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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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최악의 코리아게이트 지면기사
게이트(Gate)는 소통의 문이다. 해외 나들이가 잦은 사람은 공항 비행기 탑승 게이트부터 연상할지 모르지만 모든 관문과 출입문이 게이트다. 남대문 동대문 같은 성문도, 댐 수문도 게이트다. 엉뚱하게도 거리, 시가(市街)라는 뜻도 있고 the gates of the city하면 법정이다. 그런데 gate가 나쁜 뜻으로도 변질된 이유가 뭘까. 속어로 the gate는 '내쫓기다'는 뜻이고 gave the gate는 '퇴장을 명하다, 해고하다'를 뜻한다. 불어에서도 '가트' 발음의 gate는 '해치다'고 '가테' 발음의 gate는 '썩은, 상한'이라는 말이다. 그런 gate가 정치권력과 얽힌 대형 비리, 의혹 따위 스캔들로 변질된 건 1972년 6월의 워터게이트(미국 발음 워러게잇) 사건이었고 수문(水門)이 아니라 워싱턴의 빌딩 이름이 watergate였다. 미국의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재선을 기도, 그 빌딩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CIA 요원을 침투시켜 도청을 시켰다가 발각돼 하야를 당하고만 엄청난 사건이었다.워터게이트는 본래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성문이다. 예루살렘의 8개 성문 중 하나가 워터게이트고 기드론(Kidron) 골짜기의 기혼(Gihon) 샘에서 오벨(Ophel)이라는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동쪽 문이다. 그런데 왜 성문이 city(castle) gate가 아닌 watergate일까. 어쨌든 미국에선 닉슨 대통령 말고도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도 게이트를 불렀고 시달렸다. 이른바 성추문의 '지퍼 게이트'였다. 그러나 닉슨처럼 대통령 권좌에서 쫓겨나지는 않았다. 한국에도 최악의 게이트는 있었고 명칭 자체가 엄청난 '코리아게이트'였다. 미국 의회에 거액의 로비 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한·미간의 외교마찰로 비화한 1976년의 박동선(朴東宣)게이트 그거였다. 2000년 이후에도 이용호 게이트, 정승현 게이트, 노무현의 형 노건평이 연루된 박연차 게이트(2008년)도 있었고….그런데 박동선의 '코리아게이트'보다도 더 큰 사상 최악의 코리아게이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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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꼭두박시 박그네' 지면기사
주최 측 주장 100만, 경찰 추산 26만. 더하기 나누기 63만 명. 그 엄청난 인파가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을 빽빽이 메웠다. 그런데도 불상사 하나 없는 평화시위였다는 건 기적이다. 어쩌다 경찰차 위에 올라간 청년에겐 내려오라고 아우성쳤고 흉측한 상여는 치우라고 했다. 대한민국 민도를 최고로 끄집어 올린 시민의식과 성숙한 시위문화 창출은 기네스북 감이다. 유머와 재치 또한 빛났다.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 됐나', '(실세 대통령) 최순실은 하야하라', '꼭두박시 박그네 퇴진!' 등. 지방 도시와 해외동포까지 박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를 벌였고 '창피하고 치욕스러운 대통령은 물러가라'며 하늘에 주먹질을 해댔다. 2003년 12월 오스트리아 빈 대학 의과대학이 세계 주요 50개국 국민의 평균 IQ를 비교 산출, 발표했다. 결과는 한국이 홍콩(107)에 이어 세계 2위(106)였고 싱가포르(103)가 3위였다.IQ란 두뇌의 명석지수(Brilliant quotient)다. 촉광 높은 전등이 늘 켜져 있다는 거다. 그럼 그 반대의 머리는 뭘까. 어둠침침한 두뇌나 아예 블랙 아웃된 대뇌다. 그런 머리의 소유자를 옛날엔 암군(暗君)→'캄캄한 임금'이라고 했고 어둠침침한 두뇌의 '혼군(昏君)'이라고도 일렀다. 무당 같은 마녀 최순실에게 이끌려 이용만 당한 '꼭두박시 박그네' 머리야말로 몇 촉광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그런 암군 혼군 주변엔 또 '암신(暗臣), 혼신(昏臣)'만 꾀어들 게 마련이다. 박근혜 곁 내시들이 그랬고 새누리당 친박 진박들도 그렇다. 대통령 하야 민성이 천둥 같건만 당 대표 자리를 끌어안고 버티는 꼴이라니! 게다가 '거지들 동냥자루 찢는다'는 속담도 모르나. 그 추악한 친박 비박 싸움질이야말로 목불인견이다.AP, AFP 통신과 CNN, BBC 등 방송, 워싱턴포스트 아사히신문 등 전 세계 언론이 서울 시위 보도와 함께 '박대통령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겠다'고 했다. 중국 CC(중앙)TV의 왕멍(王夢·여) 기자도 상세히 보도했고 '박근혜 권력 놓으란다(放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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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이기고도 진 힐러리 지면기사
미국 대통령 선거와 중간선거의 투표일은 '11월 첫번째주 월요일의 다음 화요일'로 정해져 있다. 왜 이렇게 까다롭고 외우기 어렵게 정했을까. 미국 의회가 투표일을 정한 것은 1845년으로 우리로 따지면 헌종 11년때 일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농한기(農閑期)였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이었다. 화요일로 정한 것은 일요일은 '교회에 가는 날'이고, 월요일은 '한 주가 시작되는 날', 목요일은 '영국에서 투표하는 날', 금요일은 '한주가 끝나는 날', 토요일은 '시장가는 날'이기 때문에 피했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남은 것은 화요일과 수요일인데 수요일 밤에는 수요예배가 있는 날이므로 그냥 화요일로 정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또 투표일을 '첫번째주 화요일'로 하지 않고 '첫번째주 월요일 다음 화요일'로 정한 것은 11월 1일이 투표일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 이유는 이날은 10월달 결산을 하는 날이라 모두 바쁠 것 같아 그랬다는 것이다. 정말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무엇보다 171년 동안 이 '전통'을 지킨 미국인들의 태도가 더 놀랍다.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선거인단 수에서 이겼지만, 전체 득표수에서는 힐러리가 앞섰다. 이 역시 득표와 상관없이 후보별 선거인단 확보 수로 승패를 가르는 독특한 선거전통 때문이다. 메인과 네브래스카를 제외하고 워싱턴DC와 나머지 48개 주는 '승자독식' 방식으로 선거인단을 뽑는다.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어 이긴 후보가 그 주에 걸린 선거인단을 싹쓸이한다. 16년전 민주당 후보 앨 고어는 투표수에선 이겼지만 대의원수에서 패해 대통령에 오르지 못했으나 '전통'이라는 이유를 들어 깨끗이 승복했다. 우리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지상 최대의 정치쇼'로 일컬어지는 미국 대선이 막을 내렸다. 결국 '변화'를 외면한 힐러리가 패했다. '샤이(shy·부끄러워 하는) 트럼프 유권자'의 존재를 무시했던 엉터리 여론조사와 거기에 놀아난 미국 언론들이 줄줄이 반성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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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도널드 트럼프 지면기사
미국의 대선에 전 세계 관심이 비상한 이유가 뭔가. 미국의 영향과 무관한 나라가 없고 미국과 전혀 관계가 없는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가 누구던가. 16세기 프랑스의 최고 점성가이자 미래 예측가다. 그런데 '미국의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리는 유명 군사정치전문가 조지 프리드먼(Friedman)이 'Next 100 Years(100년 후)'라는 책을 낸 건 2010년 1월이었다. 그는 그 저서에서 '미 제국은 500년은 더 간다'고 했다. 소프트 파워든 하드 파워든 미국에 필적하고 능가할 나라는 없다고 했다. 하긴 경제 파워만 해도 미국은 전 세계 GDP의 25%를 차지하고 대부분의 국가 지도자가 미국 유학파다. 미래를 꿈꾸는 세계 인재들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노벨상 수상자도 금년까지 347명이다. 지구상의 분쟁 국가를 조정할 경찰국가도 미국이다.그런 미국의 대선에 이변이 연출됐다. 예상을 여지없이 깨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험구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거다. 흑인과 서민층 백인 덕이다. 그런데 그게 혹여 1980년대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가 저서 '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에서 예견했던 쇠락 조짐은 아닐까. 그는 그 저서에서 미국의 쇠퇴와 대국의 몰락을 예견했다. 조지 프리드먼처럼 100년 후다. 언제쯤이다 시한까지 내다보진 않았지만…. 트럼프 충격파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부터였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대선의 세계적 충격을 어찌하랴'고 했고 일본 도쿄대 쿠보(久保文明) 교수는 '전기 쇼크'에 비유했다. 그럼 트럼프 당선의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핵폭탄? 그의 얼굴에 분노의 펀치를 날리고 싶다고 했던 미국 배우 로버트 드 니로(Niro)도 트럼프 앞에 싹싹 빌어야 할지도 모른다.우리로선 내우외환,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아시아 증시도 폭락했다. 하지만 중국만은 시라리(希拉里:희랍리)보다 터랑푸(特朗普:특랑보) 당선을 은근히 바랐다. '남중국해가 중국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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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희대의 마녀 지면기사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도대체 어디까지였고 이권개입 축재가 어느 정도라는 건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도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제기됐다. 2년 전 IOC가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를 제안해 문체부는 긍정적이었지만 청와대가 불가 원칙을 결정했다는 거다. 그런데 그 '불가' 이유도 최순실의 평창 부동산 투기와 사후 시설활용 이권 때문이라는 의혹이 짙다고 했다. 지난 5월 조양호 한진 회장의 올림픽조직위원장 사퇴도 압력 탓이었다. 조 회장이 김종덕 문체부장관으로부터 사퇴 권고를 받고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나도 모르겠다'였다. 올림픽 주무 장관이 조직위원장 교체 이유를 모르다니! 조 회장은 문체부 실세라는 김종 제2차관과 사사건건 부딪쳤고 최순실의 더블루K와 제휴 관계였던 스위스 누슬리 사와의 계약을 거부한 게 사퇴 사유 중 하나였다는 거다.올림픽 '분산 개최 불가' 결정도 희대의 마녀 최순실의 입김이라면 그 또한 기가 찰 일이다. 올림픽도 경제성, 사후 시설 효용성을 간과할 수 없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도 조정 경기 등 서울 분산 개최를 검토 중이라고 했고 지난 여름 리우올림픽은 60억 달러(약 6조7천억원)의 적자를 기록, 리우 지방정부는 파산했다. 1976년 몬트리올 하계올림픽도 예산 초과로 15억 달러의 부채를 안았고…. 2013년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연구팀은 '올림픽 예산초과 확률은 100%'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제 올림픽 유치 경쟁은 시들해졌다. 2024년 하계올림픽은 로마가 지난달 11일 경합포기를 공식 표명했고 함부르크도 탈퇴했다. 2022년 동계올림픽 또한 스톡홀름과 크라쿠프(폴란드)가 도중에 물러나 베이징 개최로 낙착됐다.희대의 마녀(she-devil, sorceress) 최순실로 연상되는 게 그리스신화의 세 자매 마녀 고르곤(Gorgon)과 키르케(Kirke)다. 전자는 사람을 돌로 둔갑시킨다는 마녀고 후자는 인간에게 마주(魔酒)를 먹이고 주장(呪杖)으로 때려 돼지로 만든다는 마녀다. 대관절 최순실 마녀에게 당해 돌처럼 굳어버리고 돼지로 전락한 인간이 기하(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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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다모클레스의 검(劍) 지면기사
위태로운 권력의 상징이 '다모클레스(Damocles)의 검'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도시국가 시라쿠사(Siracusa) 왕 디오니시우스(Dionysius)의 신하 다모클레스가 왕의 비위를 하도 잘 맞추며 찬양하자 그에게 하루만 왕좌에 앉아 보라고 했다. 그가 감격해 왕좌에 앉자 눈앞엔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그런데 문득 머리 위 천장을 쳐다보니 예리한 칼이 머리카락 하나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그 게 '다모클레스의 검'이다. 박근혜는 그 칼의 위험성을 몰랐나? 환관(宦官) 내환(內宦) 내관(內官) 내시(內侍)들도? 박근혜는 고아 콤플렉스와 '배신 트라우마(perfidy trauma)'로 사람을 믿지 못하지만 곁의 환관 내관들만은 믿으려 했다. 일본 언론은 '문고리 3인방'을 '문지기 3인(門番3人衆)'이라고 했지만 그들의 오랜 '문고리'에 항간의 원성이 빗발쳤다. 그러나 박근혜는 '의혹을 받는다고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우병우의 경우도 그랬다.권불십년(權不十年)은커녕 '권세5년'도 어려운가. 박근혜가 그렇고 청와대 왕수석 안종범과 실세수석 우병우, 문고리 3인방이라는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도 다모클레스의 검을 전혀 예측 못했나. 문체부의 권력 끄나풀과 이화여대의 정유라 특혜 관련자, 그리고 반대급부를 믿고 거금을 내준 재벌들도? 박 정권 초기에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냈고 첫 '호남 대표'라는 상징적인 기록까지 세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왜 또 사퇴하라는 아우성에도 뭉그적거리는 건가. 자신의 사퇴부터가 위기관리라는 걸 모르나. 박근혜의 탈당 역시 급선무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최순실을 '흑막(黑幕)의 여인'이라고 했고 '박근혜는 그 흑막의 공기도 바깥세상 공기도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새누리당은 당명부터 바꾸고 지도부 총사퇴 등 인적쇄신과 함께 새 출범하는 게 급하다. 그런데 여당 관련 인사도 아닌 노무현 측근이었던 김병준 총리 지명을 야당이 철회하라는 이유가 뭔가. 사전 결재를 받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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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박근혜 쿠오바디스! 지면기사
콩과 보리를 분별 못하는 게 '숙맥불변(菽麥不辨)'이다. '어로불변(魚魯不辨)' '해시지와(亥豕之와)'라는 말도 있다. 비슷한 글자를 잘못 써 다른 뜻으로 전하게 되는 게 해시지와다. 박근혜가 설마 그 정도야 아니겠지만 '이면경계(裏面境界)'를 몰라 시국 상황을 오독(誤讀)하는 거 아닐까. 일(사건)의 내용과 옳고 그름이 이면경계다. 두 번째 대국민담화문을 누가 써 줬는지는 몰라도 '실망과 염려를 끼쳤다'는 말부터 틀렸다. 실망과 염려 수준이 아니라 '분기충천' '노기탱천'이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러 수십㎞ 성층권까지 뚫고 있는 거다. 캐터플렉시(cataplexy)라는 말도 있다. 지나친 분노로 맥이 풀리고 근육까지 풀린다(筋失調)는 뜻이다. 마치 남 얘기처럼 '최순실의 잘못이 크다고 하니…'도 글렀고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 어렵다'니? 국민이 애들인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잠 못 이룬다'는 말도 뱀 다리(사족)다.검찰 수사만 받겠다고 했지 남은 국정 운영을 총리에게 맡기고 자신은 뭘 어쩌겠다는 등 언급도 없었다. 그런 박근혜를 가리켜 중국 CC(중앙)TV가 '박근혜 하거하종(何去何從→어디로 가시나이까)'이라고 했다. '뭘 버리고 뭘 따를 것인가, 어느 길로 갈 것인가'라는 말이 '허취허충(何去何從)'이다. '박근혜의 비밀 친구 국정간섭 추문은 지속 발효 중(朴槿惠密友 干政醜聞 持續醱酵)'이라고 했고…. 전국 수십만 군중의 분노 발효로 끓어오르는 부글거림을 박근혜는 봤을까. 중국 언론은 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박삭미리(撲朔迷離)'라는 말로 비유했다. '겉모습으로는 남녀 또는 암수를 구별하기 어렵고 복잡하게 뒤섞이거나 어금버금해 분별할 수 없다'는 뜻이다. 5일자 워싱턴포스트는 bizarre scandal(기괴한 스캔들)이라고 했고…. 최순실은 검찰조사 중 언니(박근혜) 담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어쨌든 헌정 단절은 안 된다. 남은 1년 '절뚝거리는 오리'는 그대로 두는 게 옳고 그런 박근혜는 국정을 총리에게 맡기고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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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드골·닉슨 그리고 박근혜 지면기사
올리버 스톤은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물게 정치·역사·문화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다. 그는 1987년 데뷔작 '플래툰'에선 월남전의 허구를, 그리고 10년후 '닉슨'에선 미 정치사에 가장 큰 문제의 인물 중 한명이었던 37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싶어 했다. 신들린 것처럼 뛰어난 연기로 닉슨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안소니 홉킨스의 열연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워터게이트사건'으로 언론의 집요한 추적에 더 이상 설 곳이 없었던 닉슨. 마침내 사임을 결심하고 백악관 복도를 걸어가며 보좌관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규칙을 따랐지만, 게임 도중에 규칙이 바뀌었지. 이젠 누구도 미국의 제도를 존경하지 않아." 그리고 사임 전날, 백악관 복도에 걸려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사진 앞에서 "사람들은 케네디에게서 자신의 이상형을 보고, 나에게선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보려고 해"라고 읊조리던 장면은, 분노와 고뇌에 찬 닉슨의 모습을 훌륭하게 그려낸 명장면이다.프랑스 '68혁명'으로 불리는 1968년 5월 학생시위의 주목적은 베트남전쟁 반대였다. 낭트 대학에서 시작된 시위는 프랑스 전역으로 번졌으며 1천만명의 노동자들이 가담했다. 시위도중 4명이 사망했다. 이는 샤를 드골의 퇴진으로 이어졌다. 1969년 4월28일 0시10분 발표된 드골의 하야 성명은 너무도 간결했다. "나는 프랑스공화국 대통령으로서의 직능 행사를 중지한다. 이 결정은 정오부터 발효한다." 2차대전의 영웅, '위대한 프랑스'라는 기치아래 10년 이상 권좌를 지켜온 거물 정치인, 그의 전격적인 사임에 전 세계는 충격을 받았다. 드골은 국민투표를 좋아한 대통령이었다. 위기때마다 내놓는 것이 국민투표였다. 68혁명이 들불처럼 번지자 드골은 '상원 개혁과 행정체제 개편'을 명분으로 국민투표에 부쳤다. 하지만 패했고 그는 깨끗하게 물러났다.역사는 분노한 국민만 기록할 뿐, 고뇌에 찬 대통령까지 그려낼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그건 영화의 몫이다. 지금 박 대통령의 상황은 도도한 '68혁명'의 시위 함성에 묻혔던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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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촛불 시위 지면기사
외국엔 한국 같은 잦은 촛불 집회가 없다. 있다면 테러 등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영혼을 위무하기 위해 그 현장에 하나 둘씩 모여 꽃다발과 함께 켜 두는 촛불이 전부다. 작년 11월 파리 동시다발 테러 때는 연말연초까지 그런 경건하고 엄숙한 촛불의식이 끊이지 않았다. 하긴 다중의 촛불 집회도 있긴 있다. 1978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의원 하비 밀크가 총격에 숨지자 그 현장에 3만 명이나 모여들어 촛불을 들고 애도했다. 촛불 시위도 있었다. 1989년 슬로바키아 독립 요구 촛불 시위가 대표적인 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와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벌였던 군중 촛불 시위였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93년 1월 1일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분리됐고 슬로바키아인(Slovak)과 체코인(Czech)은 완전히 갈라섰다.촛불 시위라면 단연 대한민국이다. 1987년 이른바 '6월 항쟁' 촛불 시위를 비롯해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미선 효순을 위한 항의 촛불 시위, 2004년 노무현 탄핵 반대 시위 등. 난센스 촛불 시위도 있었다. 2008년 5월 MB 정권 초장에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였다. 유모차 아줌마들까지 다수 참여,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쳐댔다. 그 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의혹,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 규명, 한·미 FTA 반대 등 시위로 이어졌고…. 보수 쪽에서도 촛불 시위를 벌였다. 세상에 참여하지 않는 정부도 있는지, 노무현 참여정부 때는 사학법 개정 반대 촛불 시위가 벌어져 MB와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도 촛불을 들었다. 그야말로 candle demo(촛불 시위)였다.가톨릭 축제일에 candlemas(聖燭節)라는 게 있다. 촛불에 성스러운 聖자가 붙는 거다. 불교의 제등행렬, 브라질 최대 종교축제인 '나사렛 촛불' 행사, 이스라엘 촛불축제 '하누카(Hanukkah)' 등. 촛불이란 종교 행사뿐 아니라 결혼식 장례식 진혼제 추도식 등 엄숙하고도 경건하고 신성한 의식에 쓰였다. '촛불'과 '시위'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이게 정부냐. 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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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샤머니즘 정권 지면기사
최순실 게이트의 수렁에 빠진 나라꼴을 가리켜 다수 외신들이 샤머니즘 정권이라고 빈정거렸다. 서양에선 샤머니즘이 황교(黃敎)나 홍교(紅敎)로 통한다. 황교는 15세기 초 총카파(Tsonkha-pa)가 홍교의 혁신을 위해 세운 라마교 신파고 홍교는 8세기 인도로부터 티베트에 전래된 라마교 구파다. 동양의 샤머니즘은 한 마디로 무당교 미신이다. 21세기 오늘날까지도 소멸하지 않는 무당교 무당 호칭만도 여러 가지다. 무녀(巫女), 무자(巫子), 별성(別星), 사무(師巫) 등. 그리스신화에도 다프네(Daphne)라는 무당이 나온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의 무녀로 감히 태양의 신 아폴로의 구애를 물리치고 도망쳐 월계수로 둔갑했다는 무녀가 다프네다. 중국에선 사낭(師娘), 무사(巫師), 무신(巫神) 등 존칭으로 통하고 무술(巫術)로 병을 고치는 무의(巫醫)도 있다. 쓰촨(四川)성엔 무산(巫山)이라는 지명까지 있고….남자 무당도 있다. 巫는 여자 무당이고 巫+見의 '격'자는 남자 무당이다. 그래서 남녀무당을 합쳐 '무격'이라 부르고 남자 무당을 '박수' 또는 '사니'라고도 한다. 사니는 무당사내, 무당가족 남자라는 뜻이다. '꿈에 육영수여사가 나타나셨다'며 청와대의 20대 처녀 박근혜에게 접근했던 사이비 종교 교주 최태민은 남자 무당 같은 존재였다. 남자 무당 박수 중에서도 얼치기 돌팔이 급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개종(改宗)을 했는가 하면 이름을 7번이나 바꾸고 6번이나 결혼을 했다. 그것만 봐도 얼마나 갈팡질팡 허황된 도깨비 같은 존재로 샤머니즘 주술(呪術)에 휘둘린 인간인지 상상이 가능하다. 그런 최태민의 부전여전 딸이 최순실이다. 그런 부녀한테 휘둘린 박근혜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순실 게이트이자 박근혜 게이트이기도 하다. 남의 최면술에 잘 빠지고 이른바 피암시성(被暗示性)이 강한 줏대 없는 인간 타입이 아닌가 싶다.조선시대 폭군의 대명사가 연산군이다. 그는 궁중에 무당을 들여 상시로 굿판을 벌였다. 성종(부왕)의 후궁인 정씨 엄씨의 모함으로 내쫓겨 사사(賜死)된 폐비 윤씨(생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