 있어 '어떤 사람과 함께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인사가 만사여서 팀워크가 대개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중요도에 비추어 선택 전에 그 효과를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데 있다. 물론, 잘 아시다시피, 물질들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많은 경우 여러 성분들이 쉼 없이 서로 섞이거나, 나누어지는, 분리와 혼합의 과정을 겪는다. 그러나 물질의 경우는 사람과 다르게 '혼합에 의해 발생하는 효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전문 용어여서 다소 생소하지만 '부분 몰 특성치'라는 값을 산출함으로써 계산이 가능하다. 예로, 물과 알코올을 같은 양 혼합하는 경우, 혼합 후의 부피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해 낼 수 있다. 이 경우 혼합 후의 부피는 원래보다 대략 3%가량이 작아진다. 이 계산의 핵심원리는 섞이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분자들이 서로 영향을 받아 자기 고유 에너지인 포텐셜

  • 동학농민운동, 섣부른 '개방정책'이 문제였다

    동학농민운동, 섣부른 '개방정책'이 문제였다 지면기사

    1894년 1월 10일 전봉준은 1천여명의 농민들과 함께 고부 관아로 쳐들어가 군수 조병갑을 쫓아냈다. 갑오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이었다. 농민군은 '보국안민(輔國安民)', 즉 나랏일을 도와 백성을 평안하게 하기로 다짐하였다. 같은 해 4월 27일에는 전라감영이 있는 전주성도 농민군에게 함락되었다. 겁에 질린 조정은 청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이것은 씻을 수 없는 실수였다. 청국과 일본은 한반도에 군대를 보내 전쟁을 벌였고, 승기를 잡은 일본은 경복궁까지 무력 점령했다.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력이 강화되자, 농민군은 다시 일어섰다. 기다렸다는 듯, 일본군은 관군을 앞세워 농민군을 공격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농민군은 공주 우금치에서 꺾이고 말았다.1894년, 소위 '토벌작전'에 참가한 일본군은 2만~5만명의 농민군을 처형하였다. 농민군의 10분의 1쯤이 외국 군대에 목숨을 잃자, 농민군은 재기 불능이 되어버렸다. 고종을 비롯한 위정자들도 타격을 받았다. 외세에 의존해 농민군을 탄압하였기 때문이다.그 이듬해 4월 17일, 청일 양국은 일본의 시모노세키(下關)에서 강화조약을 맺고 청일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승전국 일본은 전쟁배상금으로 은화 2억 냥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청나라에게서 받아냈다. 당시 일본의 수년치 예산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이를 군비 확장에 쓸어넣은 일본은 군국주의의 길에 깊이 빠져들었다.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농업기술이 점차 발달된 결과 농촌사회가 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토지가 대지주의 수중에 집중되어 사회가 불안해졌다는 말이다. 둘째, 전정(田政), 군정(軍政) 및 환곡(還穀) 등 수취체제에 모순이 누적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셋째, 19세기 이후 본격화된 세도정치로 인해 부패가 만연한 것도 이유라 한다.내가 보기에는 더욱 중요한 문제도 있었다. 동학농민운동의 진원지 전라도의 경우, 농민의 처지는 더욱 열악했다. 그들은 국가 재정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야 되었다. 전라도는 양반들까지도 오랫동안 권력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에, 상하계층 모두가 조정에 등을

  • 근대화 과정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

    근대화 과정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 지면기사

    내년이면 광복 70주년이 된다. 우리나라는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시련과 갈등을 겪었다. 근대 서구문명을 받아들여 새로운 체제로 가야할 과제와 침략을 막아야 하는 이중의 막중한 부담을 안고 출발하였다. 1876년 개항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의해 강제로 항구를 개방하여 통상수호조약을 맺음으로써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하게 된 역사적 사건이다. 그동안 대원군의 쇄국정책에 의해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겪으면서 프랑스, 미국 등의 통상요구를 완강히 거절하면서 서구 열강과의 통상 기회는 물 건너갔다. 결국 후발자본주의국가 일본에 의해 강제로 개항되면서 시련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소위 강화도조약이라고 불리는 1876년 체결된 한일수호통상조약은 완전히 불평등한 조건으로 점철되었다. 준비 안 된 미래는 희망과 보장이 없듯이 제1조부터 '조선은 자주국가이며 일본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조문에 우리는 오히려 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아 안심했지만 일본이 초장에 심리적 무장해제를 시키려는 함정이었고 중국의 종주권을 부정하고 일본의 입지를 넓히려는 계략이었다. 그외에 3항구(부산, 후에 원산, 인천 지정)의 개방도 남의 나라 땅에서 일본의 일방적 선정이나, 조선 땅에서 일어나는 일본인 범죄를 일본법으로 처리한다는 치외법권 조항은 후에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었다. 특히 통상조약인데 관세율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우리 물품을 보호할 근거조차 없는 심히 불평등한 조약이었는데 우리는 전혀 몰랐다. 6년 후(1882) 미국과 조약을 맺을 때에나 통상조약에 관세율이 설정되어야 함을 뒤늦게 알았지만 많은 것을 일본에 잃은 후였다.한편 거세게 밀려오는 외압을 감당하려면 내부의 결속력이 필수건만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국론분열은 국가의 동력을 떨어트리는 데 치명적이었다. 개화세력도 보수세력도 나라의 앞날을 지킨다는 목표는 같았을지 몰라도 방법론에서 평행선을 달리다보니 우리를 향해 쳐들어오는 상대방에게 틈을 벌려 침략의 길을 열어준 모양이 되었다.그럼에도 역사의 한편에서는 새로운 힘이 솟아난다고 이 시절의 희망은 교육이었다. 오

  • 안전이 구호로만 남발되는 사회

    안전이 구호로만 남발되는 사회 지면기사

    내가 처음 서울의 지하철을 타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38년 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강릉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이었고, 서울에 무슨 시험을 보러 올라와 친구들과 또 우리를 인솔하는 선생님과 함께 동대문에서 시청앞까지 지하철을 타보았다. 철로의 터널은 산을 통과할 때만 뚫는 줄 알았는데, 이 굴 속 위에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있고, 집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전철요금이 얼마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거기에 금액이 적혀 있었을 텐데 혹시 그걸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싶어 표를 받자마자 꼭 쥐고 있었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또 하나 이렇게 굴속을 달리던 중 중간에 멈춰서면 어떻게 하나, 혹시 이 굴속에서 불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손안에 땀이 배어들며 몇 정거장 가는 동안 딱지와 같은 승차권이 후줄근하게 젖었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38년이 지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신도시 고양 일산이다. 젊은 시절 직장을 그만 두고 오직 글만 쓰고 사는 전업작가가 되면서 신도시로 이사했는데,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이런 저런 일로 전철을 타고 서울로 나간다. 한동안 전철의 안전에 대해 무감하게 지내다가 세월호 침몰사고 후, 또 얼마 전 서울지하철 사고 후 다시 내가 굴속을 지나다니는 것에 대해, 또 그런 동안의 신변안전에 대해 생각한다.실제 우리 주변에 보면 안전만큼 강조되는 구호도 없다. 신축건물 공사현장에도, 길을 새로 내거나 정비하는 토목 공사현장에도 안전띠 내지는 안전 펜스가 둘러져 있고 거기에 어김없이 안전제일 구호가 적혀 있다. 아마 이 세상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만큼 도처에 말과 구호로 안전을 강조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사고가 많은 것일까. 안전이 생활 속의 지켜야 할 행동지침이 아니라 그냥 입으로만 떠드는 구호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해가 떠도 안전이고 달이 떠도 안전이고, 안전을 마구 내팽개친 현장에도 어김없이 안전띠와 안전구호가 자리잡고 있다.며칠 전 내가 사는 고양시의 종합터미널에 화재가 발생해 귀한

  • 6·4 지방선거 이런저런 걱정들

    6·4 지방선거 이런저런 걱정들 지면기사

    6·4 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는, 그 한복판에서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충격, 슬픔,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가 났을 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7가지'란 시중에서 지금 유행하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임에 틀림없다.선거는 사실 결과보다는 과정의 예술이다. 출마 당사자에게는 결과인 당선여부가 더 중요하겠지만, 시민들 입장에서는 선거과정에서 얻어지는 과실(果實)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 각 후보들이 지역사회에 관한 여러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이에 대하여 토론하고 수렴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유익하기 때문이다. 사실 선거라는 제도는 그 자체가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최악을 피하는 데 유효한 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겐 당선자에 대한 기대보다는 과정에서 다수가 만들어 낸 정책의지, 아이디어, 공감대 등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이 정책토론과 수렴과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걱정이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검증하는 데 필요한 절차와 시간들을 대부분 놓쳐 버렸다. 재론할 필요도 없이 지역을 대표하고, 수많은 국가 예산을 집행하며 인사권까지 거머쥔 선출직 장으로 어떤 사람을 선출할 것인가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춘향전의 변사또와 같은 현대판 단체장이 선출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사실 후보를 검증하는 작업은 선거에서 중요한 핵심 절차 중 하나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늦었지만 어떻게든 이루어졌으면 하는 이유다. 사실 후보의 검증은 물리적으로 생업에 바쁜 일반 유권자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언론기관이나 시민단체 같은 전문기관이 일정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종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많은 언론과 단체들은 생태적으로 중앙정부의 대권이나,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이익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사실 서민들이 직접 살고 있는 지방현장에 대한 사정들을 잘 모른다. 더욱이 회사운영에 크게

  • 후쿠시마, 과학문명에 대한 경고

    후쿠시마, 과학문명에 대한 경고 지면기사

    "우리는 방사능 오염의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내 손으로 가꾼 푸성귀도 먹을 수가 없고, 아무 것도 안심할 수가 없어 절망적입니다." 연전에 만난 일본 농부는 청중들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 피해 규모를 제대로 공개하지 못한다. 정치적 고려 때문일 것이다. 각국의 언론 보도를 보면, 후쿠시마 사태의 사고 뒷수습은 30~40년도 더 걸린다고 한다.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우리 돈으로 최소한 1경 원이 필요하단다.애초 인류가 핵발전에 눈을 돌리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값도 싸고, 안전하며, 전기공급도 안정적이라고 믿어서였다. 핵발전은 하나의 꿈이었던 것이다. 1954년 6월27일, 모스크바 남서쪽 오브닌스크 시에 사상 최초의 핵발전소가 들어섰다. 그 이듬해에는 영국에 그 10배 규모(50메가와트)의 상업용 핵발전소도 문을 열었다. 이로써 인류역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는 듯했으나, 그것은 오산이었다.핵발전소는 건설비용이 비싸다. 반감기가 긴 방사능 폐기물의 처리문제는 해답이 없다.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폐열이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핵발전소는 불의의 초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1986년 구 소련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사고는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다.상당수 나라에서는 핵발전소를 혐오시설로 취급한다. 미국 정부가 핵발전소에 대한 건설보조금을 지급 중단한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영국은 핵발전소에 대한 특별세의 부과를 검토 중이다. 이대로 가면 20년 안에 세계 각국의 핵발전소 가운데 30%정도는 저절로 폐쇄될 것이다.이런 판국에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에서 또 한 번 대형사고가 터졌다. 유럽의 시민사회에서는 핵발전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독일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격렬했다. 25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핵발전 반대시위를 벌였다. 그 달 실시된 독일의 주의회 선거에서는 녹색당이 대승을 거뒀다. 녹색당은 독일 경제의 선두주자인 바덴뷔르

  • 세월호 참사 아픔이 헛되지 않게

    세월호 참사 아픔이 헛되지 않게 지면기사

    아름다운 꽃송이들이 피지도 못한채 하늘나라로 간 영혼들의 영정 앞에 서니 슬프고 참담한 심정을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어린 학생들과 함께 이번 사고를 당한 모든 희생자들께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처절한 아픔을 겪는 유족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인들 위안이 될 수 있겠는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교육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허망함과 부끄러움이 가슴을 저밀 뿐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총체적 반성과 구석구석 세밀한 점검이 필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지만 다시는 이러한 천재지변도 아닌 어처구니없는 인간에 의한 재난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기본과 원칙이 바로 서는 국가적 안전관리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그것은 기술적인·제도적인 부분만 일컫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 닿아야 하는지 정신과 가치의 문제까지 함께 거론되어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모두 내 탓이오'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국민 모두가 정신적 재무장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첫째, 생명 존중과 직업윤리 의식의 부재가 더 큰 재난을 몰고 왔음을 인지하고 사회 전반에 걸친 공동체의식·책임의식이 강조되어야 한다. 선장의 자기만 살아야겠다는 파렴치한 생의 탐욕, 선장과 함께 배를 버리고 달아난 항해사들의 직업윤리의 기본적 도의마저 저버린 비겁한 도주는 도저히 상상을 초월하는 이기심의 극치였다. 오히려 우리는 이번 사고를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친구들을 위해 구명조끼를 양보한 우정, 안내방송만 믿고 제자리를 지킨 질서의식, 오히려 선생님을 걱정하고 부모를 걱정했던 순수성들을 이제 어디서 만나보겠는가.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관련자는 철저히 응징하고, 맡은 바 본분을 다하는 사회질서의 회복이 절실한 시절이다.둘째, 위기대처 능력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재난이 처음으로 발생한 일은 아니다. 대구지하철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의 일이 일어났을 때는 모두 관심이 집중되다가

  • 분노하지 않으면 또 당한다

    분노하지 않으면 또 당한다 지면기사

    늘 하던 일도 어떤 때는 참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 제가 말하는 칼럼의 주제가 그렇습니다. 저는 국가안전시스템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고, 국가적 차원의 재난방지시스템에 대해서는 더욱 모르고, 선박의 안전운행이라든가 해상사고 대처방법 등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압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는 국가안전이니, 재난방지니, 안전보장시스템이니 하는 것들을 거론하기 이전 우리 사회가, 아니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오랜 기간동안 마치 무르익히기라도 하듯 준비해온 가장 '한국적인 사고'라는 것입니다.사고가 있기 얼마 전 이런 농담을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어느날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거나 무너지면 직감적으로 테러인가 떠올리고, 일본에서는 지진인가 떠올리며, 한국은 부실공사인가 떠올린다는 얘기였습니다. 오래전 성수대교가 그랬고, 삼풍백화점이 그랬으며, 가깝게는 경주리조트 참사가 그랬습니다.그냥 농담으로만 받아들이기엔 너무 자조적이고 씁쓰레하기 짝이 없는 이 삼국의 비교를 경주리조트참사 무렵에 들었던 것 같은데, 저 씁쓰레한 농담은 이제 이렇게 바뀌었다고 합니다. 어떤 건물이 흔들리거나 무너지면 미국은 여전히 테러를 떠올리고 일본은 지진을 떠올리는데, 한국은 건물이든 배든 비행기든 도로에서든 장소불문하고 어떤 형태로든 사고가 나면 한국인가를 떠올린다는 것이었습니다.이번 세월호 침몰사고 역시 그렇지요. 신문과 텔레비전에 나와서 얘기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결정적인 사고원인만도 열 가지가 넘지요. 선장이 어떻게 했으면, 승무원들이 어떻게 했으면, 해운회사가 어떻게 했으면, 화물을 어떻게 했으면, 평소 무엇을 어떻게 했으면, 관리감독기관이 어떻게 했으면, 정부가 인허가를 어떻게 했으면, 그렇게 열 가지도 넘는 사고원인 가운데 어느 것 하나, 그 중에 단 한 가지만이라도 바로 잡혀 있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고가 일어났다고 합니다.그러나 어느 것 하나 바로 잡혀 있는 것이 없었던 거지요. 모든 것이 '늘 해왔던 대로'였습니다. 정부도 국민안전이야 어찌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