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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 7월 하순 폭염은 2018년 수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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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7월 하순 폭염은 2018년 수준일까 지면기사

    "21일 수도권 최고기온은 33~37도가 되겠습니다."장마기간인지도 모르게 짧은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찾아왔다.중복인 21일부터 7월 하순까지 연일 30도 후반을 넘나드는 더위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상예보다.기분 나쁜 소식은 '습도'도 높다는 점이다. 습도가 높으면 체감온도는 더 높아진다. '체감온도 40도'가 가능한 이유다.올해 장마는 늦게 시작해 빠르게 끝났다.게다가 수도권엔 장마기간인지도 모를 정도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잠정 장마기간인 지난 3일부터 19일까지 정체전선에 따른 비보다 소나기성 강수가 더 잦았다.기상청은 그간 있었던 온라인브리핑에서 "우리나라 주변에 생긴 작은 기압계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 등 거대 세력이 우리나라에 제대로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하다"며 "북태평양고기압의 사면(가장자리)과 차고 건조한 기압계가 만나면서 국지성 소나기가 이어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폭염도 이런 기압계와 연관이 높다.한번에 우리나라를 덮은 북태평양고기압이 대기 하층에 자리 잡았고, 서쪽의 티베트고기압이 대기 중층에 자리를 잡으면서 중·하층이 모두 뜨거운 공기로 가득차게 된 것이다. 여기에 뜨거운 일사까지 겹치며 38도를 넘는 더위가 지속한다.그나마 다행인 점은 2018년 폭염의 재림과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2018년의 더위는 계속 머무르면서 지속성이 더해졌지만, 이번엔 이달 하순께 티베트고기압은 서쪽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은 동·남쪽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 까닭이다.기상청의 예측대로라면 이런 이례적 폭염은 8월이면 잠정적으로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태풍이나 열대요란 등 변동성은 여전해 주의가 필요하다.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사회부 기자

  • [노트북] 노인을 위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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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노인을 위한 나라 지면기사

    지난 6월 '얀센'백신을 접종했다. 접종 예약이 있던 날 자정을 기다려 정부 예약 사이트에 접속했다. 대기자가 5만명 이상, 대기시간은 45분으로 안내됐지만 1분도 안 돼 대기시간이 30분으로 줄었다. 잠깐 TV를 보다 돌아오니 화면에 보이던 5만명 대기자는 사라졌고 이내 접종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전화번호를 인증하고,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접종받을 병원을 선택하니 끝.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IT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지난주, 기자의 부모님 접종 예약일이 도래했다. "엄마, 자정에 컴퓨터를 켜고 '백신 예약'을 검색해서 거기 들어가면 돼. 화면에 대기자랑 대기시간이 뜰 텐데 안내보다 훨씬 사람이 빨리 빠져. 10분만 기다리면 될거야. 엄청 쉬워." 예상과 달리 쉽지가 않았다.대기 안내가 떠야 할 홈페이지는 말 그대로 먹통이 됐고, 부모님도 기자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아침 6시까지 기다려 기자가 직접 접속하고, 부모님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한 뒤에야 접종 예약이 끝났다. IT강국은 누구에게나 편리함을 가져다주지 않았다.모두 60년대 생인 부모님은 아직 '노인'에 속하지 않는다. 평소 '아들은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부모는 오프라인에서 장을 본다' 정도에 그쳤던 IT·정보 격차가 백신이라는 안위와 직결되니 곧장 심각한 문제로 비화했다.지난해 재난지원금을 선불 카드로 지급받은 노인이 문자 메시지로 사용 내역을 받지 못해 수기로 얼마를 썼는지 적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다. 신용카드로 재난지원금을 받은 젊은 세대는 친절히 몇 백원을 쓴 내역까지 안내됐지만, 신용카드도 없고 휴대전화 고지 서비스도 없는 노인은 재난지원금 가계부를 적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빠르고 편한 세상이 반드시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면하게 됐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 기자

  • [노트북] '좋좋소' 이과장, 정승네트워크 사장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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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좋좋소' 이과장, 정승네트워크 사장되다? 지면기사

    "10년 후엔 대기업도 되고 (회사)주식도 상장해서 직원 수 1천명까지 늘어나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건배!" 지난 7개월간 중소기업판 '미생'이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유튜브 드라마 '좋소좋소 좋소기업(좋좋소)'의 지난 10일 마지막회(26회) 끝 대사다.7년 전 첫 입사 날 사장님과의 회식자리에서 극 중 '이과장'은 이 같은 포부를 밝혔지만 마지막회에서 결국 회사를 떠난다. 끝없는 야근 등 고된 근무에도 연봉은 안 올려주고 업무여건 악화 등 직원 고충엔 아랑곳 않으며 "믿음으로 가는 거"란 말만 반복하는 사장님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었다.올해 1월부터 총 26회에 걸쳐 유튜브(채널 이과장)에 방송된 '좋좋소'는 각 회 평균 조회 수가 145만을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엔딩은 암울하기만 했다. 이과장이 7년간 근무한 소규모 무역회사 '정승네트워크'는 전 직원이 10명도 안 돼 나름 '가족 같은 분위기'였지만, 열악한 사내 복지와 급여는 물론 부족한 성장 가능성 등에 결국 직원들의 퇴사만 반복되는 기업으로 그려졌다.이런 드라마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얻었다는 건 사실 '씁쓸한 진실'이다. 중소기업의 긍정적 측면보다는 열악한 여건과 암울한 현실만이 강조됐는데 중소기업인들은 오히려 여기에 공감하고 열광했다는 의미여서다. 몇 달 전 '좋좋소'를 처음 접한 뒤 실제 경기도 중소기업들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서 이곳저곳 여러 기업을 찾아봤다. 다행히 직원 복지를 최우선 삼아 신입사원에 초봉 4천만원을 주는 사장님도 있었고 열악한 재정 상황에도 꾸준한 연구개발로 기술력을 키워 나가는 중소기업도 있었다. 물론 "정말 여건이 어려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 더 많을 것이다.그래도 언젠가 또 이런 드라마가 나온다면, 그땐 이과장이 회사에 남아 사장도 되고 주식도 상장시켜 직원도 1천명까지 늘리는 '성공하는 정승네트워크'가 그려지길 바라본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 [노트북] 또다시 찾아온 장마… 2017년 기억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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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또다시 찾아온 장마… 2017년 기억 되새기자 지면기사

    2017년 7월23일 아침. 장대비가 인천 전역을 집어삼킬 기세로 쏟아졌다. 기습적으로 내린 폭우에 시내 주택가와 주요 도로는 손쓸 틈 없이 침수 피해를 겪었다. 주택 반지하에 살던 한 주민은 방으로 밀려든 빗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숨졌고, 제2외곽고속도로 북항터널 지하차도는 유입된 빗물로 최대 1m 높이까지 침수돼 차량 통행이 중단되기도 했다.비가 그친 다음 날 찾은 저지대 주택가는 폐허로 변해 있었다. 반지하에 있는 집안은 습기로 가득 찼고, 빗물에 흥건히 젖은 옷과 가재도구들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침수 피해를 겪은 주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날의 기억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천의 저지대 주택가, 반지하에 사는 주민들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았다. 주민들은 매년 장마가 시작되는 이맘쯤이면 그날의 악몽과도 같았던 기억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고 했다.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됐다. 전남지역에서는 벌써 많은 양의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계곡이 범람해 2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주택 침수로 인해 이재민도 많이 생겨났다. 남부지방의 소식은 과거 같은 피해를 본 인천 주민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인천시와 10개 군·구는 2017년 집중호우 때 침수 피해가 컸던 지역을 침수우려지역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이번 장마를 앞두고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 출입구에 설치하는 차수판이나 역류방지밸브 등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했으나 이를 모르는 주민들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지난 주말 동안 내린 장맛비와 강풍으로 인천지역도 나무가 쓰러지고, 공사장과 주택의 시설이 떨어지거나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있었다. 4년 전 기억을 되새기며 침수 피해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 [노트북] 두껍아 헌집 줄게 도시재생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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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두껍아 헌집 줄게 도시재생 다오 지면기사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네 집 지어줄게 내 집 지어다오'.어릴 적 아파트 놀이터에서 모래장난을 하며 부르던 동요다. 태어나 자란 아파트는 1980년 12월에 사용승인을 받았다. 모래장난을 했던 어린시절 아파트는 낡고 좁았다. 그래서 두꺼비에게 헌 집 줄 테니 새집을 달라고 그렇게도 되뇌었나 보다.낡고 초라한 동네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누구나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고층 아파트 조감도와 산뜻한 모델하우스의 유혹에 쉽게 빠져 옛것을 지워버리는 이유다. 재개발의 결과 일부는 폭등한 집값을 지불하고 그 이상 차익을 얻지만, 다수는 터전을 잃고 바깥으로 밀려난다.철거형 개발의 폐해를 막고자 등장한 개념이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은 문재인 정부 들어 100대 국정과제(도시재생 뉴딜사업)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정책에 대한 관심과 함께 비판에도 직면했다. 5년간 50조원을 들여 벽화 그리고 화단 정비를 하고 있다는 질책이다.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도시재생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청년들은 도시재생을 상생 차원에서 고민했고, 마을의 터줏대감 어른들은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봉사했다. 시장 한복판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아파트 단지에나 있을 법한 멋진 놀이터를 선물 받았다.아쉬운 점은 물론 있다. 너무 낡은 공간은 모두 지우고 새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도 장기적인 계획과 분석 없이 지자체의 사업 추진 의지에 따라 막대한 공적 재화를 투입하는 사업지가 있었다.최초의 기록매체 양피지는 너무나 귀해서 지웠다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과거의 흔적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지워진 것이다. 도시와 그 속의 우리네 삶도 고대인의 기록 못지 않게 귀중한 역사다. 우리 도시에서 어디를 지우고 남길 것인지 멀리 내다보고 선택해야 한다. /손성배 기획콘텐츠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기획콘텐츠팀 기자

  • [노트북] 물류센터 화재, 더 이상 사후약방문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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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물류센터 화재, 더 이상 사후약방문 안된다 지면기사

    경찰과 소방당국의 합동감식이 있었던 지난 29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엿새 동안의 화재로 건물 뼈대만 남은 채 검게 그을려 있었다. 불은 모두 꺼졌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탄내가 가시지 않았고 건물 내부는 타버린 각종 물건들이 흩어져 있었다.지난해 4월29일 이천시 모가면에서는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공사 관계자 등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익스프레스 사고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한 번 이천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센터 안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무사히 대피했지만 화재 진압 과정에서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구급대장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전문가들은 물류센터에서의 화재는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류센터는 박스나 비닐 등 타기 쉬운 자재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 물류센터의 높은 층고 탓에 스프링클러 작동 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자동화 시설이나 분류 시설이 있을 경우 방화구역을 설정하지 않아도 되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또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경우에는 산지를 끼고 있어 전면이 아닌 2개 면에서만 진화작업을 펼칠 수밖에 없었고 상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소방용수를 공급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소방청은 전국 물류센터에 대한 소방점검에 나선다고 밝혔고, 엄태준 이천시장은 기초지자체에 관리·감독 권한 부여, 현장관리자의 촘촘한 배치, 소방차의 원활한 진입을 위한 외곽도로 개설 의무화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지난해 경기도에서만 창고시설 화재가 352건 발생했고 44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산피해도 1천69억원에 이른다. 더 이상의 사후약방문은 있어서는 안 된다.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명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는 것과 별개로 물류센터 화재 예방을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 [노트북] 우리에겐 부천국제영화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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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우리에겐 부천국제영화제가 있다 지면기사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다들 역대 최고의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혼을 쏟아내고 있어요."문화도시 부천을 상징하는 대표축제 '제25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BIFAN)' 개막을 보름여 앞둔 어느 날, BIFAN 관계자는 사무국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부천시청사 부지 내 관공서 중 부천국제영화제 건물의 형광등이 새벽녘 가장 먼저 켜지는 게 익숙한 풍경이 됐다고도 했다. 이번 영화제는 오는 7월8일부터 18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열리는데, 개막을 한 달 정도 남긴 무렵부터 사무국 직원들의 업무는 절정에 달한다.부천국제영화제는 스물다섯 해를 거듭하는 동안 경기도가 자랑하는 문화축제이자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장르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영화제는 개막하기도 전에 온라인에서 일찌감치 관심몰이에 성공했다. 슬로건 '이상해도 괜찮아'를 반영한 6종의 공식 포스터가 유명인들의 SNS와 각종 인터넷커뮤니티에서 '대박'을 친 것이다. 귀여움과 기괴함이 어우러진 '케이크 파괴' 포스터 이미지는 주류에서 기분 좋게 벗어나려는 부천국제영화제의 지향점과 맞아떨어져 호평을 끌어냈다.무엇보다 올해 BIFAN에선 나홍진 감독이 기획한 한·태국 합작프로젝트 '랑종'이 최초 공개될 예정이어서 영화광뿐 아니라 모든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랑종은 태국의 한 무당 가문을 소재로 한 페이크다큐 형식의 공포영화다. 국내 정상의 위치에 올라선 영화인이 자신의 역작을 부천에서 처음 선보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BIFAN이 한국영화계에서 구축해온 신뢰를 대변한다.올해는 또한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을 아우르는 XR(확장현실)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 부천지역 2개 극장과 함께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를 통해서도 초청작을 공식 상영한다. 관련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BIFAN의 의지가 엿보인다.코로나19로 행사 개최에 부담이 적지 않았을 와중에 100편 넘는 작품을 우리에게 선물하기 위한 BIFAN 직원들의 노력과 희생이 어렴풋이 짐작된다. 결실이 눈앞에 왔다. /이상훈 지역사회부

  • [노트북] '수원 연극' 오랜 역사에 걸맞게 고민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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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수원 연극' 오랜 역사에 걸맞게 고민 필요한 때 지면기사

    수원 연극의 역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경기도 연극이 탄생한 곳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지역의 많은 이들이 연극을 보고 즐겼다.특히 연극계가 활발하던 1980년대에는 문화가 집중된 서울로 굳이 가지 않아도 수원에서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큰 이점인지는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현재 수원의 연극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은 작은 극단과 그곳에 속한 (시민)배우들이다. 그들이 시간과 열정을 쏟아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음에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소극장 울림터'는 수원에서 유일한 민간 소극장으로 지역의 극단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이곳을 운영하는 극단 메카네 역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 돌아가는 극단들은 작품 올리기도 빠듯해 홍보에 많은 돈을 들일 수도 없다. 그래서인지 수원시에서 임시로 운영했던 수원시민소극장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관계자들이 많다.오히려 지금이 문화적으로 각박할 수 있다는 한 배우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경제논리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이 시대 문화예술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 한번 쯤은 되돌아보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의 극단이 자생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자체에서 제작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것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안타깝고 슬프다.배우·무대·관객·희곡. 연극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이 가운데 지역의 극단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무대와 관객이다. 이들이 공연할 기회를 열어주고, 관객들이 좀 더 쉽게 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연극계를 받치고 있는 작은 극단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오랜 역사에 걸맞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구민주 문체부 기자 kumj@kyeongin.com구민주 문체부 기자

  • [노트북] 살아남은 아동에게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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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살아남은 아동에게도 관심을 지면기사

    "두살배기 아이를 입양한 뒤 의식불명에 빠뜨린 양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학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지난달 10일 기사가 쏟아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양부 A씨는 지난달 8일 아동 B양 뺨을 수차례 때려 뇌출혈을 일으켰다. A씨는 B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직후에도 태연하게 친척 집을 방문했다. 양모 C씨도 마찬가지다. C씨는 B양이 축 늘어진 채 구토를 했지만 '잠을 자는 줄 알았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B양을 품에 안고 친척 집을 찾았다. 결국 B양은 뇌출혈 발생 7시간 이후에야 병원에 이송됐고, 한 달 넘게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 여기까지가 '화성 입양아 학대' 사건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다. 당시 비극적인 소식이 언론에 공개되며 또 한 번 떠들썩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살아남은 아동에 대해선 모두가 무관심했다. 아동의 건강상태는 어떤지, 의료비 지원과 친권 파양 등 의문을 품을법했지만, 목소리를 내고 분개하는 건 관련 협회, 전문가들뿐이었다.이번 사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동학대사건이 벌어지면 사회는 '죽음'과 '사건'에만 주목해왔다. 여느 때처럼 엽기적인 학대행위를 한 부모는 공분을 샀고 언론은 이들의 가학적 행위에만 집중했다. 정부는 그 사이 또 다른 대책을 내놓는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성급한 대책은 종종 악순환의 고리를 낳기도 했다. 학대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을 둔 탓인데, 실제로 가해자가 처벌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건에 대한 관심은 싸늘하게 식는다. 우선 급한 불이 꺼지면 아동학대사건은 또 그렇게 점차 잊혀진다.아동학대를 끊어내기 위해선 '사건'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한 가정에서 벌어진 끔찍한 범죄로만 치부할 이야기가 아니란 뜻이다. 학대 가해자 처벌을 넘어 아동을 돌볼 수 없었던 가정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살아남은 아동이 늦게나마 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촘촘한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살아남은 아동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시은 사회부 기자 see@kyeongin.com이시은 사회부 기자

  • [노트북] 나는 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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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나는 집이 없다 지면기사

    최근 난생 처음 주택청약을 넣어본 경험이 과거 2년간 고시원에 살았던 기억을 불러냈다.얇은 벽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새벽 4시30분부터 두어 시간 울려대던 모닝콜, 자정이 넘도록 끝날 기미가 없던 술에 절은 고함과 술자리, 바닥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퀴퀴한 하수구 냄새까지.학교 졸업과 함께 고시원을 탈출하면서 다시는 고시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뒤 이내 다시 고시원에 들어갔다. 땅값 비싸다는 서울 강남의 한 회사에 취업하면서다. 달리 선택권이 없어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짐과 몸을 욱여넣었다.그때였을 거다. 한 평 남짓 내 공간에 설렜던 감정은 증오로 바뀌었다. 바삐 사느라 잊고 있던 분노는 청약을 넣으면서 되살아났다. 별생각 없이 지원한 84㎡(25평) 집 가격은 9억원이 훌쩍 넘었고 소위 대출로 '영끌'을 해도 나머지 절반은 내 돈이 있어야 살 수 있었다. 사회초년생에게 로또만큼 어렵다는 청약은 돼도 문제였던 거다. 당첨될까 초조했던 집 없는 자의 속내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무주택자면 기본으로 살 수 있게 하겠다.", "돈 조금 보태면 누구나 자기 집에 살 수 있게 하겠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이 우리 사회를 잠식시키는 요새, 정치권에서 나오는 소리다. 기회를 잡겠다는 이와 만회하겠다는 이들의 목소리는 제법 시끄럽다. 경기도 기본주택과 정부 누구나 집 얘기다.차분히 들여다보면 둘은 같은 얘기다. 그런데도 목 터져라 떠드는 속내가 의뭉하다. 여느 때처럼 집이 선전 수단으로 전락할까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대선이 코앞이라 더 그렇다.이맘때면 정치는 익숙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정치는 우리에게 필요한 옷과 음식과 집, 좋은 '의식주'를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가 훑고 간 자리엔 언제나 씁쓸함이 남는다. 집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곳에 산다. /명종원 정치부 기자 light@kyeongin.com명종원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