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광화문의 단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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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광화문의 단두대 지면기사

    해괴하고도 섬뜩하다.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단두대(斷頭臺) 모형이 등장했다가 10분 만에 철거됐다는 거다. 누가 왜? 최순실 게이트 항의 뜻일까. 단두대―기요틴(guillotine)은 18세기 프랑스혁명 당시 쓰였던 사형집행 형구다. 그건 조선시대 망나니가 물을 물어 휘두르는 칼에 확확 뿜어가며 칼춤을 추듯 뜸을 들이다가 내리치는 식이 아니다. 기요틴은 3m 도르래 꼭대기서 내리치는 거대한 도끼 같은 칼날에 순간적으로 목이 잘리는 거다. 그 유명한 루이 16세와 더욱 유명한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Antoinette)의 목이 그렇게 잘렸고 상업 부르즈와 당인 지롱드(Gironde) 당원들도 그렇게 당했다. 심지어 기요틴 공포정치를 자행한 자코뱅(Jacobin)당 지도자이자 정치혁명가인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 자신도 그렇게 목이 잘렸다. 기요틴 고안자인 기요틴까지도 기요틴에 죽었다는 건 와전이었지만….또 하나 와전은 오스트리아 여왕 마리아 테레사(Theresa)의 막내딸이자 루이 16세 왕비인 마리 앙트와네트의 유명한 말이다. 굶주린 프랑스 민중이 빵을 달라며 외치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고 했다는 그 말은 날조라고 장 자크 루소의 '참회록'이 밝혔다. 왕비가 되기 전 썼던 글 대목이라는 거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1월 국무회의에서 '불필요한 규제들은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느닷없이 기요틴을 언급했고 '규제 기요틴'이라는 말까지 했다. 왜 하필 소름끼치는 기요틴을 언급했을까. 프랑스 유학 시절 공부했던 대목이 떠올랐던 건가. 단두대라는 말은 공교롭게도 그저께 또 튀어나왔다. 최순실 변호인 입이었다. '최씨가 말하자면 단두대에 올라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고 '죄가 있으면 처벌받을 각오가 돼 있다'며 또 한 번 단두대를 언급했다는 거다. '죄가 있다면'이라니?박근혜와 최순실 변호인의 단두대 언급은 기가 막힐 우연이다. 흉악살인범이나 내란음모 주범, 최순실 같은 국정마비 마녀까지도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가 안쓰럽긴 하지

  • [참성단]대통령 하야(下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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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대통령 하야(下野) 지면기사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데 하루 앞이랴.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연설에서 개헌을 역설하자 중국 CC(중앙)TV는 '박근혜가 개헌으로 대통령 연임을 윤허 받을지도 모른다(朴槿惠修憲 或允許總統連任)'고 보도했고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도 '개헌으로 대통령 재선 가능'이라고 했다. 박대통령이 10년 집권을 꿈꾼다는 거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 최순실 게이트로 대국민 사과를 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국격(國格)은 시궁창에 처박혔고 국민은 참담했다. 중국 TV는 또 27일 '박근혜 측근의 정치 간섭사건 지속 발효(朴槿惠親信 干政事件 持續醱酵)'라고 했다. 국민의 울화가 된장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라 뚜껑을 깨뜨릴 정도라는 소리다. 인민일보도 '계속 발효'를 보도했고 이름도 '崔順實'로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28일 '빗발치는 비난(crying foul)'을, 워싱턴포스트는 '위기에 빠진(in crisis)' 나라를 보도했고….29일에도 중국 언론은 '최순실 추문의 지속 발효'와 대통령 지지율 14% 추락을 보도했다. 그런데 '추락'이 아닌 '하활(下滑)'이다. 아래로 미끄러졌다는 거다. '넘어졌다(跌至→질지)'고도 했다. 추락보다야 낫다는 건가. 드디어 끓어오르는 발효의 국민 분노는 '이게 나라냐'고 질타하는 군중집회로 폭발했고 급기야 대통령 탄핵과 하야까지 외쳐댔다. 대통령 탄핵~하야라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지난 8월 탄핵으로 임기를 2년4개월이나 앞당겨 쫓겨난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69) 할머니다. 그녀가 '박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해 브라질리아에서 만난 게 작년 4월이었다. 그런데 박대통령 하야를 부르짖는 민중 시위를 보는 호세프 그녀의 감회는 어떨까. 브라질 이웃 베네수엘라도 심각한 경제 위기와 치안 부재로 지난 25일 니콜라스 마두로(Maduro)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 최고재판소 판결만을 남겼다.최순실 귀국으로 검찰 수사에도 가속이 붙겠지만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고자세라니! 그다지도 세상을 모르고 장독 뚜껑이 튀어오를 듯 발효하는 민심을

  • [참성단]대통령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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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대통령의 자격 지면기사

    한 나라의 운명은 지도자의 영도력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특히 위기 앞에서 지도자가 내리는 결단은 국가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때가 많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비교적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영국과의 독립투쟁, 멕시코와의 전쟁, 노예제도를 둘러싼 남북전쟁, 1·2차 세계대전 등 끊임없는 도전속에서 오늘날 미국을 세계 유일의 초 강대국으로 만드는데 공헌했다. 그렇다고 역대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위대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중에서 수준 이하의 대통령도 많았다. "미국 독립선언문의 기초자, 버지니아 종교자유법의 제안자, 그리고 버지니아대 창설자 토머스 제퍼슨, 여기 잠들다" 토머스 제퍼슨 3대 대통령의 묘비명이다. 본인 생전에 직접 썼다. 그는 대통령직 보다 미국 이념의 정점이라할 수 있는 독립선언문의 기초자로 미국인의 정신적 지주임을 더 자랑스러워 했다. 그는 비록 노예를 소유했지만 "노예제도는 도덕적 타락"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이 제도를 폐지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애를 썼다.미국인들은 위대한 대통령으로 조지 워싱턴(초대), 토머스 제퍼슨(3대), 앤드류 잭슨(7대), 제임스 폴크(11대), 에이브러햄 링컨(16대), 우드로 윌슨(28대), 프랭클린 루스벨트(32대) 등 일곱명을 꼽는다. 워싱턴은 '포용력의 대통령', 제퍼슨은 '정부를 지킨 대통령', 잭슨은 '서민의 후원자', 폴크는 '미국의 토대를 마련한 대통령', 링컨은 '미국을 구한 대통령', 윌슨은 '대통령의 대통령', 루스벨트는 '두려움 없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우리는 건국후 11명의 대통령을 만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진영논리에 따라, 출신지에 따라 대통령의 채점표가 너무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비롯해 신사 윤보선, 산업화를 이뤘지만 독재정권이라는 오명을 쓴 박정희, 직업 공무원 최규하, 총으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보통사람을 자처했던 노태우, 문민정부 김영삼, 국민정부 김대중, 참여정부 노무현, 이

  • [참성단]국기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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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국기문란 지면기사

    여야가 장군 멍군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했다. 노무현 때의 송민순 장관 회고록에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했다'는 대목이 나오자 새누리당이 국기문란이라고 성토했고 '제2의 대통령'이라는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자 이번엔 더불어당이 '국기문란'이라고 했다. 국기(國基)는 나라의 터전이고 문란(紊亂)은 질서 등의 어지러움이다. 紊과 亂이 모두 '어지러울 문·난'자로 국기문란은 나라 터전인 국기―국초(國礎)의 어지러움이고 지진이 난 듯 나라 주춧돌의 흔들림이 국기문란이다. 그런데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에 여쭤보고 기권했다, 아니다 사후 통고했다 따위 시비는 문제도 아니다. 왜 북한에 물어보거나 사후에 알려줘야 하느냐 그거다. 북한이 천제(天帝)국이고 한국이 제후(諸侯)국―번국(藩國)인가? 남북이 천자(天子)국과 토후국(속국) 관계였냐 그 말이다. 그건 국기문란 정도를 넘어 국기포기 행태였다.문재인은 여당이 색깔론 종북타령으로 세월 다 보낸다고 했다. 그런데 색깔론 종북 문제처럼 중요하고 무서운 건 없다. 어떻게 색깔이 불그죽죽한 북한과 비슷할 수가 있고 어떻게 또 전 세계의 골칫거리 놀림거리에다가 지구촌 언론의 단골 희화(戱畵) 만화 감인 북한의 좌골(坐骨) 꽁무니를 따르는 '종북'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가. 최순실 문제 역시 국기문란은 문란이다. 어째서 청와대 보좌진과 내각 멤버를 제쳐둔 채 일개 아줌마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케 할 수 있다는 건가. 박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측근(김재규)에 의해 비명에 가시자 이른바 정신적 외상(trauma)이 심하지 않나 싶다. 여간해선 사람을 믿지 못하는 거다. 최순실 게이트만 해도 심리학에서 일컫는 일종의 진행마비(general paresis)고 계속된 국정 인사 실패도 먼 거리 인물에 대한 불신 불안감 탓이다.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까지 구사하는 두뇌로 알려졌건만 왜 최순실과의 사통(私通)이 문제가 될지를 분별, 예측하지 못했을까. 어제가 10·26, 하필 아버지 기일(忌日) 전날 대국민 사과를

  • [참성단]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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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최순실 지면기사

    온갖 괴문(怪聞) 메이커 최순실, 그녀가 도대체 누구이며 박근혜 대통령과는 어떤 관계인가.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친 박대통령의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Dresden) 연설 등 44편의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와 비서진 인사 내용, 국무회의 자료 등 청와대 일과(日課) 스케줄이 모두 그녀에게 보고됐다는 보도까지 터졌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녀는 상왕(上王)이었나, 원격 수렴청정 대비마마였나? 아니면 청와대 무대 뒤 (꼭두각시극의) 와이어 풀러(wirepuller)였나. 그런 비상한 여인이 지난 광복절 대통령 연설문까지 검열했다면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旅順) 감옥을 '하얼빈(哈爾濱) 감옥'이라고 한 망발은 왜 바로잡아 주지 못했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은 박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정윤회의 전처이자 박대통령 부녀와는 특별관계였던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란다.2년 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박관천 경정이 검찰에서 밝혔다고 했다. '현 대한민국 권력순위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가 박근혜'라고. 그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라는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과 독불장군 민정수석 우병우, 문화계 황태자라는 차은택의 현 권력순위는? 최순실이 하루에 수백억씩 모금했다는 것도 불가사의지만 미르재단의 '미르'로 미뤄 꽤는 유식한 듯싶다. 영어 발음 '미어'의 'mir'는 러시아어로 '세계'라는 뜻이고 영어와 불어 뜻은 각각 '러시아 원시촌락 공동체'와 '옛 러시아 자치농촌'이다. 독일어 mir는 또 ich(나는) 또는 ich의 3격 '나에게'라는 뜻이고. 그럼 미르재단 '미르'는? 우리말(古語)의 용이 미르다. 훈몽자회(訓蒙字會) 등에 용례가 나온다. 그런데 표기는 '미르'가 아닌 '미·르'고 '미리'도 용이다. 미르재단은 '용 재단'일 게다. 제왕의 상징이 용 아닌가.그런데 왜 박대통령은 분명히, 화끈하게 해명을 못하는가. 그런 연루 의혹 등으로 지지도가 25%까지 추락해도 관심 없다 그건가. 대한민국 검찰

  • [참성단]노벨문학상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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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노벨문학상 거절 지면기사

    미국 가수 밥 딜런(Dylan·75)이 노벨문학상을 거절한다고? 그는 수상 발표 당일인 지난 13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예정된 공연을 했고 이미 밥 딜런의 노벨상 소식을 듣고 간 청중이 '노벨상, 노벨상!'을 연호해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는 노벨상 코멘트가 전혀 없다. 그의 공식 웹사이트 'bobdylan.com'에서도 노벨상 수상자 문언(文言)은 삭제됐고 가사집(歌詞集) 'The Lyrics'에 기입됐던 노벨상 환영 문구도 지난 21일까지 모두 지워졌다. 스웨덴 미디어는 '그런 삭제는 모두 밥 딜런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웨덴 아카데미(翰林院)에도 일절 연락이 없고…. 그래서 '그의 연락을 단념한다'는 게 이미 지난 19일 노벨상 사무국의 반응이었다. 스웨덴 아카데미 요원인 페르 베스트베르는 21일 공영방송 SVT 인터뷰에서 "예측지 못한 일이다. 무례하고도 오만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그렇다면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거절은 확실한 건가. 12월 10일 스톡홀름 시상식에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역대 노벨상 수상 거절사례는 모두 9건이다. 해당 국가의 압력이나 구금 상태 등 이유로, 또는 자진 거절 등이었다. 1973년 아시아 최초 평화상의 레 둑토 베트남 총리는 '전쟁 종결과 파리협정 체결' 등이 공로였지만 '아직 평화는 오지 않았다'며 거절했다. 문학상 거절은 두 건이다. 1964년 프랑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장 폴 사르트르는 '작가 정신을 제도의 틀에 얽어 넣는다'는 고답적인 이유로 자진 거절했지만 1958년 소련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타의에 의해서였다. 소련의 사회상을 담은 소설에 분노한 소련 작가들이 그를 제명하려 했고 소련 정부도 추방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끝내 거절하면 3번째 사례다.밥 딜런은 그래미상을 11차례나 받았고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상까지 뮤지션으로서 받아야 할 유명한 상은 다 받았다. 재산도 많아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만큼이나 거부다. 그래서 노벨상 상금 800만 크로나(약 11억

  • [참성단]'필리핀의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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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필리핀의 트럼프' 지면기사

    필리핀이 중국에선 비율빈(菲律賓), 두테르테(Duterte) 대통령도 '두특이특(杜特爾特:뚜터얼터) 총통'이다. 막말과 욕설로 '필리핀의 트럼프'라 불리는 그가 지난 20일 "미국과의 관계는 종결하고 대중(對中) 관계를 중요시하겠다", "중국 러시아 필리핀이 세계를 향해 마주선 존재"라고 선언했다. 그를 크게 반긴 건 시진핑 주석의 표정에서부터 드러났다. 시 주석은 타 정상을 만날 때 거의가 시큰둥한 표정이지만 지난 20일 두테르테와의 베이징 정상회담 때는 표정 명도(明度)부터 달라졌다. 성과를 예견했기 때문이었을까. 양국 정부는 21일 공동성명을 발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관련 국가가 우호적인 협의와 평화적 방법으로 영토와 관할권 쟁의를 해결한다'고 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권리 주장엔 근거가 없다'는 지난 7월의 헤이그 상설중재재판 판결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러니 영해권 쟁투에서 물러선 '뚜터얼터' 총통이 오죽 시 주석 맘에 들었을까.반면 미국 정부는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달 5일 필리핀의 마약과 인권을 언급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개××'라는 욕설을 퍼부을 때부터 짐작은 했겠지만 오랜 정치적 군사적 우호 관계인 미국에 결별선언까지 할 줄은 몰랐을 거 아닌가. 필리핀에선 'US troop out now(미군 당장 나가라)'라는 피켓을 든 시위까지 벌어졌고 지난 14일 '필리핀스타'지 여론조사에선 86%가 두테르테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제 양국 관계는 끝장인가? 그런데 두테르테는 21일 중국→귀국 공항회견에선 딴소리를 했다. '대미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는다'고. 그를 두고 22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사설에서 '갼부르(gamble)외교'라고 비난했다. '도박'까지는 몰라도 양다리 외교 아닌가.중국 CCTV(央視)는 22일 '미국 군함의 남중국해 진입에 대해 중국 정부가 맹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뜻이 중국 주권 권익에 대한 도전에 있다(美意在 挑戰 中國主權權益)'는 거다. 힐러리 클린턴이 2013년

  • [참성단]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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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진실게임 지면기사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15년 공소시효가 지나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 후,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는 자가 나타났다. 그의 손엔 사건 전모를 다룬 자서전 '악마의 고백'이 들려 있었다. 이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심지어 TV에도 출연해 토론까지 벌이며 스타가 된다. 이를 지켜보는 당시 사건 담당 형사,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았던 유가족들 그리고 시청자, 이들은 치열한 진실게임을 벌인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줄거리다. 흥행에 성공 못했지만 관객들로부터 나름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압권이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이 영화처럼 모두가 참여하는 진실게임으로 확대되는 느낌이다.회고록과 자서전의 경계는 모호하다. 사실 그게 그거다. 굳이 따지자면 회고록은 어떤 사안을 중심으로 기록되는 반면, 자서전은 더 넓은 범주까지 포함한다. 구술이나 메모를 받아 전문 작가가 대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고록이라고 모두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정치인들은 과시욕 때문에 출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회고록이건 자서전이건 늘 진실게임에 휩싸이게 된다.어찌됐든 이런 유의 책이 갖는 한계는 내용의 진실여부다. 과장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자서전이 사료 가치가 없는 것도 솔직하게 기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패한 정책에 대해 변명하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고, 반면 업적은 지나치게 미화하는 등 자화자찬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패했으면 왜 했는지, 사실대로 기술해야 후세에서 교본을 삼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송 전 장관 회고록의 본질은 2007년 북한 인권 결의안 결정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었느냐의 여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색깔론' 등 정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회고록으로 누군가는 이익을 얻고 반대로 누군가는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것이다. 현재까지 이번 공방의 최대 수혜를 누리는 곳은 출판사밖에 없다. 서점에서 책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 불황 속에서도 출판사

  • [참성단]트럼프의 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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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트럼프의 발악 지면기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Trump), 그 이름부터 글렀다. 하필이면 카드놀이의 카드 짝이라니! 지난 3월 영국의 사진작가 제임스 오스트레아는 트럼프를 괴물로 만든 사진작품을 홍콩서 전시해 화제가 됐었다. 푹 뒤집어쓴 금발 가발, 물고 있는 초승달 모양의 프랑스 빵 크로와상(croissant), 벌름거리는 돼지 코, 깨진 금박(金箔) 파편이 무수히 붙은 양복 등. 그런데 미국 원로배우 로버트 드 니로(Niro·73)는 트럼프를 괴물도 아닌 '개돼지, 소'로 매도했다고 CNN방송이 지난 8일 보도했다. '개돼지'라면 지난 번 우리 교육부의 모 고위 관리가 '민중은 개돼지'라고 했다더니 '소'가 하나 더 붙었다. 배우 로버트 드 니로라면 영화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 등으로 유명하고 1981년 53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다가 2011년 64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이기도 했다.그는 '개돼지 소' 매도에만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라는 게 너무 화가 난다는 것이었고 '국가적 재앙인 그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고 싶다'고 했다. 왕년의 영화, 그 '분노의 주먹'을 다시금 날리고 싶다는 거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6월 '트럼프의 무슬림 적대시는 테러범을 돕는 짓'이라며 'yapping(짖어대는)'이라는 속어까지 써가며 맹비난했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전설적 엽색가(獵色家) 카사노바나 스페인의 방탕 귀족 돈환(Don Juan, 프랑스어 돈 쥐앙, 독일어 돈 유안)을 능가할 도색(桃色)꾼 아닌가. 음담패설 녹음 파일에 이어 '나도 당했다'는 성추행 피해 여성들이 연달아 언론에 폭로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화살을 엉뚱하게도 언론에 돌렸다. 모든 걸 언론이 날조했고 자신의 인기 하락도 언론 탓이라는 거다. 그러니 100대 미국 신문 중 그를 지지한다는 신문이 0일 수밖에…. 지난 17일엔 '선거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했다.공화당 별칭이 'the Grand Old Party'고 그에 걸맞게 공화당 상징도 코끼리다. 링컨, 아이젠하워, 레이건

  • [참성단]회고록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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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회고록 시비 지면기사

    전·현직 대통령과 총리 등부터 회고록 쓰기 경쟁을 벌이는 이유가 뭘까. 돈은 많지만 덤으로 떼돈을 벌 수 있는데다 '쓰셔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 때문이다. 미국의 배우 출신 레이건과 땅콩장수 카터만 해도 1990년대 초 각각 200만 달러의 계약금부터 받고 회고록을 출판,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회고록 하면 영국 총리 처칠이다. 1955년 하야 이전의 '제1~2차대전 회고록'이 1953년 노벨문학상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그 회고록 내용과 문장이 얼마나 좋았으면 그런 상까지 받았을까. 금년 노벨문학상의 미국 가수 밥 딜런(Dylan), 그 노래 가사만큼이나 시적 문장이었던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도 51세인 작년에 회고록(Michelle Obama: A Life)을 내 화제가 됐고 박근혜 대통령도 55세인 2007년 회고록(絶望鍛鍊了我→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을 중국서 출판, 베스트셀러가 됐다.그런데 명사들 회고록이 거의 매번 논란과 시비를 부르는 까닭이 뭘까. 거의가 글쟁이 대필인데다가 업적 분식(粉飾), 과장과 미화가 예사고 많은 관련인물이 등장해 자칫 왜곡과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출간된 미국의 조지 부시 회고록만 해도 빌 클린턴 등은 찬사를 보냈지만 재임 시절 독일 총리였던 슈뢰더는 '그의 회고록은 거짓말 범벅'이라고 혹평했다. 그 다음해 체니 전 부통령 자서전도 말썽이었다. '라이스 국무장관이 눈물을 글썽이며 찾아온 적이 있다'고 썼다가 '그와 알고 지낸 8년간 그런 기억은 전혀 없다'는 반박을 받았다. 젊은 나이에 쓴 성급한 회고록도 웃음거리다. 빌 클린턴 부부의 50대 회고록도 그렇고 34세의 리비아 카다피, 33세의 파키스탄 부토 회고록은 더욱 그랬다.68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 회고록도 성급했다. 흐루시초프처럼 구술(口述)로 쓸지언정 회고록이란 죽음을 앞둔 만년에 쓰는 게 정상이다. '사람이 죽으려하매 그 말이 착하다(人之將死其言也善)'는 게 논어 말씀처럼…. 아무튼 송민순 회고록 시비 내용이 섬뜩하다. 북에 여쭤보고 뭘 어쨌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