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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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사람의 죽음 지면기사
태산보다 무겁고 깃털보다 가벼운 죽는 동기의 가치수사대상자 죽음으로 억울함 알려 결백 주장하기도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생 마감' 좀 더 신중했으면…사람의 죽음에는 그 원인에 따라 자연사와 사고사가 있고, 자살과 타살이 있다. 현행법상 자살행위는 범죄가 아니므로 자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하게하거나(자살교사) 타인의 자살을 도와준 행위(자살방조)는 처벌된다. 자살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울증이나 생활고, 직장인들의 경우 업무스트레스, 수험생들의 경우 정신적 압박등이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35개국중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하니 아직도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경제발전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중국 전한시대 무제때 역사가이자 '사기'의 저자인 태사공 사마천은 사람의 죽음에 대해 '사람은 한번 죽게 되어있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重於泰山), 어떤 죽음은 기러기의 깃털보다 가벼운 데(輕於鴻毛), 그 차이는 죽음으로써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그 동기에 따라 그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 것이다.역사적인 사례를 본다면 구한말 예조·병조 판서를 역임한 민영환은 1905년 을사조약 체결을 계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제침략에 격렬히 항거하면서 그 부당성을 널리 알렸다. 경비가 삼엄한 하얼빈 역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행위도 목숨을 내놓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위대한 거사였다.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음은 물론 우리민족의 자존심을 살려 대한민국 건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에 길이 빛날 쾌거로 평가된다.중국 초나라 회왕의 신임을 받던 굴원은 급속히 팽창하는 진나라에 대한 대응책으로 합종설을 주장했다가 조정중신들과 뜻이 달라 실각한 후 우국충정에서 결국 멱라수에 투신하여 자살하였다고 한다. 그때가 기원전 3세기경 5월 5일로 오늘날 단오절의 기원이 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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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가을철 야생진드기 조심합시다 지면기사
몇 개월 전, 경상북도 칠곡에서 허망하게 어머니를 떠나보낸 한 남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일주일이 넘도록 이유를 알 수 없는 몸살에 시달렸던 어머니는 결국 입원한 지 4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추후 알게 된 어머니의 사인은 다름 아닌 중증열성혈소판감 소증후군(SFTS)으로 밭 일을 하다가 참 진드기에 물린 것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야생진드기에 물릴 경우 대표적으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과 쯔쯔가무시증에 의한 전염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 증후군의 경우 치사율은 무려 6~30%에 이른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의 원인인 참 진드기 외에도 쯔쯔가무시증의 주범인 털 진드기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쯔쯔가무시증은 감염된 털 진드기 유충에 물렸을 시 혈액과 림프액을 통해 전신적 혈관염이 발생하는 급성 발열성 질환으로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을 동반하다 심하면 사망까지 이른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쯔쯔가무시증은 2015년 9천513건이 발생했고, 업무 중 발생해 산재로 승인된 경우도 26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쯔쯔가무시증에 감염된 건수는 8만~10만여 건으로 이중 9~12월에 96% 이상이 발병되었다.이처럼 9월 들어 날씨가 시원해지면서 산이나 공원으로 나들이를 가는 등 야외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져 야생진드기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산림, 공원, 농·임업 등 들판이나 풀숲에서 이루어지는 야외 작업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이들 유충이 활발히 활동하는 가을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옳을까? 진드기에 의한 감염은 특별한 예방백신이 없어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외활동 및 농작업 시 긴 팔, 긴 바지의 작업복(모자, 목수건, 토시, 장갑, 장화)을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피부나 옷에 뿌리는 벌레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농경지 및 거주지 주변 풀숲 제거 시 풀숲에 옷을 벗어 놓지 않아야 한다. 또한 휴식 시 돗자리를 사용해야 하며 작업 후 옷을 털고 귀가 즉시 작업복 세탁및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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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후하안택: 아래를 후하게 해서 집을 편안하게 한다 지면기사
사람이 땅에서 살고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은 땅의 후덕(厚德) 때문이다. 주역에서 땅은 실상 그 움직임이 지극히 강하지만(動剛) 현상으로 느껴지는 땅은 지극히 고요하다(至靜)고 하였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속도는 너무 빠르고 강하지만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땅이 지닌 方正한 德이다. 사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라는 어마한 움직임에 비하면 일시적인 지진은 그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움직임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작은 움직임이 어마한 災難의 움직임으로 느껴지며 그 때서야 비로소 땅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며 실감한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안전에 위험을 느낄 때라야만 땅을 돌아본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잊어버린다. 주역의 박괘(剝卦)는 광대한 대지 위에 산이 있는 상이다. 그렇듯이 사람들의 터전도 대지위에 건설한 것이다. 지반이 요동치면 산도 무너지고 인간의 집도 무너지니 그래서 집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싶으면 집을 으리으리하게 지을게 아니라 그 집을 짓는 아래의 땅의 후덕(厚德)을 살펴보라고 하였다. 천지는 천지 나름대로의 생리를 따라 운동할 뿐 인간의 안전은 관심 없다. 그러니 천상 인간이 그 운동양상에 맞추어 땅의 후덕에 의지할 뿐이다. 하늘이 없으면 단 한 번의 숨도 못 쉬고 땅이 없으면 한발자국도 걷지 못하면서도 사람은 천지에 감사하다는 인사도 한번 하지 않는다. 그렇게 각박하게 관심이 없는데 땅의 후덕이 제대로 발휘할까! 인간은 땅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오만이 있는 한 땅은 인간에게 후덕을 베풀지 않을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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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2017수능 제2외국어 지원 결과로 본 '대입 정책 맹점' 지면기사
아랍·베트남어 등 소수언어 선택공부 안 하고도 쉽게 등급 받아요행 바라는 수험생들 늘어나대입수능 전체 공신력 떨어져글로벌환경에 발맞춰 도입된제2외국어 평가방식 재검토해야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1월 치러지는 2017학년도 대입 수능의 제2외국어·한문 영역 지원자 중 69%인 6만5천153명이 아랍어Ⅰ을 선택했고, 이는 2005학년도 수능에서 아랍어가 채택된 뒤 가장 많은 응시생 수라고 발표했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보더라도 2015학년도 아랍어 응시생 수는 1만6천800명에서 2016학년도에는 4만6천822명으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물론 수험생들의 아랍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거나 사회적 수요 때문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비교적 실용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중국어나 일본어 등은 외국어 실력이 우수한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고 아랍어는 절반 이상만 맞아도 1~2등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응시생이 급증하고 있다는 교육 현실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현재 제2외국어는 대학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탐구 과목을 대체할 수 있고, 가산점을 부여하는 사례도 있어 제2외국어 응시에 대한 관심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입시 학원에서도 아랍어 시험은 매우 기본적인 단어를 찾아내거나 제시된 그림만 보고도 답을 맞힐 수 있다고 학생들을 유인하는 등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입 수능은 상대 평가이므로 응시인원이 많을수록 1등급을 받는 학생 수가 많아지게 되는데, 이처럼 많은 학생이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며 시험을 치르는 것은 교육적 차원에서 볼 때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선택한 학생이 많아진 것은 중국어나 일본어 등에 비해 월등한 실력을 갖춘 학생이 적어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는 데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일 것인데, 실제로 아랍어를 정규 과목으로 가르치는 고등학교는 전국에 5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특정 외국어 쏠림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베트남어가 선택과목으로 지정되자 아랍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바 있다. 베트남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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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폭염·지진 그리고 자치분권 지면기사
자연재해·재난 발생땐 지자체는 중앙정부만 바라봐중앙집권적 위기대응 시스템 한계로 골든타임 놓쳐권한·책임 지방 부여로 주민 안전 대응력 높여야'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해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추석은 풍족하고 넉넉함을 기원하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연휴기간에도 거리 곳곳에서 주민의 삶과 민심을 만났다. 한마디로 주민의 삶은 팍팍하고, 민심은 "먹고살기 힘든데 지진까지 겹쳐 불안하다"는 한숨이 커졌다. 특히 역대 최강의 폭염을 견뎌낸 안부 인사에도 불구하고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두었던 12일 밤, 경북 경주에서 사상 초유의 강진이 발생해 흉흉한 민심에 쐐기를 박았다.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은 여러 과제를 남겼다. '폭염의 일상화'. 즉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현재와 같은 폭염은 가까운 미래에도 일상이 될 것이다. 이제는 폭염에 익숙해지고 동시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태풍이나 홍수처럼 자연재난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폭염에 대한 규정이 없다 보니 체계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는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폭염은 물러갔지만 폭염의 여파는 전기료 누진 폭탄논란과 함께 장바구니 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7~9월 사용분에 한해 누진제 기준 구간을 50㎾h씩 올려 전기료 경감 효과를 내겠다지만 솔직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6단계, 최대 11.7배의 누진제다. 주민들은 실제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누진제 개편이 이루어져 올 겨울부터 당장 적용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여름철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반짝 '할인쇼'로 끝날지 지켜보고 있다. 추석연휴에 만난 주민들은 여름 내내 전기세 누진세 때문에 열 받다가 이제 가을이 되니까 물가는 오르는데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배추 한 포기 1만원, 시금치 한단에 7천~8천원, 제대로 된 무는 5천~6천원. 이게 지금 우리나라 채소 물가의 현실이다. 김치가 '금치'에서 올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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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갑다 건축, 모여라 도시! 지면기사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근래에는 어린이날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뛰노는 어린이들을 보기 드물다.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이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은 다른 나라 또래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학교와 학원에 떼밀리듯 부지런히 오간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는 누구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미래의 주인이 될 어린이와 청소년이 입시와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최근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창의체험'을 하게 하고, 진학이 아닌 진로를 고민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제시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창의체험 관련 의무교육과 재량학습이 늘고 있다. 성적이 아닌 적성과 인성에 맞춘 교육프로그램으로써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다음 달 15~16일 인천 송도글로벌캠퍼스에서 '2016 어린이 건축 창의교실'이 열린다. 어린이 건축 창의교실은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도와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워 준다. 인문학, 과학, 수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건축과의 만남이 이뤄진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놀이와 마인드맵을 이용해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 건축물 스케치와 입체 표현을 자기 손으로 직접 해보게 하는 것이다. 건축학 교수와 건축사들이 곁에서 돕는다. 모둠별 주제에 따라 도시를 탐사하고, 행사를 치르는 송도국제도시의 주요 건축물을 관찰·분석해 자신만의 창의적 도시를 디자인하고 발표하는 워크숍도 준비했다.또 중구 개항장 답사를 통해 올바른 우리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편집해 새롭게 구성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모둠별로 친환경 재료를 활용해 IFEZ를 만들고, 모둠과 모둠의 작품 사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도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한다. 생소하지만 기억에 남을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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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범칙금과 과태료의 차이 지면기사
민원부서인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운전 중 무인단속 카메라에 찍혔다며 고지서를 들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과태료와 범칙금 용어정립이 되지 않은 시민들은 어떤 처분을 받는 것이 나은지 헷갈려 한다.먼저 범칙금이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운전자가 통고 처분에 의해 국고에 납부해야 할 금전을 말하며, 이를 내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됨'을 말한다. 여기서 통고처분이란 소위 말하는 '교통스티커, 딱지'라 불리는 것으로, 운전자가 확인됐을 경우 부과되는 금전적 처분을 말하며 그 위반행위가 중할 때는 벌점도 가해진다그럼 과태료란 무엇일까.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안 될 때, 차량을 운전하다 무인단속 카메라에 단속은 되었으나 운전자가 밝혀지지 않을 때 가해지는 처분으로 쉽게 말해 돈만 내면 되는 것을 말한다.다시 말해, 위에서 언급한 과태료와 범칙금의 차이는 '운전자가 밝혀졌는지 여부'와 '벌점의 부과 여부'다. 예를 들어 20㎞/h를 초과하는 속도위반으로 무인단속에 적발됐다고 하자. 이때는 1)운전자가 밝혀졌을 때는 범칙금 6만원에 벌점 15점, 2)운전자가 밝혀지지 않았을 때는 과태료 7만원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는다.여기서 특히 중요한 사실, 운전자가 확인되어 범칙금 고지서 소위 말해 교통스티커를 발부받았을 경우 일정기한 내에 범칙금을 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찰서장의 청구로 법원에서 즉결심판에 처해지므로 일이 복잡해지게 된다. 그러나 과태료의 경우 납부기한이 지나면 차량이 압류되고 금액이 가산되는 차이가 있다.흔한 질문 하나, '그럼 범칙금과 과태료는 전과에 남는 것인가요?'두 가지 모두 형벌에 속하지 않으므로 전과에는 남지 않으나 범칙금은 즉결심판과 면허정지를 받게 되고, 과태료는 금전 부담이 있으므로 신속히 내는 게 유리하다.이미 단속돼 내야 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전에 도로상황을 잘 살펴 안전운전하는 습관을 지닌다면 도로교통법 위반 사범의 감소와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교통사망 사고까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김연주 일산경찰서 대화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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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한가위에 느껴보는 가족공동체 지면기사
최근 번거로운 전통 차례상 대신성묘겸 간단한 묘사 대신 하기도생활패턴 달라지니 명절 풍속도바뀔 수 있겠지만 조상 기리고부모 공경하며 자식 사랑하는근본가치 흔들릴까 걱정이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상에 복귀한다. 추석을 앞두고 오랜만에 고향 선산의 선대 묘소 10여 위를 차례로 찾아 성묘하였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아버님은 문중 선산에 새로 마련한 납골 묘원에 모셨는데 봉분없이 비석으로만 표시된 묘소를 찾아 꽃과 술잔을 올리고 참배하였다. 수풀 우거진 언덕길을 더듬어 윗대 산소를 차례로 참배하다 보면 혈족의 강줄기 속에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조상님의 은덕과 보살핌 및 이 시대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추석 당일 장남인 필자는 제주가 되어 도포를 차려입고 지방을 써 붙이고 추석 차례를 주제한다. 맏며느리인 처가 여러 날 시장을 보고 전통식으로 정성껏 장만한 제수를 차리고 아들과 동생 가족 더불어 단란하게 차례를 올린다. 대학원생인 아들은 제 어머니가 여러 날 장을 보아 전통식 상차림으로 제수를 마련하는 것이 힘들어 보였는지 생선 지짐과 야채전 대신 자기가 피자를 만들어 제상에 올리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제수를 진열하는 전통적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西)의 상차림 예법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옛 성인도 시절 풍속을 따른다 하였으니 상차림의 옛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없겠으나 돌아가신 아버님은 생전에 손자들과 피자를 가끔 드셨으니 싫어하지 않으시겠지만 수십년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피자 구경도 못 하셨을 터이니 어떠실까? 조상은 내 존재의 뿌리이니 이를 기리는 차례는 돌아가신 이를 존중하고 정성과 예를 다함이 근본이라 산 자의 편리보다 조상님의 입장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답변해 본다.요즈음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이 회자된다. 명절 연휴가 지난 후 정신건강 의학과를 찾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많고 최근 몇 년간 추석 지난 다음 달에는 평균 이혼 건수가 10% 가까이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고등교육을 받고 취업하여 부부가 대등한 맞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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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가을 산길 지면기사
맨 앞에 아버지가 가고 나는 아버지 뒤를 따라가고 오리는 내 뒤를 따라오고 모처럼 산길에서 만나 함께 길을 가지만 도시락도 들고 가지만 아무도 말이 없다 아버지는 옛날에도 말씀이 없으셨다 나도 아버지 닮아 말이 없고 오리도 말이 없다 가을 산길 이승훈(1942~)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인생은 어디서 출발했는가? 길에서 만나고 길에서 이별하며 길에서 길을 물으면서 살아가는, 당신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통하는 길을 통해 인생이라는 길에서 길로 나아가며 다시 그 길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길의 주체는 당신이지만 길을 있게 한 것은 아버지이므로 "아버지가 가고 나는 아버지 뒤를 따라가"는 피동적 주체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뒤뚱거리는 '오리'가 '맨 앞에' 닮아 있는 오리를 따라가는 것과 같다. 이 같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놓여 진 길들이 있지만 이러한 길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와 같이 유사하지만 다르며,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다. 아버지와 같이 말없이 익어가는 '가을 산길'에 서면 '나도 아버지 닮아 말이 없고' 묵묵히 아버지가 된 당신도 가족이라는 무리를 이끄는 한 마리 오리와 같이 아픔을 슬픔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저 아버지가 먼저 간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어갈 뿐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이승훈(1942~)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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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관의 날씨이야기] 기후변화와 농업 지면기사
결실의 계절 가을. 최근 국내산 농산물 속에 수입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구아바, 망고와 같은 과일들이 선보이고 있다. 이는 아열대·열대 작물 재배가 국내에서도 가능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반도에서 '아열대'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이며 이때부터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주장이 시작됐다. 실제 지난 100년간(1911~2010) 우리나라 대도시의 평균기온은 1.8도 올랐으며, 세계 평균 0.75도에 비해 상승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5월부터 폭염 특보가 발표되고, 올여름 전국 폭염 일수가 22.4일을 기록하여 1973년 이래 최고 2위를 경신하는 등 한반도의 기온상승은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다. 또한, 아열대는 비가 적은 곳이 많은데 이와 비교하면 작년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던 한반도는 남 이야기 같지가 않다.한반도의 기후변화는 타 산업보다 기후에 의존적인 농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는 각종 국내산 작물의 재배 남방 한계선을 북상시킨 것인데 대구, 경북이 주산지인 사과는 포천, 연천 등 경기 북부, 제주 한라봉은 충북 충주, 복숭아는 경기, 강원으로 올라갔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은 재배한계선 북상에 그치지 않고 그 빈자리를 수입에 의존했던 아열대성 과일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싼 난방비로 인해 실험단계였던 아·열대성 과일들의 국내토착화 성공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바나나가 열려 화제가 되었던 제주도에서는 아메리카 열대지역이 원산지인 파파야를 재배하는데, 겨울에도 하우스 온도가 유지돼 추가난방이 불필요할 정도라고 한다. 각 지자체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새 소득작목으로 열대과일 발굴과 육성에 주력하고 있어 국내 농업의 전반적인 구조가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아직은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라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기후 지역이라는 것은 구분이 어렵고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를 아열대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반도의 기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