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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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추사 김정희 세한도(歲寒圖)는 손창근옹이 지켰다 지면기사
'개성 최고 부자' 아버지 손세기와모든 재산으로 국가 유산 지켜내국가에 304점 기증 '금관문화훈장'며칠전 별세, 죽음도 못 알리게 해국립중앙박물관에 '父子기념실'도세한도는 알아도 세한도가 어떻게 그려졌는지는 잘 모른다. 세한도를 그린 김정희 삶은 알아도, 세한도를 기증한 손창근옹은 아는 이가 없다. 며칠 전 문화유산 애호가 손창근옹이 9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304점 국가 유물을 기증 후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손창근옹은 죽음도 알리지 말라며 홀연히 떠났다. 개성 최고 부자인 아버지 석포 손세기 선생과 아들 손창근은 모든 재산으로 국가 유산을 지켰다. 남은 재산도 국가에 기증하고 떠났다. 손창근옹은 누구일까?국립중앙박물관에 '손세기·손창근 기념실'이 있다. 그곳에 국보 세한도가 세상과 조용히 만나고 있다. 세한도는 제주에서 한양으로 그리고 북경으로, 다시 서울에서 도쿄로 시간이 흐르며 주인도 바뀌었다. 주인은 바뀌어도 세한도는 변함이 없다. 180년 전 제주에서 추사 김정희는 제자 우선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선물한다. 1844년 제주로 유배된 후 4년쯤 사람도 소식도 모두 끊겼다. 절대고독의 시간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유배길에 제자는 한결같았다. 그 마음을 담아 한 폭 그림으로 그렸다. 팥죽과 같은 먹물로 빗자루 쓸 듯 붓 하나로 그림에 혼을 담았다. 59세에 그린 인생작이 세한도(歲寒圖)다.'추운 겨울이 된 후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이제야 알았다'.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 松柏之後凋) 그림 속 글을 써 고마움도 담았다. '오랫동안 서로 잊지 말자' 장무상망(長毋相忘) 인장도 함께 넣었다. 인간의 모든 면을 생각하게 한다. 역관 이상적은 배 타고 제주를 떠나 한양에 온다. 그 후 청나라 북경으로 세한도를 지인들에게 알린다. 스승이 감격해 보내고, 제자는 가슴 따뜻하게 16인 발문을 받았다. 그림은 간단하고, 간명하다. 담백한 집 한 채 변함없는 마음이 전해진다. 삶의 고통 없이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이시영·오세창·정인보도 세한도에 발문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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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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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산자료로 경기 청년기본소득 집적대는 행안부 지면기사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전산정보자료 제공 거부로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 지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청년기본소득은 경기도가 2018년 제정한 청년배당 지급 조례에 따라 2019년부터 도내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원 씩 총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경기도형 청년지원사업이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시행한 청년배당사업을 경기도지사가 되자마자 경기도 전체로 확대했다.사업 집행을 위해서는 전입일, 생년월일, 주소가 포함된 행안부의 주민등록 전산자료가 필요하다. 사업 대상 청년들에게 기본소득 지급 대상임을 공지하는 안내문 발송 때문이다. 그런데 행안부가 지난해 3분기 지급을 앞두고 갑자기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전산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경기도가 개인정보 침해가 아니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내자 행안부는 4분기 신청 마감 직전에야 자료를 제공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행안부는 주민등록법상 근거가 없다는 새로운 핑계를 대며 또다시 자료 제공을 거부중이다.맥락 없고 근거도 박약한 행안부의 전산자료 제공 거부는 경기도 자치사무 방해 행위에 불과하다. 지난 5년 가까이 군말 없이 제공했던 자료다. 자료제공 거부 근거들이 명백했다면 처음부터 거부했어야 맞다. 거부할 근거가 없었다고 봐야 맞다. 그렇다면 갑자기 억지 근거를 계속 만들어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의도적이라 의심할만 하다.청년기본소득은 성남시에서 처음 시행할 때부터 논란이 뜨거웠다. 기본소득 자체에 대한 이념적 찬반 논쟁을 초래했고, 특정 연령에 청년지원 예산을 집중하는 방식의 당부를 놓고도 견해가 분분했다. 올해부턴 성남시가 관련 조례폐지로, 의정부시가 분담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업에서 빠지면서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도마에 올랐다.그래도 청년기본소득은 자치 조례로 시행 중인 경기도 고유 사업이다. 행안부가 억지 근거로 자치 사무 집행을 방해할 이유가 없다. 행안부의 전산자료 제공 거부로 안내문 발송이 차질을 빚을 때마다 90%대이던 지급률이 80%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의도가 모호한 행안부의 비협조로 기본소득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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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창호법 시행 5년 달라진 게 없다 지면기사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은 2019년 마련됐다. 2018년 카투사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윤창호씨가 음주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했고, 이에 국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면 면허정지, 0.08%를 넘으면 면허취소 처분을 받는다.한 청년의 죽음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처벌 기준이 강화됐지만, 큰 변화는 없다. 2020~2023년 연평균 인천지역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837건이다. 윤창호법 시행 전에는 감소 추세가 뚜렷했는데, 오히려 법 시행 이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인천지역 운전자도 2014년 8천84명, 2016년 6천9명, 2018년 4천894명 등 법 시행 전 감소세를 보였으나 2019년부터 4천명 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인천만이 아닐 것이다.전문가들은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래야 음주운전을 '과실'이 아닌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갈 수 있는 '심각한 범죄'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2023년 음주운전에 적발된 운전자 10명 중 4.5명은 재범이다. 윤창호법을 비웃듯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시 또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음주운전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 오는 10월 도입되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 의무화 제도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다.윤창호법이 시행(2019년 6월25일)된 지 5년이 됐다. 그럼에도 음주운전이 줄지 않는 점을 고려해 정치권은 윤창호법보다 한층 강화된 입법에 나서야 한다. 제2의, 제3의 안타까운 사고로 여론이 또다시 들끓어야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인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거나 인명 사고를 내면 운전면허를 영구 박탈하거나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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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과거에 배우던 한국말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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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러브버그 지면기사
팅커벨이 떠나니 러브버그다. 지난 5월 일명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가 사람들을 괴롭히더니 6월엔 러브버그(lovebug·붉은등우단털파리)가 떼로 출몰했다. 러브버그는 암컷과 수컷이 꼬리를 붙인 채 낮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수컷이 죽을 때까지 꼭 달라붙어 다니니 외도할 틈이 없다. 인간계로 치면 철저한 일부일처제다. 커플로 무리지어 다니면서 검은 머리와 가슴·붉은 배를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대니 갑작스러운 대면에 사람들은 소스라친다.주로 산속에 서식하던 러브버그가 어떻게 도시로 진출했을까. 전문가들은 주요 먹이인 토양의 부식질과 낙엽이 썩을 때 나는 냄새가 배기가스와 유사해 본능적으로 자동차에 끌린 것이라 분석한다. 이제 도심 속 매장의 쇼윈도에 붙어있는 것도 모자라 내부까지 휘젓고 날아다니니 가뜩이나 불경기에 심기 불편한 상인들은 뿔이 난다. 차량 불빛에도 겁 없이 달려들어 사체가 유리창과 전조등을 뒤덮기도 한다. 오래 방치하면 부식의 원인이 되니 세차하기도 번거롭다.사람을 귀찮게 하는 러브버그는 벼나 보리를 갉아먹는 멸강나방, 토마토·감자 줄기에서 즙을 빨아먹는 꽈리허리노린재 등과는 달리 익충(益蟲)이라는 게 반전이다. 독성도 없고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고, 꽃꿀을 먹고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돕는 쓸모 있는 벌레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8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기록이 있다. 자연 유입보다는 무역 라인에 편승해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4년 만인 2022년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크게 늘더니 지난해에는 수도권 전역으로 퍼졌다. 작년 첫 러브버그는 6월 15일 서울에서 발견됐는데 올해는 이른 폭염으로 13일이나 빨라졌다. 지구온난화 심화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한 탓이다. 서울은 러브버그가 서식할 수 있는 북방한계가 됐다. 이제 매년 초여름 불청객들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게 됐다.온라인에서 러브버그 퇴치 꿀팁들이 공유되고 있다. ▲밝은색 보다 어두운색의 옷을 입어라 ▲살충제 대신 물이나 빗자루 등으로 제거해라 ▲야간 조명의 밝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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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을과 을의 갈등과 차별을 넘어 함께 살기 위한 최저임금 지면기사
자영업·소상공 최대 어려움 설문에'불공정거래' '높은 임대료'순 대답경영계 주장한 '높은 인건비' 아냐일정 수준 임금 있어야 소비 여력최임, 함께 살기위한 교집합 돼야다시 최저임금의 시간이다.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수준에 많은 노동자, 시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실질임금 삭감 시대에 살고 있는 노동자, 시민에게 최저임금 수준 즉, 얼마가 올라 얼마를 받느냐가 관심의 중심이겠지만, 여기에 더해 인상 수준을 정하기 위한 결정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확산하는 특수고용·플랫폼 영역 노동자의 적정 임금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최저임금 범위에 각종 수당이 포함되면서, 임금은 인상 됐으나 실질임금은 그대로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 역시 뒤로 밀린 상황은 유감이다.임금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지급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생각에 따라 입장과 태도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상식의 문제를 넘어 본질을 호도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면 이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이것이 소위 '을'과 '을'의 갈등이고, 경영계는 이를 노골적으로 조장한다.지난 6월12일 수원시 대표 상업지역인 수원역 로데오문화광장 입구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최저임금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가운데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영계의 주장대로라면 '높은 인건비'라는 답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어야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제일 높은 응답은 '프랜차이즈 갑질 등 불공정 거래'였고, 다음은 '높은 임대료'였다. '불합리한 카드 수수료와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이란 답도 많았다. 물론 설문 참여자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시민들은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마주한 어려움이 어디에 있는지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해마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는 사용자들이 현행 '최저임금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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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더 에이트 쇼, 1층, 인천 지면기사
넷플릭스 드라마 '더 에이트 쇼'의 중요한 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는 쓰레기다. 어느 날 '1층'(배성우)은 각 방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정확히 말하면 배변 봉투를 자신에게 버려달라고 다른 참가자에게 제안한다. 그날부터 '1층'이 머무는 방은 다른 7명이 배출한 폐기물을 받아내는 공식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마음 여린 '1층'의 제안과 다른 이들의 '승낙'으로 그렇게 환경미화원이 탄생했다.작품 속에는 '1층'부터 '8층'까지 8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본명 대신 층수를 호칭으로 쓴다. 주최측이 마련해준 방 안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각자 가져갈 상금이 올라가는 것이 이들이 참여한 게임 규칙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생긴 상금으로 뭐든지 사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참가자들 방에는 배설물을 버릴 곳이 없었다.쓰레기 처리를 자처한 '1층'의 희생으로 나머지 참가자들의 삶의 질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반대로 1층에는 늘 악취가 진동했고 파리가 들끓었다. '1층'은 공공의 질서를 위해 불편함을 감내했다. 다른 참가자들이 가졌던 '1층'에 대한 고마움이나 미안함이 사라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드라마 속 '1층'이 처한 상황과 인천의 상황이 묘하게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의든 타의든 인천은 다른 수도권 도시 주민을 위해 오랫동안 '1층' 역할을 해왔다. 인천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품고 살았다. 아무리 예쁜 이름으로 세탁한다 해도 '수도권(쓰레기)매립지'라는 본질이 숨겨지지 않는다.쓰레기 대체 매립지 공모가 결국 무산됐다. 나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없었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내 쓰레기는 내 집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내 쓰레기를 옆집 쓰레기통에 버리면 이상하지 않은가. 하물며 드라마에서도 쓰레기장 역할은 바뀐다. '3층'(류준열)이 '1층'을 대신한다. '3층'의 대사가 기억난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다 해낼 때 사회는 비로소 안정적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김성호 인천본사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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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교육, 가르치고 기르는 일 지면기사
돌봄 강조되는 순간에도 교육 작동0~5세, 보육과 교육 이분화 불가능구획지으려는 시도는 정치적 구호저출생 해법은 영유아 존귀히 대접"유보통합 예산 확보" 함께 외쳐야유아교육과를 졸업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유치원 교사 2급 자격증과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부는 유치원으로, 또 일부는 어린이집으로 취업한다. 실습을 통해 0~2세 영아, 혹은 3~5세 유아에 대한 교육을 이미 경험한 졸업생은 자신의 성향과 기관의 상황을 조율하며 영아를 담당하거나 유아를 담당하는 교사가 된다.어린이집에 재원하는 0세는 출생한지 3개월에서 1년 미만의 영아로 기관에 머무는 시간 내내 교사의 손길을 온전히 필요로 한다. 이 시기에는 영아의 욕구를 민감하게 읽고 적절하게 반응하며 안전하고 평안한 정서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1세와 2세는 걷기 시작하면서 신체의 자율성을 획득하고, 언어발달이 이루어지며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시기다. 자아에 대한 인지가 강화되며 자신에 대한 탐구가 활발해져 협력하거나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 또래관계보다는 자신을 지지하거나 격려하는 교사와의 1대1 관계가 여전히 중요하다. 부모, 교사와 같은 안전 기지와의 수천, 수만의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세계 속에서 미약하지만 자신의 존재와 능력에 확신을 갖게 되는 영아기를 지나면 비로소 유아는 또래와의 관계를 경험하며 확장된 관계망을 발달시킨다.3~5세 유아기는 또래와의 친밀함을 통한 협력과 배려뿐 아니라, 갈등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때론 자신의 욕망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규칙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과 소속감을 바탕으로 공간에 대한 애정, 공동체에 기여하고자하는 의지 등을 갖는다. 이 시기 교사는 유아의 다양한 일상과 놀이 상황에서 이러한 경험을 포착해 교육적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연령별 교사의 역할은 차이가 있겠으나 교육적 관점과 철학을 지니고 발달 이론에 입각해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연령에 따라 돌봄이 강조되는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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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일상에 지친 그대여, '장자'를 읽자 지면기사
우언·우화로 이뤄진 문학작품 가까워국내 김달진·안동림 변역본 최고 평가카프카·보르헤스 등 세계적으로 영향 전전긍긍 인생의 순간, 마음에 자유를'장자'는 노자의 '도덕경'과 함께 도가 최고 경전이다. 이 둘이 모여 '노장사상'을 이룬다. '도덕경'이 깊은 사유와 통찰을 담은 철학서라 한다면 '장자'는 우언(寓言)과 우화(寓話)로 이루어진 문학작품에 가깝다. '장자'는 '남화경'이라고도 하는데, 속세를 초탈하여 유유자적하는 초월적 세계관이 현실에 매여 악전고투하는 우리에게 마음의 자유와 해방의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어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장자'의 저자 장주(莊周)는 사마천의 '사기'에 간략하게 소개돼 있다. 그는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 몽(蒙) 출신 철학자로 도가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도교에서는 그를 남화진인(南華眞人), 남화노선(南華老仙)이라고 한다. '삼국지통속연의'에서 황건적의 지도자 장각에게 도를 전수하는 남화노선이 바로 장자다.우리 문헌에서 장자가 언급된 가장 빠른 기록으로는 고려 가요, 이른바 경기체가인 '한림별곡'이다. '한림별곡' 제2장 '당한서 장노자 한유문집/ 이두집 난대집 백락천집/모시상서 주역춘추 주대예기'라는 구절이 그러하다. 풀이하면 '당서와 한서, 장자와 노자, 한유와 유종원의 문집, 이백과 두보의 시집, 난대영사(令使)들의 시문집, 백락천의 문집, 시경과 서경, 주역과 춘추, 대대례와 소대례'란 뜻으로 당대 선비들이 가장 사랑하는 책들이 열거돼 있다. 여기에 '장자'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고려시대 이처럼 인기가 높았던 필독서 '장자'는 주자학이 지배하는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돌연 자취를 감춘다. 주자학 이외에 학문을 '사문난적'으로 모는 무지막지한 이념의 독재 때문이다. 조선 중후기의 문신 남당 한원진(1682~1751)의 '장자변해'와 박세당(1629~1703)의 '남화경주해산보' 정도가 고작이다. '장자'를 사갈시(蛇蝎視)하던 주자주의의 관성 때문일까? '장자'는 다른 동양 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