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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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음악, 인간으로 가는 문 지면기사
부평에 만들어지는 '음악도시'특정 장르나 몇몇 사람들의복안에 의지할게 아니라저마다 꿈·희망 모으는 과정 필요소원은 남이 이뤄줄순 없기에…음악과 인간 어우러진 공간 기대올초 재개봉했던 1994년 영화 '쇼생크 탈출'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보게 되는 영화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는 짓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면서도 감옥 환경을 개선하고자 자신의 능력을 다해 교도소장을 위해 일한다. 그러나 교도소장은 앤디의 무죄를 알고도 정의를 외면해 결국 앤디는 감옥을 탈출하고 교도소장의 죄상을 폭로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동아시아의 적강신화(謫降神話)나 '구운몽'처럼 '몽'자로 끝나는 설화와 비슷한 구조이다. 어떤 신선이 천상에서 죄를 짓거나 억울한 모함을 받아 지상으로 쫓겨났다. 신선은 지상에서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이를 이겨내고 한층 더 성숙한 존재가 되어 천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기본 모티브이다. 이같은 구조를 염두에 두고 보면 외딴 바닷가에서 낡은 보트를 수리하고 있는 앤디와 그 너머로 펼쳐지는 짙푸른 태평양이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본향인 셈이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 때 떠오르는 로망의 장소인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러한 설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자신을 잘 모르던 주인공이 꿈이나 도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내력을 이해하는 순간이다. 고통에 휘둘리던 존재가 고통을 넘어서는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도 같은 장면이 있다. 바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3막에 등장하는 백작부인과 수잔나의 '편지이중창 - 저녁 산들바람은 불고'가 울려퍼지는 장면이다. 오페라에서 이 노래는 백작부인 로지나의 결단을 보여준다. 자신의 시녀 수잔나를 넘보는 남편 알마비바 백작의 바람기를 잡으려고 로지나는 여러 방법을 쓰지만 실패하고 결국 자신이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로지나는 스스로 수잔나로 변장하고 남편이 외도하는 현장을 잡으려고 수잔나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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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의 음악살롱] 블랙스트링, 세계음악의 돌파구 지면기사
블랙 스트링(Black String)의 음반이 나왔다. 독일에서 나왔다. 한국그룹이다. 세계적인 재즈레이블 ACT가 그들을 선택했다. 아시아 뮤지션이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블랙스트링은 즉흥음악 앙상블이다. 재즈로 볼 수 있고, 월드뮤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장르적 경계를 허물면서, 독특한 자기 세계를 지향하는 즉흥음악 앙상블'이라고 보는 게 가장 맞다. 이런 블랙스트링을 한국의 음악계는 얼마큼 주목하고 있을까? 블랙스트링의 음반을 어떻게 평가할까? 지구촌 곳곳에 존재하는 재즈와 월드뮤직의 마니아들만큼이나, 한국에서도 그들의 음악이 주목을 받게 될까?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 음악의 가치를 우리가 모른다! 우리 뮤지션의 실력을 우리가 외면한다! 블랙스트링은 한국의 전통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블랙스트링이란 말 자체가 거문고(玄琴)를 뜻한다. 거문고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이 땅에만 존재한 악기다. 악기의 형태도 독특하고, 악기를 소리 내는 방식도 독특하다. 세계의 민족음악학자는 그래서 더욱 주목한다. 하지만 거문고는 한 때 국악에서도 홀대 받는 악기였다. 관현악에서 소외되기도 했고, 심지어 얼마지나 박물관에 들어가야 할 악기라고 했다. 블랙스트링의 리더이자 거문고의 명인 허윤정은 달랐다. '한계가 특성'이라는 자세로, 거문고만이 낼 수 있는 연주력의 최대치를 끄집어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거문고와 허윤정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블랙스트링은 허윤정을 중심으로 이이람(대금, 단소, 양금), 오정수(기타)의 세 명으로 출발했고, 황민왕(소리, 아쟁)이 참여하면서, 한국음악의 소재를 보다 넓혔다.새 음반의 여러 곡 중에서 한 트랙만을 선택하라면, 'Growth Ring'이다. 생장륜(生長輪) 또는 나이테로 풀이된다. 이 제목은 한국음악 자체의 그간의 성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블랙스트링의 음악적 행보를 말해주는 것 같다. 주목과 방관을 반복해오면서 안으로 단단해지고, 온기와 냉기를 거치면서 스스로의 활로를 모색하는, 토종적인 한국음악의 숙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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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떠 흐르는 수람(收攬) 지면기사
가을이 소나기처럼 지나간 그대 정원에 열매 하나가 세상의 맛을 한데 모아 뚝 하고 떨어지는구나 다 쭈그러든 모과 하나 조오현(1932~)모과는 오랜 시간 자신을 허공에 걸어 놓고 육체의 고통과 계절의 미혹에 찌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다. 온전하게 한 곳에 집중한 '모과 얼굴'에서 상처와 향이 동시에 아로새겨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을 건다는 것은 미혹의 즐거움과 상처의 고통을 억압하고 불순물이 제거된 그대로의 마음을 바친다는 것이며, 열매는 그것의 지난한 세월의 발자취가 아닐 수 없다. "가을이 소나기처럼 지나간 그대 정원에" 걸려 있는 저 모과 "열매 하나가 세상의 맛을" 품기 위하여 어떠한가. 마음을 한데 모으고 마음의 끝까지 가서 그 마음을 뛰어넘어, 비로소 노랗게 물든 작은 우주 하나 달려 있는 것같이, 가을비 속으로 "뚝 하고 떨어지는" "다 쭈그러든 모과 하나"를 보면 '압축의 언어'에 스며있는 '축척의 향기'에 취하고 싶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조오현(1932~)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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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익숙함을 거부하기 지면기사
'변화'와 '능숙함' 겪는 세대간 상호이해 쉽지않아새로운 기술·상품 선택해 경험하는 '얼리어답터'신기함·세상변화 실감하며 혁신을 소비하고 지원언제부터 '먹방'이 이렇게 유행한 걸까. 맛집 탐방이 대세고 멋진 셰프는 만인의 로망이다. 삶의 방식과 우선순위의 변화는 이렇게 여러 모양으로 우리 곁에 나타난다. 그리움으로 추억하는 나의 유년기는 색다른 장면으로 가득하다. 먹을 게 풍족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먹기도 힘든 쌀로 술을 만드는 건 큰일 날 일이어서 동네에서도 가끔 밀주를 만들다가 적발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20세기 전반부의 미국 대공황 때 금주령이 선포된 후에 알카포네 같은 갱단이 밀주 유통으로 부를 축적했던 걸 연상시킨다.학교 급식이 없던 시절이라서 아이들은 매일 도시락을 싸갔는데, 학교에서 도시락에 보리가 충분히 섞였는지 '도시락 검사'를 받았다. 보리밥도 못 먹는 사람들이 많은 판에 윤기 나는 쌀밥을 먹는 것은 부도덕한 일로 여겼으니까. 창이 있으면 방패가 나오는 법이다. 도시락 상층부에 보리를 얇게 도포하여 검사를 통과하는 기술은 족보가 되어 전수됐다. 요즘 어디 가서 이런 보리 혼식 얘기를 끄집어내면 꼰대소리 듣기 딱 좋다. 진부하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공포심에 눌린 아재와 아주매는 그래서 이런 '부족했던' 시절 얘기를 피한다. 가르치려는 고질병이 또 도졌다는 소리까지 들으면 큰일이다. 세상에는 시류니 유행이니 하는 게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신세대에게 이런 예전 얘기는 진부하기만 하려니 생각하던 차라서 영화 '국제시장'의 성공은 사뭇 놀라웠다. 영화평론가들도 우호적이지 않았는데,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주제로 '궁상맞은 얘기는 진부하다'는 주류 프레임에 정면충돌했다. 지금 신세대에게 이런 시절을 살던 청춘의 궁핍함이 소통된다는 게 놀랍다. 그들에게도 예전 것에 대한 이해의 시선이 있는 건가. 그렇다고 신세대에게만 기성세대를 이해하라는 짐을 지울 수는 없다. 이질적 요소를 가진 두 그룹 간의 이해는 쌍방향이어야 한다. 변화의 한가운데서 몸으로 변화를 맞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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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자의 소리] 관공서 주취소란 명백한 범죄 지면기사
퇴근 시간이 지난 늦은 밤 만취한 한 남자가 파출소로 들어온다. 경찰 쪽으로 오더니 욕설을 해대며 바지를 내리고 버젓이 바닥에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일선파출소에서 근무하다 보면 강력사건보다 이처럼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사람과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주취자를 만나는 일은 어느 때보다 힘들고 난감하다. 물론 주취자 또한 경찰의 보호조치가 필요한 시민 중 하나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경범죄처벌법 개정에 따라 관공서 주취 소란자에 대해 6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과료에 처할 수 있게 되었지만, 처벌이 미약한 수준이다. 외국의 경우, 영국에서는 죄질에 관계없이 유치장에 36시간 이내의 구금 가능하며, 프랑스의 경우 경찰 제지에 따르지 않으면 3천유로(약389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2016년 9월 21일 기준 전국 경찰관 수는 11만3천990명으로 경찰관 1인당 담당하는 인구수는 447명이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미국 354명, 독일 310명, 영국 381명보다 훨씬 열악하다. 선량한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관공서 주취소란은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하고,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양질의 경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선진 사회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김태헌 (남양주경찰서 생활안전계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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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독자위 8월 모니터링 요지·경기 지면기사
시의원 사건, 여성감금 심각성 다뤘어야'저질 활성탄' 해결방안 이끌어내 큰 성과도지사 연정기사 연일 보도 필요성 의문경인일보 8월 독자위원회가 지난 7일 경인일보 3층 소회의실에서 열렸다.이날 회의에는 김준호(수원대 객원교수) 위원, 박은순(경기여성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위원, 이민상(협성대 교수) 위원, 허성수(안산상록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위원이 참석했다. 장동빈(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위원, 홍문기(한세대 교수)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경인일보에서는 김성규 사회부장이 나와 의견을 들었다.8월 독자위원회의는 3, 17, 26일에 걸쳐 경기도내 재고 쌀 처리 문제를 다룬 보도와 관련한 평가로 시작됐다.이민상 위원은 "17일자 보도된 기사에서 경기도내 재고 쌀이 5만4천t을 넘는다는 사실을 접했는데, 할인 행사 등 나름대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올해 역시 풍년이어서 그 이상의 재고가 남아돌 것이라는 심각한 내용이었다"며 "매년 같은 문제가 대두되는데 해결책은 아침밥먹기 운동, 할인 행사, 내고장쌀 팔아주기 운동 등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후약방문식의 보도가 아닌 선제적인 문제 의식을 갖춘 보도였던 만큼 전문가의 입을 빌려 남아도는 쌀 소비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면 농가와 정부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김준호 위원은 "지난달 독자위원회의에서 제언했던 부분이 바로 기사화돼 독자 입장에서 고맙게 생각한다. 적절하게 이슈화를 잘 했다"며 "선제적으로 보도가 이뤄진 만큼 그동안과는 다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더 쓴 비난의 목소리를 가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홍문기 위원도 "경인일보가 추석을 앞두고 경기도내 재고 쌀 처리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했는데 이는 향후 농가 경제, 특히 추곡수매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지역신문만이 주목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그런데 이러한 기사의 핵심은 얼마나 남는가가 아니라 재고 미곡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매가가 어떻게 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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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독자위 8월 모니터링 요지·인천 지면기사
'광복절 문 닫은 임시정부 전시관' 잘 지적'무의도 주차공간·도로확장' 논점 아쉬워'시청중앙홀 시민공간' 효율성 언급 없어경인일보 지면을 평가하는 8월 인천본사 독자위원회가 지난 7일 인천본사 회의실에서 개최됐다.이날 독자위원회 회의에는 김하운 독자위원회 위원장(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과 이경환(SGI서울보증 삼화대리점 대표), 조강희(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독자위원이 참석했다.이달 독자위원회에서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개통과 관련된 독자위원들의 언급이 많았다.김하운 위원장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운행 구간에서 일반 주택이 훤히 보이는 사생활침해 문제점을 지적한 <남의 집 안 '훤히 보이는' 인천2호선>(9일 1면) 기사가 돋보였다고 했다. 그는 "도시철도 2호선이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주택가를 통과하는 데, 인근 주민들이 창문도 못 여는 속사정을 알게됐다"며 "시민들을 대신해 사생활침해 문제점을 지적한 기자의 시각이 참신했다"고 말했다.2호선 개통으로 시 재정 부담이 늘게 됐다는 점을 보도한 <교통편익-재정부담 '2호선 딜레마'>(10일 1면) 기사도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인천 1호선과 2호선, 시내버스 준공영제, 환승 할인 등 대중교통에 지출해야 할 시 예산이 어림잡아 2천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잘 알려줬다"며 "교통 편익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기사다"고 했다.이경환 위원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개통을 입체적·심층적으로 다룬 다양한 경인일보의 기사가 이달에는 특히 돋보였다고 했다.이 위원은 "개통 당일 현장르포를 비롯해 여러 다양한 문제점과 또 운용의 미숙함, 안전불감증 등을 잘 지적했다"며 "시민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하며 시민들이 생각하는 불안감과 개선점 등의 목소리를 잘 이끌어 낸 점이 돋보였다"고 말했다.중국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전시관이 광복절에 문을 닫고 관람객을 맞지 않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광복절, '정기휴일'로 문닫은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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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선택에 대한 긍정과 사랑 지면기사
흔히 우리는 삶 과정을 '길'에 비유고비때 다른 길 배제·포기 하기도하지만 미련과 아쉬움도 있다오늘도 내가 선택한 길로 가며가끔씩 회한과 서운함 느끼지만더 없는 감사 드리며 걷고 있다다음 시편은 나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웅크리고 있다. 가끔씩 생의 어떤 분기점에 이를 때마다 불쑥불쑥 솟아나 너그러운 자긍과 겸손의 마음을 환기해주는 작품이다. 한 번 읽어보자. 원문을 소개하기는 어려운 터라 피천득 선생 번역으로 소개한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서 이 번역시편을 처음 접했다.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몇몇 '길'의 이미지가 있다.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의 아름다운 영화 '길(la strada)', 프랭크 시내트라(Frank Sinatra)의 장중한 노래 '마이 웨이(My Way)' 등은 '길'을 상징의 차원까지 각인한 명품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로버트 프로스트의 명편 '가지 않은 길'은 가장 선명한 기억의 '길'을 뚜렷한 심상으로 선사해 준 바 있다.시의 화자는 어느 가을날 숲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난다. 얼마나 망설일 것인가. 그래서 그는 "두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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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밀라노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실험 '디자인 엑스포트 클럽' 지면기사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이 주관한 디자인 엑스포트 클럽이 밀라노 소비재 박람회에 참가하여 250억원 계약(2천200만달러)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상담실적이 아닌 실계약 기준 금액이라는 점과 향후 추가계약 가능성 등은 모두 제외한 것임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기업당 10억원 총 300억원 수출성과 목표를 정할 때만 해도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스스로 가능성에 회의를 품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이 지면을 빌어 참여기업과 주관기관 계원예술대학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지난 4월 철쭉과 영산홍이 울긋불긋 지천이었던 봄 어느 때였을 것이다.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은 계원예술대학교와 협력하여 작은 아이디어 하나를 실험에 옮겨보기로 공모하였다. 중소기업의 진입 문턱이 유독 높은 유럽 소비재 시장을 타겟으로 이른바 '수출대박' 작품을 함께 만들어 보자는 발칙한 아이디어였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연속 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며 수출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면서 시름이 깊어가던 때였다.아이디어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디자인. 흔하디흔해 식상한 개념 같지만 현대 자본주의 상품시장에서 디자인은 신이고 권력이다. 스마트폰에서부터 연필 한 자루에 이르기까지 이 디자인 신이 관여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중소기업은 절대적으로 디자인에 취약하다.우리는 한 끗 차이 디자인이 기업의 손익계산서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에 착안하였다. 유럽인의 시선을 잡아끌 아이디어 제품을 선별하여 디자인이라는 날개옷을 입혀 보기로 했다. 디자인 엑스포트클럽(DEC) 참여기업은 수준 높은 강의를 통해 디자인 의식을 내재화하고 전문가의 세심한 컨설팅으로 제품이 생명력을 얻어 새롭게 탈바꿈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하나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보았다. DEC의 최종 목적지이자 결전지는 유럽의 고색창연한 도시 밀라노에서 개최된 HOMI 전시회. 52년 역사를 가진 유럽 3대 소비재 박람회로 올해 40개국에서 1천441개 기업이 참가, 관람객 수가 7만여명에 이르는 대형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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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난 대응에 앞장서는 '안전 도시' 인천 지면기사
올해는 연일 계속되었던 불볕더위로 발생한 온열병 환자 수가 1천16명으로 사상 최고라고 한다. 향후 지구 온난화 등의 불안정한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인류는 더 큰 재앙을 겪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온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이제 지진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실로 나타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북한이 5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핵 비확산 정책을 견지해 온 미국과 UN에서는 이를 제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가장 충실히 이행하는 나라지만, 명백히 핵 위협을 받고 있는 절박한 위기에 내몰려 있다. 인천시는 강화군과 서해 5도가 북한 접경 지역으로, 대남 무력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이처럼 국민의 경제 사회 활동을 보장하는 안전관리 필요성은 크게 증대되고 있으나, 생활 안전의 개념 정의와 범위는 명확하지 못한 상태다. 국립방재연구원(2012)의 자료에 따르면 "생활 안전이란 국민이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2014년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반복된 각종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항만, 공항, 지하철과 도로, 유해화학물질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 등에 대한 점검 강화가 요구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국민안전처가 국가 재난 대비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지난 5월 16~20일에 실시한 '2016 재난대응 안전한 한국훈련'의 평가에서 지난 7월 말에 지하철 2호선을 개통한 인천시가 대구시와 함께 C 등급으로 재훈련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번 평가는 274개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중앙평가와 시도 평가로 나누어 실시했다.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단에서 사전, 현장, 사후 평가로 나누어 기관별 등급을 산정했다고 한다. 2016 재난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