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2024년 11월'
    참성단

    [참성단] '2024년 11월' 지면기사

    11월이다. 우리를 둘러싼 불온한 국내외 정세의 실체와 윤곽들이 속속 드러날 한달이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5일(현지시각)이다. 10월 러시아 동쪽에서 출발한 북한군은 이달 중에 서쪽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본격적으로 참전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슬람 무장단체 소탕전은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확대됐다.미국 대선 결과는 꼬이고 뒤틀린 국제정세에 영향을 미친다. 영향의 방향은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 미국 정치는 국제질서 보다 국내 현안에 집중했다. 미국만 안전하고 부유하면 국제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든지 상관없다는 미국 중심주의가 팽배하면서 세계경찰의 지위는 점차 쇠퇴했다. 미국 중심주의에 민주당도 물들었다. 가자에서 희생되는 이슬람 민간인 보다 낙태, 인종, 이민 문제 해결이 시급한 현안이다.트럼프가 돌아오면 미국의 이기적 쇄국이 강화되면서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동맹이 약화될 것이다. 해리스가 당선돼도 국제분쟁 종식을 주도할 미국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동맹의 연대는 느슨해질 것이다. 트럼프는 동맹의 대가로 돈을 요구할 테고, 해리스는 인내를 강요할 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스라엘이 바이든을 무시하는 국제분쟁이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실적인 차기 분쟁의 후보지는 한반도와 대만이다. 김정은은 러시아 파병과 ICBM 발사로 해리스와 트럼프에게 한반도 개입 금지를 경고했다.국내에선 민심의 심판대에 오른 정권과, 사법부의 심판대에 오른 제1야당이 11월, 운명의 첫 고비를 맞는다. 10%대 지지율의 대통령은 고립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두 건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법의 심판대에 오른 보수와 진보 진영의 광장전이 지난 주말 민주당 집회로 개전됐다. 정부는 무력하고 국회는 실종됐다. 헌법재판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기능을 잃었다. 야당이 중앙지검장을 탄핵하면 검찰의 심장도 멈춘다.11월을 잘못 넘기면 헌법이 명시한 입법·사법·행정 삼권 전체가 심부전 상태에 빠진 채 불안한 국제정세에 갇힌다. 국제분쟁의 장기화로 대한민국의 수출경제엔 빨간 불이 켜졌다. 11월의 징조들은 모호한 국정의 위기

  • [월요논단] 미국 대선과 민주주의의 위기
    월요논단

    [월요논단] 미국 대선과 민주주의의 위기 지면기사

    바이든 후보직 사퇴·트럼프 총격 등 그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했던 美 대선결과 어떻든 민주주의 위기징후 뚜렷국민이익 도외시한 세력 설자리 없어운명 개척해 나가는 시민의지도 필요미국 대선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선거에 참여하는 '선거의 해'인 올해 미국 대선은 전 세계인이 가장 주목하는 선거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세계 전체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성격의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초방빅 판세라 세계가 더욱 긴장하고 있다.필자의 기억에 이번만큼 다사다난했던 미국 대선은 없었던 것 같다. 선거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이 투표를 불과 100여 일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했고, 트럼프는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의미가 큰 선거다. 해리스가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이고, 트럼프가 승리하면 22·24대 대통령을 지낸 그로버 클리블랜드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재기에 성공하는 드문 기록을 세우게 된다.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의 징후들을 더욱 뚜렷하게 확인하게 된다. 특히 트럼프는 민주주의 가치와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발언들을 노골적으로 하는데 여전히 거리낌이 없다. 재선에 실패한 2020년 대선 때처럼 선거 직후 승리를 선언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자신이 졌을 경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트럼프의 선동에 의해서 촉발된 2021년 의회 난입 사태에 맞먹는 심각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말할 것도 없지만, 다수 국민의 필요와 어려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민주당도 민주주의 발전에 저해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반민주적인 트럼프가 또 다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그만큼 상대당인 민주당과 후보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반증이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 [데스크칼럼] 소음 안 듣고 살고 싶다는 강화도 주민들의 호소
    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 소음 안 듣고 살고 싶다는 강화도 주민들의 호소 지면기사

    어린 두 아이 엄마 국감서 대책마련 호소北, 과거 확성방송과 다른 신종도발 움직임 심리상담·피해보상 외엔 뾰족한 대책 없어대응 위해 정부·정치권의 냉철한 고민 필요초등학교 1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을 둔 엄마가 무릎을 꿇고 빌었다. 어린 두 아이의 엄마는 "진짜 싹싹 빌게요. 정말"이라며 흐느꼈다.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국방부 차관과 합동참모의장 등 정부 측 인사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하소연한 엄마는 인천 강화도 주민 안미희씨다. 그녀는 이웃 주민 허옥경씨와 함께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북한의 소음공격에 따른 피해 상황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자 국회에 왔다.안씨는 국감장에서 "북한의 소음공격으로 일상생활이 무너졌다"며 "성장기 아이들이 밖에서 놀지 못하고 잠을 못 자는 상황인데 (정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의 손자·손녀·자녀가 북한 방송 때문에 힘들고, 무섭고, 잠을 못 자겠다고 하면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했다. 안씨와 함께 국감장에 출석한 허옥경씨는 강화도에서 태어나 60년을 살았다고 한다. 과거에도 대남 방송이 있었지만, 그때는 체제를 선전하거나 남한을 비방하는 말 또는 노래를 낮에만 틀었다는 게 허씨 설명이다. 허씨는 "여야가 정쟁하지 마시고 주민 고통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저희 보상받고 싶지 않다. 소음을 안 듣고 살고 싶은 것"이라며 "소음을 안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우리 군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이 소음공격으로 맞대응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 말 소음공격이 시작됐으며, 북한의 무인기 침투 주장 이후에는 소음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강화도는 물론 경기도 접경지역 주민들도 북한의 소음공격에 평온한 일상을 빼앗겼다. 북한이 체제를 선전하거나 남한을 비방하는 방송이 아니고 동물 울음소리, 쇠 긁는 소리 등 기괴한 소음을 밤낮없이 내보내고 있는 사실은 경

  • [노트북] 빨대 효과
    노트북

    [노트북] 빨대 효과 지면기사

    올해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펼쳐졌다. 영·호남 연고팀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양 팀을 응원하는 수도권 지역 팬들이 버스와 열차를 타고 광주와 대구로 몰려갔기 때문이다.2015년까지 서울 연고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이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으면 '중립구장'인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5~7차전을 펼쳤다. 관중석이 가장 많은 잠실에서 경기를 열어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지극히 서울 중심의 사고방식이 작동한 희한한 규정이었다.중립구장 규정 폐지 이후 지난해까지 잠실을 연고로 하는 두 팀 중 한 팀이 꼭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덕에 서울에서 경기가 열렸다. 그리고 올해, 규정이 사라진 뒤 최초로 비수도권 팀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이 성사됐다. 양 팀을 응원하는 주변의 지인들도 표를 구하기 위해 예매 전쟁을 벌였다. 전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평일 연차 사용을 불사하고 '직관'을 갔다. 명절도 아닌 지난 10월의 끝자락에 서울역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몰려든 야구팬들의 발걸음을 찍기 위해 방송사 카메라도 출동했다. 경기 침체로 힘겨워하던 광주와 대구의 상권은 잠시나마 활짝 웃었다.'빨대 효과'는 한 지역의 인구와 경제력을 다른 지역이 흡수하는 현상을 뜻한다. 희한한 규정이 사라진 뒤 열린 한국시리즈는 긍정적인 의미의 빨대 효과를 일으켰다. 안타깝게도 인천이 겪는 빨대 효과는 반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인천의 소득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저출산 시대 인구가 증가하는 몇 안되는 도시임에도 소비 수요를 서울에 빼앗겨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했다.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나쁜 빨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다만,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이자 쓰레기까지 묻어주면서도 지갑을 뺏기고 있는 인천의 상황이 다른 도시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을 터다.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 [안은정의 '문득, 인권'] 어떤 노동에 대하여
    칼럼

    [안은정의 '문득, 인권'] 어떤 노동에 대하여 지면기사

    일상적으로 봐왔던 노동들 사라지고 자동화 시스템·기계가 빈자리 대체코로나 이후 물류·배달 산업 급성장노동자 늘었지만 생명·안전 제자리권리보장 위한 변화 목소리 동참해야얼마 전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로봇이 서빙을 하는 낯선 풍경을 보았다. 주문은 키오스크가 대신하고 서빙은 로봇의 몫이었다. 손님이 오면 주문받고 또 음식을 나르던 익숙한 사람의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었다. '참 편리한 시스템이다' 느끼는 한편 사람의 온기가 사라지는 것에 쓸쓸함이 밀려왔다. 어느 사이엔가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노동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 빈 곳은 자동화 시스템과 기계로 채워졌다. 키오스크, 큐알 코드로 주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고속도로의 톨게이트 수납창구는 하이패스로 대부분 대체 되었다. AI, 기술의 발달, 사람의 편리와 편의가 우선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노동, 직업의 마지막을 마주하고 있다. 작가가 사라지는 직업들을 경험하고 쓴 책 '어떤 동사의 멸종'에서는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계 수단이 사라지는 것만이 아니라, 그 노동을 통해 성장하고 완성되어 가던 특정한 종류의 인간 역시 사라지는 것'이라 말했다. 이 중대한 의미를 미처 깨닫기도 전에 노동자는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이미 다른 것들이 차지하고 있었다.변화하는 시대는 어떤 직업, 노동의 사라짐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어떤 노동은 더 크게 확장되기도 한다.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급성장한 물류, 배달 산업이 그렇다. 감염병 확산을 멈추기 위해서 제시된 해법은 거리두기라는 서로의 단절이었다. 비대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세상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고리가 필수적이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배달, 배송 노동이었다. 클릭 몇 번으로 집 앞에 도착하는 따끈한 음식, 신선식품부터 공산품 심지어 저 멀리 바다 건너에서 오는 직구 물품들까지. 배달과 배송이 열어준 신세계는 무궁무진했다. 산업은 점점 더 커지고 확장되는 추세다.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 하나면 끝낼 수 있는 편리함이 성장 동력이 되어주고

  • [사설] 재정난 경기도 국비 확보 사활 걸어야
    사설

    [사설] 재정난 경기도 국비 확보 사활 걸어야 지면기사

    국가 재정난이 지방정부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내년 정부예산중 '일반·지방행정'은 최대 감액 분야 중 하나다. 지방교부세가 감소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융자사업도 대폭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방채 인수금액에 해당하는 올해 예산 2조6천억원의 99.6%(2조5천900억원)를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채 인수 사업은 지자체의 지방채를 중앙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융자해주는 사업인데, 정부 여력이 줄어드니 지방에 풀어야 할 기금마저 대폭 축소하는 셈이다.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긴축재정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1∼9월 국세 수입은 255조3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조3천억원 줄었다. 기업 실적 저조에 따른 법인세 감소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9월에는 부가가치세도 1조4천억원 감소했다. 부가세는 소비 증가 등으로 올해 국세 수입의 버팀목이 됐던 세목이다. 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29조6천억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내년도 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살림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국회에서 시작된 정부예산안 심의로 각 정부부처와 광역단체 간의 국비 확보 전쟁도 시작됐다. 경기도는 지난 30일 도내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60명과 여야 상임위원회 간사, 관계자에게 '2025년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를 배포하고 반영을 당부했다. 경기도의 내년도 주요 국비 사업 100개의 총 요청액은 6조845억원이다.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더 경기패스), GTX-C노선(수원~덕정), 대광위 광역버스 준공영제 사업, 지역사랑상품권(경기지역화폐) 발행 지원 등 도민들의 삶과 직결된 중요 예산이다.경기도 세수도 정부 못지 않은 역대급 결손이다.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이러니하게도 국비 확보다. 배고프다고 손만 빨고 있을 수 없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해야 할 사업도 많다. 인구와 경제규모에 맞는 '균형적 국비'를 경기도가 사수하고 확보해야 한다.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이 파주에

  • [사설] 인현동 참사 25주기에도 교훈과 과제는 그대로다
    사설

    [사설] 인현동 참사 25주기에도 교훈과 과제는 그대로다 지면기사

    지난 30일, 인현동 화재 참사 25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인현동 참사 현장 인근에 건립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는데 유정복 인천시장,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는 1999년 10월 30일 불법 영업 중이던 중구 인현동 상가 건물에서 발생해 학생 등 10대 56명과 성인 1명을 포함해 총 57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친 대형 참사였다.가슴 아픈 참사를 기억하는 것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비극적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회를 돌아보기 위한 일이다. 이번 인현동 참사 추모제에 인천시장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유정복 시장은 참사가 불법과 탈법, 공권력의 부패와 결합한 사건이었음을 밝히고 역대 시장을 대신하여 사과했는데, 이는 만시지탄이나 시민 안전의 책임자로서 마땅한 처사였다.이번 추모제는 해상에서도 열렸는데 유가족 20여 명은 희생자 유골을 뿌린 인천 앞바다를 5년 만에 다시 찾았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지하철 참사 등 전국의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설치작가 이탈과 미디어아트 작가 이소영의 협업으로 이뤄진 전시회도 함께 열렸다. 전시장에는 1999년 당시 화재사건을 다룬 기사들을 환기하는 걸개들과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56개의 백열전구로 구성되었다. 작품들은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재난의 시대와 '위험사회'를 성찰해 보자는 제안이다.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험'하다. 선진국 편입을 자부했지만 성장에 급급하여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었다. 인현동 참사 이후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이후 재난 안전관리기본법을 고치고 재난대응 체계도 대대적으로 정비해왔다. 그러나 2022년에는 159명이 도로 위에서 압사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고, 2023년에는 장맛비로 14명이 목숨을 잃은 오송역 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났다.참사가 거듭되는 원인 중 하나는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원인과 책임을 모르니 제대로 된 대책도 세울 수 없는 것이다. 인현동 화재

  • [경인만평] 그으면 뭐하나?
    만평

    [경인만평] 그으면 뭐하나? 지면기사

  • 미스터 달팽이(이공명)
    만화

    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 [with+] 그때처럼
    칼럼

    [with+] 그때처럼 지면기사

    한때 친구들과 어디든 덜컥 다녀어느 순간 결혼·출산 10년이 훌쩍떠나는 법 잊은 나, 문득 여행 제안"오랜 만에 여행, 하나도 겁 안 나""여행 뭐가 겁나, 인생이 겁나지"드라마 작가 A와 마케팅회사에 다니는 B는 한때 나와 가장 자주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었다. 가장 일하기 싫은 목요일 오후쯤이 되면 슬그머니 여행사 홈페이지를 열어두고 마우스를 꼼지락거리기 일쑤였다. "칭따오 먹태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러시아 현지에서 마시는 보드카도 정말 낭만적일 것 같지 않아?", "신주쿠 고루덴가이라는 곳엔 진짜 끝내주는 튀김집이 있대." 하릴없이 그런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대부분은 덜컥 결제를 해버리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절 칭따오도, 블라디보스톡도, 도쿄도 아무렇게나 떠나곤 했다. 여행뿐이 아니어서 우리는 서로의 생일을 빼먹지 않고 챙겨주었고 가끔, 아주 가끔 누군가가 쓸쓸하다 하소연하면 가장 빨리 달려와 주었다. 종교인도 아니면서 크리스마스이브는 반드시 같이 보냈고,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셋이서 발렌타인 17년산을 마셨다. "있잖아, 매일 그렇고 그런 선물 말고 조금 로맨틱하게, 목욕가운 같은 선물을 받고 싶어." 누군가 말을 꺼내면 누군가 반문했다. "무슨 날이기에 선물 타령이야?" 그러면 뻔뻔하게도 대답했다. "아무 날도 아닌데?" 아무 날이거나 말거나 우리는 목욕가운을 사주었다. 그래서 나도 그런 투정을 부려 통 쓰잘 데 없는 커다란 곰 인형을 선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다 옛날얘기다. 웃자고 꺼낸 이야기라 해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추억담은 뭐랄까, 한물간 배우가 옛날 좋았던 시절을 온종일 주절대는 것 같아 청승맞았다. 어느 순간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열 살이 되었다는 건 내가 그랬던 시절로부터 십 년을 훌쩍 뜀뛰기 했다는 거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다 추억 뜯어먹고 사는 거야." A와 B, 나는 칭따오보다 훨씬 맛없는 먹태를 동네 맥줏집에서 추억처럼 뜯어먹으며 투덜거렸다. "열 살이면 십대 아냐? 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