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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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찰스 다윈과 여름휴가 지면기사
세계적인 여행기 3편으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적 사유'를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찰스 다윈(1809~1882)의 '비글호 항해기'가 주목을 끈다. '비글호 항해기'는 인류사회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꾼 '종의 기원'의 전사(前史)이기 때문이다.'항해기'는 1831년부터 1836년까지 비글호를 타고 세계 일주하면서 쓴 다윈의 일기다. 5년 136일간의 대장정을 거치면서 남미와 태평양 일대 원주민들의 삶과 풍물을 담아냈고, 이 과정에서 유럽인들이 이곳에서 저지른 악행이 드러나기도 한다. 다윈의 비글호 승선은 우연이었다. 피츠로이 비글호 함장은 출항 전 동승할 박물학자를 찾았다. 박물학자의 주임무는 함장의 말벗이 되는 일이었다. 긴 항해를 책임진 함장이란 직책은 외롭고 스트레스가 많은 자리여서 전임 함장들이 긴 항해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다윈은 1828년 목사가 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했다 핸슬로 교수의 식물학 강의를 듣고 자연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비글호 측에서는 먼저 핸슬로 교수에게 동승을 요청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다윈에게 연락이 갔다. 인류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종의 기원'과 그 전편인 '비글호 항해기'는 이런 우연에서 시작됐다.다윈은 1831년 12월 27일 비글호를 타고 영국의 데번포트에서 출발하여 우루과이·파타고니아·아르헨티나·칠레·브라질·갈라파고스 등을 항해하면서 영국 팰머스 해안으로 돌아오기까지 전 과정을 18권의 항해 일기에 담았다. '종의 기원'의 탄생 배경이 되는 갈라파고스 제도 방문은 17장에서 상세하게 묘사된다. 남미 등지의 원주민들과 인디오들의 풍습과 생태 등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다윈은 군주제가 없는 평등한 사회일수록 문명이 발달하지 못하는 역설을 목격하기도 한다.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국제공항이 인산인해다. 주말 국적 항공사를 이용한 누적 승객수가 4천756만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해외여행이 대세라 하지만,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휴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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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유적부심' 지면기사
문화유산이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김포 신안리 신석기유적 취재에서도 여전했다. 경기도는 특히 개발 이슈가 많은 곳이기에 문화유산이 발굴됐을 때 재산권 등 분쟁의 여지가 적잖이 발생한다. 취재 현장에서도 여러 갈등과 문제로 인해 땅에 묻혀야만 했던, 또는 훼손될 수밖에 없었던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그런 지점에서 김포시가 해당 유적의 땅을 상당 부분 매입해 놓은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적어도 이 유적이 이대로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주변에 덕포진이라는 유적이 있었던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번 발굴 자체가 덕포진 유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는데, 주변에서 유적의 존재를 인식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신안리 신석기 유적을 세상에 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온전한 신석기유적, 그것도 무더기로 발견된 집터와 유물은 우리나라의 신석기시대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 기원전 3천700~3천400년에 존재했던 땅의 모습을 오늘날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 10㎡의 땅도 유적지로 지정하기 쉽지 않은 오늘날에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는 땅이 현상적으로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사회적 자산"이라는 이야기는 더 와닿은 이유다. 언젠가 이러한 곳들을 둘러싼 아파트 단지가 생긴다 해도 오롯이 남아있는 이 땅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다.사실 눈에 보이는 어떠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땅 아래를 깊이 들여다봐야 찾을 수 있는 유적은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유적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며 그 가치와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는 여전한 숙제이다. 유적의 활용을 두고 김포시의 담당 학예연구사는 '유적부심'에 대해 말했다. 내가 사는 곳에 문화유산이 있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문화유산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 그 바람이 하나의 단단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구민주 문화체육부 기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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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참여와 자치가 지역을 바꾼다 지면기사
반도체 용수공급 '희생강요 부당' 입장 반영자연보전권역 완화·산업단지 조성 등 성과반도체기업 원활한 입주 SK와 실무협의중빗속 주먹쥔 팔 흔들던 시민들 눈에 선하다2년전 일이다. 세 번의 도전 끝에 60%가 훌쩍 넘는 과분한 지지율로 민선 8기 여주시장에 당선된 직후였다. 나는 12개 읍면동을 돌며 민원을 청취하고 시정과제를 발굴하는 등 여주시를 위해서라면 죽도록 일하고 싶을 만큼 의욕이 넘쳤다. 취임 첫 과제로 '여주시 복합행정타운 건립 계획'을 결재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않은 문제가 터졌다.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필요한 공업용수 57만3천t(하루)을 여주시에서 끌어간다는 계획이 서있으니 취수장과 관로 설치를 위한 인허가를 서둘러 달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유보하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 된 것이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지역발전의 활로로 삼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과 달리 여주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이고, 팔당상수원 보호를 위해 시 전체의 40%가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되어 반도체 공장은커녕 계획적인 개발조차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수도권규제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지역의 균형발전이다. 그러나 전 지역이 자연보전권역으로 설정된 여주는 균형발전의 혜택은커녕 과도한 개발제한으로 40년 동안의 역차별을 당연한 듯 견뎌왔다. 여기에 또다시 지역을 가로지르는 용수관로 설치를 감당하라는 요구에 여주시민들의 반발은 거셌다.(''반도체 초강대국', 지역과의 상생이 첫발이다!'(2022년8월16일자 19면 보도) 칼럼 참조)여주시민들의 바람은 '특별대책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자연보전권역을 성장관리권역으로 조정해달라는 것이었고, 용수관로의 설치와 유지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 규모의 지역 개발 사업에 투자해달라는 것이었다.그러나 일부 친기업 언론들은 이 당연한 요구를 '지역이기주의'이자 국가기간산업발전의 '발목잡기'라며 몰아붙였다. 여주시민들의 억울함이나 신출내기 시장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주는 언론의 목소리는 이 거칠고 악의적인 프레임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그들의 편향된 시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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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고라] 역사를 잊은 민족, 민족을 잊은 역사 지면기사
우리가 그냥 독립을 얻은게절대 아님을 반드시 가르쳐야영웅들 활약상 모르는 세대들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무얼 의미하는지 알길 없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겪은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우리 민족의 역사 중에서 무엇을 잊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는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 다만 최근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우리가 무엇을 잊고 있으며 또한 잊으려 하는지 반성해 보고자 한다.2023년 8월25일, 육사에 설치한 독립군 및 광복군 영웅(박승환·홍범도·지청천·이회영·김좌진·이범석) 흉상을 철거하여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 결론적으로 육사 내에 재배치하는 걸로 논쟁은 마무리되었지만, 민족의 독립투쟁에 대해서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 또는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을 입증한 사건이었다.역사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 과목이 수능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과목을 응시하지 않으면 수능 전체 성적이 무효가 되니 대학을 진학하려면 반드시 한국사를 공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사교육은 다른 문제가 없는가? 아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서 보듯이 무엇을 교육과정에 넣고, 어떻게 교과서를 만들고 어떤 내용을 학교에서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 매우 심각한 의견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하나의 단일 교과서를 통해서 역사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현재 권력을 갖고 있는 집단에게 유리한 내용만 선정, 조직될 위험이 있다.또 하나 생각할 지점은, 교과서가 완벽하게 잘 꾸려졌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실제로 가르치는 과정에서 왜곡과 생략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근현대사의 경우에는 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 교과의 범위가 넓어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고대와 중세사에 비추어 볼 때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상황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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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 사적 국가, 공적 국가 지면기사
한국의 민주주의 절대적 정의 추구지도자 자체가 이젠 존재하지 않아저열한 동기·욕구 정치 오염시켰고국민들조차 언급하려하지 않는다적나라한 약탈적 사적국가로 전락집권당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대통령 부인 문자 무시' 의혹에 대해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과 사의 구분이 모호한 상황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민간인인 영부인 문제가 공적 이슈로 등장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공을 지향하는 사적 영역인 정당이 내부의 의사결정에 공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제도적·비제도적인 통로의 문제라면 정당의 사활적 문제를 제도적 논의의 장으로 이끌지 못하거나 무대응한 데 대한 정무감각의 부재 혹은 권위적 판단오류를 성찰해야 했다. 많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공인을 자처하면서 자신의 발언에 과도한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문제 이슈들에 사실상 무지한 연예인들이나 체육인들의 문제와 그들에게 과도한 사회적 책임성을 부가하려는 사회적 경향성 만큼이나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문제는 사적 개인들의 영향력이 공적 권력이 되는가를 보여준다.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한 대의 정치체제로서 다수를 대표하는 사람이나 정당이 그만큼의 권력을 위임 받는다. 유권자의 견해를 대표하는 것인지, 유권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왜냐하면 어떠한 견해가 정치나 정책으로 구체화되어 그러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이익을 실제로 대표하는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가영역에도 존재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까지를 고려한다면 정치적 대표성의 디커플링은 항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다수의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익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이 공익을 대표한다고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소수자의 이익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민주주의는 사적 영역에서 사적 방식으로 출발하여 공적 영역에서 공적 방식으로 견해를 모아가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이렇듯 불완전하지만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정치적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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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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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공공의대 설립 통합법안 내놓아라 지면기사
공공의대 설립은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과 의사인력이 부족한 의료분야를 위한 전문의료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5년 전남 순천·곡성을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새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법률안이 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이 15개나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인천에선 김교흥 의원이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교육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이번 22대 국회 들어서서도 마찬가지다. 벌써 4건의 법률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지난 6월 11일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고, 이틀 뒤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치 및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됐다. 전북 남원을 지역구로 둔 박희승 의원 등 71인은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인천에서도 지난 달 27일 김교흥 의원이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다시 대표 발의했다.그러나 이들 공공의대 설립 법률안은 국가적이고 통합적이라기보다는 지역적이고 분산적이다.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나 지역의 이해관계가 바닥에 강하게 깔려있다. 한 예로 민주당 박희승 의원의 법률안에는 서남대 폐교 후 '의대 정원' 활용이라는 자신의 지역구 현안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의원들의 발의안도 마찬가지다. 국가적 현안이 지역적 이해로 축소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의대 설립 법안에 대한 여야 공동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대부분 비수도권 의원들이 대표 발의했다는 점은 특히 인천이 유의할 부분이다. 서해5도와 강화를 안고 있는 인천은 대표적인 의료취약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이 자칫 수도권 대 비수도권 대결구도에 놓이게 될 경우 공공의대 설립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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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검사 탄핵 변호인 선임 신중해야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손준성·이정섭 검사의 탄핵심판에서 여당 몫으로 추천된 김용관 변호사를 해임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사임했다. 겉으로는 사임이지만 사실상 '해임'이다. 김 변호사가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둔 게 아니라 정 위원장의 해촉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두 검사의 탄핵심판에서 국회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야권 추천으로 선임된 김유정 변호사만 남게 됐다.국회 측 법률대리인은 탄핵소추위원을 맡는 법사위원장이 정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추천으로 선임된 김 변호사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정 위원장이 해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변호사는 지난 21대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선임했다. 민주당에서는 "검사 탄핵을 반대했던 법사위원장(김도읍 전 법사위원장)이 선임한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탄핵 소추 사유를 입증하지 않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탄핵 심판 내내 있었다"고 전했다.민주당은 손 검사 탄핵심판의 법률대리인을 보강할 방침이다. 속단할 수 없지만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여권 추천 변호인을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여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김도읍 전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추천 몫의 김유정 변호사를 선임한 바 있다.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돈 봉투 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 네 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검사들에 대한 탄핵이 추가로 발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사 네 명에 대한 탄핵은 근거로 들은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일을 들춰내서 탄핵을 위한 억지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해병대원 특검은 찬성 여론이 높으니 추진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밖의 특검과 대통령 탄핵 청문회, 검사 탄핵 청문회 등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 검사 탄핵 사건에서 여당 추천 법률대리인을 해촉하고, 민주당 추천으로 다시 변호사를 선임한다면 중립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국회 의석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검사 탄핵 청문회 개최에 신중해야 함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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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정치 먹사니즘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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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최저임금 1만원 지면기사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2일 2025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시급 9천860원에서 1.7% 올린 인상률은 미미하지만, 1만원 대 최초 돌파라는 심리적 파급력은 만만치 않다. 1988년 462.5원으로 제한적으로 도입된 최저임금은 다음해부터 전면 실시됐다.1993년 1천원을 돌파(1천5원)한지 30여년 만에 1만원을 넘겼으니 얼핏 보기엔 굼벵이 같다. 그런데 경향신문 지난해 4월 보도대로면 1993년 1천569원이던 짜장면 평균 가격이 2023년 6천361원으로 30년간 4배 상승했다. 비슷한 기간 10배 오른 중국집 종업원 최저임금에 비해, 사장님의 짜장면 가격은 4배 오르는데 그친 셈이다.최저임금 1만원 돌파에 전국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인상률 보다 진한 공포를 체감하는 배경이다. 짜장면 재료 가격들도 30년 동안 최소 4배 이상 뛰었을 테다. 30년 이상 짜장을 볶고 면을 뽑아 중국집을 유지했다면 장사의 신으로 칭송할만하다. 그럴 리 없다. 종업원 대신 가족이 홀 서비스를 하고, 주방장 대신 사장님이 웍을 잡는다. 사장님 가족의 노동과 영혼을 갈아넣어야 짜장면은 '서민 가격'을 유지한다.반면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1만원 돌파 보다는 올해 늘어난 금액 170원에 화가 난다. 1시간 노동해봐야 햄버거 세트메뉴 하나도 사먹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300만~500만명이니 외면할 수 없는 항변이다. 최저임금 1만원에 사장님은 걱정이 태산이고 노동자들은 울화통이 치민다.영세사업장과 음식점의 사장님과 노동자는 최저임금 사업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동지들이다.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입장이 갈리지만 평소에는 서로의 처지를 가장 잘 아는 동병상련자들이다. 남는 것 없어도 최저임금을 맞춰주는 사장님을, 최저임금으로 버티는 노동자를 서로 걱정해준다.최저임금과 상관 없는 대기업 노사 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현장에서 몸을 부대끼며 서로의 처지를 잘 아는 최저산업의 사장님과 노동자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서 빠졌다. 이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면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