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데스크칼럼] 7월의 팀
    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 7월의 팀 지면기사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강한면모2023시즌 상승세 전년이어 파이널A 재진입이달 첫경기 김천과 무승부 3연패 탈출 성공조성환 감독 사퇴했지만… "할수있어 인천"시즌제로 운영되는 프로스포츠에서 유독 특정 기간에 승률이 높은 팀이 있다. 대표적인 팀이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이었던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이다.SK는 '가을 DNA'로 유명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SK는 이 같은 수식어를 얻게 됐다. 큰 경기에서 유독 강했다. 베테랑들이 팀을 잘 이끌고, 후배들도 긴장하기보단 더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를 통한 끈끈한 조직력으로 상대를 압박했던 것이다.SK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07년과 2008년 2연속 우승에 이어 2010년에도 정상에 서며 '왕조'를 일궜다. 2018년 SK는 정규시즌 2위(78승1무65패)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 올랐다. SK의 상대는 두산 베어스. 두산은 그해 무려 93승(51패)을 올리며 포스트시즌 전부터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조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SK가 4승2패로 정상에 올랐다.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는 최근 들어 여름(7월 혹은 8월)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20년시즌 중반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잔류에 성공한 인천은 2021시즌 7월에 FC서울, 수원 삼성,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어진 원정 3연전에서 전승을 거두며 '7월의 팀'으로 입지를 다졌다. 그해 스플릿라운드에서 파이널A(1~6위) 진입에 실패하지만 인천은 8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리그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다.2022시즌 7월에는 4경기에서 승점 4점(1승1무2패)을 추가하는데 그쳤지만, 8월 5경기에서 패배 없이 3승2무(승점 11)를 기록했다. 8월에 쌓은 승점에 힘입어 파이널A에 진입할 수 있었으며, 인천은 그해 최종 4위를 기록했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인천은 팀 역사상 처음으로 AFC 챔피언스리그(AC

  • [주종익의 '스타트업'] 상장(IPO)이냐 인수합병(M&A)이냐?
    칼럼

    [주종익의 '스타트업'] 상장(IPO)이냐 인수합병(M&A)이냐? 지면기사

    창업자 80~90%에 'M&A' 권유상장으로 큰 기업 이끌수 있는경영자는 10% 미만이기 때문인수합병후 재창업도 괜찮아사람마다 능력·영역 인정해야스타트업 창업자는 엑시트(Exit: 출구전략)라는 단어를 늘 마음속에 품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 엑시트를 통해 투자자에게는 투자금뿐만 아니라 큰 이익을 돌려주고, 창업자 자신도 성공에 따른 성취감, 부의 증대, 명예를 얻어 사회적 신분 상승의 짜릿한 맛을 꿈꾸며 스타트업 출구(Exit)를 어떻게 끝낼지를 즐겁게 고민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얻어왔기 때문이다. 엑시트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일반적으로 언급된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증권 시장에 주식을 상장(IPO)하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합병 및 인수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일이다. 어떤 엑시트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는 스타트업의 상황, 목표, 창업자의 경영 철학 및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상장은(IPO) 더 많은 자금을,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하여 세계적인 거대 기업을 만들 수 있고 회사의 브랜드가치와 고객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며 당초에 세상을 한번 바꾸어 보겠다는 의지의 실현이 가능하다. 반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경영 능력과 조직 운영 리더십 등이 수반되어야 하고 외부의 강력한 통제와 비판과 법규 준수 등 모든 경영 자원을 공개하고 끊임없는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커다란 위험 요소도 갖고 있다. 주주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경영 외적인 위험과 재무적 적대적 공격도 막아낼 능력 있는 경영자가 요구된다. 이는 생각보다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이와 달리 인수합병은 비교적 추진 속도도 빠르고 상대방과의 적절한 인수 조건을 협의할 수 있고 기술이나 노하우 등을 유지할 수 있으며 대부분 인수기업이 규모가 클 때가 많아 여러 방면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문화의 충돌로 조직의 화학적 결합의 어려움도 예상하여야 하고 언젠가는 회사의 경영권을 상실할 것이라는 점도 예상하여야 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상은 스타트업에는 사실은 주의를 바짝 기울여야 하는

  • [월요논단] 문화지체 현상
    칼럼

    [월요논단] 문화지체 현상 지면기사

    우리사회 세계관 부재 근본 원인세대간 가치관적 갈등·분열 초래규범·공동체 이해관계 합의못해시대적 변화 담아낼 새 사유체계못 이끌어내면 위기로 몰아간다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한 문화지체 현상을 빚고 있다. 뜨거운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인 저출산의 경우, 대책을 모색하는 정책 당국자나 사회 주류 계층과 당사자인 청년층의 생각은 극명하게 갈라진다. 대책이라고 제시하는 정책들을 접하는 청년 세대는 그 터무니 없음에 냉소조차 짓지 않는다. 그에 비해 정책 당국자를 비롯한 기성세대가 아이는 고사하고 결혼조차 꺼려하는 청년 세대를 이해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하나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자세히 뜯어보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뚜렷한 문화적 간극이 자리한다. 현대 세계에 대한 전반적 견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사회와 정치, 경제에 대한 이해나 개인의 문화적 취향과 사회 안에서의 성취도, 삶의 가치관 등에서 기성세대와 청년층의 생각은 극명하게 갈라진다. 무엇이 문제일까.한국 사회는 불과 100여 년에 지나지 않는 시간 동안 서구 세계가 16세기이래 거의 400여 년에 걸쳐 겪은 근대적 변화를 일시적으로 경험했다. 지금의 기성 세대가 전 근대 시대의 문화적 배경을 지닌 채 살아간다면, 청년 세대는 근대를 넘어 근대 후기의 문화적 세계에 흠뻑 젖어있다. 세계사를 통해서도 서구의 근대적 변화는 농경사회를 급격히 해체한 극단적 변화의 시기였다. 산업혁명이 추동한 근대적 전환은 사회, 문화적 변화는 물론 일반인의 사고체계에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변혁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서구 사회가 300여 년 이상의 적응 시간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문화적 동질성을 유지했다면, 우리 사회는 이를 집약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커다란 격차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흔히들 이 근대 수용의 역사를 압축 근대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에 따라 기성 세대가 근대에 대해 과잉으로 반응하거나 근대화를 숙명의 과제로 강요받았다면,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이 시간은 다만 연대기적인 후기 근대의 시대상으

  • [사설] 빛바랜 '민간정원' 제도, 제대로 살려내야
    사설

    [사설] 빛바랜 '민간정원' 제도, 제대로 살려내야 지면기사

    정부가 도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상 속 자연공간인 정원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며 10년전 '민간정원' 제도를 도입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전국에 조성된 민간정원은 135개, 그 중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모여사는 수도권에는 단 6곳에 불과하다. 2015년 수목원·정원법이 시행되면서 정부 주도하에 도심 녹지공간 확대가 추진됐다. 등록기준이 까다로운 공공정원보다 민간이 정원 조성에 뛰어들 수 있도록 민간정원은 면적 기준 없이 전체면적 중 녹지면적 40%와 주차장·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만 갖추면 된다.하지만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로 민간정원 조성이 어렵기만 하다. 현행법은 정원 등록·운영 기준만 제시할뿐 규제에 대응할 규정이 전혀 없어 개발제한구역, 산지·농지전용 등 '위법성'이 있는 토지에 조성될 경우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 올해 기준 도내 시군별 규제 비율을 보면 의왕 83%, 과천 82.7%, 의정부 70%, 시흥 59.9% 등 면적 절반 이상이 개발제한구역이다. 자연보전권역도 용인 51.2%, 남양주 42.6% 등이다. 도시공원처럼 개발제한구역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 등의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민간정원이 저조한 또 다른 이유는 정부·지자체의 지원 부재다. 정원은 다량의 식물을 구입하고 재배를 위한 시설·인력 비용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주차장·화장실 등 편의시설 등을 갖춰야 해 초기 비용 부담도 공원보다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내 5개 민간정원에 지원되는 정부·지자체 예산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단일 시·도 중 민간정원이 26곳으로 가장 많은 전라남도의 경우 정비·보완사업에 14억원 넘게 투입하는 등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정원 등 녹지공간에 대한 경제·관광적 효과는 입증됐다. 순천만정원은 작년 980만명이 방문, 333억원 수익과 1조5천억원이상 생산유발효과를 얻었고 민간정원은 최근 야외결혼식장으로 활용되거나 카페 등과 연계해 경제적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등록 정원만 3천700개가 넘는 영국의 경우 매년 '첼시 플라워쇼'를

  • [사설] 인천시 교통행정에 복장 터진 강화군민
    사설

    [사설] 인천시 교통행정에 복장 터진 강화군민 지면기사

    인천시의 미숙한 교통행정으로 강화군민들이 재앙에 가까운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시가 강화터미널에서 신촌까지 운행하는 직행 좌석버스의 3000번 노선을 분리하면서 배차간격이 기존의 10분에서 40분으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강화군 주민들은 지난 1일부터 인천시와 강화군 등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며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3000번 버스 배차 간격이 10분대에서 40분대로 늘어난 것은 노선 분리로 인한 것이다. 기존 노선에 투입된 23대의 버스를 강화터미널을 출발하는 3000번 8대와 김포 월곶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는 3000-1번 15대로 나누어 운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노선 분리 운영 계획은 대광위(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와 인천시·경기도·김포시 간의 협의 결과로,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하여 1년 이상 검토해온 사안이다.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점은 노선분리로 운행차량이 8대로 줄면 배차간격이 크게 늘어날 것을 예측했으면서도 인천시가 노선분리에 합의하고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3000번 버스는 강화군과 서울을 연결하는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다. 연간 강화군민 23만명이 이용하는 이 버스는 강화군민들에게는 '서울가는 버스'로 불리며 강화대교 준공 이후 50년간 운행돼왔다. 교통행정은 이동권과 접근성이 취약한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 데, 오히려 불편을 크게 가중시켰기 때문이다.배차간격 증가로 인한 논란이 확산되자 인천시가 응급처방으로 내놓은 대책은 노선 조정과 정류장 축소안이다. 3000번의 서울시 운행 구간 13개 정류장을 8개로 줄이고 김포시 구간의 24개 정류장은 2개로 축소하는 것과 종점을 신촌에서 당산역으로 변경하여 급행화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강화군 주민의 빠른 서울 접근은 가능하겠지만 배차 간격이 늘어남으로 인한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다.이번 강화도 시외버스 노선 변경에서 드러난 문제는 인천시의 원칙 없는 교통행정이다. 강화지역은 강화대교와 초지대교로 육지부와 연결되지만 대중교통의 오지로 분류된다. 수도권 각 지역마다 GTX를

  • [참성단] 자라섬캠핑장
    참성단

    [참성단] 자라섬캠핑장 지면기사

    한국인의 캠핑DNA는 대물림된 걸까. 고려 문인 이규보(1168~1241)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을 보면 사륜정(四輪亭)이 등장한다.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이동식 정자로 오늘날의 캠핑카라 할 수 있다. 사방 6척(약 182×182㎝)의 사륜정 안에 주인이 자리를 잡고 그 옆에 거문고 연주하는 금객(琴客), 노래하는 가객(歌客), 시를 읊는 승려, 바둑 두는 기수(棋手) 등 여섯 명이 탑승해 명승을 유랑하며 산수를 즐겼다. 누정문화를 제대로 향유하고자 하는 창의와 실행이 기발하고 놀랍다. 조선의 실학자 서유구(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이운지(怡雲志)'편에는 현대판 캠핑용품들이 기록되어 있다. 휴대용 찬합인 제합(堤盒), 휴대용 화로 제로(堤爐), 휴대용 술통 생황호(笙簧壺)에서 소확행을 즐긴 조상들의 실용을 엿볼 수 있다.풍월주인(風月主人)의 후예답게 캠핑족 700만 시대다. 2022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캠핑장 수는 2천935개. 경기지역에만 710개(24.2%)가 운영 중인데 강원지역 575개(19.6%) 보다 많다. 인천에는 86개(2.9%)가 있다. 캠핑시장 규모도 2022년 5조2천억원으로 2009년(1천억원)과 비교하면 13년 만에 52배나 성장했다. 1980년대 가족단위 캠핑이 시작됐고, 2000년대 들어 주5일 근무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힘입어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동호회 붐이 일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비대면 여가활동이 늘면서 '차박(차에서 숙박)'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캠핑의 성지'하면 가평군 자라섬캠핑장이 단연 손꼽힌다. 2008년 세계캠핑캐라바닝대회 개최지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캐러밴 사이트 125개소, 오토캠핑장 191개소 등 총 316개소 규모를 자랑하는 '수도권 최대·최고 공공캠핑장'이다. 하지만 가평군이 '자라섬 수변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토캠핑장을 없애고 주차장을 만든다니 캠퍼들은 황당하다. 주민들도 "16년 각고의 노력으로 만든 지역 대표 브랜드가

  • [발언대] 112신고 처리법을 아시나요?
    칼럼

    [발언대] 112신고 처리법을 아시나요? 지면기사

    남녀노소 모든 국민이 아는 번호가 있다. '112'이다. '일일이 알린다'는 뜻에서 유래해 1957년 7월부터 시행됐다. 112는 연간 2천만건의 신고를 통해 범죄 및 각종 사건·사고 등 위급한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 활동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이런 중요성을 고려해 기존엔 경찰청 예규로만 정해져 있던 112신고의 접수와 처리 등 절차에 대해 최근 약칭 '112 신고처리법'을 제정하여 경찰 활동의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지난 3일부터 시행 중이다.예전에 한 지역에서 '아들이 납치됐다'는 보이스피싱에 속은 가족이 경찰과 함께 아들이 사는 아파트에 찾아갔지만 경비원이 주거지 보안을 이유로 수십분이나 내부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경찰관이 타인의 건물에 출입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출입을 거부 또는 방해하는 경우 처분할 수 있는 법률이 없었다. 그런데 이 112신고처리법 시행 덕분에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의 급박한 위해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그를 방지하거나 피해자 구조를 위해 부득이하다고 인정하면 합리적 판단에 따라 다른 사람의 토지·건물 등을 일시 사용,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긴급조치 권한도 생겼다.또 재난이나 범죄 등 위급한 상황으로 생명·신체를 위험하게 할 걸로 인정할 땐 일정 구역을 정해 그 구역 밖으로 피난할 것을 명할 수도 있다. 긴급조치, 피난명령 등 경찰의 조치나 명령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한 경우 국가가 손실을 보상하게 된다. 범죄나 각종 사건·사고 등 위급한 상황을 거짓으로 꾸며 112신고를 한 사람에 대해서도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 이에 112신고처리법이 경찰력 낭비를 방지하고 국민 치안엔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배기환 군포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경위배기환 군포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경위

  • [노트북] 러브버그와도 살아가기
    노트북

    [노트북] 러브버그와도 살아가기 지면기사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하기 전, 때 이른 무더위를 피하고자 공원을 찾은 할머니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함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반소매를 입어 맨살이 드러난 팔뚝에서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새까만 몸, 기다란 다리 여섯 개. 징그럽기로 소문난 러브버그가 팔에 붙어있던 것. 취재 중인 것도 잊고 눈물을 글썽이는 나를 달래며 할머니들은 "당장 이 벌레를 박멸해달라고 보건소에 이야기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가운데 한 분이 스치듯 중얼거렸다. "징그럽다고 다 죽일 수 있나." 사실 러브버그는 인간이 보기에 혐오스럽게 생겼다는 죄 아닌 죄가 있을뿐, 애벌레 때는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이 되면 꽃의 수분을 돕는 '익충'이다. 게다가 길어야 일주일을 살지만 여름철이 되면 인간들은 러브버그를 박멸할 생각만 한다.최근 인천 계양구의 도로공사 현장에선 멸종위기종 금개구리를 만났다. 논 습지 주변 웅덩이나 수로 주변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도로공사 전 이미 환경영향평가에서 이곳에 금개구리가 확인됐다. 공사를 시행하는 인천도시공사는 금개구리 실태조사를 한 뒤에 첫 삽을 떠야했다. 이에 인천도시공사는 빠르게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 겨울철에 조사를 나섰다. 당연히 금개구리들은 겨울잠을 자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천도시공사는 이곳엔 양서류가 없다고 간주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우리는 쉽게 다른 생물을 생태계에서 퇴출시키고 지구를 독점하려 한다. 돌이켜보면 일상 속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기껏해야 길고양이나 비둘기, 가로수 정도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는 다른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물론 러브버그는 여전히 두렵지만 말이다. /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sun@kyeongin.com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with+] 관계, 세 사람
    칼럼

    [with+] 관계, 세 사람 지면기사

    매주 월요일 안부 전화 최근 끊겨A와 멀어진후 '일방통행' 깨달아내 감정 쏟아내고 괴롭혀 '자책감'C는 종교인 그에게 질문거리 많아 얼마전부터 고민 상의 '평형 유지' 나는 매주 월요일 세 사람한테 전화하는 것으로 한 주를 시작한다. 셋은 모두 나보다 연장자들이다. 그들에게 일주일간 일어났던 나의 일들을 털어놓고 상대방의 안부도 묻는다. 벌써 10년 이상 되었다.그런데 올 봄을 지나면서 세 사람한테 큰 변화가 찾아왔다. 한 사람은 50년을 해로한 남편이 암에 걸려 전이된 상태고, 다른 한 사람은 딸이 암에 걸려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맞고 있다. 그 밖의 한 사람은 15년 동안 틀어박혀 책만 팠는데 갑자기 취직이 되어 매일 험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어쨌든 그래서 정기적으로 하던 전화는 끊어졌다. 그중 가장 친했던 A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으로 섬세하고 예민하며 직관력이 뛰어나다. 나는 가끔 그에게 "마이크로의 세계에 산다"고 이야기했다. 아주 미세한 것까지 감지하기 때문에 사람의 심리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잘 알아챘다. 그래서 대화가 잘 되었고 나는 그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는 '찍어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는 타입이고 그는 느낌이 이상하면 아예 발을 담그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매번 인간관계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를 보면서 그는 무척 답답해 했고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그 지겨운 실패담을 강산이 바뀌는 시간만큼 들어주었다. 게다가 내가 나한테 매몰되지 않도록 일침을 가했다. 그것 때문에 더 그에게 의지했다.대화의 9할 이상이 내 수다였고 그는 듣고 맞장구쳐주는 역할을 했다. 나는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까지 들추었고 그는 해야 할 말도 아꼈다.그와 거리가 생긴 지금에서야 우리의 관계는 일방통행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너무 내 감정을 쏟아내 그를 괴롭혔다는 자책과 함께 한편 서운하기도 하다. 나를 진정한 대화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니, 내가 과연 그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던가?그런가 하면

  • [기고] 수원화성과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이 함께하는 '짜릿한 상상'
    칼럼

    [기고] 수원화성과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이 함께하는 '짜릿한 상상' 지면기사

    '삼성' 회사안 '도요타' 역 바로 옆이로인해 세계 명소라는 차이 낳아18세기말 도시건설 혁신 '수원화성' 전자산업 혁신과 한공간에 있다면…수많은 방문객에 즐거움 시너지될 것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미국 애틀랜타의 코카콜라 박물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 스웨덴 스몰란드의 이케아 박물관, 일본 나고야의 도요타 박물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한 도시에 가면 볼 수 있는 기업 박물관들이다. 기업의 변천사와 함께 산업과 인류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세계적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운영하는 박물관은 두 곳이다. 하나는 도요타자동차박물관이고 다른 하나는 도요타산업기술박물관이다. 자동차박물관은 도요타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1989년에 개관한 박물관이다.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자동차 140여 대와 자동차 문화 자료 4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자동차의 탄생부터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기술과 문화의 발전과 함께 모빌리티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도요타 산업기술박물관은 도요타 그룹의 모태가 된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하여 지었다. 도요타 자동차를 창업한 도요타 기이치로 씨의 탄생 100주년이 되던 1994년에 개관하였다. 실을 뽑고 짜는 방직 기계의 변천과 함께 섬유산업과 인간생활의 미래를 볼 수 있다. 도요타의 첫 상용차인 AA형 자동차부터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기술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을 2014년 개관했다. 전기와 자기의 발견에서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의 역사와 인류 문명의 발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밤을 낮으로 바꾼 전기, 사람을 이어주는 전화, 문화를 전파하는 TV와 라디오, 생활의 편리와 가사로부터 자유를 안겨준 청소기, 세탁기와 냉장고, 정보의 생산·유통·소비의 혁명을 불러온 반도체와 모바일 기술 등 역사의 판도를 뒤바꾼 혁신적인 발명품들을 만날 수 있다.토머스 에디슨의 전구, 존 베어드의 TV, 알렉산더 벨의 전화기, 제임스 해리슨의 냉장고, 윌리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