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 돌파구 없는 청년층의 '제로시대'
    오늘의 창

    [오늘의 창] 돌파구 없는 청년층의 '제로시대' 지면기사

    사회·경제적으로 힘겨웠던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대한민국은 현재 더 힘든 '제로시대'로 접어들었다. 험난한 이 제로시대에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계층은 청년층일 것이다.미래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청년들은 이제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사회·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하지만 그들에게 현실은 참혹할 뿐이다.코로나19 감염병이 창궐해 종식되기까지 3년여의 시간 동안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멈췄고, 취업도 힘들어졌다.실제 코로나19 사태 시작과 함께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은 제대로 된 교육 한 번을 받지 못한 채 졸업하는 기형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기업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때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신규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이 결과 청년층은 취업시장에서 외면받았고,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청년층은 부동산과 주식, 코인 광풍에 휩쓸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버렸다.그러다보니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꿈도 꾸지 못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지도층은 청년층을 돕는다며 근본적 문제 해결 방안이 아닌 각종 현금지원책을 남발하며, 땜질식 처방만을 일삼고 있다.사회복지학에서는 2000년대를 기점으로 복지 대상자들에게 단순한 물질적 지원에서 자립과 자활로 패러다임을 전환·발전시켰다.혹자는 작금의 청년층 문제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로 30년 뒤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동의할 수 없다. 함정이 있다. 노동인구 감소로 개인별 취업과 소득은 다소 나아질 수 있겠지만 국내총생산(GDP)은 감소해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정부는 청년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제로시대 보다 더한 마이너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경고한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 [자치단상] 계양 아라뱃길의 새로운 시작 '계양아라온'
    칼럼

    [자치단상] 계양 아라뱃길의 새로운 시작 '계양아라온' 지면기사

    '아라'에 우리말 '모두'와 따뜻함 '온' 붙여써사계절 볼거리·즐길거리 '관광명소' 탈바꿈3기 신도시 대규모 인구 문화시설확충 시급인천 균형발전 위해 문화예술회관 건립 타당'계양아라온', 경인아라뱃길 계양구간의 새로운 이름이다.길이 18㎞ 경인아라뱃길은 서울 한강부터 김포, 계양, 서구를 거쳐 서해로 흘러간다. 이 중 계양 구간이 7㎞로 가장 길다. 불과 2년 전의 계양 아라뱃길을 떠올려 보자.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유람선선착장 등 각종 인프라가 잘 형성된 김포, 서구와 달리 계양의 아라뱃길은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찾고 싶은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다.이제 계양의 아라뱃길이 수도권의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계양구는 장기동 계양대교와 황어광장, 수향원 주변 일대의 명칭을 정하는 공모전을 열었다. 전국에서 600여 건을 응모하며 많은 이의 관심을 끌었다. 최종 선정된 '계양아라온'은 경인아라뱃길의 '아라'에 우리말 '모두'와 '따뜻함(溫)'을 의미하는 '온'을 붙여 쓴 것이다. '라온'은 중세국어의 '즐거운'이란 뜻도 있어 '따뜻하고 즐거운 우리 모두의 계양 아라뱃길'이란 의미를 담았다.지난해는 새로운 도전으로 계양아라온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하는 시기였다. 3만명이 '워터축제'로 계양의 여름을 즐겼고, '빛의거리'는 입소문이 나 수도권에서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지난 3월 한국관광공사 선정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인천에서 유일하게 계양아라온이 이름을 올렸다. 훌륭한 경관뿐만 아니라 주야간 관광요소 등 다양한 매력과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지난 5월에는 '계양아라온 한마음 걷기' 행사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새 이름 계양아라온으로 처음 구민과 함께한 행사인 만큼 더 큰 의미가 있었다.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7월에는 지난해보다 풍성한 워터축제장이 펼쳐지고, 가을에는 오색찬란한 코스모스가 온통 꽃빛으로 물들일 것이다. 내년 봄엔 수도권에서 보기 힘든 청보리밭이 조성돼 사계절 볼거리, 즐길거리 가득

  • [이재우 칼럼] 이민자 수용의 도전과 기회
    기명칼럼

    [이재우 칼럼] 이민자 수용의 도전과 기회 지면기사

    우리나라 학위 외국인 고급인력국내 정착땐 국가 경쟁력 큰 도움필요한 인재 유치 이민법 만들고행정·재정적 지원제도 확립해야열린국가 성장위한 인식전환 필요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은 약 22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구광역시 인구와 비슷한 규모이지만, OECD 국가의 평균인 14%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저출산 문제로 인해 정부는 이민청과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려 하고 있지만, 이민정책은 아직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 중 약 40만명은 미등록 이주자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 발달한 지역에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일자리가 풍부하거나 살기 좋은 지역에 외국인이 몰려든다. 서울의 이태원, 영등포, 대림동, 구로동 등에는 외국인 거리가 형성되어 있고 인천의 함박마을, 안산 다문화음식거리, 평택 외국 음식 거리 등도 유명하다. 외국인 밀집 지역에선 같은 나라 출신의 외국인들이 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를 나누기 쉽다. 이런 지역을 동포밀집형 거주지라 한다.과거 우리나라도 많은 사람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이민을 갔다. 이들 나라는 다양한 기회가 있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선호하는 이민 국가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외동포는 약 750만명이 넘는다. 인천 송도신도시에 재외동포청이 설립되어, 재외동포들에게 고품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도 외국인을 받아들일 때, 그들이 왜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국보다 우리나라에 더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도 해외로 이주했을 때 여러 도움을 받았던 만큼, 이제는 우리가 받은 것을 되돌려 줄 때이다. 사실 되돌려 준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가 더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지금까지 우리는 외국인을 받아들일 때 규제와 관리 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도 제한적이다.

  • [경인아고라] 왼손의 복권
    칼럼

    [경인아고라] 왼손의 복권 지면기사

    역사적으로 왼손잡이 위인 많아알렉산더·뉴턴·간디·이창호…'고른손'·'착한손' 부르면 어떨까옳고 바름 못잖게 형평·멋짐 중요뜻 모이면 인식·통념도 변경 가능이름 붙이기는 어렵다. 노자(老子)도 그랬다. 불후의 명저 '도덕경'의 첫머리가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이다. 도올 김용옥은 1999년 펴낸 '노자와 21세기'에서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라고 번역했다. 여기서 도(道)는 불변이 아니라 변화하는 영원함을 뜻한다는 거다. 이듬해 2000년 재야의 이경숙이 '노자를 웃긴 남자'를 펴낸다. 여기서 남자는 김용옥이다. 그는 "도를 도라고 해도 좋겠지만, 꼭 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자가 말하려는 중요한 개념을 다른 표현도 있지만 편의상 도(道)라고 칭했을 뿐이라는 거다. 둘의 주장은 다른 듯하나 접점도 있다. 이어지는 '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을 김용옥은 "이름을 이름 지우면 그것은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라고 했다. 표현의 한계를 지적한 거다. 언어는 사고의 집이라고도 하는데 자칫 이름으로 인해 관념의 틀에 갇혀버리는 상황을 경계한 거다.소설 '마담 보봐리'의 작자인 프랑스의 문인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일물일어(一物一語)를 주장했다. 하나의 사물과 상황에 맞는 단어는 딱 하나뿐이라는 거다. 김춘수 시인의 '꽃'은 어떨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이름은 어쩌면 개별적이고 독립적이면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고유한 정의(定義)가 아닐까.삼라만상은 대체로 나무나 돌 같은 가치 중립적인 이름을 가진다. 차별이나 선악의 구별이 없다. 여자와 남자, 흑인과 백인, 유년과 노년은 형상적 사회적 구별이지 명칭 자체로 차별은 아니다. 다만 이를 이유로 불편이나 불이익을 준다면 비인간적 차별인 거다.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은 2007년 제17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지금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 미스터 달팽이(이공명)
    만화

    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 [경인만평] 당신은 깊은 잠에 빠집니다~
    만평

    [경인만평] 당신은 깊은 잠에 빠집니다~ 지면기사

  • [사설] 윤석열 대통령, '신뢰의 위기' 극복해야
    사설

    [사설] 윤석열 대통령, '신뢰의 위기' 극복해야 지면기사

    총선 참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노렸으나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국민의 지지는 제자리다. 이런 와중에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에서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고, 28일엔 그 세부 발언 내용이 추가 공개됐다. 회고록 내용은 충격적이다. 일국의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박홍근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를 두고 윤 대통령과 김 전 의장이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김 전 의장으로부터 전해 듣고 메모를 해 둔 것이라고 한다. 이 메모에 의하면 "MBC와 KBS, JTBC 등 좌파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의혹"이라고 했다고 한다.대통령실은 27일 회고록에 대해 "왜곡"이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이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당시 극우단체나 유튜버들은 '북한, 중국이 참사를 일으켰다거나 정권퇴진 시위를 마친 민주노총이 이태원에 대거 넘어갔다'는 식의 말을 퍼뜨리고 있었을 때다. 온 국민의 슬픔인 참사를 두고 대통령이 비이성적 생각에 빠져 있었다면 '참사'뿐만이 아니라 국정 전반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가 좀처럼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청원 수가 70만명을 넘어섰다. 야당 지지층의 의도된 행위로 치부할 상황이 아니다. 대통령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신뢰의 위기를 해소하지 못하면 비록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권력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된 국정을 운영하기 어렵다.당장 김 전 의장 회고록 내용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오해가 있으면 무엇이 오해인지 설명하고, 발언이 사실

  • [사설] '인천-시흥 바이오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사설

    [사설] '인천-시흥 바이오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지면기사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시흥시가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선정됨으로써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글로벌 한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초격차 기술과 첨단산업의 안정적 제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역점사업으로 대전 유성, 강원 춘천·홍천, 전남 화순, 경북 안동·포항과 함께 인천시와 시흥시가 지난 27일 산업부 제6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산업부는 특히 인천-시흥 바이오 클러스터를 세계 1위의 바이오 집적단지로 조성할 계획이어서 해당 지역의 기대감을 한껏 키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바이오 분야 대기업이 이미 포진해있는 인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은 연간 120만ℓ로 미국 매사추세츠와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 바이오 특화단지 선정에 따라 영종경제자유구역과 남동스마트그린산단까지 클러스터를 확장해 생산 역량을 오는 2032년까지 214만5천ℓ로 확대하기로 했다. 인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와 바다 수로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시흥시는 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바이오메디컬 융·복합 연구단지인 배곧경제자유구역, 초광역 바이오 허브단지인 월곶역세권, 바이오 소재 부품 기업 육성단지인 시흥스마트허브를 중심으로 바이오 전 분야를 아우르는 바이오 특화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이번 바이오 특화단지 선정의 핵심은 바이오 부문의 산업·연구·교육시설이 상호 연결성을 가지면서 혁신 생태계를 이루는 데 있다. 따라서 인천시와 시흥시가 산업과 연구·교육 분야에서 각자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낼 경우 국가 바이오산업의 혁신을 이끌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제1의 바이오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두 지역이 각자의 역할을 빈틈없이 수행하면서 긴밀한 협력 체제를 갖추는 것이 관건인데 계속 지연되는 시흥 서울대병원의 착공, 배곧신도시를 경유하는 송도 전력공급망의 순조로운 구축, 배곧신도시와 송

  • [참성단] 난폭해진 장마
    참성단

    [참성단] 난폭해진 장마 지면기사

    장마는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과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에서 발생하는 집중 강우 현상이다. 한반도에 정체전선이 걸치면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상륙했다고 예보하고, 장마전선은 오르락 내리락하며 전국에 비를 뿌린다. 전선이 고착된 지역은 물폭탄을 감수해야 한다.우리 민족에게 장마는 고마운 하늘의 보시다. 한반도 강수량의 30%가량이 장마철에 집중된다. 적당한 장맛비는 벼농사의 필수 조건이다. 논에 가둔 장맛비는 어린 모를 키우는 소중한 자양분이다. 쌀로 연명하는 민족에겐 장마철이 생명줄이었다. 그래서 돌도 키우는 장맛비이고, 가뭄의 장맛비는 다디달다.하늘의 조화이니 인간의 뜻대로 부릴 수 없는 게 문제다. 칠년대한(七年大旱)에 비 안 오는 날 없고, 구년지수(九年之水)에 볕 안 드는 날이 없다 했다. 맞춤한 때에 적당한 기상은 사람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장맛비도 과하거나 부족하길 수시로 반복한다. 하늘의 장마 전선(前線)이 땅의 전선(戰線)으로 변하면 사람의 삶은 전쟁터가 된다.사람 탓에 하늘이 변했다. 기후 격변의 시대에 장마도 예외가 아니다. 장마철 홍수와 가뭄의 반복은 반만년의 일상이지만, 최근 부쩍 장마의 변덕이 심해지고 심술은 흉포해졌다. 기억에는 인명을 앗아간 폭우 피해가 선명해도, 실제로는 마른 장마가 잦아졌다. 게릴라성 폭우가 관측 범위 밖에서 도깨비처럼 출몰해 간담을 서늘케 한다. 특히 장마전선이 철수한 뒤에도 국지성 기습 호우가 빈발하면서 학계에서는 '장마' 대신 '우기'(雨期)로 표기하자는 주장이 나올 지경이다.지난 주말에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호우가 쏟아졌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이번 주 내내 장마전선이 비를 뿌릴 것이란 예보다. 2020년엔 긴 장마에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고 부산 초량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막대한 재산과 인명피해를 남겼다. 2022년엔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지난해엔 청주 궁평지하차도 침수로 안타까운 많은 인명들이 희생됐다.장마의 양상이 변해 대응이 난감해졌다. 1년 강수량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국

  • [노트북] 이성과 감정 사이
    노트북

    [노트북] 이성과 감정 사이 지면기사

    기자는 취재원이 느끼는 아픔과 고통에 어디까지 공감해야 할까. 사회부 기자로서 현장에 나가 말기암 판정을 받은 환자, 불볕더위에도 온갖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배달에 나서는 라이더, 자기의 삶을 치매 남편에게 전부 쏟아부은 할머니처럼 혹독한 현실을 사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곤 한다.이 고민 중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이성이었다. 객관적인 사실만을 다루는 공정한 언론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올라오는 눈물을 삼켰고, 나에게 주어진 취재와 기사 작성이라는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취재원이 토로하는 아픔을 듣고 공감하는 것은 후순위로 밀렸다. 울렁이는 마음을 이성으로 덮었고 기사에 쓰기 좋은 멘트를 받는 데에만 혈안이 됐다.감정을 배제한 채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를 읽을 때면 죄책감이 한편에 자리 잡는다. 내 일을 위해서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을 이용한 것은 아닌가란 생각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전달하고 싶다는 기자 준비생 시절의 다짐과 다른 모습에 찜찜한 기분이 들곤 한다.기자란 목표를 가지고 취업을 준비하던 때 읽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새뮤얼 프리드먼이 쓴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란 책을 상기해본다. 책은 저널리스트가 갖추어야 할 여러 자질을 설명하며 '인간으로서 따뜻한 가슴'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널리스트는 객관성과 공정함을 견지해야 하는 존재이지만 인간이 느끼는 연민과 동정 등을 부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프리드먼은 아픔과 슬픔을 겪는 이들의 마음을 기자가 느끼지 못하고, 그 마음을 기사로 제대로 옮길 수 없다면 비인간적인 기자의 모습이며, 기자로서 실패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기자가 된 지 만으로 1년을 바라보는 지금,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취재에 나섰는지 돌아본다. 인간의 감성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 또한 저널리즘의 역할이라고 프리드먼은 말한다. 바쁘다는 핑계와 냉정해야만 한다는 착각으로 실패한 기자가 되지 않길 다짐해본다. /한규준 사회부 기자 kkyu@kyeongin.com한규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