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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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캠프 마켓' 역사 채워 줄 기록물 발굴·보존 사업 지면기사
인천시가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과 그 주변 지역의 사료(史料)를 미국·일본 등지의 기록물 보관소·박물관·연구소·도서관에서 수집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캠프 마켓 관련 기록물 발굴·보존사업'이 첫 성과를 냈다. 대한제국 시기인 1900년부터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1949년까지 생산된 문서, 사진, 도면 등 829점을 모았다. 일본군과 주한미군이 부평 지역에서 군사 용도로 쓴 건물 구조·배치에서부터 부대 운용 실태, 한국인과의 관계 등 당시 부평 지역의 시대상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기록물이 발굴됐다.부평구 산곡동 일대가 외국 군대의 군사기지로 쓰인 건 1916년의 일이다. 농업회사(농장) 목양사로 쓰이던 땅을 조선총독부가 매입해 사격 훈련장으로 쓰기 시작했고, 1941년 일본육군조병창 가동이 시작됐다. 산으로 둘러싸인 넓은 평지 지형인 데다가 경성(서울)·인천항과 가깝고 철도·도로망 구축이 완료돼 있는 특성이 이곳을 군사기지로 만들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주한미군이 이 시설을 그대로 받아 사용했다.캠프 마켓 관련 기록물 발굴·보존 사업은 대한제국시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주한미군 주둔 시기 부평지역 역사의 '빈칸'을 채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기 부평지역에서 생산된 사료는 국내외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작업은 의미가 크다. 부평지역 군사기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생활사(史)를 최대한 복원해 지역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도 중요하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드러난 '미군기지 내 코카콜라 공장'의 존재와 '한-미 친선 야구경기' 사료 등을 기반으로 한 추가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인천시는 국방부와 캠프 마켓 반환 합의를 끝내고 토양오염 정화 작업을 거쳐 이 지역을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곧 캠프 마켓 일대 공원 조성 계획의 밑그림이 담긴 종합계획(마스터플랜)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캠프 마켓 개발 계획을 '시민 공론화'를 거쳐 확정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캠프 마켓 관련 기록물 발굴·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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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조파괴 혐의로 구속된 SPC 회장 지면기사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노동조합을 탈퇴하라고 강요한 혐의로 지난 5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재복 SPC 대표이사 등 관계자 진술을 통해 허영인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2022년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소속 조합원들을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고, 사측 친화적인 노조 가입을 지원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노-노 갈등을 유도한 전형적인 노조 파괴 행위에 해당한다.SPC그룹은 지난 2017년 제빵기사 불법 파견 문제와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본사-협력업체-가맹점-제빵기사의 4각 고용관계가 드러났다. 제빵기사는 가맹점으로 출근하지만 점주는 사장이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본사가 제빵기사의 채용·임금·인사 등을 지휘·감독하는 시스템이다. 제빵기사들은 끼니는 고사하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기계처럼 빵을 구웠다고 호소했다. 고용노동부는 불법 파견으로 규정하고 직고용을 지시했으나 SPC는 이를 거부하고 2018년 1월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했다. 이때 민노총-한노총 산하 복수노조가 출범했고, 직접 고용 대신 맺은 사회적 합의 이행을 놓고 두 노조가 갈등을 빚어 왔다.지난 2021년 던킨도너츠에서는 제조공장 위생불량으로 파문이 일었다. 환풍기의 까만 먼지가 도넛으로 떨어지는 영상이 충격을 줬다. 2022년 10월에는 평택 SPL 청년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허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허리를 숙였고 안전 확충을 위해 3년간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샤니 성남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숨졌다. 이어 10월에는 청년노동자가 숨졌던 SPL 평택공장에서 1년만에 손 끼임 골절사고가 발생했다. 산업재해가 잦은 사업장으로 악명이 높지만 허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망을 피해 갔다.수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결국 구속된 허 회장을 보면 SPC그룹의 노동 존중 인식이 얼마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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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산지 속인 고춧가루, 유통망 개선과 강력 처벌을 지면기사
평택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업체가 고춧가루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다 최근 당국에 적발됐다. 이런 사실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과 관련한 정기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업체는 대기업을 상대로 납품해 왔는데, 해당 기업들이 조리한 음식이 학교 급식에까지 사용돼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문제의 고춧가루 제조회사는 지난 2014년 설립돼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으로부터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까지 획득했다. 업체는 고춧가루를 공급한 거래처만 수십 곳에 달하고 김치 등의 식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에까지 납품했다. 이들 가운데 해당 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은 일부 업체들은 학교 급식에 김치를 만들어 공급하기도 했다.관할당국에서는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의 급식센터에서는 김치 제조업체 4곳과 계약을 맺고 관내 100여개 학교 급식에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 학교 급식은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대부분이 학교와 업체 간 계약이 이뤄져 교육 당국은 물론, 일선 지자체에서도 공급업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국내산인 줄로만 알고 공급받아온 업체들뿐만 아니라 국내산 김치로 알고 먹은 아이들도 피해자가 됐다. 유통 시스템의 구멍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문제의 업체가 장기간 중국산 고춧가루를 유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산과 국산을 섞어 판매하는 수법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산 고춧가루의 안전성 검토는 차치하더라도 유통 이익 실현에 매몰돼 최종 소비자의 경제적 이익을 착취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국내산과 중국산의 가격차이가 커 부당 이익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김치공장에서 고춧가루를 납품받는 가격을 보면 ㎏당 중국산은 8천~8천500원, 국내산은 1만8천~1만8천500원이다.관련법상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업체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원산지 이력 표시를 위반한 업체는 품관원 홈페이지에 업체명과 함께 위반 내용이 공표된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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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GTX-A 초기 수요 '램프업'에만 기댈 일 아니다 지면기사
지난달 30일 개통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초반 이용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대중교통 혁명'의 시작점으로 평가되는 GTX A노선의 이용자 수는 개통 첫날인 3월 30일 동탄~수서 구간에서 1만8천949명을 기록했고, 일요일인 다음날엔 1만3천25명이 탑승했다. 하지만 평일로 접어들면서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개통 후 첫 평일인 지난 1일 이용자 수가 8천28명으로 감소하더니 2일엔 7천969명으로 떨어졌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 7천999명은 국토교통부가 당초 예상했던 평일 기준 1일 수요 2만1천523명의 37.2% 수준이다. 구성역이 아직 개통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 간이 추정수요 1만5천명에 비교해도 겨우 53%에 불과하다. 이후 국토부의 이용 현황 추가 공개가 없어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으나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국토부는 현시점을 '램프업(ramp-up)' 시기로 본다. 신규 교통시설의 개통이나 기존 시설의 개량 이후 초기 수요가 낮은 것은 노선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이용자의 통행패턴이 안정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신분당선도 초기엔 예측 수요 대비 이용자 수 비율이 30%대였음을 감안할 때 GTX A노선 역시 크게 문제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현장에선 동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 중 수서역이 최종 목적지인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 동탄역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성남역이 위치한 판교 주민들도 비슷한 형편이다. 개통된 GTX A노선의 각 역마다 연계 대중교통수단의 조속한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함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집에서 가까운 역까지 자동차로 운전하고 주차 후 GTX를 탑승하는 '파크 앤 라이드((Park and ride)' 시스템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물론 개통된 지 며칠도 안 돼 벌써부터 '저조'니 '미달'이니 하는 게 성급한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개통 이후 일어나는 현상과 당초 예상했던 문제점을 면밀하게 비교 분석하는 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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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전투표율 상승 정치의식 제고로 이어져야 지면기사
제22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31.28%를 기록했다. 4년 전 21대 총선 사전투표율에 비해 4.5%포인트가 높다. 유권자들의 투표에 대한 높은 관심이 투표율 상승으로 나타난 것도 있겠지만 투표의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 분산투표의 효능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보수층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도 사전투표율 상승의 원인일 수 있다.원인이 어디에 있든 이번 사전투표율은 2013년 사전투표가 도입된 이래 지난 10년간 대선·총선·지방선거를 통틀어 역대 두 번째 높은 투표율이다. 또한 역대 총선에서 사전투표율이 '30%'를 돌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본 투표를 포함한 최종 투표율이 1992년 14대 총선의 71% 벽을 넘을지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22대 총선의 과정을 보면 총선을 관통하는 정책이나 공약 등 거대 이슈가 없었고, 양대 정당의 상대에 대한 거친 비난과 심판론이 주를 이뤘다는 평가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이렇듯 증오의 언어들로 가득 찬 선거 과정이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져 투표율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격심한 대립이 양대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결집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사전투표율의 상승은 후자의 경우를 반영하는 측면도 간과하기 어렵다.이를 반영하듯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높은 사전투표율을 각자 자신의 진영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에 유리하고 반대로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정당에 유리하다는 통념은 지난 20대 대선에서의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주장할 근거를 잃었다. 지난 대선의 사전투표율은 36.93%로서 역대 최대였기 때문이다.사전투표가 보편적인 선거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볼 때 투표율을 둘러싸고 여야 정당이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후진적인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사전투표율을 둘러싼 과도한 해석이 오히려 선거를 불필요하게 과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아직도 보수 일각에서 존재하고 있는 사전투표에 대한 오해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서 중앙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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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마을금고 근본적 구조 개선 절실하다 지면기사
새마을금고가 다시 논란이다. 부실 우려가 짙어지면서 '뱅크런' 조짐까지 보였던 게 불과 8개월여 전인데 이번엔 편·불법 대출 의혹으로 시끄럽다. 부동산·건설경기 침체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상환에 차질이 빚어지자 PF 대출을 많이 일으켰던 새마을금고 재정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게 시작점이었다. 연체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금고들이 속속 등장하고 급기야 일부 금고의 통·폐합이 추진되자, 자칫 저금한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 불안해하던 이용자들이 하나둘 이탈 대열에 합류했다.위기론이 가속화되자 금융당국도, 새마을금고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도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관할 기구를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변경하는 방안까지 추진됐지만, 우선 행안부와 금융위가 상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새마을금고 감독을 강화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더해 금융위원회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도 새마을금고 감독을 위한 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한편 새마을금고의 재정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오는 8일엔 금융감독원 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된다.그럼에도 새마을금고는 재정 건전성 문제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달 기준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8%에 육박해 부실 우려가 번졌던 지난해 6월보다도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새마을금고 3곳 중 1곳꼴은 지난해 적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상황 속에서 편·불법 대출 의혹까지 발생한 것이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후보가 주택을 담보로 사업 운영 자금 등을 저리로 빌려주는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아파트 구매 대금을 갚았다는 것이다. 해당 새마을금고가 대출금을 환수하기로 하는 등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새마을금고 차원의 대출 심사와 점검 작업이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이용자들은 '또 새마을금고냐'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해가 바뀌어도 지속되는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논란은 수년 전 무리하게 PF 대출을 늘렸던 데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법 대출 의혹 역시 부실 심사 책임을 피해가긴 어려워보인다. 무엇보다 숱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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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항 보세창고 확충 서둘러야 지면기사
인천항 보세창고가 급격히 줄어 업계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수출입 화물을 처리하는 인천항 인근 보세창고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일 인천본부세관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인천지역 보세창고 28개가 휴·폐업했다. 인천 내항 인근 보세창고 자리에 내수용 전자상거래 화물을 취급하는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면서 수출입 화물을 처리할 장소가 갑자기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인천지역 보세창고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200여 개가 운영됐지만, 갈수록 줄면서 현재는 145개만 있다. 보세창고가 떠난 자리를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전자상거래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대형 물류센터 수요가 늘자 수도권의 접근성이 좋은 인천 내항 인근에 보세창고가 폐업한 자리를 대형 물류센터가 차지한 탓이다. 이 대형 물류센터들은 주로 상품을 보관하고 있다가 재포장 등의 작업을 거쳐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관·처리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은 대형 물류센터에서 처리하지 않고 있다.보세창고 급감으로 인천항 물동량은 다른 항만으로 이전하고 있다. 대형 물류센터에서는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은 처리하지 않는다. 특히 여러 화주의 주문 물량이 하나의 컨테이너에 실려온 경우 화물을 분류하기 위한 보세창고가 부족하여 재분류가 필요한 LCL화물은 평택이나 군산항으로 가고 있다.콜드체인 물류시장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신선하고 고품질의 식품을 요구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의약품, 바이오 제품, 초저온 제품 등 콜드체인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물류비 중 온도에 영향을 받는 정온 제품을 취급하는 물류비 비중은 2016년 7.9%에서 2022년 36.3%로 6년 새 4.6배 확대됐다. 세계 시장 규모로 2025년에는 3천826억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보세창고는 투자유치, 수출증대, 국제물류 활성화에 필수시설이다. 인천항의 보세창고 부족현상은 인천항 물류처리 능력의 감소와 수출입 물류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도시 경쟁력을 떨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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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에 직접 뛰어든 전직 대통령 적절한 처신인가 지면기사
4·10총선에 임하는 더불어민주당은 가히 총동원 형세다. 진보 20년 집권을 주장했던 전직 당 대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 그리고 현직 당 대표가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았다. 이해찬 위원장은 명성에 걸맞게 당의 정신적 지주로서 내부 균열과 파열음을 막아내는 군기반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정치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김부겸 위원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중도층 유권자들을 파고들고 있고,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 중인 이재명 위원장 또한 유세 현장과 법정을 오가며 현직 대표답게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마단기(匹馬單騎)로 내세운 국민의힘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야당 지도부의 이러한 포진도 '범진보 압승'을 점치는 중반 판세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한다.그런데 이렇게 야당이 우세한 선거판에 야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까지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경남 거제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응원하고, 이달 1일엔 경남 양산과 부산 사상에서 이 지역에 출마한 같은 당 후보를 각각 지원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양산에선 취재진에게 "70 평생에 이렇게 못 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면서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의 발언치곤 수위가 높았다. 특별한 연고 지역이나 후보를 찾아 조용히 응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해석의 확대를 경계했지만 처음 대하는 전직 대통령의 이런 모습에 적지 않은 국민들이 낯설고 당혹스러워하는 게 사실이다.전직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그 정당의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불법도 아니고 탈법도 아니다. 흔한 비교 사례인 미국에서도 전직 대통령이 상·하원 선거나 대선 지원 유세에 나선 사례는 드물지 않다. 버락 오바마도 그랬고, 빌 클린턴도 그랬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역사적 역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 소속 정당의 단결, 그리고 특정 정책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후보를 지원한다. 하지만 한국의 전직 대통령은 달랐다. 가급적 정치적 발언을 삼가면서 어느 진영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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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가 불안에 이제서야 뒷북 치는 정부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가 여전히 높다"며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중심으로 진행 중인 할인 지원과 수입 과일 공급 대책을 중소형 마트와 전통시장까지 확대하며 온라인 도매시장 등 새로운 유통 경로를 활성화해서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라고 주문했다. 취약계층에 필수 농산물 구매 쿠폰을 제공하는 농산물 바우처제도의 지원 대상과 규모 확대도 언급했다.3%대의 물가상승이 두 달째 이어지며 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지난 2월(3.1%)과 동일한 오름폭이다. 지난해 8월부터 3%대를 횡보했던 물가상승률이 올해 1월 2.8%로 약간 둔화했다가 다시 두 달 연속 3%대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농산물 가격급등이 결정적이다. 농산물이 2월(20.9%)에 이어 3월(20.5%) 등 두 달 연속 20%대의 오름폭을 유지한 것이다. 작년에 비해 사과는 88.2%, 배는 87.8% 올라 통계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 중이다. 사과는 10개월 연속, 배는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로 농산물발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다.지난해 생육기의 이상저온에 7·8월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카눈' 등의 영향으로 사과 생산량은 예년보다 30%나 줄었다. 배 생산량은 20% 감소하는 등 여타 농산물도 사정이 유사해 작년 추석에는 제수품 가격이 급등했다. 이후 농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됐지만 당시 정부는 경기와 금융, 재정 등 경제지표와의 정교한 조화를 강조하며 대증요법을 지양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9월 15일 물가점검회의에서 "식료품,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안정세여서 10월 이후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며 낙관했다.석유류 가격이 1년 2개월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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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시철도 연계할 기초단체 교통망 재설계해야 지면기사
화성 동탄~강남 수서 구간을 20분에 주파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수도권 교통혁명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이용 시민들은 출퇴근 시간이 확 줄면서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 교통혁명이 생활문화혁명으로 확장되고 있다.그러나 천지개벽과 같은 교통혁명의 수혜범위는 제한적이다. 부분 개통한 GTX A노선의 역사는 수서·성남·용인·동탄 4곳이다. 광역급행이라는 운행 목적 때문에 역사를 많이 넣을 수 없다. 당연히 역사를 중심으로 수혜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수혜범위를 확대하려면 GTX 역사와 신속하게 연계할 지역 교통망이 필수적이다.최근 용인시는 GTX A노선 구성역과 연계할 광역·시내·마을버스 노선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8년 11월 기공식을 한 노선이고 예정된 역사였다. 이제 와서 연계교통망 재편 방침을 밝힌다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 송전탑은 완공됐는데 이제서 전봇대를 세우겠다는 형국이다. 지금부터 운수업체와 노선 조정을 협의한다니 용인시민 대부분에게 GTX는 그림의 떡이다.지자체마다 이런 사례가 허다하다. 수원시는 지역을 횡단하는 분당선, 신분당선이 있지만 두 노선을 활용할 연계 교통망이 부실하다. 수원 남부지역 시민들이 신속하게 신분당선에 접속할 수단이 없다. 강남 진입을 위해 분당선과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바람에 버리는 시간과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도시철도에 접근하려면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버스 노선을 인내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도시철도 착공 시점부터 지역 어디서나 두 노선에 최대한 신속하게 접근할 연계교통망을 설계했다면, 도시철도 수혜범위가 대폭 확대됐을 것이다.GTX A·B·C노선을 착공중이고 D·E·F노선을 검토중이다. 지자체마다 GTX를 비롯한 도시철도 연장과 역사 신설을 위해 중앙정부와 서울시에 읍소한다. 하지만 운행중이거나 준공이 예정된 노선의 수혜를 지역에 확대하기 위한 모세혈관 교통망 설계에는 관심이 없다. 같은 지자체에서 특정지역이 도시철도의 혜택을 독점한다면, 도시 자체가 균형을 잃고 기형이 된다. 천문학적인 정부·지자체·민간 재정이 투입되는 도시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