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인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국민노릇도 못해먹겠다? 지면기사
참여정부의 임기 절반에 즈음하여 대중매체들은 경쟁적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중간평가작업을 추진했다. 대체적으로 공(功)보다는 과(過)가 더 큰 쪽으로 결론을 냈는데 특히 부동산정책 등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일수록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잔여기간 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리고 특히 서민층일수록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이 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극히 일부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인데다 상업주의에 매몰된 언론사들의 보도경쟁까지 가세한 때문이다. 또한 경제란 내생변수는 물론 외부환경의 변화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정책을 추진하는 시점과 결과가 나타나는 시점 간에 길든 짧든 시차(time-lag)가 있어 칼로 두부 자르듯 참여정부의 경제성적을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물며 2년여의 국정운영만으로 그 결과를 논하는 것은 벼꽃도 체 피기 전에 풍, 흉을 거론하는 것과 진배없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응수하듯 지난 25일에는 모 공영방송에 출연하여 그간의 경제성과를 조목조목 밝혔다. 요지는 참여정부가 국정을 잘 수행해서 양호한 성적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언론들이 집단으로 '이지메'를 가해 도저히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바 원한다면 “권력을 통 째로 내놓을 수도 있다”고 해서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조기숙 대통령 홍보수석은 한술 더 떠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신데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문화와 지도자에 빠져 있다”며 국민들까지 한패로 몰아가고 있다. 현 정부의 고뇌는 충분히 이해한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을 닮고 싶다던 노 대통령이 측은해 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네 경제의 현주소가 어떠한가. 참여정부 집권기간 동안 수출이 크게 신장되고 주가지수가 배로 향상되었으며 신용불량자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일자리수도 지난 2년여 동안 새로 60만개 이상이나 늘었으며 기업들의 투명경영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국가신용등급도 제고되었다. 그러나 소득불평등도는 외환위기 수준으로 되
-
대통령의 무한 책임 지면기사
노무현 대통령이 내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한다. 여기 저기에서 임기 절반을 보낸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가 쏟아지고, 나머지 임기 절반을 이렇게 저렇게 채워달라는 주문이 쇄도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임기에 반환점이 따로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통령의 임기 반환 시점은 차기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2008년 2월의 일이다. '반환점'의 의미가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의미라면 더더욱 부정확한 표현이다. 2003년 2월 25일 제 16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바로 그 순간, 노 대통령은 다시는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장정에 돌입했으니 그렇다. '반환점'이라는 용어에 시비를 거는 이유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의 결과는 결코 되물릴 수도 되돌릴수도 없는 것임을 강조하려는 뜻에서다. 노 대통령이 외로운 건 결코 대통령이 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이다. 물러나도 마찬가지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지금껏 여론의 도마에 올라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중 자행된 정보기관의 도청행위로 곤경에 처했다. 국민과 역사앞에서 짊어져야 할 무한책임은 대통령된 사람의 숙명이다. 국민은 지난 2년 반의 통치행위의 결과로 현재의 노 대통령을 평가하고 있고, 향후 2년 반의 통치행위 결과에 따라 또 다른 평가를 내릴 것이다. 노 대통령에게 임기 절반의 의미는 이와 같을 뿐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에게는 지나온 절반의 임기보다는 앞으로 남은 절반의 임기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머지 절반의 임기를 통해 그는 자신의 통치행위를 완결지어야 할테고 그 결과로 국가와 국민이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지나온 절반의 임기를 반추하고 자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자신의 실정과 실책을 거울 삼아 나머지 임기를 채울수 있는 생산적 추진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대통령이 말하기 보다는 듣기에 신경써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 많은 말들이 대부분 피아를 구분하고 전선을 형성하는데 쓰였다. 개혁 대 수구, 강남
-
누가 ‘황금률’을 가르치랴 지면기사
인류사상 가장 위대한 시기는 언제일까. 두말 할 것도 없이 인류의 4대 성인으로 꼽히는 석가모니와 공자가 단 8년 차이로 탄생한 기원 전 560년과 552년으로부터 70~80년 사이일 것이다. 그 시기엔 공자가 예를 배웠다는 노자도 존재했고 공자가 숨지기 1년 전엔 머리에 먹물이 가장 많이 들었을 것 같은 ‘묵자(墨子)’도 공자와 같은 노나라에서 출생했다. 그리고 묵자가 죽은 지 각각 18년과 25년 뒤엔 유가(儒家)에서 공자 다음으로 위대해 ‘아성(亞聖)’이라 일컫는 맹자는 물론 장자도 태어났고 맹자가 죽기 9년 전엔 순자(荀子)까지 릴레이로 출생했다. 그런가하면 힌두교와 함께 인도의 대 종교인 자이나(Jaina)교 개조 마하비라(Mahavira)도 묵자와 같은 시기 사람이다. 그러니 그 시기야말로 얼마나 위대했던가. 중국 최고의 철학자, 유가의 비조, 육경(六經)을 다듬고 ‘논어’를 지은 사람. 그러나 공자가 위대한 점 중에서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게 있다. 전쟁을 벌인 국가들을 찾아다니며 국가간의 평화를 입술이 말라 터지도록 역설했다는 점이고 더욱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은 다름 아닌 황금률(黃金律)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황금률(golden rule)’이란 ‘뜻이 심오해 인생에 유익한 잠언’이라는 본뜻도 있지만 쉽게 말해 ‘남이 네게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을 너도 남에게 하지 말라’는 룰이다. 공자는 황금률을 들어 전쟁을 일으킨 또는 일으킬 나라들을 간곡히 설득했다. “남의 나라가 당신네 나라에 일으키지 말았으면 하는 전쟁을 왜 당신네 나라는 남의 나라에 일으키느냐”는 것이다. 묵자 또한 전쟁을 막기 위해 분투했다. 그는 전운(戰雲)이 감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공격 국가로 달려가 “제발 공격을 말아 달라”고 막았다. 놀라운 건 공자, 묵자보다 몇 백 년 뒤의 예수 또한 황금률을 역설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산상수훈(山上垂訓)에서 보인 기독교의 기본적 윤리관이 바로 ‘무엇이든지 남에게서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자와 묵자가 입술이 부르트도록
-
'개방형 공채'가 주는 희망 지면기사
외환은행이 실시한 '개방형 공채'가 화제다. 학력 나이 성별을 묻지 않고 신입행원을 뽑았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한다. 40대 '고령'이 10명, 전업주부가 5명, 고졸자와 2년제 전문대 졸업자도 10명이 넘었다. 경상계나 어문계가 아니면 원서도 넣기 힘들었던 신입행원에 이공계 출신이 6명이나 끼였다는 점도 이채롭다. 대학별로 봐도 지방대 10곳을 비롯해 33개 대학 출신이 붙었다. 능력과 적성, 인성 만으로 선발한 결과라는 게 은행측 설명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이거 기쁜 소식인가, 서글픈 소식인가. 잠시 2002년 초로 거슬러올라가 보자. 당시 교육부총리가 기업체의 입사지원서에서 학력란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력란을 철폐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폐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학력란 없앤다고 뿌리깊은 학벌주의 연고주의가 치유될까마는 그렇게라도 노력해 나가야 교육과 사회가 바로 설 게 아니냐는 아주 작은 제안이었다. 그러나 그는 '뭇매'를 맞았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경제부총리와 국무회의스럽지 못한 설전을 벌여야 했다. 일부 언론의 십자포화도 이어졌다. '위헌 소지가 있는 획일적 수평주의 발상'이라는 규정에서부터 '홍위병식 학벌 평준화 밀어붙이기'라는 욕설까지 들었다. 결국, 며칠 후 개각에서 그 교육부총리는 낙마했다. 입사원서 학력란 폐지유도 소신이 결정적인 퇴진 사유였다고는 지금도 믿고 싶지 않다. 설마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교육수장을 갈아치우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불과 3년반 남짓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그 사이 '학력난'과 관련해서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전력, 한국방송공사 등 일부 공기업에서 입사지원서에서 학력난을 없앴다. 이랜드 등 일부 민간 기업에서도 자진해서 학력난을 폐지했다. 급기야 학력 나이 성별을 묻지않고 행원을 뽑는 은행까지 생겼다. 디지털 세상에서 1년은 10년 맞잽이라고는 하지만, '학력난을 없애는 게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던 교육부총리가 잘린 일이 마치 한 세대 전 '그 때를 아십니까'를
-
테러 수준의 방송사고 지면기사
KBS가 패륜 시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달 27일 KBS 2TV 일일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전국의 안방극장에 노출됐다. 시어머니가 돌보던 어린 손자가 국그릇을 엎어 손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는데 병원에 쫓아온 젊은 며느리가 '애를 어떻게 봤냐'는 질타와 함께 시어머니의 뺨을 올려친 것이다. 더욱 가관은 아들조차 아내의 이같은 패륜행위를 나무라기는 커녕 어머니의 잘못을 탓하며 외면해 버리는 대목이다. 제작진은 빗발치는 비난에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다급하게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하며 '표현의 수위조절에 무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제작했어도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작진의 의도는 '개탄스런 세태에도 무한한 부모의 자식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핵가족 시대의 가족붕괴 현상과 그 부작용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싶었다는 제작진의 의도를 아무리 이해하고자 해도, 별다른 긴장없이 이를 목격해야 했던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표현 자체를 문화적 테러로 여겼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격노한 것은 이 때문이다. 초록은 동색인가. MBC에서는 며칠후 생방송인 '음악캠프' 출연자가 성기를 노출시키는 희대의 엽기적 광란을 그대로 공중파에 실어보내는 대형사고를 쳤다. 일부 출연자들이 빚은 순간적 일탈 행위라고는 하나 이들이 성기를 드러낸 채 무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사태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국민들이 느꼈을 수치감을 생각하면 이 또한 무책임한 대국민 방송 테러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출연자들은 단순히 분위기를 띄워달라는 부탁에 평소 클럽무대에서 보여주던 자유스런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사과가 아닐 수 없다. 양 방송사는 사과와 관련자 고발, 재발방지 등 발빠른 조치와 함께 너그러운 시청자 관용을 구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방송사에 너그럽던 과거의 태도와는 다르게 강력제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인 양 방송사 사후 조치는 무언가 미지근
-
삼성이 비난받아야할 이유 지면기사
16세기 르네상스운동은 이탈리아반도의 유서 깊은 상업도시 피렌체공화국의 메디치가(家)에서 비롯되었다. 메디치재벌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된 것은 14세기말에 창업자 지오반니 디 비치 데 메디치가 메디치은행을 설립하면서부터였다. 메디치은행이 유럽 최대의 금융자본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교황청의 재정을 담당하면서부터였다. 돈으로 교황청을 주무르면서 자기편 인사를 교황에 추대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메디치재벌은 마지막 후계자 지안 가스토네가 1737년에 사망할 때까지 무려 3세기동안 생존하면서 막대한 부(富)를 배경으로 경쟁자들을 제압했을 뿐 아니라 권력을 이용하여 반(反)메디치정서를 잠재웠다. 심지어 조각가 도나텔로 등 유명한 미술가는 물론 지식인들까지 돈으로 매수하여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유럽 최대의 재벌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메디치가는 이번에는 직접 정치권력의 장악을 시도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왕실과 혼맥(婚脈)으로 연결하고 정적(政敵)들을 돈으로 매수하거나 무자비하게 제거했다. 교황 클레멘스 7세(1478~1534)는 창업자 지오반니의 고손자이기도 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가난이 싫어 돈벌이에 나섰던 피렌체의 평범한 상인 메디치는 끝내 유럽을 뒤흔드는 최고권력 중의 하나로 성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메디치재벌의 과욕이 빚은 바벨탑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슈퍼재벌 삼성그룹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비록 이미 지난 일이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잘 가늠되지 않는다. 그간 풍문으로만 떠돌던 재벌들의 정, 관, 언 커넥션이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창업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삼성그룹이 “왜 나만 가지고 그래”하며 반발할 경우 이 문제는 재벌들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의 새판 짜기 주장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차제에 언론개혁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왜 하필 이때 MBC가 사건을 터뜨렸는지 그 배경이나 동기도 자못 궁금하다. 삼성공화국 시비가
-
빗나간 겨냥, 춤추는 과녁 지면기사
“하늘이 두쪽이 나더라도 부동산 만큼은 확실히 잡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이라는 과녁을 향해 또 한번 화살을 날렸다. 부동산 과녁을 꿰뚫고 말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불굴의 염원으로 승화된 듯 하다. 임기의 절반이 다 되도록 한번도 과녁을 맞추지 못한채 무수한 화살(부동산 대책)을 낭비한 대통령의 입장에 서 보라. 오기가 날 일이다. 말이 곱게 나갈리 없다. 전쟁도 모자라 하늘의 운명까지 걸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부동산종합대책이라는 회심의 한 발을 시위에 걸어 놓은 마당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과 정부가 부동산이라는 과녁을 명중시키는데 실패한 이유는 춤추는 과녁에 겨냥을 잘못한 탓이다. 셀수 없는 대책들이 하나같이 살아움직이는 과녁인 부동산 시장을 묶어 놓아 투기세력들을 고사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녁은 춤추며 겨냥이 빗나간 화살을 요리조리 피해 나갔다. 대통령과 정부는 날려버린 정책이 잘못이 아니라 과녁인 시장이 잘못됐다고 강변한다. 살아있는 과녁을 맞추려고 나선 사수가 과녁이 움직인다고 푸념하는 꼴이다. 이번엔 제대로 겨냥해 시장도 살리고 투기세력도 박멸하기를 기대해본다. 대통령의 과녁 겨냥이 빗나간 사례는 또 있다. 통합논술을 대입 본고사 부활로 단정하고 서울대를 과녁으로 삼은 일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대통령이 과녁을 제대로 세운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문제는 대통령이 '나쁜 뉴스'라고 과녁을 세우자 마자 벌어진 일이다. 국정홍보처장은 모교를 비겁한 집단으로 매도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초동진압을 외쳤다. 그러나 여권이 화살을 난사했음에도 정작 과녁은 차분한 스텝으로 비난의 화살을 흘려버리며 꼿꼿하다. 정운찬 총장은 통합논술고사 도입 계획에 변함이 없다며 오히려 고교평준화를 재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제 이 과녁을 잡아내기 위해 대통령이 얼마나 극언을 쏟아내야 할지 모른다. 답답한 일이다. 대통령이 아예 걷어차버린 과녁도 있다. 낙하산인사 과녁이 대표적이다. 참여정부의 인사는 과거 정권의 인사와는 달리 철저한 인사검증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던 대통령의 약
-
가장 아름다운 단어들 지면기사
1980년대 말 미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20개의 영어 단어’는 이러했다. 1, melody(멜로디) 2, adoration(숭배) 3, virtue(덕, 善) 4, splendor(壯觀) 5, joy(환희) 6, honor(명예) 7, lone(고독) 8, divine(神聖) 9, hope(희망) 10, innocence(순결) 11, faith(신뢰) 12, modesty(겸손) 13, harmony(조화) 14, happiness(행복) 15, eloquence(웅변) 16, liberty(자유) 17, purity(청렴) 18, nobility(숭고) 19, sympathy(동정심) 20, heaven(천국). 그러자 많은 학생이 벌 떼처럼 토를 달았고 이의를 달았다. “참말로 고상한 단어들만 고르셨습니다. 그런데 음악 교수라면 몰라도 멜로디가 그리도 중요합니까. 고독은 또 뭐고 순결은 다 뭡니까. 웅변은 무슨…”을 비롯해 “그게 없으면 인간의 존재도 불가능한 love는 왜 빠졌습니까.” “모든 사람이 철이 들자마자 꿈꾸는 fortune(부자)은 왜 없습니까.” “전쟁은 해도 괜찮고 peace(평화)는 생략해도 좋다는 겁니까.” “glory(영광)는 왜 또…” “저희 보고 버르장머리 없다 하시면서 manner는 왜…” 등. 이런 이의 중 단연 으뜸과 백미, 장원 감은 어느 경제학과 학생이 제기했다. “교수님들! 20개 단어 중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단어가 빠졌습니다. payday 말입니다. 월급을 타셔야 기운도 차리시고 멜로디에도 취하시고 나중에 빠이빠이 천국에도 가실 게 아닙니까.” 독일인의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그들 민족성처럼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이다. 괴테학회와 독일어협회가 작년 5월부터 8월까지 111개국 독일어 사용자 2만2천838명의 추천을 받은 95개 단어 중 각계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가장 아름다운 독일어 단어 1위는 Habseligkeiten(소유)이었다. 2위는 geborgenheit(든든함)가 차지했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
-
판문점에서 생긴 일 지면기사
지난 주 판문점에 다녀왔다. 처음이다. 쉽지 않았다. 거의 한달 전에 인적사항을 넣고 기다렸다. 꼭 최일선을 봐야 분단을 실감하나? 그래도 가보고 싶었다. 몇 차례에 걸친 주민등록증 검사, 견학을 위한 교육, 인원과 소지품 점검…. 드디어 2열 종대로 정전회담장에 들어섰다. 영화에서 보았던 것보다는 좁아보였다. 테이블 한 복판을 가로지른다는 군사분계선. 그보다는 경비병들의 자세가 더 눈을 끈다. 차렷자세도 아니고, 기마자세도 아닌, 각도 잡힌 엉거주춤. 밀랍인형 같다. 유럽 관광지에서 보던 수비병과도 또 달랐다. 얼마나 힘들까. 몇교대 합니까. 군사기밀입니다. 인간을 지키기 위한 비인간적 자세. 판문점식 평화의 아이콘? 문제는 팔각정에서 터졌다. 팔각정에 오르시면 절대로 손짓을 하시면 안됩니다. 옛 자유의 집 자리에 세웠다는 팔각정에 오르기 전 안내사병은 다시한번 주의사항을 환기시켰다. 절대로? 그게 말처럼 쉬우랴. 저기가 북한 초소인가요? 자연스레 몇몇 팔이 올라갔다. 이야말로 자유대한식이다. 말로만 듣던 게 코앞에 있는데, 입만 움직여 물으라고? 그러나, 그걸로 견학은 끝이었다. 북한 관측병이 그 손짓을 수신호로 해석한다고 했다. 남북 간에 합의한 견학 규칙에도 손짓은 금지돼 있단다. 믿기 어려웠다. 설마, 가리키는 손짓을 북한을 그리워하는 신호로 해석할까. 그러나, 규칙이 그렇다는데 어쩔 것인가. 이른바 도끼사건이 일어났던 자리는 갈 수 없었다. '미친 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다.' 규탄데모에 동원되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궁금했던 현장이다. 아쉬웠다. 유엔경비사 캠프로 되돌아가는 버스 운전병이 그랬다. 판문점 견학단은 70%가 외국인입니다. 그 사람들은 규칙을 잘 지킵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아닙니다. 규칙을 위반해 놓고는 명함부터 들이밉니다. 나 이런 사람인데, 한 번 봐 줘라. 이런 얘기지요. 일동 썩소. 캠프엔 안보와 별 상관 없을듯한 물품을 파는 기념품점이 있었다. 분단 최일선까지 파고든 상혼이 놀랍다. 잘못하면 견학도중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무색하다. 아니다. 언뜻 스쳐지나가는
-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면기사
옛날 이야기다. 중국의 한 현명한 왕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정리해 달라고 당시 석학들에게 특명을 내렸다. 장기간의 연구와 노력을 통해 12권의 책을 만들었는데 왕은 이것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핵심만 정리해서 좀 더 간략하게 줄여보도록 하라”고 명했다. 석학들은 다시 내용을 정리해 “이것이 모든 지혜를 담은 한 권의 책입니다”라고 하며 올렸다. 그러나 왕은 세상엔 우민이 많아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을 수가 있으니 더욱 줄여보라고 명했다. 결국 줄이고 줄이다가 한 페이지로 정리한 후 다시 최종적인 한 문장이 완성됐다. 왕은 이 문장을 보고 매우 만족했다. 왕은 “후세 사람들이 이 문장의 지혜를 깨달으면 그들이 가진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겠구나”하면서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그것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였다. '2005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가 58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유명작가는 물론이고 젊은 작가의 작품이 실용성이나 예술적인 면에서나 상당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도자의 수준이 이제는 세계가 공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특히 도공들의 노력으로 이천·광주·여주 주민은 물론 인근 수도권을 비롯 전국에서 모인 국민들의 도자에 대한 관심이 첫해와 두해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단적인 예가 도자기 값을 후려 깎으려들거나 어떻게 공짜 도자기 하나 얻어보나 하는 관람객이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는 도자의 세계를 이해하는 일반인이 늘어났다는 증거로서 도자발전의 근간이 되는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작 행사의 주체로서 모처럼 형성된 분위기를 살려야 할 관(官)에서 재(?)를 뿌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 들린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세계의 경기도자를 알리는 행사건만 관공서 주변인물들은 엉뚱한 행태를 보이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비엔날레 한 관계자가 들려준 뒷얘기는 씁쓸하기만 하다. 행사 홍보 등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도 시원찮을 광역단체 고위간부들이 오히려 공짜도자기 상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