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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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권 침해 당한 교사들 지원책 빈틈 없어야 지면기사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교사를 폭행한 30대 학부모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당한 교사는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직도 교단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최근 인천지법은 상해·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1월18일 오후 1시 30분께 인천 서구 한 초등학교 교실에 찾아가 30대 교사 B씨의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A씨는 범행 당시 교실에 있던 아들의 친구들인 학생 10여명에게 "우리 애 신고한 게 누구냐"며 소리를 질러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았다.이 학부모는 피해 교사를 쌍방 폭행으로 맞고소하고 자신의 아이를 학대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뻔뻔함마저 보였다.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을 때까지 마음고생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공황장애와 불면증 등을 겪으며 괴로워하던 교사는 2022년 3월부터 공무상 요양(휴직)에 들어가 여태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교사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일부 학생들도 정신적 충격으로 집단 심리상담을 받아야 했다. 중학생이 된 피해 학생들은 스승을 위한 증언을 하고자 지난해 1심 법정에 출석하기도 했다.지난해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교사 B씨에게는 그저 남의 얘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병가 중 치료비 부담은 물론이고 휴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계 문제 등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처지라고 한다. 더군다나 인천시교육청은 1심 재판과는 달리 항소심 변호사 비용 등에 대해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밝혀 교사는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인천교사노동조합 등 동료 교사들은 가해 학부모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아직 교단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B씨를 신속히 지원하라고 인천시교육청에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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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섭단체 대표의 의회 사무처 인사 관여 신중해야 지면기사
경기도의회 사무처 인사에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관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다. 국민의힘 양우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의회 공무원 인사 일부개정규칙안'은 오는 25일 의회운영위원회 1차 심의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도의회 공무원의 충원계획, 승진·전보 임용, 징계 의결 등을 심의하는 인사위원회에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추천하는 각 3명 이내의 사람을 임명하거나 위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이 같은 조항은 의장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법예고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도의회 공무원의 모든 인사 결정과 인사위원회 구성 권한은 의장에게만 위임돼 있고 의장은 16~20명 정도의 위원을 임명·위촉한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의결된 인사 사안을 최종 결정한다. 이 때문에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위원 선정 개입은 상위법에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이뿐만이 아니다. 공정한 인사라는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월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경공노) 의회사무처지부는 "임기제 사무관 A씨에 대한 임기제연장심의위원회 결과 '연장불가' 결정이 났는데 일부 의원들이 명분 없는 압박과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도의회 공무원 노동조합은 이번에도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상태다.지방자치 강화는 지방의회의 기능과 권한의 강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인사는 의장의 권한을 통해 사무처가 전문성을 갖춰 운영하는 게 맞다. 교섭단체 대표라고 해서, 인사에 개입하려 하는 행위는 맞지 않다. 국회 원내대표가 국회 사무처 인사에 영향을 주는 법을 정한다고 해도, 이와 같은 반발이 있을 것이다. 교섭단체 대표에서 인사와 관련한 영향권 행사를 가능토록 하는 것은, 국회도 하지 않는 일이다.이처럼 우려가 큰일을 경기도의회가 선제적으로 나서 할 이유가 없다. 전국 최대 규모이자 지방의회를 상징하는 경기도의회가 이를 시작하면, 타 지역에 전파될 가능성도 높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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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방 사각지대에 방치된 주거용 컨테이너 지면기사
사흘이 멀다 하고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주거용 컨테이너에는 주로 취약층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한다. 해마다 인명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주거용 컨테이너에는 소방시설 설치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상시 주거자가 많은 컨테이너가 소방 사각지대에서 화마에 노출된 셈이다.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1~2023년)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국 총 267건으로 1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 중 경기도 내에서 일어난 주거용 컨테이너 화재는 99건으로 전국 발생 건수의 37%나 차지하고 있다. 사망자는 10명으로 전국의 71%에 달했다. 인천지역은 같은 기간 5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지난 21일 오산시의 한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이곳에 홀로 살던 70대 남성이 숨졌다. 17일에는 이천시의 창고용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던 30대 남성이 사망했다. 앞서 13일 고양시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에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잠자다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당시 현직 경기도의원이 화재를 목격해 재빨리 신고하지 않았다면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천과 고양 화재 모두 전기적 요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컨테이너는 건축법상 가설건축물로 분류돼 임시 창고, 임시 숙소, 임시 사무실 등으로 사용하려면 지자체에 축조 신고 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설건축물인 컨테이너는 소방시설 설치 기준이 없다는 커다란 맹점이 있다. 소화기,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화재 발생 시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장치가 의무가 아니라니 화재의 위험이 상존하는 이유다. 더구나 컨테이너 외벽은 구조상 철판과 철판 사이에 단열재가 부착돼 있고, 전기시설이 단열재 안에 매립 배관으로 설치된다. 전기적 요인에 의한 스파크가 발생하면 단열재에 불이 옮겨붙고 삽시간에 컨테이너가 전소될 수 있다.소방당국이 화재 취약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월 1회 이상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지만 이것만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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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계는 이제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지면기사
지난 1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발표한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의 자율적 조정 허용 방침은 그동안 '의대 2천명 증원'은 건드릴 수 없는 전제임을 강조해왔던 정부의 입장에선 크게 한 걸음 물러난 양보 조치다. 의대 정원이 확대된 대학들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인데 내년 의대 증원 규모의 자율적 조정을 요청한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모양새를 취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자동적으로 사직 처리되는 점과 이달 말까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하지만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타협의 여지를 일절 보이지 않고 있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한 총리 발표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양보안과 의료개혁 특위를 모두 거부했다. 내년도 증원 자율 조정을 요청한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특위를 발족해 공론화 과제들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한데 대해서도 "특위는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며 불참을 확인했다. 하루 앞서 다시 총회를 가진 의대교수 비대위는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했고, 전공의협의회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한쪽이 칼끝을 누이면 다른 쪽도 마땅히 그렇게 해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정부의 양보안 제시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이 아니라 의료계를 대상으로 직접화법을 취하는 모습이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보였을 것이다. 다분히 의도했을 대국민 설득에도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의 끈을 이어가려는 정부의 노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2025학년도에 한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당초 정부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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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되는 영수회담 돼야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번 주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야당 대표와의 단독회담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이미지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야당 대표와의 협치 자체를 백안시한 원인도 크다. 이번 총선에서 175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를 실제의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정은 교착을 넘어 마비 상태를 면치 못하게 된다. 더구나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도 무력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회담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이태원 참사 특별법,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등 민감한 쟁점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과거의 영수회담에서도 여야 영수가 각자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된 경우도 많다. 이번 회담도 양측이 협치의 시늉만 내고 할 말만 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선거기간 중에 여야는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듯한 날선 발언과 비난 일색으로 증오와 저주의 언어를 쏟아냈다. 민생 현안이나 쟁점에 대한 공방은 실종되고 자신의 진영의 지지에만 호소하는 정치 양극화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08석 대 192석의 의석 구도는 집권세력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의석 구도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도 국민의힘에서 몇 석만 이탈표가 나와도 가능하다.일상적 여야 대치가 아닌 차원이 다른 대혼란과 변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20%대까지 추락했다. 일상적 여소야대를 넘는 비상한 정국이 도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야당도 의석만 믿고 강공 일변으로 나아간다면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방탄국회에 매몰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여야 영수회담에서는 상호 사법적으로 예민한 의제보다는 민생과 경제, 안보 등에서 의견을 좁혀 나가야 한다. 특히 국무총리나 비서실장 인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의견을 구하거나 총리 추천 등의 제안을 하는 것도 상징적인 협치를 보이는 장면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나 야권연대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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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남도시공사에겐 '대장동 사건'이 아무것도 아닌가 지면기사
단군이래 최대 비리사건으로 재판 중인 성남 '대장동 개발 비리의혹 사건'의 조사 대상에 올랐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이 주요 보직에 재발탁돼 시끄럽다. 특히 성남 도시개발 역사의 '대미'로 여겨지는 수조원대 규모 '백현마이스' 도시개발사업 관련 핵심자리에도 내정됐다는 말이 돌면서 반발이 크다.성남도개공은 최근 인사를 단행, 직원 A·B씨를 본사 핵심부서 실장 등으로 발탁했다. A씨는 이른바 '대장동 일당' 중 한 명과 같은 회사에 다니다가 대장동개발 민간사업자 공모 5개월을 앞둔 때 이례적으로 전문직으로 성남도개공에 채용됐고, '유동규 별동대'라고 불린 전략사업실에 배치돼 실장(3급)으로 일했다. 이후 대장동 사건관련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2021년에는 부하직원에게 욕설·폭행을 한 혐의로 벌금 50만원형을 받고 직위가 강등, 좌천됐다.그런데 이 같은 A씨가 본사 핵심부서 실장으로 발탁됐고 백현마이스 사업을 감시·감독하기 위해 시비로 주식 50%+1주를 매입할 예정인 '성남마이스AMC' 중요보직에도 내정됐다고 한다. 백현마이스 사업은 정자동 일원에 전시·회의 등 마이스산업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규모가 6조2천억원대에 이른다. 대장동 개발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며, 성남마이스AMC는 대장동의 '화천대유'와 같은 자산관리회사다. 또한 B씨의 경우도 대장동 사건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고 현장 부서로 좌천됐던 인물이다.이와관련 내부에선 '대장동팀이 돌아왔다'는 반발과 지연에 따른 인사라는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신상진 시장에게 투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남도개공은 유능한 자원들을 재기용한 것으로 시샘하는 직원들이 말을 퍼트리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대장동 사건이 무엇인가. 화천대유라는 특정회사에 7천억원대 거액의 부당 개발수익을 몰아주고 이를 감추기 위해 법조인·언론계 등에 무차별적 로비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희대의 사기극이다. 그런 사건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직원들을 관련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데 공사 핵심 보직에 재기용했다. 거기에 성남마이스AMC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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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장체험학습 학생도 교사도 보호받아야 한다 지면기사
현장체험학습 학생 사망 사고의 여파가 교육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2022년 강원도 한 초등학교가 속초에서 현장체험학습을 하던 중 학생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당시 현장에 있던 교사 2명이 기소돼 19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해당사고가 직접 원인이 버스기사의 돌발행동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인솔교사를 형사재판에 넘긴데 반발해 법원에 무죄 판결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해당 사건은 인솔 교사들이 사전답사와 버스내 안전지도를 하는 노력을 했고 주의의무도 소홀히 하지 않았음에도 발생한 사고였다는 점을 감안해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청 감사와 경찰 수사를 통해 인솔 교사들이 학생 보호 감독 의무를 태만히 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두 교사를 기소했다. 학교에서 계획된 교육과정의 하나로 이루어진 현장체험학습 도중 일어난 예측하지 못한 안전사고에 대해 인솔 교사에게까지 형사상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과잉처벌이라는 여론이 높다. 만약 이 사건의 공판이 유죄로 판결된다면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교육현장에 큰 파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다.교총이 지난해 9월 전국 초등교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97.3%가 현장체험학습시 안전사고로 인한 민원, 고소·고발이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본인이나 동료 교원이 민원과 고소·고발을 겪었다는 응답도 30.6%를 기록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체험학습을 취소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으며, 학교 주관 체험학습은 대부분 축소되거나 가정학습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체험학습은 교실에서 진행하기 힘든 특별 교육 활동이며, 학생 개인별 경제적 여건이나 환경과 상관없이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해준다는 점에서 필수 교육활동이다. 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이 학생의 안전을 담보하면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조치와 배려가 필요하다. 더 시급한 것은 제도적인 문제이다. 체험교육 중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에 대한 책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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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대통령, 기자회견과 출근길 문답부터 재개해야 지면기사
엊그제 윤석열 대통령이 쓴 4·10총선 반성문의 키워드는 민생과 소통이었다. 총선 참패 엿새 만에 행한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에서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다수 국민의 정권심판 의지와 고착화하는 자신의 '불통' 이미지에 대한 답변으로 들렸다. 그런데 반성문 또는 사과문을 써 내려가는 방식이 도무지 낯설다.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라든지 "이자 환급을 비롯해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애썼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고금리로 고통받는 민생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는 식의 내용 전개가 그렇다. 당장 야당 대변인들부터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불통의 국정운영을 반성하는 대신,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대통령 자신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잘했는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한다"면서 "국민이 외려 사과해야 하나 보다"라고 비틀었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내용과 형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가 열심히 일했는데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아쉬워했다. 공개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는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는 발언이 없다가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대통령실을 통해 전달된 방식 또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두 가지, 즉 민생을 더 챙기고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기 위해선 야당 대표도 만나야 하고, 대통령실과 내각에 대한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있다. 처음에 그랬듯이 국민들 앞에 서서 국민들과 직접 얘기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파격적으로 국민들 앞에 직접 서는 방식을 선택했던 처음으로 돌아가 각본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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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지이양 은퇴직불제의 활착(活着)을 당부한다 지면기사
정부가 올해부터 새로 시행하는 '농지 이양(移讓) 은퇴직불사업'에 대한 농민들의 호응이 좋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사업을 시작한 지 20일만인 지난 15일까지 301명이 사업을 신청, 계약을 완료했다. 기대 이상으로 신청자들이 몰린 것이다. 농지 이양 은퇴직불사업은 은퇴한 고령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농어촌공사에 매도할 경우 매각대금에다 별도로 매달 일정액의 은퇴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매각조건부 임대 시에도 유사한 혜택을 제공한다. 고령 농업인의 은퇴 후 소득을 지원하는 기존의 경영이양직불제도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10년 이상 농업을 경영하고 있는 65세 이상 79세 이하 농업인들이 대상인데 3년 이상 계속 보유 중인 농업진흥지역 농지 및 그 외 경지정리사업을 마친 농지에 한해 최대 4㏊까지 신청할 수 있다. '매도'와 '매도조건부 임대'로 구분해서 매도 시에는 1㏊당 매월 50만원, 임대 시에는 매월 40만원을 최장 10년 동안 지급하는데 올해부터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추진한다. 금년 예산은 126억원이다.농어촌공사는 이렇게 확보한 땅을 청년농 등에 우선 불하 혹은 경작하도록 한다. 농부가 은퇴하더라도 농지를 젊은 농부들에 계승케 해서 농업의 지속 발전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유럽·미국 등 농업선진국에서 식량안보와 환경·생태보전, 농촌공동체 유지 등에 기여하는 농업인들에게 직불금을 지급 중이다. 국내에서는 1997년부터 경영이양직불제를 시행하다 2020년부터 공익직불제로 전면 개편했는데 순기능이 크다.작년 11월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의 비율은 계속 증가해서 전체 농가의 56.0%인 반면에 청년농은 2000년 6.6%에서 2020년에는 1.2%로 추락했다. 노후소득에 대한 불안으로 은퇴를 주저하는 고령농들이 많은 때문인데 농업 은퇴가 늦어지면 그만큼 농지의 유동성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청년농업인들의 농지 확보를 더 어렵게 해서 농촌·농업인구가 더욱 고령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한국 농업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미래산업화를 선도할 청년농 육성의 골든타임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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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화영의 '술판 회유' 주장, 검찰 명백히 밝혀야 지면기사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의 지난 4일 법정 진술이 뒤늦게 제1야당과 검찰간의 진실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사건 피의자인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창고'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회유당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검찰에서 사건 당시 이 경기도지사에게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검찰의 의도적 방치하에 회유당한 결과라고 강조한 셈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토대로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수원지검에 사건을 재이송한 상태다.이 전 부지사의 4일 법정진술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치명적인 사건조작 게이트에 빠진다. 사실이 아니라면 사법부를 기만한 피고인의 진술 조작은 별건의 범죄로 분리해 전모를 밝히고 엄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1야당 대표의 범죄 연루 혐의를 판단할 진술인 만큼 명명백백하게 진위 여부를 가려야 불필요한 정치적 혼란을 막을 수 있다.민주당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기정사실로 몰아가고 있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수원지검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진술 조작 모의 의혹이 있는 수사대상"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구속 수감자들이 한 방에 모여 술파티, 연어파티를 하고 작전 회의를 하는 게 가능하냐. 누군가를 잡아넣기 위해 검찰이 사실상 승인한 것"이라며 국기문란사건으로 단정했다. 16일 재판 출석에 앞서 "검찰의 태도로 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고도 했다.검찰의 해명은 "엄격하게 수감자 계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교도 행정하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밝힌 지난 13일 반박 입장문이 전부다. 하지만 상황은 말로 넘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대표 말대로 CCTV, 출정기록, 담당교도관 증언을 수사 수준으로 조사해 밝혀야 한다.이 전 부지사측은 그동안 재판에서 지난해 6월 검찰 진술을 7월 공개적으로 번복한 뒤 일관되게 검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