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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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노인이 당당한 미추홀구 지면기사
區, 노인인구 20.2% 달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사회현안 해소 맞춤형 일자리 확대 공들여우유팩·폐품 수거·세척 등 재활용 사업 기여지속가능한 정책 '고령친화도시' 국제 인증이달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어르신의 노고에 감사하고, 경로효친(敬老孝親)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미추홀구는 인천지역 중 생계가 어려운 노인이 많은 곳이다. 소득 보장의 보충적 기능을 하는 기초연금제도는 통상적으로 노인인구 70%가 수혜자가 되도록 사업을 시행하지만, 미추홀구는 그보다 많은 75.7%의 노인들에게 수혜가 가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시행하고 있다.2021년 미추홀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WHO가 제시한 교통, 주거, 여가 등 8대 영역에 대한 체감도 조사 결과가 적합할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미추홀구 주민들은 일자리 창출 및 확대(38.9%), 소득보장(30.3%), 건강생활(28%) 순으로 구의 노력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체감도 조사를 살펴보면 주민의 노인 일자리에 대한 수요를 가늠해볼 수 있다. 미추홀구는 노후가 준비되지 않은 노인에 대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여 일정 부분 소득을 보장하고, 일을 통해 삶의 활력, 건강을 회복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된 노인 일자리 사업은 국가 재정으로 감당하는 공적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새롭게 진입한 고령층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노인 일자리에도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지속가능하고 경력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노인 일자리 전반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하지만 노인 일자리 창출이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사업 동반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열악한 재정 형편으로 인해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추홀구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양적 증가에 치중하기보다는 노동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경력과 전문성이 반영되지 않은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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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설렘과 떨림 지면기사
준비되지 않고 떳떳하지 않다면피하고 싶은 '떨림'으로 다가와반면 '설렘'은 분명한 목적·자신감똑같이 두근거리지만 다른 신호자신의 선택이니 만들어 보길일상에서 두근거림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나는 설렘의 순간이고 또다른 하나는 떨림의 순간이다. 두근거린다는 측면에서 보면 설렘과 떨림은 신체적인 반응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차이가 크다. 설렘의 순간은 마주하고 싶지만 떨림의 순간은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설렘과 떨림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는 준비성(準備性)이다.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라면 설렐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떨릴 것이다. 일례로 무언가를 발표해야 하는 자리에 서는 경우, 잘 준비가 되었다면 떨림보다는 설렘의 감정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동안 지나왔던 과정에 대한 만족은 물론, 그 결과를 알릴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렘을 느낀다면 그 저변에는 자신감이 놓여 있기도 하다.반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자리가 떨림을 넘어 가시방석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지적이나 질책도 걱정되고 아직 나오지도 않은 질문에 대한 걱정도 앞선다. 이렇게 보면 떨림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준비 부족으로 인해 스스로 자초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떨림이 아닌 설렘의 순간을 마주하고 싶다면 준비를 잘하는 것이 우선이다.설렘과 떨림을 구분하는 또다른 기준은 윤리성(倫理性)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설렘을 느끼게 된다. 설렘을 느끼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떨림은 없다. 어린 시절에 사소한 거짓말을 했거나 누군가를 속였던 경험이 있다면 설렘과 떨림을 구분하는 이러한 기준을 확실하게 공감할 수 있다.이와 함께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나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경우 또는 그러한 선택을 한 경우에도 떨림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언행이 세간에 드러났을 때가 두렵고 스스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떳떳하지 못한 경우라면 설렘은 없고 떨림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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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국가장학금을 줘라! 지면기사
저출생 근본 원인은 '가치관 변화'대기업 출산·육아 휴가 등 당근책비교돼 중소기업 상대적 박탈감만인력 절대비중인 경제 핵심축 불구청년 기피 일으켜… 특단의 조치를분만 가능한 국내 병원은 몇 곳일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만 병원 수(연 1건 이상 분만)는 2018년 555곳에서 2000년 504곳, 2022년 461곳, 올해(1~7월) 425곳으로 5년 남짓한 기간에 4분의1이나 줄었다. 모든 현상에 우연은 없듯 저출생으로 분만 수요 자체가 줄은 탓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출생아 23만명), 상궤를 크게 벗어났다. 30년 뒤 이들이 지금과 같은 출산율을 가진다면 출생아는 약 8만2천800명(11.5만×0.72명)이다. 또 2053년 출생아가 2083년에 출산한다면 약 2만9천800명이다.(절반은 SKY대 진학 가능) 휴전선은 누가 지키고, 반도체는 누가 만들며, 소는 누가 키울까? 50년 뒤엔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인데 군인·경찰관·소방관 등 '젊은피'가 필요한 국방과 치안·방재 인력은 어쩌나?특정 시점에 태어난 인구는 줄 순 있어도 늘 순 없다. 출생·사망도 전쟁이나 전염병과 같은 예외 요소가 없다면 그 변화는 미미하다. 지금 태어난 아이는 30년 뒤 30살의 인구수와 거의 일치한다. 저출생은 인구통계로 보면 '확정된 대한민국의 미래'다. 배경으론 경제적 이유가 꼽히나, 실은 가치관 변화(다양화)가 근본 원인이다.한국은 OECD 국가 중 중소기업 일자리 비중이 제일 높다. 하여 저출생 폐해가 넓고 치명적인 영역은 중소기업이다. 저출생 시대 중소기업은 우리 아킬레스건이다.첫째, 인력 부족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중소기업의 노동력 확보를 가중시킨다. 특히 육체적 노동과 숙련자가 필요한 제조업과 소·부·장 기업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둘째, 임금 상승 압박이다. 노동인구가 줄면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자연스레 임금 상승 요구로 이어진다. 이는 중소기업에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또 다른 위기를 부른다.셋째, 혁신·성장의 추락이다. 두뇌의 절대 부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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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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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 사업' 재설계를 주목한다 지면기사
경기도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년기본소득 사업의 개편을 추진한다. 사업의 규모는 유지하되 지급 연령, 금액, 방법 등 내용을 고친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2018년 통과된 청년배당 지급 조례에 의해 2019년부터 만 24세 경기도민에게 청년기본소득 연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해왔다. 도는 이를 개편해 지급 연령을 확대하는 대신 지급 금액엔 차등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급 수단에서 지역화폐를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지급 복지 정책의 유의미한 재설계 사례가 될지 주목한다. 성남시에서 시작돼 경기도로 확대된 청년기본소득은 대표적인 현금 지급 정책으로 복지정책의 이념적 논란과 계층간 논쟁에 불을 당겼다.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차별 없는 현금 지급 형식에 대한 찬반과 제도 자체의 효용에 대한 입장 차이는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다.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 개편안은 정책의 원칙을 살리면서도 효용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즉 연령대를 확대해 보편의 폭을 확장하되, 소득 수준별로 지급액을 달리해 보편의 불공정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청년 자립 지원이라는 정책의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지급 수단 교체를 검토한다는데 이 또한 긍정적인 변화다. 그동안 지역화폐로 지급된 청년기본소득이 유흥 분야에 소비된다는 비판이 제도 자체의 효용을 흔들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문제는 경기도가 청년기본소득을 본래의 취지에 맞게 개편해도 조례로 확정하지 않으면 무의미해지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청년기본소득의 정치적 배경이 등장한다. 청년기본소득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시작한 기본소득 복지의 시금석으로 여겨진다. 경기도의회 민주당이 냉큼 찬성하기 어렵다. 김동연 지사의 '이재명 지우기'로 번질 가능성도 농후하다.정치적 시선으로 볼 일이 아니다. 청년기본소득 사업에 드는 예산이 도비, 시·군비 합쳐 1천500억원 가량이다. 보편의 원칙을 유지하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수혜 대상을 늘릴 수 있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복지 수요 확대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예산이 팽창하면서, 제도와 정책의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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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종 미단시티 정상화 방안 찾기에 지혜 모아야 지면기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영종국제도시 북단 '미단시티'에 국제학교를 유치하려고 최근 설명회를 개최했다. 송도국제도시 G타워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6~7개 외국학교법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인천경제청은 영종국제도시 발전상,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한상나들목과 제3연륙교(영종~청라) 건설 현황 등을 홍보했다. 영종국제도시 입주 기업이 늘고 있는 데다, 교통 접근성도 좋아질 것이란 설명이었다. 인천경제청은 내년 1월 10일까지 사업제안서를 받고, 1분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개교 목표 시기는 2028~2029년이다.인천경제청은 미단시티 국제학교 설립을 영종국제도시 앵커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수의계약이 아닌 국제공모 방식으로 세계 유수 외국학교법인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본교 명성과 운영 능력, 분교의 재원과 학사 운영계획, 학생 모집 방안 등을 꼼꼼하게 평가하겠다고 했다.미단시티 국제학교 설립이 인천경제청 계획대로 잘 진행돼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이 사업이 미단시티 전체의 정상화를 견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제학교가 그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보조 역할은 할 수 있어도 '핵심'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미단시티는 RFKR(중국 푸리그룹 한국법인)이 약 9천억원을 들여 특급호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컨벤션 등을 조성하는 복합리조트 단지다. 2014년부터 추진됐는데, 투자 지연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지난해 카지노 사업권마저 효력을 잃었다. 미단시티 조성사업 자체가 중단된 상태로, 인천경제청은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새로운 사업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학교는 외국인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시설이다. 물론, 조기 유학 수요를 줄이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목적도 있다. 국제학교 설립이 필요한 건 두말할 나위 없지만, 복합리조트 문제 해결 없이 미단시티는 정상화의 길로 갈 수 없다. 이럴 경우 국제학교는 조기 유학 수요를 줄이는 '반쪽' 기능에 그칠 수밖에 없다.인천시, 인천경제청, 인천도시공사가 미단시티 활성화를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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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누가 된들 결론은…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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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AI디지털교과서 지면기사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덕분에 전 세대가 모처럼 책과 독서에 푹 빠졌다. '텍스트 힙(Text Hip) 현상'이다. 2030세대는 종이책 완독을 인증하는 게시물을 SNS에 올린다. 중장년층은 문학소년·소녀 시절로 돌아가 서점을 찾는다. 허무한 영상의 파도타기에서 탈출해 평소 책을 멀리하던 사람마저 종이책을 소비하고 즐기는 '근사한 신드롬'이다.'텍스트 힙'의 원조는 한국의 열성 학부모라 할 수 있다. 1994년 대입 논술고사가 부활한 뒤부터 자녀들을 논술학원에 보내고 서점에서 입시생 필독 도서를 사다 날랐다. 문해력이 수능 등급과 대학을 결정한다는 입시 전략 때문이었다.AI디지털교과서(AIDT) 도입을 앞두고 문해력과 학력 격차 우려 등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교육부는 AIDT를 내년 초등 3·4학년, 중·고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과목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기존의 종이교과서를 디지털에 옮기는 것을 넘어서, 학생별 학습 수준을 고려해 AIDT가 필요한 교재를 제공한단다. AI튜터링 기술로 학생들의 맞춤 교육을 지원한다는 취지다.학부모들은 심란하다. 가뜩이나 폰을 쥐고 사는데 교과서까지 태블릿으로 바뀌면 자녀들의 디지털기기 의존이 더 심해질까 걱정이다. 문해력 형성 시기인 초등학생들의 종이 교과서를 없애는 게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신의 자녀가 디지털교과서 첫 적용 세대인 점 자체가 불안한 표정이다. 유럽의 교육 선진국들의 사례가 학부모의 불안을 부추긴다. 디지털 교육을 적극 권장했던 스웨덴은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을 중단했고, 핀란드는 종이교과서로 다시 돌아왔다. 충분한 사례 분석이 필요하다.지난 5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2025 AIDT 도입 유보 청원'이 게시 30일 만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9곳이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신중' 의견을 밝혔다. 디지털교과서가 교육부의 의지와 현장의 반발 사이에 갇힌 형국이다.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책과 서점, 독서가 '텍스트 힙'으로 한류 열풍에 겨우 진입한 시점에 디지털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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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지면기사
노동부모 서비스로 보는 보육현장1일 9시간 이상 일하는 사립유치원'네가 넘어지면 내가 일으켜 주고…가시밭길… 아픈다리 서로 기대며'김남주 시인 여전히 호명하는 시대긴급조치가 발동되고 민청학련·인혁당 사건이 발생한 1974년은 정치적으로 엄혹한 시기였다. '잿더미', '진혼가' 등 김남주 시인의 시 7편은 그 해 '창작과비평'을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는 군사독재정권의 폭력에 저항한 혁명시인이면서 시 '종과주인(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주인이 종을 깔보자 종이 주인의 목을 베어버리더라 바로 그 낫으로)'를 쓴,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누려야 하는 존엄한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전사시인이기도 했다.1978년 8월, YH무역의 일방적 폐업에 맞선 여성 노동자의 농성을 정부가 1천여 명의 경찰을 투입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김경숙이 사망하자, 그는 남민전 조직원들과 함께 서울시내에 2만여 장의 유인물을 뿌려 죽음의 진상과 유신정권의 부도덕성을 알렸다. '그 해 연말 회사는 관리직 사원에게 100퍼센트의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생산직 사원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이 같은 차별에 이의를 제기하자. 총무 이사는 "억울하면 관리직으로 취직하세요. 여러분은 초등학교만 나와서 키우는데 돈이 적게 들었지만 관리직은 다 고졸 이상입니다. 함께 대우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무지막지한 이러한 말과 인식이 YH 무역사건이 일어나게 된 여러 복선 중 하나가 됐고, 시인 김남주는 종과 주인을 가르는, 심지어 종이 그 안에서 또 종과 주인을 경계지어 구분하고 배척하는 일상의 부당에 저항했다.올해는 김남주 시인의 30주기다. 지난 9월에는 시인의 생가가 있는 해남에서 국제학술제와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1974년 당시, '창비' 주간이었던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은 학술제 기조강연에서 "그의 이름은 다시 우리를 역사 앞에 불러내고 있다. 그것은 오늘의 이기를 넘어설 새로운 혁명의 요청이다"고 하면서도 "우리가 마주한 객관적 현실은 변화되었으므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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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아라뱃길에서 생각하는 길의 역설 지면기사
인천과 김포, 서구를 남북으로 갈라놓은아라뱃길과 도로 회랑지대 연결할 수밖에유지비 매년 300억·교량 등 건설 혈세낭비후손들 '애물단지' 돈들여 만든 조상 탓할것길은 거대한 역설이다. 우리는 길이 멀리 떨어진 장소나 도시를 이어준다고 생각한다. 연결이란 대부분 경우 미덕이다. 오지에서 길은 숙원 사업이며, 길이 많아서 교통혼란을 겪고 있는 도시에서도 길은 절실하다. 정치가들의 약속 가운데 상당수는 길을 내주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길을 내는 사업이 시작된다. 그런데 철도나 도로는 시작점과 종점을 통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키지만 동시에 본래 하나로 되어 있던 공간을 분할하고 단절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길은 만드는 과정부터 문제의 연속이다. 도로부지를 수용하고 보상하는 갈등을 거쳐야 한다. 오랜 공사 끝에 도로가 개통되면, 도로 주변의 주민들에게 도로는 일상을 분절하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 나타난다. 특히 철도와 고속도로 주변은 불모지대처럼 바뀐다. 도심을 통과하는 고속도로나 고가도로 주변은 이동이 어려운 도심의 오지, 낙후한 지구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또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와 같은 자동차전용도로로 한강변을 차단당한 서울시민들이 '토끼굴'을 찾아다녀야 하듯이 철도나 고속도로에 다니던 길을 빼앗긴 주민들은 먼 우회로로 다니거나 토끼처럼 땅굴을 찾아다녀야 한다.모든 도로는 그 자체로 위험 시설이다. 해마다 많은 사고가 일어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다. 그뿐 아니다. 야생동물들도 산간지대를 통과하는 도로 위에서 수없이 죽어간다. '13인의 아해가 도로'한다는 시인 이상의 '오감도'는 현대인의 분열증적 심리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위험스런 질주를 속성으로 하는 '도로'의 공간적 성격도 잘 드러내고 있다.그렇다면 길로 연결된 도시들은 행복할까? 120여 년 전 경인철도가 부설되면서 제물포의 상권은 급격하게 몰락했다. 대불호텔과 같은 외국인 숙박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이 몰락하고 한양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시작됐다. 한국고속철도(KTX)도 그렇다. 고속철도로 전국 주요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