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방탄소년단과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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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방탄소년단과 손흥민 지면기사

    지난 주 한국인은 유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에 환호했고 손흥민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패배에 탄식했다. 유럽은 세계 문명의 중심이라는 자존심이 중국 못지 않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공유하는 유럽의 문화적 정체성은 강력한 국가연합체인 유럽연합(EU) 출범으로 이어졌다. 그런 유럽에서 공연 예술인들에게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은 성공의 상징이고, 챔피언스 리그는 월드컵을 능가하는 축구축제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다.방탄소년단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12만명의 관객이 두차례 공연을 매진시킨 것은 물론 유럽 소녀 팬들은 한국어 가사를 떼창하며 열광했다. 1964년 비틀즈의 '브리티시 인베이전'이 미국의 충격을 대변했다면, 방탄소년단이 주도하는 '케이팝 인베이전'은 세계를 강타한 문화적 충격이다. 서구 언론들은 '비틀즈의 재림'이라며 호들갑이지만, 방탄소년단의 성공스토리는 비틀즈를 넘어선 문화현상으로 미디어 학자들의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을 듯하다.웸블리 스타디움은 축구 종가를 자부하는 영국 축구의 성지이자 국가 경기장이기도 하다. 1948·2012년 런던 올림픽과,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의 주경기장이었고, 현재는 영국 축구협회가 관리하고 있다. 손흥민과 인연이 깊다.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홈구장을 리모델링 하는 동안 웸블리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임대했고, 이적생 손흥민은 웸블리에서 스타로 성장했다. 방탄소년단 RM이 웸블리 공연에서 '손(SON)'이라는 로고가 적힌 모자를 쓰고 나와 손흥민과 토트넘의 챔피언스 리그 승리를 응원한 건 우연이 아니다. 아쉽게 토트넘은 패배했지만, 손흥민은 계속 성장 중이다.방탄소년단과 손흥민의 성공이 남다른 건 그들이 성공을 감당할 만한 인격을 갖춰서다. 인격은 말로 드러난다. 방탄소년단 RM은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팬들과 서로를 충전하고 돕고 있음을 느낀다"며 팬클럽 '아미'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손흥민은 리버풀 전 패배 직후 인터뷰 요청에 "오늘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 [참성단]다뉴브 강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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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다뉴브 강의 눈물 지면기사

    '광막한 황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 있느냐 /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1926년 7월 윤심덕은 일본의 닛토 축음기 사장으로부터 음반 취입을 의뢰받았다. 녹음이 끝난 후 한 곡을 더 추가할 수 없겠냐는 윤심덕의 요청에 루마니아 작곡가 요시프 이바노비치의 '다뉴브 강의 잔물결'에 윤심덕이 우리말 가사를 붙인 '사의 찬미(死의 讚美)'가 더해졌다. 반주는 동생 윤성덕이 맡았다. 당시 윤심덕이 노래를 얼마나 애절하게 불렀던지 녹음실이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한다.그녀가 모든 노래를 일본어로 부르면서 이 노래만 우리말을 고집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녀의 연인 극작가 김우진과 현해탄에 투신하기 전 죽음을 결심하고 부른 노래여서 그랬는지, 가단조의 이 슬픈 왈츠곡 덕분에 레코드는 10만 장이 넘게 팔리는 대 히트를 쳤다. 우여곡절 끝에 부른 '사의 찬미'를 가요계에선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효시로 꼽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강이 친숙한 건 '사의찬미'보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탓이 크다. 빈 필 하모닉 신년 음악회에 앙코르곡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 곡이다.다뉴브 강은 러시아를 관통하는 볼가 강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 긴 강으로 장장 2천858㎞다. 독일의 남서부 흑림(黑林), 즉 슈바츠발트 산지에서 발원해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유고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10개국을 거쳐 흑해로 흘러간다. 강 이름도 나라별로 제각각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도나우, 체코어로 두나이, 헝가리어로 두나, 불가리아어로 두나브지만 영어로는 다뉴브로 부른다.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상징하는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강이 한국인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의 침몰로 눈물과 탄식의 강으로 변했다.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강'을 하루아침에 '눈물의 다뉴브 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여간해선 힘들다. 하지만 재앙은 이렇게 늘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

  • [참성단]반(反) 화웨이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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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반(反) 화웨이 전선 지면기사

    '파이브 아이스(Five Eyes·FVEY)'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앵글로 색슨계 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정보 동맹체다. 1946년 미국이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형제국가 영국과 비밀 정보교류 협정을 맺고, 1956년에 호주와 뉴질랜드·캐나다가 가세하면서 '다섯 개의 눈'이 결성됐다. 말로만 떠돌던 이들의 존재가 노출된 건 2013년 6월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요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도·감청 기밀문서를 폭로하면서다.FVEY는 1960년에 개발된 '어셜론'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십억 개의 전 세계 통신망을 감청해 취합된 정보를 자국 기관의 정보처럼 공유하고 있다. 국가 정상의 전화통화도 예외는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독일 메르켈 총리의 전화를 감청하다 들통 나 외교문제까지 비화한 적도 있다. 최근 일본은 FVEY와 준동맹 관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북한 선박이 다른 선박에 물건을 옮겨싣는 것이 적발된 것은 FVEY와 가까워지고 싶은 일본이 현장사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FVEY가 다시 뉴스의 중심에 선 것은 화웨이 고사작전에 그들이 배후에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다. 지난해 7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FVEY 수장들이 모여 통신보안을 위한 화웨이 견제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기사 보도 후 트럼프 정부는 '2019년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키며 공공기관 등에서 중국 통신장비의 사용을 금지했다.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가 중국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지난해 말 5G 공급망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했다. 통신장비 중 특히 5G 장비가 표적이 된 것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져 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어서다.특히 4차 산업혁명 주도기술인 5G 시장을 이끄는 나라가 결국 미래산업은 물론 정보전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은데, 화웨이의 5G 기술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이번 기회에 싹을 자르겠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다. 세계 기업들이 속속 미국 편에 서고 있다. 문제는 우리다.

  • [참성단]기생충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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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기생충을 기다리며 지면기사

    기생충학자인 서민 박사의 위트 넘치는 칼럼이 너무 재미있어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기생충 열전'이란 책이다. 아니나다를까 몇 장 넘기기도 전에 낄낄거리고 말았다. 일반인을 위한 기생충 교양서가 몇 권 안 되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던 중 '기생충'이라는 책을 새로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펼쳐보았는데, '충'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생의 이야기였다는 대목에서다. 서 박사가 풀어놓는 기생충 이야기는 흥미롭다. 친절하게도(?) 온갖 기생충 사진을 배치하는 바람에 간혹 책장 넘기기가 두려워지는 점만 빼고는 예방을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볼 만하다. 그는 기생충의 변호사라 해도 무방할 듯 싶다. 한 예로 세상에 뚱뚱한 사람은 있어도 뚱뚱한 기생충은 없다고 단언한다. 자기 분수를 지켜서 먹기 때문이란다. 또 기생충 박멸 이후 사람에게서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이 늘었다며, 이는 갑자기 상대가 없어진 면역계가 우리 몸을 공격한 결과라고 부연한다. 이쯤 되면 기생충과 '상생'을 하라는 것인지 가늠이 안 간다. 물론 기생충을 옹호(?)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각 기생충을 설명할 때마다 위험도를 비롯해 감염증상과 감염원 등을 별도로 소개하면서 경각심을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 기생충 같은 놈아'라는 욕이 적당한 욕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부분은 일종의 블랙코미디다. 기생충이 자발적으로 일을 안 하려는 데 비해 집에서 놀기만 하는 사람은 일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탓에 백수가 된 거니, 기생충을 갖다 붙일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기생충이 '본의 아니게'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을 상기시킨 셈이다.영화 '기생충'이 오늘 개봉한다. 줄거리를 보니 갖가지 기생충이 등장하는 '기생충 열전'과 달리 영화에서는 기생충의 왕이라는 회충 한 마리 '출연'하지 않는 것 같다. 기묘한 인연으로 얽힌 백수 가족과 부자 가족을 통해 현대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다루었다는 설명으로 미뤄 기생충은 봉 감독 특유의 은유일 것이다.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기생충 열전이 떠오른 것은 영화 줄거리

  • [참성단]액상형 전자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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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액상형 전자담배 지면기사

    "담배와 나는 한 몸"이라고 말했던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 말고도 처칠과 임어당(林語堂)의 '담배 예찬'은 너무도 유명하다. 처칠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2차대전 회고록'을 쓰면서 한 번도 시가를 입에서 뗀 적이 없고, 임어당은 저서 '생활의 발견'에서 "파이프 담배를 즐겨 피우는 사람은 절대 자기 아내와 다투지 않는다"고 썼다. 지금의 상식과는 엄청나게 괴리된 얘기다. 우리나라에 담배가 처음 들어온 것은 17세기 초로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 '식물편'에 담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남령초(南靈草)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왜국에서 들어왔고 이것을 빨면 담과 하습(下濕)을 제거하여 술을 깨게 한다. 그러나 독이 있으므로 경솔하게 사용하면 안 된다"며 친절하게 경고까지 적었다. 1492년 콜럼버스가 120명의 대원과 함께 서인도제도의 동쪽 끝에 있는 작은 섬 '히스파니올라'에 상륙해 원주민들에게 담배 선물을 받은 지 2세기도 채 안 돼 담배가 조선에 들어왔다. '독이 있다'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조상들은 왜 담배를 좋아했을까. 마땅히 즐길만한 것도 없었던 그때 , 시간을 죽이는데 담배만 한 것이 없었을 것이고 더러는 연주(煙酒) 연차(煙茶) 영초(靈草) 망우초(忘憂草) 사상초(思想草)니 하는 온갖 이름을 붙여 담배 피우는 것을 '멋'으로 생각했다.청소년들이 '멋'으로 피울지도 모르는 미국산 액상형 전자담배 '쥴'이 지난 24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상상도 못한 날렵한 디자인으로 '전자담배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담배다. 2015년 미국에서 출시되었을 때 '청소년들의 흡연 호기심을 자극해 전자담배 입문을 조장한다'는 논란을 일으킨 그 담배다. 쥴 때문에 '전자담배를 피우다'라는 뜻의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쥴'은 냄새도 없고 담뱃재도 나오지 않는다. 과일 맛이 나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할 우려가 크다. 편의점에선 액상형 전자담배가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형태가 USB(이동식 저장장치) 같아

  • [참성단]'게임중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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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게임중독' 논란 지면기사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새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을 확정하면서 게임강국인 한국이 벌집을 쑤셔놓은 형국이다. WHO는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게임을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게임중독이라고 기준을 세웠다. 이 기준에 포함되는 사람은 이제부터 게임중독이라는 질병에 걸린 중환자라는 얘기다.하지만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볼 과학적 근거에 대한 찬·반 진영의 대립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WHO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절차를 밟겠다는데, 문화체육관광부는 WHO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며 반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자녀들의 게임중독을 우려하는 학부모와 의료계를, 문체부는 게임업계를 대변하니 정부의 입장 조율이 주목거리다.게임중독은 질병이 아니라는 게임업체와 국내외 과학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게임은 알코올, 마약, 담배와 같은 금단증상도 없고 영구적이지 않다는 논리다. 영화와 같이 수많은 게임이 출시됐다 퇴출되는 문화 기호품이라는 얘기다. 세계를 주름잡는 프로게이머나, 학교에서 1년내내 게임을 하는 한 특성화고교의 E-스포츠학과 학생들마저 게임중독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항변은 과장이지만 업계가 체감하는 위기감을 보여준다. 게임업계에선 '게임중독' 대신 '게임 과몰입'이라는 표현을 쓴다.그런데 끼니를 거른 채 학교 수업을 팽개치고, 아이템을 사기위해 부모지갑에 손을 대면서까지 게임에 열중하는 자녀들의 '게임중독 증세'를 매일 체감하는 학부모들에게 게임업체의 반발은 헛소리일 뿐이다.문제는 정부다. 이미 지난해부터 WHO의 결정이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난 지금 보건복지부와 문체부가 딴소리를 내니, 대책 마련에 손 놓고 있었다는 자백이다. 자녀의 '게임중독' 증상을 체감하는 학부모와 '게임 과몰입'을 게임중독으로 침소봉대하면 게임산업이 망한다는 게임업계 사이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가뜩이나 경직된 노동시장과 주력산업의 퇴조로 경제위기설이 회자되는 험악

  • [참성단]'봉준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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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봉준호 영화' 지면기사

    2001년 말께, 경인일보 편집국에 더벅머리 청년(?) 두 명이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이 자신은 '플란다스의 개'를 만든 "감독 봉준호"라고 했다. 또 한 명은 훗날 '해무'를 감독한 심성보. 데뷔작이 흥행하지 못했지만, 평단의 찬사 때문이었는지 봉 감독은 자신감에 충만 돼 있었다. 이들이 경인일보를 찾은 건 '화성 연쇄 살인사건' 때문이었다. 화성 사건을 다룬 경인일보의 기사가 가장 풍성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당시 기사와 사진 자료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역대 한국영화 100편을 뽑을 때 늘 최상위에 올라있는 '살인의 추억'은 그렇게 탄생했다. 525만 명을 동원한 이 영화로 봉준호는 한국영화를 이끌 차세대 감독으로 우뚝 섰다.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사상 첫 황금종려상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수상의 의미는 더 크다. 보통 세계 3대 영화제로는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를 꼽는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의 쾌거다. 영화제 대상 수상을 올림픽 금메달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의 본고장에서 한국 감독이 해외 거장 감독들의 영화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대상이라 경사가 아닐 수 없다.봉 감독이 추구했던 영화의 세계는 '불합리한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대학 시절 만든 단편영화 '지리멸렬'에서부터 봉 감독은 교수 법조인 언론인 등 지도층의 위선과 허위를 들추며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국제적 명성을 얻은 후 만든 '설국열차'의 열차 안 세상은 절대 평등하지 않은 부조리한 세상이다. 패배자들로 가득한 꼬리 칸의 젊은 지도자가 폭동을 일으켜, 고위층들이 모여 있는 가장 위 칸으로 돌진하는 것은 불평등으로 가득 찬 현대사회에 대한 상징과 은유의 표현이다. '기생충' 역시,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빈부격차' 문제를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개성 있게 풀어

  • [참성단]넷플릭스 없는 칸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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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넷플릭스 없는 칸 영화제 지면기사

    올해 세계 영화계의 최대 사건은 단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로마'가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이다. 스페인어로 제작됐는데도 아카데미 주요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비영어권의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극장 상영작이 아닌 OTT(유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영화가 최고의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것은 변화의 시작을 의미한다.진즉 변화를 눈치챈 베니스영화제도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6편을 받아들여 '로마'에게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또 이선·조엘 코언 형제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카우보이의 노래'는 각본상을 받았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7월 22일'도 큰 호평을 받았다. 넷플릭스 덕분에 베니스영화제의 내용은 풍성해졌고, 경쟁자인 칸영화제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들었다.반면 칸영화제는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의 출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랑스 극장업계의 반발 탓이 컸다. 칸은 넷플릭스에 초청장을 받으려면 제작 영화의 온·오프라인 동시 공개 전략을 포기하고 극장 개봉을 먼저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출품 거부로 맞서면서 칸영화제 참가가 무산됐다. 칸영화제는 올해도 넷플릭스 영화를 초청하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불참으로 72회를 맞은 칸영화제의 권위는 크게 떨어졌다. 넷플릭스 없는 칸영화제는 '불빛 없는 항구' '속없는 찐빵'이 된 것이다.이를 만회하려는 듯 이번 칸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짐 자무시, 켄 로치 등 대가들의 신작을 경쟁부문에 초청하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래드 피트 등 할리우드 스타 모시기에 유난히 공을 들였다. 그런데도 시대를 역행한다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의 다양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넷플릭스의 부재가 그만큼 컸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영화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이미 세계 영화계는 아마존, 월트디즈니, 애플까지 OTT 사업에 뛰어들면서 스트리밍 영화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 [참성단]착한 금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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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착한 금연정책 지면기사

    휠체어를 비롯 갖가지 의료장비를 끌고 환자들이 하나 둘 건물 밖 흡연구역에 모이더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병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비흡연자의 눈에는 볼썽사나운 풍경이리라. 하지만 어찌하랴. 이들에게 흡연구역은 답답한 병실을 벗어나 한 모금 담배 연기에 잠시나마 근심 걱정 날려버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가 아닌가. 기회비용 측면에서 볼 때 이 순간만큼은 담배가 '건강 회복의 염원'보다 상위가치인 듯싶다. 환자의 흡연은 곧 담배의 수요가 웬만해서는 줄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흡연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과 맞물려 흡연자들 또한 일종의 피해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흡연자들의 피해의식을 부추기는 요인 중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잊을만하면 내놓는 정부의 금연정책이다. 금연정책에서는 흡연자가 '사회악' 취급을 받기 일쑤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정부의 금연정책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까지 모든 건물의 실내흡연실을 폐쇄하고 담뱃값에 부착된 경고그림과 문구의 면적을 현행 50%에서 75%까지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금연종합대책을 내놓았다.그런데 종전의 금연정책과 다른 부분이 있다. 일단 '담뱃값 인상'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동안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내 건 모토는 흡연율 저하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이다. 그러나 그간의 담뱃값 인상사례에서 보듯이 담뱃값은 흡연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병원 흡연구역 사례에서 보듯 담뱃값 인상은 흡연자 자체를 줄이는 데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담배회사 수를 줄이는 것도 아니다. 수요공급곡선을 변형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경제학적 원리를 무시하다 보니 정부가 내세운 '국민건강'은 낯간지러운 수식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건강 운운하는 게 담뱃값을 인상하려는 '수작'쯤으로 인식된 게 사실이다. 더 나아가 담뱃값 인상이 아니라 세금 인상이라는

  • [참성단]부시의 노무현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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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부시의 노무현 초상화 지면기사

    아돌프 히틀러의 어릴 적 꿈은 화가였다. 그림을 꽤 잘 그렸다. 두 번의 미대입시에 떨어지고 좌절 끝에 정치인이 됐지만, 그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2차 대전을 일으킨 후에 각국의 수많은 미술품을 약탈했다. 그 그림들을 모아 베를린에 세계 최대의 미술관을 짓고 싶어 했다. 전쟁 중에도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고전주의식 화풍을 고집한 그는 2천여 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전쟁 중 소실되고 현재 700점이 남아 있다.윈스턴 처칠은 40세가 넘어 그림을 그렸다. 그가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것은 '반복성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림이 하나의 치료법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그가 "내가 천국에 가면 처음 100만 년은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할 정도로 그림에 푹 빠져 500점의 유화를 남겼다. 그 그림 중에는 정부(情婦)로 알려진 도리스 캐슬로시의 초상화도 포함돼 있다. 피카소가 "처칠이 그림만 그렸다면 정치인 처칠보다 화가 처칠로 더 명성을 날렸을 것"이라며 높이 평가할 만큼 말년에 그의 그림솜씨는 수준급이었다. 우리의 경우 그림 그린 정치인 중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첫째로 꼽힌다. 김 전 총리는 42세 때 그림에 입문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일요 화가회' 회원들과 그림을 그렸다. 그는 생전 그리는 즐거움을 "마치 갓 태어난 아이로 돌아간 듯 순백의 마음"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정화되는 것이 느껴지고, 온갖 번잡한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는 '정신적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해서는 생전 300개의 유화작품을 남긴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정치를 하면서 받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말에 그대로 함축되어 있다.아마추어 화가로 알려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노무현 초상화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토크쇼 제이 레노 쇼에 출연해 "내 안에 렘브란트가 있다"는 조크를 날렸던 부시는 재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