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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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가을이 왔어요 지면기사
길바닥에 있는 알밤만 주워도 두 손 가득어쩌면 저절로 익어 떨어지는지 신비로워 살갗에 와닿던 잊어선 안 될 선선한 바람 자연의 말 듣고 달라진 우리, 놀랍지 않나안개가 마을에 가득했어요. 강 건너가 잘 보이지 않았답니다. 천천히 걸어 강을 건너갔어요. 어제 그곳에 가보려구요. 틀림없이 알밤이 길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을 거거든요. 길에는 어제 보았던 민달팽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어제 그 달팽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민달팽이는 어찌나 느린지 가는지 마는지 분간을 할 수 없습니다. 민달팽이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내 말은 늘 같습니다. '민달팽이에게 도달은 의미가 없다'.(졸시 '도중' 전문) 억새가 팼습니다. 감도 익어갑니다. 길가에 미국 쑥부쟁이꽃이 피어 있고 고마리, 물봉선화 꽃이 피었습니다. 거미들이 길가 풀숲 여기저기 집을 지어 놓았습니다. 길목이 좋은 곳에 있는 거미 집에는 날 벌레들이 여러 마리 걸려 있고, 내가 보기에 별 고민도 별생각도 없이 얼기설기 허술하게 지은 듯한 집에는 거미줄이 텅 비어 한산합니다. 거미들도 집을 지을 때 부실 공사를 하는가 봐요. 꾀꼬리, 붉은 머리 오목눈이, 개개비, 박새, 직박구리, 딱따구리, 까치들이 안개 속에서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새들의 아침도 사람들의 아침 출근길 만큼이나 부산합니다.차가 한 대 내 뒤에 오고 있었습니다. 긴장했어요. 차가 자주 다니지 않은 좁은 길이거든요. 처음 본 차였습니다. 민달팽이 생각이 났습니다. 차는 그 지점을 이미 지나와 버렸습니다. 저기 저 앞길에 알밤들이 떨어져 있을 텐데, 어쩐다지, 어쩐다지 하다가 손을 번쩍 들어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그분은 바쁘다며 그냥 가버렸습니다. 내가 길바닥에 있는 밤을 줍는 1분만 늦추면 안 되겠냐고 했거든요. 알밤이 있는 길을 지나자, 생밤이 차 바퀴에 갈려 툭툭 터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삐 걸어가 보았습니다. 여기저기 속살이 하얗게 터진 알밤들이 보였습니다. 용케 '로드 킬'을 피한 알밤을 주웠습니다. 길바닥에 있는 알밤만 주워도 두 손이 가득 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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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0세 시대'를 지혜롭게 사는 법 지면기사
인간의 '나이 듦'은 불가역적 현상나만의 '일하는 시간' 가져야 풍요로운 삶, 건강한 인간관계 좌우봉사활동으로 교류하고 활력 얻어 자유와 행복 누리는 노년 됐으면나이 든다는 것은 일로든 건강으로든 친지들의 관계로든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늙는다는 것이고 점점 '홀로 살기' 즉 혼자가 되는 과정이다. 노년에게 외로움과 상실감, 고립되고 공허하고 불안한 마음, 외톨이가 된 느낌, 심지어 배신감 이런 것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먼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살아왔는데 홀연히 '100세 시대'가 다가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인간의 '나이 듦'은 불가역적이다. 늙고, 병들고, 돌봄받는 코스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다. '나이 듦'과 '돌봄'은 필연적 코스인 것이다. 이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들을 거부할 수 없다면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노년들은 이런 현상에 대하여 하나씩 탈출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변화하는 몸'과 '욕망하는 자아'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비와 현명한 대처가 노년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마음이 진짜'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늙고, 병들고, 돌봄받는 이야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인정해야 한다.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늘어날 때, 자기 자신을 위해 어떻게 삶을 영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100세 시대까지 기대수명이 늘어가는 상황에 즐거움 없이 지내는 노년으로 살지 말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을 위해 헌신만을 해온 노년에게 남은 생이라도 행복함을 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노년문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만들고 맘껏, 신나게 늙는 대안들이 많았으면 좋겠다.6080 노년은 노화, 외로움, 치매, 상실, 죽음 등 공포로부터 해방되어야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운명처럼 받아들이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용기를 보여 줘야 한다. 노년에는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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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의자 앉기 지면기사
공항 봉사자·마트 계산원 보며 제일 먼저 '앉을 의자 있느냐' 생각 앉아서 일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 어디서든 서서 일하는 사람 없도록지켜보고 '의자 없음'에 의문 가져야인천국제공항으로 출근하며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통로 입구 앞 안내 데스크에 계신 자원봉사자 어르신이다. 이른 아침부터 단정하면서도 멋스러운 정장 차림에 반백의 머리칼을 잘 빗어 차분하게 넘긴 헤어스타일을 하시곤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안내를 해주시는 모습은 잠깐 스쳐지나갈뿐인 내 마음에도 친절한 사람의 호의를 마주하며 느끼는 기분 좋은 행복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서 계신 입식 단상 뒤에 의자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볼 때마다 서 계신 모습이어서 혹시 안내를 요청하는 여행객들이 없을 때에도 앉지 못하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었다.사실 나의 의자 걱정은 유구하다. 대형 마트의 계산원이 끝없이 이어지는 고객들의 줄을 마주하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백화점의 의류매장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직원들을 보면, 카페 BAR 테이블 너머에서 종종걸음을 치는 알바생들을 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앉을 의자가 있느냐'다.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앉기를 갈망하는가. 물먹은 솜뭉치마냥 늘어지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아침 출근길의 전철을 기다리는 노동자는 먼저 온 사람들의 등 뒤로 길게 이어진 줄 끝에서 발을 구르며 얼마나 자리가 나기를 바라는가.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이 요행히도 금방 다음 역에서 내려 자리가 났을 때 급하게 엉덩이를 붙이는 사람의 얼굴은 얼마나 안온한가. 어린 밤 야쿠르트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는 "다리가 잘라져 나가는 것 같구나"하시며 한숨을 쉬셨다. 선생은 죽은 듯 조용하지 않은 초등학교 교실의 아이들을 혼내주려고 한 시간 동안 서서 수업을 듣게 했다. 우리는 모두 의자를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자라났다. 앉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자랐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일할 때였다. 새벽 3시부터 낮 3시까지 12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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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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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첨단무기와 한미동맹은 국방역량의 일부일 뿐이다 지면기사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과 국군 시가행진이 어제 성남 서울공항과 서울시내에서 열렸다. 이날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에 대응할 전략사령부를 창설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령관에게 직접 부대기를 인계했다. 또한 북한의 전면 도발을 응징할 3축체계의 핵심 자산인 괴물 미사일 현무-5를 최초로 공개했다. 미군의 전략폭격기 B-52는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해 한·미 안보동맹을 과시했다.윤 대통령은 기념식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안보 역량으로 유럽과 중동 수출로 검증된 K-방산의 기술력과 핵 기반 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된 한미동맹을 열거했다.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국방혁신 계획도 밝혔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대한민국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겉치레나마 선대의 유훈이었던 한민족 평화통일 노선을 폐기중이다. 대한민국을 유사시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적대국으로 본다는 얘기다. 반면에 한미동맹은 경제적 대가를 요구하는 미국의 실리적 태도로 인해 혈맹의 정신이 무뎌지고 있다. 한계에 봉착한 북한 정권의 대남 전쟁 의지와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실리적 태도가 어우러지면 대한민국 안보는 위기에 빠진다.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의 국방력과 한미동맹으로 철통 같은 국가 안보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한 나라의 국방력은 유사시 나라를 지키려는 국가의 국민의 일치된 의지의 수준이다. 북한의 국지적 도발 때마다 여야의 대응과 반응이 하늘과 땅 차이인 정치적 불화로 국민의 안보의식이 분열됐다. 국군 정보사령부 군무원이 군 비밀요원의 명단을 팔아넘길 정도로 군기문란이 심각하다. 인구 감소와 군대내 세대 갈등은 전력 유지와 발휘의 걸림돌이다. 방첩역량 위축으로 내부의 적을 발견하는 빈도가 떨어진다.첨단무기 수준과 한미동맹이 아무리 높고 굳건해도 국방력의 일부일 뿐이다. 유사시 국민을 하나로 묶어 총력 대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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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법 정당현수막 법대로 처리하라 지면기사
지난 4·10 총선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정당현수막이 최근 또다시 난립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제정한 법을 스스로 어기고 있는 형국이다. 정당현수막은 2022년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나 신고 없이 정치적 현안 등의 내용에 대해 15일간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무분별하게 난립한 정당현수막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현수막 공해' 여론이 확산하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을 개정, 읍·면·동별 최대 2개 설치, 어린이보호구역·소방시설 주변 등 설치 불가 등의 강화된 내용을 추가했다.행정안전부가 매달 발표하는 '시·도별 정당현수막 정비실적'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총선을 앞둔 3월에 정비된 정당현수막이 1천331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4월 571개, 5월 423개로 감소했다가 6월 570개, 7월 822개, 8월 945개를 기록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당 관계자는 현수막 설치 업체가 철거 시점을 놓치거나 초선 의원들이 많아져 관련 내용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해명하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정당현수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는 배경엔 목 좋은 곳을 계속 점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정당현수막은 대로의 사거리처럼 유동인구가 많고 잘 보이는 곳에 걸려 있는데, 자진철거를 하면 그 자리에 상대 정당의 현수막이 내걸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의 당협·지역위원회가 자리 사수를 위해 새로운 정당현수막과 1대 1 형태로 교체할 때까지 의도적으로 철거를 미루는 것이다. 게시기간이 끝난 정당현수막을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지자체에서 강제철거를 하게 된다. 정당현수막을 내건 당협(지역)위원장 입장에선 지자체가 강제 철거해 주면 1만원 내외의 철거비용을 아낄 수도 있다.자진철거를 하지 않는 정당현수막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게시기간이 지난 정당현수막은 당연히 '불법 광고물'에 해당한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불법광고물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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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죽음의 백조에 이어…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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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탈북민 지면기사
사선을 넘어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은 올 3월 기준 3만4천121명에 달한다. 지난 8월 강화군 교동도로 부자(父子)가 귀순했는데, 의족을 찬 '영예군인' 아버지는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고 말았다. 특별대우를 받는 '영예군인'조차 탈북할 만큼 북한의 경제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2016∼2020년 탈북한 북한 주민 10명 중 7명(72.2%)은 탈북 전 1년간 식량 배급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고질적 경제난 속에 북한의 배급 체제가 붕괴된 지 오래다.탈북민은 정보 당국의 조사를 거쳐 안성·화천에 위치한 하나원에 입소하게 된다. 12주 과정의 사회 적응 기초교육을 마치면 초기 정착지원금 1천만원을 받게 된다. 2022년까지 8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900만원, 올해 1천만원으로 인상됐다. 내년에는 1천500만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하지만 일시금이 아니라 분할 지급된다. 설상가상 하나원을 나오자마자 탈북 브로커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착금을 내어주면 빈손이다. 주거 알선 등 도움을 받지만 무한 경쟁사회는 가혹하고 냉정하기만 하다.30대 탈북민 A씨가 1일 버스로 통일대교를 건너려다 실패했다. A씨는 이날 오전 1시쯤 파주 문산읍의 한 차고지에서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 남단까지 내달렸다. 통일대교 남단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초병의 제지도 무시한 채 버스를 몰다가 바리케이드를 들이받고서야 멈춰섰다. 결국 A씨는 절도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0여년 전 탈북해 서울 신림동에서 살던 A씨는 "남한살이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단다.국가인권위원회 '2023 북한이탈주민 위기가구 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차별 등 무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는 답은 31%에 그쳤다. 또 '2023 인권의식 실태조사'에서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 소수자 중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선출직 공무원이 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66.2%나 됐다.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각한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 2012~2022년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탈북민은 31명이다. "탈북민은 한국인, 조선족에 이은 3등 국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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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신뢰 잃은 공동체 지면기사
"서로 의심하지 않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야탑역 흉기 난동' 예고글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과 소란에 야탑역 인근에 사는 친구가 SNS에 올린 짧은 한 문장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스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낸 장소였지만 이제는 야탑역에 있는 모든 사람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이런 의심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셀 수 없이 오갔던 야탑역이지만 이곳의 누군가가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괜스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봤고, 평소 같으면 야탑역으로 정했을 약속 장소도 다른 곳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공동체에 대한 의심이 불안과 공포를 싹틔웠고,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공동체에 의심이 자리 잡았을 때 이를 걷어내기 위한 비용은 막대했다. 흉기 난동 예고글이 올라온 이튿날부터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매일 수십 명의 경비 인력을 야탑역 인근에 배치했다. 예고일이었던 지난달 23일에는 경찰특공대가 포함된 120여 명의 경찰력에 장갑차까지 투입됐다. 이날 야탑역에서는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를 의심해 신뢰가 깨진 공동체와 이를 회복하기 위해 투입된 사회적 비용을 보며 씁쓸함이 올라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신뢰는 사회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신뢰가 일상생활을 예측 가능하고 단순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의심하고, 자신을 방어하는 일에 시간과 비용을 쏟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공동체가 존재할 때 의심에서 파생되는 막연한 불안과 공포의 공간은 줄어들 것이다.의심과 각자도생이 판을 치고 이것이 보통의 일상이 되고 있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보호받고, 보호할 수 있는 공동체는 모두에게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축적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서로 의심하지 않는 공동체를 바라는 친구의 글이 더욱 힘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한규준 사회부 기자 kkyu@kyeongin.com한규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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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족한 건 의사의 일손이다 지면기사
치료일손 보강·양질 서비스 제공'치료의' 새로운 제도 도입 제안정부, 상정 정원급증 백지화 바라의사·간호사협회도 검토·논의'한국식 선진 의료체계' 정립해야'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다. 의술을 배우고 익히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으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에서 유래한다. 한 사람의 의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15년 내외의 세월과 정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한 사람의 의사가 평생을 건 인애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여러 해 인고의 시간을 견뎌 낸 다음인 것이다.애초부터 의과대학 정원 2천명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의 공급자 의사와 수요자인 국민 사이에 정부가 끼어들어 의료대란이 발생하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죽어갈지 알 수 없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다는 보건의료정책이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 도대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본질은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의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의료계의 일반적 면허 또는 자격제도를 보면 의사(한의사 포함),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3원 체제로 되어있어 법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질병을 치료하는 건 불법이다. 의사의 업무는 질병의 진단, 처방, 치료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의사가 다년간 쌓은 고도의 지식과 경험과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진단과 처방이다. 치료는 진단과 처방에 따라 수행하는 기능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PA간호사 제도의 도입에서 보듯 의사가 사실상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도움을 받아 시행해 왔다.여기서 의사의 치료행위에 필요한 일손을 실질적으로 보강하여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간호사의 자기 발전 욕구를 충족해주며, 격오지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하고, 필수의료를 보강(의료수가 상향 조정 병행)하는 방법으로서 '치료의'라는 새로운 제도(치료조무의)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치료의는 간호사로서 해당 과목에서 소정의 경험을 쌓은 사람이 당해 분야 의사의 추천을 받아 의과대학에 지원하고, 제반 자질과 능력을 종합한 전형으로 선발하여 2년의 교육을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