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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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지금, 여기' 행복하다는 느낌 지면기사
수술 다음날 퇴원해야 했다는 영국 친구국내서 3주 입원후 통원치료 경험과 대조한 그릇 밥도 얼마나 많은 사람 거쳐 왔나당연하게 여긴 선배 세대 노고 잘 관리를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잠시 시간을 내어 30여 년 전 살았던 도시를 방문하였다. 18세기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영국의 3대 도시인 셰필드는 놀랍게도 예전 그대로였다. 다듬어지지 않은 구불구불한 신작로, 허술한 2층 석조 주택, 도시 중심 커뮤니티 센터와 우뚝 솟은 교회당 종탑이 있는 영국 북부 산업도시의 여전한 모습으로 필자를 반겨주었다.셰필드까지 1시간이 걸리는 열차가 20분 연착되었지만 승객들은 불평 없이 묵묵히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간에 예고 없이 플랫폼이 바뀌는 바람에 하마터면 기차를 놓칠뻔하기도 했다. 역에서 기다리고 있을 친구 부부와 엇갈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잘 만났다. 반가운 포옹을 하며 눈에 이슬이 맺힌 친구의 모습을 보자 필자도 울컥했다.친구 부부에게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지만 머나먼 한국에서 온 귀한 손님을 밖에서 대접할 수 없다며 집으로 초대했다. 여전히 영국 음식은 심심한 편이었지만 친구의 아내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은 필자에게 감동을 주었다.오랜만에 둘러본 친구의 집은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무척 커 보였던 집이었지만 지금은 좁고 옹색한 느낌이 들었고 5명이 앉으면 꽉 차버리는 좁은 거실 한편에 가족사진이 걸려있었다. 친구는 50년 이상을 이 집에 살면서 세 자녀를 키워 출가시켰는데, 잘 가꾸어진 과일나무가 있는 작은 뒤뜰에서 멀리서 온 가족까지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면 새삼스럽게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고 했다.비슷한 상황인 필자의 경우는 가족모임을 위해 식당을 예약하고 집 밖에서 모이고 있지만 예전에 온 식구들이 좁은 집에 모여 음식을 차리고 떠들썩하게 모였다가 헤어졌던 정겨운 모습이 떠올랐다.올해 초에 필자가 무릎 수술을 받은 뒤 한동안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친구 역시 나이가 들어 엉덩이뼈 수술을 받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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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세계 비건의 날 지면기사
오늘이 '세계 비건의 날'이다. 1944년 영국에서 비건소사이어티가 결성되면서, 비건(Vegan)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1994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11월 1일을 '세계 비건의 날'로 지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비건은 애초에는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뜻했다. 이후 1951년경 동물 착취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소비자운동인 비거니즘(Veganism)으로 개념이 확장됐다.a²+b²=c² '피타고라스 정리'로 유명한 그리스 수학자이자 철학자 피타고라스(기원전 570~495년경)는 채식주의자의 조상으로 불린다. 피타고라스는 윤회와 사후의 응보를 믿었다. 현재는 인간이어도 다음 생에는 돼지로 환생해 베이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피타고라스는 절제된 식생활뿐 아니라 의복에서도 비건을 실천했다. 가죽과 양털 옷 대신 흰색의 식물성 망토를 입고 비거니즘 라이프를 전파했다.비건은 까다로운 별종들만의 취향이 아니다. 하나의 소비 트렌드이자 산업이다. 세계 비건 인구는 8천800만명(2023년)으로 약 1.1%에 해당한다. 유연한 채식주의자까지 합치면 14%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 비건식품 시장은 160억5천만 달러로 연평균 13.8% 상승, 베지노믹스(Vegenomics)라 칭할 정도로 성장했다.한국에서도 식품, 화장품, 의류, 생활용품 등 다양한 비건 제품들이 생활 곳곳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30세대의 가치소비 트렌드를 따라 식품·화장품업계가 비건 상품들군을 쏟아낸 덕이다. 육류와 거리가 먼 불교계의 역발상도 유쾌하다. 구례 화엄사는 콩단백질 패티를 넣은 세계 최초 '사찰 비건버거'를 탄생시켰다. 패션계는 '애니멀·PVC 프리'에 골몰한다. 콧대 높은 브랜드들도 모피(Fur)를 포기하고 탄소중립 다운재킷을 출시했다. 사탕수수 섬유뿐 아니라 비건 가죽도 만든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버섯곰팡이로 가죽을 대체할 소재 기술을 독자개발해 특허까지 출원했다.환경보호, 동물복지, 건강, 종교, 윤리, 취향 등 비건의 동기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육류 생산 과정에서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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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에게 부모의 시간을 돌려주자 지면기사
道 4조원 써도 "맡길곳 없다" 현실아이 함께할 시간 보장 가장 중요기혼여성 58.4%가 경력단절 경험시범 사업 '0.5잡·0.75잡' 큰 의미근로시간 줄이고 경력 유지 가능집 근처 마트를 다녀오던 길, 우연히 같은 단지 주민을 만났다.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으니 "글쓰는 일을 하다가 아이 낳고 잠시 쉬고 있어요", 그리고 이어진 말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요."순간 어리둥절했다. 우리 단지 안에도 어린이집이 있는데,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니?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아이가 아플 때마다 엄마가 직접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휴가나 반차도 한계가 있으니 그럴 겁니다"라는 설명이 돌아왔다.지난 9월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도 기혼 여성 5명 중 1명이 경력 단절 여성, 일명 '경단녀'다. 경단녀란 주로 결혼,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이다. 이들이 경력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10년 넘게 변함없이 '육아'다. 아니, 경기도에서만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쓰는 돈이 얼마인데, 아직도 육아가 경력 단절의 가장 큰 이유라니!2024년 경기도 예산 36조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사회복지(45.75%)다. 이 중 '보육·가족 및 여성' 분야에 12.29%, 약 4조4천억원이 투입된다. 한 해에 4조원이 넘는 돈을 쓰고도 여전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라는 현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현재 경기도는 '0세아 전용 어린이집', '야간 연장 어린이집', '장애아 보육 어린이집'에 더불어 '외국인 자녀 보육'까지 지원하고 있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동네마다 하나씩 만들면 육아와 경력 단절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게 하면 부모가 마음 편히 직장을 다닐 수 있고 아이도 행복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할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즉, 부모의 일하는 시간을 줄여 아이와 보낼 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모의 근로 시간을 줄여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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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온라인 세이프티'- 온라인 그루밍과 딥페이크 위협 지면기사
여러분은 혹시 온라인 그루밍에 대해 아시나요? 온라인 그루밍(online grooming)은 SNS나 채팅 앱을 통해 상대방과의 신뢰관계를 형성한 후 약점을 잡아 본인의 성적 만족감을 얻거나 돈벌이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뜻합니다.2023년 저와 비슷한 또래의 아동이 온라인 그루밍을 당해 가출하는 사건이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온라인으로 모르는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설명해 주셨고 저는 그때 처음으로 온라인 그루밍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저는 아동으로서 온라인 세상의 위험성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또 얼마 전 딥페이크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SNS에 업로드된 상대방의 얼굴을 딥페이크를 통해 성적 콘텐츠로 변형시킨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아동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희 학교 역시 많은 학생들이 불안감에 휩싸였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학교에서 피해 학생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SNS에 자신의 셀카나 사진을 올리는 학생들도 많아 추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큰 걱정이 됐습니다.SNS에는 계정 공개 및 비공개 모드가 있습니다. 계정을 공개하면 친구들에게 자신의 계정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메시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SNS의 위험성을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제 계정에 셀카 사진을 게시한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께 혼이 난 후에야 업로드된 사진과 애플리케이션을 지웠던 기억이 있지만, 당시 저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아동들이 온라인 그루밍이나 딥페이크 범죄에 피해를 입는 것을 막으려면 학교와 가정에서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요즘 SNS를 사용하지 않는 아동들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동의 SNS 사용률은 급격하게 오르고 있습니다. 아동들이 안전하게 SNS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김현아 초록우산 아동권리 옹호단·수현초 6학년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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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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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북전단 단체 접경지 국민 위해 자제력 발휘해야 지면기사
대북 전단 살포행위가 재연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지난 29일 납북자가족모임이 오늘 오전 11시에 파주 임진각 내 6·25전쟁 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북전단 공개살포를 예고한 것이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우리가) 대북전단을 보내는 것은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항의하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연천, 파주, 고양, 김포, 강화, 서해5도 주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달 이상 밤낮없는 북한의 소음테러에 탈진할 지경인데 이번에 또 전단을 북으로 날리면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가늠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소음공격이 대북 전단살포와 같은 남한의 선제 도발 때문이라며 또다시 북측에 전단을 뿌리면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단살포 단체들은 접경지 주민들의 "살려달라"는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자유민주 국가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더라도 공동체 구성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는 스스로 자제해야 마땅하다.점증하는 남북한 긴장 고조에 5천만 국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절대다수의 서민들은 남북통일에 아예 관심도 없다. 민생경제가 갈수록 척박해져 하루하루가 너무 고단한 탓이다. 이들에게 통일 타령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여론도 점차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작년 3분기 국민 통일여론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률이 32.0%로 확인되었다. 민주평통이 조사를 시작한 2015년 1분기 조사 이래 가장 높다. MZ세대의 '통일 불필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아 눈길을 끈다.남북 긴장 국면에서도 대북전단 살포가 가능한 것은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폐기시킨 지난해 9월의 헌법재판소 판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대북전단을 살포할 수 있는 권리와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충돌한다. 아무리 헌법적 권리라도 같은 동포의 불안을 외면한 채 행사하면 민심의 역풍을 맞는다. 국민의힘 소속 박용철 강화군수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파주는 물론 접경지역 모든 지자체의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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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도권 접경지 '기회발전특구' 배제 즉각 철회하라 지면기사
박형준 시도지사협의회장이 수도권의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경기·인천지역의 지정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박 협의회장은 지난 28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2차 지정이 임박한 기회발전특구에 대해 "원래 대상으로 삼았던 지역을 너무 포괄적으로 적용하면 법이 뒤집어진다"면서 비수도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협의회장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 대통령실에도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2차 특구 지정을 위해 지역과 면적을 정하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실제로 경기도를 제외시켰고, 산업자원부도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 의결 없이 경기와 인천 지역을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회발전특구는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선정한 지역별 비교우위 산업에 속하는 기업을 유치하고 지원해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국토의 균형된 발전을 도모하는 경제특구를 말한다. 특구로 지정되면 5년간 법인세 100% 감면, 이후 2년간 50%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6월 1차로 전남을 비롯한 8개 시·도 23개 지역을 지정했다. 이때 수도권은 아예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정부가 특구 지정에 필요한 문턱을 낮추면서 경기도에서 가평·연천·포천·동두천·양주·김포·고양·파주 등 8개 지역, 인천에서는 강화·옹진 지역이 특구로 지정될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불과 한두 달 사이에 분위기가 급변해 모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두말할 필요 없이 경기와 인천의 해당 지역은 접경지로서 경제 낙후지역이고 인구감소 지역이다. 제반 환경이 비수도권보다 더 열악하다. 동두천의 경우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천890만원으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낮다. 경기도의 나머지 대상 지역 형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강화와 옹진 지역은 지난 6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발표한 '낙후도 분석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1~5등급의 낙후도 중 심각 단계인 2등급으로 분류된 지역이다. 이들 지역이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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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축' 100일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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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대박난 한강라면 조리기 지면기사
라면은 포장지에 표준 조리법이 인쇄돼 있다. 라면 제조업체 연구진이 심혈을 기울여 찾아낸 물의 양과 끓이는 시간이 핵심이다. 그대로 따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국민 1인당 1년에 77개의 라면을 먹는 나라다.(2022년 기준) 국민식품 라면을 표준 조리법에 가둘 국민이 아니다. 유튜브엔 최고의 조리법을 자랑하는 라면 고수들이 즐비하다.그런데 저마다 추억하는 인생 최고의 라면은 조리법을 초월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시간·장소·상황에 따라 맛은 하늘과 땅 차이다. 군기만 세고 급식은 형편없던 시절 군 복무를 했던 남성들에게 '반합 라면'은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라면 혐오자도 알프스를 바라보며 먹었던 몽블랑과 융프라우 컵라면은 천상의 맛으로 기억한다. 야영장에서, 어부의 뱃전에서, 청춘의 자취방에서 면발에 삶의 희로애락이 밸 때마다 무한히 확장되는 라면의 맛이다.조리기구도 라면 맛을 결정한다. 라면은 빠르게 끓여내야 제맛이다. 집집마다 라면용 양은냄비는 필수다. 업소에서 찌그러진 양은냄비를 만나면 먹지도 않고 맛을 기대한다. 군 시절을 추억하는 캠핑족들은 라면용 반합을 챙긴다. 구이용과 전골용 조리기구로 진화한 솥뚜껑에 졸여 먹는 라면 맛에 빠진 사람들도 많다. 라면 포장지를 조리도구로 활용할 정도로 한국인의 라면사랑은 집요하다.'한강라면' 열풍이 대단하다. 한강 공원 편의점에서 산 봉지라면을 종이그릇에 즉석 조리기로 끓여 먹는 라면이다. 강변의 운치를 즐기며 저렴하게 시장기를 달래니 인기가 폭발하면서, 한강보다 '한강라면'을 체험하려는 내외국인들로 강변이 붐빈다. 장소와 조리기구의 절묘한 조합이 만들어낸 문화체험이다.급기야 한강라면 조리기가 수출 대박을 쳤다. 월드옥타(세계한인무역협회)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한 '한국상품박람회'에서 라면 즉석 조리기 '하우스쿡'이 800만 달러(110억원)의 수출계약을 따냈다. 인천 기업인 '범일산업' 제품인데, 재미동포 사업가와 불가리아·중국 바이어가 앞다투어 수입을 결정했단다. 지난해 1조2천억원어치 수출된 한국 라면을 따라 조리기도 해외에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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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문제인식과 책임인식 지면기사
유독 더운 여름을 보냈는데 올 겨울 역대급 한파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올 여름이 앞으로 다가올 여름 중에 가장 시원한 날이었다거나, 올 겨울이 가장 따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은 기후변화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인식이 바탕이다.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은 없지만 특정 그룹이 좌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인파가 몰린 곳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책임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응급상황에서는 특정해서 도와달라고 해야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문제 인식과 책임의 괴리가 이렇게나 중요하다.광명시는 탄소중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지자체다. 공무원들도 기후변화에 대해 이만큼이나 노력하는 기초지자체는 흔치 않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인력과 예산 등 한정된 자원을 탄소중립에 쓰는 것에 대해 공감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후변화라는 문제인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만큼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9일 열린 광명시의 '2024 탄소중립 국제포럼'이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 시가 1981년 개청이래 처음으로 국제포럼을 개최했는데 주제가 탄소중립이다. 그간 광명시와 인연을 맺은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의 도시들이 참여했으며 국내 다수의 기초지자체가 참여해 지방정부 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국내외 11개 도시는 이날 '기후변화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선언서'에 공동 서명하면서 인위적으로 나뉜 행정구역이 아닌, 범 지구적인 활동을 지역에 맞춰 진행하기로 했다.이로써 기후변화는 특정 국가나 중앙정부차원의 일이라는 식의 책임을 미루는 의견이 줄어들길 희망한다. 무엇보다 지역과 시민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이 제안되고 실행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SG에 대한 논의가 경색된 경제로 인해 힘을 잃었다. 그러나 유독 더운 여름과 유독 추운 겨울이 어떻게 가계 경제에 타격을 줬는지 생각해본다면 기후변화 대응은 또 다른 방식의 투자라고 할 수 있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