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이재우 칼럼] 싸구려 대학교육이 나라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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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싸구려 대학교육이 나라를 망친다 지면기사

    등교 시간에 인천 송도국제도시 채드윅 국제학교 옆을 지날 때면 노란색 스쿨버스가 줄줄이 학교로 들어간다. 또한 자가용으로 학생을 등교시키는 차들 때문에 학교 근처는 항상 혼잡하다. 채드윅 국제학교는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으며 7만여㎡의 넓은 대지에 인조 축구장과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독특한 외관이 마치 외국의 대학교 같다. 높은 담이 사방을 막고 있으며, CDD 카메라가 24시간 경비를 하고 있어서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는 철옹성이다. 채드윅 국제학교 고등학교 학비는 연간 4천476만원이다. 학비에는 스쿨버스비나 기숙사비가 제외되어 있다. 학비, 부대비용, 학원비 등을 합하면 연간 5천만원이 훌쩍 넘을 것이다.2023년 QS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100위권에 6개 대학이 들어 있는데, 인구 약 740만명의 홍콩은 5개 대학이 들어 있다. 100위권에 든 우리나라 대학은 국가로부터 예산을 받는 대학이나 적립금이 수천억원인 사립대학들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은 국제 경쟁력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4년간 대학등록금의 동결 때문이다. 2009년부터 대학등록금 동결 정책과 함께 국가장학금 제도가 시행되었다. 대학등록금 동결조치는 국립대학교보다 사립대학교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다. 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사립대학교의 연간 등록금은 약 720만원 정도이다. 대학 평균 등록금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41만6천원 정도이다. 그런데 이 등록금은 지난 14년간 한 번도 인상된 적이 없는 금액이고, 14년간의 평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등록금은 2009년 대비 무려 28%나 감소하였다. 대학등록금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한 달에 내는 수학이나 영어 과목의 학원비보다 더 싸고, 국제학교 등록금의 16% 수준이다.月 환산 등록금 41만원 14년째 동결각종 국책사업비 상위권에 '집중'중하위권 사립·지방대 '고사 위기' 사립대학교의 싼 등록금에 더해서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각종 연구비,

  • [윤인수 칼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정치교체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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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정치교체 행보 지면기사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페이스북 발언이 심상치 않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현실 정치를 도발한다. 지난 연말 여야가 합의한 새해 예산안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지역화폐 예산 축소를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자 방한복 벗기는 일"이라 했다. "법인세 1%p 감세로 투자를 늘린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새해 예산을 "정치적 흥정으로 민생예산과 정치예산을 주고 받은 합의"라며 "부끄럽다"고 여야 모두를 돌려찼다.연초엔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검토', 국회의장의 '선거법 개정 방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바로 '우리 정치의 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이 단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김 지사의 현안 참여 발언은 당과 진영과 정파의 경계를 넘나든다. 핼러윈 참사에 책임져야 할 윤석열과 중대선거구제 정치개혁을 강조한 윤석열을 구분한다. 비판과 지지의 기준은 '김동연', '김동연 다움'이다. 실체는 여야를 초월해 인정받은 합리적이고 통섭적인 인품과 업적이다. 지난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는 이재명이 아니라 김동연"이라고 독립선언한 이유가 새해 들어 뚜렷해졌다. 정치를 시작한 이유, 김 지사는 정치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대통령 상대 거친 비판·흔쾌한 지지 '각인'정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확대 밀어붙여 청신호가 켜졌고 김 지사만의 정치 교차로가 열렸다. 친정인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의 공간이 위축됐고, 집권 2년 차 윤석열 대통령은 독단적 정치력의 한계를 의심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극렬 지지층이 떠받드는 특권 정치의 세습 구조에 머물러 있다. 정치판을 싹 갈아엎어야 한다는 민심의 열망은 유효하고 더욱 간절해졌다. 정치교체가 김 지사만의 꿈이 아니라 대중의 염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래도 진영과 정파의 대안 1, 2, 3의 하나로는 정치교체의 주역으로 서기 힘들다. 대중은, 무정파 중도 대중은 위대한 조정자를 원한다. 상식과 이성으로 비판과 지지를 융합하는 조정자, 정치혐오 대중이 꿈꾸

  • [박석무 칼럼] 춥지 않게 겨울을 보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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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춥지 않게 겨울을 보내려면 지면기사

    이제 1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겨울 추위는 아직도 한창이다. 봄이 선다는 입춘에도 장독이 깨질 추위가 있고 대동강 얼음이 녹는다는 우수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동안 모두들 잘 견뎌왔는데 남은 추위도 이겨내려면 여러 가지 지혜를 동원해야만 한다. 그래서 남은 추위를 춥지 않게 보내기 위해 위대한 실학자이자 대사상가였던 다산 정약용의 지혜를 빌려보자. 다산이 오랫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높은 지혜를 고향의 아들들에게 편지로 전해 주었다.고향에 있는 아들들 말고도 흑산도에서 귀양 살던 정약전 형님, 많은 제자들에게 보낸 글까지 합하여 한문으로 된 글을 한글로 번역하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제목으로 편역하였다. 어느 편지인들 의미 깊고 훌륭한 지혜로 가득차 있지만, 특별히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는 폐족에 처한 아들들이 낙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희망과 용기를 지니고 학문에 힘쓰라는 간절한 부정(父情)이 넘쳐흘러 우리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반드시 이웃들의 생활에 관심을 기울여 모두가 따뜻하게 살아가도록 이웃을 도와주라는 이야기는 추운 겨울을 이기는 훈훈한 인정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남 도와줄땐 절대 대가 바라지 말고어려운 사람은 그냥 도와줘야 한다 '여러 날 밥을 끓이지 못하는 일가들이 있을 텐데, 너희는 쌀되라도 퍼다가 굶주림을 면하게 해주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눈이 쌓여 추위에 쓰러져 있는 집에는 장작개비라도 나눠주며 따뜻하게 해주고, 병들어 약을 먹어야 할 사람들에게 한 푼이라도 쪼개서 약을 지어줘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이 있는 집에는 때때로 찾아가 무릎을 꿇고 모시어 따뜻하고 공손한 마음으로 공경히 대해야 하고, 우환(憂患)이 있는 집에 가서는 근심스러운 얼굴빛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 고통을 나누고 잘 처리할 방법을 함께 의논해야 할 것인데, 너희들은 잘들 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答兩兒) 좋은 일, 착한 일을 넌지시 권하는 아버지의 뜻이 너무나 간절하고 다정스럽다. 이렇게

  • [김헌수 칼럼] 법인세 인하가 초부자 감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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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수 칼럼] 법인세 인하가 초부자 감세인가 지면기사

    계묘년 토끼해의 희망찬 새해 모두가 건강과 무탈한 한해를 소망합니다. 지난달 모 일간지에 '빅테크 천국 대만, 규제 묶인 韓 제쳤다', '中企 회생보다 차라리 파산'이라는 기사가 연초부터 우리 경제에 3고(高) 고금리·고물가와 고환율, 3고(苦) 물가와 금리, 원화 고통 등으로 중소기업은 돈맥경화의 직격탄에 연쇄도산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다. 기업에 경쟁력을 높여줘야 청년세대들도 어깨를 펼텐데 대의기관인 국회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심히 우려스럽다.세밑까지 2023년도 예산안을 놓고 이태원 국조 개문발차니 샅바싸움을 하는 사이 쟁점으로 부각된 것이 법인세율 인하 문제였다. 여당에선 그나마 현 25%를 22%로 축소를 주장한 반면, 야당에선 대기업만 혜택을 받는 '초부자 감세'라며 맞서다가 결국에 24% 찔끔 인하했다. 이웃 대만의 차이잉원 정부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대기업을 육성하고 우리를 빠르게 앞지르며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TSMC 등 간판 기업에 대대적인 세제와 투자 지원으로 산업구조를 중소기업에서 오히려 대기업 위주로 재편한다는 소식을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된다. 대만·싱가포르 등 법인세율 낮추며'큰 IT기업 유치 몸부림' 국회 아는지겨우 '1% 인하' 경기살리기 역부족 저 역시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을 장려해 기업의 생태계를 중소기업 위주로 산업정책을 추진해 가는 것을 원한다. 이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도 경쟁력과 자생력이 생겨 당면과제에 잘 대처할 것이고 따라서 독일의 예처럼 중소기업 우선 주의자이나, 전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돼 엄청난 위기가 닥쳐오는 이러한 경우에는 국가경쟁력의 정책방향을 선 고려해야 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특히 빅테크 기업에 원만한 규제를 다 풀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마다 큰 IT기업을 유치하려 몸부림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회에서 아는지 모르는지. 시장조사 결과에 빅테크 기업인 구글 코리아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는 고작 200여 명에 불과한데, 구글 타이완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는 10배가 차이나는 2천여 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다. MS는

  • [방민호 칼럼] 아버지와 병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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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 아버지와 병실에서 지면기사

    한밤이다. 병실의 아버지 옆에 누워 옛날 영화를 찾는다. 기억에, 아역배우 김정훈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수술실인지에서 나왔다. 머리에 하얀 붕대를 쓰고 목 아래는 무슨 흰 상자 같은 것에 싸여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었던가, '정훈이'는 부모와 떨어져 껌팔이도 하고 있었다.세상이 좋다. 뭐든 검색을 하면 나온다. 몇 번 찾다가 못 찾은 것을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금방 찾았다. 1970년에 상영한 '미워도 다시 한 번 3'이다. 관객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두 번, 세 번, 네 번을 거듭해서 제작했다. 지금 아버지 계신 병원의 의사가 되어 있는 첫째 동생이 이 영화를 보면서 엉엉 울었다. 일곱 살 적에 살던 공주, 스크린에 비가 내리는 공주극장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들까지 함께 본 영화였다.김정훈의 극중 이름은 영신이었다. 극중 신호로 분한 신영균은 시골에 아내가 있으면서 서울에서 사업하다 혜영(문희)과의 사이에 영신을 낳게 된다. 혜영은 영신을 신호 부부에게 맡기지만 우여곡절 끝에 영신을 데리고 바닷가로 내려가 혼자 키운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미워도 다시 한 번'이다.세 번째 시리즈에 오면 혜영은 재일교포와 결혼해 일본으로 떠난다. 영신은 신호의 부부에게 맡겨진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영신은 집을 뛰쳐나가 헤매다 범죄를 일삼는 조직에 잡혀가고 만다. 어렸을 적 내 뇌리에 깊이 박힌 장면은 그러던 영신이 교통사고를 당한 대목이다.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가슴이 아프다. 나는 현재에 살고 있지만, 옛날 사람처럼 옛날에 살고 있다. 삶 마지막 고비 넘고 계신 위태로움나는 요즘 정치 신경 쓸 여유없지만 아버지는 병원에 다시 입원해서 두 달 넘으셨다. 작년에 대장암 수술을 받으시고 누워서만 지내시다 요관암으로 시술까지 받으셨다. 한국 나이로 아흔 살, 삶의 마지막 고비를 넘고 계신다. 십수 년 전에 발견된 위암과 신장암에 이어 네 개째의 암이요,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이다.코로나 이후에 병원에서는 환자 옆에 오로지 한 사람만 있을 수 있게 한다. 가족인 보호자든 간병인이든 한 사람만

  • [윤상철 칼럼] 실용적 권위주의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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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철 칼럼] 실용적 권위주의로의 회귀? 지면기사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16일 만에 종료되었다.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후속 파업들의 여진은 남아있지만 대중들의 냉랭한 시선과 더불어민주당의 동요와 퇴각 속에서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노란봉투법' 개정이 불투명해지고 '불법적'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압력이 현실화되면서 노동조합의 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 있다. 화물연대의 요구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품목 확대'였지만 관련 사안들이 두루 당사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경제가 처할 물류대란을 우려하는 여론은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민주화 이후의 역대 정부들은 다원민주주의 하에서 목소리가 큰 사회집단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여 미봉적 해결을 취했던 데 반해, 현 정부는 '공정과 상식' 그리고 법치의 이름으로 이에 전면 대치하는 방식을 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면을 보면, 지탱가능한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부드러운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실용적 권위주의'로 이행하는 양상이다. 과거에 '유신체제'와 '관료적 권위주의'를 만들어냈던 한국의 국가가 '포퓰리즘적 민주주의'로는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시도는 대통령탄핵으로 붕괴하였지만 문재인 정권의 정책적 난맥상은 '비효율적 민주주의'로 전락하고 말았다. 민주주의체제, 정치·경제조직 동반한쪽 파국땐 전체 사회 붕괴 이어져국가공격에 포퓰리즘 지속 불가능 민주주의체제는 자원분배를 둘러싼 국가 성원 간의 전쟁을 선거로 대체하는 체제이다. 역사적인 민주화 이행의 과정을 보면 전제적 권위주의적 정치권력이 물리적 폭력을 통한 지배를 포기하는 한편, 저항적 피지배세력 역시 대중동원을 통한 정치적 폭동을 자제하면서 선거를 통한 정치권력의 장악과 교체를 수용하는 거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에 가능해진다. 이 과정을 통하여 사회경제적 자원의 정치적 분배 및 재분배가 자연스럽게 조정된다. 민주화 이행의 초기에는 정치적 목소리의 공간을 넓혀주기만 해도 충분했던

  • [윤인수 칼럼] 여의도 문법과 법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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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여의도 문법과 법치 문법 지면기사

    문법도 법인데 시대에 맞게 수정되고 진화할망정 여러 문법을 둘 수 없다. 여의도 문법이 따로 있을 리 만무하다. 정치1번지 여의도 정치인들이 구사하는 언어 습관과 관행을 문법에 비유한 표현이자 국민의 정치 신뢰도에 대한 은유이다. 언어의 품격은 사람과 집단에 의해 결정된다. 여의도 문법은 국민의 정치 신뢰도에 따라 존중과 경멸로 용례가 엇갈린다.불행하게도 최근 회자되는 여의도 문법은 경멸적인 정치행태를 은유한다. 정략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을 사실로 주장한다. 진실이 드러나도 반성은 물론 사과도 없다. 맥락 없는 가정과 과장으로 지지 진영을 선동하고 상대 진영을 모욕한다. 제1야당 덕분(?)에 대중은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여의도 문법의 실체를 알게 됐다.거짓 사실로 주장 진실 드러나도 사과없어김의겸·장경태 구사한 문법 기초는 적대감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저 혼자 '청담동 술자리'라는 가상공간에 갇혀 존체를 상했다. 한 여인이 늦은 귀가를 변명하려 지어낸 가상공간이었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굴지의 로펌 변호사 30여명을 가두기엔 너무 허접했다. 아무도 안 믿을 일을 저 혼자 믿었다. 이태원 참사 추모 영상을 켜두고 떡볶이 먹방을 벌인 유튜버들과의 협업, 결과는 참담했다. 김의겸은 여인의 자백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윤석열 대통령 등"에게 "유감"을 표했다. 유감(遺憾)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다시 같은 질문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과도 아닌 가정법 유감 표명에, 피해 당사자인 한동훈 법무장관은 '등'으로 퉁쳤고, 반복적 가해 의지를 덧붙였다. 김의겸의 여의도 문법이 국문법을 쓰레기통에 처박았다.장경태 의원은 대통령 부인을 겨냥한 '빈곤 포르노'와 '조명 촬영' 사이에서 맥락 없이 헤매다 해외에 언론사를 창간(?)했다. 사과는 없다. 김의겸과 장경태가 구사한 여의도 문법의 기초는 적대감이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사법적 압박을 정권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진영이

  • [전호근 칼럼] 말(言)과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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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말(言)과 신자유주의 지면기사

    평소 출석을 부르지 않는 내가 그날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모두 불렀다. 2022년 10월31일 월요일, 15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저 참혹한 주말이 지난 뒤 처음으로 강의가 있던 날의 일이다. 중간시험이 막 끝난 뒤라서일까. 한눈에 보기에도 평소보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의 수가 적은 게 마음에 걸렸다. 대답 없는 몇몇 학생들에게 강의가 끝난 뒤 전화를 돌렸다. 반가운 목소리가 하나둘 들려온다. 다음날까지 수업에 오지 않았던 모든 학생의 안부를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도 잠깐, 곧바로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슬픔이 몰려왔고 책임져야 할 자들의 말 같지 않은 말을 듣고 분노가 치밀었다.말(言)이란 무엇일까? 또 말이 통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말을 뜻하는 한자 '언(言)'은 입(口)에서 나오는 음파(≡)가 위쪽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을 본뜬 글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입이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래에 있는 입(口)은 신분이 낮은 사람을 뜻한다. 그러니 말이 통한다는 것은 높은 사람의 말이 아래로 전달된다는 뜻이 아니라 낮은 사람의 말이 위에까지 전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래로 높은 사람의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란 없다.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의 말은 아무리 목소리를 낮게 하더라도 다 알아서 듣기 때문이다. 말, 낮은 사람 言 위까지 전달 의미권력자, 아랫사람 말 잘 듣지 않아 그런데 높은 사람의 말은 말(言)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명령(令)이기 때문이다. 명령을 뜻하는 한자 령(令)은 입(口)이 위쪽에 위치하고 아래에 사람이 엎드려 기는 모양(入)을 본뜬 글자다. 곧 아래에 있는 사람이 신분이 높은 사람이 하는 말에 복종하는 모양을 그린 글자가 령(令)자의 본뜻이다.명령, 곧 권력자의 말이 쉽게 전달되는 것은 그 말이 반드시 옳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의 하수인들이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때로 온몸을 던지며 죽음으로 항거해도 그들의 말은 세상에 반향을 일으키기

  • [이재우 칼럼] 시스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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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시스템 리스크 지면기사

    국내외적으로 큰 환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 2월24일 새벽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은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으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전쟁으로 세계 곡물 시장이 크게 교란되었으며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를 제한함으로써 올겨울에 서유럽이 큰 고통에 처할 수도 있다. 10월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158명의 숭고한 생명을 잃었다. 전쟁, 참사 등은 시대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세계화가 가속하면서 위기가 발생하면, 그 영향 범위가 광범위하게 넓어졌다. 2019년 12월31일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아직도 세계적 창궐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올겨울에도 대유행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회, 국가, 조직에서 위험이 발생하면 그 위험에 대응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왜 그럴까? 기업수준 사건 경제체제 전체 붕괴'크면 망하지 않는다' 부실 인지못해 크면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버려라!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편리한 도구, 초연결 사회에서 과도한 네트워크 의존은 사회 전체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는 경제학이나 금융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경제학에서 시스템 리스크는 기업 수준에서 발생한 사건이 산업 또는 경제 전체의 불안정성을 초래하여, 경제 체제 전체를 붕괴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표적인 시스템 리스크의 예이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의 금융회사에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켰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와 최대 금융 보험회사인 AIG가 결국 파산하였으며, 미국은 대규모 양적 완화정책으로 부실 금융회사들을 대규모로 구제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 시스템에서 증폭하고 있던 위험 신호를 금융회사도, 규제 당국도, 미국 정보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였다. 거대 금융회사들은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다(Too big to fail)'는 믿음으로 스스로의 부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그러한 부실이 쌓여서 금융 시스템 전체를

  • [박석무 칼럼] 광주(廣州)와 순암 안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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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광주(廣州)와 순암 안정복 지면기사

    "경기도는 실학의 도이다." 오래 전에 필자가 했던 말이다. "광주(廣州)는 실학의 본고장이다." 요즘 필자가 하는 말이다. 조선 후기 '실학'이라는 학문을 집대성한 학자가 다산 정약용이고 다산은 경기도 사람이어서 경기도는 실학의 도라고 했다. 경기도 중에서도 가장 크고 가장 넓어 으뜸 고을이라 칭송받던 광주에서는 실학의 대종(大宗) 성호 이익이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지금의 안산(安山)은 성호가 살던 시대에는 광주 고을에 속했던 곳이다. 그래서 모든 기록에 성호는 광주의 안산 출신이라고 되어 있다.그때도 광주이고 오늘도 광주인 곳에서 일생을 보낸 순암 안정복(1712~1791)은 토박이 광주 사람이었다. 성호의 직계 제자로 실학자 중에서도 역사학에 가장 큰 업적을 이룩한 순암은 대표적인 광주의 인물이다. 지금이야 남양주시로 편입된 조안면 능내리 다산의 고향은 다산 생존 당시에는 광주군이었으니, 조선 실학의 거장들이 살아갔던 곳이 바로 광주였으니, '광주는 실학의 본고장이다'가 옳은 말임에 분명하다. 성호·순암·다산이 광주 사람들이었으니, 광주라는 지역의 훌륭함을 말로 감히 표현할 길이 있겠는가. 문화와 학문의 고장임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탓할 방법이 없는 곳이다. 성호 역사학 이어받아 조선역사를과학·실증적으로 연구한 최초 학자 성호도 훌륭하고 다산도 훌륭하지만 순암 안정복 또한 두 분 못지않게 훌륭한 실학자였다. 순암의 문집이나 관계되는 글을 읽으면서 이런 큰 학자가 살았던 광주에 대한 부러움이 커서 순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순암은 숙종 38년(1712)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물론 선대의 고향은 광주였다. 어린 시절 조부를 따라 서울, 전라도, 울산 등지에서 살았지만 20대 초부터 광주 경안면(慶安面) 덕곡리(德谷里)의 선영 아래에 집을 짓고 영주하였다. '텃골'이 본래의 명칭인데 비슷한 '덕골'이라는 뜻으로 '덕곡'의 한자 표시를 했다고 전해진다. 정조 15년이던 1791년 80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순암은 덕곡에 '이택재(麗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