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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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우측통행은 약속이다 지면기사
횡단보도 '우측통행' 2010년 7월부터 시행8년 지났지만 여전히 뒤섞여 '무질서 보행'사회가 필요로 한 규칙 지켜져야 삶도 지속오늘도 걱정스러운 그 길 불안하게 걷는다좌측통행은 인류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보행방식이었다. 1998년 영국에서 로마제국의 채석장을 발견했는데 도로의 왼쪽이 오른쪽보다 더 꺼져있었다. 반출하는 돌의 하중이 길 왼쪽에 집중된 결과라고 학자들은 결론을 내렸다. 이유야 모르겠지만 인류의 85∼90%는 오른손잡이다. 중세 봉건시대라고 다를 리 없었겠다. 오른손잡이 기사(knight)는 몸의 왼쪽에 칼집을 찬다. 말 등에 오를 때에도 왼쪽이 훨씬 편하다. 오른쪽에서 오르려면 긴 칼집이 거추장스러웠을 것이다. 말안장에 앉아서도 적의 왼쪽에 서야 오른손으로 잡은 칼을 최단거리에서 휘둘러 적을 제압할 수 있다. 에도시대 일본의 사무라이들 역시 좁은 길에서 자존심의 상징인 칼이 서로 부딪치는 걸 피하려면 칼집이 최대한 멀리 거리를 두게 되는 통행방식을 택해야 했다.인류의 3분의 2가 우측통행을 하게 된 것은 겨우 250년 전부터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와 미국에서 여러 필의 말이 끄는 커다란 마차가 농작물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그 대형마차엔 마부(teamster)가 앉는 자리가 따로 없었다. 마부들은 왼쪽 뒤편의 말에 올라탔다. 왼손으로 말고삐를 말아 쥐고 오른손에 쥔 채찍으로 말들을 조종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였다. 그 위치에서 맞은편 달려오는 마차의 바퀴와 내 마차바퀴가 충돌하는 '치명적 교통사고'를 피하려면 눈으로 직접 바퀴 사이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우측통행이 해결책이었다. 마침내 179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가 우측통행을 법으로 정했다. 프랑스에선 1789년 대혁명이 우측통행의 일대 계기가 됐다. 전통적으로 귀족은 길의 왼쪽, 평민은 오른쪽을 이용했다. 하지만 바스티유 감옥이 불타고 대혁명의 파고가 날로 높아지자 위협을 느낀 귀족들이 스스로 몸을 낮췄다. 평민들의 무리에 섞여 오른쪽으로 통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나폴레옹의 무력도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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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끓는 물속의 개구리 지면기사
전쟁 폐허서 '한강의 기적' 만든 한국인도전 엔진 멈추고 계산적 사업가만 넘쳐정당정치에 이데올로기 대신 도덕적 해이좌면우고의 '황금돼지 해' 되길 기대한다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의 돌연 사퇴 발표가 보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화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 62개 계열사의 자산총액이 10조8천400억원이며 매출액 9조740억원에 당기순이익 570억원의 창업 3대 대물림 재벌인데다 이 회장은 1996년에 총수직에 오른 이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도록 큰 무리 없이 경영을 해온 때문이다.특히 그가 20년 동안 공을 들여온 세계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가 결실을 맺고 있어 더 의아하다. 인보사는 지난해 국내 허가획득 이후 중국,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 제품 수출은 물론 지난달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먼디파마와 6천677억원의 기술수출 계약까지 체결했다. 4대강 사업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개연성이 큰 데다 고(故) 장자연 사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온다. 그러나 필자는 그의 회장직 퇴임사에 주목했다. 이제는 편히 쉬어도 흉이 될 것이 없는 이순(耳順)의 나이에 금수저를 내던지고 새로 창업에 도전하겠다니 말이다. 어떤 사업을, 어떻게 시작할지가 관건이나 만일 창업에 성공한다면 그는 국내 최고의 늦깎이 창업기업가로 기록될 것이다. 현재까지 가장 늦은 나이에 창업해서 성공한 사례는 고(故) 조홍제인데 그는 56세에 사업에 착수해서 효성그룹을 완성했다. 1996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잉크' 편집장이 경영학의 큰 스승인 피터 드러커에게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충만한 나라가 어디냐?"고 물었다. 드러커 교수는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이다. 40년 전만 해도 한국에는 어떤 산업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각국은 산업혁명 이후 200년 만에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것이다. 한국인의 성공신화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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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지지율 하락의 함의 지면기사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자영업자들 어려움상·하위 소득격차 더 벌어져 양극화 심각개혁 지체로 진보진영과의 대립구도 형성공직기강 해이 등… 대처 안하면 반전 없어내년엔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통합과 연대 등 정당구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개혁지향적 정당재편성을 결과할지, 보수·진보 양 극단의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통한 거대양당의 카르텔 체제로 귀결될지 알 수 없다. 정당재정렬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의 국회가 민심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20대 여소야대 국회는 촛불민심과 친화적이지 않다. 문재인 집권 1년 7개월이 지났으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의한 사법처리를 제외하고 사회구조적 혁신을 펼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한국정당체제는 집권당이 의석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여소야대 현상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는 대통령과 의회의 충돌로 인한 국정 교착을 야기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타개할 합의의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정당문화는 이를 더욱 강화시킨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들의 지지율 정체에 안주하여 개혁과 협치에 소극적이다. 임기 초 80%를 넘던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연 9주째 하락세다. 특기할 현상은 특정 계층, 지역에서는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서고,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높게 나오는 세대도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긍정과 부정 평가가 수렴한다는 사실은 집권 2년 차 시점에서 총체적인 국정 로드맵을 재설정하라는 강력한 경고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역대 정권의 경우 집권 측에 대한 피로감과 집권세력의 안이함 등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적신호를 간과한 결과는 임기 말 극심한 레임덕 현상이다. 국정 난조를 거쳐 임기 말 권력누수로 이어지는 한국정치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지율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보수적 관점에서는 일자리와 투자, 고용 등의 거시지표의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다른 관점의 분석도 가능하다. 통계청 발표 3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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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시대정신을 상실한 권력은 추악하다 지면기사
박정희의 '산업화'와 김대중의 '민주화'특별한 시공간 견인했던 남달랐던 리더십한국당 권력투쟁·여권 차기대권 예비 암투진로 잃은 '맹목적 정치' 대한민국 위기 본질현재 정치를 주도하는 세력들은 우리 현대사에 뚜렷했던 대립적인 시대정신에 기원을 두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다. 보수 정당은 산업화를 통해 이룬 경제적 성취를 성장판 삼아 오늘에 이르렀다. 진보 정당은 민주화 과정에서 획득한 우월적 도덕성에 발을 딛고 있다.산업화 시대의 주역은 박정희다. 그는 정변을 통해 장악한 독재권력으로 경제건설에 전력을 쏟았다. 집권 당시의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이었다. 정권의 슬로건은 '조국 근대화'였다. 말 장난일지 모르나, 당시 한국 경제는 당대의 현대화를 꿈 꾸기엔 근대화 수준에도 한참 모자랐다. 전부 맨땅에서 시작했다. 머리카락 부터 시작해 돈이 될만한 건 모조리 내다 팔았다. 무역의 시작이었다. 고속도로를 깔고 제철소를 짓고 조선소를 세웠다. 제조업의 출발이었다. 모든 일이 최초의 시도였다. 경제부흥의 신화와 에피소드는 바로 그 '최초'에서 잉태되고 탄생했다. 박정희는 민주주의를 유보했다. "민주주의도 경제건설의 토양 위에서만 자랄 수 있다"고 단언했다. 말대로 됐다. 경제성장은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욕망을 키웠다. 그 욕망이 분출하는 순간 그의 하수인은 그에게 권총을 발사했다.민주화 시대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김대중(DJ)은 어떤가. 그는 박정희가 유보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위해 저항했다. 그에게 민주주의는 결코 유보할 수 없는 가치였다. 목숨을 걸고 국가 권력 전체와 맞섰다. 현해탄에 수장될 뻔 했고, 망명의 설움을 삼켜야 했다. 박정희 사후 우여곡절을 거쳐 대통령이 된 DJ는 IMF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지금이라면 진보세력이 질색할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위기 극복의 수단으로 삼았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획득한 국민적 지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국제적인 리더십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아 국격을 높였다.대한민국의 오늘을 낳은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는 특별한 시공간이다. 그 시대를 견인한 '특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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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신사와 숙녀'의 종언 지면기사
유럽에선 관행적 인사말 사용하지 않기로우리나라 '성중립' 국제적 수준 크게 미달폭력으로 중단 퀴어축제 '성평등의식 민낯'소수자 배려하는 도시의 개방·관용성 필요'신사와 숙녀'라는 호명을 유럽의 지하철에서는 들을 수 없게 되었다. 행사나 연설을 시작할 때 관용적 인사말인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영국은 2017년 7월부터, 네덜란드는 2017년 12월부터 모든 열차와 역사 안내방송에서 승객들을 '신사 숙녀'라는 호칭 대신 '여행자(travelers, passengers)'로 바꾸어 쓰고 있다. 남자와 여자로만 나누는 기존의 성 구분이 성소수자를 소외시키고,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일반적으로 신사는 남자를 높여 부를 때나,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 바른 남자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서양이나 동양에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신사'는 교양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급이나 권세 있는 지방의 토호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새로 형성된 중산층 계급인 젠트리(gentry)가 영국 신사의 어원이었다. 한편 한자어 '신사(紳士)'는 중국 명·청 시대의 지배층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신사'계급이 근대화 과정에서 상업에 진출하면서 상업에 종사하는 신사라는 뜻의 '신상(紳商)'이라는 새로운 계층이 출현했다. 개항기 인천에서 활동한 인천신상협회(仁川紳商協會)라는 단체의 구성원을 보면 서상집, 박명규 등 주로 객주 상인들이었다.신분제와 모더니티를 버무린 '신사와 숙녀'라는 말의 퇴장은 어쩌면 시간문제였을지도 모르고, 또 사소한 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소수자 배려라는 명분은 존중할만하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선진국들의 배려 정책은 세심하다. 스웨덴학술원은 2015년, 자신의 성을 남녀로 구분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을 위한 대명사 '헨(hen)'을 공식단어로 등록했다. 스웨덴어로 남자(han)와 여자(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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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시선의 확대, 행동의 확산 지면기사
방송정책 수립·집행하는 해외전문가들드론촬영법 등 무료 프로그램 놀라워 해미디어교육 해외 무상지원 가능성 물음에마냥 마다하기에는 너무 미안한 마음 커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는 해외전문가들의 발길이 잦다. 주로 방송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는 각국의 고위직 공무원들이거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지난주만 해도 두 개의 그룹이 센터를 찾았다. 화요일에 방문한 이들은 아시아-태평양 방송개발기구(AIBD) 회원국 관계자들이었다. 한국은 26개 회원국들로 이뤄진 AIBD의 집행이사국인데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하고 AIBD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공동주관하는 '시청자권익증진 국제세미나'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 세미나의 첫째 날, 참가자들은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시청자권익증진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 뒤 곧바로 인천으로 이동했다.먼저 송도국제도시의 해송중학교에서 '찾아가는 미디어버스'의 실제 교육현장을 참관했다. '찾아가는 미디어버스'는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직접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이동형 미디어교육프로그램이다. 방송체험시설과 VR장비를 갖춘 대형차량 2대가 강원도 산골부터 제주도와 서해 덕적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누빈다. 이날은 AIBD 관계자들을 위해 도심에서 운영한 예외적인 경우였다. 이어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교육프로그램 전반과 시설·장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마침 다목적 홀에서 진행 중인 드론 촬영교육을 참관하고, 1인 미디어 스튜디오에서는 직접 실시간 방송에도 참여했다. "와우, 원더풀!" "잇츠 그레이트!" 탄성이 이어졌다.금요일 방문그룹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시청자미디어재단 등이 공동주최한 '2018 미디어·정보리터러시 국제심포지엄'의 기조강연자와 각 세션별 주요 발제자들이다. 기조강연을 맡았던 폴 미할리디스 미국 에머슨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메이저 언론에도 기고하고 있는 미디어리터러시와 시민미디어운동 전문가다. 해마다 5개 대륙의 청년미디어제작자 70여 명과 교수 12명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3주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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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신인류(新人類) 시대의 경고 지면기사
2100년 세계인구 60억 미만으로 감소 추정인재들 '자본주의적 노동윤리' 거부 시작성실한 노동·돈벌이 관심 잃어 위기직면'현대산업이 따기쉬운 과일 모두 수확' 경고'바링허우(八零後)'는 덩샤오핑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실시한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2억5천만 중국의 소황제(小皇帝)들로 유독 별명이 많다.푸얼다이(富二代), 관얼다이(官二代), 달팽이족, 생쥐족(지하셋방 거주자), 개미족(아파트 방 한칸에 세 들어 사는 자), 딸기족(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 자), 켄라오( 老,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돈을 타서 쓰는 자), 다이쓰(루저), 광군(光棍, 노총각), 성뉘(剩女, 노처녀), 싸우난(三無男, 아파트, 자동차, 돈 없는 남자) 등이다. 금수저인 푸얼다이와 관얼다이를 빼면 별 볼 일(?)이 없다. 사회주의체제에서 태어나 자본주의 파도를 맞이한 중국의 '신인류(新人類)'들이다.'신인류'는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일본이 완전히 선진국 지위에 오른 70년대 중반~80년대 초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들이다. 경제성장을 떠받치던 부모세대의 노동윤리를 저버리고 서구식 개인주의를 적극 받아들이며 결혼이나 출세, 정치 등에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대신 만화, 스니커즈 패션과 워크맨, 좀 더 나중에서는 아이팟 문화에 매몰되어 '소확행'을 즐긴다. 신인류의 원조는 '히피족'으로 불리던 1960~70년대 미국의 반(反)문화 세대이다. 1950년대를 상징한 직장인(organization man) 세대의 자녀들로 마약을 하고, 자유연애를 즐기며, 록음악을 듣고, 자아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나르시시스트이면서 반체제 성향이 강했다. 같은 시기 유럽에서도 기업 경영자들과 사회비평가들이 '노동 알레르기'라는 새로운 현상이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며 우려했었다.한국의 신인류는 'M(밀레니얼)세대'이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하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소통에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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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왜 정치는 촛불 2년전과 판박이인가 지면기사
한국당, 바른미래 대상 보수의미 성찰없이당세우위 위한 '흡수 시도' 정당성 확보 못해'산술적 통합' 지양 민주당보다 적극적으로선거제도 개편 나선다면 보수중심 거듭날것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세우자고 외쳤던 촛불이 점화된 지 2년이 지났다. 촛불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사회의 근본적 개혁과 변화다. 박근혜 탄핵은 국민을 배신한 권력에 대한 헌법 절차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세계사적 전환을 위한 변화를 제외하고는 개혁 동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결국 사회경제적 변화와 약자의 이익은 정치에 의해서 이뤄지고 대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는 과거의 정치문법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정당의 연대나 통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당 간 연합은 정당체제 내의 긴장과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연합정치가 가치와 지향을 공유하는 정당 간의 역동적 이합집산으로 이어진다면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보수대통합론에 기대어 다음 총선에서 보수결집을 통해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던 세력들이 한국정치 개혁을 위한 정치제도 개선에 유인을 느낄 것 같지 않다. 한국정당체제는 다당제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당제가 갖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당제의 의미는 시민사회의 균열을 균형 있게 반영함으로써 소수의 이해가 대표될 수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정치개혁특위의 가동을 계기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선하고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반영된 공직선거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정당의 정당이기주의도 문제지만 한국당 발 보수통합론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이 동력을 얻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한국당 발 보수통합론이 가치와 정책의 공유에 기반한 발상인가. 일단 보수통합의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해 부정으로 일관하는 한국당은 과연 보수인가. '보수'는 타율적으로 부과된 냉전 반공주의의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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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분노의 화염에 휩싸인 그라운드 제로사회 지면기사
PC방 알바생 살해한 청년의 범행 동기사립유치원 비리·공기업 고용세습 의혹갈등서 촉발된 '격분' 법과 제도로 수렴돼야더이상 먹이 없을때 분노는 정치로 향할것PC방 아르바이트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청년의 범행 동기는 작은 분노였다. 자리에 쌓인 꽁초를 치워달라며 시비가 붙었고, 게임비 환불 요구를 거절당하자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시비의 내용과 게임비 천원의 사소함에 비하면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분노는 너무 컸다. 범인은 이제 거꾸로 사회적 분노에 직면해있다. 가족이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하고 경찰이 정신감정을 의뢰하자 100만명 넘는 시민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점령했다. 심신 미약에 의한 감경을 우려하며 엄벌에 처해달라는 요구다. 검경과 법원이 시민의 분노를 외면하기 힘들게 됐다.최근 우리 사회에 분노의 무한 충돌 현상이 뚜렷하다. 이념과 계층과 상관없이 공생하던 공동체가 적대적으로 대치하며 분노를 표출한다. 이념적 진영과 계층 내부에서 분노가 분화하고 확대된다. 이를 자양분 삼아 이념과 계층 간의 오래된 적대는 더욱 단단해지고 상대를 말살하려는 분노의 화염은 더욱 거세진다.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사태로 유아교육 공동체가 쑥대밭이 됐다. 학부모들은 정부 지원금으로 명품 핸드백과 성인용품까지 구매했다는 비리 명세서에 몸서리쳤다. 사립유치원을 향한 분노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예전 같으면 유치원 쪽에서 납작 엎드렸을 것이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측은 오히려 여당과 정부를 향해 분노를 터트린다. 토지와 건물을 투자해 유아교육을 떠 받쳐온 영리사업자의 공적기여는 아랑곳 없이 사립유치원 전부를 비리집단으로 낙인 찍었다며 저항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비리 유치원 한 곳만 폐쇄해도 아이들이 갈 곳이 없는 현실에서 학부모와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분노를 가슴에 품은 채 계속 얼굴을 맞대고 있다.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기업 고용세습을 둘러싼 분노의 충돌도 심상치 않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이익을 공기업 임원과 노동조합이 챙겼다는 의혹은 특혜 취업 규모가 늘어나는데 비례해 취업준비생들의 분노도 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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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왜 문화예술교육인가 지면기사
정부 지원 상당한 성과 불구 난제 수두룩주요사업 일자리정책으로 분류한게 화근국가·지자체 시민들 교육받을 권리 보장전용공간 조성·지원센터 위상 재정립 시급문화예술교육의 시대가 온 것인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교육 지원에 관한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시·도지사는 이 종합계획을 반영하여 지역문화예술교육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법제화되었다. 문체부가 연초에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하였고, 시도별 지역문화예술교육계획이 수립중이다. 인천을 비롯한 지자체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정책이 곧 현실은 아니나 최근의 흐름은 문화예술교육의 시대를 방불케 한다.정부차원의 문화예술교육 지원정책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문화예술교육 지원정책의 성과가 축적되는 것에 비례하여 난제들도 동시에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사업 영역 간 심각한 불균형이다.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예산 70%가 학교예술강사제 운영에 투입되고 있어 시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문화예술교육예산은 30% 내외에 불과하다. 경직된 예산구조로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무늬만 요란하다. 지역차원에서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위한 조직도 재원도 현재로선 어렵다.학교와 지역사회 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인력을 공유하기 위한 연계사업도 제자리걸음이다. 사회문화예술교육 예산의 증액 없이 보편적 복지로서 국민의 문화예술교육 권리는 신기루다.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특성화를 전략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나, 사업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특화는 형식적이고 지역문화예술교육의 허브인 지원센터도 대행기구의 역할에 머물러있다. 문화예술교육사업의 예산 70%를 차지하는 학교 예술강사지원사업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역 사이에는 고용 주체 문제로, 문체부와 교육부, 예술강사 간에는 예술강사 처우 문제와 예술교육 질적 체계화 문제로 입장 차가 첨예하다. 이 중층적 갈등은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기구와 일선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문화예술강사들의 처지도 난감하다.정부는 문화예술교육의 주요 사업을 일자리 정책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