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참성단

    [참성단]'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지면기사

    서구의 직장문화는 수평적이고 개인주의적이다. 냉정한 고용계약이 바탕에 있다. 미국 회사의 고용 계약서에는 '당신은 임의로 고용된 근로자이며 이는 회사가 당신을 언제든지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있다. 취업 리얼리티쇼를 진행했던 트럼프는 "You're Fired(넌 해고야)"라고 소리쳤지만, 실제로는 회사가 직원을 자르는데 큰 소리칠 이유가 없다. 출입증을 정지하고 컴퓨터 로그인을 막거나, 조용히 불러 통보하면 그걸로 끝이다. 사정이 이러니 직원들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태도로 회사와 상사를 대한다.반면에 유교적 전통이 유장한 우리나라 직장문화는 이와 사뭇 달랐다. 고용계약서는 존재하지만 한번 직장은 평생직장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회사도 직원들을 가족으로 여기며 범죄적 해사행위가 아니면 고용을 유지했다. 집안마다 가풍이 다르듯 회사마다 고유한 사풍으로 직원들을 통제하는 폐쇄적 구조는 직급에 따른 수직적 상명하복 직장문화를 만들어냈다. 상사의 지시가 부당해도, 폭언은 물론 폭행을 당해도 조직을 위해 참고 넘기는 걸 미덕으로 여겼다.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평생직장 개념이 깨지는 중이고 고용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노동조합의 권력은 정부와 정당만큼 강력하고, 무엇보다 신세대 직장인들의 근로의식은 유교문화와 거리가 멀다. 직원들에게 막말하고 부당한 지시를 남발하는 상사들은 직원들의 요시찰 대상이 된다.이런 시대적 추세에도 여전히 직장 갑질을 일삼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오늘부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즉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나 관계를 이용해 ▲업무상의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는 금지된다. 가해자 대신 사용자가 처벌받는다. 직장내 괴롭힘이 없도록 직원들 교육을 똑바로 시키라는 뜻이다.폭력적인 직장문화를 바꾸고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일은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직원을 존중하는 자발적 환경변화일 것이다. 귀하게 얻은 인재

  • [참성단]사라지는 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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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사라지는 주유소 지면기사

    세계 최초의 주유소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나 지붕이 있고 넓은 주차시설과 급유기를 갖춘 현대식 주유소는 1907년 스탠다드 오일사가 워싱턴주 시애틀에 세운 게 최초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유소는 서울역 앞에 세운 '역전주유소'로 알려졌지만, 이것저것 함께 취급하는 석유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펌프식 주유기를 갖춘 최초 주유소로는 1910년대 후반 자동차 판매상 테일러가 서울 조선호텔 건너편에 세운 게 처음이라고 한다.6·25전쟁 후에도 주유소가 없어 장거리 여행 때 차에 기름통을 싣고 다녔다. 본격적으로 주유소가 들어선 건 경부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부터였다. 한국 최초 현대식 주유소는 1969년 한국석유공사가 홍대 인근에 설립한 '청기와 주유소'다. 그 후 자동차가 보급되고 주유소가 떼돈을 버는 사업으로 소문나면서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주유소 사업을 발판으로 성공한 사업가들이 많았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석유를 몰래 들여와 팔고, 더러는 가짜 휘발유를 팔아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주유소 사장님' 소리를 들으면 그 동네에서 영락없는 알부자요 유지였다. 주유소는 부의 상징이었다.'대를 이어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주유소가 요즘에는 '황금 알 못 낳는' 사양산업이라고 경인일보가 보도했다. 주유소는 1991년 거리제한이 완화된 뒤 3천382곳이 2010년 1만3천3곳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2011년 알뜰주유소까지 도입되면서 주유소 간 피 말리는 생존경쟁을 벌여야 했다. 무료 세차는 기본이고 휴지·생수 같은 물품공세를 편 것도 이때다. 과당경쟁과 친환경 차의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전국적으로 매년 150여 개 주유소가 운영을 중단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폐업 비용이 부담스러워 임시휴업 중인 주유소도 전국적으로 600여 개에 달한다. 주유소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어 전기차 충전부터 택배, 편의점까지 첨단·편의·공간 활용 등의 키워드를 담은 주유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유소는 이제 더는 기름만 넣는 곳이 아니

  • [참성단]살찐 고양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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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살찐 고양이 법 지면기사

    역사학자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문학과지성사 간)은 1730년대 파리 생 세브랭가의 한 인쇄소에서 일어난 고양이 무더기 학살사건이 프랑스 대혁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다루고 있다. 인쇄소 주인이 키우는 고양이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견습공들은 고양이로 상징되는 주인을 재판하고 자백을 받아 사형시키는 극을 만들어 법과 사회 질서에 분노를 공유했고 결국 집단적 저항으로 이어져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양이는 탐욕에 찬 부르주아를 일컫는다.미국에선 부자들을 '살찐 고양이'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모든 부자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욕심 많은 기업인이나 은행가 등 부정적 의미의 배부른 자본가들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어느 나라건 '부자=욕심'이란 공식이 각인되어 있는 듯하다. 부자가 존경받기란 그만큼 어려운 세상임은 분명하다. '살찐 고양이'는 1928년 프랭크 켄트의 저서 '정치적 형태'에 논의된 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 금융회사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가 부각 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직원들은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에 내몰려 있는데 정작 경영실패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은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챙겨갔기 때문이다. 이때 제기된 것이 '살찐 고양이 법'이다. 경영진들이 받아가는 연봉이 근로자와 그들이 한 일에 비해 적정한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들의 연봉을 규제하자는 것이다. 개인이 벌어들이는 연 소득에 상한선을 정하고, 이 상한선을 최저임금에 연동시키는 '최고임금제' 같은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지난 2016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민간 대기업 임직원들은 최저임금의 최고 30배, 공공기관 임직원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가 넘는 임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최고임금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경기도가 이를 도입할 모양이다. 산하 공공기관 임원의 연봉을 최저임금의 7배인 1억4천만 원 이내로 제한하는 조례안이 16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의결을 앞두고 있다. 부산 서울 제주 광주 등 요즘 '살찐

  • [참성단]평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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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평화학 지면기사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남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당하는 동영상이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주여성이 폭행을 당하는 내내 '엄마'를 부르며 울부짖던 두 살 아기가 자꾸 눈에 밟힌다. 주먹과 발길질을 피해 얼굴을 감싸고 웅크린 엄마를 조막손으로 보듬는 듯한 모습을 보는 것은 차라리 고문이었다. 폭행이 멈춘 뒤 엄마 품에 안긴 아기에게 엄마 품은 과연 평화로웠을까?'평화'의 반대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전쟁'을 꼽을 듯싶다. 그러나 국내 평화학 박사 1호인 정주진 박사의 설명을 접하다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그는 저서 '평화,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에서 평화의 반대는 '폭력'이라고 정의한다. 이어 폭력의 유형을,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처럼 폭력이 사람에게 직접 가해져 바로 피해가 발생하는 '직접적인 폭력'과 사회의 구조를 통해 가해지는 '간접적인 폭력', 문화를 통해 이뤄지는 '문화적 폭력'으로 구분한다. 전쟁은 직접적 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폭력의 한 종류다. 가장 위험한 폭력이기에 평화의 반대말 하면 전쟁부터 떠올리는 것 같다.그렇다면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은 단지 '직접적 폭력'의 희생자일까? 평화학에서 말하는 간접적 폭력은 사회 구조가 약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말한다. 재산이 없거나 급료가 낮은 사람이 신용도 때문에 은행 대신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것도 일종의 간접적 폭력으로 설명한다. 유색인종, 여자, 어린이, 장애인, 외국인 등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것은 문화적 폭력이다.평화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주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 신분에 물리적 폭행까지 당한 피해여성은 직접적 폭력은 물론이고 간접적인 폭력, 문화적 폭력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몸을 추스를 경황조차 없는 엄마의 품으로 뛰어든 아기야말로 이런 복합적인 폭력문화가 낳은 최대의 희생자다. 폭력은 워낙 파괴적이기에 아기는 엄마 품이 평화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작 두 살배기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으리라.정 박사는 평화학에 대해 '평화를

  • [참성단]친일 청산 프로젝트
    참성단

    [참성단]친일 청산 프로젝트 지면기사

    히말라야 시다(Himalaya cedar). 우리나라에서는 개잎 갈나무, 설송나무라고 부른다. 히말라야가 원산지다. 이식이 쉽고 잘 자라며 공해에 강해 가로수 정원수로 인기가 높다. 파키스탄의 국가 나무이기도 하다. 레바논 국기에는 히말라야 시다 사촌격인 레바논 시다가 그려져 있다. 금송(金松), 아라우카리아와 함께 3대 조경수로 꼽힌다.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에 들어왔다. 비록 외래종이지만 학생들이 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바르고 씩씩하게 자라길 희망하는 마음에 교목으로 지정하는 학교도 있다. 나무가 그만큼 친숙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주 큰 나무는 줄기 지름 3m에 키가 60m에 이른다. 위풍당당하다.이 나무가 수난을 당한 적이 있다. 2005년 봄, 당시 문화재청장 유홍준이 전북대 박물관을 찾았다가 정원에 서 있던 30년 넘은 히말라야 시다를 본 게 화근이었다. 그는 히말라야 시다가 친일 잔재라며 베어 버리라고 지시했다. 당시 끗발 좋은 '스타 청장'의 말 한마디에 애꿎은 나무는 '친일'딱지가 붙은 채 '댕강' 잘리고 말았다. 그때 그 나무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도 하늘을 향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것이다.경기도 교육청이 최근 학교 내 친일 청산 프로젝트에 나섰다가 구설에 올랐다. 도내 2천300여 초·중·고교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발굴 조사'를 실시하면서 그동안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용어, 즉 화이팅(Fighting), 수학여행을 청산 대상 일제 잔재로 지목한 것이다. 경기 교육청은 2016년에도 동·서·남·북 등 방위명과 제일, 중앙 등의 서열화된 단어가 일제강점기의 잔재라고 보고 이를 청산하기 위해 '학교명을 부탁해'라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가 흐지부지 끝낸 적도 있다. 이에 호응한 학교는 고작 5개교에 불과했다. 이번 발굴조사는 친일 청산 프로젝트 시즌 2인 셈이다. 취지는 뭔지 알겠는데, 효과는 처음부터 미지수였다. 학교 현장에 아주 깊숙이 스며든 문화가 일제 잔재인지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 [참성단]한·일 경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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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한·일 경제전쟁 지면기사

    "한 번 뛰어서 곧바로 대명국(大明國)에 들어가 우리나라(일본)의 풍속을 4백여주에 바꾸어 놓고…." 임진왜란 직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통신사를 통해 선조에게 전달한 국서의 내용이다. 그러면서 선조가 직접 자신을 알현할 것을 요구했다. 명을 칠테니 자발적으로 길을 내달라는 정명가도(征明假道)의 논리는 조명 동맹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임진왜란은 예고된 전쟁이었고, 조선은 당쟁으로 허송세월했다. 이런 나라 탓에 조선 백성들은 일본에 귀무덤, 코무덤을 남겨야 했다.외침에 이골난 한민족이지만, 일본에 대한 역사적 반감은 특별하다. 임진왜란과 일제식민지배로 두번이나 나라가 절단난 역사를 민족 전체가 공유하고 있다. 임란은 성웅 이순신과 동맹인 명의지원으로 그나마 국권을 지켜냈다. 하지만 이순신도 없고 동맹도 없었던 대한제국은 국권을 강탈당했다.일본이 우리를 향해 사실상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핵심 소재 수출제한으로 삼성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을 정밀 타격했다. 일본이 소재, 부품, 장비 공급을 제한하면 한국 기업들은 공장을 세워야 한다. 일본의 의도는 명백하다.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백지화,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피해보상 결정에 대한 반격이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의 가해역사는 종결됐음을 인정하라는 강요다.한국에서는 반사적으로 반일 감정이 일고 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경기도교육청은 '수학여행'을 일제용어라며 청산하겠다고 한다. 감정적으로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과연 대응의 방식으로 옳은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여당의 한 의원은 "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서 의병을 일으켜야 할 일"이라고 했다는데, 나라는 어디가고 의병부터 찾는단 말인가. 일본의 경제전쟁 선포에 국력을 모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의 책무가 있다. 무능했던 선조도 일본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통신사를 파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니라 정부의 통상전문가가 일본을 갔어야 했다.국제사회에서 국력의 뒷받침 없는 선린우호 관계는 사상누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우리 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우리 정

  • [참성단]달 착륙 5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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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달 착륙 50주년 지면기사

    기억난다. 1969년 7월 20일. 일요일이었다. 동네에 TV가 있는 집은 딱 한 곳이었는데, 그 집에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마음씨 좋은 집주인은 싫은 내색 없이 오히려 어른들에게 이날을 기념하자며 막걸리를 한 사발씩 따라 주었다. 우리는 모두 TV 앞에 모였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실황중계를 보기 위해서다. 흑백 TV를 통해 달에서 껑충껑충 뛰던 사람이 닐 암스트롱이고, 그가 달을 밟으며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말했다는 것은 후에 알았다. 그때는 당장 달에 방아를 찧는 토끼가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우주 탐사의 역사는 미·소 체제 경쟁의 역사다. 1961년 구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에서 108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돌아왔다. 미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달 정복을 선언했다. 아폴로호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미국이 달을 선점했다. 하지만 경쟁자가 없으면 기록은 늘 뒤처지게 마련이다. 경제 악화로 러시아는 우주에 투자할 여력을 잃었고, 미국도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항공우주국(NASA)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우주는 점점 기억에서 사라졌다.우주경쟁에 다시 불을 붙인 건 미국의 사업가 데니스 티토였다. 그는 2001년 러시아에 2천만 달러를 내고 민간인 최초로 소유스 우주선을 탔다. 이후 18년간 총 7명의 민간인이 사비를 털어 우주로 나갔다. 이를 본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의 블루 오리진, 버진 에어라인 창업주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테슬라의 창업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주 항공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는 20일은 인류가 달에 첫발을 디딘 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다. NASA는 이를 기념해 지난달 '아르테미스'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해 달 궤도 무인비행을 하고, 2022년 2호로 우주인을 싣고 달 궤도 비행을 한 뒤, 2024년 아르테미스 3호로 유인 달 착륙을 하며 최종적으로 달에 인간이 머물 기지를 만

  • [참성단]인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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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인물시 지면기사

    미당 서정주의 작품 세계는 전 생애를 걸쳐 크게 변화했다. 첫 시집 '화사집(花蛇集)'에서 원시적인 생명력을, 두 번째 시집 '귀촉도(歸蜀途)'는 인간의 슬픔이 주조를 이룬다. '신라초(新羅抄)'에선 동양사상을, '질마재 신화(神話)'에서는 '이야기꾼'으로 변모한다. 그러던 그가 세계 여행의 체험과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1992년 세계의 산 이름을 소재로 '산시(山詩)'를 선보였다. 산 만 가지고 풀어쓴 시로 "역시 미당!"이란 탄성이 나온다.미당이 산으로 시를 썼다면 인물로만 시를 쓴 시인도 있다. 시인 고은이다. 1980년 여름, 내란음모 및 계엄법 위반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육군교도소 특별감방과 대구교도소에 갇혀 있는 동안 역사와 시대를 관통하는 유·무명 인물들에 대한 시를 구상해 1986년부터 계간지 '세계의 문학'에 연재를 시작했다. 2010년까지 20여 년에 걸쳐 시집 30권에 총 4천1수를 수록하여 발간했다. 많은 사람에 대해 적은 기록이란 뜻의 '만인보(萬人譜)'다.한국사의 역사적인 인물들부터 어린시절 친구, 이웃들까지, 등장하는 인물이 무려 5천600여명에 이른다. 시적 완성도에 대해선 여전히 엇갈리지만 자유와 해방, 민주와 민족의식을 불교사상에 근거해 내밀하게 다뤘다는 평가에는 이의가 없다. 세계 최초로 사람만을 노래한 연작 시라는 점에서 노벨상 후보에 오를 때 '만인보'가 거론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역사 속 인물들을 시로 조명해 온 이오장 시인이 월간 '시' 7월호에 발표한 '인물시'가 큰 화제다. 정파를 가리지 않은 3행의 짧은 시.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시인의 쓴소리에 33인 정치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현직 대통령이라고 예외는 없다. "안개 강 하나 건너와 옷깃 터는가/자연은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오는 것/그대가 받들어야 할 자연은 국민이다." ('문재인' 전문) "이 세상 모든 것은 공주가 갖는 것/공주의 모든 것은 부마가 갖는 것/부마 없는 공주는 국민이 부마." ('박근혜' 전문) 문학은

  • [참성단]동창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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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동창회에서 지면기사

    "전두환 아니었으면 우리 같은 촌놈들이 대학에나 갈 수 있었겠냐?"얼마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5년만에 처음으로 동창회에 참석했다. 5년 주기로 동창회가 열리는 만큼, 이번에 빠지면 환갑에나 고교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동창 친구의 말에 이끌린 것 같다. 역시 오랜만에 벗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수십 년 세월의 더께에 가려진 옛 얼굴의 흔적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출렁거리는 배를 안고 닭싸움을 해도 부끄럽지 않은 시공간의 왜곡 현상까지 경험하고 나니 그동안 인적 네트워크의 후순위에 밀려 있던 동창회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저녁 뒤풀이 시간, 서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 화제가 자녀교육 문제로 옮겨갔다. 다들 사교육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더니 결국 과거와 현재의 교육정책을 비교평가하는 장이 펼쳐졌다.서두에 쓴 친구의 말처럼 시골에서 부유하지 못한 학창시절을 보낸 50대 중반 세대들은 전두환 교육정책의 덕을 본 것이 맞다. 이른바 학력고사 세대들이다. 전두환 정부는 사교육을 전면금지하고, 대학별 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국가에서 출제하는 학력고사로 일원화시켰다. 특히 이날 모인 동창들은 고교 전학년 내신성적이 입시에 반영된 첫 수험생 세대다. 이같은 교육정책은 시골 고등학교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학생들이 내신성적을 내기 위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도시의 명문고 대신 가까운 고향 학교를 택했고 이는 시골 학교의 학업 수준과 면학 분위기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질적·양적으로 전보다 월등히 높은 대학진학률을 기록했으니 교육의 형평성 측면에서 전두환 정부의 교육정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물론 전두환 정부의 교육정책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는 지금의 수능에 비해 수준이 떨어졌고 '눈치작전'이라는 기형적 입시 관행도 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 민주화 과정을 겪은 터라 전두환 정부에 호감을 갖기 힘든 586세대가 당시의 교육정책을 추억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의 학창시절에는 최소한 '개천에서 용 난다

  • [참성단]무인화 시대
    참성단

    [참성단]무인화 시대 지면기사

    '아마존 고'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무인 슈퍼마켓이다. 지난 5월 뉴욕에 12호점이 문을 열었다. 아마존 고에는 계산원은 물론 계산대도 없다. 매장 천장에 설치된 수백 개의 센서와 카메라는 누가 무엇을 사는지 지켜볼 뿐이다. 손님이 진열대에서 물건을 집어 들면 센서가 이를 자동으로 인식, 스마트폰에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가 끝난다. 아마존 고는 현금을 받지 않는다.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가 없어 주로 현금을 사용하는 저소득층이나 노인, 즉 디지털 소외계층은 아마존 고를 이용할 수 없다는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이 들끓자 뉴욕 매장은 현금 사용 고객을 위해 직원을 따로 뒀다. 하지만 그 자리가 오래 유지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를 2021년까지 최대 3천개로 늘릴 계획이다.우리 역시 '무인(無人) 자동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영화관이 무인화 기기 '키오스크'에 점령당한 지 오래고, 주유소도 셀프로 바뀌는 추세다. 대형 마트 계산대도 무인으로 바뀌고 있다. 줄 설 필요도 없이 신용카드를 꽂고 물건을 바코드 인식기에 대면 자동으로 계산이 끝난다. 고용주 입장에서 소비자가 만족하고 무엇보다 비용이 주는데 무인화를 마다할 리가 없다.무인화는 주문이나 결제를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등 소비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지만, 계산원들에게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으려는 공포의 존재나 다름없다. 고속도로 통행권을 뽑을 필요도 없이 통행료가 결제되는 '스마톨링'이라는 요금 자동수납시스템으로 고속도로 요금 수납원이 해고 위기에 몰리는 것이 그런 경우다. 무인화 시대의 도래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여파가 크다. 소득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무인화를 부채질한 것이다.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다. 하지만 무인화 시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다. 정책적으로 무인화 시대를 늦춘다고 해도 그건 잠시뿐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