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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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밥상머리 교육 지면기사
자녀들과 소통 유대감 강화인성·생활습관·식습관·배려 등자연스러운 교육의 장 될 수 있어학폭·교권침해 등 문제 예방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 기대한국 사회에서 '밥'이란 단순한 식사의 의미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중요한 문화적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밥 먹었냐"는 물음을 통해 안부를 묻기도 하고, "언제 한번 밥 먹자"고 건네는 말로 다음 약속을 이어가기도 한다. 가족을 뜻하는 '식구(食口)'라는 단어에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 즉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 우리의 삶 속에서 '밥'은 사람 간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아울러 밥 먹는 공간을 활용한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통해 자녀들의 인성, 예절 교육뿐만 아니라 학업 성취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밥상머리 교육은 단순히 밥을 먹는 시간을 넘어 가족 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소통과 유대감을 강화하면서, 자녀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기술과 대화 내용에 대한 이해력 및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가정교육이자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때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에서는 자녀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고와 기회를 배우기 때문에 사고력과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가정교육이자 인성교육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셈이다.최근 우리 교육 현장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교권침해와 같은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 방안으로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학교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인성교육의 일환으로서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2023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5.9%가 학생들의 인성 수준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인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61.8%가 가정을 꼽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모든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2024년 교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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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집게손 억지 논란'에 응답하는 기업이 책임져야할 것 지면기사
르노 코리아, 사과후 직원 직무배제부당한 민원 피하려 임직원 희생양기업, 의무 방기·영리에 도움 안돼책임여부 시민들 기억에 '차곡차곡'소비문화에 섬세하게 장기적 반영나이키는 2018년 대표 슬로건인 'Just do it'의 30주년 광고에 미국 프로풋볼 선수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을 전격 기용했다. 흑인 남성인 캐퍼닉은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에 저항하는 의미로 경기장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대신 무릎을 꿇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나이키는 캐퍼닉을 광고 전면에 내세우며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신념을 가져라'라고 새겼다. 보수주의자들은 나이키 운동화를 불태우는 영상을 퍼뜨리며 불매운동에 나섰지만, 성과는 없었다. 캐퍼닉 광고 이후 나이키의 온라인 매출은 30% 이상 급증했다. 인종차별적인 극렬 보수주의자의 소비를 희생하는 대신, 사회적 가치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덕분이다.나이키가 '악성 민원'에 응답하며 캐퍼닉의 광고를 내리거나 해명했으면 어땠을까. 그럴 가능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거칠게 가정하자면, 최초의 모델 기용으로 이미 화가 난 일부 보수주의자의 지갑도 잃고, 사회적 가치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이들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 매출 하락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오염되는 것도 당연지사다.실제로, 미국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였던 버드라이트는 지난해 트랜스젠더 딜런 멀바니(Dylan Mulvaney)와 프로모션을 진행한 뒤 보수주의자와 젠더론 반대자 등의 항의를 받자, "멀바니에게 증정한 기념품은 인플루언서 수백 명에게 준 것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진보 진영까지 보이콧에 합세했고, 지난해 4분기 버드라이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떨어진 수준에 머물렀으며 점유율 1위에서 내려와야 했다.위 사례들은 기업이 성, 젠더, 인종 차별과 같은 민감한 사회적 이슈와 연관될 때 얼마나 일관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섬세하게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특히나, 정치적·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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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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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령운전자는 잠재적 사고 유발자가 아니다 지면기사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온 한 승용차가 200m가량을 역주행한 뒤 인도로 돌진했고 이로 인해 무고한 시민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언론은 사고의 참상을 앞다퉈 보도하는 동시에 사고 원인 분석에 나섰다. 당시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68세라는 나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고의 키워드로 '급발진'과 '역주행' 외에 새로운 단어 '고령운전자'가 추가됐다.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점이 사고의 배경 중 하나로 부각되면서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격 논란이 재점화됐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입한 조건부 운전면허제가 다시금 이슈화됐고 70세 이상의 경우 면허 자진 반납을 더 강력히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공교롭게도 시청역 사고 이후 일주일 간 서울에서 고령운전자 사고가 잇따라 3건이나 더 발생하자 고령운전자의 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점차 높아져 갔다.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 등을 중심으로 노인층 전체를 싸잡아 비하하고 혐오하는 발언이 서슴없이 표출돼 또 다른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사고 차량의 운전대를 고령자가 잡았다는 것에서 출발한 운전 자격 논란이 엉뚱하게 '노인 혐오' 현상으로 번진 것이다. 고령운전자는 곧 잠재적 사고 유발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온라인상에선 거칠고 험한 표현들이 연일 등장하며 노인들을 위축시키고 있다.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령주의'와 연관된다. 연령에 따라 사람에게 고정관념 또는 차별 의식을 갖게 하는 연령주의가 심화될수록 고령자에 대한 비난과 편견은 당연시된다. 최근 택시에 타려다 자신이 고령자라는 이유로 젊은 승객이 탑승을 포기했다는 한 택시기사의 하소연은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운전자의 나이로만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무책임한 일반화다. 사고는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고 68세라는 나이는 해당 운전자의 특성 중 하나일 뿐이다. 초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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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급증하는 가계대출, 영끌 투자 재현될까 불안하다 지면기사
7월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불과 나흘 만에 2조원 넘게 급증했다. 지난 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710조7천558억원으로 6월 말(708조5천723억원)보다 2조1천835억원이나 늘었다. 이미 6월 한달새 5조3천415억원이 늘어 2021년 7월 이후 2년11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반기 금리인하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타고 부동산 영끌 투자가 재현될 위험신호가 켜진 것이다.가계대출을 종류별로 들여다보면, 최근 주택 거래 회복 영향으로 수요가 커진 주택담보대출이 552조1천526억원에서 552조9천913억원으로 8천387억원이 늘었다. 특히 지난달 2천143억원(102조9천924억원→102조7천781억원) 감소해 다소 주춤했던 신용대출도 이달 들어 나흘 만에 1조879억원(102조7천781억원→103조8천660억원)이 증가했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6월 24일 기준) 보다 상승 폭이 확대(0.07→0.10%) 됐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매수심리가 회복돼 과천시 부림·별양동과 인천시 중구 운서·항동 등을 위주로 상승 거래가 이뤄졌다. 여기에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일반투자자 대상 상장 공모 청약도 신용대출 증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공모주 청약에 자그마치 18조5천500억720만원의 증거금이 몰렸다.이와 함께 최근 국내외 증시 활황도 빚투를 자극하고 있다. 월평균 신용융자 잔고(유가증권시장+코스닥)가 이달 들어 나흘 동안 20조234억원 불어난 점도 예사롭지 않다. 신용융자는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것으로, 이 잔고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빚투를 많이 하고 갚지 못한 대출도 쌓여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에서 부부 합산소득을 작년 7천만원에서 올해는 1억3천만원으로, 내년에는 2억5천만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또 최근에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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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읽씹하시죠…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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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정감록'과 기후위기 지면기사
'정감록'은 작가 미상의 도참서이자 조선왕조의 멸망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민중적 염원을 담은 예언서다. 주요 내용은 이심(李沁)이라는 인물과 정감(鄭鑑)이라는 사람이 금강산 비로대에서 서로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국운과 세상의 길흉화복을 다루고 있으며, 이씨가 망하고 정씨가 흥기할 것이라는 '진인출현설' 등의 반(反) 조선왕조적 예언들이 망라되어 있다. 여기에 풍수지리적인 상상력까지 가미되어 전란과 재해가 일어나도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에 대한 소개도 들어가 있다.필사본으로 유통되던 '정감록'은 1923년 동경에서 펴낸 호소이 하지메(細井肇) 본과, 같은 해 국내에서 김용주 본이 나오면서 출판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선 1913년 아유가이 후사노신(鮎具房之進)이 '정감록'을 펴낸 바 있으나 인쇄본 '정감록'은 1923년부터 세간에 널리 퍼져나갔다. 가장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판본은 김수산이 1968년 홍익출판사에서 펴낸 '정감록'으로 많은 이들이 언어에 대한 장애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비결집록'은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가용이고, 가독성은 역시 김수산의 '정감록'이 발군이다. '정감록'은 '감결', '옥룡자기', '도선비결', '남사고비결' 등 수십 종의 비결서들의 총칭이며, 현존하는 이본만 해도 50여 종이 넘는다.'정감록'의 '감결'에 "계산석백 초포주행(鷄山石白 草浦舟行)"이란 말이 있다. 계룡산 돌이 하얗게 변하고 초포에 배가 다니는 날이 오면 천지개벽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초포는 논산과 연산 사이 남성천과 연산천이 합수되는 지점으로 그 인근에 황산벌이 있다. 초포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다니면 천지가 개벽하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인데, 요즘 식으로 풀이하면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장마 기간이라 실감하지 못할 뿐 인도와 파키스탄은 연일 50도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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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방의회 개혁 지면기사
수원시의회 의장 선출과정 환호·탄식 교차웰 메이드 드라마, 시민에겐 최악의 다큐지방의회 '감투싸움' 의정농단 전국적 현상시민권리, 사적 욕망 충돌 소수권력 변질최근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릴레이 삭발을 감행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20, 민주당 16, 진보당 1석으로 출범한 시의회다. 전반기 의장은 순리대로 국민의힘이 맡았다. 전반기 의장이 후반기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일대 소동이 시작됐다. 국민의힘 의원 2명이 반발해 민주당으로 입당했다. 범야 다수가 되자 양당은 민주당 의장·국민의힘 부의장에 합의했다. 합의는 곧바로 휴지 조각이 됐다. 민주당 의장후보 경선에서 패한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의장 선거에 나섰고, 다시 다수당이 된 국민의힘도 의장 선거에 참여한 것이다. 결과가 놀라웠다. 민주당은 탈당한 무소속 의원에게 몰표를 줘 의장에 당선시키고 부의장도 민주당이 차지했다. 8개 상임위·특위 위원장도 민주당과 진보당이 독식했다. 다수당이면서도 적수공권이 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머리를 밀며 눈을 감았다.빌미는 전후반기 의장직을 나누었던 신사협정을 깬 국민의힘의 내분이다. 민주당은 의회권력 독점을 위해 탈당한 해당 행위자를 만장일치로 지지하면서 결정적 장면을 연출했다. 양당의 절묘한 의석 지형을 활용해 의장으로 선출된 신임 의장은 출중한 지략과 결단의 주인공이 됐다. 소수당이 지방의회 권력을 독점하는 과정은 양당의 환호와 탄식이 교차한 웰 메이드 정치 드라마다. 하지만 시민에겐 최악의 다큐멘터리다. 민주당 시장을 선출하고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에 견제를 맡겼다. 지방자치 권력을 구성한 수원시민의 민의가 철저히 짓밟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당론으로 선출한 후보들이 아닌 발군의 정치 감각을 발휘한 사람이 의장직에 올랐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정당정치가 무너졌다.민주당 4, 국민의힘 2석인 오산시의회 후반기 의장은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민주당에서 반란표가 나왔고, 지목된 의원은 탈당을 결행했다. 평택시의회도 소수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 반란표에 힘입어 의장에 선출됐다. 광명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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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무카페] 내용증명의 만병통치효 지면기사
채무이행을 독촉하거나 법률적 의미있는 의사표시를 전달하기 위해 내용증명을 이용하게 된다. 내용증명은 등기취급을 전제로 우체국을 통하여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발송하였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증명하는 특수취급제도이다.(우편법 시행규칙25조) 그러나 해당문서내용의 진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내용진위의 증명력까지 인정하는 공증과 다른 점이다.내용증명은 법적분쟁을 소송으로 바로 진행하기 전에 분쟁의 쟁점을 알려 상대방에게 문제해결의 기회를 주고 분쟁을 미리 예방하여 원만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설사 내용증명으로 해결이 안되어 소송으로 비화되어도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주요기능으로 첫번째, 계약의 해지·해제를 말로 하면 나중에 부인할 우려가 있어 내용증명을 통하면 증거가 된다. 두번째, 동일한 채권에 대해 채권양도와 채권압류가 경합할 때 채권자들 사이에 우열과 효력을 가리는 기준은 확정일자 있는 통지를 언제 했느냐가 관건이고 내용증명상 소인(확정일자)으로 가린다. 세번째, 채무의 이행을 독촉하면서 언제까지 이행하라는 기한을 주고 이를 어길시 추후에 법적 조치가 있음을 적시하면 자발적 채무이행을 유도할 수 있다. 네번째, 채권은 소멸시효가 있어 내용증명은 최고로서의 기능이 있고 6개월내 재판청구하면 시효중단된다. 다섯째, 유언장, 차용증 작성을 내용증명으로 하면 분실염려 없고 작성일이 확정된다. 여섯번째, 임대차는 기간만료 2개월전까지 해지통지하지 않으면 묵시적 갱신된다. 이를 막으려면 내용증명을 보내면 된다. 말과 문자는 도달여부에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채권채무관계로 발송된 내용증명이 반송되면 이를 가지고 주민센타에서 상대방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의사표시를 전달할 길이 없을 때 법원에 의사표시공시송달을 신청하면 공시송달로써 상대방에게 송달로 간주된다. 근거자료로 육하원칙의 간단명료한 내용증명을 보냄으로써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이 현명하다하겠다./이영옥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화성지부이영옥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화성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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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 세계인 송상용 선생을 기리며 지면기사
국내 1세대 과학사가, 지난달 타계엄혹했던 시절 후학들 방패가 돼줘과학에 기반 않는 삶은 공허 강조생명윤리학회 창립, 복제기술 경종깊고 귀한 품 가시고나서 더 선연지난 6월6일 소송(小松) 송상용(宋相庸) 선생께서 타계하셨다. 선생은 철학자이자 과학자, 사학자로 한결같이 진실과 정의의 길을 걸어오신 분이었다. 선생은 우리나라 1세대 과학사가로 수많은 후학을 길러내셨다. 1960년 한국과학사학회 창립회원으로 참여한 이래 20년 넘게 간사로 일하면서 학회의 초석을 다졌고, 전 세계의 과학자, 과학사가를 초빙하여 학회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또 1989년에는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공동대표로 참여하며 엄혹했던 시절 후학들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시기도 했다. 한편으로 선생은 성균관대 재직시절 독재정권에 반대하다 해직당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런 일을 훈장처럼 내세우지 않으셨다.선생은 이야기를 많이 간직하고 계신 분이었다. 중학생때 6·25전쟁이 나서 인민공화국 치하에서 석달을 살아본 이야기라든지 1·4 후퇴 때 걸어서 부산으로 피난하다가 길이 막혀 유성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땅을 사서 고구마 농사를 지었던 이야기처럼 선생의 개인사도 재미있었지만, 저명한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을 만나 감격에 겨워 말이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라든가 영국에서 알고 지내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을 서울 인사동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이야기라든가 선생이 아니면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나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선생께 배운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일로 선생을 가까이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과학은 우리가 아는 것이고 철학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라는 러셀의 말도 선생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또 올해는 한자로 '내년(來年)'인데 왜 이해를 올해라고 하는지는 물어서 알았다. 선생은 "올해의 올은 '오다'는 뜻이 아니라 '이르다'는 뜻이다. 올벼의 올이 그런 것처럼"이라고 가르쳐주셨다. 런던에서 마르크스의 묘소를 먼저 보고, 나중에 트리어의 생가를 방문하는 식으로 마르크스의 삶을 역순으로 만난 경험이라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