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춘추칼럼] 선택에 관하여
    칼럼

    [춘추칼럼] 선택에 관하여 지면기사

    옛어른들 말씀이 '열두 재주 가진 놈 조석끼니 없다'고 했는데 어린 시절의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때 나는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과학자랑 외교관이랑 작가요!"라고 대답하는 아이였다. 어른들은 껄껄 웃으며 셋 중 무엇이 되어도 좋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그게 덕담인줄 모르고 왜 하나만 하라고 하는걸까 이상하게 여겼다. 그때는 내가 벤저민 프랭클린에 맞먹는 인재인줄 알았다. 거창한 미래상은 겨우 대학 입시 한번을 치르며 현실에 맞게 조정되었다. 나는 세가지 꿈 중에 과학자의 미래를 선택하면서 이 정도 아담한 꿈이라면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분자생물학과라는 낯선 학과를 선택했는데 분자 단위에서 생명현상을 연구한다는 그 학과의 취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생명과학은 미래의 핵심산업이 될 것이 확실했다. 나는 내 선택에 만족했다. 막상 공부를 시작해보니 과학자의 길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우주와 생명의 기원, 생명작용의 과학적 메커니즘 같은 근사한 어휘에 매혹되어 시작했지만 연구의 실제는 끝도 없는 실험과 논문연구, 데이터와 그래프와 통계의 연속이었다. '알고보니 나는 문과였구나' 속으로 후회했다. 게다가 찬란해보였던 생명과학의 미래가 실은 그리 밝지 않다는 식의 암울한 전망들이 줄을 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생명과학 연구인력은 너무 많은데 좋은 일자리는 적다는 것이었다. 힘들고 어려운데 전망까지 어둡다니,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최선의 선택이 최상 결과라는 착각 때문에오랫동안 앙앙불락하며 어리석은 시간 보내이십대의 용기와 낙관을 긁어모아 나는 문학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과학자의 재목이 아닌 것을 깨달았으니 내 진짜 적성은 문학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문학계는 나를 받아주었다. 나는 좋은 상을 받으며 근사하게 등단했고 내가 예술로서 인류에 이바지할 미래를 다시 한번 확신하며 집필의욕을 불태웠다.그리고 10년 뒤, 나는 또다시 번아웃에 나자빠져 있었다. 알고보니 나는 문학적 재능마저도 그리 뛰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과도 아니었는

  • [춘추칼럼] 안철수의 뼈아픈 결단, 윤석열의 든든한 정치력
    칼럼

    [춘추칼럼] 안철수의 뼈아픈 결단, 윤석열의 든든한 정치력 지면기사

    국민들이 그토록 바라던 단일화가 성사되었다. 그러나 단일화의 진정한 성공과 향후 우리 정치문화의 발전을 위해 단일화 실패의 과정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협상하자고 요구한 것이 단일화 실패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로운 협상은 약자든 강자든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정의롭지 못한 협상은 합의에 이르기 힘들다고 했다. 지지율이 박빙이라 윤석열 후보는 혼자 힘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안 후보와 힘을 합칠 때 승리가 보장되는 이런 경우에는 두 후보가 지지율에 상관없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협상을 시작해야 정의로운 것이었다. 그런데 윤 후보를 단일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안 후보의 사퇴를 종용했으니…. 2002년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 내가 모두 완주하면 승리할 확률은 0%였지만 단일화가 되면 100%에 가까웠다. 복잡하게 계산할 일이 아니었다.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기는 것보다 정몽준씨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연립정부를 세우는 것이 낫다고 보았다. 내가 민주당 후보라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떳떳한 선택이 될 수 없었다”며 당시 여론조사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았는데도 정몽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노무현이라는 역사적인 대통령을 만들어냈다. 安, 자리보다 국민 도움되는 일 하고 싶어 해오랜 통화속 정권교체 안 될까봐 진심 걱정안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이 패배했던 방식인 여론조사경선을 제안했었다. 안 후보로서는 희생적인 제안이었다. 그런데 윤 후보는 역선택을 염려하며 직접 답을 하지 않았다. 노무현은 지지율이 더 낮았는데도 경선을 받아들였고, 윤 후보는 지지율이 더 높은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간 야권에서는 안 후보에게 총리니 경기지사니 인수위 참여니 하며 몇 자리 주면 사퇴할 거라고 예상했다. 국민들도 몇 자리 준다는데도 완주하겠다는 안 후보가 왜 저러나 의아해했다. 미모를 중시하는 사람은 예쁘냐 미우냐로, 돈을 중시하는 사람은 부자냐 가난하냐로, 권력을 중시하는 사람은 높냐 낮냐로 사람

  • [춘추칼럼] 대선 막판 변수: 단일화, 역단일화, 소단일화
    칼럼

    [춘추칼럼] 대선 막판 변수: 단일화, 역단일화, 소단일화 지면기사

    이번 대선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특히 당선 예측에서 더욱 그러하다. 과거 같으면 30일 전 앞선 후보가 대부분 당선이 되었지만, 대선 2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예측 불가다. 한마디로 이번 대선은 백중이면서도 혼란스럽다. 그럼 백중이면서 혼란스러운 이번 대선의 막판 변수는 무엇일까?대체로 선거는 정치세력간 구도로 고정표를 모으고 후보가 부동표를 더해 득표를 완성한다. 그리고 전체 득표 100을 기준으로 본다면 구도로 득표하는 것이 약 70%, 후보 득표가 약 30% 정도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구도를 만드는 국민들의 정치성향 즉 보수 중도 진보가 약 3분의 1 비율로 황금률이라 할 수 있는 균형이 유지되어 더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 또한 정당 지지율에 있어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오차범위내에 있다. 이러다 보니 득표의 약 70%를 차지하는 구도 경쟁에서 백중이다. 그럼 후보 경쟁력은 어떠한가? 보통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검증은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 도덕성, 국정운영 등이지만 선거에서 정책이나 공약은 막판으로 갈수록 상호 수렴이 되어 변별력이 없어지고, 국정운영에서도 모두가 통합과 민주정치를 이야기하기에 역시 변별력이 없다. 결국 남는 것이 도덕성 검증이지만 현재 선두 두 후보를 보면 후보자와 배우자 관련 문제들이 데칼코마니와 같이 비슷하다. 그것도 긍정적인 측면 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그러하다. 그러다 보니 후보검증이 막판까지 정책이나 국정비전보다는 도덕성 중심으로 네거티브공방이 이어지고, 그것조차 승부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막판까지 혼란스럽다.安 철회로 판세 '백중' 두후보 필요성 더 커져'윤석열과 安' 단일화는 반문에너지 이지만'安-李'·'李-김동연'은 비문정서 에너지 이와 같이 결판이 나지 않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선거판을 기울게 만드는 마지막 변수가 단일화다. 단일화는 백중을 이루고 있는 이념성향과 정당 지지율의 그 밑에서 끓고 있는 유권자의 운동 에너지다. 그리고 이 에너지는 여론조사에서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 여부로

  • [춘추칼럼] 봄날엔 할 일이 많다
    칼럼

    [춘추칼럼] 봄날엔 할 일이 많다 지면기사

    묵은 매화나무 가지에 꽃눈이 맺혔다. 혹한을 견딘 매화나무를 기특하게 바라보며 설레곤 한다. 매화 맑은 향기가 공중에 퍼질 땐 사는 일이 팍팍해도 우리는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던가. 하지만 봄이 올 때마다 나는 딸꾹질 하듯이 찾아오는 우울증에 짜증을 내고, 대인기피증으로 고립된 채 지내며,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미루고 회피한다. 해질녘 핏빛에 잠긴 붉은 석양 아래 지친 새와 같이 깊은 피로에 사로잡힐 땐 스스로를 구제불능의 실패자로 여기고, 자주 통제력과 의욕을 상실한다. 우울증은 일조량이 준 겨울을 나면서 겪는 환절기 증후군이다. 뇌가 우울증에 잠식되면 사고의 균형을 잃고 모든 정보를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인지 왜곡(cognitve distortion)'에 빠져드는 까닭이다. 비현실적 사고에 과몰입하며 비관에 기울어 종종 자해나 자살 같은 나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 따위에 지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 그러니 나는 우울증으로 낙담하거나 허송세월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싸라기처럼 반짝이는 햇빛 아래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금생의 시간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가!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엔 노래하고 사랑하라짐승이든 사람이든 어린 생명에 자리 내주자 어린 날의 봄은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가 반짇고리에서 찾은 골무를 끼고 구멍 난 양말을 꿰매는 동안 나는 어린 동생과 뒷동산에 올라 새 둥지를 찾아 돌아다녔지. 저녁 때 어머니가 작년에 거둔 청둥호박으로 끓인 호박죽 한 그릇을 얻어먹고 한 이불 아래 잠들었지. 호박죽 먹고 한 이불 아래 잠든 어린 형제는 재속 프란치스코 수도회 형제만큼 신실한 믿음을 갖진 못했지만 제 시간으로 무엇을 해야 옳은지를 가늠하는 어른으로 자라났지. 어머니와 아버지는 가랑잎처럼 이승을 떠났지만 세상은 그때보다 더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천지간에 봄이 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너무나 많은 이별을 겪고 맞는 이 봄날이 난생 처음 맞는 봄이 아니라고 슬퍼할 까닭은 없다. 씀바귀와 뿔남천에게 인사하자. 겨우내 추위에 시달린 길고양이에게도 인사하자. 청매화 몇

  • [춘추칼럼] 미래를 바라보기
    칼럼

    [춘추칼럼] 미래를 바라보기 지면기사

    태어나 처음으로 달력에서 입춘이 언제인지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벌써 지나 있었다. 아직 영하의 날씨인데 입춘이 지났다니 당황스러웠다. 무언가 앞서가는 기분으로 달력 앞에 섰는데 여전히 한참 뒤처진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다가오는 절기는 우수(雨水), 눈이 녹아 빗물이 된다는 시절이다. 어쨌거나 나는 달력에서 절기를 찾아본 이날을 기념비적인 날로 여기기로 했다. 나는 드디어 미래를 바라보았다.어디선가 해본 성격검사에서 제일 먼저 '과거지향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듣기 좋지는 않았다. 세상에서 더 높이 쳐주는 쪽은 '미래지향적 인간'이다. 한반도에 사람이 정착한 이래 언제나 올빼미형 인간은 아침형 인간에게 구박을 받았고, 대한민국이 공화국이 된 이후로는 언제나 과거만 생각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시야를 가지라고 잔소리를 들었다. 과거지향적 올빼미 인간으로 살아오면서 나는 언제나 무언가 변명을 늘어놓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식물상태, 계절 관계 모른채 키워 큰 깨달음예전엔 비실비실해 영양제·물만 퍼부었다면 나는 과거지향적 인간이다. 나에게는 이미 일어난 일만이 실체다. 미래에 대해서는 '어찌될지 모른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기대하고 예상하고 계획한다는 것을 무용하게 여긴다. 한 친구가 아이들의 교육비, 식비, 연료비, 통신비 등을 생각하며 올해의 가정 예산을 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내 눈에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요술램프를 문지르는 것처럼 신기하게 보였다. 내가 얼마만큼 먹고 무엇을 할지 미래의 일을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미리 계획을 세우면 그대로 하기 딱 싫어지는데.갑자기 스스로 미래지향성과의 첫 만남이라고 뿌듯해 하며 절기를 찾아보게 된 것은 내가 식물을 기르는 취미를 붙였기 때문이다. 집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한 지는 어느새 2년이 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도 남들처럼 집안에서 즐길만한 취미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식물 가꾸기가 어느새 2년을 넘어 3년차에 접어들었다. 초보자의 손에 맡겨진 식

  • [춘추칼럼] 윤석열에게 이런 선택은!
    칼럼

    [춘추칼럼] 윤석열에게 이런 선택은! 지면기사

    내게는 새해에 꾸는 꿈이 있다. 아니 우리 국민 모두의 꿈일 것이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부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 그러나 '찍을 놈이 없다'는 얘기가 도처에서 들린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기존의 정치 문법을 버리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동안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온 나라를 헤집어 놓은 폐해를 목격해 온 국민들은 지금 정권교체의 마법에 걸려 있다. 이 집단적 마법을 이용해 정치인들은 정권교체를 마법의 주문처럼 외치며 권력을 서로 차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수없이 정권교체를 해오지 않았던가. 이번에 정권이 교체된다 한들 대통령에게 또다시 권력이 집중된다면 무슨 소용인가.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선거에 나섰다고 끊임없이 공언한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박빙이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마저 어쩌면 선거 날의 운에 좌우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야권단일화'만이 정권교체의 확실한 길임을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명백히 알려주고 있는데도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정권교체가 그의 진정한 소망일까? 국민들은 국가를 잘 이끌어 갈 비전을 바라며 정권교체를 말하고 있다. 정권교체는 포장일뿐 사실은 그 내용물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포장만 크게 외치는 윤 후보에게서 그 내용물을 보지 못해 불안해 하고 있다. 정권교체 외침 진심이라면 도박할 때 아냐안철수와 손 잡고 권력집중 폐해 끊어내야 과거 열렬한 지지를 받고 당선된 대통령들도 불행하게 물러났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전두환도 노무현도…. 대통령 권한의 비대화가 그 원인이었다. 오늘 문재인 정권의 문제도 권력 집중 때문 아닌가. 주체할 수 없이 넘쳐나는 권력으로 시장에 개입해 부동산이 폭등했고, 공수처라는 괴물기관을 만들었으며, 탈원전 고집으로 자연환경만 파괴했다. 현 정권의 힘이 분산되어 있었더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은 아예 못 했을 것이다. 그냥 놔두기만 하면 잘 해낼 국민들이 아닌가!지금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라기보다 권력의

  • [춘추칼럼] 대선 지지율 40%와 후보단일화
    칼럼

    [춘추칼럼] 대선 지지율 40%와 후보단일화 지면기사

    이재명 지지율이 35∼40% 박스권이다. 윤석열도 지지율 회복에도 불구하고 40%를 확실히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아직까지 어느 후보도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여론조사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넘어야 하는 선은 40%, 45%다. 사실상 양자대결일 경우는 45%, 다자대결일 경우는 40%가 기준선이 된다. 실제 역대 대선 당선자의 득표율을 보면 13대 노태우 36.6%, 14대 김영삼 42.0%, 15대 김대중 40.3%, 16대 노무현 48.9%, 17대 이명박 48.7%, 18대 박근혜 51.6%, 19대 문재인 41.1%로 사실상 양자 대결이었던 16·17·18대 당선자 평균 득표율은 49.7%이며 나머지 4차례의 다자 대결 평균은 40.0%였다. 따라서 여론조사의 부동층을 감안하면 다자대결에서는 40%, 양자대결에서는 45%를 넘으면 이기는 선거로 본다. 그리고 이번 대선은 다자 대결이기는 하나 현재까지는 양자에게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 40%가 아니라 45%가 넘어서야 할 기준이다. 각 진영보다 중도 마음 얻어야만 40% 넘겨李 '40% 안되는 정권재창출' 넘어야 할 벽尹 '文 대통령 40% 높은 지지율' 극복 숙제'마의 40%대' 넘지 못하면 '단일화' 재등장 그럼 왜 40%가 그렇게 넘기 힘든가?첫 번째 이유는 대선 후보의 선거지지율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상대평가에서 당락이나 찬반을 결정짓는 기준은 50%다. 50%가 만점인 것이다. 반면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 모두 아울러야 하는 절대평가지표이기에 100%(점)가 만점이다. 그래서 이재명 지지율 35∼40%를 대통령 지지율 40%보다 낮다고 비교할 수 없다. 오히려 이재명의 35∼40%대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 40%대보다 더 얻기 어려운 수치이다. 즉 대선 후보의 지지율 40%는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40%가 아니라 80%에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만큼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힘들다.두 번째는 국민이 만들어 준 균형과 견제의 운동장이다. 87항쟁 이후 탄핵이나 국정파탄과 같은 특정시점을 제외하고

  • [춘추칼럼] 조간신문을 읽는 즐거움
    칼럼

    [춘추칼럼] 조간신문을 읽는 즐거움 지면기사

    저 건너 숲에서 들려오는 아침의 소리는 파이프오르간 반주에 맞춘 합창 소리 같다.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지난 가을엔 안개 자욱한 풍경을 보고, 초봄엔 매화나무 가지에 꽃눈이 맺힌 걸 눈여겨보았다. 오늘 아침엔 숲 아래로 종 치는 걸 잊은 교회 첨탑이 보이고, 숲 위로 회색 구름 몇 장이 걸려 있을 뿐이다. 식탁에는 막 구운 빵 한 조각과 커피 한 잔, 방금 씻어 껍질째 사등분한 사과 한 알 그리고 조간신문. 나는 아침마다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조간신문을 펼친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가를 말해다오. 그러면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말하겠노라.한 프랑스 에세이스트는 "이것은 모순적인 사치다"라고 말한다. 무엇이 모순적 사치란 말인가? 바로 아침 식탁에서 조간신문 읽는 일이다. 부지런한 신문배달원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신문이 현관 앞에 떨어지는 소리가 고막을 두드린다. 새벽의 이 경쾌한 소리가 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아침 식탁 위에 펼친 조간신문엔 나라 안 흉악 범죄에서 먼 나라의 지진이나 홍수 피해, 피로 얼룩진 내전과 테러 소식이 난무한다. 세상의 죄악과 음습한 소식으로 소란스러운 조간신문은 아침 식탁의 고요함과 극단적으로 부조화를 이룬다. 우리는 종종 이 부조화의 간극에서 기묘한 느낌에 빠진다. 세상 소식 고요한 식탁에서 접하는 아침 재미오늘을 알고 내일을 예측하는 어려운 일 감당 나는 중학교 입학 무렵부터 조간신문을 읽었다. 그 시절엔 신문을 구독하는 집들이 많았다. 마당에 떨어진 조간신문을 주워들고 와 읽는 기쁨은 각별했다. 조간신문에서 연재소설을 읽고, 1968년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소식을 접했다. 인류 중 최초로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이 남긴 "한 인간에겐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란 말은 내 심장을 얼마나 빨리 뛰게 했던가! 나는 조간신문을 통해 세상 견문을 넓혔다. 지금 읽는 한자도 조간신문을 읽으며 익힌 것이다. 그 무렵 한 지방신문에서 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3·1문예상' 공모 단신을 찾아내고 시와 산

  • [춘추칼럼] 당신에게 웃을 용기
    칼럼

    [춘추칼럼] 당신에게 웃을 용기 지면기사

    늘 뜻대로 되지 않을지언정 새해의 희망과 다짐을 꼽아볼만한 즈음이다. 작년 이무렵에 쓴 일기를 보니까 다소간 축 처진 어조로, 어쨌거나 희망을 담아서, 다가오는 2021년에는 보고싶은 사람들을 마음껏 다시 만나고 싶다고 적었다. 외향성인 나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의 1년은 힘들었던 것이다. 몽골 여행을 가고싶다고 적은 부분은 지금 와서 다시 보니 그 순진한 바람이 너무 안쓰러울 지경이다.다시 1년이 흘러 코로나와 함께한 시간이 3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요즘, 해외여행 같이 거창한 것을 섣부르게 바라서는 안 된다 치고, 작년에 바랐던 것의 절반만큼이라도 올해는 이룰 수 있을까? 야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하고 반갑게 안부를 묻는 친구들의 모임들 같은 것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올해의 소망으로 꼽았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기 힘들만큼 내 마음은 위축되었다. 그런 걸 바란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만 해도 어디선가 철없다는 비난의 소리를 들을 것처럼, 나는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한 내 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그렇다, 마스크를 깜박 잊고 나선 것이다. 동승자가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 마스크를 챙겨 나왔다. 몇분 안 되는 사이에 누가 타기라도 할까 조마조마했다.불안해하는 짧은 와중에도 나는 거울에 비친 낯선 내 얼굴을 흥미롭게 보았다. 집 밖에서 이렇게 얼굴을 가리지 않은 상태였던 적이 없어서 중요한 속옷을 입지 않은 것처럼 거북할 지경이었다. 복도나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개방된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필수라고 느끼는데, 그것은 감염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비난받을지 모를 가능성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 질병보다 더 두려운 것은 사회적 비난이다.일상회복은 해외여행·친구 만남만은 아냐낯선 사람들과 경계심 없이 이야기 나누며별 뜻없이 미소 던질 수 있었던 기억들이다 작년 이무렵 일기장 속의 나는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의 공격에서 다같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언론의 분석기사를 기록하고, 백신의 빠른 개발에

  • [춘추칼럼] 야권이 바라는 정권교체의 길
    칼럼

    [춘추칼럼] 야권이 바라는 정권교체의 길 지면기사

    권력이 커갈수록 남용하려 드는 약한 인간들, 그들이 대통령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그렇게 스스로 약자로 전락했다. 이 정권 들어서도 권력 남용의 그림자가 온 나라에 그늘을 드리웠다. 조국사태는 그 절정이었다.그때 한 사나이가 거대 권력에 맞섰다. 칼 한 자루의 검찰총장이 수천 자루 칼을 가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다니! 현 정권은 모든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권력 남용이 만들어 낸 것이 대선 후보 윤석열이다. 권력 남용에 진저리치던 국민들이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 환영에 답하기만 하면 대선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 답은 대통령이 되어도 권력에 취하지 않으리라는 표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리멸렬한 야당 대신 그에게 희망을 걸었던 나는 그를 만날 때면 "윤 총장! 당신이 무식한 줄만 알면 대통령이 될 것이오"라고 직언을 했다. 검찰의 우물에서는 출중했다 해도 세상의 바다에서는 턱없이 부족할 터라 겸손하기를 바라서 일부러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그런데 그의 정치적 첫 거보는 국민의힘 입당이었다. 수십명의 의원들이 그를 에워쌌다. 목소리에서도 걸음걸이에서도 권력자의 그림자가 엿보였다. 대통령이 되면 또 어떤 권력 남용의 유혹에 빠져들지 국민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세를 넓혀갈수록 그의 빛은 사그라들고 있었다.가슴 속에 품은 비전이 있다면 가득 차올라 그 비전을 내놓기에도 여념이 없을 터인데 정권 교체만 부르짖었다. 그것은 권력의 향방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으로 비치어 오히려 정권 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 같았다. 입법, 사법을 장악한 여당이 집권하면 불의를 정의로,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권력 남용이 또다시 행해질 것 아닌가."나는 윤석열" "나는 이재명" 하던 사람들요즘엔 "찍을 놈 없다"며 떨떠름한 표정들 나는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절망하며 밤을 지새울 국민들도 스쳐 갔다. 나도 뭔가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내게 무슨 힘이 있다는 말인가. 그러다 나도 힘에 의지하는 사람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내 가슴에도 비전이 있다면 힘이 있건 없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