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홍콩 피플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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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홍콩 피플 파워 지면기사

    세계 패권을 놓고 미국과 일전을 불사하는 중국이 예상치 못한 한 방에 체면을 구겼다.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사실상 무산시킨 것이다. 지난 9일 홍콩 시민 100만명이 '반송중(反送中)' 팻말을 들고 홍콩 정부가 범죄인을 중국에 인도하도록 한 송환법에 반대하고 나섰다. 법이 없을 때도 중국 공권력이 반중 성향의 홍콩 시민을 납치하는 마당에, 법이 생기면 중국에 저항하는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이 줄줄이 중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시위를 촉발시켰다.이번 홍콩 시위는 형식적으로 송환법을 추진한 행정장관 케리 람을 겨냥했지만, 실제로는 일국양제(1국가 2체제) 원칙을 무시해 온 중국에 대한 저항이다. 일국양제는 1997년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뒤 국제사회에 공언한 약속이다. 외교, 군사분야를 제외한 전 분야의 자치권을 최대한 보장한 이 원칙에 따라 홍콩은 올림픽, 국제기구에 독립국가처럼 참여한다. 일국양제를 확실히 하기위해 후진타오 전 주석은 2017년 홍콩 정부 행정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를 약속했었다.그런데 시진핑 현 주석이 2014년 직선제를 무산시킨다. 대의원의 간선으로 선발된 2~3명의 행정장관 후보, 즉 관제 후보에 대한 직선제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에 반발해 홍콩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직선제 관철 시위가 79일이나 이어졌다. 경찰 최루탄에 우산으로 맞선 '우산혁명'은 결국 무산됐고, 기존처럼 본토의 눈치를 살피는 1천200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현 캐리 람이 행정장관에 선출됐다 이번 사태를 맞았다.100만명으로 시작된 홍콩 시위는 16일에는 150만여명으로 확대 돼 친중 강경파 캐리 람은 송환법 포기 의사를 담은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피플 파워'를 경험한 740만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여정이 여기서 멈출지 의문이다. 시민운동의 최종 목표는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 민주화를 향할 수 있다.덩샤오핑의 외교유훈인 '도광양회'를 훌훌 벗어던지고 세계 패권을 향해 질주하던 시진핑의 '중국몽'이 미국의 견제로 흔들

  • [참성단]감독 정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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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감독 정정용 지면기사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래서 감동이 크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를 각본 있는 드라마인 영화로 옮겨 놓아도 감동은 전혀 반감하지 않는다. 결과를 알고 있는데도 그렇다. 이유가 있다. 승부의 결과보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 선수의 좌절과 영광을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열악한 조건에서도 굴하지 않는 국가대표 스키선수를 다룬 '국가 대표'에 국민이 열광한 것도 그런 이유다. 각본 없는 드라마 한 편이 어제 막을 내렸다. 준우승에 멈췄지만 그 과정은 치밀한 각본대로 움직이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그 각본은 정정용의 손에서 쓰였다. 누군가 훗날, '2019 U-20 월드컵 대회'를 영화로 만든다면 주인공은 이강인보다 무명 감독 정정용이어야 한다. 이번 경기가 있기 전까지 이름은커녕 그 존재감조차 알지 못했던 68년생 감독 정정용은 1983년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U-20 대표의 4강 신화보다 더 큰 역사를 썼다.감독 정정용은 대구 출생이다. 신암초등, 청구 중·고, 경일대를 졸업했다. 수비수 출신에 국가대표 경력도 없다. 요즘 말로 '흙 수저' 출신이다. 거기에 큰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일찍 마감했다. 최고경력은 2부리그였던 대구 FC 수석코치였다. 기회는 눈앞에서 스타 출신 지도자에게 번번이 빼앗겼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가 주로 U-13·U-14·U-16·U-18·U-19 등 유소년 지도자로 활동한 점이다. 그는 한마디로 '선수 조련사'였다. 그의 평소 지론은 '20세 이하 어린 선수들에게 우승보다 중요한 건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막이 내리면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선수를, 무대 위의 배우를 비추게 마련이다. '골든골' 수상으로 이강인은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격려, 신뢰, 소통을 앞세워 개성이 강한 젊은 선수들을 '원팀'으로 만든 감독 정정용의 리더십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정 감독은 경기마다 상대에 맞춰 변화하는 용병술과 전술적

  • [참성단]정쟁 마당 국민 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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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정쟁 마당 국민 청원 게시판 지면기사

    버락 오바마는 시민의 정치참여를 '민주주의 정신'이라고 확신했던 대통령이다. 2011년 9월 국민청원 웹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개설한 것도 그래서다. 30일간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백악관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무분별한 청원을 막기 위해 모두 답을 해주지는 않았다. 선출직 공직 후보자를 지지, 반대하거나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청원은 아예 받아주지 않았다. 2016년 12월 기준으로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4천799건의 청원 중 277건에 대해 답을 주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휴대 전화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전화기를 다른 통신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 '동성애자 전환 치료를 금지하라'. 이들 청원에 대해 백악관은 관련 기관에 개정을 요구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로 유명한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요기 베라에게 '대통령 자유 메달'이 수여될 수 있었던 것도 국민 청원 덕분이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청원 게시판은 지지부진한 답변으로 열기가 시들해졌다.'위 더 피플'을 벤치마킹한 청와대 게시판은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2017년 8월 17일 문을 열었다. 미국과 달리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초기엔 국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의견을 내는 직접 민주주의의 본보기라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요즈음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부정확한 사실을 확산시키고 여론 재판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나친 정치적 편향도 논란의 대상이다. 청원 게시판이 정당해산,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선동과 지지세력 간 정치적 대결의 장으로 퇴색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청원 게시판이 또 시끄럽다. 정당 해산 청구 청원에 대해 청와대 정무수석이 직접 나서 "정당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란 답변 때문이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모두 예견된 것이다. 분명한 건 이제 미국처럼 청원 대상에 명확한 한계

  • [참성단]'원 팀(One Team)'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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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원 팀(One Team)' 대한민국 지면기사

    리오넬 메시는 현역 최고의 축구선수다. 13세에 FC 바르셀로나에 스카우트 된 그가 클럽 소속으로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프리메라 리가에서 세운 기록은 독보적이다. 686 경기에서 602 득점, 232 어시스트다. 그를 향한 스페인 사람들의 사랑은 'inmessionante'라는 형용사를 모국어 사전에 올렸을 정도다. '인메시오난테'는 "메시다운, 무한의 능력을 발휘하며 완벽한 축구를 구사하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선수다운"이라는 뜻이라는데, 축구 천재에 대한 헌사로 모자람이 없다.그런 메시에게도 아픔과 좌절이 있다. 조국 아르헨티나 대표팀으로 출전한 네차례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이다. 남미의 월드컵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마찬가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선 조 예선을 겨우 통과하더니 16강전에서 패해 짐을 싸야했다. 신의 반열에 든 메시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원 팀' 아르헨티나가 깨진 탓이다. 그래서 월드컵 3회 우승으로 조국 브라질에 줄리메컵을 바친 펠레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다. 클럽용 메시에게 국보급 펠레는 유일한 '넘사벽'인 셈인데, '펠레'의 스펠링이 'G·O·D(신)'이라는 과장은 깨지지 않을 모양이다.어제 새벽 한국 축구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에콰도르를 1-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FIFA 주관 세계대회 첫 결승 진출이라는 축구 역사의 신기원을 지켜 본 국민이 열광했고, 환호의 중심에 18세 소년 이강인이 있다. 현재 1골 4도움을 기록 중인 이강인은 이번 대회를 통해 메시급 천재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원을 지배하며 공격 루트를 만들어내는 기량이 창의적이고 탁월하다.기량 만큼 놀라운 건 그가 대표팀 막내인데도, 형들이 '막내 형'으로 부를 정도로 팀에 녹아드는 리더십을 보여 준 점이다. 스페인 명문 클럽 발렌시아의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는 이강인이 형들을 앞세우며 스스럼 없이 따르면서 대표팀은 '원 팀'으로 단단해졌다. 그가 자신을 앞세웠다면 메시의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 [참성단]DJ 평생 동지 이희호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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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DJ 평생 동지 이희호 여사 지면기사

    대통령 부인, 즉 퍼스트레이디의 진면목을 보여준 건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였다.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처음 기자회견을 했고, 정부예산으로 부속실 직원을 둔 것도 그였다. 1948년 UN 총회의 미국 대표로 세계인권선언을 만장일치로 이끌어냈다. 검소했지만 우아했고, 무엇보다 지적이면서도 겸손했다. "자신을 다룰 때는 머리를 쓰고 남을 다룰 때는 가슴을 쓰라"는 숱한 명언도 남겼다.최고 권력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퍼스트레이디의 막강한 영향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 퍼스트레이디는 이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데서 부담감으로 상당한 공포와 불안감을 경험하곤 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부인 패트 닉슨은 "퍼스트레이디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무보수 직"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다니엘 여사는 이런 중압감 때문에 엘리제 궁의 입주를 거부하고 14년 동안 사가에 거주했다.우리나라에서 퍼스트레이디는 영부인(令夫人)이다. 원래는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었는데 대통령 부인의 호칭으로 굳어졌다. 우리 국민들에게 고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 때문인지 영부인은 '조용한 내조와 온화한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영부인의 스타일에 따라 그 영향력은 천차만별이다. 행동이 많으면 너무 나선다고 눈총을 받고, 내조에 충실하면 존재감이 없다는 소리를 듣지만 내놓고 활동을 하든, 내조만 하든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늘 귓속말을 할 수 있는 '제1의 특별조언자'임에는 틀림없다. '영부인'이 '여사'로 바뀐 것은 이희호 여사가 청와대 안주인이 되면서부터였다. 이 여사는 "국가 지도자의 부인도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 누구보다도 영향력이 강한 퍼스트레이디였다. 이 여사는 대통령 부인이기 이전에 47년간 옥바라지와 망명, 가택연금 등 정치적 고초를 함께 겪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생 동지이자 정치적 조언자였다. "그를 쳐다보면 왠지 아렸어요. '차라리 김대중이란 사람이 없었다면…' 그가

  • [참성단]정쟁에 갇힌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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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정쟁에 갇힌 역사 지면기사

    어제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6·10 민주항쟁 3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민주인권기념관의 옛이름은 남영동 대공분실. 6·10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현장이다. 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전두환의 독재 호헌조치에 반발하던 여론이 폭발했다. 연세대생 이한열이 최루탄에 쓰러지자, 서울 시민 전체가 들고 일어섰다. 6·29선언이 나왔고, 10월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국민투표로 확정됐다. 독재 종식과 민주주의 시작인 '1987년 체제'의 완성이다.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의 기억은 선연한데 벌써 30년이나 지났다니,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거짓말 만큼이나 거짓말 같다.기억은 같은데 해석은 엇갈린다. 여야 정당의 6·10 항쟁 기념일 논평이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화 정신과 촛불 혁명을 계승하여 탄생한 문재인 정부"라며 현 정부의 민주적 정통성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라는 가치가… 헌법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에게 부당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현 정부에 날을 세웠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87년 체제 극복을 강조하는 실리를 강조했다.올해 들어 국가적 기념·추념일이 정쟁으로 얼룩졌다. 3·1절 100주년은 '빨갱이'의 역사적 유래를 놓고 소동이 일었다.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은 '독재세력의 후예'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촉발된 '김원봉' 소란은 아직껏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이 모든 소란의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였다. 대통령과 여당의 역사와 야당의 역사가 다르니 아이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가 흔들린다.이런 식이라면 권력의 이념 지향에 따라 대한민국의 역사는 끊임없이 흔들리게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의 유리창을 교체해야 한다. 역사가 지배와 통치의 수단이 되는 형국을 조지 오웰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고 말했다.건국의 기원을 어디에 둘지 신경전을 벌이는

  • [참성단]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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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이문열 지면기사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침몰 직전의 난파선과 다름없었다. 이회창 후보의 거듭된 대선 패배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은 한마디로 만신창이였다. 2004년 4월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되자 세간의 관심은 위원장인 김문수(경기지사), 부위원장 안강민(전 서울지검장)이 아니었다. 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작가 이문열씨였다. 그는 당이 5·6공 인사를 공천하려 하자 "이러다 당이 망한다"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요구했다. 하지만 개혁은 여의치 않았고 한나라당은 열린 우리당에 참패했다.우리나라 작가 중 이문열씨 만큼 사회적 현안에 대해 활발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드물다. 사회적으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신의 소신을 밝혀왔다. 스스로 '보수꼴통'을 자처하는 그는 신문 칼럼으로, 때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밝혔다. 그래서 이씨에 대해선 용기 있게 소리를 내는 작가, 지나치게 정치화된 작가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이씨의 정치적 소신이 가장 강하게 드러난 건 2002년 '세계의 문학'에 4부작으로 연재하며 문학적 평가보다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 '호모 엑세쿠탄스'(처형하는 인간)일 것이다. 이씨는 이 소설에서 2002년 대선 이후의 한국 상황에 대해 '민족도 이념도 순식간에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국가주도형 포퓰리즘이 게거품을 뿜었다'고 묘사하거나, 햇볕정책을 '핵이란 비대칭 전력을 보유한 북한에 모래성 같은 경제적 우위를 앞세워 어디 사용될지도 모르는 현금을 몇억 달러씩 갖다 바쳤다'고 썼다. 또 '시민운동이 엽관의 수단이 되고 관직은 감투에 눈먼 386 홍위병들의 전리품이 됐다'며 시민단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때문에 우리 문화계에 수치로 기록될 '책 화형식'이라는 끔찍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8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이천 설봉산 자락 이씨의 문학 사숙(私塾) 부악문원 (負岳文院) 을 찾으면서 잠시 잊혔던 그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두 사람은 '보수정치'를 두고 1시간가량 대화를 가졌다. 이문열은 뛰어난 문학적 재능과

  • [참성단]한국형 실업 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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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한국형 실업 부조 지면기사

    부조(扶助)의 사전적 의미는 '잔칫집이나 상가(喪家) 따위에 돈이나 물건을 보내어 도와줌. 또는 돈이나 물건.'이다. 경조사 부조와 생계 부조가 확연하게 구분된다. 10명이 한술씩 보태면 배고픈 한 사람이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은 일종의 생계형 부조다. 청나라 말 중국의 사상가 캉유웨이(康有爲)는 우리의 부조문화에 대해 '조선사람들이 가진 뜨거운 마음의 표시'라며 부러워했다고 한다.경조사비를 통한 상부상조의 관습은 우리의 오랜 미풍양속이다. 과거 직접 일손으로 거들어 주던 풍습이 현재 봉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부고장을 받을 때마다 얼마를 넣어야 할지 누구나 한 번쯤 고민을 하곤 한다. 부조는 계 향약 두레 등의 성격을 지닌다. 슬프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서로 품앗이해서 무난히 치르자는 것이다. 조선 말 사회상을 기록한 '하재일기'(荷齋日記)에는 떡 술 국수 북어 등의 물품이나 돈 10냥을 부조했다고 적고 있다. '국민취업 지원제도'의 또 다른 명칭은 '한국형 실업 부조'다. 구체적인 그림이 완성돼 내년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중위 소득 50% (청년은 120%) 이하인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매달 50만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을 지급한다. 일종의 '구직촉진수당'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현 정부 국정과제다. 누가 이런 명칭을 만들었는지 '한국형'이란 것도 그렇고, 실업(失業)에 부조(扶助)를 갖다 붙인것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부조에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내년에 35만 명을 대상으로 5천40억 원이 소요되고 2020년 대상자를 60만 명을 늘릴 경우 연간 1조원을 훌쩍 넘긴다. 전액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데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선 일언반구가 없다. 공교롭게 시행 시기가 7월로 총선 3개월 후다.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擊蒙要訣)'에 이렇게 적었다. '서로 아는 처지라면 무슨 명목이 있어 주는 물건만 받고 아무런 명목이 없는 것은 받아서는 안 된다.

  • [참성단]제발 축구 하게 놔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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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제발 축구 하게 놔두세요 지면기사

    '공굴리기도 한일전은 재밌다'는 말을 입증하듯 5일 열린 U-20 월드컵 한일전의 시청률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었다. 조사 결과 지상파 3사가 생중계한 일본과의 16강전 시청률은 12.3%였다. 앞서 조별리그에서 남아공전과 아르헨티나전 시청률이 각각 1.7%와 3%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역시 한일전'이라 할 만한 기록이다. 경기 내용 또한 숙적 일본을 이겼으니 성공이다. 졌더라면 울분에 못 이겨 꿈자리마저 뒤숭숭할 판이었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이다. TV를 시청하는데 하프타임에 이강인이 등장한다. 배경은 경기장이 아닌 스튜디오인 듯하다. 이어 "전반전에 골 안 나서 답답하시죠? 후반전에 폭풍 골 기대하세요"라고 말하더니 "채널 고정"이란 멘트와 함께 엄지를 세운다. 점쟁이도 아니고 전반전이 0대 0으로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당연히 경기 전에 미리 찍어 편집한 녹화 영상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각기 다른 영상이 존재할 것이다. 방송에 필요한 경우의 수를 따져보니 4가지가 떠오른다. 한일전에서 실제로 벌어진 0대0 상황을 비롯해 한국이 골을 넣어 이기고 있는 상황, 일본이 골을 넣은 상황, 두 팀 다 골을 넣어 동점인 상황 등이다. 이처럼 가상의 스코어에 따라 이강인의 방송 대본 또한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채널 고정'이라는 마지막 멘트는 '절대' 빠지지 않았을 듯싶다.이 대목에서,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를 불러내 시청자들에게 '채널 고정'을 주문하는 영상을 찍으면서까지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지 묻고 싶다. 성숙한 판단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른 미성년자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방송사는 물론이고 선수 관리 관계자들도 결코 칭찬받지는 못할 것 같다. 영상을 찍는 시간은 선수들끼리 한 번이라도 더 발을 맞추거나 개인적으로는 전술이해도를 높이며 경기에 대비해야 할 시간이었을 터이다. 그렇다면 시청률은 어땠을까. 정작 그 방송사의 시청률은 2.7%로 방송3사 가운데 꼴찌였다.이강인

  • [참성단]류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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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류덕스 지면기사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야구 전문가들은 투수의 비중을 75%로 본다. 하지만 그 이상이다. 전설적인 야구 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훌륭한 투수는 훌륭한 타자를 막아내지만 훌륭한 타자가 훌륭한 투수를 마구 두들기는 일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1930년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3할 타자 8명을 보유하고도 8위에 그친 것을 예로 들었다. 하긴 멀리 갈 것도 없다. LA다저스 투수 류현진은 5월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5승, 방어율 0.59를 기록했다. 매 경기 단 1점도 주지 않으니 패할 리가 없다.90년대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랜디 존슨, 로저 클레멘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모두 90마일 이상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그렉 매덕스는 그 틈바구니에서 최고 구속 89마일 공으로 놀랄만한 대기록을 남겼다. 통산 355승, 완투 109회, 완봉 35회, 여기에 '투수의 꿈'인 사이영상을 4회 연속 수상했다. 제구력이 얼마나 좋았던지 눈을 감은 포수의 미트에 공을 넣은 적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스트라이크 같은 볼''볼 같은 스트라이크'를 던졌다.매덕스는 피칭을 예술로 승화시킨 '마운드 위의 예술가'였다. 그는 공은 팔로 던지는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던진다는 것, 공은 속도보다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터득한 투수였다. 그의 투심 패스트볼은 지금도 메이저리그 손꼽히는 마구(魔球)로 통한다."마치 왼손으로 던지는 그렉 매덕스가 마운드에 있는 것 같았다." 지난주 뉴욕 메츠의 미키 캘러웨이 감독이 류현진의 호투를 두고 던진 말이다. 언론들은 5월의 류현진을 '매덕스의 재림'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평생 매덕스를 따라다닌 '컨트롤의 마법사'를 류현진 이름 앞에, 그리고 류현진의 '류' 매덕스의 '덕스'를 합성해 '류덕스'라는 별명도 붙여 주었다.류현진이 메이저리그 NL '5월의 투수상'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박찬호(1998년 7월)에 이어 2번째다. 이 여세를 몰아 아시아인 최초로 사이영상을 받으면 더 바랄 게 없지만, 혹사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