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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대중제 골프장,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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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대중제 골프장,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지면기사

    지난 12일 경기도 내 대중제 골프장들의 음식가격을 취재하기 위해 들렀던 한 골프장의 음식가격에 고개를 내저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음식가격은 시중 음식점 보다 2∼3배 가량 높게 매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거지 해장국은 1만7천원, 소고기 미역국은 1만6천원이다. 맥주는 400㎖에 1만2천원, 소주는 1만1천원이었다.골프장들의 공시지가가 낮아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용 가격은 서울 강남의 음식점보다도 높았다.다른 골프장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또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그린피와 카트피, 캐디피 등 이용 금액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영향 탓인지 대중제 골프장들의 전국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0.4%를 기록해 전년보다 7.0%p 상승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수도권 지역 대중제 골프장은 전년대비 8.4%p 상승한 41.4%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대중제 골프장은 지난 2000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정부가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제 골프장에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했다. 상황이 이렇자 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을 도모하는 골프장들도 생겨났다.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면 중과세율이 일반세율로 대폭 인하돼 기존 과세표준액의 4%에서 0.2∼0.4%로 줄어든다. 또 개별소비세와 체육진흥기금이 감면되는 등 세제 혜택이 상당하다.최근 회원제와 대중제 골프장의 이용 가격에 대한 차이가 사라지면서 대중제 골프장들의 높은 가격 정책에 대한 원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30대 골프장 이용객들이 늘면서 더 이상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도 동시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지만, 대중화라는 취지에 맞는 골프장 운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골퍼들이 이참에 불매운동으로 골프 대신 등산이나 다른 운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 [노트북]부천 특고압 논란 또다시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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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부천 특고압 논란 또다시 재점화 지면기사

    부천 특고압 논란이 또다시 재점화하고 있다. 부천시와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협약식을 여는 등 수년간 이어져 온 특고압 논란이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특고압 신설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부천 상동 일대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전은 지난 2018년부터 광명시 영서변전소에서 인천 부평구 신부평변전소까지 17.4㎞ 구간에 34만5천V의 초고압 송전선로를 매설하는 공사를 추진 중이다. 전체 구간 가운데 부천 상동부터 인천 부평구 삼산동까지 2.5㎞ 구간에도 특고압이 지난다.부천지역 학부모 등은 지난 2018년 상인초등학교 앞에서 특고압 매설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까지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특고압 매설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최근 기자가 상인초등학교 등굣길에 만난 학부모 10명 중 절반 이상은 지금도 특고압 매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이런 상황에서 한전은 지난달 31일 부천시청에서 '한전 전력구 상생 협력 협약식'을 열었고, 마치 주민 합의가 이뤄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협약식에 특고압 주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참석한 것을 주민 동의가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주민 동의는 의무사항도 아니고, 주민 대표들이 협약식에 참석해 대의적인 성격에서 주민 동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정작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인데, 한전의 이 같은 입장은 학부모들의 분노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전은 전기사용에 불편이 없도록 좋은 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신뢰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기업의 자세를 기대해 본다. /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 기자

  • [노트북]자가주택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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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자가주택 단상 지면기사

    안양에 정착한 1995년 처음 살았던 동네 이름은 '희성촌'이었다. 행정동은 비산2동이었지만 마을 앞에는 '희성촌'이라고 적힌 비석이 세워져 있었고, 동네 사람들 모두 그곳을 '희성촌'이라고 불렀다. 언덕배기였던 희성촌은 고등학생이 되던 해 허물려 지금은 '비산e-편한세상'이 됐다.이사한 곳은 가까운 비산1동 '비산시장'이었다. 전통시장을 끼고 있었던 이 동네서 15년 넘게 살았는데, 2019년 비산시장은 허물렸다. 그 자리엔 삼성 래미안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희성촌도 비산시장도, 내 성장기가 담긴 마을 모두가 사라지고 지금은 높다란 아파트가 들어섰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려 해도 찾아갈 동네가 없다.성장기 내내 가족은 전셋집에 거주했다. 여러 차례 집을 옮겼고 대개 4층짜리 빌라거나 2층 주택이었다. 집 주인이었다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해 부동산 가격 상승의 달콤함을 맛봤겠지만 세입자였던 가족에겐 언감생심이었다. 서울의 오래된 위성도시 안양이 짓고 허물고 새로 짓기를 반복한 역사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역사랑 포개진다.짓고 허물고 새로 짓기를 반복하며 집을 소유한 사람은 시세차익 내지는 인플레이션에 준하는 자산 상승효과를 거뒀지만, 세입자 입장에선 짓고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은 이사를 가야 할 이유에 불과했다. 수십 년 같은 동네에 살았던 사람 몇을 아는데 집을 소유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자산이 천지 차이로 변했다.어느덧 서른 중반에 다다르니 부모님 세대가 아니라 내 세대의 집 소유 열망이 이해가 된다. 집 한 채라도 있으면 큰 노력 없이도 시간에 따라 자산이 형성되는 반면, 처음 세입자로 시작한 사람은 자가 소유자로 올라서기가 힘들다. 임대주택 정책의 홍수다.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값만 받는 식으로 임대료를 낮춰 수십 년 동안 거주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정책까지 나왔다.수십 년을 임대주택서 살 수는 있을 것이나 수십 년이 지나 주택 소유자와의 자산 격차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무주택자도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해주는 '사다리'를 만들어 주는 게 정책의 역할은 아닐까.

  • [노트북]조류인플루엔자와 응답 없는 농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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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조류인플루엔자와 응답 없는 농식품부 지면기사

    화성 산안농장을 취재할 때다. 현장을 함께 방문한 사진부 선배는 산안농장 닭 사육장을 보면서 기존의 산란계 농장들과 어떻게 다른지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공장식 농장들은 성인 남성이 허리를 굽히고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다시 일어서면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낮은데 산안농장은 층고가 높다', '사육장 한 동의 크기가 양돈 농장 사육장만하다', '지붕에 구멍이 있어 환풍이 된다. 환풍시설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수십 차례 현장을 누비며 카메라에 양계농장을 담았던 선배만이 볼 수 있는 농장의 모습이었다.이런 시설들을 꼼꼼히 갖춘 산안농장도 조류인플루엔자(AI)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라 AI 발생지역 3㎞ 이내 농장들은 예방적으로 살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산안농장은 물론 인근의 영세 산란계 농장들도 모두 살아있는 닭들을 죽여야 했다. 이처럼 경기도 내에서 예방적으로 죽인 가금류는 896만2천마리에 달한다. 전체 살처분된 가금류 중 61%다.살처분된 산안농장에도 병아리는 다시 들어왔지만,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시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비극을 막고자 산안농장 유재호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 간담회에서 유 대표는 "농식품부와 소통하고 싶어 여러 차례 면담을 시도했다. 국회의원실을 통해서 약속을 잡고 세종시로 갔다. 정말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부담이 커서 살처분 반대 운동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갔는데 많이 낙담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유 대표에게 어떤 단체의 어떤 사람은 배제하면 안 되는지, 언론에 알리지는 않았는지 물었다고 한다. 하루 반 만에 만날 수 있었던 농식품부 관계자는 "검토하겠다, 보고하겠다, 전달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논의하는 자리는 없었다. 이 간담회에서도 농식품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경기도 내 산란계 농장 대표들은 농식품부와 대화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남국성 정치부 기자 nam@kyeongin.com남국성 정치부 기자

  • [노트북]돌아봐야 할 보호 외국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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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돌아봐야 할 보호 외국인의 삶 지면기사

    '누구든지 보호시설을 형 집행법상의 수용자를 수용하는 시설로 이용해서는 아니 된다'.외국인보호규칙 제3조는 보호소, 보호시설은 수형자와 미결수용자 등을 수용하는 수용시설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3월 한 달 동안 만난 보호 외국인들이 말하는 보호소는 수용시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같은 보호복을 입고, 정해진 음식을 배급받으며 하루 내내 보호실에 갇혀 지내는 삶은 흡사 교도소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더욱이 보호 외국인 대부분은 출국을 권고하는 명령 대신 곧바로 보호소에 보호되는 강제퇴거 명령을 받는다. 그들 중에는 난민신청으로 돌아갈 본국이 없거나, 코로나19 확산에 비행편을 구하지 못하는 보호 외국인도 있다. 이 경우 언제 보호소를 나갈 수 있을지 가늠조차 못 한 채 1년 이상 보호소에서 지내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불안정한 삶이 보호소의 삶보다 낫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사실 이 같은 보호소의 인권문제는 과거부터 계속돼 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개선에 소극적이었고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더 큰 문제는 국가가 이들을 '보호'라는 명분 아래 무기한 구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용자도 정해진 형량을 채우면 나올 수 있지만, 난민 신청 등으로 돌아갈 곳이 없는 보호 외국인은 국가가 무기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인권 침해를 저질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제기구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최소 기간에 최후의 수단으로 구금할 것을 권고했지만, 우리 사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보호 외국인의 무기한 구금을 가능케 한 출입국관리법 제63조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도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앞두고 있다. 헌재는 과거 출입국관리법상 보호는 주권국가 기능 수행 등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지만, 난민 등 돌아갈 곳이 없는 이들마저 일률적으로 보호소에 가둬 기본권을 침해하는 게 진정 주권국가 기능에 필요한지는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신현정 사회부 기자 god@kyeongin.com신현정 사회부 기자

  • [노트북]"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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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지면기사

    "미얀마에서 과거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서 겪었던 아픔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큰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지난달 27일 오후 6시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에서 열린 미얀마 희생자 추모 집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의 말이다. 이날 집회는 전국 곳곳에서 열렸으나 미얀마인들에게 의미가 남다른 지역을 찾아 대구에서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인천 부평은 미얀마에서 온 이주민이 대거 정착해서 사는 곳이다. 미얀마 불교사원이 있고 한국에 유학 중인 학생, 노동자, 활동가 등 재한 미얀마인들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활성화한 곳이다. 최근 미얀마 군부에 의해 공개 수배된 소모뚜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 위원장도 이곳에서 자국의 동료들과 함께 미얀마 전통 음식점, 소매점 등 협동조합형 기업 '브더욱 글로리'를 운영하고 있다. 정치적 난민인 그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소모뚜 위원장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요청한 미얀마인 비자 발급 연장 제안도 최근 수용되면서 2만5천여명의 미얀마인들은 안전하게 한국에 머무를 수 있게 됐다. 소모뚜 위원장은 "진정한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미얀마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모여 미얀마의 민주화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SNS를 통해 한국 시민들이 지지하는 모습을 미얀마 시민들과 공유하는데, 다들 '먼 곳에서 지지해주니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워한다"고 말했다.소모뚜씨의 바람대로 지역사회에선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며 구금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등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인천시의회와 부평·계양구의회는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지역 종교단체선 후원금을 모금해 미얀마인들에게 전달했다. 최근엔 기초자치단체인 부평구도 미얀마를 도울 방안을 찾기 위해 나섰다. 한국에서 보내는 지지와 연대가 미얀마의 봄을 앞당기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 /박현주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 [노트북]수원시청역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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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수원시청역 사거리 지면기사

    지난 2일 저녁 수원시청역 사거리는 또다시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이번에도 '지반침하'에 따른 도로 균열을 보수하는 작업이다. 올해만 4번 진행된 이런 보수공사로 수원시청역 사거리 도로는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수원시청역 사거리 지반침하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이 지역은 분당선 복선 전철 5공구 구간으로 지난 2015년 4월 공사가 끝났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6년 4월부터 수원시청역과 매탄권선역 인근 도로에서 지하철 공사 때 다짐 불량으로 잇달아 지반침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8년엔 4월·8월·10월 연달아 3번이나 발생했다. 지반침하는 자칫 잘못되면 대형 싱크홀로 악화해 참사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런 우려에 수원시와 현대건설은 지난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순까지 GPR(Ground Penetrating Radar·지표 투과 레이더)을 이용한 동공탐사를 통해 지반침하 발생이 예상되는 4곳을 찾아낸 뒤 골재를 치환해서 다시 포장했다. 당시 보강공사가 끝난 뒤엔 이 같은 지반침하가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에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시는 올해 첫 지반침하가 발생했던 지난 2월 1.5~2m 깊이 구간에 대한 지반 탐사를 마쳤다. 여기서 위험 동공 5개를 포함해 총 10개의 동공을 발견해 보강공사를 진행했다. 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정기적인 탐사·보수를 계획하고 있다. 1년마다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을 구상하겠다는 것이다.일각에선 2m정도 깊이가 아닌 전체 지반을 대상으로 탐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구멍이 생기면 메우는 식의 보강이 아니라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재발의 씨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보강공사는 곤란하다. 참사로 이어지기 전에 정확한 재발방지책이 필요한 때다.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사회부 기자

  • [노트북]50만원 주고 얻은 가상화폐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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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50만원 주고 얻은 가상화폐 교훈 지면기사

    한번 경험해보자는 식으로 100만원을 넣었다. 최근 너도나도 뛰어드는 가상화폐 투자 이야기다. 결론은 50만원짜리 값진 경험이었다.투자금 절반의 손실을 맛봤지만 적어도 가상화폐 시장에 단기간 수익을 바라보고 뛰어들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3월의 어느 날 가상화폐 투자로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한 종목을 100만원어치 사들였다.그런데 하루를 기준으로 30%의 가격 변동 상한이 정해져 있는 주식시장과 다르게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단 하루 만에 100%, 200%는 물론 무한대의 등락에 따른 시장 마감가격 결정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 한 가상화폐 종목은 지난달 하루에만 2천%가 오른 사례도 있다.직접 한 종목을 매수해 하루 동안 지켜보니 하루는커녕 단 몇 분 사이에도 가격이 10~20%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게 일반적이었다.이렇다 보니 상승세에 있는 종목에 단 몇 분만 넣었다 빼도 수십만원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수십만원을 벌긴 했다. 다만 잠깐이었다. 약 30만원 수익이 발생해 더 오르겠다는 기대감을 가지는 순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하락세가 시작됐지만 다시 오르겠지 하는 기대에 버티기에 들어갔고 결국 50% 손실이 발생했다.이미 잃은 50만원을 언젠가 회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처음에 넣어둔 100만원은 결국 가상화폐 시장에 묶인 돈이 돼 버렸다.경제부 기자로 근무하다 보니 주변 곳곳에서 비트코인(가상화폐)을 사도 되는지 묻는 지인들이 많다. 직접 경험해 본 단 하루 만의 50만원짜리 '작은 경험'을 참고하기 바란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 [노트북]땅투기 사태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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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땅투기 사태에 대한 단상 지면기사

    경자유전(耕者有田). 농사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헌법 제121조는 국가가 이 원칙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경자유전의 원칙은 애초 농사꾼을 보호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었다.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농민들은 땅 가진 부자로부터 항상 수탈당해왔다. 한 해 동안 논과 밭에서 쉴새 없이 일하고도 땅 주인에게 소작료를 지급하고 나면 항상 배를 곯았던 소작농의 아픔을 우리는 역사책에서 수없이 봐왔다. 현대에 들어 불공정한 구조에서 일하는 소작농을 없애고 자영농을 육성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등장한 것이 경자유전의 원칙이었던 것이다.그런데 최근 전국 각지의 땅 투기 사례를 보면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 구조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불거져 나오는 땅 투기 의혹의 대상 토지 대부분은 전, 답 등 농지다. 투기꾼들은 버젓이 직장을 다니면서 농사를 짓는다며 농업 경영체로 등록하고,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 (진정한 농사꾼이라면 하지 않았을) 수목의 생장과 상관없이 빽빽하게 버드나무를 심었다.그러는 동안 정작 농부들은 오르는 땅값에 못 이겨 점점 험지로 이동하거나 농사를 포기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작물을 키우면 흉년이어도 걱정, 풍년이어도 걱정인 농민들의 삶에 가짜농부들의 땅 투기가 지가상승을 부추겨 무거운 짐을 더했던 것이다. 실제 전국의 논과 밭 경지면적은 매년 수원시 면적(121㎢)의 두 배에 가까운 면적(약 214㎢)이 줄어드는 추세다. 일파만파 퍼지는 땅 투기 의혹에 농부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다.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농지가 땅 투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만연해서 당연한 것으로 치부했을 뿐이다. TV에 선글라스를 낀 부잣집 사모님이 검은 세단에서 내리며 시골 땅을 둘러보는 모습이 나와도 그러려니 웃고 넘겼을 정도로. 이제는 원칙을 상기할 때다. 논과 밭은 진짜 농사짓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

  • [노트북]부모에게도 트라우마 남긴 인천 어린이집 상습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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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부모에게도 트라우마 남긴 인천 어린이집 상습 학대 지면기사

    "사람을 대할 때 의심부터 하게 되고, 누구든 쉽게 믿을 수 없게 됐다."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원생 학대사건의 피해 아동 엄마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뿐 아니라 원생 부모들에게도 이번 사건은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이들의 트라우마는 보육교사와 전 원장에 대한 '배신감'이었다.원생 부모들 앞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보육교사의 모습은 천사와 같았다. 등원할 때면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환하게 웃어주고, 볼 뽀뽀까지 해주던 보육교사들. "사랑으로 돌보겠다", "훈육할 때 절대 때리지 않는다"는 보육교사의 말에 부모들은 자녀가 학대를 당할 것이라곤 상상 조차 못했다. 한 피해 원생 엄마는 학대 사건이 밝혀지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지인에게 해당 어린이집을 추천했다고 한다. 그만큼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을 믿었다.부모들의 믿음은 지난해 말 학대 사건이 밝혀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어린이집 폐쇄회로 CCTV 화면에서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고 있는 보육교사를 보는 순간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믿었던 보육교사들과 원장 중 누구 하나 학대를 막은 사람이 없었던 것에 대한 배신감이 거대한 파도가 돼 밀려왔다. 자녀를 학대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부모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부모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고 거리로 나왔다. 아이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하지만 정작 피해 아동 부모들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시간조차 없다.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에서의 아동학대는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해 아동과 함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부모의 상처도 함께 치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