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가을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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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가을 야구 지면기사

    프로 야구는 종종 농사와 비유된다. 이듬해 농사를 위해 겨우내 준비하는 농부처럼 야구도 정규시즌 전 스프링 캠프에서 꼼꼼한 준비를 한다. 가뭄, 장마, 폭염을 거쳐 마침내 가을 수확에서 한해 농사가 결판나듯, 야구도 정규시즌이 끝나고 포스트 시즌 진출 여부에 따라 1년 농사 성패가 좌우된다. 이처럼 144게임을 치러야 하는 프로 야구만큼 계절을 타는 스포츠도 없다. 프로야구의 정규시즌이 마감됐다. 한해 농사가 끝난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 끝난 게 아니다. 포스트 시즌이 기다리고 있다. 포스트 시즌은 깊은 가을이 왔음을 의미한다. 야구의 종주국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최종 우승을 가리는 월드시리즈를 '가을의 고전(Fall Classic)' 또는 '10월의 고전(October Classic)'이라고 부른다. 무르익은 가을, 10월(October)에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10월을 빗댄 조어도 많다. 가령 플레이오프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타자를 Mr October라 부른다. 2007년 와일드카드로 거침없는 7연승을 달리며 돌풍을 일으켰던 현재 오승환 소속팀 콜로라도 로키스는 Rocktober(Rockies+October)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우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한국 프로야구는 10개 팀 중 상위 5개 팀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 팬들은 정규시즌 내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달라는 절실한 바람을 하나의 문구에 함축시켰다. 역사상 가장 더웠던 지난여름에도 구장마다 팬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던 이 말. '가을에도 야구하자'가 그것이다. 8자에 불과하지만 응원하는 팀이 뛰는 경기를 한 게임이라도 더 보고 싶은 팬들의 간절함이 함축되어 있다. 이후 '가을 야구'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를 잡았다.2018년 가을 야구는 두산 SK 한화 넥센 기아 5팀만 초청받았다. 로맥과 한동민으로 대표되는 명실상부한 '홈런 군단'이자 '두산의 대항마' 인천 SK 와이번즈는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해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덕

  • [참성단]하나의 전쟁과 두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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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하나의 전쟁과 두개의 시선 지면기사

    제임스 쿡 선장은 영국에게는 영토를 개척한 위대한 탐험가이지만 뉴질랜드와 호주 원주민에게는 침략자이자 학살자이다. 그는 1769년 뉴질랜드에 상륙하고 1770년 호주 해안을 탐사한 최초의 유럽인이었다. 내년은 뉴질랜드 발견 250주년이고, 내후년은 호주 정부가 기리는 '영토발견의 해' 250주년이 된다. 하지만 쿡 선장을 바라보는 두개의 시선이 충돌하면서 기념 분위기가 바래고 있다. 쿡 선장을 향한 양국 원주민들의 반감이 고조되고 있고, 그의 동상은 곳곳에서 훼손되고 철거되는 실정이다.전쟁, 특히 일방적인 침략전쟁의 경우 가해의 역사는 퇴색하는 반면, 피해의 역사는 선명하다. 전쟁을 바라보는 가해국과 피해국의 시선이 달라서다. 일본의 아시아 침략전쟁이 대표적이다. 가해 역사를 지우려는 일본내 극우보수 세력이 가해를 인정하는 양심세력을 압도한다. 그럴수록 피해 당사국들의 피해의식은 더욱 또렷해진다.지난 11~12일 인천시와 경인일보가 주최한 '인천의 전쟁과 세계평화 포럼'에서도 하나의 전쟁을 바라보는 두개의 시선이 역력히 드러났다. 1871년의 한국은 미국의 침략으로 규정한 신미양요를, 미국 발표자는 '원정(遠征)'이라 주장했다. 러-일 전쟁에 대한 논란은 더 뜨거웠다. 러시아 발표자는 "러일 전쟁의 직접적인 전범은 일본"이라고 주장한 반면 일본 발표자는 전쟁이라는 표현 대신 "약간의 교전"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중국 학자는 "러일 전쟁으로 당시 무고한 중국인들이 물적·정신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남의 집(랴오닝과 제물포) 피해는 언급하지 않는데 항의했다.이번 포럼은 현재 진행중인 남북 평화협상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분단 이후 남북 분쟁사에서 주로 피해 당사자는 남측이었다. 6·25전쟁, 무장간첩 침투, 아웅산 폭파사건, 1·2차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의 피해 당사자가 현존하고 피해의식은 엄존한다. 정부의 한반도 평화협상 진전을 우려하는 여론의 배경이다. 북한의 대남 침략 역사를 향한 우리 내부의 피해의식 해소가 남북협상 국면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 [참성단]흰 지팡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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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흰 지팡이의 날 지면기사

    오늘은 '흰 지팡이의 날'이다. 그동안 이런 날이 있는 줄도 몰랐다. 무관심 탓이다. 제정된 지도 올해로 벌써 39년째가 됐다. 그런데도 몰랐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흰 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주는 '눈' 역할을 하는 그 지팡이다. 1946년 미국 육군병원 안과의사 후버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고안했다. 비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을 쉽게 식별하고 길을 양보하거나 운전자가 서행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1980년 헬렌 켈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10월 15일을 '흰 지팡이의 날'로 공식 제정해 전 세계에 선포했다. 선언문엔 '흰 지팡이는 동정이나 무능의 상징이 아니라 자립과 성취의 상징'으로 규정했다. 우리나라에서 흰 지팡이에 대한 규정이 마련된 것은 1972년 도로교통법에서다. 도로교통법 제11조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도로를 보행할 때는 흰 지팡이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제48조에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나 유아가 보호자 없이 걷고 있거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흰색 지팡이를 가지고 걷고 있을 때에는 일시 정지하거나 서행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법은 '딱 '거기 까지다. 시각장애인에게 도심은 여전히 거대한 정글이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장벽이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흰 지팡이를 의지해 도심에서 50m를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골목길이나 이면도로는 더 끔찍하다. 비장애인도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겁날 정도로 '우선멈춤'을 지키는 차는 거의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고속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들에겐 비장애인의 '배려'가 꼭 필요하다.누군가 흰 지팡이를 든 사람이 있다면 운전자와 보행자가 모두 그들에게 '배려'할 준비를 해야 한다. 흰 지팡이의 날을 제정한 것도 비장애인들에게 그런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배려'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말

  • [참성단]교황, 카스트로 그리고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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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교황, 카스트로 그리고 김정은 지면기사

    2015년 9월 20일.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도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쿠바 국민을 상대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며 "사상이 아니라 사람을 섬겨야 한다"고 말했다. 말로는 쿠바 인민을 위한다면서 개인숭배에 빠진 카스트로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쿠바에서 4일을 머무르는 동안 포용과 사랑으로 쿠바의 변화를 독려했다. 쿠바 국민은 1998년 요한 바오로 2세, 2012년 베네딕토 16세의 쿠바방문 때보다 프란치스코를 더욱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교황이 54년 만의 미국·쿠바 국교정상화에 막후 중재역할을 했기 때문이다.교황은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도 만났다. 카스트로는 늘 그랬듯 세 줄이 있는 파란 아디다스 운동복을 입고 교황을 만났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체제에 대해선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카스트로의 고교 은사이자 예수회 신부인 아만도 요렌테의 설교집을 선물했다. 거기엔 나름 큰 의미가 있었다. 카스트로는 1959년 쿠바 혁명 직후 은사인 요렌테 신부를 추방했다. 요렌테 신부는 고국 쿠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2010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생을 마쳤다. 신부의 설교집 전달은 카스트로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교황의 간곡한 뜻이 포함돼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을 공식 초청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교황을 만나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이에 김 위원장은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진행된 얘기라 단정할 수 없지만 김 위원장이 교황 방문을 간곡히 원하는 것과 문 대통령이 교황의 평양방문을 희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김 위원장이 교황을 초청하려는 의도는 분명하다. 전 세계에 북한을 정상국가로 보이고 싶은 것이다. 교황이 방문을 수락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수락해도 쿠바와 평양은 너무 다른 나라다. 쿠바국민의 60%가 가톨릭 신자지만 평양에는 가톨릭 신자가 한 명도 없다. 전

  • [참성단]스리랑카 노동자의 풍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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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스리랑카 노동자의 풍등 지면기사

    한 스리랑카 노동자가 일하던 공사현장에 떨어져 있던 풍등에 다시 불을 붙여 날렸다. 심심파적이었을 것이다. 경찰이 이 노동자가 날린 풍등을 대한송유관공사 고양 저유소 폭발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특정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동정론이 우세한 가운데 처벌을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있다.논란에 앞서 이 스리랑카 노동자를 덮친 나비효과는 비극적이다. 애초에 풍등을 날린 곳은 저유소에서 800m 떨어진 한 초등학교였다. 학부모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지난 8년간 해마다 날렸다고 한다. 그 수많은 풍등 중 하나가 하필 3년전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의 손을 타고 저유소를 향했다. 휘발유 탱크는 폭발했고, 스리랑카 노동자는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이 노동자에 대한 동정여론에 공감이 간다. 무심하게 날린 풍등이 저유소 폭발이라는 엄청난 사건으로 증폭된 원인 규명이 중요했다. 풍등의 불씨가 떨어져 저유탱크 잔디밭을 18분이나 태우는 장면이 저유소 모니터가 생중계했지만 이를 지켜본 송유관공사 직원은 없었다. 저유탱크 주변의 화재를 알려줄 시스템도 없었다. 작년말에 풍등을 관리할 소방법 개정이 있었지만, 풍등을 날리는 것은 불법도 아니고, 금지구역을 설정한 것도 아니다.재미삼아 재활용한 풍등 하나가 저유소 폭발로 증폭된데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송유관공사의 부실한 방재시스템, 관련 법규의 모호함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 한 외국인 노동자를 화재의 주범으로 단정하는 순간 화재 원인과 관련된 우리 내부의 문제점이 소실된다. 대형 저유시설의 화재 가능성을 증폭시켜 온 우리 내부의 문제를 주목하기 보다, 서둘러 희생양을 만들고 있다는 여론은 이성적이다.풍등은 불로 데워진 공기의 팽창력을 동력으로 솟아오른다. 불이 꺼지고 공기가 식으면 떨어진다. 그런데 저유소 잔디밭에 착륙한 문제의 풍등은 불씨를 안고 있었다.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화재의 책임을 미루고 넘어간다면 국가 방재시스템에 화근을 남기게 될테고, 국가중요시설을 향한 풍등의 습격은 계속될 것이다. 검찰이 10일 저유소 화재 피의자인 스리랑카 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 [참성단]요즘 무슨 책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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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요즘 무슨 책 읽어? 지면기사

    얼마 전 길에서 옛 은사님을 만났다. 이런 저런 얘기 중 은사님이 이렇게 물었다. "자네 요즈음 무슨 책 읽나?" 의외의 질문이라 당황했다. 생각해보니 이런 질문을 최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나 역시 누구에게 "지금 무슨 책 읽어?"라고 물어본 적이 없다. 만나는 사람에게 "밥 먹었어?" 라는 말은 수없이 하면서도 "무슨 책 읽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사는 것이다.열어둔 창문 틈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는 건 책 읽기 좋은 가을이 왔다는 것이다. 설악산 단풍 소식은 책을 읽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 왔음을 의미한다. 올해가 '책의 해'라는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국민이 책을 너무 읽지 않으니 정부가 25년 만에 올해를 '책의 해'로 지정했다. 매달 책과 연관된 행사들이 지난 3월부터 연말까지 꾸준히 끊이지 않고 열린다. 하지만 이에 관심을 두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세종은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읽지 않은 책이 없었다. 어제 한글날, 언론들은 세종의 업적을 찬양하면서 가장 으뜸으로 '한글'을 꼽았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건 백성이 쉽게 글을 읽게 하기 위함이다.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28자를 만들었으니~"라고 밝혔듯 왕은 혼자만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게 백성들에게 미안했을지도 모른다. 책 읽는 재미를 백성 모두가 공유하길 왕은 진정으로 원했을 것이다. 아무리 미디어 시대라지만 한글창제 572돌을 맞는 지금, 우리의 독서율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 국민이 책을 읽지 않는 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하루 평균 200권 이상의 신간이 쏟아지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출판량에도 불구하고 독서율은 OECD 최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 펴낸 '국민독서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65.3%였다. 2017년엔 60%로 더 떨어져 성인 10명 중 4명이 일 년 동안 책을 단 1권도 읽지 않았다. 왕의 깊은 뜻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책

  • [참성단]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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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한글날 지면기사

    한글은 쉽다. 창제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서문에서 장담한 대로다. '어리석은 백성이 쉬이 익힐 수 있는 스물여덟자'가 한글이다.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이병헌)가 어린 시동에게 약간의 무안만 당하면 금방 익힐 수 있는 문자가 한글이다. 세종이 백성을 가엾게 여기지 않았다면 유진 초이는 고애신의 고백 '보고십엇소'에 닿기까지 천자문을 외우느라 진땀을 흘렸을지도 모른다.세종이 백성이 배우기 쉬운 표음문자 창제에 전력을 기울인 이유는 표의문자인 한자(漢字)가 우리 언어와 맞지 않아서 '말하고자 할 바가 있어도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서였다. 백성 모두가 문자로 상통하는 조선을 꿈꾸고 실현한 것이다. 세종의 어진 마음 덕분에 한국어는 모든 소리를 한글로 옮길 수 있게 됐고, 한자로는 의미를 가두고 확장할 수 있게 됐으니, 후손들이 누리는 문자생활의 이익을 가늠하기 어렵다.그러나 바야흐로 한글 수난시대다. 형태는 무시로 훼손된다. 존맛탱(아 맛있다), 롬곡옾높(폭풍눈물),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 사람마다 다르다) 등 급식 먹는 중·고생의 급식체는 해독불가다. 방송사 예능프로 자막은 난수표에 가깝고, 뉴스자막에서 오자는 일상이다. 문자의 품위는 비루해졌다. 시종일관 욕설로 일관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댓글공방을 보면 한글을 이렇게까지 막 쓸 수 있을까, 경이로울 지경이다.문자로 반목하는 정치권의 구태도 여간 걱정이 아니다. '최저임금'이라 쓰고 여권은 더 올려야 할 노동자의 최소임금이라 해석하고, 보수야당은 자영업자 말살 임금이라 주장한다. '국가보안법'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겐 폐지의 대상이고 보수야당에겐 체제안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보장이다. '종전선언',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정부여당과 보수야당, 미국과 북한의 입장과 해석에 차이가 확연하다.최소한 우리 내부에서는 합의된 의미로 새겨야 할 문자이다. 그래야 우리끼리 상생이 가능하고, 밖에 나가서는 힘을 받는다. 세종은 백성들이 문자로 상통하는 조선을 원했지만, 오늘 대한민국은 문자로 갈라지는 위태로

  • [참성단]당신은 행복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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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당신은 행복합니까 지면기사

    유엔이 발간한 '2018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156개국 중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57위, 사회적 관계지수는 95위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세 이상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행복에 관해 물은 결과 '불행하다'는 답변이 73.4%에 달했다. 나이별로는 19~29세(76.9%), 30~39세(77.9%), 40~49세(75.7%), 50~59세(75.0%) 등 상당수 국민들이 자신의 불행을 호소했다.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무한경쟁, 자영업의 붕괴, 고용지표 악화 등 팍팍한 경제사정을 고려하면 지금 우리를 둘러싼 것이 '행복하지 않은 조건'들로 채워져 있는 것만은 분명한 모양이다.경인일보가 창간 73주년을 맞아 내놓은 화두는 '지금 우리 행복한가요'다. 이런 특집을 마련한 건 우리 사회가 그리 행복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독자를 대상으로 한 행복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의외다. 응답자들은 행복의 1순위로 '가족'을 꼽았고, 절대다수가 '지금보다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미래를 희망있게 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에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과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를 들었다. 칸트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으로 첫째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셋째 희망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행복학 권위자 에드 디너도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21세기북스)에서 "지속적이고 완벽한 행복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니 조금 불행한 행복을 원하라"고 조언한다.헬렌 켈러는 자서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이렇게 적었다. '첫날에는 내게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오후에는 들과 산으로 가서 예쁜 꽃과 풀들을 볼 것이다. 저녁이 되면 황홀한 노을 앞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릴 것이다. 둘째 날에는 동트기 전 일어나 잠든 대지를 깨우는 태양의 장엄한 광경을 경건하게 바라볼 것

  • [참성단]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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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지면기사

    지금의 가수 양희은을 있게 한 건 '아침이슬' 때문만이 아니다. 그녀의 목소리와 너무도 '딱' 어울렸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 불후의 명곡으로 양희은 더 유명해졌다. 가사는 말할 것도 없었다.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차가운 네 눈길에 얼어붙은 내 발자국. 돌아서는 나에게 사랑한단 말 대신에 안녕…" 실연당한 연인들은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수많은 눈물을 흘렸다. 1936년 12월 11일.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는 전 세계를 향해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왕위를 포기한다." 왕의 마음을 흔든 건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 부인. 이혼녀와는 결혼할 수 없다는 영국교회의 반대에 "그녀가 없으면 왕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왕관을 버렸다. 그의 말은 전 세계 연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세기의 사랑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를 빠질 수 없다. 마크롱은 10학년이던 15세 때 프랑스어를 가르치던 40세 교사 브리지트 여사를 만났다. 브리지트는 3명의 자녀를 둔 유부녀. 심지어 브리지트의 딸은 마크롱과 같은 반 친구였다. 아들의 연애 소식을 들은 부모는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그들의 불같은 사랑을 막을 수 없었다. 지난달 29일 중간선거 지원 유세 도중 "나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폭탄 발언은 놀라웠다. 그는 "나는 과거에 매우 거칠었고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였지만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우린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앞 뒤를 떼고 이 부분만 들었다면 세계는 트럼프의 커밍아웃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 사람의 성향 때문에 '사랑타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길도 만만치 않다. 어제 코리 가드너 민주당 의원은 "이혼을 대비한 혼전계약을 맺었길 바란다"고 했고,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 외교의원도 "독재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말하는 것은 매우 쌀쌀하고 잔인하다"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조차 "사

  • [참성단]과도한 대북(對北)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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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과도한 대북(對北) 로맨스 지면기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김 위원장의 '아름다운 편지'가 두 사람의 연정에 불을 붙였단다. 대한민국 대통령 비서실장은 출중한 외모로 김 위원장의 실세 피붙이 김여정의 팬클럽 회장에 당첨됐다. 당사자인 임종석 실장 대신 '외모패권'에 밀린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개했다. "사람들이 김여정의 팬클럽 회장을 하겠다고 난리였다"는 것이다.미북정상회담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이자, 평양남북정상회담의 훈훈한 장면을 강조하는 여담으로 치부할 수 있다. 정식으로 평론하자면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조롱받기 십상일 게다. 하지만 현재 조성된 남북 평화무드에 취해 낙관적 언어유희가 난무하는 현실은 걱정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선언"이라며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 미국에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압박한 발언은 종전선언 자체의 의미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우리와 미국은 종전선언의 몸값을 최대한 높여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실행 조치를 받아내야 할 입장이다. 기능을 다한 영변핵단지 폐기를 위해 종전선언 카드를 써버리면,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인정한 최대 60개의 북한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외교카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종전선언을 남북평화협정의 시발로 삼으려는 노심초사는 이해하지만, 그럴수록 종전선언은 귀하게 쓸 카드 아닌가.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남북철도 연결비용과 관련 "통일되면 다 우리나라 것이 된다"고 말했다. 지금 남북미 협상은 통일협상이 아니라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통한 남북체제 공존협상 아닌가. 또한 대통령 말대로 북한이 핵폐기 약속을 어기면 취소 가능한 종전선언이라면, 우리의 대북투자가 우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물론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이 절체절명의 남북미 협상에서 대한민국의 실리를 챙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다만 '트럼프의 사랑', '김여정 팬클럽 회장'류의 낭만적 에피소드와 낙관적 전망의 범람으로 엄숙한 시대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가 흐트러질까 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