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김대중 - 김홍일 부자
    참성단

    [참성단]김대중 - 김홍일 부자 지면기사

    아들에게 아버지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사슬로 엮인 숙명적 관계이다. 그리스 로마신화는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 3대의 부친살해를 통해 창세의 혼돈을 정리하고 신들의 세계를 정립한다. 오이디푸스는 부친을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 뒤 결국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세상과 절연한다. 피를 나눈 부자지간의 비극은 신들이 설계한 운명의 올가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보여준다.혈연을 중시하는 동양문화에서도 아버지의 업과 운명은 자식에게 미친다. 정치분야는 특히 더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버지 시중쉰이 문화대혁명으로 숙청당하자 15살 나이에 산시성 촌구석으로 하방당해 토굴 속에서 7년을 보내야 했다. 김삿갓으로 유명한 김병연은 과거시험에서 조부 김익순을 신랄하게 비판해 급제했으나, 뒤늦게 조부임을 알고 평생을 방랑했다. 비정한 정치판에서 부자의 운명은 연좌를 피하기 어렵다.지난 20일 작고한 김홍일 전 의원이 부친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길을 함께 한 것도 숙명이었을 것이다. 군부독재의 박해에 시달리는 부친을 두고 다른 길을 모색한다? 언감생심이었을 터이다. 신군부는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두 부자를 함께 감옥에 가두었다. 아들은 투옥 전에 모진 고문을 당했다.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얻었다. 휠체어 없이 거동을 못했고 언어장애도 심했다.아버지 김대중은 "그런 아들을 보고 있으면 뼛속까지 아팠다"는 심경을 자서전에 남겼다. 박지원 의원의 전언대로면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니, 그 정경이 참담하다. 아들이 인사청탁 수뢰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을 때도 아버지는 "홍일이가 유죄를 받고 의원직을 상실하더라도 현금 3천만원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으면 원이 없겠다"고 했다니, 아들에 대한 부채의식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김 전 의원은 오늘 발인을 마치고 광주 5·18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조문객의 바람대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부자의 정담을 마음껏 나누기 기원한다. 엄혹했던 역사에 휘말린 정치적 동지로서가 아니라 그저

  • [참성단]임진강 상괭이
    참성단

    [참성단]임진강 상괭이 지면기사

    태종실록 1405년 11월 20일에 이런 기사가 실려있다. '큰 고기 여섯 마리가 바다에서 조수(潮水)를 타고 양천포(陽川浦)로 들어왔다. 포(浦) 옆의 백성들이 잡으니, 그 소리가 소(牛)가 우는 것 같았다. 비늘이 없고, 색깔이 까맣고, 입은 눈(目)가에 있고, 코는 목(項) 위에 있었다'. 양천포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잡혔다는 6마리의 고기는 '상괭이'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도 '갑자년(1564년)에 한강에 큰 물고기가 나타났다. 크기는 돼지만 하고 색상은 희며, 길이가 한 길이 넘는데 머리 뒤에 구멍이 있었다'고 적혀 있는데 이 역시 상괭이로 추정된다. 상괭이는 최대 크기가 약 1.5~2m로 회색 몸통에 주둥이가 짧고 등지느러미가 없다. 이빨 고래류 중 덩치가 가장 작다. 예로부터 바다와 강에서 흔히 발견되다 보니 지역에 따라 '쌔에기' '슈우기' '무라치'로 불렸다. 순조 14년인 1814년 흑산도에 유배 중이던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상괭이를 '상광어(尙光魚)'와 '해돈어(海豚魚)'라 적었다. 얼굴 모양이 사람이 웃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웃는 돌고래', '형사인(形似人)' 즉, 사람을 닮은 물고기 '인어'라고도 불린다.상괭이는 남·서해안에 주로 서식하지만, 옛날에는 통진(김포) 부근에 특히 많았다. 다른 돌고래와 달리 염분이 적은 물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강에 사는 돌고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보토'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분홍돌고래', 라오스의 '이와라디 돌고래'도 메콩 강에 서식한다. 이들의 특징은 개발과 수질 오염, 남획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세계적인 희귀동물이라는 점이다. 사람같이 여러 표정을 짓는다고 해서 모두 인어 전설쯤 하나씩 가진 것도 공통점이다. 인천 장봉도의 인어 전설도 상괭이에서 연유한다.지난 17일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상괭이 한 마리가 파평읍 율곡리 임진강 변에서 발견됐다. 최근엔 지난 2015년 4월, 5월 두 차례 한강 변에서 사체로 발견된 적은

  • [참성단]반값 등록금
    참성단

    [참성단]반값 등록금 지면기사

    대학을 가리키는 말도 세태에 따라 변했다. '신성한 학문, 진리의 전당'을 가리키는 '상아탑(象牙塔)'은 대학생에게 '듣보잡'이 된 지 오래다. '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마련한 학생의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란 의미의 '우골탑(牛骨塔)'도 대학가에선 아주 낯선 용어다. 비싼 등록금을 대기 위해 부모의 등골이 휜다는 '인골탑(人骨塔)'에 이어 '늙으신 어머니가 힘든 일을 하여 자녀 학비를 댄다'는 '모골탑(母骨塔)'이란 신조어가 요즘 대세다.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음을 뜻한다.2017년 사립대 등록금은 평균 742만원이다. 10년째 동결이라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지난 30여년간 한웃값은 6배 올랐으나 대학등록금은 85배 뛰었다. 지난해 송아지 한 마리가 350만원 안팎으로, 1년 등록금을 위해서는 송아지 2마리를 팔아야 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드는 학생도 크게 늘었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이마저도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등록금 대출을 받는 학생도 크게 늘었다. 취업 즉시 대출금 상환을 해야 하는데, 취업 역시 하늘의 별 따기다. 이래저래 등록금은 평생 짊어져야 할 짐이다.대학등록금 문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정부가 '등록금 상한제'까지 만들어 인상의 고삐를 바짝 죄는 것도 그래서다. 현행 고등교육법엔 등록금 인상률과 관련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학이 원하는 대로 등록금을 인상해 줄 경우 표밭인 20대들로부터 역풍을 맞는다는 걸 정치권도 잘 알고 있다. 대학들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등록금 인상은 꿈도 꾸지 못한다. 등록금 인상 시 국가장학금·정부 재정지원 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반값 등록금'은 정치권의 매혹적인 어젠다이다.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 문제는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다. 안산시가 먼저 움직였다. 지자체 중 최초로 관내 모든 대학생에게 등록금의 50%를 지원키로

  • [참성단]망언정치언어상
    참성단

    [참성단]망언정치언어상 지면기사

    '나는 여론을 일으키거나 거기에 붙어서 편을 끌어모으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의 글은 다만 글이기를 바랄 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고 당신들의 긍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김훈 작가가 얼마 전 산문집('연필로 쓰기')을 내면서 '알림'이란 제목으로 서두에 쓴 글이다. 역시 글쓰기의 대가 다운 면모가 엿보인다. 글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원칙과 철학, 더 나아가 탁월한 통찰력의 소유자만이 갖출 수 있는 자신감이 단어 하나 하나에 흠뻑 배어있는 듯하다. '알림'이란 제목을 달았지만 '선언문' 같은 중량감이 느껴지는 것은 연필 끝에 가해지는 내공의 무게 때문이리라.외람되지만 이 글을 한 번 뒤집어 본다. '나는 여론을 일으키고 거기에 붙어서 편을 끌어모으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나의 글은 무엇인가를 도모하며 당신들의 긍정을 기다린다'. 뒤집고 보니 좀 섬뜩하다. 일부 정치인들의 글쓰기(또는 인용하기) 행태와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정치인의 글쓰기와 관련해, 일종의 강령을 압축해 놓은듯한 느낌도 든다.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SNS에 쓰거나 인용한 세월호 망언에도 '편을 끌어모으고 무엇인가를 도모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던 것은 아닌지 강하게 의심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월호 유가족을 겨냥해 "징하게 해 처먹는다"거나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식의 자극적인 표현(문장)을 불특정다수가 보는 SNS에 올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들 정치인은 결국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지만 세월호 유가족이 입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 같다."길거리에서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음식점에서 아이가 좋아하던 반찬이 나오기만 해도, 아이와 함께 걷던 길에 접어들기만 해도 아이 얼굴부터 떠오르는 걸 어떡합니까." 예전에 접했던 자식을 잃은 한 어머니의 호소다. 세월호 유가족의 5년 세월도 이랬을 터인데 일부 정치인들이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이 와중에 망언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 국회의원이 제8회 국회를 빛낸 바른정치언어상 시상식에서 품격언어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품격이란

  • [참성단]불탄 노트르담 대성당
    참성단

    [참성단]불탄 노트르담 대성당 지면기사

    지금은 우리 모두 할리우드 영화에 푹 빠져 있지만, 한때는 '프랑스 영화'로 몸살을 앓았다. 지금은 극장 문을 나서면 내용을 금세 잊지만, 프랑스 영화에 응축된 깊은 예술성에 영화를 보고 난 후 감흥은 꽤 오래갔다. 여기에 영화 음악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것도 프랑스 영화였다. '새로운 물결(new wave)'이란 뜻의 '누벨 바그'라는 영화운동이 나올 만큼 프랑스 영화는 예술 영화의 상징이었다. 르네 클레망은 예술로서의 프랑스영화를 완성 시킨,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흠모하는 감독이다. '태양은 가득히' '금지된 장난' '목로주점'에서 그는 독자적인 영화 사실주의를 개척했다.1966년 작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에서 클레망은 실사화면을 중간중간에 넣어 영화의 사실주의를 극대화 시키려고 했다. 영화를 흑백으로 제작한 것도 그런 이유다. 알랭 드롱, 장 폴 벨몽드, 샤를르 부아이에, 커크 더글러스, 글렌 포드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단 한 장면을 찍기 위해 기꺼이 영화에 동참했다. 영화는 파리에서 철수하는 나치스 군에게 파리를 잿더미로 만들라는 히틀러의 명령을 받고, 예술을 사랑한 점령군 사령관이 히틀러 명령에 복종할 것인지, 예술의 도시 파리를 지켜야 할 것인지를 두고 벌이는 고뇌를 다뤘다. 항복한 사령관이 놓친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라는 히틀러의 절규는 이 영화의 백미다.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염에 휩싸인 충격적인 영상을 보고 이 영화가 떠오른 건 영화의 엔딩신 때문이다. 연합군의 파리 입성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소리였다. 클레망도 이를 꽤 비중 있게 다뤘다. 종 치는 장면과 파리로 들어오는 연합군, 개선문을 향하는 드골 장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을 교차 편집해 노트르담의 종소리를 유난히 강조했다. 이처럼 노트르담 대 성당은 프랑스인의 꿈이자 희망이며 자긍심이었다.프랑스의 '심장'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로 프랑스인이 받을 정신적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깊고 아플 것이다. 우리도 2

  • [참성단]백두산 분화(噴火)
    참성단

    [참성단]백두산 분화(噴火) 지면기사

    동해 바닷물이 마를 일도 없고 백두산이 닳아 없어질 일도 없다. 애국가 1절은 동해와 백두산을 담보로 대한민국의 영원한 존속을 장담한다. 그런데 동해는 몰라도 백두산은 닳아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어제 국회에서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 발표자들의 걱정이 예사롭지 않다.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잦은 지진이 발생했던 백두산이 잠시 안정됐다가 지난해 부터 다시 지진이 증가하고 있다며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수 포항공대 교수는 "946년 백두산 분화 당시 방출된 화산에너지는 약 840경(1京=1兆의 만 배) 주울(J)로 히로시마 원자폭탄 에너지의 16만배, 동일본대지진의 4배"라고 밝혔다.국제 공동연구팀은 2017년 천지 부근에서 발견된 낙엽송 화석의 나이테를 정밀 분석한 결과 백두산 대분화의 시점을 946년 가을에서 겨울 사이로 특정했다. 이전에는 대충 서기 1천년 안팎 쯤으로 추측해 학계에서는 백두산 '천년 분화'로 불러왔다. 백두산 천년 분화 정도의 화산 폭발은 1만년 동안 네 번 뿐이었단다. 100㎦ (1천억㎥)의 화산재가 일본 홋카이도를 덮치고 지구 한바퀴를 돌아 그린란드의 빙하에도 쌓였다고 한다. 일본 우익들은 터무니 없이 천년 분화를 고대 한국인 멸종설, 발해 멸망설의 근거로 주장할 정도다.백두산이 천년 전의 대폭발을 일으킨다면 재앙의 규모는 당시 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천지 아래 마그마가 솟구쳐 20억㎥에 달하는 천지 물을 만나면서 엄청난 수증기와 화산재가 지구 전체를 덮쳐 지구환경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중국 국가지진국이 천지화산관측소를 설치해 백두산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우리 학자들은 지금이라도 남북을 포함해 백두산 화산을 감시할 국제공동연구를 주장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도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는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해 준 모양이다. 백두산이 화산폭발로 닳아버리는 일이 없기를 염원하지만, 남북이 공동 대응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북한의 호응을

  • [참성단]영화배우 양 모 씨
    참성단

    [참성단]영화배우 양 모 씨 지면기사

    지난 12일은 양 씨 성을 가진 대한민국 영화배우들이 곤욕을 치른 날이었다. 한 뉴스 전문 채널에서 "영화배우 양 모 씨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한 게 발단이었다. 보도는 한술 더 떠 "경찰 조사 결과 양 씨는 간이 마약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에 강남경찰서는 양 씨의 마약 정밀 검사를 의뢰하고 마약 구매 통로와 동반 투약자 등을 조사 중"이라며 "최근 유명 영화와 지상파 인기 드라마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라고 추가 보도했다. 이러자 인터넷 포털 실시간검색에는 '영화배우 양 모 씨'가 한동안 상위에 올랐다. '익명보도 원칙'에 따라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 씨 배우'라고만 알려지자 많은 네티즌이 해당 기사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양 씨 배우'를 찾기 위해 양 씨 성을 가진 배우들의 실명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 씨 성을 가진 배우 4~5명의 이름이 순식간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랐다. 양 씨 배우들은 소속사를 통해 의혹을 반박하는 등 일대 혼잡이 일어났다. 하지만 실제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양 씨 배우는 단역 배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보도 원칙'은 범죄 사실을 보도할 때, 특정인이나 특정 직종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인이 식별되지 않도록 호칭 사용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다.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한글, 영문 이니셜을 사용하여 김 모 씨, K 씨 등으로 표기해야 하나 이니셜로 주변 정황에 의해 누구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때는 실명과 전혀 관계없는 A씨, B씨 등으로 사용하고, 그 이니셜이 실명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야 한다. 가령 실명이 '이몽룡'일 경우 엉뚱한 이름인 '변학도'라 하고 '가명'이라고 표기하는 식이다.최근 마약 관련 기사의 홍수 속에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마약 관련 기사는 당사자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그럼에도 최근 부쩍 '팩트 체크'없는 무책임한 가짜 뉴스들이 넘쳐나고 있다. 일반인들의 호

  • [참성단]내부자 거래
    참성단

    [참성단]내부자 거래 지면기사

    1815년 6월 18일 벨기에 브뤼셀 인근에서 웰링턴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과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국가의 운명을 건 전투를 앞두고 있었다. 이른바 '워털루 전투'. 결과를 지켜보는 런던 증권가에는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정보원을 통해 프랑스의 패배를 확신한 로스차일드는 영국 국채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 금융계 큰 손의 국채 매도에 놀란 개미투자가들은 영국의 패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투매에 가담했다. 국채는 순식간에 휴지가 됐다. 이때, 다시 국채를 매입한 로스차일드는 엄청난 차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이 행위를 내부자 거래의 효시로 보고 있다.영국을 비롯한 금융 선진국들은 주식 내부자거래를 '정보의 절도'로 보고 엄격히 금지한다. 미국은 정치인과 정부 고위공직자가 주식 내부거래를 하다 적발될 경우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한다. 미 의회도 증권거래법과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에 '국회의원과 보좌관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할 때 국가와 국민에 대한 신의 성실 의무(fiduciary duty)를 진다'는 조항을 추가해 내부자거래를 막고 있다.2017년 8월 민변 출신 이유정 변호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올랐다가 주식 거래가 문제가 됐다. '백수오 파문'을 일으킨 '내츄럴엔도텍'주식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5억원 넘는 차익을 남긴 것이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내부자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이 변호사에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같다 해서 '유정 버핏'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 변호사는 지명 20일 만에 자진사퇴했다.'주식 부자' 이미선 헌법 재판관 후보자가 이유정 변호사의 뒤를 그대로 걷고 있다. 42억여 원의 재산 중 83%인 35억여 원을 주식에 투자됐고, 이 중 24억여 원이 재판 관련 특정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밝혀지며 내부자거래란 의혹을 받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이 후보자를 향해 '제2의 이유정'.'미선 소로스'라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4조는 미공개 중요정보의 이용행위, 즉 '내부자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직무 때문에 알게 된

  • [참성단]벽안(碧眼)의 독립운동가
    참성단

    [참성단]벽안(碧眼)의 독립운동가 지면기사

    아일랜드를 지배하던 영국 정부에 맞서 아일랜드 공화국군이 독립 전쟁을 일으킨 때가 1919년 1월 21일이다. 그로부터 40여일 후인 1919년 3월 1일 식민지 조선에서 3·1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서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들인데, 뭔가 공통분모가 엿보인다. 아일랜드 독립전쟁 후에 아일랜드가 아일랜드 자유국과 북아일랜드로 분리된 것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두 나라에 걸쳐 있는 또 하나의 기록이 눈길을 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임시정부를 지원한 비밀조직과 인물들의 기록을 담은 책자를 발간한다고 한다. 항일투쟁을 하다 일본 법원에서 재판받은 기록(판결문)을 분석해 임시정부가 국내에서 펼친 활동과 임시정부를 지원한 다양한 활동을 소개한다는 것이다. 이 책자는 추후 누리집(http://www.archives.go.kr)에도 게재될 예정이다.이같은 내용으로 국가기록원이 낸 보도자료를 훑다 보니 색다른 이름이 눈에 띈다. 李東輝, 朴容萬 등 한자로 표기된 독립운동가들과 달리 유일하게 일본어로 쓰인 이름이다.임시정부 의정원 및 대한청년단 등을 조직하고 군자금, 군수품 등을 모집한 혐의로 구속된 독립운동가 16명에 대한 판결문(고등법원, 1924.3.12)에서다. 'ジㅡ. エル. シヨウ'(G.L.쇼). 그가 아일랜드계 영국인 '조지 루이스 쇼'(George Lewis Shaw)다. 자료에는 '쇼가 만주에서 경영한 무역회사 이륭양행(怡隆洋行)이 임시정부와 국내를 연결하는 연락거점으로 활용됐다'는 간략한 설명이 붙어 있다. 곧 발간될 책자에 소개되겠지만 쇼는 '이륭양행'의 건물을 임시정부에 제공한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상하이를 오가는 독립운동가들에겐 회사 소유의 배를 내주기도 했다. 백범 김구도 이륭양행의 배를 타고 상하이로 망명했다. 이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일제에 맞선 대가로 그는 4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지금 세계의 대세를 보라. 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인도의 독립 역시 가까이에 존재한다. 다음에

  • [참성단]낙태죄 위헌 판결
    참성단

    [참성단]낙태죄 위헌 판결 지면기사

    미국은 2015년 6월 연방대법원 판결 5대4로 동성결혼 국가가 됐다. 103쪽에 이르는 합법 판결의 다수 의견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집필했다. 가톨릭에서 동성애는 허용하지 않지만, 케네디 대법관은 "헌법이 가치와 법적 질서 사이에서 불일치가 나타날 때 자유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동성애자들은 법 앞에 평등한 존엄을 구하고 있으며 동성혼은 이들이 중대한 헌신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썼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판결을 철저하게 구분한 것이다. 법과 정의의 수호신인 테미스 여신은 눈을 가린 채 오른손에는 천칭을 들고 있다. 눈을 가린 건 심판을 함에 있어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좌우되지 않겠다는 뜻이다. 천칭은 공정성을 의미한다. 신들의 사회에서 법과 정의를 지키는 테미스의 존재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회 질서는 법과 정의에 의해서, 법과 정의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공정성에 의해서 구현된다. 판사가 법정에서 입는 법복이 검은색인 이유는 어떤 색깔에도 쉽게 침범 당하지 않으며 오염되지도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법복은 '공정함'과 '권위' 그리고 '책임'의 엄격함을 상징한다.2012년 합헌 결정이 내려진 '낙태죄'가 7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있다.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의 낙태 처벌 조항의 위헌성 여부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낙태 행위를 죄로 규정하는 것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청구인 쪽은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하지만, 법무부는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로 낙태의 증가를 막기 위해 낙태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일반인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주장과 낙태죄 폐지가 자칫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재판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이런 상황에서 새로 구성된 6기 헌법재판관의 성향을 분석하며 판결에 영향을 미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