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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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PEC 정상회의, 인천의 개최 경쟁력은 충분하다 지면기사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2025년 10~11월 한국에서 열린다.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출범한 APEC 정상회의 한국 개최는 지난 2015년 11월 부산에 이어 두 번째다. 외교부는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유치 신청서 접수를 마감하고 서면 심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개최도시 공모에 인천을 비롯해 경북 경주, 제주가 도전장을 냈다. 강력한 후보 도시였던 부산이 공모 서류 마감 직전에 유치 의사를 접으면서 3파전 양상으로 도시 간 경쟁이 진행 중이다.APEC 목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성장과 번영이다. APEC은 3대 핵심요소로 무역 투자, 혁신·디지털 경제, 포용적·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 '무역' '혁신' '성장'이라는 핵심어로 볼 때 인천은 다른 경쟁도시보다 앞서 있다는 대내외적 평가를 받는다. 외교부가 밝힌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평가 기준으로 봐도 인천의 적합도는 타 경쟁도시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과 행사장(송도컨벤시아), 숙소(5성급 호텔)를 30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은 국내 그 어떤 도시도 갖추지 못한 경쟁력이다.APEC 정상회의 유치를 기대하는 인천시민 공감대는 이미 확산돼 있다. 2025 APEC 정상회의 인천 유치 범시민유치위원회 발족(2022년 12월), 110만 서명 달성(2023년 5~8월), 인천시의회 APEC 정상회의 유치 특별위원회 구성(2023년 12월) 등을 통해 인천의 각계 인사들이 뜻을 모았다. APEC 21개 회원국은 세계 인구의 40%, 교역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세계 최대 규모 지역협력체 교류의 장이 인천에서 열리게 된다면 인천은 도시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인천 일각에서는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 과정에 '수도권 배제론'이 나올 것을 우려한다. 인천은 수도권 변방도시이면서도 수도권 규제에 묶여 있어 투자 유치, 공장 신·증설, 개발제한구역 조정 등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정치 네트워킹 부재'도 인천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인천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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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석열-이재명 다음엔 국가·민생현안 갖고 만나라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회담을 가졌지만 합의문 없이 끝났다. 여야 협치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적 기대에 한참 못미친 결과다. 다만 양측 모두 협치를 위한 소통을 이어간다는 원칙엔 공감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회담의 내용이나, 양측의 회담 평가를 종합하면 향후 소통을 이어가더라도 민생과 국가를 위한 협치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이 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모두 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채 해병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 가족(김건희 여사) 의혹 정리를 요구했다. 과도한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고 정권의 독재화를 우려했다.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도 압박했다. 의제와 관계없이 만나자 해놓고, 대통령의 국정 전반을 지적하고 국정기조의 전환을 요청한 것이다.이 대표의 이 같은 직설적인 태도는 총선 압승 덕분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에게 쏟아낸 요구와 비판을 총선 민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입법권력을 장악한 이 대표와 민주당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하면, 국정의 파트너로서 협치의 의지와 원칙을 먼저 강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면전에서 행정 수반인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태도는 향후 민주당의 국회 독주 예고편 같았다. 실제로 민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논란의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재처리할 예정이다.윤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의 모두 발언을 말없이 경청하고, 비공개회담에서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총선 참패라는 현실에 따라 국정 파트너로 야당을 인정하는 태도에 충실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요구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지속적인 회담에 의미를 두었다.이날 회담에서 대통령과 이 대표는 총선 이후 국정과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탐색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이 탓에 의료개혁, 연금개혁에 대한 원칙적 협력 외에 중요한 민생현안들은 논의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입법 지원이 필요한 경제분야 국가 의제들도 빠졌다. 그나마 계속 만남을 이어가기로 한 것은 성과다. 다음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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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 국회의원 당선인들 상임위 고루 배치돼야 지면기사
제22대 국회가 오는 5월30일 개원하는 가운데, 인천 당선인 절반 이상이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 중 교통·도시개발 등을 담당하는 국토교통위원회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인일보가 4·10 총선 여야 당선인 14명에게 질의한 결과 8명이 국토위 배치를 희망했다. 국토위를 원하는 당선인들 지역구는 대부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도시철도·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 확충과 구도심 재개발을 주요 현안으로 안고 있다. 인천이 진원지인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 사건 특별법 개정을 다루는 상임위도 국토위다.국민의힘 배준영(중구강화군옹진군)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일영(연수구을)·박선원(부평구을)·유동수(계양구갑)·김교흥(서구갑)·모경종(서구병) 당선인이 국토위 배정을 희망했다. 재선의 허종식(민·동구미추홀구갑)·맹성규(민·남동구갑) 당선인은 제21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가 국토위였다. 두 의원은 '정책 연속성' 확보를 위해 재배치를 희망했다. 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국·동구미추홀구을) 당선인은 현재 소속된 국방위원회에서 외교안보능력·군사력 강화에 매진하겠다고 했다.민주당의 이훈기(남동구을)·노종면(부평구갑) 당선인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이용우(서구을) 당선인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지역 현안 해결에 힘쓰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를 맡을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의 이재명(계양구을)·박찬대(연수구갑) 당선인은 남는 상임위에 배치될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관례상 정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임위로 배치된다.'해양도시 인천'의 위상 확보에 중요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희망자가 없는 대목은 아쉽다. 인천 내항 재개발 등 해양수산부와 풀어야 할 안건이 많지만, 농해수위는 당선인들의 관심 밖이다. 이와 함께 해사전문법원·고등법원 신설을 맡는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교육·외교통일·문화체육관광·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정보·여성가족위원회도 마찬가지다.21대 국회 후반기를 기준으로 인천 대표 현안인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종료를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인천 의원이 한 명도 없다.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인천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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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수회담, 대결 정국 푸는 계기 돼야 지면기사
29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이루어지는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수회담 한 번으로 경색된 정국이 일거에 풀리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실타래처럼 얽힌 여야의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 이견을 좁혀가는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정국은 더욱 꼬일 수 있다. 과거 대통령과 야당 총재와의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경우도 있지만 회담 이후 오히려 경색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당장 이 대표가 총선 때 공약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문제에 대해 어떻게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치적 쟁점이 아닌 민생과 관련한 사안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합의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 또한 의·정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여야의 영수가 대안을 낸다면 의료계도 이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물가와 경제위기 등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는 모습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이 밖에 채 상병 특검법 관련 사안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도 민감한 문제다. 사전 의제 조율 없이 일단 만나서 폭넓게 대화를 해보자는 야당 대표의 제안으로 영수회담이 이뤄진 만큼 이 문제들이 영수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윤 대통령은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방침만 고수한다면 영수회담은 아무런 결실을 맺을 수 없다. 이 대표도 첫 번째 회담에서 모든 걸 받아내겠다는 자세로 밀어붙인다면 협치의 성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현재 여권이 처한 현실적 위기를 솔직히 털어놓고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이 대표 역시 압도적 의석의 수장으로서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생각으로 대안을 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야당 일각에서 나오는 강경 자세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방식과 당정 관계를 대하는 태도에서 앞으로 달라질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국민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총리 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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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락자 납득 못 시키는 인천시교육청 임용시험 지면기사
현행 지방공무원 임용령은 장애인과 저소득층에 대한 임용 상의 우대를 보장하고,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몇 가지 실천적 조항을 갖고 있다. ▲장애인과 저소득층의 임용 촉진을 위해 선발예정 인원 중 일부분은 이에 해당되는 사람만 응시할 수 있도록 시험을 분리 실시할 수 있도록 한 조항(42조3항) ▲여성 또는 남성이 선발예정 인원의 일정 비율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여성 또는 남성의 선발예정 인원을 초과하여 합격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51조의2) 등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일반모집 합격자보다 성적이 좋은 장애인 또는 저소득층 구분모집 응시자에 대해선 선발예정 인원을 초과하여 합격시킬 수 있는 조항(제51조의5)까지 두고 있다.이렇게 관련법령은 장애인과 저소득층에게 임용을 위한 최대한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적용되는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지난 26일자 경인일보가 보도한 지체장애인 A씨의 사례는 법이 지향하는 장애인 배려 및 우대와 정면 배치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인천시교육청 교육행정공무원 장애인전형에 응시한 A씨는 필기시험을 거뜬히 통과한 뒤 면접시험을 치렀다. 선발예정 인원인 9명보다 2명이나 적게 참석해 합격을 기대할만했지만 A씨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우수, 보통, 미흡 3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전형 최종 선발인원은 5명에 불과했다. 이런 경우 지방공무원 임용령에는 '미흡' 등급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추가 면접을 실시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A씨는 그런 기회조차 갖질 못했다.일반 전형에선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채우기 위해 선발예정 인원인 72명보다 8명이나 더 뽑으면서도 장애인 합격자는 예정 인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 선발결과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또한 우수와 미흡 등급을 받은 응시자 전원에 대해 추가 면접을 실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최근의 법원 판례가 있긴 하나 그래도 최대한의 기회 부여가 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공정과 평등의 취지에 더 부합되는 방향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천시교육청의 답변이 너무나 원론적이다. 평가 결과는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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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치구 명칭 변경, 인천시 모범 사례 만들어야 지면기사
인천시가 자치구 고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방위식 지명을 모두 바꾸기로 하고 서구의 구명칭 변경에 나섰다. 인천의 중구와 동구는 오는 2026년 인천의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지면 중구 내륙과 동구가 합쳐지며 '제물포구'로 명칭을 사용할 예정이다. 인천 남동구의 경우 동녘 동(東)이 아닌 고을 동(洞)을 사용하고 있어 방위식 지명이 아니다.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지면 인천 서구만 방위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인천시는 과거 서구의 명칭 변경도 함께 추진했지만, 주민 의견이 나뉘며 명칭 변경이 보류된 바 있다. 서구는 본래 석곶면(石串面)에서 유래된 명칭이지만 방위식 명칭으로 인식되고 있어 변경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서구는 중구와 동구 북쪽에 있으며 중구의 인천국제공항은 서구보다 더 서쪽에 있다. 방위로도 부적절할 뿐 아니라 외지인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방위식 명칭이 일제 잔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방위 개념의 행정구역 명칭이 그 자체로 일제 잔재라고 할 수는 없으나, 현행 일본의 행정구역 명칭 부여 방식과 유사하다. 일본의 경우 도도부현(都道府현) 및 정령지정도시(政令指定都市)의 자치구 중 대부분이 방위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피할 길이 없다.지방자치와 분권화 시대를 맞아 자치단체의 명칭은 중요해졌다. 단체명은 브랜드 가치를 축적하여 대외 인지도를 높이는 '가치자원'에 해당한다. 고유성이 없는 명칭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축적시킬 수가 없으며, 도시를 스토리텔링하거나 문화콘텐츠로 만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서구의 구명칭을 개정한다면 인천시는 방위식 자치구 명칭을 성공적으로 변경한 사례가 될 것이다. 부산과 대구를 비롯한 울산, 광주 등 대부분의 광역시도가 방위식 지명을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의 경우 인천시 사례를 참고로 자치구명 변경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행정구역 명칭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산이나 강과 같은 뚜렷한 지형지물을 활용한 명칭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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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소년 1천여명 '온라인 도박' 두고만 볼 텐가 지면기사
바카라·스포츠도박·카지노·슬롯머신 등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심상찮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6개월간 벌인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청소년 1천35명이 적발됐다. 전체로는 2천925명을 검거했으며 이 가운데 성인 75명을 구속, 범죄수익 총 619억원을 환수했다.적발된 청소년 중에 97.8%인 1천12명이 도박을 한 행위로 검거됐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청소년도 12명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고등학생이 798명, 중학생 228명, 대학생 7명 순이었으며 초등생도 2명 포함됐는데 가장 어린 학생은 1만원을 걸고 도박행위를 한 9살 초등생이었다.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청소년들의 도박사이트 유입 경로는 주로 중·고교생은 친구 소개(48.1%)와 사이트내 광고·문자메시지 광고·SNS 광고(35.9%)였다.이같이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확산하는 이유는 성인 인증 절차 없이 실명 명의 계좌나 문화상품권만 있으면 간단한 회원 가입 후 도박 자금을 충전하는 등 쉽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4세가 넘으면 본인이 적접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그전에도 부모 허가만 있으면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이번 단속에서 청소년 명의 금융계좌 1천여 개가 도박 자금 관리 등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또한 도박을 게임이라고 잘못 인식하는 탓도 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체육진흥투표권을 판매하거나 환급금을 내주어서는 안 되며 구매 제한을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지만, 일부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은 '국가가 허용한 스포츠 베팅'이라는 허위 사실을 내세워 광고한다.도박은 강한 중독성으로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과 사회적으로도 큰 피해를 준다. 호기심 많고 절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따라서 단순히 수사기관의 단속·처벌만으로는 근절에 한계가 있다. 가정·학교·지역사회의 관심과 교육이 강화돼야 하며, 불법 정보가 포함된 문자메시지 관련 대책 및 회원 가입 절차 강화 등도 필요하다. 더불어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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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도 4차산업혁명센터 실효성 담보가 관건이다 지면기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공을 들이는 세계경제포럼 4차산업혁명센터 설립에 제동이 걸렸다. 23일 경기도의회가 도에서 제출한 '경기도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간 협력 협약 체결 동의안' 처리를 보류한 것이다.김 지사는 지난 1월 1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보르게 브렌데 세계경제포럼 이사장과 4차산업혁명센터를 설립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4차산업혁명센터는 과학기술 대변혁기에 글로벌 협력을 위해 다보스포럼이 각 국가 또는 지역과 협의해서 설립하는 지역 협력 거점기구이다.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최초로 설립된 이후 노르웨이, 일본, 인도 등 전 세계 18개 센터에서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과 기술 동향 공유, 연구과제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도는 첨단산업 분야의 다양한 이슈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상호 호혜와 이익의 관점에서 지속성 있는 지역기반 플랫폼을 설치하기로 했다. 도의회에서 동의안이 통과되면 추경 편성을 거쳐 올 하반기에 판교테크노밸리에 인공지능(AI) 기술혁신에 기반한 스타트업, 스마트 매뉴팩처링(첨단 제조연구실), 기후변화 대응 등에 중점을 둔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김 지사는 경기도를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만들어 4차산업혁명센터를 한국을 대표하는 센터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와 관련 도의회 경제노동위 남경순(국민의힘·수원1) 의원은 "연간 200만 달러(연회비 100만 달러, 운영비 및 사업비 100만 달러)의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센터 설립이 과연 경기도에 적합한지, 경기도민에게 도움이 될만한지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또 "김 지사가 올해 초 행사장에 참여했다가 체결한 그 약속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이유가 있나"라고 덧붙였다.고물가, 고환율, 저성장으로 도민들의 살림이 팍팍해지고 있다. 도는 4차산업혁명센터의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지만 김 지사의 업적 쌓기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AI,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지능정보기술 개발에 몰입해 있다. 지난 22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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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의장 정치적 중립' 위협 발언 멈춰야 지면기사
20대 정기국회 첫날인 2016년 9월 1일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80여 명이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에 들어갔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가 문제가 됐다.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과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발언이라며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틀 동안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흥미로운 건 앞서 2009년 18대 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 처리 문제로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의장실 점거를 주도한 이가 바로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였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시간과 세대를 초월해 여의도를 떠도는 유령과도 같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 차기 국회의장직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는 24일기준 6선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 그리고 5선의 정성호 의원이다. 이들 국회의장 후보들은 공개적으로, 거침없이, 국회의장의 중립을 위협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의 압승을 밀어준 민심을 국회의장 선출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내용들이다. 거기다가 이재명 당 대표를 향한 '구애(求愛)'까지 보태진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당선인 161명 중 '친명' 당선인이 절반이 넘는다. 범친명계까지 합치면 100명에 이른다. 의장 후보들이 이런 친명계 의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투어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건드리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국회법은 국회의장의 경우 의장 재직기간 동안 당적을 갖지 못하며, 상임위원회에서 발언할 수 있으나 투표는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직접적으로 명문화하진 않으나 그러한 뜻을 살리라는 내용이다. 국회의장 자리를 탐내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명심(明心)' 경쟁과 선명성 경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후보들은 국회의장의 '기계적 중립'을 탓하는 바 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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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정부시의 의미있는 '백영수미술관' 시립화 지면기사
의정부시가 지역 사립미술관인 백영수미술관을 시립화한다. 24일 시와 백영수미술문화재단은 시립화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고 백영수 화백의 화실 겸 자택을 2018년 리모델링해 개관한 백영수미술관은 의정부 첫 사립미술관으로 지역의 문화 명소였다. 백 화백은 이중섭, 유영국, 장욱진과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동한 미술계의 거장이다. 미술관은 그의 작품 4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하지만 소재지인 호원동이 재개발되면서 미술관 이전이 불가피해졌고, 이를 안타까워 하는 지역 문화계의 여론이 일었다. 결국 백 화백 가족들과 의정부시의 통 큰 결단으로 미술관은 거의 제자리를 지키게 됐다. 가족들은 조건 없이 작품 기증의사를 밝혔고, 의정부시는 법적 검토를 거쳐 재개발구역의 기부채납 공원부지에 미술관을 신축해 시립화하기로 결단한 것이다.백영수시립미술관은 사립미술관 공립화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큰 의미가 있다. 유족들은 작품의 보전과 유지에 시립화가 최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사유 대신 공유(公有)를 결단하는 공공의식을 발휘했다.김동근 의정부시장은 미술관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안목이 있었고, 신속한 행정으로 시립화를 결정했다. 유족의 선의와 시의 행정이 멋드러지게 어우러져, 백 화백의 문화적 유산은 의정부 시민의 공공재로 영속하게 된 것이다.사립 미술관·박물관들의 운영 현실은 척박하다. 간판만 걸고 운영을 중단한 시설들이 적지 않다. 공립화를 요청하는 사립 시설들이 속출할 개연성이 짙다. 하지만 문화적 안목보다 비용과 효율을 앞세우는 행정은 소극적이다. 실례로 현대미술의 대가 박생광·전혁림 화백의 작품으로 각광받았던 용인시 이영미술관은 설립 20년만에 매각돼 사라졌다. 한 때 용인시와 기증 협의도 있었다지만 공론화에 이르진 못했다.미술관·박물관은 공·사립 경계를 떠나 도시와 나라의 문화공공재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으로 사립 문화시설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정부시의 백영수미술관 시립화는 특별한 모범 사례여서 일반화하기 힘들다. 사립 미술관·박물관의 공립화엔 보상과 운영과 관련된 이해가 미시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