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방민호 칼럼] 인터넷과 민주주의 지면기사
오래 전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화 혁명이 막 부각될 때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던 의제가 있었다. 인터넷은 민주주의를 증진시킬 것인가, 저해할 것인가? 그 무렵만 해도 가상공간이 이처럼 거대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는 보통 사람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필자 또한 그런 필부 가운데 하나였다. 인터넷의 확산, 보급은 정보 공유로 직결될 테고 이는 보통 사람들, 서민들, 민중, 중산층의 의식 각성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다. 한국은 인터넷과 휴대전화 보급에서 첨단적 수준을 갖춘 나라로 비약했고 모든 면에서 과거의 개발도상국이라든가 제3세계의 일원이라든가 하는 상황과는 절연해 버렸다. 그러면 민주주의와 인터넷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는가? 정치인, 선거 움직이는 여론에 촉각온갖 채널 통해 왜곡·변형되기 일쑤 한국은 국민들의 보통선거를 통해 국가 최고 지도자와 의회에서 일할 사람들을 선출하는 나라다. 선거가 국가 운영의 방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각각의 정치적 세력들은 이 때문에 선거에 명운을 건다.그리고 이 선거를 움직이는 것은 여론이다. 정치세력들은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형식상 이 여론을 대표하는 것은 방송과 신문이고,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매체들이며, 특히 최근에는 유튜브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여론조사 기관이라는 것이 우후죽순 생겨 시시각각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조사한다. 그 결과는 각종 통계로 수치화되어 발표된다.참으로 다이내믹하다 못해 숨이 가쁘다. 하루종일 다른 것 안 하고 이런 것들만 보아도 하루가 다 가고 심심치가 않다. 세상 어느 나라도 우리 한국만큼 리듬이 빠르지 못할 것이다.민주주의는 그 속도만큼 증진되는 것 같지 않다. 이것이 최근 필자가 도달한 결론이다. 무엇보다 여론은 인터넷을 통과하면서 굴절되다 못해 왜곡, 변형되기 일쑤다. 온갖 채널의 시사 프로들, 각종 정치 성향의 유튜브들은 무엇이 국민들의 진실한 생각이고 느낌인지 제대로 전달해 주지 않는다. 각종 '여론기관'들은 자신들의 신조에 따라 여
-
[이남식 칼럼] 미래 번영 Next Prosperity 지면기사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4월 추정한 세계 각국의 GDP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가 1조8천47억달러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인도,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세계 12위이며, 1인당 국민소득은 3만4천994달러로 인구 5천만명 이상인 국가 중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6번째이며 3만4천777달러의 이탈리아도 앞질렀다. 아마도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도 우리는 경제적 번영을 누리는 시기에 살고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식량 가격의 변동, 미중관계의 악화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깨지고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는 세계적인 기류에 따라 2008년 IMF경제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94억7천만달러로 1956년 이후 최대 월간적자이며 올해의 누적적자도 247억달러로 66년 만에 최대치이다. 또한 2021년의 총인구는 5천173만명으로 인구집계가 시작된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9만1천명이 감소하여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는 가속될 전망이어서 생산인구의 감소, 소비저하 등이 예견되고 있다.향후 경제성장을 통하여 미래의 번영을 지속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도 벌써 3개월이 지났으나 미래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발표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의 세계적인 상황에 맞추어 대한민국의 미래 번영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 보고자 한다. 최근 들어 K-culture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많이 해소되는 좋은 소식이 있는 가운데 지난 70여 년 산업화의 결과로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을 기반으로 자동차, 조선,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 등 세계 최고의 산업기술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다고 본다. '스마트시티
-
[춘추칼럼] 공자가 사표를 쓴 이유… 선물(膳物) 공동체
공자는 56세 나이에 조국 노(魯)나라의 검찰총장(大司寇) 직책에 사표를 던졌다. 공직자로서 한창 잘 나가던 공자가 사표를 쓰고 14년간 주유천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선물 때문이었다. 자신이 모시는 왕이 제사를 지내고, 제사 지낸 고기를 선물하지 않은 일에 대한 강력한 의사 표현이었다. 공자가 사표를 던진 이유가 선물 때문이라니, 사람들은 수군댔다. '선물(膳物)'의 선(膳)은 제사에 희생(犧牲)으로 쓰인 고기라는 뜻이다. 선(膳)은 고기(肉)+좋은 것(善)의 합자다. 옛날 사람들은 고기(膳)를 주는(賜) 행위를 선사(膳賜)한다고 하였다. 고기와 음식이 귀했던 시절, 축제(제사)가 끝나고 음식을 나누는 것은 공동체 일원이라는 확인이었다. 제사를 지내고 제사 지낸 고기를 참가자들과 나누어 먹는 일은 일종의 선물 공동체의 규칙이었다.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는 대상이 되느냐와 얼마나 받느냐는 공동체에서 그 사람의 지위와 신뢰를 나타내는 지표였다. 제사 음식을 선물로 받지 못하면 공동체에서 소외되었다는 뜻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중 공동체 제사에서 제사 음식을 나누는 일은 권력이었다. 종가의 종손은 제사에 참여한 사람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몫을 나누어 주었다. 술과 음식을 얼마나 받았느냐는 그 공동체에서의 개인의 위상과 비례한다. 공자는 노나라 왕의 선물 공동체에서 배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더는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힘이 없어졌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월급만 받고 세월을 보내는 일은 공자의 마음이 용납하지 않았다. 자기에게 힘을 실어줄 새로운 선물 공동체를 찾아 떠나는 것이 공자에게는 대의(大義)였다.이번 추석 때도 어김없이 선물이 오간다. 선물을 누군가에게 받았다는 것은 여전히 선물 공동체의 일원으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추석 때 나에게 선물을 준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의 선물 공동체 안에 속해 있다는 확신을 가져도 된다. 대통령이 준 추석 선물이 중고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될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의 선물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
[윤인수 칼럼] 국민은 정치 태풍을 키우고 있다 지면기사
힌남노가 한반도를 덮쳤다. '사라'와 '매미' 보다 강력한 슈퍼 태풍이다. 국토 전체를 뒤덮은 먹구름에서 비가 쏟아지고, 건물 사이를 질주하는 바람의 울음이 스산하다. 오늘 새벽 쯤이면 제주를 강타하고 남해에 상륙한 태풍의 세력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예보였다. 남해에서 스치듯 동해로 빠져나가면 감지덕지다. 만일 내륙 깊숙이 상륙하면 최악이다. 전국민이 힌남노의 진로를 주시하며 밤을 샜을 테고 나라 곳곳에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전국이 힌남노 공포에 휩싸인 5일 정치권은 평상심을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대선 때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허위 해명을 했다는 주장이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특검 발동을 경고했다. 앞서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백현동 특혜의혹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소환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오늘이 이 대표 소환일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이 대표의 검찰 출두 여부에 집중될 것이다. '국민' 입에 단 정치인 '재난예방' 함께해야여민은 동락할때 보다 동고할때 더 큰 의미 대통령이 고발당한 날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전국위원회를 열어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준석 축출을 위한 첫 비대위가 법원 심판으로 무산되자, 당헌까지 바꾸어 새 비대위 구성에 박차를 가했다. 이준석 죽이기가 무슨 역사적 소명이라도 되는 것인 양, 끝을 보려 여당의 위상도 공당의 기본도 팽개쳤다.같은 날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예능감을 한껏 과시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수사에 대한 질문을 퍼부었다. 이 후보자는 보고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이 반복됐다. 당연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와 감독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후임인 박범계 전 장관도 이를 유지했다. 선택적 망각은 코미디의 단골 소재다. 김 의원의 한 방에 국민
-
[윤상철 칼럼] 다규범사회, 무규범사회 지면기사
보호종료아동(?)의 연이은 불행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이 사회문제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안이 아니다. 두 청년의 죽음으로 촉발되었으나 주기적으로 제기되었고 그 대안들이 재탕삼탕 거론되었으니 말이다. 또 한번 신문과 방송을 소비하다가 사라져 갈 것이다. 이들을 담당했던 구청 아동복지과 직원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경제적 추가 지원이 아니라 정신적 멘토라고 말한다. 아마도 정부는 이들에 대한 사회복지예산을 증액하는 수준에서 생색만 내고 덮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18세를 넘어선 사회적 성인인 이들에게 정신적 멘토링이 가능할지는 의심스럽다. 이들을 아동취급하는 언론의 시선도 그렇거니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소년시절에나 필요할 듯한 수준의 멘토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마땅치 않다. 젊은 대학생들에게 부모나 교수들, 심지어 선배들조차 영향력있는 타자들이 아닌 이 사회에서 과연 멘토링이 가능할까? 사실 그들은 자신들을 이끌 아무런 규범도 없는 상태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른바 아노미현상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고와 행위를 이끄는 옮고 그름의 기준이 없는 상태이다. 사실은 극심한 사회변동으로 다양한 규범들이 충돌하면서 사람들이 어느 규범을 따라야 하는지 선택할 수 없는 상태이다. 에밀 뒤르껭이라는 프랑스의 사회학자는 이러한 아노미상태에서 자살, 범죄 등과 같은 사회적 일탈이 발생하고 그러한 일탈행위들이 전면화되면서 사회적 해체로 나아간다고 보았다. 로버트 K. 머튼이라는 미국의 사회학자는 문화적 목표와 제도적 수단간의 괴리로 인해 일탈이 발생하고 사회적 통합이 지연되는 상태를 아노미로 보았다 민주화운동 시절에 이른바 운동권 학생들은 민주주의라는 문화적 목표를 위하여 국가보안법이라는 제도적 수단을 거부하는 개혁의 태도를 취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스승에 대한 예를 취하고 도로교통법을 준수함으로써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의 규범을 가지고 있었다.여당대표, 일탈적 행위 인정보다는'당내 권력갈등 피해' 동정
-
[전호근 칼럼] 지금 당장 행동해주세요 지면기사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환경다큐멘터리와 영상물이 넘쳐난다.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데이비드 에튼버러(David Attenborough)는 지난해 영국의 방송사 BBC에서 제작한 6부작 다큐멘터리 '완벽한 행성, 지구'의 해설을 맡아 지난 50년 간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60% 줄었다고 이야기하며 이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구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조용하지만 단호하다. 스웨덴의 저명한 기후학자 요한 록스트롬(Johan Rockstrom)은 TED 강연에서 지구 위험 한계선 개념을 이야기하며 현재의 인류는 한계선을 넘었다고 경고한다.두 과학자의 진단에 따르면 인류는 이미 자연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다른 동식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 뿐 아니라 인류 스스로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안겼다. 그렇다면 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요한 록스트롬은 인류의 현재를 어두운 산길을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했다. 자칫하면 절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과학은 자동차가 달리는 앞길을 비춤으로써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전조등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과학이 전조등 역할을 해야 한다는 록스트롬의 주장은 온당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지금의 인류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전조등보다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는 일이다. 과학과 함께 윤리가 요청되는 이유다. 안정적 기후로 문명 꽃피웠던 인류산업혁명 이후 무리하게 경제활동자연 망가뜨려 전지구적 위기 도래 동서를 막론하고 인류문명은 자연이 준 선물이다. 일반적으로 문명의 시작을 야생 식물의 작물화와 야생 동물의 가축화를 기점으로 삼지만 사실상 인류가 장기간에 걸쳐 목축과 농경에 종사할 수 있게 된 결정적 기회는 오랜 빙하기가 끝나고 1만년 넘게 지구의 기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류는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서 문명을 꽃피웠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지구가 견디지 못할 정도의 무리한 경제 활동으로 자연이 준 선물을
-
[이재우 칼럼] 대한민국, 병자호란 이후 최대의 위기이다! 지면기사
국제질서와 경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힘의 공백을 이용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벌써 6개월째다. 인류의 탐욕으로 촉발된 기후 변화는 전 세계에 이상 기후를 촉발하고 있다. 유럽은 전례 없는 불볕더위를 겪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이른 가을장마로 국지성 폭우가 발생하여 안타까운 인명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폭우로 인한 반지하 가옥의 침수는 어려운 서민을 더욱 옥죄고 있다. 일대일로를 기반으로 패권 국가로 나아가려는 중국은 일강 체제를 위협하여 미·중 갈등을 증폭하고 있다.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중국을 자극하여 대만의 전 해역에서 중국의 군사훈련을 촉발하였고 미·중 갈등은 동북아시아에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중국 초강대국 틈바구니서살아남기 지피지기 제대로 해야우리자신 역량 정확한 파악 중요 위기를 직시하자!대한민국은 현재 정치, 경제, 환경, 기후, 무역, 군사, 산업 등 전 분야에 걸쳐서 동시다발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직전에 국제정세 변화를 읽지 못해서 우리나라는 청나라의 침략을 받았다. 청의 홍타이지는 침략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지만 조선은 국제정세를 읽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군사적인 면에서 청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결국 인조는 삼전도에서 굴욕을 당했으며 조선 백성의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직전에 동북아시아는 쇠망의 길로 들어선 명과 패권을 꿈꾸던 청의 발호로 신구 세력이 첨예하게 충돌했다. 그 와중에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조선의 패배는 예견된 일이었다. 작금의 세계질서는 어떠한가?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발흥하고 있는 중국은 패권 국가를 꿈꾸며 중국몽을 부르짖고 있다. 반대로 1차 세계대전 이후 100년의 황금기를 구가하면서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은 모든 면에서 쇠퇴의 길로 들어선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지는 해이고 중국은 뜨는 해일까? 초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지피지기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판단과 대응은 나라의 운명을 갈라놓을 것
-
[박석무 칼럼] 법의 적용은 최측근부터 시작하시오 지면기사
정조 18년은 1794년으로 다산의 나이 33세 때였다. 그해 6월 아버지 상으로 입었던 복을 벗자, 7월23일에 성균관 직장이라는 벼슬이 내렸다. 10월27일 홍문관 교리에 제수되었다가 28일 홍문관 수찬으로 옮겼다. 그날 밤 임금에게 불려간 정약용은 29일에는 경기도 암행어사에 임명되고 11월15일까지 암행어사로 행했던 일을 복명하라는 엄한 명령을 받았다. 임금의 높은 신임에 능력까지 뛰어난 정약용은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자로서의 모든 지혜를 발휘할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정말로 잘 나가던 시대의 다산 이야기가 생생하게 기록으로 전하는 내용이다. 연천(漣川)·삭녕(朔寧)·마전(麻田)·적성(積城) 등 네 고을을 집중적으로 염탐하라는 임금의 뜻이었다. 다산, 임금 최측근 김양직·강명길의비행·부정비리 샅샅이 밝혀내 직보 현지에 도착해 목민관들의 비행을 살피는데, 현직 목민관들보다는 진짜 큰 부정과 비리의 공직자는 전 연천현감과 전 삭녕군수였다. 연천현감 김양직(金養直)은 궁중의 지관(地官) 출신으로 왕족들의 묫자리를 잡아주는 임금의 최측근이었고, 삭녕군수 강명길(康命吉)은 궁중의 어의(御醫)로 임금의 주치의였으니 가깝기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이였다. 그들의 비행이나 잘못을 말하는 누구도 없어 그들은 5년이 넘도록 오랜 재임기간에 온갖 못된 짓을 했지만 무사하게 임기를 마치고 돌아간 상태였다. 강직하여 불의를 참지 못하던 정약용은 아무도 건들지 못하던 김양직과 강명길의 부정·비리를 샅샅이 밝혀내 임금께 직보하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김양직은 5년 동안 관직에 있으면서 온갖 악한 짓을 했습니다. 마음씨가 밝지 못한 데다가 술타령만 일삼고, 탐학한 정치만 하면서 기생만 가까이 했습니다…'라고 시작되는 보고서에는 숨겨진 비행 모두를 시원스럽게 폭로하였다. 강명길에 대해서도 '늘그막에 탐욕이 끝이 없고, 야비하고 인색함이 매우 심한 자로서 백성의 소송과 관무(官務)에는 머리를 저으며 관여하지 않고, 식비와 봉록을 후려쳐 차지하고 멋대로 거두어들였습니다…'라는 엄혹한 내용의 비행을 샅샅이 밝혀
-
[김헌수 칼럼] 'R의 공포'에 美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까지 지면기사
지난 6월 중순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애플이 긴축경영에 돌입하면서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으로 전이되면서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MS,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은 하나같이 지출을 줄이려 감원과 긴축재정을 발표하는 등 국내·외 시장 전 저변에 경기 '불황'의 실제적 하락세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R의 공포에는 원치 않은 경기침체와 물가를 지속 상승(Inflation)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수요공급 불균형의 예로 소비자가 일시에 상품을 구매하려다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도 있겠고, '비용인상 인플레이션'도 한 원인 제공에 인과성이 크다. 이는 대개 원자재나 임금 등이 갑자기 오르거나 지나친 유동성으로 인한 것으로, 대표적 사례로 1970년대 오일 쇼크는 원유 가격을 70%나 올리면서 물가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게 돼 美 연준(Fed)이나 유럽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물가 안정화에 성공한 계기가 있다. 미국의 유례 없었던 기준금리 인상우리경제에 미칠 영향 만만치 않아한은 '세차례 연속 인상' 기록 갱신 미 연준이 지난 6월에 이어 7월 하순에 물가를 잡기 위해 단행한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0.75%)의 기준금리 인상은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이러한 금리정책 결정에 모든 이가 우려하고 있다. 이는 28년 만의 일로 1994년 이후 초강수의 스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8.6%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금리 정책은 대부분 순차적으로 베이비 스텝 0.25%, 빅스텝 0.50%, 그리고 아주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취할 수 없는 조치가 바로 자이언트 스텝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은 경기 침체나 둔화의 주범인 시중에 넘쳐나는 '돈(Liquidity, 유동성)'에 대한 해결책과 실마리로, 덜 위험하면서 안전한 예금으로 몰리게 해 인플레이션을
-
[방민호 칼럼] 다시, 개벽 지면기사
전북 정읍에서 이 고장의 문학을 이야기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내 전공은 소설이므로 정읍의 소설가들, 소설 작품을 논의해야 했다. 날짜는 다가오고 몇몇 정읍이 낳은 중요 작가를 헤아려 보는데, 이 고장이 전봉준과 강일순의 땅이 아니냐 하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었다. 이 고장에서 난 작가들을 여럿 논의에 올리지 못하더라도 이 문제를 빼놓고는 정읍의 문학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녹두장군 전봉준은 태어나기는 여러 이설이 있지만 고창에서 났고, 혁명의 깃발을 높이 올린 것은 고부에서다. 그는 1855년생이라고 했다. 증산교를 창시한 것으로 알려진 강일순은 1871년생이다. 그 또한 고부 사람이고, 지금은 고부가 정읍시의 일부다.증산도 경전인 '도전'에 따르면, 1894년 거사를 앞두고 전봉준 명숙이 젊은 강일순을 찾아가 함께 하자고 한다. 강일순은 이를 거절하는데 무고한 백성들이 희생될 것을 염려해서였다고 한다. 공주 우금치에서의 '최후' 결전을 앞두고 강일순은 전봉준을 찾아가 역시 농민군이 희생될 것을 염려하여 전투를 만류했다고도 한다. 전봉준·강일순 만남은 그들의 운명분명한건 그 시대 같이 지금도 난세코로나·극심한 경제난과 빈부 격차 전봉준과 강일순의 시대는 난세 중의 난세였다고 할 것이다. 안으로 부패한 조선 관리들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 수탈을 서슴지 않았고, 밖으로부터는 청나라와 '양이'와 '왜'가 조선을 둘러싼 패권을 노리며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탐학과 환난에 지친 백성들은 새로운 세상을 갈구하고 있었다. 임란 이후 '정감록'의 예언과 '남조선'의 이상을 꿈꿔온 백성들 앞에 경주 사람 최제우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포교 3년 만에 처형을 당한 그이지만 그가 남긴 원리는 도탄에 빠진 백성들에게는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고부 사람 전봉준에게 동학은 '수심경천(守心敬天)' 즉 마음을 지켜 하늘을 공경하는 길로, 그러면서도 보국안민(輔國安民)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원리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지방에 만연한 탐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