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5月과 장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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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5月과 장영희 지면기사

    5월이 오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장영희(張英姬). 영문학자이자 번역가. 영문학자 장왕록(張旺祿)의 딸. 우리에게는 수필가로 더 기억되고 있다. 생후 1년에 찾아온 소아마비 장애와 세 차례의 암 수술을 받고도 긍정의 사고를 보석 같은 글로 풀어 놓으며 우리에게 희망을 준 '희망전도사'. 생전 자신이 '암 환자 장영희'로 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그는 "내 삶은 '천형(天刑)'은커녕 '천혜(天惠)'의 삶"이라고 말하곤 했다. 2001년 유방암, 2004년 척추암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강단에 서며 "신은 재기(再起)를 가르치기 위해 인간을 넘어뜨린다"고 말해 감동을 줬던 그다.장 교수하면 떠오르는 건 월간지 '샘터'다. 장 교수는 2000년부터 '새벽 창가에서'란 제목으로 57편의 글을 연재하며, 최인호의 '가족'과 함께 샘터의 지가를 올렸다. '지난 3년간 내가 살아온 나날은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른다. 힘들어서, 아파서, 너무 짐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 늘 노심초사했고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갈 것이다. 내 옆을 지켜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만난 독자들과 같은 배를 타고 삶의 그 많은 기쁨을 누리기 위하여…'('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에서).올해는 장영희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달 말 공교롭게도 장 교수의 대표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100쇄를 돌파했다. 이 책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작업한 책으로,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살을 에는 암 투병 중에도 그림 작가 선정에서부터 제목, 책의 디자인까지 모두 장 교수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1쇄는 10년 전 오늘, 2009년 5월 8일 장 교수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발간됐다. 그리고 다음날인 5월 9일 그는 56세로 세상을 떠났다.5월은 가정의 달.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가

  • [참성단]청와대의 '비대칭 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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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청와대의 '비대칭 관용' 지면기사

    북한이 지난 4일 원산에서 정체불명의 무기를 하늘로 쏘아올렸다. 합동참모본부는 처음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곧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다. 정황상 미사일이 분명해 보이는데 6일 현재까지도 정부의 공식입장은 불상(不詳)의 발사체이다. 불상의 발사체가 미사일, 그것도 탄도미사일로 판정되면 유엔 안보리 결의와 지난해 남북이 합의한 9·19 군사분야 합의를 위반하는 중대한 도발행위가 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외교가 위기에 봉착한다.정부가 북한의 돌발적인 도발을 '단거리 발사체' 수준에서 관리하는 이유는 대북협상을 위한 관용 때문일 것이다. 미국도 우리 측 입장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비핵화)합의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발사체가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그들과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미·북 협상 의지를 강조했다. 청와대의 관용이 미국을 설득한 모양새다.한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6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반대한데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문무일 검찰총장의 우려 역시 경청되어야 한다"고 정중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번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 당시 페이스북에 국회선진화법 처벌조항을 게시하고 외국 록밴드의 노래 '좀비' 영상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패스트트랙 법안 반대는 같지만 상대가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과 자유한국당이라는 점만 다르다.오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는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보여준 인내심으로 야당과 기업의 주장과 제안에 귀 기울였다면 경제분야의 실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조 수석이 문 총장에게 보여 준 '경청'의 아량을 야당에게도 보였다면 정국이 지금처럼 각박해졌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과 내 편을 향한 관용이 우리 내부의 다른 편에게는 심각하게 비대칭적이다. 관용은 누구에게나 대칭적으로 적용되어야

  • [참성단]수도권 순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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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수도권 순천만 지면기사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뛰어난 단편 소설인 김승옥의 '무진기행(霧津紀行)'의 배경은 '순천만(順天灣)'이다. '무진'은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공간이지만, 어느 정도 책을 읽었다면 그곳이 작가의 고향 '순천'이란 걸 금방 눈치챈다. '바람이 바다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불어가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김승옥은 소설에서 무진(순천만)의 안개를 이렇게 묘사했다. 어느 새벽, 안개가 순천만의 갈대와 부딪히는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순천만을 다시 찾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순천만은 그런 곳이다.김승옥의 또 다른 아름다운 소설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중 '갈대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온 들에 황혼이 내리고 있었다. 들이 아스라하니 끝나는 곳에는 바다가 장식처럼 붙어 보였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처음 순천만을 방문했을 때 눈 앞에는 장관이 펼쳐졌다. 새, 갈대, 바다가 모두 장식인 그런 순천만이 부러웠다. 어디서 오는지 관광객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고, 여기저기서 새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때, 이런 순천만이 갯벌의 보고인 우리 서해안 어디에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천만은 떼어다가 우리 옆에 놓아두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소원대로 수도권에도 순천만이 생길 모양이다. 인천 소래포구 갯벌을 시흥 갯골생태공원과 연계시켜 '수도권의 순천만'으로 조성한다고 인천시가 발표했다. 인천대공원에서 시작해 장수·운연천~소래습지생태공원(350만㎡ )~소래포구~시흥갯골생태공원(150만㎡ )~시흥 물왕저수지를 잇는 약 20㎞ 구간을 아우르는 수도권 최대 습지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이곳에는 순천만보다 더 아름다운 노을도 있다. '수도권 순천만'의 성공은 지자체 간의 굳건하고 유기적인 관계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습지에 조심스럽게 생명을 불어넣어 모든 게 다시 살아

  • [참성단]희망의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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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희망의 랠리 지면기사

    '50대에 탁구를 시작하면 5부, 40대는 4부, 30대는 3부까지 갈 수 있다'.탁구 동호인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 되는 말이다. 바둑에 급수가 있듯이 탁구에도 '부'라는 실력 분류 시스템이 있다. 보통 1~6부로 나뉘는데 6부가 가장 최하위 레벨(부)이다. 최상위인 1~2부에는 대부분 선수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3~4부 정도의 실력이면 동네에서 고수로 통한다. 이들이 간혹 동네 탁구장에서 플레이를 하면 모두 선망의 눈으로 바라본다. 중국무술영화에서 무림고수가 객잔(客棧)에 홀연히 나타나 적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50대에 시작하면 5부까지밖에 갈 수 없다'는 말은 늦게 입문할수록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지만, 탁구에서 상위 레벨로 올라가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동호회 교류전에서 각각 다른 레벨의 선수들이 맞붙을 경우에는 하위 레벨 선수에게 1~2점을 접어주는 식으로 시합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렇게 핸디캡을 적용한다 해도 하위 선수가 상위 선수를 이기는 일은 극히 드물다. 골프에서 하수가 고수에게 핸디를 듬뿍 받았다고 해서 고수의 돈을 따는 일이 거의 없는 것과 비슷하다.프로세계에서 대표적인 서열 구분법은 세계랭킹이다. 성적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정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아마추어의 부 구분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학적이고 디테일하다. 프로에서도 하위 랭킹의 선수가 톱클래스의 선수를 이기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그 기적 같은 일을 대한민국의 스무살짜리 탁구선수가 해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탁구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안재현은 세계 14위의 윙춘팅을 시작으로 다니엘 하베손(29위), 하리모토 도모카즈(4위)를 차례로 꺾더니 대표팀 선배인 장우진(10위)까지 이기고 동메달을 따냈다. 개인적으로는 아마추어 3~4부 선수가 1부 선수를 핸디 없이 이긴 것에 버금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대 이변의 주인공 안재현이 이틀 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부다페스트로 떠나기 전 그의 세계랭킹은 157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 [참성단]레이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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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레이와 시대 지면기사

    세월은 막을 수 없는 법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말이다. 아키히토 (明仁) 시대가 어제 끝났다. 1989년 시작한 '헤이세이(平成)'가 막을 내렸다. 31년의 영욕(榮辱). 아키히토의 헤이세이도 이전 히로히토(裕仁) 쇼와(昭和) 만큼 격동의 시대였다. 장기 경제불황을 겪어야 했고 나고야 대지진과 후쿠오카 원전사고 등 큰 재난이 덮쳤다. 그때마다 아키히토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일본 국민에게 다가갔다. 그의 시대가 끝났다. 오늘부터 일본은 나루히토(德仁)의 레이와(令和) 시대다. 그동안 일본의 연호는 중국 고전에서 빌렸다. 하지만 레이와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모음집 '만엽집(萬葉集)'의 '매화(梅花)의 노래 32수(首)' 중에서 '初春令月 氣淑風和(초춘영월 기숙풍화·날씨가 맑고 바람이 부드럽게 부는 새 봄)'에서 골랐다. 레이와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서로 모아서 문화를 태어나게 하고 키우자'는 뜻도 있다. 외국 언론도 일본의 새 시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레이와'를 '질서와 조화',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상서로운 평화'를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평화를 추구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일본인들도 레이와 시대에 거는 기대가 큰 모양이다.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58%가 '일본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에 맞춰 5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다. 때를 맞춰 미 해군의 최신형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호와 스텔스 상륙함인 뉴올리언스호가 올 하반기 미 7함대 소속으로 주일미군 기지에 전진 배치된다. 미국과 군사적 밀월 관계에 들어간 것이다. 아베 정권 입장에선 '새 시대'라는 분위기를 빌미로 일본을 더욱 강력한 군사대국으로 만들려 하는 의도다.문제는 '멀고도 가까운 이웃'인 우리다.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레이와 시대를 맞아 우리가 먼저 손 한번 내미는 것은 어떨까. 정치는 타이밍이다. 외교관계

  • [참성단]'동물국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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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동물국회' 유감 지면기사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동물'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국민적 개탄이 자자하다. 선거법,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발의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중심 여야 4당과 기필코 저지하겠다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사당 폭력대치로 국회가 과거 '동물국회' 시절로 회귀했다는 것이다.하지만 지금 복원된 '동물국회'의 양상이 과거에 비해 심각한 이유는 '말' 때문이다. 양측의 말 폭탄이 몸싸움보다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29일 하루에만도 거두어들이기 힘든 저주의 말들을 쏟아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을 '국회를 못 맡길 도둑놈'이라며 청산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저지투쟁을 '반개혁 정당의 난동'이라고 쏘아붙였다. 한국당의 독설도 만만치 않다. 황교안 대표는 패스트트랙 발의를 "의회 쿠데타"라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홍위병을 선사하는 공수처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과거에도 여야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격돌하고, 야당의 장외투쟁으로 정국이 경색됐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도 협상을 위한 퇴로는 열어놓았다. 협상 주체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은 자제했던 것이다. 여야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여당의 주인인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영수회담으로 돌파구를 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한나라당 이회창 대표와 7번이나 만났다.동물국회 시절에도 언어의 금도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야 정치는 동물적 행태보다 패륜적 언행이 더 문제다. '난동을 부리는 도둑놈(자유한국당)'과 '정권의 홍위병을 세우는 의회 쿠데타 세력(더불어민주당)'이 타협을 위한 대화를 모색하기는 힘들다.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에게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 쟁점사안을 해결하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발의를 결정하기 전에 대통령의 제안을 실행했으면 '동물국회'는 면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말 폭탄과 맞고발 대결로 대화 자체가 당분간 힘들게 됐다.

  • [참성단]어벤져스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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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어벤져스가 뭐길래 지면기사

    영화관이 1년에 73일 이상 한국영화를 반드시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 쿼터제'는 늘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폐지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한국영화 붕괴를 우려한 영화인들이 길거리로 나서 삭발투쟁을 벌였다. 한국 최고의 감독 봉준호도 한때 스크린 쿼터 폐지를 반대하며 1인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괴물(1천300만)'과 '설국열차(935만)'로 스크린을 독점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한국영화 발전에 스크린 쿼터제는 큰 도움이 됐다.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두 편의 영화에 무려 2천500만명의 관객을 부른 2012년 7~9월, 한국영화 좌석 점유율은 70.4%였다. 물론 이 때문에 아픔도 있었다. 매년 평균 100편의 한국 영화가 제작되지만, 흥행작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개봉관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등장한 게 '스크린 상한제'다. 우리나라처럼 특정 영화의 상영 점유율이 90%를 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전국 3천58개 스크린의 95.7%인 2천927개를 독점했다. 덕분에 개봉 첫날 134만873명의 관객을 동원해 오프닝 기록도 세웠다. 스크린 부족으로 1개 스크린에 4개 영화가 '시간 나눠먹기'를 벌였다. 이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군함도' '명량' '신과 함께' 등 천만 관객영화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며 그때는 넘어갔었다.하지만 이번엔 예사롭지가 않다. 찬반논란이 뜨겁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2일 "스크린 독과점을 막기 위한 스크린 상한제를 위한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한 후, "정부가 '어벤져스 규제'로 인기 영화 상영을 제한하려 한다"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어서다. 이미 국회에는 스크린 상한제를 제도화한 4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다만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 마치 '고양이 목 방울 달기'와 같다.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영화 한 편이 전체 스크린의

  • [참성단]진보 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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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진보 대연합 지면기사

    1990년 2월 민정 민주 공화 3당이 합당해 '민주자유당(民主自由黨)'이 탄생했다. 두 글자로 줄이면 '民自', 한글로 쓰면 '민자', 그래서 밋밋하고 '개성 없음'을 꼬집는 '민짜'로 발음되기 쉬우므로 당명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꽤 많았다.당시 3당을 '보수 대연합'으로 불러야 할지, 아니면 '보수·중도합당'으로 불러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도 분분했다. 정치학자들조차 뭐라 부를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원래는 1당만으로 국회의 과반수를 확보하는 당이 없을 때, 내각책임제의 경우는 복수의 당이 합쳐서 정권을 만드는 경우를 '연립' 또는 '연합정권'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제1당과 제2당이 합쳐서 정권을 탄생시키면 '대연립' 또는 '대연합', 제1당이 제3당과 합치면 '소연립' 또는 '소연합'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제2당인 평민당이 빠졌으니 '대연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당시 언론은 3당 합당을 '보수 대연합'이라고 불러주었다. 진보성향의 강력한 제1야당인 평화 민주당이 빠졌지만, 보수와 중도가 모두 모였으니 '보수 대연합'이라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4당이 선거제도 개편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 3개 안건'에 합의함으로써 정국은 1여 4야에서, 순식간에 4여 1야로 바뀐 느낌이다. 일부에선 90년 '보수 대연합'을 빗대어 '진보 대연합' '한지붕 네 가족당'이란 소리도 들린다. 이게 꼭 틀렸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신속처리 절차에 돌입하면 최장 330일이 걸려 이 기간에 4개 당은 최대 쟁점 현안에서 협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百尺竿頭)라면 여·야 5당이 합쳐 1당이 된들 탓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이 그런 상황도 아니다.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려는 '진보 대연합'이 국민 다수로부터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밥값 못한다"며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자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밥그

  • [참성단]슬픈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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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슬픈 결혼식 지면기사

    인현동 화재 참사가 발생하고 5일 후인 1999년 11월 4일 이른 아침, 인천 길병원 영안실에서 정명환 당시 남구청장이 주례사를 읽어 내려갔다. 목멘 주례사가 이어지는 사이 탄식과 흐느낌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두 젊은 영혼이 지금 영정으로 만나지만, 이 모순되고 부도덕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함께 스러져간 인연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닙니다. 그날 함께 떠난 넋들을 하객으로,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남아있는 부모와 어른들을 증인으로 삼아 그대들이 영혼으로 맺어진 천생배필임을 확인하나이다."주례의 결혼 선포로 사돈이 된 두 아버지는 서로 아들과 딸을 대신해 흑장미와 순백의 국화를 교환했다. 붉어진 눈시울을 훔치던 두 어머니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끝내 오열을 터뜨렸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자식의 넋을 조금이라도 달래보려는 부모들의 눈물겨운 배려에 두 영혼은 이렇게 백년가약을 맺었다. 열일곱, 열여섯의 꽃다운 나이였다. "신랑은 다른 아이들을 도와주다 변을 당했고, 신부는 반에서 1~2등을 다투던 모범생이었어요." 아이들을 추억하던 참석자들은 이들이 저승에서라도 서로를 보듬으며 해로하기를 기도했다.어느덧 20년 전의 일이다. 영혼결혼식이 열린 길병원 영안실은 개인적으로 가장 슬펐던 취재현장이었다.인현동 화재 참사 20주년을 맞는 올해, 인천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인현동화재참사유족회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인현동화재참사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가 인현동 화재 참사를 인천의 '공적 기억'으로 복원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고통받은 유족과 지인의 사회적 치유와 희생자의 명예를 복원하여 인천시민에게 도시의 공공성을 확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의 공적 책임과 시스템 점검이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진단도 덧붙였다.인현동 화재 참사는 아픈 기억이다. 상당수 유족은 마치 손에 박힌 가시와도 같은 '아픈 기억'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

  • [참성단]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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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지면기사

    1977년까지 난지도는 '난초(蘭)와 영지(芝)가 자라던 섬'이었다. 조선 시대 김정호의 경조오부도(京兆五部圖)에는 '꽃 섬'이라는 의미를 담은 '중초도'(中草島), 오리가 물에 떠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오리섬'(압도·鴨島)이라고도 표기했다.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그윽한 풍경은 1978년 난지도가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이 되면서 모두 사라졌다.1993년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폐쇄로 새로 조성된 곳이 인천 서구의 수도권 쓰레기매립지다. 정부가 동아건설로부터 부지를 양도받아 1991년부터 조성했다. 혐오시설이란 이유로 당시 부지 선정을 두고 갈등이 컸다. 이곳은 1960년대 빈민구제사업으로 조성한 해안간척지로 80년대 들어서면서 농지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다. 지금은 전국의 40%에 달하는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쓰레기가 묻힌다. 제1 매립장은 2000년, 제2 매립장은 2013년 총 폐기물 1억4천257만t이 묻히며 매립장의 역할을 사실상 다했다. 하지만 대체 매립지가 없다는 이유로 논란 끝에 사용 기한을 한시적으로 연장했다. 지난해 9월 매립을 시작한 제3-1 매립장은 2025년 8월까지만 사용하는 것으로 지자체들이 합의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주민들의 반발로 더는 대체 매립지를 발표하지 못하자 공모를 통해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선정하기로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합의했다. 그러나 이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가 않다. 혐오시설을 반대하는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이 작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 뒷마당에는 절대 안 돼! (Not in my backyard!)"라고 반발하는 주민들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다. 그런데 쓸모없다고 버려지는 너무 많은 쓰레기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전 세계가 모두 그렇다. 우리나라가 특히 심할 뿐이다. 쓰레기 문제는 지금부터라도 지방자치단체 간 긴밀한 타협과 조정이 필요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총선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