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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책찍이 필요한 북핵문제 지면기사
북한은 결국 핵을 포기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북한 핵문제는 우리 남북한의 문제인 동시에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주변 강대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국제질서에 큰 파장을 미칠 가장 강력한 요소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단시일내에 그 해법을 찾기란 거의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폐쇄적이고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일원체제의 북한 당국의 가변성은 거의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북핵문제는 가까운 시일내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결론을 돌출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북핵문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인 핵 당사자인 북한 당국의 막무가내와 미국의 강경책이다. 북한은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을 거부하고 미국과의 단독 협상을 원하면서 자신들의 체제보장과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협상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대가없는 협상과 선 핵포기를 주장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이다. 온건파인 파월 국무장관이 퇴진하고 강경파인 라이스 보좌관이 국무장관에 임명되면서 체니, 럼스펠드, 라이스로 이어지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강경파들은 언제든지 남북한과 국제평화를 해칠 수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정책이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란 유추는 명약관화하다. 국내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와 전쟁을 벌여 후세인을 축출한 이들 매파는 언제든지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무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일본의 입장은 명확한 것같다. 일본의 정·관계와 언론은 우리와 같은 평화해결의 대원칙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본은 북한의 핵개발과 특히 미사일 문제에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에 대한 불신감은 극에 달해 있지만 그래도 평화원칙은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일본 열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런 견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한 저명한 언론인은 북핵문제를 동전의 양면으로 비유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이나 보유여부와는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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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씨 표기 헌법 소원 지면기사
“'柳'씨 성을 호적부에 한글로 표기할 때는 '류'가 아닌 '유'로 적어야 하고 '李'씨, '羅'씨도 '리' '라'가 아닌 '이' '나'로 써야 한다”고 엊그제 대법원이 확인하자 '柳씨 종친회'에서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대로 물려받은 고유명사인 성씨 표기를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논고 요지는 이럴 듯싶다. “한 나라의 언어란 그 누구도 아무렇게나 함부로 지어 말할 수 없고 임의대로, 되는대로 표기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한 나라의 언어 질서는 엉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언어민족 공동체의 언어에 대한 공약과 규약은 필요한 것이며 표준말과 문법, 어법, 철자법도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성씨 표기라고 해서 국어에서 예외일 수 없고 마땅히 성문법 규정인 두음법칙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재치 있는 대법관이라면 이렇게 부연할지도 모른다. “만약에 두음법칙을 무시한다면 북한의 로동신문, 릉나도처럼 라체(나체) 락제(낙제) 란동(난동) 랍치(납치) 랑보(낭보) 래년(내년) 량심(양심)으로 표기해야 하고 '례의(예의)와 륜리(윤리)에 대한 론란(논란)'이니 '령혼(영혼)을 뒤흔든 련애(연애)'니 '녀자(여자) 로인(노인)이 렬차(열차)를 타고 력사(역사) 려행(여행)을 떠나 료리(요리)도 즐겼다'고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야구감독 '宣銅烈'은 '동열'이 아닌 '동렬'이고 '諸葛亮'은 성 따로 이름 따로 두음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제갈량'이 아닌 '제갈양'인 것이다.” '劉, 兪, 庾'씨를 같은 '유'로 표기하는 것도 문제다. '劉'의 원음은 '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劉'씨와 '李, 羅 林'씨도 뒤따라 헌법 소원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한데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한글로 표기된 성씨가 과연 고유명사인가' 그것이다. 아니다. '柳, 劉, 兪, 庾'씨를 '유'로 통일한 한글 표기는 고유명사가 될 수 없다. 고유명사란 원래의 생김새 그대로 '柳, 劉, 兪, 庾'라는 글자다. '유'든 '류'든 그건 변칙명사, 변형명사지 원형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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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사학법은 위헌인가 지면기사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합헌인가, 위헌인가? 모르겠다. 정확하게 말해 확신을 못하겠다. 나름대로는 분명한 견해가 있다. 법안 내용을 상식과 헌법에 비춰 따져보면 된다. 그런데 왜 그리 자신이 없는가? 저명한 교육학자와 헌법학자와 논객들이 나서서 나와는 다른 견해를 설파하기 때문에? 아니다. 사립학교 교장·교사 1만여명이 서울역에 모여 목이 터져라 반대의견을 외치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다. 그럼 왜?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릴 지 모르기 때문이다. '관습헌법' 판결이 나왔을 때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했다. 아! 법의 세계는 정말 오묘하구나! 그동안 적어도 다른 법은 몰라도 헌법만큼은 안다고 생각했었다. 헌법을 몇차례 읽으면서 이 헌법만 제대로 지켜지면 우리나라는 썩 괜찮은 나라가 되겠구나 믿었다. 이런저런 헌법 관련 서적도 읽었더랬다. 하지만, 명문 헌법과 맞먹는 '관습헌법'이 존재하며, 그게 이렇게도 적용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그러니, 헌재가 이번엔 또 어떤 심오한 해석을 할 지 문외한이 어찌 땅띔이나 할 수 있으리오. 그래도 왈가왈부할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터이니 한번 추측이나 해보자. 우선, 우리 헌법엔 아무리 뒤져봐도 '사유재산권'이라는 단어가 없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제23조 1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동 2항) 그냥 '재산권'이다. 그것도 '공공복리'를 위해서라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헌법은 사유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한다고 굳세게 믿는 국민이 많다. 사립학교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그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지게 된다면 첫번째 쟁점은 이것이다. 사립학교는 사유재산인가? 물론, 학교부지와 건물, 비품과 집기는 등기부에 등재된 학교법인의 소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시설을 떠나 학교라는 배움터는 법인 뿐만아니라 학생 교사 학부모 동문 등등이 공동으로 이어가는 공동체다. 이사장이 배짱 틀리면 문닫고, 많이만 쳐준다면 후딱 팔아치울 수 있는 사유재산은 아니라는 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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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적 공세 멈춰라 지면기사
지금 미국 보스턴에서는 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보스턴 레드삭스를 두고 열광의 도가니가 식지 않고 있다. 소위 말하는 '밤비노의 저주'가 풀렸다는 것이다. 86년만에 정상에 등극한 보스턴의 레드삭스는 이제 밤비노의 저주는 없다고 공언한다. 보스턴은 굿바이 밤비노를 목청 높여 외치고 있는데 알다시피 밤비노는 베이브 루스의 애칭이다. 그런가 하면 시카고 컵스는 아직도 '염소의 저주'에서 맴돌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45년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경기장에 애완용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는 시카고 컵스 열성팬이 저지당하자 분한 마음에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는 볼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데서 비롯됐다. 훗날 아직까지 시카고 컵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적이 없다. 물론 이들 양팀은 처음에는 저주얘기가 돌자 웃기는 일로 치부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상황이 단순하지 않았다. 해가 가면 갈수록 경기는 꼬이고 계속되는 불운과 불행이 팀을 어렵게 만들며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했다. 보다못한 레드삭스의 열성팬들은 베이브 루스를 방출하며 시작된 저주를 풀기위해 2002년 당시의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보스턴 근교 연못에 루스가 빠뜨렸다는 피아노 인양 작전을 벌여 연주회를 시도했다고 한다. 이것이 효과를 봤는지도 모를 일이다. 답답한 시카고 컵스 역시 이후에 염소를 경기장에 데리고 와 보기도 하고 60년 전에 저지당했던 사람의 손자들을 경기에 무료로 관람하게 하는 등 별수를 다써봤으나 아직까지 답변없는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수일간 계속된 대한민국 국회는 그야말로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끝으로 치닫는 정쟁의 한판이었다. 가뜩이나 당·당·청이 빚어내는 각종 사회혼란에 골머리가 휘둘리는 국민들 앞에, 의연히 국정의 중심적 지렛대 역할이 요구되는 행정부까지 가세한 어이없는 리턴매치는 한마디로 경악을 주기에 충분했다. 답변과 질의를 하는 당사자들 품위는 간곳없고 악의에 찬 공세는 어떻게 하든 상대방 흠집부터 내고 보자는 식이다. 다행한 일은 이미 국민들이 이런 모습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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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은 짓되 적대하지는 말기 지면기사
사람들은 각자의 틀로 타인을 판단하고 세상을 바라본다. 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구걸하는 걸인을 쳐다보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의 시선이 다르고, 지는 낙엽을 바라보는 남자와 여자의 감흥이 다르고, 백인에 대해 느끼는 흑인과 황인종의 의식이 다르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이 다르다. 부자(父子)와 남녀와 인종과 국가를 가릴 것 없이 대상이나 현상을 인식하는 틀(Frame)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론의 세상보기는 더욱 심해서 언론이 사회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는 '거울(반영) 이론'에 금이 간 건 꽤 오래전이다. 이제는 “뉴스는 사회적으로 생성된 산물이지 객관적 현실의 반영이 아니다”라는 비판주의적 관점이 거의 정설로 여겨지는 추세다. 이런 관점을 전제한다면 세상은 각자의 틀로 현실을 규정하는 무수한 개인과 집단이 어울려 사는 무대인 셈이다. 그래서 세상은 다양해지고 풍요로워지며 역동적으로 굴러간다. 물론 틀을 달리하는 개인과 집단이 서로 존중하거나 최소한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자기 주장을 제한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판이한 이들이 모두 적대한다면 끔찍한 세상이 될테니 그렇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이런 개인과 집단으로 구성된 세상을 바라보고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당 자체가 그 사회의 유력한 틀을 대표하는 결사이다. 그러니 정당 마다 정책 틀이 다르거나, 대통령 마다 통치의 틀이 다른 건 너무 당연하다. 너무나 자명한 사실은 현실로 수용해야 한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진보의 틀로 통치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나, 야당인 한나라당이 보수적 틀로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행위, 민주노동당이 급진적 틀로 여야를 비판하는 활동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상대의 틀을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폐기 대상으로 보는데 있다.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 결정은 우리 정치권의 적대의식을 적나라하게 까발려놓았다. 위헌 결정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은 위헌의 근거인 관습헌법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드러냈다. 일단 국회 연설을 통해 위헌결정의 법적 효력까지는 인정하기에 이르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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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리 코끼리와 춤을… 지면기사
미, 일, 중, 러 네 마리 코끼리의 파워게임에 한국은 결코 대등한 파트너나 레퍼리(심판)가 될 수 없는 한 마리 토끼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모른다. 2002년 5월 파스칼 라미(Lamy) EU 집행위원은 미국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병든 코끼리’에 비유했지만 대부분의 문명비평가는 견해를 달리한다. 21세기 역시 가장 힘센 코끼리의 ‘팍스 아메리카나’ 세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단(豫斷)한다. 한반도 면적의 42배, 1개 텍사스주(69만2천여㎢)만 해도 한반도의 3배가 넘는 국토에다 인구 2억8천의 미국은 상원이 지난 7월 22일 승인한 2005회계연도 국방예산만도 4천175억달러(약 501조원)나 된다. 그런데 190개 유엔 회원국 중 가장 강한 나라의 위상은 군사력만으로 잡히는 게 아니다. UN 등 세계 정치질서와 에너지, 통화, 생산, 무역 등 세계 경제질서는 물론 과학기술력, 정보력, 교육과 문화, 언어의 힘, 무엇보다 두뇌, 인재의 힘 등이 오케스트라 화음처럼 작용해야 가능하다. 외계와 지구의 전쟁이 터져도 외계인이 알아듣는 유일한 지구 언어는 람보 국가 미국 영어일지 모른다. 노벨상만도 미국은 230여명이나 휩쓸었다. 그런 미국에 전세계 인재가 몰린다. 명문 중의 명문인 케네디 스쿨(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을 비롯해 MIT, 콜롬비아, 스탠퍼드, 예일 등 2002학년도 미국 대학과 대학원에 등록한 외국인만도 58만3천명이었다. 미국 명문대 대학원생의 3분의 1 이상이 외국인이고 통상 30개국의 통치자가 미국 유학파다. 일찌감치 ‘강대국의 흥망’을 쓴 폴 케네디가 ‘제국의 위험(The perils of Empire)’을 경고했지만 미국은 아니라는 견해도 그런 연유다. 인구 1억3천에 38만㎢의 경제대국 일본은 어떤가. 1995년 세계 500대 기업의 매출 순위 14위를 휩쓸었고 아시아 500대 기업의 17위까지를 석권한 나라가 일본이다. 수출 1천억달러도 한국이 95년에 달성했는데 비해 일본은 16년 전인 79년에 해냈고 2002년 예산만도 81조2천300억엔(한국은 112조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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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자살예방 센터 지면기사
'한 할머니가 친구의 집을 방문하여 커피를 대접받았다. 그 커피에는 설탕이 들어 있지 않았다. 그 집 주인은 이야기를 하는데 정신이 팔려 설탕 내놓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그날 밤 할머니는 자살했다. 할머니는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커피를 대접받은 일로 몹시 우울해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누가 이 할머니를 비웃을 수 있는가? 우리는 스스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살려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우라 아야코) 지난 주 수원시 자살예방 사업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가 이런저런 자료를 한보따리 받았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청소년용 잡지도 거기 들어 있었다. 책을 펼치자 미우라 아야코의 짧은 인용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사랑하고 즐기라는 뜻의 라틴어다. 이 하늘 높은 가을날 웬 자살타령이냐고? 그렇다. 한국 사회에서 '자살'은 여전히 금기어에 가깝다. 웬지 입에 올리기 거북하다. 유명인사의 자살은 매스컴이 앞장서서 시시콜콜 입방아를 찧으면서도, 자살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거론할 화제로는 부적절하다. 그러나 통계는 자살이 더이상 은밀한 골방의 언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사망한 인구는 1만1천명으로 추정된다. 10만명당 24명 꼴이다. 2002년만 해도 헝가리(23.2명), 일본(19.1명), 핀란드(18.8명)에 이어 4위였으나 이제는 1위로 올라섰다. 10년전인 94년엔 10.5명이었으니, 그새 2배반이나 높아진 셈이다. 범위를 좁혀 수원 지역사회만 보자. 2001년 수원시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인구는 120명이었다. 지난해는 150명으로 추산된다. 거의 이틀에 한명꼴이다. 1명이 자살로 인해 숨질 경우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대체로 10~15배에 이른다.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수원시내 각 병원의 응급실에 실려오는 사람이 연간 1천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에 2명 내지 3명 꼴이다. 게다가 자살을 생각하는 인구, 즉 '잠재적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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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 협력만이 미래를 보장한다- 지면기사
평택시와 당진군이 7년간 끌어온 평택항 경계분쟁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며 일단락됐다.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는 공유수면과 매립지 관할권을 둘러싸고 벌여온 양 시·군의 분쟁과 관련 당진쪽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자체의 자치권은 육지에 이어 바다를 포함하고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수년간 끌어온 평택항계내의 서부두(공유수면 매립지) 소유권 분쟁에 대한 법적 판단은 이로써 종결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진전될 내용은 단순하지가 않아 당분간 더욱 첨예한 대립으로 후유증 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평택시와 당진군은 종전 입장에 변화는 없으나 법적 판단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삼간 채 향후대책을 검토하는 양상인 듯 하다. 이는 평택항을 명실공히 국제항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데다 평택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불길한 징후를 양 시군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즉 헌재 판결과는 별개로 지금 평택항은 과연 동남아 물류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것인지 그 전도가 불투명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의 뜻과는 달리 중앙정부의 평택항 지원정책과 행태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경기도와 환황해경제권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평택항을 3대 국책항만으로 육성해 동남아 무역물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온 것이 벌써 15년째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구상을 포기하는 듯한 평택항 축소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물동량 증가 등 평택항의 외연 확대 추세와는 반대로 정부의 지원정책은 건건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로 평택항은 지난 2002년(1~11월) 항만운송실적이 전년에 비해 107%, 컨테이너는 238%의 빠른 성장을 보였다. 그런데 정부의 3대 국책항만 재정투자는 2000년 부산진항 1천664억원, 광양항 462억원, 평택항 364억원, 2001년 부산 1천673억원, 광양 642억원, 평택항 416억원, 2002년 부산 2천889억원, 광양 1천158억원, 평택항 493억원 등이다. 평택항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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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상생(大同相生)의 굿판을 열어라 지면기사
얼마전 큰 무당 김금화의 굿판을 제대로 즐겼다. 용인 이영미술관이 기획한 박생광 탄생 100주년 특별전 개막 행사로 열린 굿판이었는데, 이 나랏만신은 박 화백이 이승에서 즐겨 그렸던 무녀도의 전속모델이었던 인연으로 그의 천도제를 직접 주관한 것이다. 그런데 굿판을 즐겼다고 말한건 정말 굿판이 즐거워서였다. 70을 훨씬 넘긴 만신(김금화는 1931년 생이다)이 세상을 달관한 듯한 보살의 표정을 짓고 높고 낮게, 길고 짧게 주저리 주저리 무가(巫歌)와 사설을 이어가는 동안 굿판에 모인 사람들은 절로 심신의 고단함이 가신듯 때로는 환호하고 가끔은 탄식하며 어느새 한 무리가 되어갔다. 그때 문득 일전에 청와대의 한 인사가 특정 신문사들을 지목해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우라'고 일갈했던 일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를 지금도 잘 모르겠다. '저주의 굿판'이라. 그날 큰무당 김금화의 굿판을 지켜보노라니 번지수를 잘못 찾은 비유요, 독설이다 싶었던 모양이다. 여하튼 우리의 상식에서 저주의 굿판은 없다. 굿의 목적이 그런게 아니라서다. 굿은 신의 사제인 무당이 인간사에 맺힌 이런저런 문제를 신력으로 해소하는 의식이다. 크게는 나라의 안녕에서 부터 촌락의 풍년이나 풍어를 기원하고 작게는 개인의 수복강녕을 비는 것인데 세상사, 인간사를 어지럽히는 귀신들의 행패를 막는게 굿의 기능이다. 이승 사람과 저승 귀신이 평화롭게 공존하려니, 차안과 피안의 세계 사이에 맺인 원이 있으면 풀어주고 쌓인 한은 흩어주며 불길한 업보는 씻어주어야 하는데, 모두 무당이 하는 일이다. 그날 큰무당 김금화도 그랬다. 늙은 만신은 한편으론 박생광 생전의 한을 해원(解●)하는가 하면 또 한편으론 굿판의 청중들에게 무시로 복을 내렸다. 만신과 그의 제자들이 굿판의 마당 마당을 마무리할 때 마다 축원한 강복(降福)의 내용은 교통사고 나지말라, 건강하라는 개인 개인의 안위에서 부터, 어려운 경제가 하루속히 회복되기를 기원하는 나라 걱정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웠다. 기독교 신자는 하나님의 은총을, 천주교 신자는 성모마리아의 은혜를, 불교신자는 부처님의 가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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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서더스 지면기사
70년대 초 우리 가족은 브라질로 이민을 가려고 했었다. 그때 브라질 이민은 우리사회에 마치 열병처럼 번져서 상당수 사람들이 브라질로 이민길에 올랐었다. 미국이민은 여의치가 않았던 시절이라 그래서 택한 것이 남미행이었다. 브라질이라고 하면 축구천재 펠레가 사는 나라로만 알고 있었던 어린 소년에게 브라질 이민은 충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브라질행은 '설'로 끝났지만 지금 생각해도 오금이 저리는 슬픈 기억의 한 편린이다. 70년대 한국사회에 불었던 이민열풍은 정말 폭발적이었다. 한국인들이 이민가기를 가장 원했던 나라는 단연 미국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상당수 중산층들이 미국으로 떠났다. 모진 일들을 하면서 그들은 '아메리칸드림'을 이뤘고 이제 미국 사회에서 무시할수 없는 소수민족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때처럼 2004년 대한민국 사회에 또다시 한국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열풍처럼 불고 있다. 이제는 사람이 아닌 자본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최근호에서 '한국자본의 엑서더스(대탈출)가 시작됐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내용은 대강 이렇다. '한국의 일부 부유층이 상류층에 대한 대중영합적(포퓰리즘)인 공격을 부추겨온 노무현 정부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돈을 싸갖고 한국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인들은 노 대통령의 친노동자 성향이 기업활동을 위협한다고 인식, 해외 이동에 앞장서고 있다' '해외로 떠날 수 없는 이들은 노후 대비 수단으로 미국 LA나 뉴욕, 중국 상하이 등지에 고가의 주택이나 상점을 매입하고 있다'. 비록 미국의 한 잡지에 보도된 내용이긴 하지만 현재 국부 유출은 심각한 정도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지난 7월까지 관세청이 적발한 불법외환거래액은 2조7천55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5% 증가한 액수다. 자산을 빼돌리는데 주로 사용되는 환치기를 통한 거래는 1조1천24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배 증가했다. 이같이 빼돌린 자금은 외국에서 부동산 매입에 주로 이용되는데 덕분에(?) 런던의 집값을 두배 올리고 LA 코리아타운 주변의 주택가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