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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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병화 전입 소동, 제도 입법 시급하다 지면기사
연쇄 성범죄자 박병화가 수원시에 전입 신고하면서 '한국형 제시카법'이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조두순, 박병화, 김근식 등 강력 성범죄자들의 출소에 맞춰 거주 지역이 일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에 따라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21대 국회에 대표적인 법안으로 추진했다.당시 법안에는 거주지 제한대상을 13세 미만의 아동과 3회 이상 성범죄를 저질러 10년 이상 형을 선고받은 성범죄자들로 구분했다. 보호관찰소장의 신청을 받은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인데, 법원은 대상자 거주지인 시·도내의 국가 지자체·공공기관 운영 시설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정한 시설로 거주지를 지정해야 한다.한국형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로 지난해 10월 해당 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이후 헌법상 보장된 거주 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멈췄다. 이 법안들은 오는 29일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자동으로 폐기된다.이런 상황에서 연쇄 성범죄자 박병화가 수원시에 최근 전입을 신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원시민들이 불안감을 잇따라 호소하고 있다. 박병화는 지난 2002년부터 5년간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 2022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 화성시 봉담읍 대학가 원룸에 입주해 거주해오다 이달 14일 수원시로 전입 신고했다.이에 수원시와 수원남부경찰서, 법무부는 16일 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청원경찰 추가와 거주지 주변 초소 설치 등 24시간 박병화를 감시한다고 대응 계획을 밝혔지만, 성폭력 범죄자가 출소 후 지역으로 전입 신고할 때마다 겪는 시민들의 불안감은 심각하다.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력 범죄자 거주를 제한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도 바로 지금일 것이다. 한국형 제시카법의 입법은 여론의 호응과 여야 공감대로 22대 국회에서 다시 입법을 진행할 필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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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고령사회에 부합하는 도로교통정책 시급하다 지면기사
경기도 내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줄고 있다. 도내 교통사고 건수가 2021년 5만3천332건에서 2022년에는 5만2천968건으로, 지난해에는 5만1천376건으로 2년 만에 2천여 건이 축소된 것이다. 그러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급증 추세이다. 지난 2021년 6천883건에서 2022년에는 7천917건으로, 작년에는 9천141건으로 꾸준하게 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운전자 사고 대비 고령 운전자 사고 발생비율은 17.8%로 우려가 크다. 경기도에서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지역화폐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비 14억5천만원과 매칭된 시군비를 포함해 29억원을 투입해서 총 2만6천418만명이 면허를 반납했다. 그러나 올해는 소요예산이 줄어 국비 사업을 신청한 14개 시군에만 국비 3억3천900만원과 도비 3억9천5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어서 사업량도 작년의 절반 이하인 1만1천300명으로 쪼그라들게 생겼다.나라 전체적으로도 동일한 양상이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가 지난 2021년 3만2천여 건에서 작년 3만9천여 건으로 2년 만에 무려 7천여 건이 증가한 것이다. 교통사고 시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율인 교통사고 치사율은 2%대 내외로 1% 초중반에 머무르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높으나 운전면허 자진 반납률은 2%에 머물러 신통치 못하다. 인센티브가 지자체별로 약간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 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 등을 지급한다. 이마저도 일회성 지급에 그쳐 면허 보유자들에겐 의미 있는 유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지난해 전국의 65세 이상 운전자 수는 5년 전에 비해 42% 증가한 475만명이다. 80세 이상의 면허 소지자도 36만명 이상이다. 은퇴한 노인들의 개인택시, 택배 등 운수업 참여 급증은 설상가상이다. 신체 나이도 젊어지는 등 '고령운전시대'의 막이 올랐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한국도 내년부터 고령인구 수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데 경찰청은 고령 운전자 수가 2025년 58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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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당국 '교사 사기저하' 원인 제대로 살펴야 지면기사
어제 '부처님 오신 날'은 공휴일이었지만 법정기념일인 '스승의 날'이기도 했다.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는 교육부가 주관 부처가 되어 교권 존중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스승 공경과 관련된 행사를 하는 날로 되어있다. 하지만 매년 스승의 날마다 정작 학교 현장은 조심스럽다. 다소 완화되긴 했으나 2016년 9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한동안 스승의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는 이벤트조차 꺼림칙한 일이 돼버렸다. 지난 1973년 과도한 사은행사를 규제하는 정부 방침에 따라 폐지됐다가 9년 뒤인 1982년 법정기념일로 부활한 그 역사처럼 54개나 되는 법정기념일 중에서도 유독 혼란스러운 기념일이다.이런 스승의 날을 맞아 인천의 한 교원단체가 현직 교사들의 인식과 근무 여건 등을 살펴보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퇴색한 기념일의 의미만큼이나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인천교사노동조합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4 스승의 날 기념 인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의 교직 생활에 만족하는 교사는 전체 응답자의 22.9%에 불과했다. 교사라는 직업이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선 겨우 4.8%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국 단위의 설문조사 결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같은 날 발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교원은 응답자의 19.7%에 그쳤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한 동일 문항의 응답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2016년도 조사에서 52.6%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줄곧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10%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교권 침해 등으로 교직 생활에 회의감을 갖는 교사가 많다는 인천교사노조 측의 설문조사 결과 분석을 교육당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인천교사노조에 접수된 악성 민원과 관련한 교사 상담 건수가 작년 동기 대비 10배나 급증한 원인을 가려내고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발생 건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추세를 면밀하게 들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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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북정맥 보전,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면기사
경기북부 지역을 관통하는 산줄기 한북정맥이 허리가 끊긴 채 신음하고 있다. 한북정맥은 강원도 철원군 1·2 구간을 제외하고 포천(3구간)부터 파주(12구간)까지 경기도에 10개 구간 약 160㎞에 달한다. 한북정맥은 경기도 자연환경의 보고(寶庫)로 칭송받지만, 보전에 대한 관심은 개발 논리 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한북정맥의 경기도 시작 구간인 포천 광덕고개는 산세를 잃은 지 오래다. 음식점 등 상업시설을 겸한 쉼터가 들어서 있다. 인근 공터에는 사유지를 알리는 경고문과 2m 높이의 녹슨 펜스가 발길을 막는다. 도성고개로 넘어가도 등산로는 막혀있다. 5년여 전 골프장이 들어선 뒤부터다. 산허리를 자르고 언제 산이었냐는 듯 완만하게 터를 잡고 성업 중이다. 한북정맥 내 골프장은 2014년 10곳에서 2020년 16곳으로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막을 도리가 없다.경기도 끝 능선 구간인 파주 광명산도 훼손이 한창이다. 1990년대 신도시 개발 붐으로 건설용 모래와 자갈을 조달하면서 산허리 절반을 뜯어놓았다. 쓸모를 다한 현재는 절단면에 콘크리트 공장이 들어서 있고 덤프트럭이 모래바람을 날리며 오가기 바쁘다. 반대편을 보면 산업단지가, 저 멀리에는 운정신도시 신축 아파트 뷰다. 장엄한 산줄기는 온데간데없다. 동네 사람들이 자포자기 심정을 담아 이 산을 단명(短命)산이라 부르는 이유다.경기도는 지난 2008년 한북정맥을 살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는 경기북부 신도시 개발 붐으로 정맥 훼손이 우려되던 시기였다. 경기연구원이 연구용역을 맡고 그 결과를 토대로 복원사업에 나서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도의 역할은 예산 등에 가로막혀 훼손 현황과 보전 방안을 내놓은 것에 그쳤다. 도의 공언이 무위로 그치면서 무방비 상태에 놓인 한북정맥은 곳곳이 회복 불능 상황에 내몰렸다. 훼손 정도를 판가름하기도 어려운 복합훼손지가 8개소 거리로만 26.4㎞, 전체 산줄기의 16.5%에 달하는데 예산·사유지 재산 문제 등이 보전의 걸림돌이다.산림청이 2020년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북정맥의 환경적 가치는 연간 3조5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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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와상 장애인 이동권 보장 위한 지원 절실하다 지면기사
병상에 누워 생활하는 와상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원이 미미하다. 인천시는 연내 장애인 콜택시 50대를 추가 도입해 법정 운행 대수(255대)를 맞추기로 했지만 와상 장애인을 위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장애인 콜택시는 중증 보행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각 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주요 장애인 지원 사업이다. 인천시는 애초 내년까지 법정 운행 대수를 채울 예정이었다고 한다. 장애인 콜택시 수요 등을 고려해 1년 앞당기기로 한 것이다.인천시가 예산을 확보해 장애인 콜택시를 조기에 추가 도입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와상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대책이 빠진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에 휠체어를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한 탑승 설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을 평등권 침해로 본 것이다. 상식적인 판단이었다.헌재 판결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와상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관련 용역을 진행하는 등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규칙이 개정되더라도 자치단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와상 장애인을 위한 특별 교통수단이 조속히 도입될지는 미지수다.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하는 와상 장애인들은 병원 등을 오갈 때마다 왕복 10만~20만원의 비용이 드는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고 있다. 비장애인은 물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교통 비용을 지불해야 이동이 가능하다. 그나마도 생활 형편이 넉넉지 않은 와상 장애인 가정에서는 사설 구급차 이용이 어렵다고 한다.관련 정책 전문가들은 와상 장애인이 탑승할 만한 전용 차량을 당장 도입하기 어렵다면 단기적인 방안으로 사설구급차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실제로 울산시는 2019년부터 민간 응급이송업체와 협약을 맺고 와상 장애인의 사설구급차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와상 장애인들이 탑승 가능한 장애인 콜택시를 도입하는 게 최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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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당의 특검과 검찰개혁 주장 과하다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를 앞두고 공조를 본격화하고 있다. 두 정당은 각종 특검법과 입법 공조를 위해 양당 결속을 더욱 굳건히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양당이 추진하겠다는 특검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한 '채 상병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외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조국·황운하 당선인과 관련한 수사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특검 등이다.채 상병 특검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고 채 상병 특검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높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의) 첫 넉달이 중요하고 개혁 국회를 보여줘야 한다"며 "개혁과 민생이 별개가 아니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그러나 22대 국회를 앞두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연일 군불을 지피고 있는 각종 특검과 검찰개혁은 정도가 지나치다. '검수완박'에 의하여 검찰의 수사 대상이 부패와 경제 범죄의 두 영역에 한정되어 있는데 이마저도 완전히 박탈하여 검찰을 '기소청'으로만 남겨놓자는 게 조국 대표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경찰의 국가범죄수사 역량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게다가 이미 실형이 선고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특검으로 수사하겠다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민생과 국정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야당 인사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말하는 개혁은 오로지 검찰, 특검에 국한되어 있다. 국회 개혁과 정치 개혁에 대한 말은 한 마디도 없으면서 '개혁'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남발하고 있다.야당 당선인들이 채 상병 특검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한다고 한다. 당선인들은 아직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다. 게다가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정당이 농성을 한다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대통령의 거부권도 헌법이 보장한 권한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논리를 가지고 비판하고 특검의 정당성을 설파하면 될 일이다. 22대 국회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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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어새의 멸종위험등급 하향조정 신중해야 지면기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멸종위험등급을 지금보다 2단계나 낮은 '준위협(NT)' 등급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보호 활동에 주력해온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를 낳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멸종의 위기에 놓일 수 있으나 당장은 멸종위험 기준에 해당되지 않음을 뜻하는 이 등급으로 낮추려는 움직임에 대해 인천의 6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인천갯벌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협력단은 지난 11일 하향 조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 표명과 함께 등급조정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IUCN에 공식 요청했다. 멸종위험등급을 2단계나 갑자기 낮출 경우 저어새 보호와 서식지 보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인데 타당한 지적이고 당연한 이의 제기다.주걱 모양의 독특한 부리를 가진 저어새 종 가운데 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는 주로 한반도에 서식한다. 대표적인 곳이 강화도, 영종도 그리고 남동유수지 등 인천의 연안 갯벌과 습지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1968년 5월 일찌감치 노랑부리저어새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한데 이어 2012년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했다. IUCN도 전 지구적인 서식지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1988년도 조사에서 288마리만 확인될 정도로 급격히 감소하자 1994년 멸종위험 적색목록 전체 9개 등급 가운데 절멸(EX)과 야생절멸(EW)의 아랫단계인 '위급(CR)' 등급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극적으로 개체 수를 회복하면서 2000년 '위기(EN)' 등급으로 한 단계 낮췄고, 그 등급이 지금까지 유지돼왔다.IUCN이 저어새의 멸종위험등급을 2단계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지난 2010년 전 세계에서 2천마리 정도 관찰되던 저어새가 올해 초 6천여 마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개체수 증가도 최소생존개체군인 7천 마리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남동유수지 저어새섬에선 급격하게 불어난 물로 둥지가 침수돼 알이나 새끼가 떠내려가는 일이 발생하고, 수온 상승으로 물속 산소량이 부족해지면서 발생한 독소로 폐사하는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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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수시·정례 기자회견으로 국정동력 회복해야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무려 1년 9개월 만의 공식 기자회견이었다.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에서 지난 2년간 국정 성과를 열거한 뒤 민생문제 해결이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남은 임기 최우선 과제로 민생고 해결을 약속하며 국회, 즉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대통령과 정부부터 협치를 위해 일하는 스타일을 바꾸겠다고도 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패배가 자신의 부족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평가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민생현안 해결을 위한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다짐했다. 하지만 야당의 김건희, 채상병 특검법은 사정기관의 선행 수사를 이유로 거부할 의사를 밝혔다. 다만 김 여사의 명품백 스캔들에 대해서는 사과했고, 채상병 특검법은 수사가 미진할 경우 자신이 특검법을 요청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 밖에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며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이날 대국민 연설과 기자회견을 거칠게 요약하면 총선 패배로 드러난 국정 실패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야당과 국민과의 소통에 힘쓰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각종 특검법, 전 국민 25만원 지급 등 야당의 요구에 대해선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상 수용하기 힘들다는 뜻을 밝혔다. 즉 소통 정치로 국정 운영 방식은 바꿀 수 있지만,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한 국정운영 기조 자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원칙임을 강조한 것이다.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에는 국정 원칙 의지를 보이고, 국회를 지배하는 야당에게는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최근 자칭 여야 비선특사들의 공개 발언에 반발하는 지지층을 달래고, 야당에게는 협치 의사로 국정동력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취약한 정치적 입지가 그대로 드러난 기자회견이었다.이제 대통령에게 남은 국정동력은 국민 지지뿐이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으로 지지도를 끌어올린다면 야당도 입법권력을 함부로 행사하기 힘들어진다. 그 첫 단추가 이번 기자회견이었다. 하지만 부족했다. 굳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분야로 진행한 기자회견 방식은 진정성보다 형식에 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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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도대교 어선추돌 안전조치 마련하라 지면기사
신도대교에서 어선이 추돌하는 사고가 지난 1일에 발생했다. 서해에서 조업을 마치고 대명항으로 복귀 중이던 안강망 어선 원자호(9.77t)가 신도대교 상판에 충돌한 것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어선에 설치된 그물 인양 기둥이 신도대교에 부딪치면서 부러졌다. 신도대교는 영종도와 신도 사이의 해상 교량으로 총연장 3.26㎞이며 도로 폭은 13.5m 왕복 2차선으로 건설되고 있는데 준공 목표는 2025년 말이다. 이 교량에서의 첫 추돌 사고는 지난해 10월 30일에 발생했다. 6개월 만에 같은 지점에서 교량 상판에 어선이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지난해 사고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경인일보는 현장을 취재하고 사고 재발 가능성(3월 18일자)을 자세하게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인천시는 시공사(한화건설 컨소시엄)·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협의해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한 결과 안전항로 표지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예고된 사고이며 안전불감증이 낳은 사고이다.더 근본적인 원인은 교량 설계상의 문제점이다. 주항로는 해수면이 높아지는 만조 때에도 교량 아래로 선박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인 '형하고'(桁下高:교량 상판과 해수면 사이 공간)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사고가 난 지점은 대명항 어선들이 수십년간 이용하고 있는 '신도수로'다. 인천시는 신도대교 건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어선들이 다닐 '주항로'를 신도 앞 신도수로가 아닌 영종도 쪽으로 결정하고 어선들이 오랫동안 통행해온 '신도수로'를 보조 수로로 만든 것이다.김포 어촌계 어민들은 지난 2021년 신도수로 구간에 15m 이상의 '형하고'를 확보해 달라고 인천시종합건설본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선들이 주로 다니고 있던 신도수로 쪽은 만조 시 교량 상판까지의 높이가 6.7~8.5m에 불과해 높이 7~9m 안강망 어선들이 아예 지나갈 수 없도록 설계됐다는 얘기다.어민들이 첫 사고가 발생한 이후 어선이 오가는 시간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도수로 인근에 계도선박 등을 배치해 달라고 했지만 인천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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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능 같은 경기도 공공기관 책임계약 온라인 투표 지면기사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실시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들의 '책임계약' 평가관련 도민 온라인 투표가 끝났다. 온라인 총투표수는 9만7천여 표로 경기주택도시공사 3만9천327표, 경기신용보증재단 3만8천647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3만157표, 경기문화재단 2천860표 등이다.온라인 투표에 말들이 많다. 경기 도정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물론 심지어 코미디 같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A기관의 B직원은 지난 20일 동안 하루 일과의 첫 시작이 경기도의 '책임계약 평가' 사이트에 접속해 온라인 투표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1명이 하루 한 차례씩 매일 투표할 수 있는 데다 지역·나이·소속기관에 제한이 없어 인력을 총동원하라는 지침이 떨어진 것이다. C기관은 부서별, 개인별 목표치를 할당했으며 D기관은 거래처 관계자들의 정보까지 수집했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합은 "도민들을 위해 쓰여야 할 행정력은 발목이 잡히고, 누구도 보지 않는 기관별 동영상 제작· 평가사이트 개발 등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었다. 예능으로 변질된 책임계약 평가를 중단하고 경기도는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김동연 도지사는 도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에 처음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책임계약평가제를 도입했다.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려는 국내 지자체 최초의 시도이다. 김 지사는 지난 3월 27일 도정열린회의에서 "1년 예산이 8조원 이상인 산하 공공기관들은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라며 "임기는 하라는 일이 제대로 지켜질 때만 유효하다"고 채찍을 들었다.도 산하 28개 공공기관 중 정원 200명 이상인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문화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등 4개 기관에 한해 기관장이 제시했던 2∼3개 책임 목표 관련 작년도의 업적을 평가한다. 실·국 평가 30%, 전문가 평가 20%, 도민이 참여하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투표 25% 등으로 평가 우수 기관에는 특별증원 등 혜택이 주어진다. 이번 평가대상 기관의 일부 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