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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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진삼 군번 줄 지면기사
군기가 빠진 오합지졸 군대를 우리는 '당(唐)나라 군대'라고 한다.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그 연원은 확실치 않다. 중일전쟁 때 일본군이 전투 의지도 없고 기강도 형편없는 중국군을 비하해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 '안사의 난'을 전후해 당 왕조가 부패와 무능으로 급속히 쇠락하면서 당군도 오합지졸이 됐다는 설도 있지만 이는 확실한 답이 아니다. 당이 어떤 나라인가. 정관황제(貞觀皇帝)로 불리며 중국인들이 제일 존경하는 태종(太宗) 이세민의 나라다. 실제 당은 중국 왕조 가운데 가장 강성했던 국가였다. 문화는 융성했고, 군은 강력했다. 동으로는 요동을 장악하고, 서로는 중앙아시아에까지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고구려의 아들 고선지 장군이 파미르 고원을 넘어 서역의 이슬람 국가들을 휩쓸며 동서 비단길을 연 것도, 제지술·나침반 등 화려한 문물을 서방에 전한 것도 당이었다. 그런데 '당나라 군대'라니. 요즘 '이진삼 군번 줄'이 새삼 화제다. 지난 2010년 국회 국방위에서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이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를 질타하는 동영상이 지금도 유튜브에 떠돌아 다닌다. 발단은 천안함 전사 장병들의 영결식에서 장군들의 흐트러진 분향 자세를 질타하면서 였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인 이 의원의 질타에 합참의장 변명이 길어지자 이 의원은 대뜸 "군번을 착용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국방위에 참석한 장성 대부분이 군번을 착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 이 의원은 불같이 화를 냈고, 두둔하던 김태영 국방부장관도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이 의원은 개탄하며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군이 옛날 당나라 군대가 될 것"이라며 군의 기강해이를 질타했다. 이 동영상은 조회수 33만회를 기록 중이다. 북한이 지난 1월 4차 핵실험을 하면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 사업에도 비리가 끼어든 모양이다. 가청 성능이 최소 10㎞여야 하는데, 사업자로 선정된 A사의 확성기는 3㎞에 불과한 성능 미달 제품이었다니 기가 막힌다. 183억원 사업에도 이 정도인 걸 보면 이제 국방관련사업은 규모와 관련 없이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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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동물 화장장 지면기사
개 호강은 말도 못한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의 118만원짜리 개목걸이 세트가 절품 상태라는 뉴스는 2002년 4월이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는 미군 군견(軍犬)―종군견(從軍犬)에게도 1천200달러짜리 방탄복을 입힌다는 뉴스는 2004년 2월에 전해졌다. 그 정도야 그렇거니 했었다. 그러나 작년 6월 24일자 신문의 어느 견공 모습엔 입이 딱 벌어졌다. 중국 최고 부자 왕졘린(王健林)의 외아들 왕쓰충(王思聰·27)의 애완견이 애플 스마트 손목시계 두 개를 양쪽 앞다리에 하나씩 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물건을 채워준 건지 그 개가 알기나 할까. 하루 맡기는데 몇 만원인 애견유치원에다가 애완견 러닝머신(treadmill)과 유모차도 등장했고 홍삼 사료(飼料)와 아이스크림, 한우 간식, 비싼 옷 입혀 생일상 차려주기 등 개 호강 사례는 끝도 없다. 그러니 귀하신 몸값은 얼마나 나가랴. 중국 티베트자치구의 명견 짱아오(藏獒) 수컷은 교미 한 번에 물경 3천600만원을 챙긴다.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이른바 펫팸(pet+family)족이 모시고 가는 개 병원도 요즘은 그냥 수의과(獸醫科)병원이 아니라 개 안과, 개 치과, 개 피부과, 개 외과 등 전문병원으로 세분화, 성업 중이고 2009년 이스라엘의 과학자들과 애견 전문가들이 공동 개발했다는 애완견 유료방송채널 '도그 TV'도 반입,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애완견과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도 흔하고 유산까지 물려주는 부자들도 쌨는가 하면 집에 두고 온 강아지가 신경 쓰이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함께 출근하도록 배려하는 회사도 요즘 미국에 늘고 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애완견 스토리인 'Millie's Book(밀리의 책)'이 1990년 베스트셀러가 돼 그 다음해 부시가(家)의 수입 중 절반이 넘는 88만9천 달러(약 10억6천만원)를 벌어들였고….우리 대한민국에서도 동물 장묘(葬墓)사업이 성업 중이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 화장장을 개장하는데 그 지역 주민과의 갈등과 대립이 심하다는 뉴스다. 그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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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日王과 아베 지면기사
요상한 일이다. 21세기 개명 천지에 아직도 국왕이 '군림(君臨)'하는 나라가 43개국이라고 지난 9일 CNN이 보도했다. 그들 43명의 왕은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옛 군주시대 왕처럼 명실상부 국가를 통치하는 군왕이고 중동 10개국이 그렇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35년 건국 이래 81년간 왕권이 2대(代)로 이어졌고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아랍수장국연방과 아프리카 모로코도 군주가 실권을 쥐고 있다. 둘째는 금년 재위 70년의 푸미폰 태국 왕처럼 전권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권력을 쥐고 있는 경우, 셋째는 명목상의 상징적인 군왕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부유한 나라들이 그렇고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 아프리카 소국 레소토도 같은 경우다.영국은 어떤가. '신이여 여왕폐하를 지켜주소서…'가 영국 국가(國歌) 소절이고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와의 연합왕국(UK)뿐 아니라 호주 캐나다 투발루(Tuvalu) 등 영연방 15개국 통합 왕이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하지만 기타 유럽 왕들처럼 상징적 존재일 뿐 통치권은 없다. 그런데도 그 상징적인 권위만은 '신이 지켜주는' 여왕답다. 네 번째 경우는 도시국가 바티칸을 통치하는 프란체스코 교황이다. 중동 군왕들 이상으로 권능과 권위를 누리는 종교 황제다. 지난 8일 '생전 퇴위'를 공표한 아키히토(明仁) 일본 왕(83)도 있다. 그러나 일본 국민이 '텐노헤이카(천황폐하)'라 부르고 '살아 있는 신(現人神: 아라히토가미)'으로 받들던 '天皇'은 2차대전 전범인 부왕 히로히토(裕仁)까지고 아키히토는 유약하고 착하기 그지없는 왕이다. 평생 전범국가 일본을 반성해 왔고 식민지 조선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 '통석(痛惜)의 염(念)' 등 진정성이 농후했다.15일 종전기념일에도 일왕은 "지난 전쟁을 깊이 반성하며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아베(安倍晋三) 총리는 전쟁할 수 없는 평화헌법을 개정,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꾸기에 혈안이 돼 있다. 아무런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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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올림픽을 하는 이유 지면기사
올림픽을 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1988년 서울올림픽의 노래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Hand in hand/ We stand all across the land…)'를 실천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다. 지역과 인종, 언어와 풍습, 종교와 이데올로기의 벽을 넘어 인류의 화합을 이룩하자는 취지, 그 거 아닐까. 그런데 그 취지를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한반도 남북 여자체조 두 선수가 리얼하게, 극명하게 증명해 보였다. 남의 이은주(17·강원체고)와 북의 홍은정(27)이 지난 8일 자매처럼 다정히 머리를 댄 채 밝은 미소로 스마트 폰 셀카로 찍은 사진 한 장이 그랬다.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로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는 남북의 여자체조 선수가 함께 찍은 그 한 장의 사진은 그 이튿날 AP통신을 비롯해 CNN, BBC 등 세계 주요 언론이 하나같이 "전 세계 올림피언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고 보도, 지구촌 올림픽 네티즌 사이에 급속히 번졌다.그 한 컷의 사진을 본 미국 정치학자이자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이언 브레머(Ian Bremmer)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그게 바로 올림픽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고 서양 음악의 알파~오메가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성씨가 같은 토마스 바흐(Bach)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그건 올림픽에서나 볼 수 있는 위대한 몸짓"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모친이 일본인인 이은주는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시에서 출생, 거기서 자랐고 3년 전 부친의 나라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래서 두 체조선수의 '다정한 셀카(나카요쿠 지도리) 사진'은 아사히(朝日) 등 일본 언론도 크게 보도했다. '손에 손잡고 (이가 갈리는 이념의) 벽을 넘자는' 또 한 장의 사진은 사격 3연패의 진종오(37)와 동메달의 북한 김성국이다. 시상식에서 진종오는 "너 앞으로 형 보면 친한 척하라"고 했고 둘은 악수, 밝게 웃었다.하지만 11일 북한 양궁의 강은주는 장혜진과의 16강전에서 패한 후 장혜진의 셀카 제의를 거절했고 북한 첫 금메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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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좀비 영화 지면기사
1968년 이름조차 생소한 조지 로메로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의 저예산 공포영화를 선보였을 때, 이것이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개봉관을 못 잡아 변두리 극장과 자동차 극장에서 개봉해야 할 만큼 주목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의 영화 탄생'이라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시체가 무덤에서 뛰쳐나와 사람을 잡아먹는 이 해괴하고 코미디 같은 영화에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뒤늦게 영화를 본 평론가들은 다큐멘터리 수법으로 사회적 동요와 인종주의, 핵가족의 붕괴, 폭도에 대한 공포 그리고 지구종말 까지, 60년대 후반 미국이 고민하고 있던 각종 문제가 이 영화 한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보았다. 공포영화의 장르를 한 단계 높였다는 칭찬은 '덤'이었다.10년 뒤 1978년 로메로는 속편 '시체들의 새벽 (Dawn of the dead)'을 내놨다. 이때 처음으로 '좀비(Zombie)'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영화는 쇼핑몰이 좀비들의 공격으로 지옥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렸다. 관객은 더 열광했다. 65만달러의 제작비가 투자된 영화는 5천5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흥행 대박보다 영화의 배경이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풍족한 소비를 보장하던 '쇼핑몰'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위기에 봉착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풍자며, 로메로가 의도적으로 사회적·정치적 코드를 영화 속에 집어넣었다고 보았다. 로메로도 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로메로처럼 무명에 불과했던 연상호 감독의 좀비영화 '부산행'이 한국 영화사상 14편 밖에 가보지 못한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시체들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해치는 이 '재난영화'가 '대박'을 터뜨리리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 덕분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라고 하기엔 설득력이 약하다. 외국인들은 한 가족이 모두 영화관으로 몰려 가 피가 난무하는 '좀비영화'를 함께 보는 한국 관객의 독특한 영화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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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금메달 값어치 지면기사
리우 올림픽 금메달은 무게 500g 중 494g이 은이고 금은 6g에 불과하다고 했다. 제작 원가 70만원. 그걸 따기 위한 4년간의 고된 훈련 결과가 안 좋다면 그 허탈감이 얼마나 클까. 땄다 하면 명예와 돈이 평생 따르건만…. 평생연금만도 각각 100만원, 75만원, 52만5천원이라고 했다. 나라에 따라선 부상(副賞)도 크다. 중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아파트 한 채와 푸짐한 상금을 줬다. 말레이시아는 포상금 7억원에다가 특히 배드민턴 우승의 경우 플러스알파가 7억원이고 재벌 격려금도 추가된다. 싱가포르도 7억9천만원, 이탈리아 2억1천만원, 러시아도 기본금이 400만 루블(약 1억5천만원)이지만 낙후된 특정지역 선수가 금메달을 딸 경우 6억원을 더 준다. 그런데 런던 올림픽 때인 2012년 8월 6일은 중미 카리브 해의 소국 그레나다의 국경일이었다. 키라니 제임스 선수(19)가 육상 400m에서 사상 최초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다.그런 금메달을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Phelps·31)는 이번 리우 올림픽까지 개인통산 21번째 금메달을 땄다는 놀라운 기록이다. 메달(medal)의 어원은 라틴어 메달라(medala)로 동전을 뜻하지만 금메달의 우리말은 '금패(金牌)'다. 금으로 만든 상패다. 은메달은 은 상패, 동메달은 동 상패다. 문패(門牌), 골패(骨牌), 위패(位牌)도 같은 牌자 돌림 단어고 옛날 암행어사가 허리에 숨겨 찼던 건 마패(馬牌), 조선시대 16세 이상의 남성이 허리에 찼던 건 호패(號牌)였고…. 지금도 중국에선 '金牌(진파이), 銀牌(인파이), 銅牌(둥파이)'라 부른다. 일본에선 메달의 '달'자 발음이 안돼 '킨메다루, 긴메다루, 도메다루'라 읽지만…. 그런 메달이 목에 걸리면 일단 깨물어보는 퍼포먼스 또한 이채롭다.지난 런던 올림픽에선 금메달 13개로 5위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독, 프, 이탈리아와 11위 일본을 제치고…. 당시 '더 타임스' '더 미러(Mirror)' '더 선(Sun)'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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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폭염과 열대야 지면기사
연일 폭염 경보다. 폭염의 炎자는 '불꽃 염, 태울 염'자다. '불 火'자가 세 개 겹친 글자도 '불꽃 염'자지만 한국에선 거의 안 쓰고 중국에선 주로 인명에 쓰인다. 사람 이름에 '불꽃 염'자를 쓰다니, 꽤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아무튼 무척 덥다. 서울이 연일 35~36도, 경상도는 37도가 넘는다. 그래도 1994년 여름의 서울 38.4도, 대구 39.4도보다는 덜하다. 40도를 훌쩍 넘는 더위란 상상하기 어렵지만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는 40.5도, 충칭(重慶) 42.2도, 저장(浙江)성 펑화(奉化)는 42.7도였고 그 이틀 전 북서 사막지대인 신장(新疆) 투루판(吐魯番)은 46도였다. 들어가 본 사람이야 없겠지만 그런 더위가 찜통더위(蒸暑), 가마솥더위가 아닐까. 중국에선 '찔 증(蒸), 구울 고( )'자를 써 蒸 (정카오), '구울 자(炙), 구울 고( )'의 '炙 (즈카오)'라고도 한다. 오리를 굽는( 鴨) 더위라는 거다.지난달 23일 이라크는 더 더웠다. 수도 바그다드가 51도, 남부 항구도시 바스라(Basra)가 53도로 임시공휴일을 선포했고 그 이틀 전 쿠웨이트 사막지대인 미트리바(Mitribah)는 무려 54도였다. 작년 여름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Andhra Pradesh)는 47~48도 폭염에 2천500명이나 숨졌다. 그런 더위야말로 muggy(몹시 더운)나 sticky(끈적거리는 더위) 정도가 아닌 scorch(불태우는), sizzler(지글지글 굽는)급 폭염이고 '불꽃 염'자도 불 火자가 3개나 겹쳤을 게다. 그런데 2006년 5월 29일 이집트의 왕가의 계곡, 카르낙(Karnak) 신전 등 고적 명소 일대와 나일강 동안(東岸) 도시 룩소르(Luxor) 등은 40도였다. 하지만 그늘은 서늘했고 밤엔 신기하게도 겉옷을 걸칠 정도였다. 습도가 낮아 40도 폭염에도 열대야는 체감할 수 없었다. 습도 높은 유럽, 동남아 등의 열대야와는 달랐다.잠들기 어려운 열대야가 계속되지만 40도를 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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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여자양궁 8연패 지면기사
여자양궁이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8연패라니! 신기(神技)와 신술(神術), 신달(神達) 등 감히 '神'자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서 신화를 창조한 게 아닌가 싶다. 활에는 쇠로 만든 철태궁(鐵胎弓)과 양 뿔로 만든 각궁(角弓)도 있지만 양궁(洋弓)은 서양식 궁술(Western style archery)이고 한국 국궁(國弓)과는 다르다. 궁도(弓道)도 원래 지중해형, 몽골형, 해양형이 있었지만 우리 국궁은 몽골형, 양궁은 지중해형이고 1538년 영국의 헨리8세가 보급, 유럽과 미주로 퍼졌다. 국궁과 양궁은 활의 힘, 위세부터 다르다. 양궁은 쏘는 거리가 90m지만 국궁은 145m로 활의 강도도 양궁은 국궁에 미치지 못한다. '양궁' 용어도 일본식이고 중국에선 '사전(射箭)'―화살 쏘기지만 고구려를 침공한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왼쪽 눈을 명중시킨 안시성주 양만춘(楊萬春)의 활도 고유 국궁이었고 화살 하나로 기러기를 두 마리, 세 마리 떨어뜨렸다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활도 국궁이었다.만약 올림픽 활이 양궁이 아닌 한국식 국궁―강궁(强弓)이라면 어떨까. 덩치 크고 힘센 서양인이 유리할지도 모른다. 작은 체구의 연약한 한국 여성에겐 국궁이 아닌 양궁이 제격이지만 궁술만은 다를 수가 없다. 중국이 한민족을 동이(東夷)→'동쪽 오랑캐'라고 불렀지만 '오랑캐 夷'자를 보면 글자 구조가 '큰(大)+활(弓)'이다. 오랑캐야 싫지만 명궁, 신궁의 후예가 한민족이다. 후고구려 창시자 궁예는 이름부터 '활의 후예'였고 조선시대는 이성계, 이방원, 수양대군으로부터 정조까지 모두 신궁이었다. 정조는 선비형 군주로만 알기 쉽지만 12차례나 50발을 쏴 49발을 맞힌 궁도 10단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50발째는 숲 속으로 날렸다. 완벽한 경지 다음은 그만 못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양궁의 과녁 한가운데 노란색 10점짜리는 지름이 12.2㎝에 불과하다. 90m 거리에서 그 정곡(알과녁)을, 그것도 텐 텐 텐… 연속으로 맞힌다는 건 과연 신궁의 후예답다. 지하의 궁예와 이성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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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리우 첫 금메달 지면기사
리우 올림픽은 개막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정정(政情) 불안, 경제파탄, 준비 미비로 연기설에다가 개막식 날까지도 마라카낭(Maracana) 경기장 앞에서 올림픽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마라카낭 경기장을 싫어한다. 1950년 7월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2대1로 역전패한 악몽 탓이다. 탈도 해프닝도 많았다. 도핑 문제로 118명의 러시아 선수가 불참했고 호주 선수단은 숙소 지하주차장 화재로 대피하다가 모바일 컴퓨터를 도난당했다. 미국 선수단은 또 유니폼 재킷 속의 T셔츠 색깔이 공교롭게도 러시아 국기와 흡사해 뒤늦게 소동이 벌어졌다. 아무튼 2억 인구, 국토넓이 5위의 대국인 브라질이 확 '부러질(브라질)'듯 위태로웠지만 개막식까진 그래도 다행이었다. 개회 선언도 탄핵을 받아 직무 정지된 지우마 호세프(Rousseff) 대통령 대신 미셰우 테메르(Temer) 대통령 직무대행이 했고 205개국 사상 최다에다 난민 선수단까지 참여, 1만1천여 선수가 17일간 메달 쟁탈전을 벌인다.개막식은 성공적이었다. 2002년 개봉된 영화 'City of God(신의 도시)'으로 알려진 페르난도 메이렐레스(Meirelles) 감독이 총연출을 맡은 개막식은 '환경 보호와 세계 평화'를 테마로 화려하고도 현란했고 시종 경쾌한 군무와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개막식 비용이 런던 대회의 12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 개막식에 대해 연출자 메이렐레스 감독은 "브라질인과 인류의 경계를 넘는 공생과 화합에 공감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5일 밤 기자단에 말했다. 종이와 컴퍼스 발명 등 거창한 중화문명을 강조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나 산업혁명 주도 등 대영제국의 역사성을 부각했던 2012년 런던 올림픽 개회식과는 달리 차별을 두려 했다는 거다.금메달 10개, 10위가 목표라는 한국 선수단이 어제 아침 첫 금메달 소식을 양궁 남자팀이 전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미→중→영→러시아에 이어 5위를 한 스포츠 강국 한국이 왜 겨우 '텐 텐'인가. 일본은 금 14개, 중국은 50개로 1위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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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정치인과 독서 지면기사
'마오의 독서생활'(글 항아리 간)을 보면 마오쩌둥(毛澤東)의 화려한 독서 편력에 입을 다물 수 없다. 그는 대장정(大長征)에도 늘 책을 품고 다녔으며, 1947년 연안에서 철수할 때 그동안 읽었던 책을 단 한권도 빼놓지 않고 베이징으로 옮겼다. "사흘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류사오치(劉少奇)를 따라 갈 수 없다"는 말에 류사오치는 "하루라도 책을 놓으면 마오에게 뒤처진다"며 서로 독서를 격려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잠들기 전 30분에 책 한 권을 읽었다는 다독가이자 속독가였다. 1961년 라이프誌에는 '케네디의 애독서 10선'이 실렸다.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는 이 목록 덕분에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매년 여름 휴가철이면 대통령의 여름휴가 가방에 들어가는 도서목록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독서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다면 감옥에라도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책을 사랑했다. 철학·경제·역사·문학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생전 약 3만권의 장서를 자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책을 많이 읽었다.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책을 도구로 활용했다. '독서정치'라는 신조어는 그래서 만들어 졌다. 덕분에 정치인들이 즐겨 책을 '메시지 도구'로 이용했다.올 여름 역시 거물급 정치인들의 여름 독서목록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들이 정말 책읽기를 좋아하는지 여부는 알수 없지만, 전 세계 독서율 꼴찌나라에서 그나마 지도층 인사들이 책을 읽는다니 다행이다. 김무성 의원은 '백범일지'를, 유승민의원은 존 롤스의 '정의론'을 탐독하고 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를 읽는 중이다. 남경필 지사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경리 '토지'를,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소식이다.조광조의 스승 김굉필은 서른다섯살까지 어린이의 행실을 가르친 '小學'을 수없이 되풀이해서 읽었다. 조식은 집중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