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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꿈을 꾼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꿈을 꾼다, 고로 존재한다 지면기사

    소설가 스티븐슨은 우리가 밤에 꾸는 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밤새도록 환하게 불이 켜진 자그마한 두뇌 극장에서 펼쳐지는 게 바로 꿈이다. 그 공연의 기획은 소인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그들의 작품이 너무도 생생하고 감동적이어서, 어느 문학 작품보다도 더 흥미진진하다."꿈은 재미있다. 그러나 또한 꿈은 엉뚱하고 무섭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삶에서 꿈처럼 날마다 일상적으로 경험하면서도 신비와 불가해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것도 달리 없다. 물론 고대로부터 인류는 꿈이 무엇인지, 그리고 꿈을 왜 꾸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해왔다.그 중에는 우리가 잠든 상태에서도 뇌는 깨어 있는데, 꿈이란 수면 중에 뇌의 움직임을 우연히 자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그러나 꿈의 해석을 통해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행동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입장이 일반적인 경향이다.물질적인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이 마음의 평안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 꿈과 관련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꿈의 결핍이 마음의 병을 유발한다고 한다. 오로지 꿈만이 제공할 수 있는 심리적 배출구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꿈의 결핍은 곧 꿈의 중요성을 무시할 때 생겨나는 자연스런 결과다. 꿈을 풍요롭게 하려면 밤에 잠자리를 잘 보살필 필요가 있다.밤의 세계는 중요하다. 논길에 가로등을 설치하자 이삭이 패고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동물원에서는 보안등 불빛으로 동물들이 수태를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낮과 밤이 서로 잘 어울릴 때 비로소 우리의 하루가 완성되는 것이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바로 꿈이다.관심을 가지고 대하고 보면 꿈은 실로 의미심장하다. 간혹 무의미해 보이는 꿈도 있지만, 그것은 밤의 심리 세계가 내보내는 수수께끼를 해독할 만한 감각이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무의식은 현실 속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고, 그 메시지가 곧 꿈이다. 어떤 때에는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불쾌한

  • 어떤 학교가 좋은 학교인가?

    어떤 학교가 좋은 학교인가? 지면기사

    이제 곧 새 학년도와 새 학기가 시작된다. 이 무렵이면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다닐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매우 궁금해 한다. 특히, 학교 선택권이 주어질 경우 학부모들은 마음에 드는 학교를 선택하고 자녀가 다닐 학교가 결정될 때까지 노심초사해 한다.어떤 학교를 학부모들은 선호하는가? 학부모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학교는 매우 다양하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계발하는 학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없는 학교,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에 위치하면서도 대학 진학에서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학교 등등일 것이다. 이렇게 학부모가 마음에 들어 할 학교들은 한마디로 좋은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좋은 학교라고 불리는 학교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여건이 비슷한 주변의 학교들과 비교할 때 학생들의 교육적 성취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의 교육적 성취에는 학생의 특성, 지역사회 여건, 가정환경, 학교의 특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이들 요인이 잘 어우러진다면 학생들의 교육적 성취는 분명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루어진 학교 효과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공통적으로 밝히고 있듯이, 좋은 학교는 다른 요인(예:학생특성, 가정환경, 지역적 특성 등)이 비슷할 경우에, 학생들이 그 학교에 다니는 것이 다른 학교에 다니는 경우보다 높은 교육적 성취를 내도록 만드는 학교이다. 학부모나 학생,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은 교육적 성취가 높은 좋은 학교에 대하여 각자의 관점에서 다르게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공부하는 습관과 기초적인 학력을 튼튼하게 길러주기를 기대하고, 그러한 기대에 학교가 부응하면 좋은 학교라고 여길 것이다. 학부모들이 볼 때, 이렇게 공부에 대한 제대로 된 태도를 길러주고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학교는 분명 좋은 학교이다. 학생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좋은 학교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교육적 성취를 중요시하면서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 또는 개발해 주려고 노력하는

  • 정당들의 '신장개업?'

    정당들의 '신장개업?' 지면기사

    민주주의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요즘 부쩍 늘었다. 여러 정파들이 민주주의의 가치적이고 규범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데, 실상은 2012년 4월 국회의원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을 위시해서 여러 정파들이 더 나은 장사를 위해 자신의 모습을 재정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정당들이 당명, 강령, 공천후보 등을 바꾸려는 것은 유권자들의 표를 더 받기 위한 행위이다.여기서 장사로 표현했다고 해서, 필자가 정치행위를 경멸하는 것도 아니고 또 판매행위를 비하하는 것도 아니다. 만일 마케팅으로 대신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이거야말로 국어에 대한 멸시이다. 유권자 표를 끌어들이는 정치적 행위가 조삼모사(朝三暮四)적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권자를 만족시킨다면, 정치공학이라고 불리든 정략이라고 불리든 이러한 행위는 민주주의와 부합된 것이다. 즉 만족하는 유권자가 많아질수록 또 유권자의 만족이 단기간에 머물지 않고 지속될수록 좋은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이러한 유권자 표 획득 행위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각 정파가 추진하는 정치마케팅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의외로 정치권에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정치인들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 쉽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떨어져서 정치권을 바라보면 그 정치마케팅의 결과가 더 잘 보인다.정당을 음식점에 비유하면, 유권자는 손님으로 비유될 수 있다. 각 음식점(정당)은 더 많은 손님(유권자)을 받으려 한다.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던 음식점에 갑자기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그 음식점은 식탁 배치를 바꿔본다. 손님의 동선을 감안하기도 하고, 더러운 주방이 노출되지 않게 또는 반대로 깨끗한 주방이 노출되게 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엔 풍수지리 원칙에 의해 인테리어 배치를 바꿔보기도 한다. 메뉴를 단순화시키거나 아니면 거꾸로 다양하게 개발하기도 한다. 또 종업원 더 나아가서는 주방장을 교체하기도 한다. 정당도 공천과정, 정책 변경 및 개발, 당직 교체 등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정당 지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음식점 매출에

  • 석패율제와 꼼수정치

    석패율제와 꼼수정치 지면기사

    지난 1월17일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정치개혁특위를 열어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이번 총선에서 석패율제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석패율제는 각 당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할 때 지역구와 동시 출마한 중복 입후보자로 명단을 작성하여 이 중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것이다. 지역구선거에서 가장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구제해 주는 것이다. 호남에서도 한나라당 의원이, 영남에서도 민주당 등 야당 의원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 석패율제가 지역주의 완화와 한국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까? 지금도 각 정당들은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를 작성할 때 취약지역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호남 출신을, 그리고 민주당도 영남 출신을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시키고 있다.원래 석패율제는 2000년 16대 총선때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제안했었으나 당시 한나라당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었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영남지역 기반을 잠식당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석패율제를 강력히 반대했었다. 그런데 이제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강원도지사가 한나라당 후보가 아니어도 당선되고, 민주노동당이 영호남에서 선전하는 상황이 됐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도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 완화된 시점에서 한나라당은 지역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석패율제 도입을 제안했고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진보정당과 아무런 논의없이 한나라당의 손을 덥석 잡았다.대부분의 정치선진국들은 석패율제가 갖고 있는 비민주성 때문에 이를 외면하고 있고 독일과 일본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선거제도이다. 정당명부비례제를 택하고 있는 독일은 정당에 대한 투표가 중심이고 지역구 선거는 보조적이다. 유권자는 당의 정강과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하기 때문에 석패율제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과거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이 당선됐던 대선거구제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로 바뀌면서 당의 중진들이 살아남기 위해 채택한 것이 석패율제이다

  • 법정의 의자와 모래시계

    법정의 의자와 모래시계 지면기사

    지난해에 입적한 법정 스님은 땔감으로 쓰던 참나무 장작으로 의자를 만들고 그것에 '빠삐용의 의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화속 주인공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게 인생을 낭비한 죄 때문이었듯이, 스님도 그 나무 의자 위에 앉아 혹시 자신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 깊은 산속의 암자에서 명상과 참선을 하며 홀로 지내신 스님도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경계를 해야 하는 마당에, 하물며 우리같은 속인들이야 시간의 속절없는 흐름 속에서 어찌 마음을 제대로 가다듬을 수 있겠는가. 시간이란 생각하면 할수록 복잡하고 까다롭기 짝이 없는 대상이다. 우리는 시간에 의해 태어나고 시간에 의해 죽는다. 시간은 우리를 낳고 또 거두는 것이다. 어찌보면 살아 움직이는 건 시간 자체일 뿐이고, 인간 개개인은 그 시계의 숫자판 위에서 째깍거리며 돌아가고 있는 미세한 바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든 인간이 시간의 흐름을 재는 작은 단위로 잠시 존재했다가 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래시계 속에 들어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한 해가 지날 때마다 365개의 모래 알갱이를 소모한다. 우리 발밑에서는 끊임없이 모래가 빠져나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모래가 남아있지 않게 되면 우리의 생체 시계는 완전히 멎고 만다. 그러나 시간은 그렇게 가차없고 무자비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같은 것만은 아니다. 시간의 흐름이란 무척 상대적이다. 뇌 의학과 관련된 임상보고서에는 몇 가지 특이한 사례들이 발표되고 있다. 뇌 작동에 이상이 생긴 한 남자는 시간의 흐름을 남들보다 더 빠르게 인식한다고 한다. 때문에 찻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갈 때, 그 찻잔이 입을 향해 달려드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뇌의 해마 조직에 손상을 입은 한 남자의 경우에는 기억이 15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시간의 역사를 감지하지 못하고 15분이라는 영원한 현재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그렇듯 특별한 사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시간이 항상 물리

  • 학교폭력 예방, 타인존중 학습으로부터!

    학교폭력 예방, 타인존중 학습으로부터! 지면기사

    지난 해 12월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던 대구의 한 중학생이 자살로써 자신의 생을 마감한 안타깝고 슬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의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시·도교육감들과 함께 학교폭력 대책을 의논하고, 언론 매체들은 연일 학교폭력의 원인과 실태, 대책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의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주장을 전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때마다 문민정부에서부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현 MB정부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나서서 학교폭력 대책을 주문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중심이 되어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세우는 등 매번 반복적 노력을 해 온 게 사실이다. 2004년에 제정된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도 그러한 노력의 소산이었다. 이 법률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률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단위학교 수준에서 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학교폭력대책기획위원회를 구성하여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정책 목표·방향을 설정하고,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여야 한다. 특별시·광역시·도에서는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단위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대한 방안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고 단위학교에는 전문상담실을 설치하고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학교장은 학생의 육체적ㆍ정신적 보호와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하여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교육을 학기별로 1회 이상 실시하여야 한다.이렇게 법률을 제정하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 단위학교들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고 얘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이 다른

  • 케빈 베이컨 6단계 법칙과 L2L

    케빈 베이컨 6단계 법칙과 L2L 지면기사

    미국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은 1994년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의 모든 배우는 자기와 같은 영화에 출연했거나, 아니면 자기와 함께 출연한 적이 있는 다른 배우와 같은 영화에 출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케빈 베이컨의 6단계'라는 게임도 나오고 책도 나왔다. 케빈 베이컨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풍자기사도 있었고, 심지어 케빈 베이컨이 알카에다와 연결되어 있다는 풍자기사도 있었다. 여섯 번만 거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서로 연결된다는 케빈 베이컨 6단계 법칙은 오늘날 SNS 활성화로 그 단계가 축소되고 있다.연결 단계가 간소화되려면 수많은 영화에 출연한 케빈 베이컨처럼 큰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물류에서 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거점(hub)이다. 항공사들은 거점 공항 중심의 항로 개발을 통해 한정된 직항로 수를 갖고도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지역으로 운항한다. 거점(hub)-바퀴살(spoke) 방식에서 각 지역의 물건은 일단 거점으로 간 후, 그 거점에서 다른 거점으로 보내진 후, 다시 개별 지역으로 수송된다. 모든 지역은 거점에서 바퀴살로 연결되기 때문에 한정된 연결로를 갖고도 많은 개별 지역에 연결되게 하는 것이다.이러한 거점 중심 방식은 지역 간 연결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수도권 거점과 지방 거점을 각각 하나씩 운영하는 물류회사에서는 서울에서 춘천으로 물건을 운송할 때 대전을 경유할 때가 많다. 한 시간 거리를 네 시간 거리로 만드는 연결이다.특히 지방과 지방은 직접 연결되지 못하고 서울을 매개로 연결되는 경향이 강하다. 춘천에서 부산으로 갈 때 거리상으론 중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깝지만, 시간상으론 서울을 경유해서 KTX나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지름길이다. 우리의 서울은 남한 전체의 지도상으론 서북쪽에 치우친 변방임에 분명하나, 연결 지도에 있어서는 중심이다.연결 단계가 거점을 통해 간소화되면 될수록 거점과 주변 간의 불평등은 심화된다. 세상이 연결되면 될수록 그 연결고리에 있는 사람들의 영향력만 커지지 연결고리에 없는 사람들은 주변에 머무르기가 쉽다.이에 비해 비(

  • 학교폭력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학교폭력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지면기사

    지난 20일 한 대구 중학생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신의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매스컴엔 이 사건이 매일 보도되었고 인터넷에서는 사람들이 그 잔혹성이 얼마나 진화되었는지 통탄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그 원인과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고 사람들은 망각할 것이다.그러나 이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2011년 학교폭력 실태에 관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재학기간 동안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 23%가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고, 이 중 54%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폭력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매스컴 보도에 의하면 경찰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과거에 별 탈 없던 평범한 학생으로 이 사건은 그저 장난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한 가족구성원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평범한 가정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래의 학생지도를 피상적인 개인가정환경이나 행동양태에 따라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학생들 개개인에게 물어 보면 정직한 대답을 얻기 힘들지만 익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학교 전체를 상대로 하면 의외로 학생들이 자신이 당하고 있는 또는 목격한 폭력사태나 따돌림, 그에 대한 문제의식, 신고의 문제점 등을 말함으로써, 사태 파악이나 해결 방법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학교폭력의 원인으로는 핵가족 중심구조에서 자란 결과, 부모가 과잉보호하여 아이들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잠재된 폭력성이 나타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보는 이도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에서 '소황제'라고 불리는 무례한 아이들이 양산된 경우와 같다. 학교에서는 입시교육 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성교육을 통해서 공동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모여서 해결 방안

  • 삼년상의 정치학

    삼년상의 정치학 지면기사

    삼년상은 유교의 고유한 의례다. 군주로부터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사후에는 삼년상을 치렀다. 임금이건 평민이건 사람의 자식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계든, 농사든, 학제든 주로 1년을 단위로 삼는데 부모의 장례는 어째서 3년이어야 할까? 사람이 태어나 제 발로 걷고, 제 손으로 숟가락을 뜨기까지 3년간은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유교는 설명한다. 그 동안 부모는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는' 은혜를 베푼다. 이 보살핌은 일방적이기에 절대적이다. 그것을 되갚을 수 있는 기회는 평생토록 없다. 부모가 돌아가신 다음에야 그 은혜를 유추하여 되갚는 의례를 재현해 볼 따름이다. 즉 태어나서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3년의 경험이 삼년상의 수치적 근거다. 오늘날로 당겨와 해석하자면 삼년상은 부모의 죽음을 기화로, 인간 삶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명상하는 '인문학 페스티벌 기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나아가 삼년상에는 더 깊은 뜻이 들어있다. 부모에게조차도 '빚지고는 못 살겠다'는 오연한 자존심 말이다. 부모에게 입은 신세조차 빚으로 여기고, 그 빚은 장례를 통해서라도 되갚고야 말겠다는 '자존심 강한' 인간관이 그 밑에 깔려있다. 그래서 옛날에는 부모의 죽음에 삼년상을 치르고서야 제대로 된 사람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통치자의 경우에서 발생한다. 과연 한 나라의 안위를 책임진 국가경영자가 제 부모의 장례 때문에 3년씩이나 공직에서 물러나 있어도 될 것인가? 유교를 표방한 중국이나 조선에서는 자주 삼년상 문제가 정치적 이슈가 되곤 했다. 특히 국가건설 초창기에는 인재풀이 좁았기에 몇몇 관리들이 삼년상을 치르느라 물러나면 국가경영에 큰 타격을 입곤 했다. 요즘 인기를 끄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주인공인 세종의 처지가 그러했다. 그래서 세종은 한 달을 한 해로 쳐서, 삼년을 석 달로 줄이는 편법을 쓰기도 하였다(이것을 '단상'이라고 부른다).지난 주말, 북한의 통치자 김정일이 죽었다. 그 아버지 김일성의 사후에 '유훈

  • "시적으로, 인간은 거주한다"

    "시적으로, 인간은 거주한다" 지면기사

    건축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내가 믿기로는 그 건축이 서는 땅이다. 이 땅과 관련한 '지문'이라는 단어가 요즘 내 건축의 중요한 화두며, 지난 일년 동안 써 온 이 칼럼의 주제어이기도 했다. 지난 글을 통해 나는 서양과 우리의 도시에 대한 차이를 역사적 맥락을 통해 설명했다. 서양인들은 도시를 머리 속에서 구상하고 이를 평지에서 실현한 반면, 우리의 선조들은 땅을 먼저 이해해서 그 생리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으며, 그 맥락을 다치지 않도록 가만가만히 마을의 구조를 얽고 섞는다고 했다. 지맥과 산수, 명당이 그런 말이며 배산임수가 그런 연유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로마군단 캠프가 유럽 중요 도시들의 원형이니 이 임시적이고 표준화된 도시는 결국 땅과는 무관한 다이어그램이었으며, 그 관습이 르네상스 시절, 더욱 다이어그램적인 유토피아를 실현하기 위해 그들 도시는 반드시 평지에 세워졌다고 했다.우리는 다르다. 산과 계곡과 물길로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 놓은 땅 위에 지어지는 우리의 마을은 이미 공간적이며 입체적이다. 랜드마크는 인공적인 게 아니라 자연의 산세와 물길이 이루는 풍경이었고, 그 속에 자리하는 집이 땅과 밀착되지 않으면 오히려 죄스러운 것이었다. 우리의 삶은 땅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잠시 기대어 살 뿐이며, 집의 수명이 다하면 주된 재료인 흙과 나무는 그대로 다시 땅으로 귀속되어 자연과 합일되는 이치였으니, 자연을 깔고 뭉개며 세우는 서양의 집과는 그 근본이 다른 것이다.터무니라는 말이 있다. '터-무늬'에서 파생된 이 말은 말 그대로 터에 새겨진 무늬를 뜻한다. 터무니없다는 것이 근거없다는 말이고 보면, 터에 새겨진 무늬를 몽땅 지우고 백지 위에 다시 짓는 재개발 같은 사업은 터무니없는 사업이요, 그 결과로 얻어져 판에 박은 아파트에 사는 삶은 터무니없는 삶 아닐까. 그래서 도시의 유목민 된 우리의 삶은 떠돈다.이 터무니를 한자말로 지문(地紋)이라고 고치고, 자연의 무늬 위에 삶의 기록이 덧대어지므로 문양 문(紋)을 글월 문(文)으로 바꾼 게 지문(地文)이다. 땅은 엄청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