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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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이승엽 감독과 윤석열 대통령 지면기사
리더십 심판주기 빨라지고 눈높이 높아져 '정체성 혼란' 위기에 빠진 윤석열·이승엽존재 이유와 역할 잃은 권력, 모두에게 위험 미래, 준비·반성부터 시작… 국정쇄신해야가을 야구시즌이다. 하위팀에 업셋 당하거나 포스트시즌 문턱에서 탈락한 팀들은 "감독 나가"시위대와 만난다. 이숭용 감독은 사상 최초의 5위 결정전에서 3-1로 앞서다 8회말 3점 홈런 한방으로 역전패 당했다. 그때는 9월 '41타수 1피안타' 기록의 마무리 투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최종결정은 감독이었고 김광현 기용은 결국 5분 만에 패배로 돌아온 '시즌 마지막 승부수'였다. 냉혹한 승부 세계의 예외는 없다. 리더십 심판의 주기는 더 빨라졌고 팬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그의 권력은 더 조급해지고 더 높아진 국민 수준에 맞추고 있을까? 최근 악화일로의 '김건희 리스크'는 임계점이 멀지 않았음을 상징한다.'매직'과 '뚝심'의 감독도 있다. 준플레이오프 명승부를 펼친 염경엽 감독과 이강철 감독이다. 두 감독의 공통점은 정체성이다. 그들은 자신의 야구 철학과 소신 그리고 개인과 팀 특징과 강점의 극대화를 통해 '이기는 야구'를 추구한다. '염경엽표 야구'는 공격야구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도루 실패가 게임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되었음에도 그는 "같은 상황이 또 온다면 또 뛰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뚝심의 공격야구다. "3 타자가 다 초구치고 죽어도 뭐라 안해요"라며 포스트시즌 최초 3 타자 연속 초구 아웃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내가 하던 야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에도 2차전에 동일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염 감독은 모든 경기에 똑같은 타순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강철 야구는 직관과 집중력이다. 특히 그의 투수 교체 타이밍은 '예술의 경지'라는 평가다. 이 감독의 직감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핵심이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 감독은 '10게임 1할3푼의 타자'를 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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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가을이 왔어요 지면기사
길바닥에 있는 알밤만 주워도 두 손 가득어쩌면 저절로 익어 떨어지는지 신비로워 살갗에 와닿던 잊어선 안 될 선선한 바람 자연의 말 듣고 달라진 우리, 놀랍지 않나안개가 마을에 가득했어요. 강 건너가 잘 보이지 않았답니다. 천천히 걸어 강을 건너갔어요. 어제 그곳에 가보려구요. 틀림없이 알밤이 길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을 거거든요. 길에는 어제 보았던 민달팽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어제 그 달팽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민달팽이는 어찌나 느린지 가는지 마는지 분간을 할 수 없습니다. 민달팽이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내 말은 늘 같습니다. '민달팽이에게 도달은 의미가 없다'.(졸시 '도중' 전문) 억새가 팼습니다. 감도 익어갑니다. 길가에 미국 쑥부쟁이꽃이 피어 있고 고마리, 물봉선화 꽃이 피었습니다. 거미들이 길가 풀숲 여기저기 집을 지어 놓았습니다. 길목이 좋은 곳에 있는 거미 집에는 날 벌레들이 여러 마리 걸려 있고, 내가 보기에 별 고민도 별생각도 없이 얼기설기 허술하게 지은 듯한 집에는 거미줄이 텅 비어 한산합니다. 거미들도 집을 지을 때 부실 공사를 하는가 봐요. 꾀꼬리, 붉은 머리 오목눈이, 개개비, 박새, 직박구리, 딱따구리, 까치들이 안개 속에서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새들의 아침도 사람들의 아침 출근길 만큼이나 부산합니다.차가 한 대 내 뒤에 오고 있었습니다. 긴장했어요. 차가 자주 다니지 않은 좁은 길이거든요. 처음 본 차였습니다. 민달팽이 생각이 났습니다. 차는 그 지점을 이미 지나와 버렸습니다. 저기 저 앞길에 알밤들이 떨어져 있을 텐데, 어쩐다지, 어쩐다지 하다가 손을 번쩍 들어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그분은 바쁘다며 그냥 가버렸습니다. 내가 길바닥에 있는 밤을 줍는 1분만 늦추면 안 되겠냐고 했거든요. 알밤이 있는 길을 지나자, 생밤이 차 바퀴에 갈려 툭툭 터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삐 걸어가 보았습니다. 여기저기 속살이 하얗게 터진 알밤들이 보였습니다. 용케 '로드 킬'을 피한 알밤을 주웠습니다. 길바닥에 있는 알밤만 주워도 두 손이 가득 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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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추석의 추억 지면기사
장시간 귀성길에도 부모님 얼굴 뵈면 기뻐어머니 소천…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 송구 시간은 절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에 지금이라도 전화해 '사랑한다' 표현해보자 매년 추석이 다가오면 버스터미널, 기차역, 도로 위에는 들뜬 얼굴로 고향을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려진다. 필자도 명절이 되면 서울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느라 급하게 이동하는 귀경객 중 하나였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었고 다섯 식구가 한차를 타고 재미있는 가족여행쯤으로 생각하고 출발했지만 대여섯 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고향에 도착할 때가 되면 모두가 지쳐서 아무말도 못하는 상태가 되곤 했다.오랜 시간 운전을 하고 부모님 댁에 도착하면 몸은 파김치가 된 듯 피곤하지만, 부모님의 얼굴을 뵈면 다시 기운을 얻었다. 매년 아들 가족이 오는 것을 기다리던 부모님, 특히 어머니께서는 항상 '바쁘고 힘든데 왜 고생하며 올라왔느냐'고 걱정스러운 말만 반복하셨지만, 마음속으로는 기다리던 아들 내외와 손주를 만나게 되어 기쁜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피란을 오신 부모님께 명절은 가족 전체가 모이는 특별한 날이었다. 아들 가족이 오기 전 어머니께서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하신 녹두전, 큼지막한 만두 등이 차려진 푸짐한 밥상이 매년 추석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하신 요리를 게눈감추듯 짧은 시간에 먹고 일어설 때면 어린 시절 철없는 아들로 돌아간 듯했다.고생하는 어머니와 아내를 생각해 설거지라도 도우려고 고무장갑을 끼면 아들을 밀어내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아들 손에 물이 묻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가 엿보였다.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문을 나서는 우리를 배웅하면서 당신의 시야에서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드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주 찾아 뵙고 인사드려야겠다'라고 매번 결심하지만 실천으로 옮겨지진 못했다.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뵌 것은 해외 출장을 떠나기 전, 병원에 입원중이시던 어머니의 얼굴을 뵙고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드렸을 때였다. 어머니께서 큰 소리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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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산전수전(山戰水戰) 지면기사
의료계 파행, 갈수록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자존심과 명분만 세우다 고통 받는 환자들패배 인정도 전략… '권토중래' 용기 필요뚝심·고집이란 덫에서 벗어나야 국민 행복'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장군은 애초부터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륜과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계 파행은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추석 기간에는 '중추가절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인사 대신에 아프지 말라는 인사가 유행하였다. 지금 겪고 있는 의료계 파행이 해결된다고 해도 그 시간 동안 고통받는 사람은 국민이다. 애초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능숙하고 유능한 장군이 나서서 이 문제를 지휘했어야 했다.'산전(山戰)에서는 내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기동하여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 수전(水戰)에서는 상대가 물을 건널 때 기습하여 승기를 잡아야 한다. 택전(澤戰)에서는 내가 가진 무기와 군장을 포기하더라도 늪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육전(陸戰)에서는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는 후퇴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손자병법의 '행군(行軍)' 편에 나오는 '산전수전택전육전(山戰水戰澤戰陸戰)'을 모두 겪은 장군의 군대 운영에 관한 내용이다.산전(山戰)의 핵심은 나의 의도와 생각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높은 산악지역을 이동할 때는 적에게 노출되기가 쉽다. 나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서 능선을 피하고 계곡(谷)으로 이동로를 선택해야 한다. 의사 정원을 늘려 국민 의료 복지 수준을 높인다는 목표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정부의 의도를 모두 드러내고 노출한 데 있다. 상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나의 명분만 강조한 것은 결코 현명한 정책이 아니다. 2천명이란 선언적 숫자까지 정해 놓고 전투에 임한 관계기관은 산전을 겪어보지 못한 리더라고 할 수밖에 없다.수전(水戰)의 핵심은 상대의 빈틈을 찾아 공격하라는 것이다. 상대가 강물을 건너는 데 집중하고 있을 때를 놓치지 않고 기습하여 승기를 잡아야 한다. 강물을 반쯤 건넜을 때 기습하면(半濟而擊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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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가을의 숲길에서 지면기사
숲은 우리 삶의 터전이자 운명 공동체 인간들의 탐욕과 무지로 지구환경 파괴생태계 유해종 '낙인' 기분 좋은 일 아냐생명 공동체 안에서 공존 지혜 발휘해야 달궈진 오븐 속 같던 여름의 열기가 사라지니, 입맛을 찾고 숙면을 취한다. 아침마다 한결 쾌적한 공기 속에서 기지개를 켜면 가슴에 밝은 기분과 낙관적인 희망이 깃든다. 교하의 가로수인 벚나무 잎은 벌써 반쯤 단풍이 들었다. 요즘 교하도서관 뒤편에서 중앙공원을 잇는 숲길을 걷다가 빽빽한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들 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만날 때 홀로 큰 감동을 받는다. 숲길 바닥에는 도토리가 뒹굴고, 내 부주의한 발밑에서 밟힌 도토리는 여지없이 으깨진다.여름이 끝나자 빛과 그림자의 존재감은 옅어진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의 발 아래 그림자가 지고, 땅에 단단한 몸통으로 서 있는 나무 아래에도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들이 암시하고 일러주는 철학적 진실은 무엇인가? 낙엽이 활엽수의 그림자라면 재는 장작불의 그림자가 아닐까? 그림자란 음의 세계가 빚은 빛의 주검이고 잔류물! 그림자와 실체의 운명은 늘 하나로 움직인다. 그렇다면 죽음은 생명이 제 안에 드리운 그림자일 것이다.나무들은 빛으로 광합성을 하며 성장한다. 빛이 없다면 나무는 자랄 수 없다. 나무들이 태양의 열기를 차단하는 까닭에 숲속 공기는 바깥보다 시원하다. 숲속에서 공생하는 나무들은 사회화된 존재다. 나무는 수직으로 서고 땅속 뿌리는 복잡하게 엉켜 있다. 나무들은 뿌리는 뿌리대로, 줄기와 가지는 그것대로 엮이고 얽힌 채로 공생한다. 숨 쉬고 바스락거리며 수런거리는 나무들. 우리는 나무들이 잎맥과 미립자를 가진, 호흡하고 제 나름의 신경계를 가진 생명 개체라는 엄연한 사실을 자주 잊는다.따져보면 인류는 숲의 자식들이다. 우리 선조는 숲의 열매와 씨앗, 뿌리를 채취해 식량으로 삼고, 숲에서 안전한 잠자리를 마련했다. 숲은 우리 삶의 터전이고, 의문의 여지없이 우리 운명의 강략한 원소 중 하나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인류는 숲의 부양을 통해 제 생명의 필요와 욕망을 충족하며 공생하는 지혜를 발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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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대통령이 위험하다! 지면기사
8월초부터 尹지지율 30% 전후 내림세보수층·70대 이상 핵심 지지그룹 해체 민생·체감 경기 어려워 악화되는 양상'응급실 뺑뺑이' 의료대란은 돌발 변수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다. 8월 초부터 30% 전후에서 내림세를 보이며 '주별 평균 33%, 31%, 30%, 29%'로 이어진다. 4월 총선 직후 주별 평균 28%에 접근한다. 윤 대통령 취임부터 8월 하순까지 총 1천76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주별로 보면 일정한 흐름이 보인다. '대통령 국정운영의 긍정(부정)평가'로 측정되는 지지율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에서 지방선거까지 주별 평균 50%를 넘었다가 바로 30%대로 추락한다. 최근까지 2022년 말과 2023년 초 그리고 작년 6월 잠시 주별 평균 40% 언저리까지 올랐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30% 초반에 머문다.최근 지지율의 하락세는 주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조사 기관마다 최저치 기록에 육박하는 모양새다. 갤럽 기준 지난주 대통령 지지율은 5월 마지막 주 21%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지지율 23%를 기록한다. 3월 마지막 주 30% 중반까지 올랐던 지지율은 이후 20% 중반에서 횡보한다. 갤럽 조사도 1천76개 조사의 주별 평균흐름과 유사하다. 지지율은 2022년 6월 평균 49%, 7월 평균 32%였지만 8월 이후 20%대로 하락한다. 2023년 30% 초중반까지 오르지만 2024년 4월 총선 후 계속 20%대다.갤럽조사는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의 여론을 반영하지 않았다. 조사는 국정브리핑이 있었던 날까지 이뤄졌는데 여론에 영향을 일부 미쳤다 하더라도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결과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조사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8월 중순 이후 하락하다 이번에 반올림으로 간신히 30%를 기록한다. 같은 조사의 2년만의 최저치로 30%가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 전국지표조사(NBS)가 주목된다. 여기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로 '30%, 29%, 27%' 흐름이다. 윤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성이 "올바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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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내 얼굴 표정 지면기사
'자연 선택'은 복잡할수록 아름답다는 다윈전몰자 추도글서 느껴지는 페리클레스 품격정치인들의 표정은 자연이 아닌 '인간 선택'그 시대 사는 공동체의 '표정'을 결정짓는다앞산에서 꾀꼬리 한 마리가 울고 있다. 저 울음소리는 무엇인가 정겨운 갈망이 느껴진다. 마을 뒷산에서도 꾀꼬리 한 마리가 앞산 꾀꼬리와 같은 소리로 운다. 울음을 주고받다가, 앞산 꾀꼬리가 내 머리 위를 지나 뒷산으로 노랗게 날아간다. 그때다. 뒷산에서 울던 꾀꼬리가 밤나무 숲에서 나오더니, 둘이 만나 이장네 집 지붕을 넘어 남산으로 날아간다. 새들은 표정이 없다. 몸짓이나 소리로 뜻을 전한다.강 건너 밭으로 갔다. 고추밭 사이로 걸어갔다. 밭 끝에는 아내가 재작년에 심어놓은 어린 단감나무가 있다. 아내가 감나무가 죽었는지 잘 사는지 궁금해할 때마다, 가보겠다, 가보겠다, 해놓고 또 잊어버리며 한 봄 한여름이 다 갔다. 어린 감나무 두 그루 제법 의젓하다. 길어 나간 새 가지에 감을 몇 개씩 달고 있다. 잎이 두껍고 윤기가 난다. 작년 겨울의 추위로 감나무들이 많이 죽었는데, 어린 감나무 감 얼굴이 볼수록 야무지다. 곧 붉어질 것이다. 자연의 얼굴은 무궁하다.마루에 앉아 있는데, 뒷산 당산나무에서 꾀꼬리가 운다. 두 마리가 같은 나뭇가지에서 운다. 명랑하다. 아까 그 꾀꼬린가? 꾀꼬리 두 마리는 우리집 가까이 있는 오래된 감나무로 날아와 앉아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다가 밤나무 가지로 날아가 앉고, 앉았는가 싶으면 또 다른 나무로 날아가 앉기를 반복한다. 즐거운 놀이다. 밤송이가 주먹처럼 굵어지고 있는 밤나무 숲에서 우는 꾀꼬리의 일은 '자연 선택'이다. 자연 선택은 복잡할수록 아름답다고, 그 한계는 없다고 찰스 다윈은 말한다.방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신문을 9개 정도를 클릭해서 본다. 사설, 칼럼, 기획 기사, 건축, 그림 전시 기사, AI 기사, 연예, 영화, 축구 명장면, 인구문제, 지역소식, 정치평론가들의 글이나, 정치인들의 인터뷰 기사들을 챙겨 읽는다. 좋은 글은 복사해 따로 저장해둔다.(이건 내 하루 시작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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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먼저 내민 손,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 마중물 지면기사
SNS 과도한 사용, 개인주의 만연 부작용유학시절, 정체성 혼란 교포부부 자녀 도와독일인 동료로부터 언어 교정 도움 받기도타인을 위한 노력이 관계의 선순환 불러와더위를 피하려고 아내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고 휴가를 떠나지 않아도 가족들과 함께 식사할 때면 새삼 행복한 기분이 들곤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즐거움을 느낄 거라는 필자의 생각과는 달리 주위에는 조금은 이상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마주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휴대전화만 보고 있는 커플, 식사하는 부모와 대화는커녕 SNS에만 몰두하고 있는 자녀들의 모습 등이다.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스마트폰과 SNS의 과도한 사용이 개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8억명이 하루에 2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고 있으며, '세대별 SNS 이용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용률이 1~2%씩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대화가 단절된 커플과 가족처럼 개인주의 성향이 만연하면서 타인에게는 아무 관심이 없는 무미건조한 사회로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소외로 인한 두려움,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가족, 이웃, 동료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격려해주는 '따뜻한 공동체 회복'이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공동체 형성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누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답은 간단하다. 나부터 열린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관심을 가지는 '먼저 손을 내밀어 따뜻한 관계를 회복하는 공동체 형성'이 중요하다. 오래 전의 일이다. 필자가 휴직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는 정신없이 바쁜 시기였다. 어느 교포 부부가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자녀에 관한 문제였다. 얼굴은 한국인이지만 독일에서 나고 자랐기에 한국어보다 독일어가 익숙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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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이단(異端) 지면기사
영국 전역에 번진 '이슬람 난민 추방' 시위사건 중심에 이분법적 '정통 vs 이단' 현현韓거주 외국인 250만명… 멸시·차별 여전"다르다고 공격하면 피해 부메랑" 새겨야정통과 이단이 만나는 곳에 갈등과 폭력이 일어난다. 정통의 입장에서 이단(異端)은 정통과 다른(異, 이) 끝(端, 단)에 서 있는 사람들이고, 이단의 입장에서 정통은 바르고(正) 전통(統, 통)이라는 착각에 빠져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최근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시작되어 영국 전역으로 확산한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이슬람 난민 추방 시위도 정통과 이단이라는 충돌이다. 르완다 기독교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17살 영국 청년이 어린이 댄스 교실에 흉기를 들고 난입하여 어린아이 3명을 숨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문제는 그 청년이 이슬람 난민이라는 가짜뉴스였다. 가짜뉴스는 순식간에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펴졌고, 영국 전역에서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난민 추방 폭력으로 이어졌다. 경찰차가 불타고, 유색인종의 차를 부수는 장면이 TV에서 연일 방송되었다. 마침 영국에 머물던 필자에게도 시위가 벌어지는 지역은 가지 말라는 메시지가 왔고 집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위대가 목표로 삼은 런던 월섬스토(Walthamstow) 지역이나 시내 중심의 시위 예상 지역에 수만명의 폭력 반대 시민들이 운집하여 더 큰 사건으로 번지지 않았다.이 사건의 중심에는 정통과 이단 논쟁이 있다. 기독교는 정통이고 이슬람은 이단, 백인은 정통이고 유색인종은 이단, 영국인은 정통이고 난민들은 이단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이다. 파키스탄이나 인도 등지에서 영국으로 들어온 무슬림 난민, 이민자들은 이번 폭동을 주도한 영국 백인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이단이다.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고, 기독교 윤리에 대항하는 이단 집단이다. 여자들은 모두 히잡을 쓰고 다니고, 자기들만의 상권을 형성하여 거래하고, 아이를 많이 낳아 영국의 복지를 독식하는 용서할 수 없는 이단이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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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인간은 음악과 함께 성장한다 지면기사
재즈 '썸머타임' 들을때 행복한 슬픔 맛본다영화속 임윤찬 연주 내 영혼 눌러 눈물 펑펑음악취향 30대 지나서 팝송·가요로 넓어져'감미로운 피난처'로 세상 삭막해도 이겨내생각해보면, 나란 사람은 음악과 함께 성장했다. 음악을 벗 삼은 덕분에 모난 인격도 조금은 둥글어졌을 테다. 내 젊은 시절, 서울엔 '르네쌍스', '필하모니', '크로이체' 같은 음악감상실이 버티고 있었다. 나는 자주 그 음악감상실을 찾아가 고전음악을 들었다. 다들 팝이나 포크송, 혹은 유행가에 휩쓸릴 때 꼿꼿이 고전음악에 심취했다. 처음엔 주페의 '경기병 서곡'이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같은 표제 음악을 듣다가 바흐나 파가니니 등의 기악곡에 빠졌다. 그러다가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말러 등이 창조한 교향곡의 세계에 입성하면서 음악이 무지를 깨부수는 절대의 미와 순수한 기쁨, 숭고함을 품었다는 걸 확신했다.며칠 전 한 라디오 방송에 초대 손님으로 나갔다. 구성작가와 통화를 하던 중 방송 중 듣고 싶은 세 곡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사라 본(Sarah Vaughan)의 '썸머타임', 리 오스카(Lee Oskar)의 '샌프란시스코 베이(San Francisco Bay)',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여름에 들으면 좋은 곡으로 골랐다. 세 곡 다 내가 아끼고 즐겨 들으며 남에게도 추천하는 곡이다.'썸머타임'은 누구나 다 알만큼 유명한 재즈 보컬 명곡이다. 본디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쉰의 가극 '포기와 베스(Porgy ane Bess)' 중 1막에서 자장가로 소개되었다. '썸머타임'을 들을 때 나는 행복한 슬픔을 맛본다. 여름밤에 보채는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는 혼자 흥얼거린다. 강에서는 물고기가 뛰고 목화는 잘 자랐단다. 네 아빠는 부자이고, 네 엄마는 멋지지. 우리가 너를 지켜줄 테니, 아가야 울지 말거라. 시골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탓에 엄마의 감미로운 자장가를 듣지 못한 채 자란 나는 이 곡을 들으면 숨이 막히도록 슬퍼진다. 이 결핍은 채워지지 않은 채 나란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