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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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살바도르 달리의 12면 축구공 지면기사
플라톤 "신은 별자리 배치 정십이면체 사용" 주장달리, 마지막 만찬 성스러움 '제5원소'로 표현수학, 음악·미술가에게 영감 주는 매개 되기도작년 말에 파리에서 세드릭 빌라니 교수를 만났다. 2010년 필즈상을 수상한 석학이고 앙리 푸앵카레 수학연구소장이다. 항상 나비넥타이 정장차림에 자신만의 거미 브로치를 단다. 깊이 있는 수학 논문과 베스트셀러 대중서를 동시에 써내며 학자의 스테레오타입을 거부하는 이단아다.그를 만난 곳은 실험 음악가 파트리스 물레의 작업실이었다. 영화 매드맥스 세트장 같은 느낌의 커다란 지하 공간에서 물레는 신개념 악기를 설계하고 만들며 연주하는 작업을 한다. 음악에 대한 학습이나 훈련 없이도 자기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 작업실에서의 연주는 좋은 소리를 내는 것 보다는 멋진 그림을 그리는 것에 가깝다.자폐증이나 신체적 부자유가 있는 아이들이 이런 악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경험을 하고 치료받는 현상이 관찰되는 바람에 새로운 활력을 띄게 됐다. 작업실에는 정신과 의사인 여성 인지과학자도 방문 중이었다. 음악가와 수학자 그리고 인지과학자가 무슨 공통의 관심이 있을까. 시각적 정보를 음악으로 전환하는 비법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치유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까지 동원된 것이다. 자폐증 아이들이 지하실을 방문하는 것이 민망한 빌라니는 작업실의 지상 이전을 위해 기금을 모으는 중이다. 이럴 때는 필즈상 수상자라는 허명도 도움이 된다나.살바도르 달리는 초현실주의 화가다. 그의 1955년 대표작인 '최후의 만찬'에 나타나는 여러 직선들의 길이는 황금비를 이루고, 배경에는 큼지막한 정십이면체가 보인다. 똑같은 모양의 펜타곤 12개를 이어 붙여서 만든 각진 축구공이 예수님 뒤에 보이다니. 도대체 이게 다 무슨 뜻인가.얘기는 고대 아테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라톤은 모순과 오류투성이의 현세 너머에 무결한 피안의 세계가 있다고 여겼다. 피안을 들여다보는 열쇠를 기하학에서 찾고는, '기하학은 진리로 가는 영혼을 이끌며, 철학의 정신을 창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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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정지용과 채동선 지면기사
한국 근대시 거장 정지용의 '고향'1933년 채동선 곡으로 가곡 만들어훗날 박화목의 시 '망향'과 결합이은상 가사 '그리워'로 불리기도가곡 하나에 세편의 시 '진풍경'우리 분단사 내재된 희귀한 사례정지용은 한국 근대시의 거장이다. 그는 시의 언어 예술적 측면을 자각한 최초의 시인이었고, 시 안에 근대적 삶의 경험적 충실성을 줄곧 표현하였고 투명한 감각과 동양적 정신을 결합하여 시를 씀으로써, 우리 학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해석 문서군(群)을 거느린 시인이 되었다. 그의 시편 중에 대중의 뇌리에 뚜렷하게 남은 것은 일찍이 가곡으로 만들어져 불린 '고향'일 것이다.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산꽁이 알을 품고/뻐꾸기 제철에 울건만//마음은 제고향 진히지 않고/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힌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정지용, '고향'또 다른 대표작 '향수'에서 정지용은 연마다 반복되는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구절을 통해, 독자들을 고향으로 불러들이는 주술적 효과를 자아낸 바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가난이 지닌 질박한 아름다움 속에서 귀속의 안도감을 발견하고 행복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러한 '향수'와 전혀 다른 지점에서 씌어진 작품이 '고향'이다. 이 시편은 깊은 고향 상실감을 노래하였는데, 여기서 시인은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이 되어 고향 주변을 겉돌고 있다. 폐쇄된 내면 공간과 열린 자연 공간의 대립이 긴장을 이루면서, 이 작품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산뜻하게 표현하고 있다.이 작품은 채동선이 작곡하여 일제강점기 때 널리 불렸다. 채동선은 1910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3·1운동 후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와세다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18년경에는 홍난파에게 바이올린을 배웠고, 1924년에는 본격 음악 공부를 위해 독일로 유학하여 작곡과 바이올린 연주를 배운 엘리트 중의 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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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2016 화성 수원 방문의 해가 맞나요? 지면기사
국내·외 여행 패턴이 단체 위주에서 개인 단위로 변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필자가 심사하고 있는 내나라 여행상품에 화성 수원을 모객 대상으로 하는 여행 상품이 전무해 수원의 주요 관광지 답사를 통한 주변 여론을 파악한 결과 방문의 해임에도 2013년 생태교통축제 이후 수원을 찾는 관광객은 답보, 아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1997년 화성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와 2003년 화성행궁 복원공개, 수도권에 인접한 지리적 여건 등 수원시는 관광도시로의 최대 호기를 맞이 하였지만 관련 당국의 마인드와 전략 부재로 발전 속도가 너무 느리고 보유하고 있는 가치와 자원이 세계적 여행전문지 론니 플래닛 선정 아시아 관광지 3위로 선정된 전주 한옥마을 등에 비해 아직도 과소평가되고 있음에 안타깝다. 다행인 것은 지역의 뜻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와 관련 당국의 인식제고로 골목 길 도로정비, 한옥 건립지원제도, 상가간판 정비 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구슬도 꿰어야 보물이 되듯이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기본 인프라 구축및 관광특구 지정과 더불어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방향 설정을 할 것을 요구한다.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도 화성을 브랜드로 한 전략적 사고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건의하며 행궁동 내에 위치한 천주교성지인 북수동 성당과 삼일고의 기독교 유적지 등을 연계한 코스 개발 및 홍보 유치전략, 무엇보다도 볼거리 외 개인 관광객 특히 젊은 층이 열광하는 먹거리, 즐길거리를 위한 푸드 트럭, 야시장, 풍물·벼룩시장 개설, 이제나저제나 하며 기대를 안고 머물고 있는 공방거리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공연 활성화 등 붙잡아 놓기 과제 등도 필요하다.유럽의 광장 못지않은 행궁 앞 광장과 금년 개관한 예절·음식체험관은 연중 행사로 시끌벅적하게 운영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며 예절·음식체험관 담장철책은 건물에 걸맞게 흙·돌 담장으로 대체하거나 화단을 조성하고 시냇물이 흐르게 하면 좋겠다.화성을 중심으로 한 유적지 주변의 등 밝힌 밤은 대단한 볼거리이지만 아직도 주변 골목상권 길은 불경기 탓인지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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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SW(소프트웨어)융합계의 인재들을 환영하며 지면기사
오늘은 인천 송도에서 '제3회 대한민국 SW융합 해카톤(Hackathon)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전국 SW(소프트웨어)융합클러스터센터가 주관하는 전국 규모의 대회다. 일반인들에게는 아마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는 해카톤 대회는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약 42.195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개발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대회다.1999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해카톤은 페이스북(FaceBook) 등 전 세계 유수 IT기업들의 독특한 아이디어 창출 문화로 자리 잡았다. 비단 IT기업 뿐만 아니라 포드, 도요타 등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도 해카톤 방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개척에 분투 중이다.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대기업들과 공공기관들 역시 해카톤 문화를 받아들였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타인과의 협업을 통해 창조적 아이디어 도출을 추구하는 해카톤의 매력에 매료된 여러 인재는, 국내 외 여러 해카톤 대회로 끊임없이 모여들어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해카톤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야를 초월한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에 대해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는 동시에 아이디어를 제시할 기회의 장(場)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새로운 시각과 의견 공유가 가능하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성장동력이 이종(異種)산업 간의 융합(融合)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해카톤 대회는 이런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에서 운영을 맡은 이번 해카톤에서는 기존의 포괄적 자유 주제와는 달리, 소방차의 골든타임 확보와 어린이 관련 과제를 줘, 사회문제 해결과 어린이들의 창의성 구현이라는 일반 시민들도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예정이다.특히 그간 일반 시민들에 있어 해카톤의 의미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점을 감안, 이번 대회에서는 미래 SW 인재인 어린이의 상상을 융합한 주제를 설정하였다. 어린이들은 이 주제의 성과를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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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말하다 지면기사
특정분야의 '제한적 기술'을 반복해 숙달하는 것이 훈련이고 직업에 대한 인간의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교육이라 비교해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직업훈련원, 직업전문학교와 같은 전문기술교육 기관은 기능훈련에 적합한 교육과정, 공교육 기관인 특성화고등학교는 기능 교육적 관점을 갖고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 학교는 교육적 입장을 견지해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이 기능교육의 완성으로서 실습이라고 규정돼 있기에 기능교육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현장실습 제도가 잘 작동하도록 학교와 교육 당국은 책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일반 노동자의 노동활동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학교는 기능교육, 산업체는 기능훈련으로 봐야 할 텐데, 현장실습은 출발부터 교육이 아닌 기능훈련이었다. 1963년 특히 공업계 고교는 실습환경이 사업체 환경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기능교육을 산업체 현장에서 완성하자는 목표를 갖고 시행된 제도다. 그러나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것이 과제였던 당시에 우리나라 노동환경이 제대로 교육환경을 제공할 준비가 안된 상태였다. 또 가난한 국가에서 교육과 인권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1993년 이후 산업 발달과 기술교육의 세분화로 중등단계에서 특성화고등학교 이외 기관에서의 기술교육과 고등단계에서 교육기관이 다양한 형태로 분화돼 나간다. 그 이면에는 교육이 사회 계층이동 수단이라는 생각과 함께 높은 교육열, 산업기술이 고도화되는 사회 속에서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 또, 산업 현장에 기능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여해 경제성장 담론이 지배적인 시대에 입시 변방에서 또 다른 제국을 형성했다. 양날이 공존하던 시기에 공교육기관인 특성화고교는 보편교육으로서 위상에 변화가 일어난다. 전교조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감지하고 특성화고는 기능교육기관이 아닌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공교육으로서 전환을 선구적으로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2000년대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가 땅속 깊이 뿌리 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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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병역명문가가 우대받는 사회가 조성되기를 지면기사
3代에 걸쳐 선정된 병역명문가2016년 현재 3천431가문에 달해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인병역을 이행한 3대 가족에 대한예우와 혜택 더욱 확대시켜세계 유례없는 가문역사 만들어야'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프랑스 말이다.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이다.14세기 백년 전쟁 당시 프랑스 북부의 항만 도시 '칼레(Calais)'는 영국군에 포위당한다. 칼레는 영국에 항복하게 되고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누군가가 그동안의 반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이 도시의 대표 6명이 목을 매 처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칼레 시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피에르'가 처형을 자청하였고 이어서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의 귀족들도 처형에 동참한다. 그러나 에드워드 3세는 임신한 왕비의 간청을 받아들여 죽음을 자처했던 시민 여섯 명을 살려주게 된다. 이 이야기는 역사가에 의해 기록되고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되었다.우리나라 역사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은 많다.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은 아들 원술이 당나라군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도망해 오자 왕에게 참수형에 처하라고 건의하고 끝까지 용서하지 않았다. 조선 정조 당시 흉년으로 식량난에 허덕이는 제주도 사람들에게 전 재산을 분배한 거상 김만덕도 있다. 이밖에 일제 강점기 집안의 전 재산을 팔아 '신흥 무관학교'를 세우고 3천여명의 독립군을 배출했던 우당 이회영 선생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자진 병역의무이행은 가장 중요하고 국민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일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저명인사나 소위 상류계층의 병역 기피가 화두가 되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공직자 인사청문회, 공직자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 제도, 병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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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안부 문제, 지자체가 발벗고 나선 이유 지면기사
얼마 전 위안부 피해자 어르신들과 함께 '위안부 특별법 제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 그 힘을 토대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이번에 청원한 위안부 특별법은 대통령 소속 심의위원회 설치, 피해자 및 사망자 추도를 위한 한국 정부의 지원, 8월 14일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로 지정,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정부의 활동보고서 국회 제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이에 앞서 고양시 해외방문단은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강일출 할머니를 모시고 피켓시위를 결행하기도 했다. 우리는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합당한 배상,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주장했다.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치단체장의 정치쇼'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위안부 피해자 증언회의 소중한 가치를 폄훼하고 있으며, 특히 '20대 국회 위안부 특별법 제정 추진' 또한 자치단체장의 행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위안부 피해자 인권회복을 위한 고양시의 노력을 '수준 낮은 분쟁'으로 비하하기까지 했다.정치쇼라는 시각은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되묻고 싶다. 오죽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나서 위안부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겠는가. 국가가 전면에 나서지 않을 때 시민이 주체가 되어 지자체 차원에서 노력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고 보니, 앞서 언급한 일각에서의 비판이 오히려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일부 정치인들을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들에게 말이다.개탄스럽다. 현재 생존해 계신 피해자 할머니들은 40명에 불과하다. 이옥선 할머니는 "우린 아직도 해방이 안 됐어요. 15살에 끌려가서 90살이 되도록 우린 전쟁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작고 힘없는 목소리였지만 그 어떤 말씀보다 우리들의 마음을 찔렀다. 위안소를 '사형장', '도살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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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우리는 고래보다 열등하다 지면기사
약한쪽에 연민 느껴 보호해주려는 혹등고래 마음기절한 택시기사 놔둔채 골프백 챙겨 떠난 사람들도덕적 의무까지 법으로 강제하는 사회돼야 하나단단하게 뭉쳐있던 마음의 무장을 풀어놓은 토요일 오후는 TV보기에 딱 좋다. 지난 주 역시 마찬가지. 이 채널 저 채널 기웃거리다 EBS에서 방황을 끝냈다. 해외의 고품격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세계의 눈'은 그 시간대 딱히 볼 게 없는 대한민국 오십대 남자들에게는 제격이다. 책 읽는 수고로움 없이 게으른 자의 지적(知的) 허기도 제법 채워준다. 그런데 그날 방송한 '고래들의 전쟁'은 여느 토요일 나른한 시선으로 시청하던 다큐멘터리와는 사뭇 달랐다. 남쪽 열대의 바다에서 새끼를 낳은 고래들은 봄이 되면 새끼를 데리고 대장정에 오른다. 목적지는 북쪽 베링해. 적도 부근 바다에서 출발해 두 달 동안 5천km를 헤엄치는 긴 여정이다. 그때쯤 베링해에는 고래들의 먹이인 크릴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 크릴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고래들은 그 먼 길을 마다않는다. 베링해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150개의 섬으로 늘어선 알류산 열도를 통과해야 한다. 섬과 섬 사이 폭 10km의 좁은 해협 '유니맥 패스'는 고래들이 베링해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이곳으로 혹등고래와 귀신고래들이 몰려드는데 이들을 노리는 또 다른 고래들이 있다. 바다의 최종 포식자인 범고래 무리다. 머리 좋고 사나운 녀석들은 해협의 길목을 지키며 새끼 고래들을 노린다. 절반 정도의 새끼들이 이곳에서 희생된다고 한다. 화면에는 수십 년간 고래를 관찰해온 과학자들조차 미처 보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졌다. 어미를 잃은 채 홀로 유니맥 패스를 통과하려던 새끼 귀신고래가 범고래 무리들에게 당하려는 찰나 한 떼의 혹등고래 무리가 새끼 귀신고래를 구하기 위해 울부짖으며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예닐곱 마리로 각각 무리지은 혹등고래와 범고래들은 치열한 육탄전을 벌였고, 마침내 범고래들이 퇴각했다. 몇 해 전에는 혹등고래가 범고래 무리에게 쫓기던 물범을 자신의 지느러미 위에 태운 채 뒤로 누워 20분 동안이나 헤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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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생(民生)은 어디두고 지면기사
요금폭탄, 징벌적 누진제, 40년 적폐, 사실상 정책판단 미스… . 올여름 폭염과 함께 찾아온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문제의 심각성을 두고 터져나 온 말들이다. 40여년 적폐를 언급했듯이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의 중산층 서민들에게는 아주 오래전부터 앓아온 충치와도 같은 골칫거리였고, 이 문제로 이집저집 아우성이 끊이질 않았다.그런데, 아주 오랜 세월 고쳐질 것 같지 않았던 전기 요금제 문제가 올여름 폭염과 함께, 개선의 급반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도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40년 적폐를 해소할 단초가 마련된 듯하다. 결코 아니 될 것 같았던 일들이 기적처럼 변화되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예년과 다른 폭염에 전력수요가 급증했고, 수요증가가 서민들에게는 요금폭탄을 안겼으며, 이는 곧 민심이반으로 이어지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당·정·청이 움직였고, 요금체계 개편 없다던 산업통상부가 하루아침에 '대국민 사과'를 밝히며 전면개편을 선언했으며, 일부 국회의원들은 입법발의로 재빠르게 민심을 얻고 있다. 어쨌든, 개편과 개선을 위한 작업들이 더욱 구체화 되어야 그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겠으나, 개선을 위한 큰 명분과 힘은 실린 듯 보인다. 필자는 이쯤에서 정치(政治)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치국(治國) 즉, 나라를 잘 다스려 국민을 편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픔이 있는 곳, 가려움이 있는 곳을 찾아 낫게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 믿는다. '손톱 밑의 가시를 뽑는다'라는 좋은 말도 있지 않은가. 최근 불거진 전기요금 폭탄 정국은 그러나, 시름겨워하는 서민들의 삶 속에 과연 '정치'라는 것이 있었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수십년 서민들의 아픔을 지금껏 방치해 온 것은 도저히 이해되질 않는다. 비단 전기요금만을 이야기하겠는가. 민생을 챙겨야 할 숱한 많은 것들이 지금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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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독자위 7월 모니터링 요지·인천 지면기사
'공항공사 인재채용 인색' 문제점 잘 지적'실속없는 위원회' 다양한 사례 소개 필요인천도시철도 사전점검 심층취재 아쉬움경인일보 인천 지면을 평가하는 7월 독자위원회가 지난 10일 인천본사 회의실에서 개최됐다.이날 독자위원회 회의에는 김하운 독자위원회위원장(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과 이경환(SGI서울보증 삼화대리점 대표), 조강희(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광수(인천시교육청 장학사) 독자위원이 참석했다.이달 회의에서는 군 공사로 훼손된 대청도 해변의 현 실태를 고발한 경인일보 보도에 대한 독자위원의 언급이 많이 나왔다.경인일보가 지난 6월 보도한 연평도의 서해 5도 '요새화 사업'의 환경 파괴 문제를 지적한 이후 대청도에서 확인된 추가 사례를 보도한 것이었다.조강희 독자위원은 "경인일보가 국방부의 행태를 고발했는데, 이와 같은 사례가 더 많이 있을 것 같다"며 "또 대청도 농여해변에 대한 국방부의 복원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후속 보도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방부의 이러한 모습은 인천시가 추진하는 '섬 가치 찾기 사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시의 적극적인 대응도 요구했다.이경환 위원은 공사 이전 사진과 공사 이후 황폐해진 사진을 같이 실었던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백 마디 말이나 글보다 사진 한 장이 더 시사하는 바가 커 보였다"며 "군의 방어시설 공사로 훼손된 대청도 농여해변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인천 중구의 왕산해수욕장과 을왕리해수욕장의 모래 유실 문제를 보도한 <쓸려나간 모래사장 '낭떠러지 해수욕장'>(20일 23면)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김하운 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사였다"면서도 "단순히 모래가 유실되고 있다는 문제 정도로 보도했지만, 원인을 찾는 등의 깊이 있는 분석은 아쉬웠다"고 했다. 또 "인천에 해변도 몇 곳이 없지만 다른 해변들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인천시로부터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지역 인재채용에 인색한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