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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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부러운 일본의 기초과학 지면기사
2018년도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혼조 다스쿠 교토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이로써 일본은 노벨상 생리의학상 분야에서만 역대 수상자가 5명이 됐다. 올해 118년째를 맞은 노벨상은 6개 분야에 걸쳐 총 92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중 일본인 수상자는 1949년 물리학상에 유카와 히데키 이래 27명(외국 국적 취득자 3명 포함)으로 늘었다. 이중 우리가 주목할 것은 23명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나왔다는 점이다.일본은 어떻게 기초과학의 강국이 됐을까. 메이지 유신 후 새로운 지식을 수용하며 근대화를 선도했고, 패전 후 정책적으로 과학기술을 육성한 것이 노벨상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우리가 2011년 설립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모델이 된 '이화학연구소'를 일본은 1917년에 설립했다. 특히 70년대에 들어서 막대한 금액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것이 주효했다. 국가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R&D 예산을 GDP의 2% 이상 확보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으로 연구에 날개를 달았다.여기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은 기초분야 강국의 원인으로 꼽힌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스카와 도시히데·고바야시 마코토 교수는 대학 선후배로 만나 무려 35년간 소립자 연구의 한 길만 걸었다. 선배 마스카와가 소립자의 6개 쿼크 존재설을 제시하고, 후배 고바야시가 이론적으로 증명해낸 것이다. 특히 마스카와는 "노벨상 시상식 참석이 생애 첫 해외여행"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관심 분야에 몰입하는 오타쿠 문화가 한 우물을 파는 연구로 이어졌다. 올 수상자 혼조 교수의 "기초의학 연구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수상 소감은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것이다.우리는 왜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할까. 전문가들은 국제공동연구 등 네트워크의 부족과 짧은 기초과학연구의 역사를 꼽는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기초과학연구가 시작된 것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설립되면서부터다. 왜곡된 인식도 한 원인이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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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노인의 나라 지면기사
노인복지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상 공경의 대상이 되는 노인의 기준 나이는 65세다. 전체인구 대비 65세 인구 비율로 유엔이 정한 기준대로라면 대한민국은 노인의 나라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2000년 고령화사회(7% 이상)에 진입한 지 18년만인 지난해 고령사회(14% 이상)로 진입했고, 8년뒤인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20% 이상)가 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에 따르면 2050년엔 65세 노인인구가 35.1%에 달해 일본과 별 차이없는 세계 2위 노인대국이 된다.노인의 나라를 향한 가속에 비해 대한민국 노인복지는 참담한 수준에서 답보중이다. 46.7%의 노인빈곤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1위이고, 공적연금을 비롯한 노인 소득보장제도 수준은 전세계 96개 나라 중 82위란다. 나이 들어 돈에 쪼들린 탓일까. 노인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5명 중 1명이 우울증을 앓는 가운데, 이중 6.7%가 자살을 생각해봤고 13.2%는 실제 시도했다니 장수시대의 우울한 풍경이다.유엔은 이미 2009년에 '100세 인간(homo hundred)시대'를 선언했다. 장수시대를 연 인류를 향한 축복 보다는, 장수시대를 대비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경고의 의미가 짙은 선언이다. 우리나라도 노인은 공경의 세대가 아니라 문제의 세대로 떠올랐다. 노인복지의 시발점을 지금처럼 65세로 고정시킬 경우 노인복지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회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저출산 현상의 고착으로 인해 노인세대를 떠받칠 청소년 세대가 급감하면서, 예산 등 공적 자원의 배분을 놓고 세대간 내전이 임박한 실정이다.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조정하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30년 전이면 몰라도 이제 65세라 해서 노인이라 자처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전히 팔팔한 심신으로 생산현장을 누비고 싶은 나이에 지하철 무임승차에 만족할 젊은 노인이 얼마나 될까. 오늘이 노인의 날이다. 전국의 100세 장수노인에게 청려장이 전달된다. 100세 노인에게 지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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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건군 70주년 국군의 날 지면기사
오늘은 70주년 국군의 날이다. 이전에는 육군은 국방경비대 창설일인 1946년 1월 15일, 해군은 해방병단 결단일인 1945년 11월 11일, 공군은 육군 항공부대에서 독립한 1949년 10월 1일을 기념해 군별로 행사를 치렀다. 그러다 이를 통합 1956년부터 오늘을 국군의 날로 못 박았다. 6·25전쟁 당시 우리의 3사단 23연대 군인들이 양양지역에서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이 10월 1일이었기 때문이다.군 독재시절 국군의 날 행사는 북한에 보내는 경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권의 권위를 과시하는 게 목적이었다. 준비도 요란해서 한 달 넘게 야영하며 행사를 위한 훈련을 하곤 했다. 연일 수원비행장을 이륙하는 비행기로 인해 소음이 심해지면 '곧 국군의 날이구나'할 정도였다. 마침내 그날, 대규모 병력이 미사일과 탱크 등을 앞세우고 군 통수권자에게 '충성!' 구호를 외치면 여의도가 '움찔'했다. 기념식 후 도심을 관통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유명 연예인들이 굳게 입을 닫고 행진하는 군인을 향해 마구 달려가 화환을 걸어주던 모습은 나름 '볼거리'였다.1980년대에 들어서 행사가 전시성이라는 비난을 받자 '3년마다' 규모 있게 치르기로 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조차도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이 사망하던 그 해, 기념식 장소가 계룡대에서 성남 서울비행장으로 바뀌고, 시가행진도 부활됐다. 또 대규모 행사를 '5년마다' 치르기로 했다. 1998년 50주년엔 도심 시가행진을 벌였고, 2008년 60주년엔 테헤란로 일대에서 24종 86대의 대규모 군사 장비가 등장했고 2013년 65주년엔 숭례문~세종대로 구간에서 37종 105대 장비와 4천500명 병력이 참가한 시가행진이 열렸다.관례대로라면 건군 70주년인 오늘, 우리 군이 얼마나 성장해 왔는지 국민들에게 과시하는 행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 국군의 날 행사엔 우리 군의 보무당당한 행진을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용산전쟁기념관에서 가수 싸이와 걸그룹 등 인기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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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뮌헨회담 80주년 지면기사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뮌헨회담을 막 끝내고 돌아오던 1938년 9월 30일 그 날, 런던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영국 국민들은 공항까지 마중 나와 '평화협정서'를 들고 온 그를 뜨겁게 맞아 주었다. 그리고 외쳤다. "전쟁의 공포가 사라졌다!" 언론은 그가 총리 재임 중 기사 작위를 받는 영국 역사상 두 번째 인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도 있었다. 영국 국민 앞에서 그는 히틀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번 약속하면 믿을 수 있는, 협상 가능한 합리적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역사는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결과가 형편없으면 실패한 것으로 기록된다. 체임벌린은 1938년 9월 29일 뮌헨에서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테란트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히틀러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그는 "더 이상의 영토 요구는 없다"는 히틀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이듬해 9월 1일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대전의 문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역사는 늘 아이러니다. 1945년 독일이 패배에 직면했을 때 히틀러는 자신이 궁지에 몰린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뮌헨이었어. 1938년 전쟁을 시작했어야 했어"라고 후회했다고 한다.뮌헨 회담은 '선의에 의존하는 협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명제를 후세에 각인시켜 주었다. '적의 도발 앞에서 준비 없이 평화를 애걸하면 비극을 초래한다'는 역사적인 교훈도 남겼다.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 참전을 결정했을 때도 '뮌헨의 교훈'이 인용됐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 내 강경파들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뮌헨 회담을 잊지 말라"며 전쟁을 독려했다. 베트남 전쟁에 뛰어들며 존슨 대통령은 "나는 체임벌린이 아니다"라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역사는 지금도 체임벌린을 협상으로 평화를 얻으려다 더 큰 불행을 자초한 '무능한 총리'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1940년 11월 눈을 감은 그는 사전 유언장에 "뮌헨이 없었다면 우리는 1938년 파괴됐을 것이다. 나는 결코 역사가의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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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방탄소년단(BTS)의 UN연설 메시지 지면기사
방탄소년단(BTS)의 성공가도가 어디에 이를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올 한해에만 두번이나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더니 급기야 유엔총회 연설로 세계적인 찬사와 주목을 받았다.대한민국 7인조 보이그룹 BTS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7분 연설을 통해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룹의 리더 RM(김남준)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 저를 끼워 맞추는데 급급"하자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심장은 멈췄고, 시선은 닫혔다"고 암울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며 "오늘의 나이든, 어제의 나이든, 앞으로 되고싶은 나이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RM의 연설은 BTS의 성장통을 그대로 담아낸 진정성 때문에 울림이 컸다. 2013년 데뷔할 당시 중소기획사의 그룹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방탄소년단은 멤버 7명 중 서울 출신이 전무하다. 하지만 청소년의 아픔과 고통을 대변하는 앨범을 발표하며, 멤버 전원이 SNS와 온라인 1인방송을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저변을 넓혔다. 사투리 교정에 실패한 4명의 경상도 출신 멤버 2명은 경상도 사투리 배우기 개인방송을 할 정도로 자기 정체성이 확고했다. RM의 유려한 영어 실력은 해외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멤버 각자의 노력이 그룹의 에너지로 모이자 폭발력이 세계로 확장됐다.스스로를 사랑하며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라"는 방탄소년단 김남준의 UN연설은 절망하는 지구촌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이자 절망의 밤하늘에 뜬 별자리가 됐을 것이다.그러나 모두가 BTS가 될 수 없고, 사실 BTS의 성취는 별 만큼이나 멀고 특별하다. 중요한 건 BTS의 메시지를 현실로 환원할 국가와 사회의 책무다. 추석연휴 취업 잔소리에 격분해 아버지를 흉기로 찌른 한 청년의 비극이 있었다. '3포세대'를 넘어 포기할게 너무 많아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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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추석 민심 지면기사
민심(民心)에 대해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것이 미국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의 사례다. 그는 부통령을 하다가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자 자리를 이어받은 운 좋은 대통령이었다. 닉슨의 '돌출 행동'에 데이고, 대통령을 쫓아냈다는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던 미 국민들은 포드에게 70%가 넘는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포드는 이에 크게 고무됐다. 그는 높은 지지율을 미국 국민의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게 문제였다. 민심을 잘못 파악한 그는 취임 한 달 만에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닉슨에 대한 사면을 선언한다." 그게 끝이었다. 민심이 폭발했다. 지지율은 하루 만에 50% 밑으로 폭락했다. 다음 선거에서 카터에게 패한 포드는 대통령직에서 895일밖에 재임하지 못한, 5번째로 단명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무능한 대통령이란 딱지는 덤이었다. 민심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따지고 보면 '민심은 천심'처럼 추상적인 말도 없다. 정치가 국민의 행복권 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한 이런 표현이 유효할 수 있어도, 그렇다고 민심이 '진리'일 수는 없다. 그런데도 현대 사회에서는 민심이 정의나 진리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특히 정치인들의 입에서 스스럼없이 '민심'이 튀어나올 때 특히 그렇다. 평소에는 민심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다가 선거 전후 그들의 입에서는 민심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민심을 얻지 못해 선거에서 패했다.""표에 담긴 민심을 절대 잊지 않겠다." "민심 무서운 줄 이제 알았다." 등등.곧 추석이다. 장엄한 민족대이동이 연출될 것이다. 사통팔달 길이 뚫리고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면제니 고향을 찾고 가족 친지를 만나는 게 더더욱 수월해졌다. 민심의 동향은 이 길을 따라 이곳저곳으로 빠르게 전파될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라는 호재가 있었다. 지난 추석 '촛불 민심'이 그랬듯이, 이번 추석엔 이 평양발 호재가 암울한 경제상황, 고용 불안, 청년 실업 등과 맞부딪혀 다양한 민심을 표출할 것이다. 그러니 청와대도 정부도 정치인도 이번 추석 민심 움직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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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평양 정상회담 명암 지면기사
예정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백두산 방문을 끝으로 오늘 청와대로 돌아온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 합의하기까지 평양 정상회담은 명암이 엇갈리는 장면과 화제로 풍성했다.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남북 정상의 상호신뢰 확인으로 보인다. 전격적인 4·27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세번째 만남에서 두 정상은 모든 장면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와 존중을 표현했다.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 환대는 최상급이었다. 21발의 예포, 정상 동반 카퍼레이드, 노동당청사 개방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받지 못한 예우였다.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하여 정렬하였습니다." 북한 육군대좌 김명호의 남한 대통령을 향한 사열보고가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적어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결정적인 한반도 정세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절박한 역사적 숙명 속에서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자정에 트위터 반응을 내놓을 정도로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북핵 폐기를 놓고 희망사항은 다를지 몰라도, 현 정세에 상호 의존적 관계인 것만은 분명하다. 셔틀외교의 완성판인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 확정이 이를 증명한다.그러나 아쉽고 불길한 장면도 없지 않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우리가 정권을 뺏기는 바람에 11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돼 여러 가지로 손실을 많이 봤다"고 한 발언은 곱씹을 대목이다. 만일 자유한국당 대표가 동행했으면 북한 사람 앞에서 시비가 붙었을 내용이다. 남북관계 11년 정체 이유는 다양하고, 그 중에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북한의 연속적인 핵실험 등 북측의 귀책사유도 많다. 현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우리 내부의 엇갈린 시선을 여과없이 보여준다.정상회담 직전 미국 요청으로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제재의 실효성을 놓고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거친 언쟁을 벌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외세의 개입은 노골적이다.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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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다큐멘터리의 힘 지면기사
바야흐로 다큐(docu)의 세상이다. 지상파건 종편이건 다큐를 내걸지 않으면 프로그램 행세를 할 수 없을 정도다. 다큐 세상, 시사 다큐, 다큐프라임 등등 온통 다큐일색이다. 예능프로라고 예외는 아니다. 다큐와 예능을 결합한 '리얼 예능'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다큐는 다큐멘터리(documentary)의 줄임말. 단어가 길어 번거로우니 뒤를 뚝 잘랐다. 다큐멘터리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사실(fact)과 현실(reality)이다. '다큐멘터리의 힘'은 이 단어에서 나온다. 다큐 프로가 난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다큐멘터리의 사전적 정의는 '사실에 입각한 촬영과 합리적인 재구성을 바탕으로 현실을 '기록'하는 영화'를 말한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서 팩트를 기록한다'는 의미도 있다. 다큐멘터리가 현실의 객관적 기록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객관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믿으면 오산이다. 다큐멘터리는 감독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주관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감독의 성향이나 작품의 의도에 따라 그 방향성이 좌우된다. 그게 다큐멘터리의 매력적이다. 그러나 너무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다큐멘터리로서의 가치는 크게 훼손된다. 시위현장에서 진압하는 경찰과 저항하는 시위자를 어느 쪽에서 찍느냐에 따라 '폭력시위대'와 '폭력 진압 경찰'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종종 다큐멘터리가 '선전영화(propaganda film)'로 변질되는 것도 그런 경우다.다큐멘터리가 주는 감동의 크기는 극영화에 비할 바가 아니다. 파급력도 엄청나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직설적이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울림이 크니 감동도 클 수밖에 없다. DMZ 국제 다큐영화제가 어느덧 10회를 맞았다. 레드카펫,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 눈부신 스포트라이트가 없어도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질은 높아진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앙뚜, 다시 태어나도 우리' 'B급 며느리' 같은 좋은 작품이 꾸준히 선을 보인 덕이다. 올해는 39개국에서 142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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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이재명 빠진 특별수행단 지면기사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휴전선을 넘지만, 경기도는 예상치 못한 정상회담 후폭풍을 겪고 있다.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접경지역 단체장 대표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포함된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제외된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쉬쉬하는 분위기에 강도는 찻잔속 태풍이지만, 추측과 해석은 범상한 수준을 넘는다.강원도지사의 접경지역 단체장 대표성이 상식적인지에서 의문이 돋아났다. 인구와 경제력, 접경지역 기초단체 수, 향후 예상되는 교류협력의 규모 등 도세만 놓고 보면 경기도가 접경지역 대표 광역단체라는 현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 지사는 취임후 전국 지자체 최초로 평화부지사직과 평화협력국을 신설하는 등 남북교류협력에 대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 추경에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배 이상 확대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그대로 경기도 경제비전으로 차용했다.이 지사 입장은 쿨했다. SNS에 정상회담 기간 다보스 포럼 참석 사실을 알리고 "문재인 대통령님, 박원순 시장님, 최문순 지사님 잘 다녀오세요"라는 응원을 남겼다. 하지만 도청 분위기는 다르다. 언론이 보도한 산발적인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도청 실무진이 이 지사의 특별수행을 추진했던 것만은 사실인 모양이다. 다보스 포럼 참석 포기 의사까지 표명했다는 후문이고 보면, 결과에 초연하기 힘든게 당연하다. 경중을 가려도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이 민간 모임인 다보스 포럼 참석 보다 훨씬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상황의 배경이 모호하니 추측의 난무는 당연지사다. 수행명단 작성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설 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의장 자격으로 수행단에 포함된 사실에 견주어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한 상상을 부추기는 해석까지 다양하다. 문 대통령의 남북평화 외교를 강력하게 지지해 온 이 지사 입장에서는 이런 봉변이 없다.4대 그룹 대표 포함에서 보듯이 정상회담 특별수행단 구성은 그 자체가 메시지이다. 반토막 난 정당대표 수행, 설(說)을 야기한 경기도지사 불참 등의 소동이 특별수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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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고마워요 KT위즈" 지면기사
KT위즈가 '마침내' 꼴찌를 '탈환'했다. 시작만 좋았다. 희망은, 4월 그때뿐이었다. 5월 말부터 조짐이 보였다. 투수진이 무너지고 타자의 배트 끝이 무뎌진 게 그즈음이었다. 대패하고도 여유 부리던 코치진과 선수 표정에서 불안감을 느낀 것도 그때였다. 연패에 분통이 터지는 것은 위즈 팬들뿐이다. 3루 쪽 상대 팬들은 그때마다 일제히 외쳤다. "고마워요 KT위즈."위즈가 패하면 상대 팬들은 "고마워요 KT위즈" "사랑해요 KT위즈"를 연호했다. 고맙고 사랑한다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연패에 빠진 팀이나 슬럼프를 겪는 선수들은 위즈를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펄펄 날았다. 위즈가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과 연패에 허덕이는 팀들에게 보약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지난 8월 5일 넥센전. 장단 20안타에 11볼넷을 묶어 무려 20점을 내준 끝에 20대2로 대패했다. 그날부터 힘을 얻은 넥센은 연전연승을 기록하더니 이젠 4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도 넥센 팬들은 위즈를 향해 "사랑해요 KT위즈"를 외쳐댔다. 위즈는 이제 9개 구단의 '도우미'가 됐다.장훈은 자서전 '방망이가 울고 있다'에서 "기교도 중요하지만 싸우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썼다. 위즈는 싸우려는 의지도, 이기겠다는 욕망도 없다. 타자가 1점을 어렵게 뽑아내면 투수들은 너무 쉽게 2점을 내준다. 파이팅은 물론 긴장감도 눈곱만치도 없다.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다. 흐리멍덩하다. 응집력도 전혀 없다. 다른 팀은 입을 꽉 물고 경기에 임하는데 위즈는 입을 벌리고 뛴다. 그러니 팀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중간 투수진이 이미 무너져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는 여지없이 뒤집힌다. 그러니 이런 말도 생겼다. "위즈 경기는 장갑을 벗어 봐야 해". 역전패가 다반사라 경기를 끝까지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5점을 앞서도 9회가 되면 불안한 것도 그래서다. 이런 식이면 내년에도 꼴찌 하지 말란 법도 없다.위즈는 유난히 꼬마 팬들이 많다. 9대7로 이기던 경기가 9대11로 뒤집히면(7월6일 롯데전) 이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