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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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마트 오토밸리' 인천항만공사 전향적 태도 보여야 지면기사
인천항에 중고자동차 수출단지(스마트 오토밸리)를 조성하는 사업이 인천항만공사와 민간사업자 간 갈등으로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스마트 오토밸리는 인천 남항 배후단지 39만8천㎡에 친환경 첨단 중고자동차 수출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지난해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카마존(주)는 공사비 상승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 등 현재 경제 환경으로는 도저히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며 협약 수정을 요구한 상태다. 인천항만공사는 특혜 시비 등을 이유로 카마존(주) 측과 일체의 관련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사업은 항만 업계의 오랜 과제였다. 전국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 이상을 처리하는 인천항은 국내 중고차 수출 시장의 중심 항만이다. 지난해에만 50만2천대의 중고자동차가 인천항을 통해 해외로 수출됐다. 중고차 수출산업은 인천항의 물동량에 영향을 줄 만큼 최근 수년간 급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프라는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현재 중고차 수출 기업들은 인천 연수구 옛 송도유원지 일대 등에 흩어져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다. 영업 방식 또한 차량이 세워진 야적장을 방문한 바이어들과 직접 대면해 판매하는 일종의 '마당 장사'가 주를 이루고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중고차 수출 기업의 집적·첨단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민간 기업과 항만공사의 갈등으로 사업이 좌초될 경우 관련 산업은 물론 인천항 물동량 창출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특혜시비가 문제라면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해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스마트 오토밸리는 공적인 성격이 강한 사업이다.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체결했으니 모든 걸 다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로는 사업 자체를 성사시킬 수 없다. 공사비 상승과 PF 시장 경색 등은 이미 정부가 개입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민간사업자가 모두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천항만공사가 직접 나서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또 다른 민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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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국면 맞는 '의료개혁' 정부 자기점검 선행돼야 지면기사
대통령실과 정부 그리고 국민의힘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에 대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6일 같은 내용의 제안을 했다가 대통령실의 즉각 거부에 직면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다시 의료개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야당과 의료계에 공식 제안하자 대통령실이 이번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으며 협의체도 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당정의 이런 기류 변화는 대통령 지지도의 하락 때문일 것이다. 전공의가 없는 응급실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다가오는 추석 연휴 때 대형병원 응급실이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국민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아주대병원이 지난 5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제한 진료를 시행하고,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매주 1회 성인 환자 진료 중단을 선언하는 등 대학병원 응급실의 비정상적 운영이 현실화되는 실정이다. 그 결과 9월 들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지난 2022년 8월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20%대로 떨어졌다.대통령실로선 이렇게 낮은 국민적 지지로는 의료개혁을 비롯한 주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생각했음직하다. 심지어 탄핵의 명분까지 야당의 손에 쥐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을 법도 하다. "의대 증원 문제로 장기간 의료공백이 발생하면서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응급의료 불안이 크다"고 지적한 한동훈 대표의 발언이 그동안 잠자코 지켜보기만 하다가 최근 '응급실 뺑뺑이'를 계기로 연일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야당 측 주장과 사실상 똑같음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된 배경이다.사실 그동안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갈지자걸음을 걸어왔다. 의료계를 향한 강공과 유화책 제시를 질서 없이 반복하면서 결과적으로 의료개혁에 대한 높은 국민적 지지를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짜임새 있고 신뢰할 만한 후속대책도 내놓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한때 60%대의 국민 지지도를 확보했던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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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심위 불기소 권고, 가라앉지 않는 김 여사 논란 지면기사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의혹 사건을 심의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지난 6일 김 여사 관련 모든 혐의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검찰에 권고했다. 검찰은 수심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할 전망이다.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 수심위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수심위는 최재영 목사의 의견서를 검토했다고 하지만, 김 여사 측과 검찰 수사팀만 직접 불러 '무혐의'를 주장하는 측의 의견만 들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공정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최 목사는 김 여사 수심위의 필수 출석 대상은 아니지만 역대 수심위는 피의자와 입장이 다른 관계인들을 불러 의견을 물어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수심위의 진행 방식으로 미루어 볼 때 결론은 사실상 이미 정해져 있는 절차였던 것으로 보인다.그간 수사팀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김 여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제공한 명품 가방 등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는 단순 '감사' 표시라고 판단해왔다.수심위의 심의 결과에 따라 앞서 있었던 검찰의 김 여사 출장 조사 논란이 사그라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수심위원들의 면면도 공개되지 않았고, 논의 내용에 대해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수심위의 형식적 절차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수심위원들과 구체적 심의 내용 등이 공개됐으면 수심위 결론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앞서 검찰은 김 여사에게 건넨 명품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논리를 펴왔지만 김 여사가 대통령 부인이 아니면 최 목사가 수백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건넬 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결국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검사들 휴대폰까지 반납한 '황제조사'로 김 여사 측의 해명만 들어줬다.공직자 부인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상 처벌 조항이 없다고 하지만 최 목사가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사후 국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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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금개혁안 여·야·정 신속하게 논의해 처리해야 지면기사
보건복지부가 연금개혁 추진안을 심의 확정했다.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은 40%에서 42%로 높이는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을 내놨다. 또 보험료율 인상 속도는 세대별로 차등화하고,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재정·인구 여건에 따라 연금액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현재 2056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고갈 시점을 2088년까지 최대 32년 늦춘다는 계획이다.정부의 보험료율 인상 방안은 세대별 인상 속도 차등화이다. 내년부터 보험료를 더 낸다고 할 때, 50대 가입자는 매년 1%p씩 올리고, 40대는 0.5%p, 30대 0.33%p, 20대 0.25%p씩 인상하는 방식이다.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는 청년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민주당에서는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를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나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가장 큰 쟁점은 소득대체율이 될 것이다. 정부안은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인 소득대체율은 40%로 떨어지는 것을 42%에서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43%까지만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민주당에서는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이 45%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정부안은 국민의힘이 제시했던 안보다 후퇴한 42%를 내놓아 난항이 예상된다.정부는 현재 59세인 국민연금 의무가입연령 상한을 64세로 연장하고 수급 개시는 65세로 높이는 방안도 쟁점이 될 것이다. 현행 의무가입 종료 후 수급 개시는 출생연도별 61세에서 65세까지 차등화되어 있어 가입 공백과 소득 단절이 발생하게 돼 조정할 필요성이 있으나, 정년 연장·고용여건 개선과 직업활동 보장 등으로 정년 후 소득 공백을 메꿀 제도와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이제 연금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은 소득대체율 1% 포인트 차이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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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이어트 위해 약물중독 불사하는 청소년들 지면기사
10대 여성 청소년들의 '마른 몸'에 대한 동경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외모 지상주의'와 유튜브, SNS 등 각종 미디어에서 이를 확대·재생산하며 판단력 등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관념을 확산시킨 탓이 크다.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 '프로아나'(거식증에 찬성한다는 의미로 과할 정도의 체중 감량)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2019년 질병관리청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중·고생 2만9천282명 중 정상 체중임에도 스스로 뚱뚱하다고 인식하는 비율, 즉 자신의 신체 이미지 왜곡률은 여학생이 69.1%, 남학생은 66.2%나 됐다.마른 몸에 대한 집착은 각종 질병 등으로 이어져 심각성이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섭식장애 환자의 경우 2018년 8천517명에서 2022년 1만2천714명으로 늘었는데 이중 10대 이하 여성 거식증 환자가 2018년 275명에서 2022년 1천874명으로 7배 가까이 폭증했다.체중감량에 도움을 주는 식욕억제제 등 약물 오·남용 및 중독으로 진료받은 10대가 2020년 1천146명에서 2023년 1천839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약물관련 진료를 받은 10대 여성은 1천486명으로 남성(353명)의 4배를 넘는다. 10대 마약사범 증가 원인 중 하나로 마약류 다이어트 약이 꼽힌다. 중독 우려가 높아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처방이 금지된 다이어트약 '디에타민'(일명 나비약)은 온라인에서 광고와 불법거래로 버젓이 유통중이다. 나비약을 대리 처방받아 판매하다 구속된 사례 중 10대가 포함된 경우가 상당수다. 마약류 향정신성 비만 치료제의 남용은 우울, 환각, 자살 충동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전문가들은 왜곡된 신체이미지 관련 교육을 강화해 올바른 기준과 개념 형성을 도와야 하고, 가족 또는 친구가 치료를 권하는 등 주변의 보살핌과 관심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학생건강 관련 통합사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기도교육청이 약물 오남용 치료 등 학생 맞춤형 건강 지원을 위해 전국 최초로 체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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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파업대란 피한 경기 버스, 남은 과제에 머리 맞대야 지면기사
경기지역 버스 노사가 파업을 불과 1시간 앞두고 협상 타결에 성공해 수도권 교통대란을 가까스로 모면했다. 경기도 전체 노선버스의 90%가 속한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와 사용자단체인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이 어제 새벽 협상안에 합의함으로써 도내 31개 시·군에서 운행되는 45개 업체 9천300여대 버스가 예정된 파업을 철회하고 모두 정상 운행했다. 여기엔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2천200여 대도 포함돼 있다.벼랑 끝까지 몰렸던 협상이 막판 극적인 타결을 이뤄낸 데에는 최악의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는 노사 양측의 상황인식 공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도민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제력도 빛났다. 최대 쟁점이었던 임금 인상과 근무 조건을 두고 노사 양측이 모두 한발씩 물러남으로써 노조와 사용자, 그리고 대중교통 서비스의 실수요자가 모두 승리를 거두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던 양측 대표가 소감에서 '양보'와 '상생'의 단어를 강조한 것도 그런 공생(共生) 의지의 표현이었음은 물론이다.이번 협상 타결로 경기도 버스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다. 무엇보다 임금부문에서의 노사 간 시각차가 크다. 노조 측은 경기도 버스 기사들의 월급이 서울보다 최대 100만원 낮다고 주장한다. 준공영제 노선 12%, 민영제 노선 22%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던 이유다. 반면 사용자 측은 어려운 재정 여건을 이유로 5%의 인상만 가능하다고 맞서 진통을 겪었다. 올해는 일단 준공영제 노선과 민영제 노선 모두 7%씩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최대 쟁점이 될 사안이다.노조가 요구하는 하루 2교대 근무 전환과 도민들이 꼽은 가장 심각한 불편사항인 노선 및 운행 횟수 부족은 인력난에 기인하는 사안들인데 짧은 시일 안에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노조가 즉각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던 1일 2교대제 전환의 6개월 유예안을 그대로 존속키로 합의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공공관리자로서의 경기도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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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가 걱정 없는 추석맞이 고대한다 지면기사
9월 들어 거리를 오가는 차량들이 부쩍 늘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풀 꺾이면서 사람들의 바깥나들이가 늘었지만,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폭증한 유통물류 때문이다. 대형 유통점마다 한가위 선물코너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경기 북부 하나로마트 매장 중 최대인 창동점을 찾아 장바구니 물가를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사과 판매대에서 장을 보고 있던 고객들에게 "아직 사과와 배 가격이 높은데 명절에 정부 보유 비축물량을 많이 풀어 가격을 내리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며 추석물가 잡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0%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2월 1.9%를 기록한 뒤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2.9%)에 3%를 밑돈 뒤 5∼7월 2% 중반대를 유지했었다. 국제유가 영향으로 석유류 상승 폭이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가 3년 만에 1% 상승에 그친 때문이다.이날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5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0%)이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8월 수출액이 역대 8월 기준 최대치를 달성하고 무역수지도 15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했다. 다만 내수 회복 속도는 아직 완만하나 수출 호조가 내수로 점차 파급되고 있다. 설비투자도 7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개선됐고 가계 실질소득도 2분기에 플러스로 전환됐다"며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향후의 물가상승률은 큰 공급충격이 없다면 당분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안정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언급했었다.지난달 28일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올해 추석 밥상물가를 2021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놓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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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수록 심각한 청소년 도박, 예방·치유 강화해야 지면기사
청소년들의 온라인 도박 중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PC를 통해 한정된 공간에서만 도박사이트 접속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가 뽑기 형식으로 캐릭터나 무기를 얻는 것인데, 이른바 '현질'(현금 구매)을 유도한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보호자의 돌봄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가 늘었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진 것도 청소년 도박이 심각해진 이유 중 하나다.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1만8천444명을 대상으로 한 '2022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00명 중 5명은 자기 조절에 실패했다. 도박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돈내기 게임을 해 본 청소년의 약 9%는 남의 돈이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살을 생각해 본 청소년도 적지 않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도박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청소년은 증가·저연령화 추세를 보인다. 도박 중독 청소년들과 상담사들의 얘기로는 교실 내에서 도박 사이트 추천, 도박 자금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청소년은 '또래 문화'와 '부족한 통제력' 때문에 온라인 도박에 쉽게 노출 또는 중독될 수밖에 없다.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청소년기 도박 습관은 성인이 돼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 도박의 또 다른 문제는 도박 자금을 구하거나 빚을 갚기 위해 학교폭력·절도·사기 등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인물의 얼굴에 타인의 신체 등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도 청소년 도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 교육청 등 여러 기관·단체가 도박의 늪에 빠진 청소년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 관계 기관·단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청소년 도박 예방·치유에 나서야 한다. 청소년 도박 예방·치유를 위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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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대 자퇴생 증가, 예사롭지 않은 조짐이다 지면기사
지난해 경인교대 학생 102명이 학적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교대에서도 96명이 중도 탈락했다. 전국적으로 10개 교대에서 621명, 3개 대학 초등교육과에서 46명이 학업을 포기했다. 모두 초등교사를 꿈꾸고 입학한 예비 교사들이다. 중도 탈락 사유는 자퇴, 미등록, 미복학, 학사경고 등이지만 자퇴가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등록, 미복학도 넓게는 자퇴에 포함시킬 수 있는 사유로 볼 수 있다.눈여겨볼 점은 중도탈락 추세다. 경인교대 중도탈락자는 전년에 비해 43.7%가 늘었다. 부산교대는 전년에 비해 71.8%가 늘어난 67명이 지난해 학교를 떠났다. 입학정원 111명인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에서는 30명이 중도 탈락해 전년보다 무려 275%나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일시적이라면 다행이지만 고착된다면 초등교사 육성 구조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경인일보 취재진이 경인교대 현장에서 취합한 학업 포기 사유는 구조적이고 심리적이다. 먼저 교대 졸업장이 초등교사 자격증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진작에 끝나, 초등교사 임용 문턱이 높아졌다. 지난해 경인교대생의 임용시험 합격률이 47.1%다. 정부가 상당 기간 초등교사 수요 관리에 실패한 결과가 교대생 이탈로 나타난 셈이다.경인교대 학생들과 학교관계자들은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 등 각종 교권침해 문제도 교대생 자퇴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 학생은 "현장 실습을 나가면 교직에 대한 회의를 품고 돌아온다"고 말했다. 교직에 대한 전통적 존중이 희미해지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가 교대생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킨다는 얘기다.교육부는 지난해 발표한 초·중등 교원수급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공립 초·중·고 교사 채용 규모 축소에 나섰고, 올해는 2025학년도 교대 정원을 축소했다. 따라서 교대생들의 자발적인 학교 이탈을 자연스러운 수요공급 현상으로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교대생들의 학교 이탈을 방치해 고질로 고착되면 초등교단의 질적 하락이 순식간에 돌출할 수 있다.교대생 중도탈락 현상을 한 사설 학원이 공표한 것도 기가 막힐 일이다. 교육 현장의 이상 현상이라면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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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응급의료 위기 부정하는 정부, 현장을 가보라 지면기사
전공의에 이어 전문의까지 응급실 의사들이 현장에서 이탈하면서, 응급의료 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내 핵심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보유 중인 아주대병원은 일 평균 100명이 넘는 응급환자가 들어오는 경기 남부지역 중환자 치료 거점인데, 이곳마저 제한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아주대병원은 최근 전문의들의 잇따른 사직 영향으로 일주일에 한차례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아주대병원 응급실은 어쩌다 제한 운영까지 검토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몰렸을까. 아주대병원 응급실에서 성인 환자를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11명이다. 당초 14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으나 최근 의정 갈등 속에서 이 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남은 11명 가운데 4명 또한 격무를 호소하며 사직서를 냈으나, 병원의 설득으로 일단 사직을 보류했다. 소아응급실의 경우 이미 일부 전문의가 근무를 중단하면서 수요일과 토요일엔 초중증 환자만 받는 '축소 진료'를 하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가 현장을 떠나자 전문의의 업무가 과중해졌고, 이들 역시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일명 '응급실 뺑뺑이'로 하루에도 여러 명이 '생과 사'를 오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중증환자도 응급실에서 외면받는 일이 허다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성명을 통해 "9월 1일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개,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개,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개,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곳은 46개 대학병원"이라고 했다. 의료현장의 최후의 보루인 응급실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그동안 쌓아온 의료의 공든 탑이 무너질지도 모를 일이다.아주대병원은 경기도 내 9개 권역응급의료센터 가운데서도 환자 수는 물론 중증 환자가 가장 많은 핵심 응급의료센터인데도 상황이 이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비상의료 체계가 원활하다"고 말했는데, 현장을 잘못 봤는지 보고에 오류가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