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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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나도 해볼까?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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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심에 닿기엔 많이 부족했던 대통령 기자회견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임기반환점을 앞둔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국정쇄신 방안으로 산적한 국내외 현안에 대응할 국정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 중에서도 영부인은 물론 대통령 본인까지 거론된 명태균 사태에 대한 입장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담화 내용과 기자회견의 입장이 상충하면서 대통령이 강조한 진심은 민심에 닿질 못했다.대통령은 담화에서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렸다"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단상 옆으로 나와 머리를 숙였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정치논란과 민심이반에 대한 사과였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는 사과할 팩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들에게 잘못한 팩트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즉 김 여사 문제로 시끄러운 정치 상황이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사과한다는 태도였다. 대통령의 공천 관련 육성이 담긴 녹취록에 대해서도 공천에 개입할 경황도 의도도 없었던 '의견 개진'이라는 취지로 넘어갔다.대통령은 국민이 괄목상대할 만한 국정쇄신 방안을 밝히기 보다는 국정수행 방식의 미세조정을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청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모호했고,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은 불편해했으며, 김 여사 대외활동 전면중단은 '제2부속실 신설'로 무마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김건희특검법 수용 요구엔 특검제도의 위헌성을 설명하며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국민은 대통령이 이번 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김건희 여사에서 벗어나 남은 절반의 임기를 이어갈 국정동력을 회복하기를 고대했다.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국정과제에만 집중하겠다지만, 낮은 지지율이 국정수행의 결정적 장애물인 현실이 지겹고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장황한 기자회견으로도 김 여사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미국 대선 결과와 두 개의 국제전쟁이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의 자율성이 극도로 좁아진 국제 정세에서 대통령의 위기는 국가와 국민의 위기다. 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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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재집권, 정부는 치밀한 대응 전략 세워야 지면기사
트럼프가 귀환했다. 미국 대선이 초접전 예상을 깨고 개표 초반에 공화당 트럼프 쪽으로 승부가 기울었다. 경합주는 물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과 같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블루월'(Blue Wall)까지 붕괴하면서 승부는 싱겁게 끝난 것이다. 그리고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함으로써 견제 받지 않는 강력한 행정부가 탄생한 것이다.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신속하고 치밀한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당장 경제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일자리 회복을 위해 보호무역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한국은 대미 무역에서 연간 400억 달러의 흑자를 보고 있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에 대비한 통상전략이 필요하다.방위분담금도 증액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을 부자 나라로 간주하고 있는 트럼프는 현재 1.3조원의 분담금을 13조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공언해왔다. 또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과 확장억제 수단에 대한 비용도 다시 청구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용 청구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하면 미군 철수나 파견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 한미 동맹도 가치연대가 아니라 철저한 실용주의 정책에 따른 '거래'가 될 것이다.북핵 문제의 해법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로 갈등의 심화를 방지하는 소극적 정책을 펼쳤지만,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 추진 등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우려스러운 일은 직접 협상으로 종전협정을 타진하고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는 전략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협력하되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남북 관계의 경색으로 지렛대가 마땅치 않다. 자칫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소외되거나 우리 안보상황을 미국이 주도하는 역설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트럼프는 우크라이나전쟁을 24시간 내에 중단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200조원 이상의 전비를 지원해 왔지만 지원은 대폭 축소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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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한국계 최초 美 상원의원 지면기사
"고장 난 듯한 아메리칸드림의 기회를 미래 세대를 위해 되살리겠습니다." 앤디 김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다.뉴저지는 소위 '정치 기계(machine politics)' 최후의 보루라고 불렸다. 보스 정치인의 절대적 영향력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허울 좋은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다 지난해 터줏대감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민주당)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연방의회 경력 5년에 불과한 하원의원 앤디 김은 메넨데스의 사퇴를 촉구했고, 상원의원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앤디 김이 출마한 뉴저지주는 지난 1972년 이후 민주당이 줄곧 상원을 배출한 텃밭이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뉴저지 주지사의 부인 타미 머피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다. 정치 경험은 없지만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머피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앤디 김은 기득권 정치에 염증을 느껴온 유권자를 공략했고 여론조사에서 반전을 만들었다. 결국 머피 후보는 경선을 포기했다.앤디 김의 승부사 기질은 또 한 번 발휘됐다. 구태 정치·패거리 정치의 폐단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뉴저지주의 카운티 라인(County Line) 혹은 파티 라인(Party Line)이라는 투표용지다.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들은 투표용지 첫 번째 칸에 기재하고, 이외의 후보들은 듬성듬성 배치한다. 앤디 김은 연방법원에 소를 제기했고, 위헌 판결로 카운티 라인 투표용지 사용이 금지됐다.앤디 김은 미 연방의회 235년 역사상 최초의 한국계 상원의원이 됐다. 미국 이민이 시작된 지 120여 년 만이다. 이민자들이 미국 정치권에 입성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미국 정치의 꽃인 의회 입성은 영향력의 척도다. 역대 한국계 3선 하원의원은 앤디 김을 포함해 1992년에 첫 입성한 김창준과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영 김, 미셸 박 스틸,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등 5명뿐이다.상원은 연방정부의 임시예산안 의결권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동의권을 가질 정도로 파워가 막강하다. 도전과 개혁을 증명해온 앤디 김의 더 큰 행보가 주목된다. 앤디 김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 아프가니스탄 주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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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계를 허문 협업의 힘: 레이더 공동활용이 만들어가는 안전한 미래 지면기사
레이더 분야, 협업 시너지 대표사례 기상청·환경부·국방부 매년 모여 현황공유, 발전방안 등 논의·협력 예산절감·관측 사각지대 해소 성과경계 허문 협동, 진정한 적극 행정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판소리계 소설 '별주부전'을 현대적인 음악과 결합해 재탄생시킨 '범 내려온다'라는 노래의 한 대목이다. 전통적인 노랫말과 감각적인 대중음악이 조화를 이룬 이 참신한 감각의 노래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며, 신선한 충격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이처럼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고 우리 문화와 해외 문화의 조화를 이룬 문화예술 창작물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문화의 흐름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는 기존의 틀을 넘는 새로운 시도와 결합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융합과 협업의 가치는 비단 문화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현대 사회에서 단일 부처가 독자적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여러 부처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융합할 때 보다 효과적인 정책 운영이 가능하다. 기상청 역시 다양한 정책을 협업 하에 추진하고 있으며, 협업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레이더 분야에서의 자료 공동활용과 기술 교류이다. 기상레이더는 비구름을 탐지해 강수 위치와 양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중요한 관측장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상청뿐만 아니라 환경부와 국방부도 레이더를 운영하고 있는데, 각 부처는 업무 특성과 관측 목적에 따라 레이더 위치를 선정하고 관측 시각과 방법을 달리해 독립적으로 관측망을 운영해 왔다. 기상청은 넓은 지역의 위험기상을 감시하기 위해 주로 해안 등 외곽지역에 11개의 기상레이더를, 환경부는 수문 관측과 홍수 예보를 위해 주요 강 유역에 7개의 강우 레이더를 운영 중이다. 그리고 국방부는 군 작전 지원을 목적으로 군 공항에 9개의 기상레이더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관측망의 개별적인 운영에서는 부처마다 관측 공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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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온라인 세이프티' - 가짜뉴스에서 탈출하기! 지면기사
오늘날 우리는 뉴스를 신문이나 TV보다 인터넷에서 더 자주 접합니다. 많은 뉴스 사이트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해 우리는 세상 돌아가는 일을 빠르게 알 수 있죠.하지만 뉴스 사이트를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가 항상 정확한 정보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가짜뉴스'입니다. 여러분이 인터넷에서 접하는 뉴스 중에는 진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짓인 가짜 뉴스가 있습니다.이러한 가짜 뉴스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특정 집단을 속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퍼뜨려진 정보일 수 있습니다. 가짜 뉴스는 진실을 왜곡해 사람들을 오도하고,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뉴스 사이트의 댓글 창은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지만, 종종 비방과 욕설이 난무하는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표현들이 온라인 공간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댓글들은 읽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며,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심리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가짜 뉴스를 피하려면 공신력 있는 뉴스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문사나 방송국처럼 오랜 시간 동안 신뢰를 쌓아온 언론사의 뉴스는 사실 확인을 거친 정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또한, 뉴스 내용을 그대로 믿기보다 다른 출처에서도 같은 내용을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동일하게 보도하는 내용이라면 그 정보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댓글 창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도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욕설이나 비방을 보았을 때는 대응하지 않고, 해당 사이트의 신고 기능을 사용해 관리자가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건전한 댓글 문화는 여러분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험담을 퍼뜨리는 대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도록 노력합시다./최정륜 초록우산 아동권리 옹호단·영일중 2학년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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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마을은 염려 없다 지면기사
서산에 예쁘게 걸린 아침 달·한가로운 들판 널어놓은 깨 위에 만든 고랑 '추상화' 같아생각지도 못한 일 일어나는 사람 사는 세상 견디고 이겨내며 하루 살아가는 이들 장해 아침 달이 서산에 걸렸다. 예쁘다. 아직 노란빛이 남았다. 아침 바람 부는 날이다. 양식이가 산책 못 간다고 문자가 왔다. 홀로 걷는 들판이 텅 비었다. 들이 멀리 한가롭다.아내가 나들이 가면서 빨래 다 되면 널라고 한다. 바람이 거칠어져서 거실에 빨래를 널었다. 책을 보다가 잠이 쏟아져서, 낮잠을 길게 잤다. 어제 주워다 삶은 알밤을 다람쥐처럼 앉아 까먹었다. 배불렀다.자전거 타고 알밤 주우러 갔다. 회관 마당에 점순 어머니가 콩 타작하고 있다. 점순 어머니가 삶은 감자를 비닐 주머니 속에서 꺼내 준다. 따뜻하다. 감자가 든 비닐 주머니 속에 김이 서려 있다. 하나 남은 것도 가져가라고 했다. 두고 갔다. 가을바람과 가을 햇살이 하는 일을 잘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자연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그대로 한다. 널어놓고 깨 위를 돌아다니며 두발로 고랑과 이랑을 만든다. 추상화 같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삶이 예술이다.바람이 세게 불면 밤나무 가지가 흔들려 알밤이 많이 빠진다. 생각대로 알밤이 빠져 있다. 밤나무의 생산은 아름답고 나의 수확은 신난다. 저만큼 밤송이가 알밤을 물고 떨어져 있다. 두 발로 밤송이를 열고 알밤을 꺼낸다. 서너 개 주우면 행복한 한주먹이 된다. 밤을 다 줍고 밤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오지 않아도 되겠다.점순 어머니가 아직도 콩 타작하고 있다. 나무막대기를 양손에 들고 콩대를 투닥 투닥 때린다. 콩들이 콩콩 뛰어나와 톡톡 뛰다가 또르르 또르르 굴러 간다. 콩을 쫓아다녔다. 금방 한 주먹이 된다. 일하는 중간에 올 수 없어 콩 타작 다 할 때까지 콩을 따라다니며 주웠다. 콩 한 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이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는다고 했다.앞산에는 팽나무 잎이 노랗게 물든다. 뒷산 그늘이 마을을 덮어 올 때 아내가 왔다. 뒤 안에서 호박잎과 새순을 땄다. 호박잎은 단 한 번의 서리로 잎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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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로켓의 속도를 포기하면 지면기사
건설현장보다 배로 힘든 쿠팡 심야조자본주의 속도전에 죽어나는 노동자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감시·견제해야 불편하지만 속도의 편리함 포기하고 모두에게 안전한 노동환경 개선 필요어릴 적부터 로켓은 빠른 속도의 상징이었다. 불을 뿜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로켓은 지구상의 모든 존재가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여겼던 지구의 중력을 벗어날 수 있을 만큼 빨랐다. 그래서 누군가 매우 빠르다고 말할 때, '로켓'처럼 빠르다고 이야기했고 악당 로봇을 무찌르는 빠른 주먹도 '로켓' 주먹이라고 불렀다. 굳이 물리의 법칙을 떠올리지 않아도 속도가 빨라지면 힘의 크기가 늘어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렇지만 그 힘을 책임감 없이 함부로 사용하면 누군가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게 되고 그게 바로 로켓 주먹을 맞는 악당이 된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다.쿠팡에서 심야조(밤 9시~새벽 6시)로 일한 적이 있다. 원래 밤에 글을 쓰는 올빼미족이라 졸릴 걱정 없고, 코로나 때 폐업했지만 체육관에서 주짓수를 가르치던 시절에 매일 생업으로 운동을 해왔던 터라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새벽 물류 일을 하러 나가보니 컨베이어 속도에 맞춰 상·하차 하는 일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생계 때문에 종종 다니던 건설현장보다도 배로 힘들었다. 중간에 딱 한 번 30분 쉬고 새벽 내내 쉬지 않고 일했다. 반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일이 손에 익어 할만 해지면 컨베이어에 물건을 더 많이 쏟아서 속도를 높였다. 숙련자가 많아 할당 물량을 빨리 끝낸 그룹은 쉬는 것이 아니라 높은 층에서 지켜보던 관리자가 물류가 쌓인 곳으로 이동시켜서 계속 일하게 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로켓의 속도는 시스템이 아니라 물류 노동자들의 땀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냉방 장치는 없었고 선풍기도 보이지 않았다. 창문이 없고 차가 수시로 드나드는 개방된 곳이기에 냉방뿐 아니라 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될 리도 없었다. 일당이 세다고 해서 갔던 건데 손에 쥔 돈은 9만원을 조금 넘었다. 뉴스에선 쿠팡에서 계속 사람이 죽었다. 로켓배송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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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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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수교사의 비극, 어디 인천만의 일이겠는가 지면기사
지난달 24일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을 맡아온 A교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른 살의 특수교사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에서 문제 행동을 일으켜 자신의 특수학급으로 옮겨 온 장애학생을 비롯해 모두 8명의 장애학생을 가르쳐왔다. 특수교육법상 특수학급 학생 기준은 6명이지만 A교사의 특수학급은 올해 3월에 7명으로 늘었고, 8월에 1명이 더 늘어 법적 기준을 2명이나 초과한 상태였다. 특수교사들의 한 주 수업시수는 평균 20시수 안팎인데 A교사는 29시수나 됐다. 거기다 통합학급에 다니는 6명의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업무도 추가로 맡았다. 올해 4년 차로 경력이 많지 않은 A교사에겐 버겁다는 표현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A교사는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 오래전부터 가족과 동료 교사들에게 고충을 토로해왔다. 공개된 고인의 메신저에는 그가 겪었던 일과 소회가 가득 담겨있다. 과밀학급 실태를 비롯해 특수학급 전일 분리수업, 과도한 행정업무, 중증 장애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한 지원 부족, 일부 학부모의 민원, 관리자와 교육지원청의 책임 부재 등을 호소했다. 특히 동료 교사들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통해선 "눈물이 난다", "더는 버티기 힘들다", "자원봉사자 지원으론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인천시교육감이 교원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특수학급 교육환경 개선 간담회에서 숨진 A교사와 유가족에게 사과하면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말 그대로 '뒷북'이다.문제의 핵심은 특수교육과 담당 교사에 대한 관리와 지원의 부재다. 법적 기준을 초과한 8명의 학생으로도 모자라 통합학급의 학생 6명까지 모두 14명이나 되는 장애학생을 임용 5년 미만의 교사 한 사람에게 떠맡겼으니 이게 어떻게 특수교육 현장이 관리되고 있다고, 특수교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인가.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 현황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6천183개 초등학교에서 5천582개의 특수학급이 운영되고 있고, 1만400여명의 특수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