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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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시 제2청사 입주 지연은 '시민혈세' 망각의 결과 지면기사
지난 2022년 9월, 인천시는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에 건설 중인 대규모 재개발구역 '루원(樓苑)시티'의 공공복합용지에서 제2청사인 루원복합청사의 착공식을 치렀다.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1천68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하 2층, 지상 13층의 업무동과 지상 5층의 교육동 등 2개 동 연면적 4만6천466㎡ 규모로 세워지는 제2청사의 준공 시점을 2025년 1월로 알렸다. 청사가 건립되면 인천시 산하기관인 인재개발원과 인천연구원을 비롯해 도시철도건설본부, 인천관광공사, 인천시설관리공단, 서부수도사업소, 미추홀콜센터, 인천사회서비스원 등 9개 기관이 입주할 예정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들 시 산하기관들의 입주가 인천의 숙원인 루원시티 개발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고, 인천 서북부지역의 균형발전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리라 기대를 모았다.그런데 루원복합청사의 준공 시점이 내년 5월로 당초 계획보다 4개월여 늦춰지는데다 예정된 기관들의 입주 또한 제때 이뤄지지 않아 청사 준공 이후에도 반년 이상을 빈 공간으로 남겨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이 확정된 기관도 인천도시공사, 인천시설공단, 인천환경공단, 미추홀콜센터, 서부수도사업소, 아동복지관 등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이들 기관이 들어설 공간에 대한 내부 실시설계와 공사 발주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공유재산심의회 개최, 기관 간 건물 매매계약 및 소유권 이전과 같은 행정절차의 이행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각 기관들의 입주는 청사 준공 이후 7개월이 지난 시점인 내년 12월이나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일반 가정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다. 보통의 시민들도 새집으로의 이사를 위해 미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일정을 세운다. 신축 아파트라면 준공 이후 아무리 늦어도 두 달 안에는 잔금을 내고 입주를 마쳐야 한다. 정말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들어가야 할 집을 반년 이상 빈 공간으로 비워두는 일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런 비상식적인 상황이 루원복합청사 입주를 앞둔 인천의 공공기관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될 판이다. 내 월급에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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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교육재정 위기, 정부는 보고만 있을 텐가 지면기사
경기도와 인천시 등 전국 교육청 재정이 정부의 대규모 세수 결손 영향으로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세수 결손을 이유로 전국 교육청에 배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을 5조3천억원(올해 10~12월 치)이나 줄일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청들은 비상금에 해당하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기금)으로 부족분을 충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교부금을 줄이면서 교육청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셈이다.경기도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이 추계한 올해 교부금 감액 규모는 각각 1조2천582억원, 2천600억원이다. 올해는 기금(경기 1조1천700억원, 인천 3천881억원)을 활용해 버틸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안정적인 재정 운용을 장담할 수 없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명시된 고등학교 무상교육 관련 특례가 올해 말 종료된다. 현재는 정부(47.5%), 교육청(47.5%), 지자체(5%)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분담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교육청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으로 경기도교육청은 6천99억원, 인천시교육청은 1천3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도 사라진다. 담배소비세액의 43.99%를 지방교육세 재원으로 쓰도록 한 지방세법 조항은 올해 말까지만 유효하다. 이 조항의 일몰로 경기도교육청은 4천억원, 인천시교육청은 900억원의 세입 감소가 예상된다. 교육재정 위기가 교육환경 악화를 초래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해에도 교육청들은 정부의 대규모 세수 결손 탓에 학교 신설 등 중장기 사업 추진 계획을 수정했다고 한다. 결국 교육재정 위기에 따른 피해는 학생 등 교육 구성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26일 열린 총회에서 고교 무상교육비와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일몰의 문제점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했다고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고교 무상교육 관련 특례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됐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교육재정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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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의 소음공격에 인내심 바닥난 강화도 국민들 지면기사
정부가 북한의 소음공격에 대한 대응책에 나섰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소음공격의 피해를 겪고 있는 강화군 접경지역에서 소음 측정을 시작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8개 지점의 소음측정을 진행하고 주민피해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피해상황을 종합해 분석하고 소음 상쇄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합동참모본부도 소음공격과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의 효과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소음공격은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이후에 시작된 대응 도발이다. 북쪽 접경지역에는 주민들이 거의 살고 있지 않는 데 비해 강화도를 비롯한 우리 지역에는 많은 주민들이 밀집해 거주하고 있다. 북한군에 대한 대북방송의 효과만큼이나 대남방송에 의한 남한 민간인 피해도 큰 셈이다.인천시도 지난달 30일 환경공학 전문가와 음향공학 전문가가 참여한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하였지만 뾰족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기술적인 대책 논의는 주민들의 고통에 비해 너무 한가롭다. 최근 주민들의 소음피해와 관련해 인천시·행정안전부·국방부뿐 아니라 국회 국방위원회도 현안 해결에 나서고 있으나,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위한 법령개정이 논의의 중심이다. 보상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당장 하루하루 생활을 할 수 없는 점이다.북한의 대남방송으로 강화군 주민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 북한 소음공격은 한강하구의 강화군 접경지역인 송해면, 양사면, 교동면 일대에 집중되고 있다. 3개 면 전체 8천800여명 가운데 약 52%인 4천600여명이 매일 소음공격 피해를 입고 있다. 북한의 소음공격은 8월부터 강도가 높아졌고 24시간 동안 방송과 멈춤을 반복하고 있으며 쇠를 깎는 듯한 음향을 비롯해 사이렌, 북·장구 소리 등을 남쪽에 흘려보내고 있다. 이 같은 소음공격으로 강화군 3개면은 주민들의 거주가 불가능한 지역이 되고 있다.소음공격이 두 달을 넘어서면서 정부와 군에 대한 주민들의 실망감도 임계치를 넘어선 실정이다. 북한의 소음공격 피해를 고스란히 강화주민들이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결국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고 대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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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첨단무기와 한미동맹은 국방역량의 일부일 뿐이다 지면기사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과 국군 시가행진이 어제 성남 서울공항과 서울시내에서 열렸다. 이날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에 대응할 전략사령부를 창설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령관에게 직접 부대기를 인계했다. 또한 북한의 전면 도발을 응징할 3축체계의 핵심 자산인 괴물 미사일 현무-5를 최초로 공개했다. 미군의 전략폭격기 B-52는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해 한·미 안보동맹을 과시했다.윤 대통령은 기념식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안보 역량으로 유럽과 중동 수출로 검증된 K-방산의 기술력과 핵 기반 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된 한미동맹을 열거했다.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국방혁신 계획도 밝혔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대한민국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겉치레나마 선대의 유훈이었던 한민족 평화통일 노선을 폐기중이다. 대한민국을 유사시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적대국으로 본다는 얘기다. 반면에 한미동맹은 경제적 대가를 요구하는 미국의 실리적 태도로 인해 혈맹의 정신이 무뎌지고 있다. 한계에 봉착한 북한 정권의 대남 전쟁 의지와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실리적 태도가 어우러지면 대한민국 안보는 위기에 빠진다.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의 국방력과 한미동맹으로 철통 같은 국가 안보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한 나라의 국방력은 유사시 나라를 지키려는 국가의 국민의 일치된 의지의 수준이다. 북한의 국지적 도발 때마다 여야의 대응과 반응이 하늘과 땅 차이인 정치적 불화로 국민의 안보의식이 분열됐다. 국군 정보사령부 군무원이 군 비밀요원의 명단을 팔아넘길 정도로 군기문란이 심각하다. 인구 감소와 군대내 세대 갈등은 전력 유지와 발휘의 걸림돌이다. 방첩역량 위축으로 내부의 적을 발견하는 빈도가 떨어진다.첨단무기 수준과 한미동맹이 아무리 높고 굳건해도 국방력의 일부일 뿐이다. 유사시 국민을 하나로 묶어 총력 대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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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법 정당현수막 법대로 처리하라 지면기사
지난 4·10 총선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정당현수막이 최근 또다시 난립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제정한 법을 스스로 어기고 있는 형국이다. 정당현수막은 2022년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나 신고 없이 정치적 현안 등의 내용에 대해 15일간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무분별하게 난립한 정당현수막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현수막 공해' 여론이 확산하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을 개정, 읍·면·동별 최대 2개 설치, 어린이보호구역·소방시설 주변 등 설치 불가 등의 강화된 내용을 추가했다.행정안전부가 매달 발표하는 '시·도별 정당현수막 정비실적'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총선을 앞둔 3월에 정비된 정당현수막이 1천331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4월 571개, 5월 423개로 감소했다가 6월 570개, 7월 822개, 8월 945개를 기록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당 관계자는 현수막 설치 업체가 철거 시점을 놓치거나 초선 의원들이 많아져 관련 내용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해명하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정당현수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는 배경엔 목 좋은 곳을 계속 점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정당현수막은 대로의 사거리처럼 유동인구가 많고 잘 보이는 곳에 걸려 있는데, 자진철거를 하면 그 자리에 상대 정당의 현수막이 내걸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의 당협·지역위원회가 자리 사수를 위해 새로운 정당현수막과 1대 1 형태로 교체할 때까지 의도적으로 철거를 미루는 것이다. 게시기간이 끝난 정당현수막을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지자체에서 강제철거를 하게 된다. 정당현수막을 내건 당협(지역)위원장 입장에선 지자체가 강제 철거해 주면 1만원 내외의 철거비용을 아낄 수도 있다.자진철거를 하지 않는 정당현수막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게시기간이 지난 정당현수막은 당연히 '불법 광고물'에 해당한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불법광고물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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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감소 대책 조속히 내놓아야 지면기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들게 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세수결손은 약 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지난해 56조4천억원의 결손에 이어 2년 연속 이어지는 대규모 '세수 펑크'다.관련법은 내국세의 약 40%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세수결손이 발생하면 이 부분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세수결손 30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12조원 규모의 지방이전 재원이 자동적으로 줄어드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79%이므로 나라살림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지방교부세는 4조2천억원, 교육교부금은 5조3천억원 정도 각각 삭감될 것으로 추정된다.기준재정수입액이 5조1천110억원 규모로 기준재정수요액보다 1조2천691억원이 부족한 인천시의 경우 당초 9천526억원의 교부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재추계 이후 8천891억원으로 조정돼 634억원이 감소될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액이 수요액보다 많은 경기도 본청의 경우 교부세 불교부단체로 지정됐음에도 1천138억여원의 교부세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그럴 수 없게 됐다. 경기도 본청과 같은 불교부단체이지만 1천35억원의 교부세를 받을 예정이었던 서울시도 마찬가지다.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감소는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필요 재원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으면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제공과 행정과 교육재정의 안정적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부세 감소는 지방경제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과후 돌봄 서비스와 무상교육에 활용되는 교육교부금이 줄어들 경우 지역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만큼 주민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정부가 세수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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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한 정쟁 국감, 예고하는 여야 증인채택 경쟁 지면기사
다음 달 7일 시작되는 22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가 증인전쟁에 돌입했다. 여당은 '이재명 국감', 야당은 '김건희 국감'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국정감사는 민주주의 국가에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만의 제도이다. 유신 정권 때 폐지됐다가 1987년 민주화 이후 13대 국회 때 부활되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 중 하나다. 국감은 본래 내년도 예산을 결정하기 이전에 지난해 나라의 살림살이와 국정 운영 등에 대한 감사가 그 기능이다.그러나 국감이 이러한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여야가 상대를 공격하는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비등했다. 국감이 예산을 다루기 위한 전초작업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하더라도 여야의 정쟁적 요소의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폭로와 확인되지 않은 루머 등으로 대결과 반목을 부추기는 연례행사로 전락한 측면 또한 부정할 수 없다.올해 국감은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명품백 수수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하여 김건희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는 주가 조작 의혹으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으로 증인 채택을 한 상태다. 교육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김 여사의 석사 논문을 심사한 숙명여대의 표절 검증 지연 의혹에 대해 전·현직 총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행정안전위원회도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의원과 명씨,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국민의힘은 행안위에서 이 대표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노규호 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을 증인 명단에 올리고, 법사위에서는 대장동 개발 의혹의 주요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 전 부지사 배우자와 변호인 등의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특정 사안에 대한 진실 규명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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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상진료기관에 필요한 건 재난관리기금이 아니다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을 비상진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난관리기금은 지자체가 각종 재난에 대한 사전 예방과 적극적인 사후 대처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적립·운용하는 기금이다. 이 같은 공적 예산을 의료공백으로 인한 비상진료 의료기관 현장에 투입해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서 2020년 3월에도 정부는 지자체가 보유한 재난관리기금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에 특례조항을 넣어 코로나19 관련 피해 지원에도 기금을 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언뜻 보면 그럴 듯하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의료진이 대거 이탈하고 응급실 뺑뺑이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의료현장은 그야말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여러 명의 몫을 떠안으며 한계에 다다른 남은 의료진을 위해, 또 무엇보다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응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다수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상황에 대비해 각 지자체마다 보험처럼 저장해 둔 가용 예산을 투입한다는 점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일선 지자체의 반응은 냉랭하다. 무더웠던 올 여름 폭염과 폭우 등의 재난을 겪으며 기금을 상당 부분 소진한 지자체의 경우 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화성시의 경우 지난 1월 유해화학물질 오염수 유출 사태에 이어 지난 6월 리튬공장 화재 참사까지 겪으며 이미 재난관리기금의 35% 정도를 소진했다. 지자체에서도 의료대란 사태에 공감은 하지만, 일회성 사용도 아닌 특례 방식을 통해 예산을 언제든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점,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에서 시작된 현상을 결국 지자체에서 수습하도록 등떠미는 점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의료계의 반응은 더 차갑다. 재난관리기금까지 투입하면서 의정갈등을 장기전으로 끌고가겠다는 확고한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 결정은 의정갈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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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화갯벌 세계유산으로 가꾸어 나가자 지면기사
강화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자는 강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화주민 129명으로 구성된 강화갯벌유네스코자연유산등재추진위원회는 25일 강화군 길상공설운동장에서 '강화갯벌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재 촉구 선언대회'를 개최했다. 영종갯벌의 자치단체인 인천시 중구가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이래, 강화주민들도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2026년으로 예정된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갯벌'이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강화갯벌은 그 규모에서 세계적이며 저어새, 두루미, 검은머리물떼새 등의 보호종이 찾는 물새 기착지로 멸종위기종 철새 서식지로서 생물다양성과 보존가치가 탁월하다. 이 같은 가치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21년 국내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등 4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면서 2025년까지 영종·강화·송도 등 인천갯벌까지 등재 갯벌을 확대할 것을 단서로 붙였다.그동안 인천시는 물론 인천 환경단체를 비롯한 60여개 시민단체들은 '인천갯벌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시민협력단'을 구성하여 인천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신속히 추진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재산권의 침해와 어로활동 등 생업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강화 주민들은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이들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강화갯벌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재가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갯벌 파괴훼손을 막고 강화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민들은 갯벌 어업이나 조업권 침해를 우려했던 관점을 넘어 강화 갯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강화주민의 선언대로 강화갯벌은 세계적으로 아주 희귀한 생태학적·지질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멸종위기종들과 수많은 생물이 강화갯벌에서 살아가고 있다. 강화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된다면 상징적인 가치가 더해져 정부 지원 확대와 관광객 증가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아직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강화주민들의 우려가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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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 현안도 못 꺼낸 당정 만찬, 뭐 하러 만났나 지면기사
저럴 거면 왜 만났을까 의아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당정의 결속을 보여주고,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애써 마련된 자리 아니었던가.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까지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모임이었다. 엊그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당정 지도부들이 모두 모인 만찬은 주요 국정 현안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채 빈손으로 끝났다. 지난 7·23 전당대회 다음날 이뤄진 만찬 이후 우여곡절 끝에 두 달 만에 대통령실 야외 분수정원에서 열린 만찬이었다. 대통령실에선 3실장 8수석, 대통령실 대변인 등이 참석했고, 당에선 원내대표, 최고위원단,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대변인단이 자리를 함께했지만 그야말로 1시간 30분 동안 밥만 먹고 헤어졌다.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다음 달 시작되는 국정감사와 최근의 체코 순방에 대해서 주로 얘기를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특히 체코 방문 성과를 설명하면서 "원전 2기 24조를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야권이 제기한 체코 원전 덤핑·적자 수주 주장을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강하게 반박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좌중에선 "원전 전문가가 다 되셨다"는 발언이 나왔다. 한 대표가 모두발언 형식으로 국정 현안을 언급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발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끝나고도 반응이 서로 다르다. 대통령실 참석자는 화기애애했다고 하고, 당 참석자는 썰렁했다고 전한다. 목적과 의도와는 달리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편치 않은 관계를 다시 한번 드러내 보인 행사가 되고 만 셈이다.풀어나가야 할 국정 현안이 산더미다. 당장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의료대란을 비롯해 한 포기에 2만원까지 치솟은 배추 가격, 북한의 오물 풍선과 소음 도발, 정쟁 차원을 넘어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 돼버린 김건희 여사 문제, 그리고 동반 추락 중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까지 집권세력으로서 책임지고 답을 내놓아야 할 숙제가 밀리고 또 밀렸다. 그런데도 한가하게 밥 먹고 덕담만 나누다 헤어졌다니 이게 사실인가 싶다. 이렇게까지 현실감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