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수요광장] 어느 K 중년 등산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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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 어느 K 중년 등산인의 탄생 지면기사

    작년 '연구자의 집' 산행에 첫 참여선배들의 간식과 다정함 나를 살려나이가 들면 다들 산에 오르는것은새롭게 갖춰야할 권위에 대한 사례함께하는 등산에 있기 때문 아닐까지난해 7월부터 연구자 단체인 '연구자의 집' 산행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데도 에베레스트 등산 차림'이란 한국의 K 중년 등산복 대신 운동복 바지에 면티를 입고 모자·스틱 없이, 선글라스 하나 달랑 쓰고 펄펄 끓는 7월의 한여름, 그늘 한 점 없는 바윗길 험준한 산을 올랐다. 얼마 가지 못해 동행한 분들이 가지고 온 손수건, 스틱, 얼음물이 차례로 내게 왔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타던 시커먼 머리카락을 덮기라도 할 손수건이 없었다면, 끊임없이 올라도 끝나지 않던 바윗길에 의지할 스틱이 없었다면, 미지근한 물과는 견줄 수 없는 차가운 한 모금의 얼음물이 없었더라면 결단코 내 발로 하산하진 못했다. 한여름의 바위산을 오르면서 편의점에서 산 성의 없는 '원플러스 원' 500리터 생수 2병은 연민을 넘어 무모함에 대한 실소를 자아내지 않았을까 싶은데도 선생님들은 우매함을 탓하는 대신 오장육부까지 벌겋게 익었을 내게 얼음물을 건넸다. 보랭백에 넣어온 여러줄의 김밥, 이틀 전부터 가지런하게 썰어 꽁꽁 얼려 온 수박, 수분이 담뿍 담긴 야채, 순간적으로 힘을 끌어낸다는 식초 원액까지. 선생님들의 무거운 배낭에서 나온 간식과 다정함이 그날의 나를 살렸다.다시는 못 가겠다 싶던 산행을 해가 바뀌어서도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기본적 등산용품도 하나씩 장만했으나, 3월의 산이 그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눈 덮여 꽁꽁 언 산을 아이젠 없이 오르기도 했다. 선생님의 왼쪽 아이젠을 빌려 신고 한발씩 나란히 미끄러지던 날은 혹독한 추위와 바람에, 내 안전을 위해 반쪽의 안전을 선뜻 내준 배려에 대한 미안함으로 "저는 여기까지"라며 "되돌아가겠다"는 말을 결국 꺼냈다. 할 수 있다며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오르며 내주던 곁들이 모여, 내려 올 때는 결국 내 두 발 모두에 채워져 있던 다정한 아이젠들이 모여, 할 수 없던

  • [생활법무카페] 운전하지 않은 차량소유자 민사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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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법무카페] 운전하지 않은 차량소유자 민사책임 지면기사

    자동차의 소유자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보유자'로서 자동차의 운행으로 이익을 볼뿐 아니라 운행을 지배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운전자의 선정에서부터 그 지휘감독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주의를 다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본인의 차를 타인이 운전한 경우에도 민사상 책임을 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예를 들면 소유자가 동승한 차량에서 운전자가 사고를 냈거나, 타인이 운전할 수 있게 차량문을 열어놓거나 열쇠를 찾기 쉽게 방치한 경우에도 절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한 일정한 민사책임을 져야하고 주차금지된 도로에 불법정차하여 사고가 난 경우도 일정책임이 인정된다.다음의 일정책임이 인정되는 사례를 살펴보자.1)소유자가 동승한 경우=자동차의 소유자가 자기 차를 타인으로 하여금 운전케 하고 거기에 동승하였는데 운전자의 과실이 개제되어 사고가 발생한 결과 동승한 소유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사고로 인한 차량소유자와 운전자의 과실을 각 참작한다.(대법원 93다25127 판결)2)부주의로 타인이 자동차열쇠를 쉽게 찾아서 운전하도록 하여 사고를 낸 경우=주차한 차를 친구가 술을 먹고 잠시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 사안에서 열쇠를 쉽게 찾아서 운전할 수 있도록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대법원 2024다204221 판결)3)주차금지된 편도 2차선 도로의 2차 선상에 주차하여 놓은 버스의 경우= 차량소유자와 운전자가 공동 책임을 진다.(대법원 91다5341 판결)4)차량소유권 이전등록전의 사고= 차량을 매매하였어도 자동차 등록명의 이전 전에 사고가 났으면 차량소유자가 책임을 진다. 다만, 정식으로 차량매매센터에 입고한 경우에는 차량등록사업소가 책임을 진다. 다만 차량이 절취되었거나 차량수리 중 야기된 사고의 경우에는 차량소유자의 지배를 벗어난 상태이므로 차량소유자의 민사 책임이 부인된다.(서울고법 81나1311 제11민사부 판결)/박재승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성남지부 법무사박재승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성남지부 법무사

  • [경인아고라] 도강고선(渡江顧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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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아고라] 도강고선(渡江顧船) 지면기사

    지난 정권 적폐청산 지나친 집착오히려 검찰정권시대 막 열어줘큰 강·작은 개울은 빗물로 이뤄져나날이 힘겨운 서민들 섭대천 고사작은 행복도 얻기 어려운 요즘이다돌아올 수 없는 강이 있다. 저승의 문턱 망각의 강 '레테'(Lethe)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죽음의 신 하데스는 망자들이 건너야 할 다섯개의 강을 두었다. 고통의 강, 비탄과 통곡의 강, 불의 강, 두려움과 약속의 강, 망각의 강이다. 누구라도 이 강물을 마시면 생전의 모든 기억을 잊는다고 한다.중국의 황하도 그렇다. 가수 김세레나가 부른 '성주풀이'는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고 시작한다. 뤄양(洛陽)에서 가까운 망산(邙山)의 북쪽이 북망산이다. 죽으면 가는 곳이다. 생전의 부귀영화도 간난신고도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거다. 이곳에 묻힌 제왕과 제후가 줄잡아 200명이라고 한다. 지금도 북망산 아래는 황하가 굽이치는데, 중국문명의 요람이자 수많은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한 무대이다. 이따금 강이 범람하면서 북망산이 침식돼 지도가 바뀔 정도라고 한다. 산 아래 묻혔지만 졸지에 어복(魚腹)에 장사를 지낸 셈이 되는 것일까.북망산에서 황하를 건너면 용문석굴이다. 동굴이 1천352개, 불감이 785개가 새겨져 있다. 생자(生者)에게는 오늘의 거울이요, 사자(死者)에게는 저승에서의 영원한 안식을 의미하는 듯하다. 여기에서 황하는 이승과 저승을 가르며 흐른다. 강의 이편을 차안(此岸), 저편을 피안(彼岸)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다.인도인들이 어머니 강으로 부르는 갠지스에 장사를 지내는 것도 어쩌면 강의 원관념이 생명의 근원이면서 죽음을 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치 생사일여(生死一如)인 것처럼. 그래서 강을 건너는 것을 종종 죽음을 불사한 결단으로 여긴다.루비콘강을 건넌 시저가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했을 때, 그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길이라는 선언이다. 차안에서 피안으로 갈 수 있지만 피안에서 차안으로 되돌아올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주역에도 섭대천(涉大川), 즉

  • [자치단상] 광주, 미래형 스마트 교육문화도시 구축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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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상] 광주, 미래형 스마트 교육문화도시 구축 '총력' 지면기사

    '광주중앙고 자율형 공립고 2.0' 교육혁신 발판동부유아체험교육원 유치 교육질 향상 기대'미담 청소년 윈드오케스트라' 인재육성 도모잠재력 발휘 자신의 길 개척 적극 지원할것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는 전통적인 교육 체제와 그 속에서 억압받는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교육의 본질에 대해 짚고 있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탁월한 지능과 성실함으로 교사와 부모로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성공을 목표로 하는 교육 시스템에 의해 '수레바퀴 아래'로 몰리게 된다. 그는 엄청난 학습량과 사회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창의성과 개성을 점점 잃어가며 결국에는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는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획일적이고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창의적 사고를 저해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광주시는 헤세가 지적한 문제를 극복하고 학생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광주시는 최근 광주중앙고등학교가 자율형 공립고 2.0 사업에 선정됨으로써 교육혁신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자율형 공립고 2.0 사업은 지자체, 대학, 기업 등과 협력해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모델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광주중앙고는 이 사업을 통해 매년 2억원씩 5년간 총 1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으며 학교 자율과정과 진로 특화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만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며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학습환경 속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이와 함께 시는 동부유아체험교육원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 동부권 유아체험교육원은 경기도 교육청이 주관해 건립될 예정으로 시의 교육 인프라 확장과 유아 교육의 질적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치가 성사된다면 지역 내 유아들에게도 더욱 질 높은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창의성 발달이 중요한 유아기부터 시작해 지역 전체가 교육의 질적 성

  • [월요논단] 곁이 되는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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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곁이 되는 인문학 지면기사

    노숙인 인문학 명맥 오직 시민의 힘어떤이는 자존감 회복 꿋꿋이 자활찾아와 곁이 돼주는 사람 있다는것돈·잠자리 없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다정한 말동무 돼주는것 알리는 일전남 순천시의 노숙인 재활시설(디딤빌)을 필두로 24년 사단법인 인문공동체 책고집에서 주최하는 전국 노숙인시설 인문강좌의 막이 올랐다. 올해의 강좌는 성남 '안나의집'과 광주 다시서기센터, 인천 '내일을여는집', 원주 '다시서는집' 등 7개 기관에서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다.지난 8월30일, 순천 디딤빌에서 첫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 전 순천시 공무원들과 만나 함께 시설로 향했다. 워낙에 외진 곳에 터를 잡은 시설이어서 초행자로선 찾아내기 힘든 곳이었다. 이후 외부에서 오는 강사들은 시설직원이 순천역으로 나가서 모셔 오기로 했다.이번 강좌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선의에 선의가 더해졌다. 작년에는 전국 12개 시설에서 진행했지만 올해는 지원이 끊겨 강좌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고심 끝에 모금 운동을 전개했는데 불과 한달만에 200명에 가까운 시민이 참여해 3천여만원을 모았다. 덕분에 7개 시설에서 강좌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실로 다양한 분들이 모금에 참여했다. 책고집 회원의 참여가 많았고 그 외 다양한 분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지역의 기자와 지방의원, 작가, 주부, 직장인, 공무원,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울림이 큰 사연이 많지만 그중 두 가지만 소개하려 한다.무려 1천만원을 보내준 분이 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다. 사연인즉 "'가난할 권리'를 읽은 뒤 책고집 후원을 결심했고 마침 모금 소식을 듣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뒤늦게 책고집을 방문해서는 "좋은 책 써줘서 고맙다"는 말로 눙치려 했다. 돈이 많은 분인가 상상했는데 막상 대화해 보니 그런 분이 아니었다. "귀농해 농사지으며 살고 있을뿐이며 나눔을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을뿐"이라며 겸손하게 말할뿐이었다.또 하나의 감동 사연이 있다. 지역의 재활시설(디딤빌)에서 강좌를 연다는 소식을 접한 순천시 공무원들이 모금에 동참했다. 참여 인원이 무려

  • [발언대] 화재 없는 안전한 추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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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화재 없는 안전한 추석을 위하여 지면기사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추석에는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그 해 첫 결실인 햇곡과 과일을 차례상에 올려 조상께 감사드리고 화목과 결속을 다진다. 문제는 이 기간 화재빈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소방청 화재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경기도 내 추석 연휴 때 발생한 화재는 총 333건으로 그중 36.6%가 주택(주거시설)에서 발생했다.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41.7%로 가장 많았으며, 음식 조리 중 일어난 화재가 28.5%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대부분 음식을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발생한 경우와 식용유를 이용한 음식 조리 중 일어난 화재가 주를 이룬다. 이에 화재 없는 안전한 명절 연휴를 보내기 위한 몇 가지 안전 수칙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첫째, 부침이나 튀김 요리 중에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 한 실험에서 식용유 250㎖를 냄비에 붓고 가열하자 5분 만에 식용유 온도가 200℃를 훌쩍 넘어 연기가 피어오르고, 10분이 지나자 400℃ 가까이 올라 불이 활활 타올랐다. 튀김 요리를 할 때 자리를 비우는 건 화재와 직결되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둘째, 주방용 소화기(K급)를 꼭 비치하자. 음식 조리 시 식용유에 불이 붙었을 땐 절대 물을 부어선 안 된다. 물 대신 K급 소화기에 양보하자. K급 소화기의 용액이 기름과 만나면 비누화 현상이 일어나 비누 거품으로 기름을 덮어버려 질식소화 효과뿐만 아니라 기름 자체의 온도를 낮춰 불을 끄는 냉각소화 효과도 발생한다.셋째,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됐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 감지 후 경보음을 울려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화기'는 초기에 소방차 한 대 이상의 역할을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기구다. 가족 친지와 따뜻한 정을 나누는 올해 추석도 화재 없는 안전한 한가위가 되길 소망한다./허정열 용인소방서 화재조사분석과 소방장허정열 용인소방서 화재조사분석과 소방장

  •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 나 가면 누구한테 말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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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 나 가면 누구한테 말할래 지면기사

    연극 '은의 혀', 생면부지 정은·은수서로 돌본 것처럼 의존하는 삶이제 우리 사회도 '의존'이 갖는부정적 이미지 걷어내고 그곳에선택의 상태·권리 채우면 좋겠다연극 '은의 혀'(박지선 작, 윤혜숙 연출, 8월15일~9월8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는 상호돌봄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아프면 돌보는 관계'로 바뀌는 이야기이자 또한 의존하지 않는 삶의 불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이다.이야기의 시간은 정은과 은수의 만남에서 떠남까지이다. 상조도우미와 상주로 두 사람은 장례식장에서 만난다. '그렇게 텅 빈 눈은 처음이었습니다'. 정은의 눈에 은수가 들어온 순간이다. 어린 자식을 잃은 은수가 눈에 밟혀 정은은 퇴근하던 발길을 돌려 장례식장에 남는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한다.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정은과 은수는 일 년이 걸렸다. 그 동안 은수는 세 달 간격으로 303호 장례식장을 찾는다. 303호는 어린 아들의 장례를 치렀던 곳이 아니던가. 아무 연고도 없는 장례식장에 앉아 소주를 들이켜는 은수에게 정은이 조금씩 다가선 것이다.은수의 시간은 속박의 시간이다. 303호 장례식장을 반복해서 찾는 기이한 은수의 행동은 자신을 벌하는 시간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슬픔은 우리가 꼭 묘사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의식을 가지고 우리가 자아를 설명하려는 시도를 종종 방해하는 방식으로, 또 우리가 자율적이고 통제권을 갖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그 속박의 상태를 드러낸다"라고 말했다. 은수의 그 속박의 시간을 정은이 함께한 것이다.그러던 어느 날 은수가 찾은 303호 장례식장에 정은이 없다. 정은은 항암 치료 중이다. 이제 은수가 다가갈 차례이다. 어린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스스로를 속박하고 있던 은수에게 문턱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멈출 것인가 아니면 나아갈 것인가. 은수는 정은의 곁에 서기로 한다. 그리고 '아프면 돌보는 관계'가 되기로 한다. 그만큼 친밀성이 쌓인 것이다."집에 가서 아플 거야. 집에 가자, 제발."

  • [춘추칼럼] 대통령이 위험하다!
    칼럼

    [춘추칼럼] 대통령이 위험하다! 지면기사

    8월초부터 尹지지율 30% 전후 내림세보수층·70대 이상 핵심 지지그룹 해체 민생·체감 경기 어려워 악화되는 양상'응급실 뺑뺑이' 의료대란은 돌발 변수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다. 8월 초부터 30% 전후에서 내림세를 보이며 '주별 평균 33%, 31%, 30%, 29%'로 이어진다. 4월 총선 직후 주별 평균 28%에 접근한다. 윤 대통령 취임부터 8월 하순까지 총 1천76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주별로 보면 일정한 흐름이 보인다. '대통령 국정운영의 긍정(부정)평가'로 측정되는 지지율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에서 지방선거까지 주별 평균 50%를 넘었다가 바로 30%대로 추락한다. 최근까지 2022년 말과 2023년 초 그리고 작년 6월 잠시 주별 평균 40% 언저리까지 올랐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30% 초반에 머문다.최근 지지율의 하락세는 주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조사 기관마다 최저치 기록에 육박하는 모양새다. 갤럽 기준 지난주 대통령 지지율은 5월 마지막 주 21%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지지율 23%를 기록한다. 3월 마지막 주 30% 중반까지 올랐던 지지율은 이후 20% 중반에서 횡보한다. 갤럽 조사도 1천76개 조사의 주별 평균흐름과 유사하다. 지지율은 2022년 6월 평균 49%, 7월 평균 32%였지만 8월 이후 20%대로 하락한다. 2023년 30% 초중반까지 오르지만 2024년 4월 총선 후 계속 20%대다.갤럽조사는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의 여론을 반영하지 않았다. 조사는 국정브리핑이 있었던 날까지 이뤄졌는데 여론에 영향을 일부 미쳤다 하더라도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결과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조사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8월 중순 이후 하락하다 이번에 반올림으로 간신히 30%를 기록한다. 같은 조사의 2년만의 최저치로 30%가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 전국지표조사(NBS)가 주목된다. 여기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로 '30%, 29%, 27%' 흐름이다. 윤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성이 "올바른 방

  • [특별기고] 최기선과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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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최기선과의 동행 지면기사

    길이 끝나는 곳서 길이 되는 사람인천시민장으로 가신지 6년만에인천대 송도캠 앞 길 '최기선路'전직 시장의 명예도로명은 처음선인학원 시립화 미증유 교육개혁강화·옹진 통합 '광역시' 디자인'리더의 배포'로 뚝심있는 승부사도시 품격 높이는 등 세가지 이득'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있다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정호승 시인이 쓴 '봄길'의 한 구절이다.그렇다. 인천에도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최기선이 그렇다.인천시 명예도로명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인천대 송도캠퍼스 정문 앞길이 최기선로(崔箕善路)로 지정됐다. 지정 고시는 연수구에서 했다. 오는 10일 최기선로 명예도로 명명 기념식은 유정복 시장이 나서서 인천시가 주최한다. 이미 교내에 최기선 흉상도 건립한 바 있는 인천대 박종태 총장이 표지석을 만든다. 인천시민장으로 고인을 떠나보낸 지 6년 만의 일이다.전국 명예도로명 가운데 전직 시장을 명명한 것은 인천이 처음이라는 말도 들린다. 고인이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호불호가 있었을 텐데도, 인천이 인천다운 일을 했다. 도로명은 최기선로로 지정됐지만 시민들은 이 길을 최기선 동행길로 생각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인천을 사랑한 이가 어디 최기선 한 사람뿐이랴. 이 길이 오직 최기선만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면 길이 되는 인천사람들의 길이 되길 소망하기 때문이다.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의 랜드마크를 보면 고층 빌딩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도시의 대표 인물들의 발자취에 도로명을 부여하고 거기에 도시의 위상과 이미지에 맞는 문화 콘텐츠를 입히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에 중요한 몫을 하도록 하고 있다.해방둥이 최기선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에 크게 헌신했다. 그는 법대생이라면 누구나 꿈꿀 고시공부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군사독재와의 엄혹한 투쟁 속으로 뛰어들었던 이유에 대해 '유신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그런 헌법을 공부하는 것은 무의미했다'고 훗날 그의 자서전에서 담담하게 밝히고 있다.잘

  • [기고] 우리 농축산물과 함께하는 추석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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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우리 농축산물과 함께하는 추석되길 지면기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코앞 농부들에게도 특별한 시기지만농업소득, 농가소득 22% 불과22일까지 김영란법 한도액 상향올해는 농축산물 선물 어떨까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이다. 명절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을 만나 그간 못다 한 정을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다. 올여름 극심한 무더위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에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닌가도 싶다. 가난했던 옛 시절에는 명절을 손꼽아 기다렸다.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추석 빔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대도시에서 찾아오는 일가친지를 수줍게 맞이하는 낯선 기다림도 싫지만은 않았다.객지에 있는 자식들은 없는 돈을 모아 가족 선물 준비에 분주했다. 과일도 상자가 아닌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비싸게 팔리던 시절이었고, 나름의 사정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둥근 보름달에 아쉬움을 달랬다. 추석 전날 온 식구가 대청마루에 모여 송편 빚으며 웃음꽃을 피웠던 모습이 엊그제 같기만 하다. 농부에게도 추석 명절은 특별하다. 일 년 내내 지은 농산물을 직접 거둬 차례상에 올릴 수 있으니 흐뭇함이 넘친다.'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나는 가슴 졸이며 종종거렸을 그 농부의 발걸음에 배인 노고를 모든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이에 공감과 화답으로 올 추석엔 우리 농축산물로 선물해 보면 어떨까.농업은 기후 변화에 민감한 산업이다. 농산물은 공급과 수요 면에서 공산품에 비해 비탄력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생산량을 늘리거나 생산 시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없다. 물론 물가 안정을 위한 당국의 개입에 따라 공급 대비 수요가 넘쳐나도 목돈을 만질 수 없는 구조다.그럼에도 비료와 인건비 등 생산단가는 해마다 올라 농업소득은 2023년 기준 농가 소득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이지만 농부의 바람은 그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이 잘 팔리는 것에 위안을 얻는다.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것은 청탁금지법 상 추석 등 명절 기간에 한해 선물가액이 평시 1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어났다. 올 추석엔 9월2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