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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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저널리즘: 권력에게 질문하기 지면기사
은폐·회피·거짓말 하는 권력에 '물음'은그들의 부당함 무너뜨리는 '강력한 무기'물러난 인천경제구역청장의 속내 편지글'사퇴이유' 궁금증 풀어주는 언론은 없었다두 편의 저널리즘 영화가 있다. 2015년 같은 해에 미국에서 제작됐다. 실제 사건들을 소재로 했다. 캐스팅과 작품성이 빼어나지만 둘 다 한국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토마스 매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는 성공한 취재의 서사시다. 지난 2002년 가톨릭 보스턴 교구의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파헤친 미국 3대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취재와 보도 실화를 토대로 제작됐다. 지역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종교권력의 추악한 이면을 끈질긴 취재정신으로 파헤치고 들어가 마침내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는 이듬해 이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영화 제목도 그 팀의 이름을 땄다.반면 제임스 벤더빌트 감독의 첫 작품 '트루스(Truth)'는 실패한 취재의 회고록이다. 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미국 CBS 저널리스트 메리 메이프스의 회고록 '진실과 의무: 언론, 대통령, 그리고 권력의 특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아들 부시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CBS 탐사보도프로그램 '60분'은 간판앵커 댄 래더를 앞세워 부시의 병역비리 의혹을 보도하지만 오보 논란에 휘말리게 된다. 그 여파로 월터 크롱카이트의 후임으로서 24년 동안 'CBS 이브닝뉴스'를 이끌어온 댄 래더가 앵커직에서 물러나고, 메리를 비롯한 팀 전원이 해고된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보스턴 글로브의 새 편집장 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 분)은 현존하는 지역 최고권력인 추기경에게 말한다. "언론이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악한 교회권력을 추적하는 현장기자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러팔로 분)의 외침은 간명하다. "이걸 밝히지 않으면 그게 언론입니까?" 사과가 몇 개 썩었다고 사과 상자를 통째로 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며 조직적 은폐를 시도하는 권력의 속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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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아모르파티 지면기사
새시대 띄우는 일본정부 '또 한번 굴기' 갈구고단한 현대인, 삶 포기하는 사례 비일비재자본주의는 서민의 인간미 강퍅함으로 바꿔'자신의 운명 사랑하라' 니체의 당부 눈길일본정부가 새 시대를 맞이했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부친인 아키히토(明仁)에게서 왕위를 계승함에 따라 일세일원(一世一元)의 연호도 5월 1일부로 레이와(令和)로 바뀌었다. 일본인들은 신왕(新王) 즉위를 매우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 일왕은 통치는 하지 않지만 국가와 국민통합의 상징인 탓이다. 일본 재무성은 1만엔, 5천엔, 1천엔권 지폐 속 인물들을 모두 바꾸기로 했다. 2024년에 새로 선보일 1만엔권에는 '일본자본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시부자와 에이이치(澁鐸榮一, 1840~1931)를, 또 5천엔권에는 여성 교육 개척자인 쓰다 우메코(津田梅子, 1864~1929)를, 1천엔권에는 일본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 柴三郞, 1853~1931)를 각각 확정했다. 일본국민들은 또 한 번의 굴기( 起)를 갈구하고 있다. 주목되는 인물은 '논어와 주판'(1927)의 저자 시부자와 에이이치이다. 그는 한국 역사상 종이돈 속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물이다. 그의 초상은 1902년부터 일본 제일은행이 한국에서 발행하기 시작한 1엔, 5엔, 10엔짜리 3종의 은행권에 처음 등장했었는데 1세기만에 일본 최고액권에 다시 부활했다. 당시 제일은행 총재였던 시부자와는 한국의 일본 식민지화를 촉진한 핵심인물이자 일본에서 미즈호은행, 도쿄가스, 도쿄화재해상보험, 데이코쿠호텔, 도쿄증권거래소, 기린맥주, 치치부철도 등 500여 기업의 설립 및 경영을 주도했다. 그러나 메이지(1868~1912) 중기부터 다이쇼(大正, 1912~1926)에 걸쳐서 빈민가의 존재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됐다. 도쿄에는 이전부터 만넨초, 다니야, 시바 신모우초 등 빈민촌과 곳곳에 거지굴이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가난은 게으름 혹은 팔자로 치부된 때문이다. 그런데 공업화와 함께 도시빈민들의 숫자가 급속히 불어난 것이다.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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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정치적 감수성과 반응성이 승패 가른다 지면기사
촛불 집권세력, 수구야당 반정치 명분 제공 총선 1년 앞두고 기존 적대·증오정치 회귀진보유권자들의 '그자찍' 현실 될 수도 있어국민에 반응하지않는 정권 승리 장담 못해시민의 평등한 참여를 통한 정부의 대표성, 책임성, 반응성의 구현 여부는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르는 핵심 내용들이다. 적어도 민주주의에서 공적 영역의 국가기구는 시민, 즉 유권자를 대표해서 존재한다. 책임정치 개념은 공적기관들이 유권자의 지지, 요구에 반응하는 것과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와 다른 행동을 보일 때 정부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정치를 의미한다.민주주의는 선거권 확대를 위한 보통선거 쟁취의 역사이며 이는 대표성과 책임성의 원리를 정착시켜왔다. 이러한 대표성과 책임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반응성이다. 반응성은 집권을 위한 공적 약속, 즉 공약을 실천하고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주장에 민감하게 조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시민들의 요구와 여론에 부응하는 책임정부가 대표성, 책임성, 반응성을 담보한다고 할 수 있다.청와대는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보수야당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고 정국이 가파르게 대치하는 것 또한 정해진 한국정치의 수순이다. 한국당은 장외투쟁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자를 임명한 것 외에 청와대 인사라인 교체,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전환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도 장외투쟁의 명분이다.정책 사안을 국회에서 논의하지 않고 반대를 위해 장외로 나가는 것은 명백히 반의회주의적 행위다. 장외투쟁은 국가권력이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여 반대나 비판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때 약자와 소수자가 주권자의 민의에 의지하여 벌이는 독재시대 때의 정치적 시위의 형태다. 그러나 한국당의 장외집회는 어떠한 여건도 충족되지 않은 반대를 위한 반대다.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집권세력은 수구야당에게 반정치의 명분을 제공한 것만으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은 후보 임명에 반발하는 수단으로서 장외투쟁이 적절한가의 여부를 떠나 여권은 보수야당에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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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이해찬 대표의 '장기집권론' 지면기사
李 정치적 함의는 文정부 지속가능성 실현'총선목표 260석' 진보진영의 연속성 절실現 국정기조 지속성 보수견해 배제로 '흔들'가능성 적은 '장기집권'으로 달성할 일 아냐집권이 목적인 정치결사체인 모든 정당은 장기집권을 꿈꾼다. 정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려는 열망은 정상적이다. 그러나 민심은 웬만하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정 정치세력의 장기집권은 필연적으로 권력의 부패를 수반한다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일본 자민당의 독주와 독일 메르켈 총리의 14년 집권이 오히려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년, 100년 장기집권론을 강조할 때 여론은 그저 정당의 상식적 희망사항으로 여겨 특별하게 주목하지 않았다. 내년 총선 목표를 260석으로 밝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야당 등에서 집권여당의 오만이라며 날을 세워도 여론은 무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국정운영의 지향과 연관지어보면 이 대표의 장기집권론은 여권 내부의 절실한 목표가 된다.박근혜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국정을 독주했다. 탄핵 공동운명체인 자유한국당의 견제는 미미했고 신경 쓸 정도도 아니었다. 오히려 지방권력 마저 송두리째 여당으로 넘어왔다. 정부여당의 정치 평원은 확대됐고 여론의 지지는 독주의 촉매가 됐다.경제 분야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를 안착시켰다. 외교분야는 남북 공존 중심으로 재편했다. 한차례 공론조사로 원자력발전을 폐지했고, 검경의 적폐청산은 과거의 의혹들을 소환하고 있다. 대한항공 사주 가족은 멸문의 과정을 거쳐 회사 경영권을 잃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법관사회의 특정 서클 멤버들로 채웠다. 법관의 양심을 의심해서는 안되지만, 특정 서클 소속 법관들은 수시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적 지향을 공표해왔다.정부에 대한 언론환경도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수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 반박하고 싶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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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촉진자'의 딜레마 지면기사
한미정상회담 마친 文대통령 중재역 곤궁비핵화 협상 빅딜-스몰딜 美北간 큰 격차상호불신탓 합의내용 이행 논의 교착상태불이행땐 제재 복원 '스냅백' 장치 고민을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교착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카드는 보이지 않는다. 일괄타결의 빅딜을 선호하는 미국과 동시적 상응조치의 스몰딜을 내세우는 북한 간의 견해차를 좁히기 어려운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첨예할수록 중재자의 지위도 백척간두처럼 위태롭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야당 측의 회의적 주장도 '촉진자'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의 하나로 제시했다. 미국이 원하는 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북한에게 비핵화 검증의 명분을 제공한다면 교착 타개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제안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 와중에서 북한은 한국이 중재자를 자처하며 강대국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불만스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중재자는 머리 둘 곳 없이 늘 곤궁하다. 이해관계가 다른 갈등과 분쟁의 당사자들을 협상장으로 불러내 화해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양보 없는 타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할 뿐 먼저 양보하려 들지 않는다. 협상이 삐걱거리면 중재자가 편파적이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협상이 결렬되면 중재자는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된다.선택지가 좁아진다고 해서, 또 처지가 곤궁하다고 해서 중립적 지위로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비핵화 목표를 같이하며 북한을 상대하는 플레이어이며, 무엇보다 비핵화 협상의 과정과 결과에 긴밀하게 연계되어 추진되고 있는 남북교류의 마당에서도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닌 주역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협상의 진척과 평화체제의 확립은 민족의 생존 전략이며, 전쟁의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해방되어 공동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물론 교착상태가 2017년과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에 비할 바 아니며, 미국과 북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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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강화도미디어타운 촌장(村長) 지면기사
실력·인품까지 갖춘 류미례 다큐멘터리 감독올해 시청자 제안사업 공모 주민들 대거 참여다양한 구성원들 소화할 수 있는 내용 구성어우러져 잘사는 마을 '미디어가 한몫' 기대일을 하면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실력에 인품까지 갖췄다면 더욱 그렇다. 강화도에 사는 류미례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런 분이다. 강화 양도면에 집을 짓고 살면서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상미디어교육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생활형 '액티비스트(activist)'다. 실력은 '꽝'이면서 눈빛만 이글거리는 그런 활동가가 아니다. 온유함과 섬세함이, 세상을 기어코 뒤집어 놓고야 말겠다는 거친 결기를 단연 압도하는 그런 유(類)다. 처음부터 영상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는 한국사학을, 대학원에선 국제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영상제작을 접한 건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설립되기 전인 90년대 후반, 한 단체에서 시민영상제작교육을 받으면서부터다. 그 이후 다큐멘터리 제작과 교육이 본업이 됐다. 2004년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엄마…'라는 작품으로 '올해의 여성영화인' 상도 받은 실력파다. 류 감독은 2015년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센터가 의욕적으로 기획한 다큐멘터리제작 교육프로그램 '열 번 만에 다큐멘터리 만들기'의 주 강사를 맡았다. 이듬해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두다Q'의 교육을 담당했다. 재작년에는 강화지역에서 두 개의 프로그램을 센터와 함께 진행했다. '함께 만드는 영상교실'은 강화지역에 사는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영상제작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강화의 청년영농인과 어르신들이 함께 영상미디어를 이해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교육도 진행했다. 현지의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올해 류 감독이 뿌린 씨앗이 제대로 열매를 맺었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해마다 시민이 직접 미디어교육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채택되면 필요한 예산과 시설·장비를 센터가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벌인다. '열린 센터'를 기치로 시행하는 '시청자제안사업'이다. 그런데 올해는 강화지역 주민들이 대거 공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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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연고(緣故)자본주의 시대 지면기사
정치인 자녀들 KT 특혜채용 의혹 일파만파신임교수·민간기업 선발도 부친 직업 강요기회균등·공정경쟁 흔들려 '상대적 박탈감''개천의 용' 사라진 한국사회 선진화 걸림돌중견 영화배우 김광규가 좋다. 비록 대머리이나 준수한 외모에다 맛깔스런 조연 역할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천명에도 혼밥족 신세를 못(?) 면하는 서민적 풍모에도 연민이 느껴진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부지 뭐 하시노?"는 압권이다. 2001년에 개봉된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에서 담임 선생님이 제자인 동수와 준석의 뺨을 비틀며 걱정하는 장면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뇌리에 명대사로 각인되어 있다.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딸의 특혜채용 의혹으로 불거진 KT 채용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같은 당의 황교안 대표와 정갑윤 의원의 아들들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터에 KT노조가 친박 핵심실세였던 홍문종 의원도 채용비리에 연루되어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 위원장이던 홍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과 측근 등 4명에 대해 부정 취업청탁을 했단다.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나 '강원랜드 채용비리'의 판박이란 느낌이다.공기업의 채용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취업빙하기에 견줄 만큼 갈수록 젊은이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는 판에 고임금에다 종신고용이 보장되는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인 탓이다. 공기업 내에 만연한 보신(保身) 문화는 점입가경이다. 주인 없는 조직이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풍지 확보가 필수적인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사례가 상징적이다. 부정청탁이 의심되는 직원 한명의 입사서류 성명 칸 옆에 괄호가 쳐지고 그 속에 부모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다.모 지방대학의 신임교수 채용서류는 더 노골적이다. 인터넷으로만 접수 받는 취업지원서에 지원자의 부친 이름과 직업을 적는 난이 있는데 부친의 관련사항을 제대로 기입하지 않으면 입력되지 않아 서류접수가 불가능하다. 30대 이상의 최고 지성인들한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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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퇴행과 적대의 정치 지면기사
경제·취업난·소득격차·반동 수구 정치…당정, 촛불집권 3년차 시민참여 유도 실패4·3보선 결과로 정당들 혁신 계기 될지 관건한국당 '의식 변화'·민주당 '재개혁' 시급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촛불민심의 건재가 확인됐다. 시민들의 현 정부에 거는 개혁과 혁신에 대한 기대가 표심으로 나타난 결과다. 그리고 10개월 만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지리멸렬하던 제1야당의 지지자들이 집결하는 양상이다. 촛불민심의 지지를 확인한 이후 집권세력은 개혁동력을 모으지 못했다. 그리고 집권 3년 차를 맞이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취업난은 심화되고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반사회적 범죄와 부패는 금도를 넘어섰다. 반동과 수구의 정치, 그게 지금의 한국정치다. 청와대와 민주당 등 집권연합은 촛불에 의해 집권했음에도 개혁 담론을 공론화하여 시민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하고 있다. 시민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고, 정치적 활성화는 사라졌다. 민주당은 손혜원·서영교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의 의혹들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고, 산하 공공기관 인사에서도 지난 정권들과 차별화된 행태를 보이지 못했다. 압도적으로 민주당에 향했던 도덕적 우위와 정치적 명분을 스스로 포기하고,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으로서의 자율성도 찾을 수 없다. 이는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범진보진영의 연대를 통한 개혁입법은 임기 초반의 높은 지지율에 도취되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에 20년 집권론, 100년 집권론 등 오만한 행태가 똬리를 틀었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재를 입증하듯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되는 의혹 역시 지난 정권과 차이가 없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지도부는 이념적 편향을 통해 지지세를 결집하고 있다. 당 대표 스스로가 탄핵을 부정하고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하는 등 반헌법, 반민주, 반역사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태블릿PC가 조작됐다면 이에 기반해 헌법 절차와 국민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졌던 탄핵은 반헌법적인 폭거가 아닐 수 없다.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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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내재적 관점으로 우리 내부부터 화해하자 지면기사
보수·진보 대립 '재생불능 과정' 진입 중이념적 내분 친일·친북 굳어질까 두려워'역사적 정의' 수정- '의심' 내려놓길국민 갈라 놓으면 정권탈환이 무슨 소용김영삼 정부부터 계산하면 보수와 진보 진영의 교차집권 기간이 26년이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진영은 각각 3명의 대통령을 세웠다. 우리 현대사의 압축성을 고려하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진영이 이념적 소통과 현실적 공존을 모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재생불능의 화석화 과정에 진입 중이다. 대립의 양상이 정치이익을 실현하려는 정당들의 정략적 기획 수준을 넘었다.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로 개인무장한 대중들의 전면적 대치로 확산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정당들은 '국민'을 강조하지만, 국민은 보수적 시민과 진보적 대중으로 분리 중이다.보수와 진보 진영이 서로를 인식하는 관점은 식민공간과 분단공간을 통해 고착됐다.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을 바라보는 시선엔 '친일(親日)' 세력에 대한 혐오가 있다. 친일 세력의 후예들이 해방공간의 혼란을 틈타 보수의 가면을 쓰고 역사적 정의를 훼손하고 왜곡한 것도 모자라 온갖 적폐를 누적해왔다고 본다.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인식하는 관점은 점잖게는 '친북', 거칠게는 '종북(從北)이다. 분단공간에서 진보 진영의 민주화 운동이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에 오염됐다고 강하게 의심한다.상대를 향한 두 진영의 혐오와 의심은 올해 들어 거대하게 폭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는 일제의 용어라고 규정하고 청산해야 할 친일잔재라고 밝혔다. 진보 진영을 친북, 종북으로 의심하는 보수 진영을 친일 잔재 세력으로 지칭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친일잔재 청산의 대상은 현상이 아니라 세력이 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기사 인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을 언급했다. 인용이라지만 해당 기사에 동의하는 진의는 모두가 안다. 연설에서 현 정부를 '좌파정권'으로 지칭했을 때 '좌(左)'에 담긴 중의적 의미 또한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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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현실과 예술적 비전 지면기사
신동엽 시인이 꿈꾼 '한반도 전역 비무장화' 이종구 화백이 예측한 '남북정상 백두산 산행'하노이회담 '결렬'로 평화기반 실현안됐지만역사는 비관론자보다 낙관주의자 편일 수도지난해 6월 1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방안이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논의되었다. 이 회담에서 또 비무장지대 내 지뢰제거, 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 및 중화기 철수,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화 방안 등도 논의되었다. 남북의 군인들이 비무장 지대를 확대하자는 제안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취해지는 조치들에서 언젠가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이 역력하다. 신동엽 시인이 50여 년 전 쓴 시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 밤은'도 그 기시감의 실체 중의 하나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무장화를 꿈꾼 시인의 노래에는 비무장지대의 총부리와 탱크가 뒤로 돌아 완충지대가 팽창되다가 마침내 한반도 전역이 평화로운 비무장지대로 바뀌는 장면이 담겨 있다. 목하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인 '군사합의서' 이행 중이다. 11월 1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연습 중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과 강원도 철원 일대의 지뢰제거작업 개시, 서해 일대의 해상완충구역 설정과 해안포사격 중지와 해안포 포문 폐쇄조치 등이 실행되었다. 시인의 상상, 취기 어린 몽상의 실현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신동엽 시인이 '술을 많이…'을 쓴 1968년은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때이다. 그해 1월 21일, 김신조 등 북한정찰국 소속 무장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1·21 사태'가 발생했다. 일주일 뒤인 1월 23일에는 미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Pueblo號)가 북한 원산항 앞 공해상에서 북한으로 나포되고 83명의 미해군이 북한에 억류되는 사건까지 벌어져, 남북 간 그리고 미북 간의 갈등 때문에 한반도는 또 다른 열전으로 비화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었을 때였다. 비무장지대 확대로 이 땅이 평화지대로 바뀌는 상상도는 전쟁 발발까지 상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