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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그루 나무가 주는 단상 지면기사

    “깊고 어두운 밤이 지나면 새벽 이슬로 곤한 잠에 빠져있던 세상의 낙원은 촉촉히 잠을 깬다. 한발씩 디딜 때마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지상과는 점점 멀어지고 내 눈앞에는 또 다른 세상의 낙원이 펼쳐진다.” 유명한 독일의 사상가 칸트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삼림욕을 즐겼다고 한다.나 역시 삶의 딜레마에 빠질 때면 숲을 찾곤한다. 이곳에서는 산소와 각종 식물이 만들어낸 살균물질인 피톤치드로 인해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양이 증가하는 양이온을 상쇄시켜 자율신경을 진정시키고 혈액순환을 돕는 음이온도 풍부하다.숲이 주는 혜택은 이뿐 아니다. 나뭇잎은 일정한 비율의 강우량을 차단하는데 땅으로 떨어진 강우는 속도가 줄어 토양의 파괴가 최소화 된다. 나무의 뿌리에 의해 생긴 토양의 공간은 물의 흡수와 기층을 제공한다. 따라서 수목은 뿌리를 통과하는 물의 일부를 소비하고 나머지를 지하로 천천히 통과시켜 토양침식을 막아준다. 이외에도 대기정화, 휴양기능 등의 공익기능을 환가 한다면 우리나라 삼림은 1년간 적어도 50조원 정도를 제공하는 든든한 자연의 보고가 되는 셈이다.특히 교토의정서가 1997년 최종 채택됨에 따라 삼림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흡수량을 탄소배출권으로 인정하고 있어 배출권거래서에서 매매가 가능해 경제적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삼림은 말 그대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하지만 이러한 삼림이 점차 훼손되어 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매 2초마다 축구경기장 넓이의 삼림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무분별한 개발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현재와 같은 삼림 파괴가 계속될 경우 머지 않은 장래에 지구 전체의 삼림 가운데 10%만 남고 모두 황폐화 될 것이란 우려다. '지난 30년 동안 파괴된 삼림의 면적이 1만년에 걸쳐 사라진 삼림 면적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주장이다.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건이 실제로 필리핀에서 일어났다. 라니냐의 영향권에 들 때마다 필리핀 대부분이 큰 피해를 입는다. 1991년 폭우로 레이테섬 서부에 홍수가 발생

  • 불어라, 복권바람아 지면기사

    1848년 1월 24일 아침 스코틀랜드 출신의 가난한 목수 마샬(James Wilson Marshall, 1810~1885)은 미국 서부 시에라네바다산맥 기슭 아메리카강변에 위치한 제재소의 배수로를 점검하고 있었다. 지난밤에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기 때문이었다. 빗물이 실어온 자갈과 암석 조각들이 배수로 바닥에 잔뜩 깔려있었는데 그 속에 희미하나마 황금빛을 발하는 콩알만한 물체들이 섞여 있었다. 그중 몇 알을 주워 확인해본 순간 알갱이들은 순도가 매우 높은 사금(砂金)들이었다. 졸지에 대박을 맞은 마샬은 이 사실을 굳게 다물었으나 보안유지기간은 오래가지 못했다.극소수 카우보이들 사이에서 간간이 퍼지던 소문이 6개월도 채 못되어 유럽은 물론 태평양 건너 중국에까지 퍼져나갔다. 1849년 한해동안에만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서 8만여명이 행운을 쫓아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다. 골드러시의 시작이었다. 가난에 찌든 수많은 서민들이 골드러시 대열에 편승했으나 이들 중 부자의 꿈을 실현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의 포티나이너들(forty-niners)은 이전보다 더욱 심한 가난으로 고통받아야 했다. 대박신화를 쫓았던 무수한 사람들을 낭패케 했던 골드러시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의 미국을 건설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새로운 복권이 곧 등장할 모양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복권위원회를 열어 체육, 슈퍼더블, 플러스 등 13종의 종이복권을 즉석복권 3종과 추첨복권 1종 등 4종류로 간소화하여 내달 17일부터 판매하기로 했다. 당첨금액도 로또복권에 버금간다. 동전 등으로 긁어 즉석에서 확인하는 즉석복권의 1등 당첨금만 10억원이다. 추첨식 복권의 최고 당첨금은 20억원이다. 당첨확률을 획기적(?)으로 제고한 소액복권도 선보인단다. 침체된 복권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해 볼만하다.로또복권은 종이복권시장의 침체를 가속화시켰다. 당첨확률은 고사하고 당첨금액면에서 로또와 너무 현격한 탓인지 전체 복권판매액에서 로또가 차지하는 비중이 95%이상이다. 급기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복권도 생겨났다. 유서 깊은 주택복권은 아예 없앴다

  • 億億하는 부동산 투기 열풍 지면기사

    요즘 우리 사회는 머니게임이 한창이다. 넘쳐 흘러나는 자금이 돌아다니며 곳곳이 투기장화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시장이 멈칫하자 주식시장이 흥청이더니 올 봄에는 아파트 시장이 과열 기미를 넘어 투기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자금의 집중화 현상이 극도로 심화되면서 경제·사회 여러 곳에 주름살이 끼고 있어 그 후유증이 염려될 지경이다.부동산 가격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강남을 시작으로 수도권 일대의 아파트 가격이 10%이상씩 폭등하거나 더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목동에서 과천에서 분당에서 송파, 강남, 서초구 등 소위 말하는 블루칩 아파트들의 폭등 소식이 억억(億億)하면서 귀청을 때린다. 정부의 8·31대책이 나온지 수개월도 안돼 투기 열풍이 재연된 것이다.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좌절과 소외감 마저 드는 것이 우리 서민들의 심정일게다. 30평대 아파트가 10억원을 호가하는 것은 보통이며 40~50평형대는 15억에서 20억원을 훨씬 뛰어 넘었다고 하니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하지만 문제는 백약이 무효라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가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현실이 이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원인은 정부의 투기 억제책이 연속적으로 실패한데 기인한다. 풍선은 어느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삐져 나오게 마련이다. 부동산 투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강남 부동산만 잡으면 투기가 더 이상 번지지 않을 것처럼 보고 있지만 그건 아니다. 눌린 풍선처럼 다른 곳에서 투기가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강남을 벗어난 수도권 다른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벌써 폭등한 곳이 제법 많다. 그리고 그 여파가 다시 강남지역으로 되돌아와 가격을 더 폭등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 요즘의 아파트 가격이다. 여기엔 판교 아파트 분양 열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평당 분양가가 서민평형도 1천300만원대에 이르고 중대형 평형은 1천800만원에서 2천만원대를 육박한다고 하니 인근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은 당연한 논리

  • 교양과 인격부터 갖춰야 지면기사

    대권(大權)에 올랐거나 대권을 향해 뛰는 대권주자라면 무엇보다 교양과 인격부터 갖춰야 한다. 배울 것도 배우고 동서고금 책다운 책권도 좀 읽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존재 급 이유’까지는 몰라도 생각도 좀 할 줄 알아야 대권자 또는 대권주자로서 제격이다. 그래서 국가 미래의 대로가 어느 쪽으로 틔었고 역사란 무엇이며 좌향좌는 어느 쪽이고 우향우면 어디로 가는 길이라는 것쯤은 각성할 수 있어야 어울린다. 그런데 당랑거철이라고 했던가, 한 마리의 사마귀가 팔을 벌린 채 거대한 수레바퀴를 막아 진로를 거꾸로 돌리려는 무지망작(無知妄作)을 우리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지 않은가. 도무지 표리(表裏)가 없는 ‘뫼비우스의 띠’가 아니라 겉과 속의 구분도 없는 소리만 해대는 역겨움이라니! 선현들이 사람됨을 가리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보자. 생김새(身)야 그림이 원래 그러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말(言)은 어떤가. 대권자나 대권주자 누구를 봐도 진중하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하고 미덥지가 못하다. 교양(書)도 그렇다. 책권깨나 읽고 문자깨나 쓰는 인물은 눈을 씻고 봐도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나라와 미래를 위한 크나큰 판단(判)을 어찌 기대할 수 있겠는가.야스쿠니 참배를 고집하는 일본 총리를 가리켜 “고이즈미, 이 사람은 역사도 철학도 모르면서 공부도 안하고 문화적 소양도 없다”고 질타한 사람이 있다. 요미우리신문의 와타나베(渡邊恒雄) 주필이다. 그것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랬다. 무라야마 전 총리도 1995년 8월의 ‘무라야마 담화’―‘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아프고 매운’ 반성은커녕 뜨뜻미지근한 반성도 하지 않는 후안무치를 탓함이리라. 그러나 고이즈미는 문자라도 쓸 줄 안다. 지난 1월 국회 연설에서 ‘지사불망재구학(志士不忘在溝壑)’이란 말을 했다. ‘지사가 뜻을 이루기 위해선 길가의 도랑과 골짜기에 자신의 시체가 버려질 수도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그는 또 ‘노부나가의 관(信長の棺)’이란 책을 신주처럼 받들어 읽는다고 했다. 노부나가라면 일본 전국시

  • 공부 이데올로기 지면기사

    한 탈북여성의 수기를 읽다가 책장을 쉬 넘길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을 만났다. 자신이 남쪽에 내려와서 죽음을 강렬하게 느낀 순간에 관한 솔직한 고백이었다. 국경을 세 번이나 건너면서 데리고 온 아들이 남쪽의 초등학교에서 성적이 중하위권으로 떨어졌을 때 그녀는 죽음을 생각했단다. 유치원 시절부터 가르쳐온 아들의 피아노 실력도, 제법이던 글솜씨도 바닥을 헤매게 되자 자살의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이 심리를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나. 가슴이 답답해졌다.굳이 이해하려 들자면 못할 것도 없다. 한 번 넘어왔던 두만강을 되돌아가서 둘러업고 온 아들은 그녀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지가지 없는 남쪽에서 하나 남은 희망이 무너져 가니 무슨 보람으로 살 맛이 났겠는가. 더구나 그녀는 곧바로 자신이 어리석었노라고 뉘우치고 있었다. 하지만 내 명치끝은 여전히 뻐근했다.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또 읽어주고…그래서 아이를 미국 명문대에 진학시켰다는 광고가 떠오른다. 맹모(孟母)도 그렇게는 못했으리라. '어머니는 가장 훌륭한 선생님입니다'. 강남 어머니들은 학원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는지 점검하기 위해 자신이 영어 수학 과외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중학교 신입생이 고교 수학을 '선행학습'해야 안심하는 사회의 어머니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여유 있는 엄마들은 맹모 따돌리기에 전력투구하느라 자신의 삶은 돌볼 겨를이 없고, 일하는 엄마, 가난한 엄마는 책을 읽어주고 또 읽어줄 겨를이 없어 죄책감을 강요당한다. 북쪽에서 온 엄마가 죽음을 생각했던 밑바탕에도 이런 강박관념이 어른거리고 있다.여기서 '공교육 정상화' 따위 공자님 같은 이야기는 접어두자. 공교육은 분명 정상화돼야 하지만, 혁명에 가까운 교육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그 꿈은 실현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사 학부모 시민들의 노력은 소중한 것이고 더 강력하게 진행돼야 마땅하다. 다만 이 땅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목숨걸고 내달리게 만드는 '공부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집중해 보자는 것이다.'공부 이데올로기'는 '성공

  • 국가유공자 가산점 논란 지면기사

    국가 유공자 취업 가산점 제도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군복무 가산점제도 폐지 당시의 논란만큼이나 뜨겁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공무원 7, 9급시험 및 교원임용시험에 응시한 국가유공자 가족에게 10%의 가산점을 주도록 한 국가유공자예우 및 지원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관련 법조항이 일반인들의 취업 기회를 제약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2007년 6월30일까지 위헌적인 법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헌법불합치 결정은 관련법규가 위헌적인 요소가 있지만 법률 공백을 막기 위해 법개정때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유공자 10%가산점 제도의 경우는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유효하다. 사회적인 동의가 필요한 제도개선이나 국가 사업에는 많은 물의가 따르게 마련이다. 미군기지이전, 핵폐기물처리장, 장례식장 등 지역간, 국가와 주민간, 주민과 주민간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설득과 인내가 필요하다. 물론 때로는 국가 또는 다수의 이익, 시대의 변화와 같은 이유로 강제해결이란 수순을 밟기도 한다.그러나 이번 만큼은 좀더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득권 박탈 대상이 대한민국의 현재를 가능케 한 국가유공자 및 그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헌재가 군복무 가산점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것과 달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도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12월23일 군복무 가산점제도를 폐지시키면서 그 이유로 남녀평등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달았다. 또 가산점이 적용되던 98년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비제대군인이 합격자의 3.3%에 불과했던 것도 위헌결정을 끌어낸 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군복무를 의무적으로 이행한데 대한 최소한의 국가보상을 박탈당한데 대한 전역자와 군복무자들의 불만은 대단했었다. 가산점이 결코 특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가산점이 군복무로 불이익을 강제당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 환율에 떠는 중소기업 지면기사

    요즘 만나는 기업인들마다 이구동성으로 환율 때문에 기업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수출관련 중소기업인들은 아예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달러환율이 2002년 2월의 1천327.7원을 정점으로 달러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 최근에는 900원대 중반조차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해 들어서는 달러화가 마치 봅슬레이를 타듯 빠르게 미끄러지고 있다.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고는 하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고단하다. 장기간의 내수부진에다 중국 등의 저가공세로 매출이 신통치 못하다. 더구나 고유가 탓에 원자재가격이 상승행진을 거듭하는 터에 인력 확보난에 따른 인건비부담 가중까지 가세함으로써 수익성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납품업체들의 사정도 그다지 좋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대기업들의 납품업체에 대한 횡포를 억제하기 위해 납품대금에 대한 현금결제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대기업들의 ‘기름 짜기’식 납품업체 압박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경이니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차제에 중소기업들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 제2금융권으로 몰려 상호저축은행의 중소기업대출금액은 사상최고를 기록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중소기업들은 환율폭풍에 강타를 당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그런데 환율문제는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최근 새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 의장에 취임한 벤 버냉키 교수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최대주범으로 산유국을 포함한 아시아국가들의 비상한 경상수지흑자를 지목하고 이런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세계경제 전체가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중국 위안화는 물론 원화에 대한 압박강도를 더욱 높일 것은 명약관화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원화가 여전히 고평가되어 있다며 버냉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러니 재계가 달러화의 추가하락여부에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기업들은 올해 경영계획을 수정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른바 환율경영이다. 그 와중에서 현대, 기아자동차가 환율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되자 부

  • 음주운전 빼곤 다 괜찮다? 지면기사

    영 개운치 않다. 지난번 국무위원 인사 말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쳤고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했고 신임장관들이 장관석에 착석했으니 그냥 넘어가도 될 법 한데 가슴속에선 불편한 잔상이 끊임없이 솟구친다. 어차피 떠나버린 버스인데도 “스톱, 스톱!” 외치며 손사래를 치고 싶으니 묘하다.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버스 떠난 정류장, 매캐한 매연이 가득한 그 자리에 음주운전으로 승차를 거부 당한 사람들이 콜록대고 있다. 발차 시간에 늦은 것도 아니요, 남들 보다 뒷줄에 선 것도 아닌데 그 웬수 같은 음주운전에 걸려 떼밀린 사람들이다. 문제는 떠나 버린 버스에 승차해 느긋한 사람들의 면면이다. 음주운전 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법 위반자와 범법 혐의자들이 태반이다. 택시기사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골라 태우다간 멱살잡히기 십상이다.버스를 타고 떠난 사람들의 문제는 이미 다 공개됐다. 유시민 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법의 지역가입자 신고의무를 위반하고 보험료를 미납했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선거법위반 혐의로 검찰이 소환을 종용하는 처지이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여당 의원 조차 그를 낙마시키려 국가기밀문서를 공개하는 바람에 톡톡히 봉변을 당했다. 김우식 과기부총리는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면서도 대기업으로 부터 사무실을 지원받아 사용했다. 그리고 정세균 산자부장관은 6년간 78차례나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 인품에 대한 인상주의적 비판이나 재산형성 과정의 도덕성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다 해도 법적 시비를 엄격하게 벌일 경우 얼마든지 장관 결격사유가 될 수 있는 커다란 '잡티'들이다.하지만 청와대와 당사자들은 인간적 이해나 상식선의 관용을 내세워 잡티 많은 이들 모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유 장관은 고의적이 아니니 봐줘야 하고, 이 노동장관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지켜봐야 하고, 정 장관은 지역구인 무·진·장(무주·진안·장수)이 무진장 멀어 운전기사가 무리한 탓이니 어쩌겠느냐'는 변명을 달고서다. 물론 보통사람들의 일이라면 까짓거 살다보니 겪은 횡액으로 여길만한 변명이다.하지만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비추

  • 21세기 아시아 3國은? 지면기사

    중국의 용틀임이 대단하다. 중국은 작년 1년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파키스탄, 잠비아, 모잠비크, 미국 등 20개 재난국에 총 26회에 걸쳐 원조금을 보냈다. 인도양 쓰나미 발생 다음날 가장 먼저 2천163만위안을 전달한데 이어 5억위안(약 700억원)을 추가로 보냈고 국제기관을 통해 2천만달러를 기부했다. 인도네시아 해일 피해에만 약 1천억원의 엄청난 원조를 한 것이다. 의료팀, 국제구원팀, DNA 검사팀 등도 파견했고 복구사업에도 적극 가담, 지원 프로젝트를 신속히 실행했다. 미국 남부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에도 500만달러와 구호물자를 제공했고 파키스탄 지진 때도 2천673만달러의 돈과 1천930t의 물자를 보냈다. 의료팀도 2천명이 넘었다. 루마니아 수해, 이란 지진, 잠비아 폭약공장 폭발 등 지구촌 어디든 가장 먼저 달려가는 나라가 중국이다.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과시인가. ▲작년 무역총액→전년비 23% 증가한 1조4천221억달러 ▲무역흑자→전년의 3배인 1천20억달러 ▲GDP(국내총생산) 성장률→9.9% ▲GDP총액→6년간 2배 증가, 프랑스를 제치고 미, 일, 독, 영국 다음 5위 ▲상하이항 화물 취급량→세계 1위인 4억4천300만t…. 중국의 경제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다. 2017년이면 미국의 GDP를 추월할 것이라는 ‘이코노미스트’지 금년 보고서대로 실현될 것인가. 중국은 군사력 증강에도 혈안이 돼 있다. K8형 군용기 80기를 이집트에 수출한데 이어 파키스탄 등과도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모함 보유도 제11차 5개년계획(2006~2010년) 안에 실현할 예정이다.쩡페이옌(曾培炎) 부총리가 지난달 스위스의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은 이제 자본주의가 뿌리내렸다”고 선언한 그 중국을 가리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엊그제 상·하 양원 일반교서 연설에서 “중국과 인도(Chindia)가 새로운 경쟁국”이라고 선언했다. 일본이 140년 전 메이지 유신 때부터 “베이고쿠 오이쓰케 오이코시(미국 따라붙자 추월하자)”라고 외쳤다면 요즘 중국은 “메이궈 추이깐 추이꿔(미국 따라잡자 앞

  • 광대영화와 정치광대 지면기사

    Y! '왕의 남자'를 보았겠지. 평생 광대를 자처하는 자네가 이런 영화를 놓칠 리 있나. 공길과 장생이 마지막 줄을 타면서 그러더군. 다시 태어나도 광대가 되겠다고. 자네 생각이 많이 났어. 참 잘 만든 광대영화라는 생각에 한참 객석에 앉아 있었다네. 왕남폐인들이 영화를 보고 또 보는 심리가 이해가 가더군. 관객이 벌써 800만을 넘어섰다지?보고 와서야 흥미로운 평을 하나 발견했네. 어느 제작사 대표가 그랬더군. 10대와 20대는 이 영화를 멜로드라마로 보고, 30대·40대는 광대놀이로, 50대이상은 왕정극으로 본다. 재미있지 않나? 내 영화감수성이 나이에 딱 들어맞는다는 게 말일세. 탈춤 공연이 독재타도 시위로 이어지던 대학시절이 떠오르더군. 그 때 우리는 탈판의 신명이 데모의 전위가 아니라 그냥 삶의 신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지. '왕의 남자'는 그 세상에 한걸음 다가갔다는 증거일까 아닐까.하여튼 왕남의 결정적 성공요인은 이처럼 다면적 감상이 가능한 영화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은 정곡을 찔렀다고 보네. 대중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수성과 눈높이에 따라 즐길 수 있는 한국영화가 어디 그리 흔한가. 앞서 관객 1천만을 돌파한 두 편의 영화(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만 해도 단일한 주제와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 아니었나? 왕남은 그런 점에서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영화일 듯하네.어느 대학교수가 한국인들의 영화감상 태도를 관찰한 이야기가 생각나는군. 한국인들이 한국영화를 보는 방식과 할리우드 영화를 감상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거야. 국산영화는 비판적인 눈으로 보지만, 양코배기영화는 그저 즐긴다는 것이지. 그러니까 한국영화는 소수의 관객과 다수의 비평가가 객석에 앉아있는 셈이고, 할리우드영화는 그 반대라는군. 날카로운 지적 아닌가?약간 다른 맥락이기는 하지만, 왕남을 둘러싼 이런저런 '정치적 해석'이 난비하는 것 또한 이런 감상태도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이. 영화를 즐기기보다 숨겨진 풍자코드를 애써 찾아내고 그걸 견강부회해서 이용하려니 객석에 앉아있는 동안 얼마나 골치가 아팠겠나. 하긴 미스터빈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