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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임지는 사람 없는 사회 두렵다

    책임지는 사람 없는 사회 두렵다 지면기사

    국민 개개인의 마음부터개조 않는다면 사회가 어떻게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나…정의엔 박수, 부조리엔 분노하며무책임에 책임 물을 수 있는극히 상식적 태도부터 지켜져야2002년 대한민국 월드컵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뛴다. 세계4강 신화 그리고 온 국민이 하나되어 세계를 감동시킨 거리응원, 거기에 낯선 이방인 감독 거스 히딩크-그의 어퍼컷 세리머니, 하나 더 전장의 장수들처럼 멋지게 최선을 다해 싸워준 붕대와 마스크로 상징되는 투혼 때문이었다. 황선홍이 그랬고 김태영이 또 그랬다. 최진철의 링거 투혼도 잊을 수 없다.그러나 그 모든 것에 우선하여 우리가 기억해야할 자산은 바로 히딩크의 경영철학이었다.히딩크 감독은 병역기피 의혹과 경기 감각이 땅에 떨어져 있는 선수를 국민들이 반대하는 데도 오기로 선발하지 않았고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은퇴를 선언한 선수에게 포퓰리즘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제스처를 쓰지 않았다. 또한 똑같은 부상으로 위기에 처한 두 선수에게 한 선수는 특혜로 황제훈련을 시키고 한 선수는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대표에서 탈락시키는 편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본인의 입으로 장담한 일들은 책임을 졌다.인기와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실력으로 가름한 그는 박지성이라는 낯선 선수를 세계적 선수로 만들어 냈고 이운재라는 또 하나의 걸출한 골키퍼를 발굴했다. 이미 스타가 된 선수들도 정신력에 문제가 생기면 벤치를 지키게 하였고 엄청난 체력훈련으로 정신과 육체를 강하게 만들었다. 대표팀 초반 5대0으로 두 번 패해도 그만의 전술을 묵묵히 이어갔다. 그리고 월드컵 세계4강 전술이 왜 중요한지 인맥과 학맥이 왜 불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월드컵을 선물하였다. 승패보다 원칙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소중한 시간이었다.2014년 브라질월드컵.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국민들의 상처를 씻어줄 필요가 있었다. 정치에 기대보지만 기댈수록 화만 더욱 치밀어 오르고 편법과 불법, 안전불감, 무슨 피아가 그리도 많은지 관피아, 해피아, 교피아, 법피아 등 온

  • 수원시의 인문학 모험

    수원시의 인문학 모험 지면기사

    인문중심도시 정책 펴려면제반사항들 인문적으로 바꿔시민변화 유도해야 하고책임·배려·정의 같은목표의식 분명한 강좌 통해생활속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이런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시의 과장들이 총 출연하고 국장, 부시장까지 중요 직책 공무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도시의 인문정책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수원시 인문중심도시 용역과제의 착수보고회를 하면서 느낀 점이다. 비록 최근들어 인문학을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논의가 무성했지만 이건 정말 낯선 풍경이다. 적어도 이런 장면은 '시정은 먹고 사는 현안으로만 가득 차 있으리라' 생각해 온 인문학자의 눈에는 경이의 모습으로 다가온다.수원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한마디로 놀랍다. 대학이 챙겨야 할 일들을 오히려 지자체가 총체적인 관심을 갖고 뛰어드는 양상이다. 지난 3년동안 수원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라는 표어아래 인문학도시 조례 제정을 마련했고, 다양한 인문학 콘텐츠 개발과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전국 최초로 인문학 팀을 조직하고 인문학 강좌 홈페이지를 만들어 시에서 개최되는 인문학 강좌의 접수와 신청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의 인문적 자산이 남김없이 동원되고 수많은 시민강좌들이 도서관, 박물관, 여러 교육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수원시는 향후 5년간의 인문중심도시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필자가 이러한 구상에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한 도시의 인문정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인문학은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어떤 도시가 살기 좋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그 도시에 오래 살아봐야 하는 것과 같다. 거리의 깨끗함, 사람들의 친절, 교통질서, 안전, 복지 등은 그 도시를 경험해야만 알 수 있다. 빈부격차, 소외계층 문제, 시민들 간의 갈등 요인들은 도시가 부유하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결국은 도시 안의 사람들, 즉 시민들이 어떤 의식을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나눔, 배려, 책임, 정의와 같은 인문적 덕목들은 공동체

  • '습관'

    '습관' 지면기사

    나로부터 시작된작은 습관이 결국 인생전체를장악하고 결정해 버린다성공하고 싶거나원하는 삶을 살고 싶거든행동방식을 당장 바꾸자강의가 직업인 저는 늘 고민이 있습니다. 제 강의를 듣는 청중들은 대부분 저 보다 훨씬 탁월한 지식과 경륜을 갖고 계신 분들인데, 그 분들을 논리로 이해시키고, 진정성으로 감동시키며, 사례로 영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해답을 대부분 책에서 찾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가장 부족한 것이 책을 읽을 시간이죠. 그래서 10여년 전부터 일부러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책을 읽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열탕 독서법'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에 두 번의 반신욕 또는 사우나를 합니다. 새벽에 책과 볼펜을 들고 약 43도의 열탕으로 들어갑니다. 300쪽짜리 책은 반으로 접어서 열탕에 앉아서 20분 동안 75쪽을 읽고 냉탕에서 몸을 식히고 다시 열탕에서 20분 동안 나머지 75쪽을 읽습니다. 40분만에 책의 절반을 읽는 셈이죠. 물론 정독할 수 없습니다. 속독하면서 중요하게 느끼는 부분은 볼펜으로 죽죽 긋고 읽어갑니다. 나머지 75쪽은 밤에 읽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는 150쪽을 40분만에 읽게 되고, 세 번째 읽을 때는 20분 정도면 됩니다. 밑줄 친 부분만 읽기 때문입니다. 통상 대여섯 번 읽으면 핵심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영감을 얻은 부분을 정리하는데, 그 분량이 대부분 3쪽을 넘지 않습니다. 그 3쪽을 강의에 활용하려고 한 권의 책을 읽는 셈이죠. 저는 '열탕 독서법'이라는 '습관' 때문에 별도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심리학자들은 '습관'이 생각이나 느낌 그리고 행동의 95%를 결정한다는데 대부분 동의합니다. 즉 성공과 실패의 95%를 결정하는 것이 습관이라는 것입니다. 약속에 늦는 사람은 매번 약속장소에 늦게 나타나고,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사람은 늦는 경우가 없습니다. 포기하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은 조그만 좌

  • 국가개조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국가개조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지면기사

    정부가 책임규모 크게 잡는건사안을 정확하게해결하려는 자세도 아니며어떤 면에선 주제 넘는 일 될수도이젠 시민들도 참여의식 갖고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해야사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정부만으로는 안 되며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자주 이런 두 가지 축의 하나를 쉽게 망각한다. 국가 단위의 정부이든 지자체 단위의 정부이든 정부는 그 자체 한계가 있고 나머지 일의 많은 부분은 시민들의 몫이다. 공무원들조차도 자신들의 역할이 무한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정부 역할의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보면 이러한 쏠림 현상이 극적으로 드러난다. 이번 참사의 원인과 대처 방식의 잘못을 정부 탓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정부도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내가 만난 관련 기관 지자체 공무원들도 죄인이 된 듯한 모습으로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이번 일로 정부의 책임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책임이 국가개조 수준으로 격상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정부에서 국가개조를 들고 나왔을 때 가졌던 불안한 감정은 문제 해결을 자신들의 몫으로 가져가려는 태도 때문이었다. 언뜻 들으면 정부가 책임을 깊이 느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는 의지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위험한 발상은 없다. 지금이 국가 중심의 계몽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시점에서 국민이나 시민의식의 실종만큼 비효율적인 것은 없다. 민주국가의 두 축은 정부와 시민인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시민 한 축이 현저히 약화되어 있다. 국가개조라는 말은 다른 맥락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책임의 폭을 너무 크게 잡아 일종의 물 타기를 하여 일을 흐지부지 만들기 때문이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시민의 의식이나 정체성을 몽땅 가져가 주도하고자 하는 데 있다. 누구는 국가개조를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무능, 무책임의 개조라고 하지만 이 생각에는 정부의 시민들의 의식 개조까지 덧붙여져 있을 수 있다. 국가개조라는 말이 마음 편안하게 들리지 않는 까닭이 여기

  • 비워야 멀리 간다

    비워야 멀리 간다 지면기사

    상처 준 사람은 기억 못하는데받은 사람은 계속 괴로워 하고증오심만 키우게 된다억울한 마음을 비워야 한다그래야 그 공간에 다른것을채울 수 있고 전진할 수 있다모 방송국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인생의 길을 찾고 싶은 시청자를 공모해서 세 명의 멘티를 선발했습니다. 저는 그 멘티들에게 강의와 대화를 통해서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새로운 인생길을 안내하는 멘토로 참여했습니다. 30일 동안 800㎞를 걸어야 하는 험하고 먼 길이라서 온갖 것을 배낭에 넣었습니다. 침낭, 옷, 양말, 책, 세면도구, 반창고 100개, 파스, 통증 약, 감기약 등. 길을 걸으면서 바리바리 짊어지고 간 배낭 때문에 '이러다간 내가 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배낭에 지고간 물건들을 하나 둘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비우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입니다.멘티 중에 58년생 어머님이 있었습니다. 그 어머님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이 있었습니다. 중국 유학 갔다가 그 곳에서 공부를 잘해서 칭다오의 한 회사에 취직을 했던 딸은 25살의 재기 발랄한 아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도에 의해 중국에서 살해당한 것입니다. 그 어머님은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순례길에 참여한 것입니다. 가장 심한 아픔을 안고 참여한 어머님을 대상으로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어머님도 저처럼 배낭에 있던 물건을 계속 버리시더군요. 왜 버리셨어요?" "무거워서 그랬어요. 너무 무거우면 끝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버렸어요." "그렇습니다. 배낭이 무거우면 멀리 갈 수 없는 것처럼, 마음도 무거우면 멀리 갈 수 없어요. 내려 놓아야 합니다. 마음에서 복수심과 분노를 내려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따님이 들어올 수 있어요. 증오를 비워야 사랑이 들어옵니다. 범인을 위해서 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따님을 위해서 비우라는 겁니다."어머님은 강의를 듣다가 울면서 뛰쳐나갔고 녹화는 중단되었죠. 그 분과 저는 30일 내내 눈물을 흘리면서 그 길을 걸었습니다. 그분은

  • 원칙은 지키고 속도는 늦추자

    원칙은 지키고 속도는 늦추자 지면기사

    끝나지 않은 비극 '세월호 참사'정부·정치권·국민 모두 자중,지혜롭게 규칙 세우고 천천히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그리고 진정한 혁신은남이 아닌 자기부터 시작해야지난 수요광장에 필자는 우리 모두 석고대죄하고 이 나라를 다시 만들고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그것이 진정 우리 후손들에게 미래를 부끄럽지 않게 내어 주는 것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작금의 돌아가는 상황은 과연 진정 이 나라가 처음부터 다시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능력이 있는지 사뭇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아직도 세월호가 잠긴 바다 밑의 우리 아이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안 끝났다. 또한 이 참사의 진정한 원인조차 정확하게 나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끝나지 않은 이 비극을 최후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 왜 죽어야 했는지조차도 알지 못하고 희생된 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그 후 우리의 그동안의 병폐를 찾아내어 도려내고 수술하고 보완하여 후진적인 재앙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참사현장은 다소 잊혀가고 너무도 급한 처방과 심지어는 희생자 가족을 비참하게 하고 온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엄청난 실망을 주고 분노를 자아내게 한 해경, 필자 또한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일부 부도덕한 해경을 보며 분노를 참기 힘들었지만 최소한 현재 실종자 찾기에 정신이 없는 해경이 어떤 공청회 한 번 없이 해체가 되고 안전행정부 역시 반 해체되는 모습을 보며 이건 급해도 너무 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리 급한 것일까?물론 너무나 큰 비극에 국민들은 슬픔에 잠겼고 이사람 저사람 불평을 쏟아내니 처방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백년대계의 마음으로 없애고 뜯어고치더라도 섬세한 부분까지도 다 고려하고 생각하고 연구하여 정권마다 바뀌는 전형적 관립이 아닌 백년이 가도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어떤 재앙이 생겨도 믿을 수 있는 진정한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속도는 빠르고 원칙이 무시당하는 세상이다. 지금의 원칙은 실종자 찾기에 최선을 다하고 안전망 시스템을

  • 캐나다 친구가 말했다

    캐나다 친구가 말했다 지면기사

    인간의 이기심이불안의 원인 이란다남을 도와 주거나배려할 줄 모르고자기 중심적으로 사는 삶이불안을 야기한다고…요즘 한 동안 소식없이 지내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전화를 자주 주고받는다. 나이가 들어가는 탓도 있고 카톡의 편리함 덕분이기도 하다. 캐나다 중부 도시 사스카츈의 새로 낸 스시 가게도 잘 되는 듯해 전에 비해 음성도 한결 밝다. 직업도 다르고 일찌감치 이민을 간 탓에 대화 내용이 옛날에 머무는 한계는 있다. 현실감도 없으며 생산적인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일주일이 멀다 하고 얘기를 하다 보면 묘한 느낌 하나가 올라온다. 이쪽 사회에 익숙해 있다 보니 놓친 것 하나, 즉 한국적 삶 속에서의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오래 살아 본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법이나 규정에 덜 얽매여 있는 자유스러운 분위기이다. 좋게 말해 일종의 여유나 융통성 같은 거라고나 할까. 나 자신도 오랜 외국 생활을 했지만 그쪽 나라들과 비교해서 한국이 살기 좋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법이나 규정을 적당히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미국생활을 돌이켜 보면 숨통이 막힐듯한 그 법질서이다. 아파트 주차장에 파킹을 잘못했다가 속절없이 눈앞에서 내차가 끌려가는 걸 봐야 하는 잔인함, 아이가 가볍게 일일 체험하는데도 보험을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 도대체 우리 식으로 "봐 준다"는 게 통하지 않는 답답함,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끽 소리 한번 내지 않고 기다리는 미련함, 근무 시간이 끝나면 하던 일 그만 두고 일어서는 냉정함, 경찰 폴리스 라인의 그 엄정함, 친구의 식당 하나 오픈에 지루했던 그 심사의 까다로움. 아마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국 사회가 규정대로 움직이려면 이런 속성들을 가진 법질서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것이다.캐나다 친구는 두 가지 삶의 방식을 말했다. 하나는 물음표의 삶, 다른 하나는 느낌표의 삶. 물음표의 삶은 의문을 제기하고 따지며 뭔가를 더 알아내고자 하는 '생각'이 중심이 되는 삶이다. 느낌표의 삶이란 수치로나 손익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

  •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 아무도 모른다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 아무도 모른다 지면기사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건분명하지만 먼 미래를 위해오늘을 볼모로 잡히지는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내일 아침을 맞지 못한다는걸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며칠 전 충격적인 전화를 받았습니다. 연합뉴스 TV 특집 '산티아고 순례길'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러 스페인에 함께 갔던 어대일 PD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전화였습니다. 쓰러지기 전날도 며칠동안 밤샘 편집작업을 하다가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응급실로 옮겼다고 합니다. 나이는 35세로 결혼도 하지않은 총각 PD였고, 지나치리만큼 건강한 체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30일동안 걸으며 24시간을 함께 보낸 특별한 인연인 터라 충격과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끔 만났는데 며칠 후에 함께 갔던 촬영감독과 셋이서 '소맥'을 하기로 약속해 놓고 쓰러진 것입니다. 병실에 가보니 의식이 없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 기도에 꽂은 호수로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건강했던 사람이 어떻게 순식간에 이렇게 쓰러질 수 있을까 생각하니 어이없고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뿐이었습니다.이 땅의 사람들은 참으로 열심히 일합니다. CNN이 뽑은 한국의 세계 최고 10가지 중에 하나가 일 중독입니다. OECD 국가중에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하고있는 한국은 공부하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늦게까지 일한다고 소개하면서 한국의 주당 근무시간이 OECD 평균(32.8시간) 보다 훨씬 많은 44.6시간을 일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일 중독입니다. 하루에 서너 시간 잠자기 일쑤고 삼일 동안 뜬눈으로 일한 적도 있었죠. 우리는 왜 이렇게 미친듯이 일할까요. 아마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일 것입니다. 오늘보다는 내일 더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기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라도 오늘을 철저하게 희생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준비하고 기대했던 내일이 막상 가보니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얼마나 비통하고 억울할까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

  • 석고대죄하고 다시 만들자

    석고대죄하고 다시 만들자 지면기사

    수백명의 어린 목숨을 뒤로한채혼자 살겠다고 뛰쳐나온 괴물들네일 내일 따지며 시간만 허비한짐승조직만도 못한 엉터리 시스템어른들은 통렬한 반성과 눈물로사죄하고 잘못된건 개조해야 한다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갖고 있고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그리고 필자는 두 아이의 아비이고 소위 말하는 이 사회의 어른이다. 잘나서 어른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책임과 의무를 가진 어른이다. 그 어른이 죄를 지었다.고로 나는 말할 수 없는 죄인의 심정으로 석고대죄 한다. 그리고 이제 난 그냥 어른이 아니다. 못난 어른이다. 나쁜 어른이다. 어른만을 믿고 기다리다 속절없이 하늘로 가버린 이제 고등학교 2학년 밖에 안 된 아이들에게 진정 부끄럽고 죄스럽고 창피한 마음으로 머리 숙여 눈물로 사죄한다.아이들아 미안하다. 피눈물로도 씻을 수 없는 이 어른들의 죄를 용서하지 말거라. 그리고 혹 다른 세상이 있다면 거기서 나쁜 어른 못난 어른 잊어버리고 너희가 꿈꾸던 세상 만들어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또 기원한다. 이것밖에 너희들에게 해줄 것이 없구나. 이렇게 밖에 너희들에게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중학생 대학생 두 아이가 있다. 그리고 학교에 출근하면 많은 학생들이 있고 늘 당연하듯 강의실서 거실에서 아이들에게 떠들었다. 어른으로 선생으로 아비로 세상이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고 그 이유는 잘난 어른들이 있어서라고 말했다.이젠 아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세상이 이정도로 미처 돌아가는지 몰랐다. 몰라도 너무 몰랐다. 어른들이 얼마나 못된 짓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내가 낸 세금이 얼마나 함부로 쓰여졌는지 그래도 믿었던 나라가 국가가 얼마나 쓰레기처럼 지저분해졌는지 몰랐다. 고로 어른이라는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안일하고 이기주의에 찌들어 있었는지 이제 알겠다.수백 명의 목숨을 뒤로 하고 속옷만 입고 혼자 살겠다고 뛰쳐나온 괴물들을 과연 우리가 내가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 책임의 시대

    책임의 시대 지면기사

    승객들에 등돌린 세월호 선장탈출후 자신의 행위반성·후회한들 소용없어배가 기울기 시작하던 순간책임 다했다면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다책임이라는 말에는 오래된 시커먼 벙커시유 기름 냄새가 난다. 한물간 코미디언 얼굴처럼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져 있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나눔, 행복, 평화 같은 말들에 압도적으로 밀려나 책임은 진즉 물살 센 바다 한 쪽에 깊이 잠수해버렸다. 소통이며 융합 같이 우리네 삶을 이끌어주던 세련된 근대성 속에서 소리 한번 제대로 못 지르고 사라져 버렸다.세월호 사건 얘기를 하는 것이다. 승객들을 놔두고 먼저 내린 그 사람, 3등 항해사, 그리고 해경과의 그 미련스럽게 반복되던 무전기 속의 음성, 한 개만 열린 구명정, 기념촬영, 컵라면, 그리고 그 18년이 넘었다는 일본 배.우리 모두는 책임을 말한다. 기술적인 문제나 행정의 미숙함, 느린 구조 방식을 두고 분노한다. 전문성 뒤에 가려져 있던 책임을 끄집어내 한 개인의 실종된 도덕규범을 말하고 일처리에 있어 직무유기를 말한다. 수준 높은 책임의식의 부재와 용기 없음, 비겁함에 대해 말한다. 대한민국에 갑작스럽게 책임의 시대가 온 듯하다.이렇게 물어보자. 책임이 그저 한 고매한 인격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지는 것이었던가. 그런 의미라면 우리는 더 이상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어떤 누구도 그런 대단한 도덕적 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책임은 벌써 법적으로 전용되고 조정된 지가 오래되었다. 그리하여 한때 '책임의 시대'라는 진중했던 분위기를 떠나 그 소유권을 법률적 의식에 넘겨줘 버렸다. 지금 어느 곳에서 그 단순한 만큼이나 소박한 책임이라는 말을 진심으로 가슴을 열고 받아주고 있는가.우리가 조우한 세월호의 전말은 이렇다. 선장은 승객들을 돌아보지도 않고 탈출했다는 것, 기념촬영이나 라면 식사에 한순간 유가족들의 슬픔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 힘들고 지친 타인에 대한 강렬한 의식이 없었고 그들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없었다는 것이다. 책임은 내가 마음을 다잡으며 능동적으로 대처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저 주위의 사람들을 돌아보고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