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춘추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인생에 단 한 번 있는 일

    인생에 단 한 번 있는 일 지면기사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딱 한 번만 일어날 법한 사건이 있다. 그렇다고 태어나고 죽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인생에서 벌어지는 아주 특별한 일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보통 전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얼마나 그 경험이 다르고 또 좋았는지 깨닫게 되곤 한다.2002년 한일월드컵은 나에게 있어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대단한 이벤트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매 순간 한국의 곳곳이 믿을 수 없는 경이로운 분위기로 넘쳐났다. 한국에서 또다시 그런 희열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 두근거림의 경험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아무튼 2002년의 여름은 지금으로부터 이미 10년 전 일이 됐고, 그 이후 지금껏 있어왔던 국제 행사들에서 그런 경이로운 순간을 볼 순 없었다.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가 한국 전역을 하나로 엮을만한 행사로, 모두에게 정열을 발산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한국이 세계적인 국제 스포츠행사 주최국으로 당당히 등극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엉성한 마케팅뿐만 아니라 한국의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 주최 진영의 내부 갈등 등으로 기대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호응도는 놀라울 것도 없었다.그러고 보니 이 시점에서 여수세계박람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오랫동안 꾸준한 홍보를 해오며 전 세계의 집약적인 첨단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된 행사가 하나 있다. 여수 엑스포 뒤에 선 정부와 기업의 지원으로 이 행사가 잘못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사가 시작된 뒤 7주가 지나오면서 매번 접하는 언론 매체들의 주된 반응은 문제만 많은 엑스포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는 행사라는 것이다.행사 조직위원회가 보여준 많은 실수들은 당연히 수치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에는 언제나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나의 엑스포는 그야말로 인생에 단 한번 볼 수 있는 전 세계적인 행사로,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훌륭한 행사다. 만약 지금 한국에 있다면 시

  •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오해와 진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오해와 진실 지면기사

    지난 6월 26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금년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일부 교사단체와 학부모단체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를 전후하여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대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150명 정도의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일제고사'로 매도하고 평가 참여여부는 선택권이라고 주장하며 평가를 거부하고 일부 단체에서 마련한 체험학습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 수는 전수평가가 시작된 2008년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반대하는 단체들의 목소리도 약해지고 있지만,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그런데 그러한 논란이 시험거부라는 물리적 행동보다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갖는 부작용의 해소를 위한 노력과 토론으로 이어진다면 바람직할 것이다.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평가대상 해당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들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을 학업성취도 변화추이를 파악한다거나 교육과정 개선자료로 활용한다거나 교수·학습방법 및 장학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삼는 것에 한정한다면 표집평가를 실시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일견 타당한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이전에 실시했던 표집평가와는 달리 그 목적이 확대되었다. 개별 학부모들이 알고자 하는 그들 자녀의 학업성취 수준을 전국적 수준에서 정확하게 파악하여 제공하고, 개별 학교가 교육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를 드러냄으로써 단위학교로 하여금 책무이행에 보다 노력을 경주하도록 하는 것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에 추가하고 있다. 특히, 국가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지고 완성하게 하는 국가의 교육적 책무 이행 정도의 파악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중요한 목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

  • 통합 내세우기 보다 다원·법치주의 실천해야

    통합 내세우기 보다 다원·법치주의 실천해야 지면기사

    독일어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를 번역한 시대정신은 한 시대의 사회에 공유되고 있는 정신으로 이해된다. 요즘 언론매체를 통해 시대정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현 시국을 전망하거나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할 때 사용하는 듯하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시대정신의 내용은 사회통합이다.정치적 분열의 역사는 오래된다. 의회민주주의의 태동기에도 당쟁은 있었다. 최초의 근대정당으로 불리는 영국의 토리당과 휘그당 간의 싸움은 걸리버여행기에서도 풍자될 정도로 심각하였다. 비슷한 시기 대륙의 끝 조선에서도 붕당정치는 있었다. 서인과 동인 간의 대립, 그리고 동인에서 갈린 남인과 북인 간의 대립, 그리고 서인에서 갈린 노론과 소론 간의 대립이 비판되었다. 이는 조선인에게 자율적 조정 능력이 없어 식민지배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일제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기도 했다.오늘날 다른 민주국가들에 비해 정당간 차이가 적다는 미국에서조차 민주당과 공화당간 가치 차이는 계속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동서고금을 털어 당파적 정쟁이 전혀 없는 정당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내부의 갈등은 외부와의 경쟁에서 패배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적을 앞에 두고 분열되는 적전분열(敵前分裂)과 반대되는 현상은 오월동주(吳越同舟)이다. 서로 원수관계인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가 풍랑을 만나면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 협력하여 풍랑을 극복한다는 오월동주는 오나라와 월나라 간의 적개심이 풍랑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약해야 가능하다.한국의 경우 국내 분열의 정도가 외국과의 갈등보다 더 클 때가 많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북한, 미국, 중국 등 남한 외부의 문제로 남남갈등이 전개되는 것은 내부 경쟁세력에 대한 불신이 외부 세력에 대한 불신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내부 분열이 심각한 이유는 그 분열이 패거리적이기 때문이다. 패거리적 분열에서는 무엇을 지지하고 비판하느냐는 측면보다 누구를 옹호하고 비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언론매체의 청탁으로 원고를 기고하게 되면 글의 내용보다 기고 매체로 판단될

  • 생각하지 않는 죄

    생각하지 않는 죄 지면기사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여사, 손녀 등과 함께 육사 생도들을 사열하면서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지난 9일 SNS 트위터를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월 8일 육군사관학교 발전기금 200억원을 달성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에서 전 전 대통령은 생도들이 열병 도중 '우로 봐!'라는 구호에 맞춰 경례할 때 거수경례로 답했다. 육사의 설명에 의하면 전 전 대통령은 1천만~5천만원 출연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초청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누군가?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한 책임을 물어 '내란 수괴죄',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았던 사람이다. 대한민국 육군의 미래를 이끌어갈 장교를 교육시키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젊은 생도들이 충성을 외치며 바라본 사람이 바로 쿠데타와 민간인 학살의 주역이었다. 말이 되는가.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래 나도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저 자리에 서서 후배들의 자랑스런 선배가 되자. 쿠데타면 어떤가. 일단 성공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지 않는가.검찰은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로 사용될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터 불법 매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고발한 이 대통령 등 피고발인 7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 시사주간지의 폭로로 촉발된 이명박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이 이 대통령의 사과를 포함 240여일간의 숱한 논란만을 남긴 채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다만 청와대가 땅을 구입한 뒤 부담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일부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며 대통령 장남인 이시형씨가 이득을 보도록 행정을 처리한 청와대 직원에게 잘못을 묻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이씨와 대통령실의 지분 비율과 매매대금간 불균형에 대한 내용을 감사원에 통보해 관련 공무원들의 과실이나 비위행위에 대한 감사에 참고토록 조치했다.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이라더니. 2012년 6월 대한민국 육군의 정신

  • 책과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책과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지면기사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을 전후한 시기에는, 초등학교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자유교양경시대회'라는 게 열렸다. 문교부에서 필독도서를 선정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읽게 한 뒤, 그 책 속의 내용을 가지고 시험을 치러서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였다. 독서 분위기의 진작이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그 연례행사는 돌이켜 볼 때마다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학교 이름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어찌나 심했는지, 담임선생에 의해 선발된 학생들은 운동회 매스게임에도 빠지는 특혜 아닌 특혜를 받으며 밤 10시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책장에 밑줄을 그으며 여러 권의 책을 통째로 달달달 외워야 했다.내 경우에는 '김유신전', '이순신전' 같은 위인전과 '신유복전', '박씨부인전', '흥부전', '춘향전' 같은 고대소설, 그리고 일연의 '삼국유사'를 읽어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외에 뜬금없이 단테의 '신곡'도 포함되어 있었다. 덕분에 그 유명한 기독교 고전을 일찌감치 접하긴 했지만, 거기에 대응되는 불교관련 서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책 선정 과정에서 외압에 의해 종교적 편향이 가해진 게 아닐까 싶다.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시험방식에 있었는데, 독후감을 쓰는 게 아니라 수십 개의 단답형 문항들을 가지고 일종의 모의고사를 보아야 했던 것이다. 이를 테면 흥부의 몇 번째 박에서는 어떤 물건들이 나왔는지, '신곡'의 '지옥편'에서 지옥의 몇 번째 계곡에서는 어떤 인물이 어떤 벌을 받고 있는지 '맞혀야' 하는 것이었다. 달리 말해 학생들은 본의 아니게 늦게까지 책상 앞에 붙들려 앉은 채 그 방대한 내용을 원시적으로 암기하는 고역을 치러야 했는데, 정작 본인들로서도 왜 그런 것들을 외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었다.때문에 초등학교 시절의 독서 기억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 하기야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국민교육헌장'을 강제로 암기시키던 시절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와 유사한 상황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고 있

  • 소규모 학교 통폐합 논란

    소규모 학교 통폐합 논란 지면기사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5월 17일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하여 학교의 적정 규모에 관한 기준을 신설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는 입법예고를 하였다. 입법예고에 의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하고 있는 초·중·고등학교의 적정규모 최소 학급수는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학년별 1학급을 원칙으로 6학급,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교원의 평균수업시수 및 교육과정의 단위별 수업시간을 고려하여 중학교 6학급, 고등학교 9학급이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최소 20명 이상 되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강원·전남·전북지역 등 농산어촌이 주를 이루는 도의 경우에 해당지역 학교의 절반 내외가 통폐합 대상이 된다고 한 언론보도는 전하고 있다.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농어촌 인구의 감소에 따라 농어촌 지역 학생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1980년대 초반부터 추진되어 왔다.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소규모 학교가 경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학생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규모 학교를 유지하자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의 경제나 규모의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규모 학교의 유지는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체육활동, 합창이나 합주와 같은 음악활동, 학예회와 같은 교육활동은 어느 정도 수의 학생들이 있어야 가능하고, 도덕성이나 사회성의 발달도 친구들끼리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는 점을 찬성의 논거로 내세운다. 교육 여건도 규모의 경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통폐합 이전보다 좋아질 뿐만 아니라, 교원들도 일정수 이상 유지되어 누가 가고 누가 오느냐, 즉 교원인사에 의하여 학교의 교육활동이 급격하게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소규모학교 통폐합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일정 수의 학생과 학급을 기준으로 그것에 미달하는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어느 정도

  • 대북정책 일관성 상호주의서 찾아야

    대북정책 일관성 상호주의서 찾아야 지면기사

    오는 5월 29일 제19대 국회가 출범한다. 임기 개시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국회의원 300명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분위기이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거취가 아직도 논란중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절차의 공정성에 대해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일부 언론들은 일부 비례대표 당선자의 북한정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집중 보도하고 있다.북한 이슈는 한국 사회를 나누는 주요한 이념적 기준이다. 북한은 직간접적으로 남한 정치의 큰 축이 되어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소위 남남갈등은 김대중 정부 시기에 심화되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에서 강한 바람은 실패하고 따뜻한 햇볕이 성공했다는 이솝우화를 근거로 김대중 정부는 따뜻한 대북정책을 추진하였다.따뜻한 대북정책은 다른 이솝우화로 비판되기도 한다. 숲은 도끼자루가 필요한 나무꾼에게 나무 한 그루를 선의로 주었지만, 나무꾼은 그 도끼로 숲의 많은 나무를 베었다는 이야기이다. 즉 대북지원은 남침 능력만 강화시켰다는 주장이다.적대적인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지속적인 관용이 있어야 한다. 3년의 전면전과 60년의 냉전을 겪고 있는 남북한이 상대의 마음을 단기간에 얻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마음보다 행동이 협력적이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상호협력을 실현시키는 방법은 상호주의가 거의 유일하다. 적대적인 상대에게 무조건 강경하거나 무조건 유화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상호협력에 도움 되지 않는다. 대신에 상대의 행동과 유사하게 대응하는 것이 상호협력을 실현시킨다. 만일 상대가 나의 행동대로 행동한다면, 나의 협력은 곧 상호협력이고, 나의 적대는 곧 상호적대이다. 상호적대보다 상호협력이 더 나은 상황에서는 내가 협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대북정책 기조가 승공(勝共)이었던 20여년 전, 필자가 남북한 공영(共榮)을 위한 상호주의 대북정책을 제안했을 때 비판이 있었다. 북한에게 호의적 행동을 먼저 행한 후 그 다음부터는 북한의 행동과 동일한 선택을 하는 상호주의는 대북 유화 정책이라고 비판되었다. 그러던 대북 상호주의는 대북정책

  • '양치기 정부'와 신뢰사회

    '양치기 정부'와 신뢰사회 지면기사

    많은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선거 때나 조금 신경을 쓰지 평상시에는 정치이야기가 나오면 TV나 라디오를 꺼버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정치인을 싸움이나 하고 모두 '썩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정치 자체를 외면해 버린 탓이다. 2008년 시사주간지인 시사저널이 '미디어 오늘'에 의뢰해 발표한 직업별 신뢰도 여론조사를 보면 33개 직업군 가운데 소방관과 간호사가 1, 2위를 차지했고, 정치인은 꼴찌(33위)를 했다.왜 국민들은 정치인을 믿지 않을까? 무엇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게 한 것일까? 만일 한 국가에서 그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인이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했다면 그 국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신뢰는 한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관습, 도덕, 협동심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며, 신뢰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상대방을 잘 믿지 못하기 때문에 협력이 어렵거나 협력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용은 결국 사회 또는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게 된다는 것이다. 2012년 5월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가? 우리 국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정부가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가? 광우병 파동 당시인 2008년 5월 정부는 주요 일간지에 '국민의 건강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확실히 지키겠습니다'라고 광고를 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이 광고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1.즉각 수입 중단 2.이미 수입된 쇠고기 전수조사 3.검역단 파견 현지실사 4.학교 및 군대급식 중지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자 정부는 미국에 검역단을 파견했을 뿐이다. 청와대는 "현재 미국에서 광우병 걸린 쇠고기가 우리에게 들어올

  • 사바나 원칙

    사바나 원칙 지면기사

    대체적으로 남자는 왜 여자의 유방이 더 큰 쪽을 선호하는가. 얼마 전에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변을 들었다.애초에 인간 여성의 유방이 다른 영장류의 경우보다 더 발달한 것은, 인류의 조상이 일어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수컷을 유혹하던 암컷 엉덩이의 역할을 유방이 대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그러나 남자가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자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가슴이 작은 여자도 자기 아이가 먹을 모유는 가슴이 큰 여자들만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던 중 1990년 말에 한 과학자가, 풍만한 무거운 가슴이 작은 가슴에 비해 나이가 들면서 훨씬 눈에 띄게 처진다는 사실을 관찰해냈다. 작은 가슴은 나이가 들어도 모양이 크게 변하지 않는데, 이 때문에 남자는 여자가 작은 가슴보다는 풍만한 가슴을 가졌을 때 그 여자가 젊은지 늙었는지를 판별하기가 훨씬 쉽다고 볼 수 있다.그리고 여자가 젊을수록 남자의 씨를 퍼뜨릴 수 있는 번식 능력이 더 월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남자는 자연스레 가슴이 풍만한 여자에게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고 가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최근에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진화심리학의 '사바나 원칙'이라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사바나 원칙에 따르면,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는데 1 만 년 전에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수렵채집을 하며 살아가던 시기부터 진화가 멈추었다고 한다. 그 후로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도 급속하게 변화하는 것을 진화가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두뇌는 석기시대의 두뇌라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여전히 석기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탓에, 우리는 사실상 과학적 발명품들은 물론이고 경찰이나 법정이라는 것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 채,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는 것과 번식에 성공하여 자기 유전자를 퍼뜨리려는 심리적 기제를 여전히 지닌 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게 진화심리학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리하여 진화심리학은 사람들이 텔레비전 앞에 몰려드는 이유, 남자들이

  • 세계화시대 핵심 덕목으로서의 글로벌 소양

    세계화시대 핵심 덕목으로서의 글로벌 소양 지면기사

    우리 사회의 안팎에서 현재 진행되는 다양한 변화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세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경남 창원에서 지난 4월 열린 교육도시 세계연합총회는 40여개 국에서 시장 등을 포함하여 300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참석하였는데 지방의 세계화를 체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요즈음 우리 젊은이들은 스파게티와 와플을 즐겨먹고, 잉글랜드에서 뛰는 박지성 선수나 이청용 선수에게 열광하며, 외국인과 스스럼없이 소통한다. 외국의 젊은이들도 우리 음식인 비빔밥에 반하고, K-팝 등 한류에 열광한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프리드만이 지적하였듯이, 경제적 차원에서 지구는 이미 평평해졌으며, 자본의 흐름 앞에 국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는 곧 앞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활동하게 될 게임의 무대 역시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경을 모르는 또 다른 불청객이 있으니 바로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빈곤, 불평등과 같은 글로벌 차원의 위기 요소들이다. 빈곤이나 불평등은 자국 내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환경 위기는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이렇게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문화, 환경 등에서 바야흐로 우리 시대의 거대한 흐름인 세계화는 가장 중요한 변화인 동시에 기회와 위기를 함께 만들어내는 야누스적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복잡하게 진행되는 세계화를 이해하고, 그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소양(global literacy)일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새로운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 한편, 세계 여러 나라와 더불어 글로벌 위기를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며 인류의 지속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소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첫째, 우리 젊은이들이 무엇보다도 외국어 의사소통능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개방과 교류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외국어에 의한 의사소통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어의 위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