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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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최익현 '일본의 쌀 한 톨, 물 한 모금 먹지 않겠다' 지면기사
1873년은 고종이 12세로 왕위에 오른 지 10년째로 고종의 나이 22세, 아버지 대원군의 섭정을 받지 않아도 임금 노릇이 가능한 때였다. 그때 비록 낮은 벼슬에 있던 41세의 당당한 직신(直臣) 면암 최익현(1833~1906)은 어느 누구 입도 뻥긋 못하고 대원군 위세에 눌려 숨죽이고 살아가던 시절, 대원군의 모든 독단과 국정 농단에 대한 실정을 나열하며 대원군 탄핵 상소를 올렸다. 세상이 발칵 뒤집히는 큰 사건이 터졌다. 그러나 고종과 민비는 그런 때를 학수고대하며 자신들의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던 때, 최익현에게 정3품 당상관인 승지에 임명하고 곧이어 호조참판으로 특진시켰다.그런 강력한 탄핵 상소에 대원군은 마침내 권력을 놓고 양주로 퇴거해버린다. 그러나 대원군의 세력들은 온갖 음모를 꾸며, 최익현이 임금의 아버지와 아들을 이간시킨 인륜의 죄를 지었다고 감옥에 가두고 제주도에 위리안치하는 무서운 형벌을 내렸다. 그러나 3년만에 최익현은 풀려서 귀향했다. 역사는 이때부터 망국의 징조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1886년 병자년, 이른바 병자수호조약이라는 불평등 조약이, 일본의 통상을 허용해주는 수교가 이룩된다. 친일파들의 꾐에 빠진 민비의 실책으로 망국에 입문하는 조치였음을 가장 명확히 파악한 최익현은 곧바로 광화문 앞에 도끼를 붙들고 상소를 올려 조약파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무도한 민비 세력은 최익현을 흑산도로 귀양보내 4년이나 고통을 당하게 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국권이 완전히 일본에 넘어가고 충신·열사들은 비통함을 참지 못해 자결로 순국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최익현은 죽기야 쉽지만 국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망한 나라를 찾지 못하고 죽을 수는 없다고 의병대장이 되어 민중 직접투쟁의 길에 들어섰다. 일본은 오직 조선을 삼킬 생각만으로 모든 조약의 약속도 지키지 않고 파기만 하면서 침략의 마수만 뻗치고 있었다.병자수호조약·을사늑약 '망국징조'국권 회복 위해 직접 투쟁의 길로 74세의 노충신 최익현은 '기신배의(棄信背義)' 16죄를 열거하여 일본의 악행에 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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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수 칼럼] PEF, 기업 구조재편 시장에 순기능만 있을까 지면기사
지난달 모 일간지에 게재된 '부진은 잊어라… PEF 올 16조 투자 시동과 사모펀드 연합군 지방銀 인수 추진'이란 기사가 유별나게 눈에 띈다. 국내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는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비공개로 투자금을 모아 채권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국내외 인플레로 급격한 금리인상, 스테그플레이션 등 시장 전체가 침체·위축되면서 기대와는 달리 투자와 투자금 회수에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유는 미(美) 연준(Fed)의 금리 인상, 각국의 각자도생과 우리의 기조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쉽사리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한 자산운용사의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본격 둔화한 2022년의 상황이 반영되는 올해의 실적은 더욱 어렵고 저조할 것이라고 보는 한편, PEF별로 수조 원대 신규로 조달된 펀드를 지난해와는 달리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거나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국내 몇 대형 PEF사는 최근 몇 년간 안전한 투자처를 못 찾아 유동성이 넘치면서 대신 큰 호황을 누렸지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큰 규모의 금리 인상이 자금경색과 불안전성으로 또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급반전하면서 당분간 PEF의 투자를 우려스럽게 전망하는 이도 있다. 한편 국내 PEF 운용사는 그동안 주로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앞으로는 해외 기관으로부터도 자금을 모아 포트폴리오의 역량을 더 높여야만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선 IMM PE가'마이너스 손' 전락했다는 소식과기업사냥꾼도 당했다는 것을 보면시황 잘 직시하고 위험 고려해야과거 론스타 분쟁 남의 얘기 아냐 최근 PEF는 기관전용펀드 약정액 규모가 5년 만에 두 배가 넘게 불어나 125조원을 넘었다는 소식도 있다. PEF가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면서 돈이 크게 몰리고, PEF는 더 큰 딜을 함께하면서 기업에겐 구조재편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어 PEF 운용사들이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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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윤석열 대통령, 국민과 직접 대화 나서라 지면기사
미국 29대 대통령 워런 하딩은 신이 축복한 외모를 가졌다. 얼굴, 체격, 음성, 태도가 대통령다웠다. 유권자들은 워런 하딩에 반했고 60%대의 지지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실상 그는 술과 도박, 여자에 이골난 한량이었다. 공화당의 계파 수장들이 정치 무능자인 그를 후보로 합의 추대했다. 허수아비를 세운 셈인데, 워런 하딩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백악관에서 술판, 도박판을 벌이고 측근들은 부정부패를 일삼았다. 미국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손꼽힌다.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블링크'에서 '신속한 인식의 어두운 면'을 '워런 하딩의 오류'라 했다.내일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이다. 돌이켜보면 대통령 윤석열은 대중의 신속한 인식과 정치적 행운이 겹친 결과였다. 살아있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 검사의 인격에 대중이 환호했다. 권력의 핍박에 핏대를 세우며 대드는 검사는 난생 처음이었다. 때 마침 제1야당에 대통령 후보가 없었다. 당시 여당은 온갖 실정의 끄트머리에서 활력을 잃었고, 여당 후보 이재명은 흠집투성이였다. 대중을 '검사다움'으로 매료시킨 윤석열은 역대 민간 대통령이 거쳤던 정치적 과정을 생략하고 순식간에 대통령이 됐다.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30% 초반대다. 화제를 뿌렸던 방미외교 성과가 끌어올린 지지율도 미미하다. 저조한 지지율의 원인은 대통령이 좀비정치에 갇힌 탓이다. 서로 물고 뜯고 할퀴며 적대적으로 공생하는 여야 생태계를 30% 안팎의 좀비형 극렬 지지층이 떠받친다. 대통령이 여기에 갇혔다. 윤석열에게 좀비정치의 청산을 기대했던 30~40%의 중도 대중이 지지를 철회했다. 대중은 검사만큼이나 대통령직을 대차게 수행할 것이라 믿었던 대선 판단이 오류였을까 걱정한다. '좀비정치'에 갇혀 지지율 30% 초반대 저조국정 설명·이해구하는 도어스테핑 재개 필요 대통령이 좀비정치에 갇힐 이유가 없었다. 헤아리기 힘든 범죄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과는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에 대선 후보 씨가 말랐던 건 대통령에게 행운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국민의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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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 바야흐로 역사혁명 시대 지면기사
유튜브는 실로 놀라운 매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발신자가 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여기서도 일종의 '검열' 같은 것이 있고, 권력 메커니즘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언론의, 매체의, 혁명은 혁명이다.이 유튜브에서 요즘 두드러진 것이 역사 채널, 특히 고대사 채널이다. 최근 필자가 즐겨 보는 채널은 '책보고'라는 것, 그리고 '황현필 한국사'라는 것, 그리고 '이덕일 역사 TV' 같은 것인데, 그 공통점이 고대사 인식을 바꾸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몇몇 예를 들었지만 그밖에도 유튜브에는 이런저런 고대사 재인식을 겨냥한 채널들이 많다. 필자는 이 채널들을 대부분 '구독' 표시를 해놓았다. 역사라는 것이 어떤 주장을 들어서 진위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도 넘쳐나는 것이 유튜브일 것이다. 제각기 다른 고대사 이야기를 펼치는 많은 '유튜버'들 말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어떤 대목은 비교도, 대조도 해보아야 하고 정히 궁금한 것은 해당 역사서를 직접 찾아보기도 해야 한다. 최근에는 '흠정 만주원류고'라는 책도 사보았고 '고구려의 숨겨진 역사를 찾아서'도 구입해 놓았다.빅데이터 시대 각종 문헌·역사서컴퓨터에서 비교·유추해야 할 것남 보기에 흉이 될 만한 것은 차라리 드러내 버리는 게 낫다. 후배들 가운데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고 그래서 각별히 믿고 경청하는 사람이 있어, 요즘 내가 이렇다 하니, '환빠'가 될까 걱정이라고 한다. '환단고기'를 진서(眞書)라 하고 단군이며 환웅을 신화에서 건져내 역사로 만드는 사람들에 휘말릴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듣고 보면 과연 그렇다. 이광수를 연구한다고, 그의 역사소설들을 분석한다고 하다 보니 '마의태자'며, '원효대사'며, '사랑의 동명왕' 같은 작품들의 이면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려니, 신채호며, 최남선 같은 일제강점기 역사가들 담론을 '겉핧기'로나마 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남선은 모르겠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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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 민족과 통일을 잊으면 지면기사
한반도를 중심으로 신냉전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의 자유민주주의 동맹과 러시아, 중국, 북한의 국가사회주의 동맹이 맞서는 형국이다. 양 동맹 사이를 배회하던 한국이 한 축에 정착하면서 이 대립구도가 더 선명해지는 듯하다. 20세기 초반 영·일동맹이나 러·일간의 한반도 분할 시도 등에서 보이듯, 북방국가들과 해양국가들 간의 대립구도에서 한반도는 늘 중요한 메뉴였다. 해방 이후 한반도는 이 구도에 늘 긴박되어 있었고, 남북분단과 두 국가형성을 낳았다. 통일정부수립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1946년에 북조선인민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정부를 구성했고 뒤이어 남한은 1948년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정부를 구성하였다. 두 개의 한국은 이 대립구도 하에서 각자 독자적인 국가형성의 길을 밟아갔다.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체제를 수용하고 북한은 인민민주주의와 국가사회주의의 체제를 수용하여 그 안에 각각의 대중들을 포섭해갔다. 뒤섞인 이념과 대중들은 두 국가 체제를 용인하지 못했고 두 국가의 내부에서 혹은 두 국가 간에 내전을 벌였지만 이 대립구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남한은 한동안 자유민주주의적 해양국가동맹의 나라로 커 나가는 듯했다. 정치적 독재이든, 경제적 발전국가이든, 자유주의적 군부체제이든, 보수적 민주주의체제이든 지향하는 정치체제와 국가동맹은 일관되었고 상당한 수준으로 정돈된 대중들은 그 체제에 동의하는 듯했다. 그러나 감성적 민족주의와 통일이 다시 대두되고 체제변경을 추구하는 세력이 등장하고 반일종족주의와 반미제국주의가 떠오르면서 다시금 내전의 양상을 만들어 나갔다. 냉전적 대립구도의 완화와 사회주의블록의 와해, 그리고 글로벌 시장 통합이 그러한 공간을 열어주었을 것이다. 정치엘리트 이념으로 대중 지배뿐 그들을 위한 정치·행정에는 소홀 잠정적으로 국가는 국민을 위한 최선의 공동체로 받아들여진다. 그 국가는 국민에게 더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보이지 않는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는 '상상의 공동체'로서 존재한다. 한반도의 한 국가는 민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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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 호모 에로르(Homo Error) 지면기사
음악방송을 듣고 있는데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이 흘러나왔다. 평소 좋아하는 곡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듣고 있는데 곡이 끝난 뒤 진행자가 "로드리고 아랑훼즈의 '협주곡'을 들으셨다"고 소개했다.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을 로드리고 아랑훼즈의 '협주곡'이라고 잘못 소개한 것이다. 실수를 알아차린 진행자가 서둘러 정정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끝내 마음에 걸렸는지, 곡 소개를 잘못해서 불편하셨을 텐데 다음부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노련한 진행자가 저지른 뜻밖의 실수에 불편은커녕 안도감마저 느꼈다. 언젠가 비발디의 '2대의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을 '그대의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으로 잘못 소개한 다른 진행자도 있었고 보면 이런 실수는 흔하기도 하고 또 생방송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각별한 재미라 하겠지만 무엇보다 요즈음 같은 인공지능(AI)시대에는 실수하는 인간(Homo Error)이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인류는 오랫동안 다른 존재와 인간을 비교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왔다. 고대의 동아시아인들은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같은 덕목을 기준으로 도덕적 존재(Homo Ethicus)로서 인간을 규정했고, 근대의 데카르트는 이른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명제를 내세워 생각하는 존재(Homo Sapiens)로 인간을 규정했다. 그 외에도 인간만이 미래를 전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전망하는 인간(Homo Prospectus), 인간만이 예술과 같은 창조적 작업에 몰두한다는 사실을 내세워 창조하는 인간(Homo Creatura), 인간만이 놀이에 몰두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이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 '인공지능시대'더 이상 '인간만'이라 규정할수 없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시대에 이런 말들은 더 이상 인간만을 가리키는 규정일 수 없게 되었다. 가령 흔히 목격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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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칼럼] 동시에 피는 봄꽃이 두렵다! 지면기사
올해는 유난히 봄꽃이 한꺼번에 개화하였다. 보통 삼월 초가 되면 남녘으로부터 매화, 산수유 등이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오고, 여러 곳에서 꽃맞이 축제를 연다. 매화가 지면 복사꽃, 개나리, 목련, 진달래, 제비꽃, 민들레, 벚꽃이 핀다. 그다음에 라일락, 영산홍, 황매화 등이 피어난다. 그런데 올봄에 봄꽃은 꽃피는 순서를 잃은 듯이 한꺼번에 피어나고 개화 시기도 빨라졌다. 동네 공원에 매화, 개나리, 민들레가 먼저 피어나더니 곧이어 목련, 진달래, 벚꽃이 동시에 피어났다. 벚꽃이 지자마자 라일락이 꽃을 피우고 황매화와 영산홍의 꽃봉오리가 터지기 직전이다. 기온 상승에 따라 봄꽃의 북상 속도가 결정된다. 개나리는 보통 하루에 약 30㎞의 속도로 북상한다. 올해 꽃의 북상 속도는 거의 예측하기 어려웠다. 많은 꽃이 짧은 시간 내에 한꺼번에 피니 보기에는 좋지만, 과학자들은 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지구온난화 간접 증거 '기후 교란'환경 스트레스, 식물·곤충 위협에너지·산업부문 탄소배출 줄여야 누려왔던 '편리함' 우리의 목 조여미래세대 위해 기성세대 행동할때 기후 스트레스가 재앙을 몰고 올 것이다!꽃이 한꺼번에 피는 현상은 지구온난화의 간접적인 증거이다. 현재와 같은 기후 교란이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평균 기온의 지속적인 상승은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많은 꽃이 일시에 피어나면서 식물과 매개 곤충 사이의 호혜적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화분매개곤충인 꿀벌, 꽃등에과의 곤충, 나비 등은 자신이 선호하는 꽃의 개화에 따라서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 꽃 피는 식물의 약 80%는 화분 매개 곤충에 의존한다. 사람이 먹는 곡물의 약 75%는 곤충의 수분 매개로 열매를 맺는다. 2022년에 기상청이 예측한 시나리오 중, 현재와 같은 수준의 탄소 배출이 유지되는 고 탄소 배출 시나리오를 따르면 봄꽃 개화 시기는 금세기 말에 23~27일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한다. 거의 한 달 정도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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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윤석열 대통령과 중부권 대망론 지면기사
찰나 같은 순간이었지만 '경기·인천'이 지역분할 정치구도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때가 있었다. '중부권 대망론'. 이한동이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며 전면에 내세운 정치 슬로건이다. 합리적인 중도 민심지대인 수도권과 충청권이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하자는 선언을, 언론은 정권 쟁탈전을 초월한 정치 교체론으로 해석했다.87체제 이후의 정치 지형은 지역패권들의 충돌로 얼룩졌다. 보수와 진보가 영남과 호남을,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부산·경남과 광주·전남과 대전·충청을 분할지배하는 지역패권은 철옹성에 버금갔다. 선거 공식은 간단했다. 지역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임자 없는 경기·인천에서 땅따먹기로 승부를 봤다. 13대 때부터 개방적인 수도권에 타향받이 정치신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3김의 공천은 그만큼 힘이 셌다.중부권 대망론은 이런 정치판을 뒤엎자는 도발이었다. 해공 신익희 이후 모처럼 등장한 경기도 출신 전국구 정치거물 이한동의 주장이라 무게가 실렸다. 3김의 추천으로 시나브로 경기·인천에 스며든 타향받이들에 위협받던 토박이 경·인지역 국회의원 상당수가 뒤를 받쳤다.결과적으로 이한동의 중부권 대망론은 도전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도발로 끝났다.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이 승리했다. 이한동은 논산 출신 경기도지사 이인제에게도 뒤져 3위에 그쳤다. 3김의 지역패권은 강력했고, 이한동과 경·인 정치권의 정치력과 대중성은 판을 잠시 흔들 정도였지, 뒤엎기엔 역부족이었다. 국힘 '내부혁신 포기' 고립 상쇄 기회 날려민주도 비정상적인 이재명 지배 체제 강화 중부권 대망론이 지역패권 정치의 장막 속으로 사라진지 26년이 지났다. 중부권 대망론을 압도할 정치 교체의 기회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다. 서울내기 윤석열은 통상적인 정치적 성장 과정을 생략한 채 대통령이 됐다. 보수의 박근혜에 대들고 진보의 문재인을 거부한 검사 경력이 정치 자본의 전부였다. 대중은 그 소박한 자본에서 기성정치를 해체할 희망을 봤고, 때마침 보수 야당의 대선후보 씨가 말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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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대동법의 명재상 잠곡 김육 지면기사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겪은 뒤의 조선 후기는 나라도 가난했지만 백성들은 참으로 배가 고팠다. 가난한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배고픈 백성들을 배부르게 하는 일이 정치의 최대 책무였건만 주자학에 매몰되어 이(理)다 기(氣)다만 따지며 싸우던 유학자들은 나라와 백성을 구제하는 일에는 매우 등한시했다. 나라의 형편이 그러하던 시절, 1580년 16세기 후반에 태어나 17세기 중반인 1658년에 79세로 타계한 잠곡(潛谷) 김육(金堉)은 탁월한 경세가로서 대동법의 전국적인 시행으로 나라와 백성을 구제하자고 끈질기게 주장하여 그 일을 성공시킨 위인이었다.대동법은 조선 후기에 시행되었던 가장 합리적인 세법(稅法)이었다. 이 법은 토지 1결당 백미 12말을 납부하게 하는 세법으로 그간 공물 진상, 관수(官需), 쇄마(刷馬) 등 각종 명목으로 잡다하게 걷어들여 균등치 못한 조세를 형평하게 만든 제도였다. 이 제도는 김육이 착안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미 광해군 원년인 1608년 이원익·한백겸 등의 주장으로 경기도에서 시행을 시작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타지역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광해군 시절 벼슬하지 않고 경기도 가평에 은거하면서 10년 동안 농사를 짓던 김육이 인조반정 이후 나라의 부름을 받고 조정으로 들어왔고, 1624년 45세의 나이로 문과에 급제하여 본격적으로 벼슬을 시작하면서 대동법 확대 시행을 간곡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44세에 인조반정으로 벼슬길 올라탁월한 경세가로 백성 구제하자고'대동법 전국 시행' 성공시킨 위인 김육은 어떤 사람인가. 1580년 한양에서 청풍김씨의 대표적 인물인 기묘명현 동천 김식(金湜)의 현손(玄孫: 고손자)으로 태어났다. 일찍 아버지가 타계하자 참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이곳저곳으로 옮겨 살면서 학문에 전념하였다. 율곡 이이·우계 성혼의 학문 전통을 이어받아 김상용·김상헌 등과 가까이 지내면서 과거시험에 열중했다. 13세에 임진왜란을 겪고 1604년 25세로 소과에 급제하여 성균관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학문을 연구했으나 그때는 광해군 시절이어서 벼슬할 뜻을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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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수 칼럼] 인천, 세계 초일류도시로 거듭나려면 지면기사
새해 벽두부터 인천은 재외동포청 유치와 '1천만 인천시민의 시대'를 열고자 온 시민이 동분서주 중이다. 민선 8기의 핵심 공약인 '제물포 르네상스와 뉴홍콩시티 사업'에 실제력을 제고하고자 갖은 노력을 다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달 15일엔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뉴 글로벌시티 인천'으로 일자리와 돈의 환류, 사람의 왕래가 차고 넘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초일류도시로 거듭나길 바라며, 시장을 필두로 직원 모두가 온 힘을 다해 매진하는 것 같다.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룬 인천 내항에 옛 제물포와 주변 원도심 지역을 관광과 문화, 지역 활성화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지리적으로 도심의 오지였던 항만과 발전기능이 상당기간 쇠퇴하면서 균형발전이 더딘 곳에 새로운 변화와 고도의 혁신이 필요하다.이의 실현을 위해 내항 일대 182만㎡의 소유권을 가진 해양수산부와 함께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인천시는 문화적 유산이 있는 내항 일대를 문화와 관광·역사가 어우러지는 다양한 복합공간으로 만들고, 인천을 상징하는 주요 시설과 성장잠재력이 충분한 사업을 유치해 신성장동력으로 성장의 균형을 이루는 것도 원도심을 살리는 길이다. 이 사업을 실제화하는 데엔 제 여건과 현장의 특성을 잘 고려하여 비전과 목표, 각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추진전략을 제시해 지역 특화 발전을 도모하면서 인천 전 지역의 조화와 균형된 발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제물포 르네상스, 문화·산업·관광어우러진 사람중심 원도심 구현 한편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는 송도와 청라, 영종 등 경제자유구역을 비롯 강화나 옹진군, 인천 내항을 거점으로 전역을 연계해 최첨단 미래산업, 그린산업, 물류와 관광, 항공과 금융의 허브 도시로, 여기에다 미래 첨단전략을 담아 실행하는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시대 변화에 차원을 달리하는 전략적 대응과 인프라, 잠재력의 극대화로 인천을 홍콩 그 이상의 뉴 글로벌시티로 변모시켜 장차 강화도 남단을 비롯 '인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