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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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민과의 소중한 약속, 유정복 시장 공약의 오해와 진실 지면기사
일부 "달성률 50% 넘어야" 지적공약 79% 임기후까지 이행 계획인천미래 준비 장기사업 많은 탓공약은 선거 운동 때 후보자들이 선거공보물·토론·유세 등을 통해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유권자에게 제시한 공적인 약속이다. 당선 후 사업성 검토, 정책화 과정을 담아 공약실천계획을 확정하면 공약은 당선인이 이행해야 할 책임이 된다. 공약이 시민과 당선인이 체결한 '고용 계약서'라고 불리는 이유다.민선8기 유정복 인천시장 공약은 3대 시정가치 10대 정책 120개 공약 400개 실천과제로 구성됐다. 인천시는 지난 7월 민선 8기 반환점을 맞아 공약이행 자체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6월 기준 완료했거나 이행 후 계속 추진 중인 사업이 122건, 정상추진 중인 사업이 267건으로 공약 달성률이 30.5%이고 이행률은 97.3%로서 순항 중이다.그러나 일부에서는 "공약 수가 다른 시도에 비해 많다", "선거공약과 시민제안 공약에 경중이 있다", "공약 달성률이 50%를 넘어야 한다"는 지적과 현재 추진 중인 현안사항을 공약사항 전반의 이행사항으로 평가하는 여론도 있다. 인천시 공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본 지면을 빌려 의견을 나타내고자 한다.첫째, 시민의 소중한 의견을 반영한 민주적인 공약이다. 선거기간 공보물에 수록된 178개의 선거공약 외에도 선거기간에 142개 기관·시민으로부터 687건의 정책제안이 있었다. 당시 후보였던 유정복 시장은 당선 이후 시민이 제안한 사업을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시민의 소중한 제안을 정책화하기 위한 내부 검토과정을 거쳐 222개의 생활밀착형 사업을 시민제안 공약으로 선정했다. 시민제안 공약은 전국 최초 시민의 의견을 공약에 반영하고 실천하는 인천만의 특수한 사례다.둘째, 시정 각 분야를 균형있게 포함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공약이다. 과거 공약은 철도·도로·복지 등 시민의 관심도가 높은 공약에 집중했다. 민선8기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상대적으로 침체한 사회 분위기를 활성화하고 전체 구성원이 함께 실천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농어촌·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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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온라인세이프티' -아동에 안전한 광고를 지면기사
아동들이 온라인 세상에 적극 참여하면서 부적절한 광고에 노출될 가능성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잔인한 광고들도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동이 자주 이용하는 게임에서나, 아동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 시작 전에도 잔인하고 폭력적인 광고 영상은 많이 나온다. 이는 잔인한 장면들을 못 보는 아동들에겐 홍보물이 아닌 공포물로 남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광고 영상, 투자 등을 유도하는 사기 광고 영상 등에 아동들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광고에 호기심이 자극된 아동들은 유해 사이트를 무심코 들어갈 수 있다.사실 나도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나오는 잔인한 광고 때문에 당황하고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항상 갑작스럽게 나오는 광고는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 같다.아동은 이러한 광고로부터 심리적 위해를 받을 뿐만 아니라 유해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광고를 따라할 가능성도 있다.유엔아동권리협약 17조는 아동이 매체로부터 유익한 정보를 얻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일반논평 25호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의 권리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따라서 아동들은 디지털 세상의 각종 나쁜 정보로부터 보호받고, 디지털 공간에서 연령에 맞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공받아야 한다.하지만 실제 아동이 겪는 실생활에서는 이런 협약 내용들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아동들을 부적절한 잔인한 광고로부터 지켜야 한다. 광고가 아동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광고제작사, 온라인플랫폼,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아동친화적 디지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아동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부적절한 광고의 문제점을 알리고 해결하는 일은 아동들의 권리와 행복들을 지키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이채원 초록우산 아동권리 옹호단·망포초 6학년이채원 초록우산 아동권리 옹호단·망포초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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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먼저 내민 손,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 마중물 지면기사
SNS 과도한 사용, 개인주의 만연 부작용유학시절, 정체성 혼란 교포부부 자녀 도와독일인 동료로부터 언어 교정 도움 받기도타인을 위한 노력이 관계의 선순환 불러와더위를 피하려고 아내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고 휴가를 떠나지 않아도 가족들과 함께 식사할 때면 새삼 행복한 기분이 들곤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즐거움을 느낄 거라는 필자의 생각과는 달리 주위에는 조금은 이상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마주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휴대전화만 보고 있는 커플, 식사하는 부모와 대화는커녕 SNS에만 몰두하고 있는 자녀들의 모습 등이다.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스마트폰과 SNS의 과도한 사용이 개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8억명이 하루에 2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고 있으며, '세대별 SNS 이용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용률이 1~2%씩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대화가 단절된 커플과 가족처럼 개인주의 성향이 만연하면서 타인에게는 아무 관심이 없는 무미건조한 사회로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소외로 인한 두려움,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가족, 이웃, 동료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격려해주는 '따뜻한 공동체 회복'이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공동체 형성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누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답은 간단하다. 나부터 열린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관심을 가지는 '먼저 손을 내밀어 따뜻한 관계를 회복하는 공동체 형성'이 중요하다. 오래 전의 일이다. 필자가 휴직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는 정신없이 바쁜 시기였다. 어느 교포 부부가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자녀에 관한 문제였다. 얼굴은 한국인이지만 독일에서 나고 자랐기에 한국어보다 독일어가 익숙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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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사람은 호적(戶籍), 땅에는 지적(地籍) 지면기사
지목, 토지 이용목적 따라 종류 구분공간정보 구축·관리 등 관한 법률서정하고 있는 기준 충족때만 변경가능땅 가치따라 부 생성·사회변화 결정혁신적 세분화 된 토지조사 지속돼야사람에게 호적(戶籍)이 있다면 땅에는 지적(地籍)이 있다. 지적은 토지의 위치, 면적, 소유, 지목 등 다양한 토지와 관련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사람의 주민번호가 땅에게는 지번이 되고, 남녀의 구분은 토지·임야의 구분과 같다. 땅의 형질을 나타내는 지목은 사람의 특성을 나타내는 혈액형과도 비교할 수 있다.'지적', 자주 듣는 생활용어가 아니기에 낯설기도 하며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지적은 우리 생활과 매우 밀접한데 대표적인 예시로 '땅의 주소, 땅의 형질, 땅의 소유'를 들 수 있다.앞서 이야기한 지적 중 하나인 땅의 '지번'은 꽤나 오랜시간 내가 머무는 위치 값의 주소가 되어 왔다. 우편이나 세금고지 등의 주소로 사용되던 '지번'은 사회적 흐름에 따라 도로명을 기준으로 한 '도로명 주소'로 바뀌면서 지금은 우리의 생활 속에 정착하게 되었다.그렇다면 땅의 모든 정보를 내포하고 있는 '지적'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나라의 토지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부터 1918년까지 일본의 동경원점을 기준으로 직접 조사·측량으로 문서에 등록되었다. 그 근거가 된 법은 1912년 8월13일 시행된 '토지조사령'이다.오늘은 '지적' 중 '지목'(地目)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지목은 토지의 주된 이용 목적에 따라 법적으로 토지의 종류를 구분한 것을 말한다. '지목'은 토지소유자의 신청이나 국가의 직권으로 정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도 원칙이 있다. 첫번째는 '1필지 1지목 원칙'으로 하나의 필지에는 하나의 지목만 가질 수 있다. 두번째는 '주지목추종의 원칙'으로 주된 사용 목적이나 용도에 따라 지목을 정하게 된다. 세번째로는 '등록선후의 원칙'에 따라 지목이 서로 중복될 때는 공부에 먼저 등록된 지목을 따른다. 마지막으로 '용도경중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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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보통합 정책, 영아돌봄·유아교육 근본을 놓치다 지면기사
유아기, 아이·부모 함께 성장하는 중요 시기 교사자격 기준·상향평준화 방법 고민 필요부처 통합으로 구체안 없이 밀어붙이는 형국'행복한 유아' 방점… 현장과 소통 신중해야유보통합은 '유아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시작됐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는 상황은 진정 '유아'를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유아기는 애착을 형성하고, 인성의 바탕을 만드는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때 주 양육자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부모와 살을 맞대고 자라야 한다. 그래야만 안정된 정서적 상태를 가진 유아가 된다. 유아기에 형성된 안정 애착은 이후 어려움이 와도 꿋꿋하게 극복해 내고 사랑을 줄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유아뿐 아니라 부모도 이 시기를 통해 '부모 되기'를 배운다. 아이와 함께 부모도 성장하는 것이다. 자녀를 직접 키우며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만의 '양육 노하우'를 체득하게 된다. 그래서 이후 자녀에게 사춘기가 와도 부모는 어려움을 함께 넘을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교육부는 유보통합 실행 계획에 기본 운영 8시간과 돌봄 4시간 운영을 담았다. 부모와 떨어져 기관에 12시간을 머무는 아이들이 과연 행복할까? 이런 아이들이 과연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까? 20년째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나는 갈수록 자신의 감정표현과 대인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유아들을, 그리고 그런 자신의 아이를 버거워하고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부모들을 더 많이 만나고 있어 안타깝다. 이는 부모가 이른 시기부터 아이를 기관에 맡겨 스스로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한 탓도 있다. 이런 상황은 추후 부적응 청소년 양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며 치료의 과정에서 유아와 부모의 고충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어 간과하지 말고 유아를 중심에 두고 신중히 검토돼야 할 부분이다.저출산 대책으로 유보통합이 나왔다고 하는데 자녀를 맡기는 시간만 늘어나면 아이를 낳을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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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어느 기형(奇形) 소나무의 묵언(默言) 지면기사
일제, 전쟁물자 운송 '송탄유' 제조송진 채취 위해 참혹한 흉터 남겨 피해목들 70~90년 말없는 시위뿐할수 있는건 오로지 자리 지키는것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수 있는게 뭘까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를 통해 펄펄 끓고 있는 지구촌 뉴스가 우리의 현실임을 확인한다. 땡볕 더위에도 한 자리를 고수하며 끓는 대지를 식혀주고 있는 나무와 숲의 존재에 고마움이 커진다. 기후변화의 무쌍함을 오롯이 제자리를 지키며 이겨내고 있는 나무들에게서 위대함의 실체를 발견한다.지난 봄 집사람과 함께 제천 주론산 둘레길로 원정 맨발걷기를 다녀왔다. 산은 신록을 준비하고 있는 시간이었고, 산길은 맨발 딛기에 좋을 만큼 낙엽들이 쌓여 있었으며 작은 골엔 발을 담그면 시릴 정도의 개울물이 흘러내렸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땅의 기운에 흠뻑 젖어들 무렵 우리부부의 눈을 사로잡은 소나무들이 있었다.기괴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형상의 소나무들은 밑둥 부근이 심하게 왜곡된 채 아물어진 상태를 보였다. 일제강점기 말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전쟁 물자 운송을 위한 송탄유(松炭油, 송진을 끓여서 생산한 기름)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 전역의 소나무에서 마구잡이로 송진을 수탈하는 만행을 저지른 현장이다. 송진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소나무 밑둥에 날카로운 톱날로 V자 모양의 상처를 내고 그 자리에 철판을 끼워 넣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입은 상처가 아물며 생긴 참혹한 흉터였다.기록에 의하면 일제가 1930년대 시작한 송진 채취는 전쟁에서 패망할 때까지 이어졌고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후 일본은 남은 송탄유를 어선의 연료로 사용했다고 전한다.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인천 강화도 보문사, 전북 남원 왈길마을, 경남 합천 해인사, 울산 울주군 석남사, 강원 평창 남산 등 다섯 곳에 피해목이 생육 중이며 강원 홍천군 수타사, 충남 홍성 결성 석당산, 충북 제천 주론산 등 전국의 21개소에 피해목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상태라고 한다.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전국적으로 송진 채취 피해목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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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먼 대통령 인사 지면기사
광복절 경축사 '비판세력 비난' 정쟁 발언만보편적 역사인식 범주 벗어날때 저항뒤따라11월 정권 반환점… 정무적 판단 부족하면사법리스크 야당대표들에게 명분만 주는것육군사관학교에 설치돼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얘기가 나온 게 1년 전이다. 항일 독립운동의 영웅에게마저 공산주의라는 낙인으로 흉상을 퇴출시키려 한 이념 과잉이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후 주춤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었다"라며 독립운동을 건국운동으로 등치시켰다. 또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에서 나아가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에 대해 '공산전체주의'라는 이념을 씌우며 비판했다.이러한 발언들은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도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 일본의 과거사 관련 발언은 없었다. 야당 등 비판 세력을 비난하는 것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한 정쟁적 발언이 대신했다. 케케묵은 이념적 색깔을 동원해서 야당 및 비판세력을 직격하는 발언은 통합을 저해할 뿐이다.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지향하면서 일본과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데 공을 들여왔고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법원의 강제노동 판결 관련 '제3자 배상안'을 채택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오염수 방류 등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군함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과정에서 '강제성'을 포함시키지 못하는 등 일본에 대해 수세적 태도로 일관해 온 점 등에서 정부의 대일 관계의 지향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 일본에서 환영 반응이 나왔을까.최근 역사관련 단체의 장에도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이 기용됐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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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고집불통의 '이순' 지면기사
'이순세대' 대통령과 야당대표에게'나 자신의 모습은 상대와 대화통해드러남'을 명심하는 날 오기를 기도기독교 본질 흐리는 일부 교회권력자완고함 내려놓는 노력·성찰 있기를내 나이가 벌써 60대 중반인데, 공자가 말한 논어의 '위정(爲政)'편 제4장에 나오는 '이순'(耳順, 귀가 순해짐)이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아마도 '경험과 지혜'가 쌓여 타인의 의견을 잘 경청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지만, 나이만 먹었지 아직 이순이 아닌 듯해서다.우리나라에 이 '이순'에 해당하는 인구가 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포함해 약 1천50만명(인구의 20%) 정도 된다고 한다. 이들의 '경험과 지혜'가 이 세상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야 할 텐데, 오히려 우리 주변이 더 시끄럽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이들 '이순' 세대에게 물어보고 싶다.20세기 이후 서양 현대 철학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타자(他者)'에 대한 성찰이다.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 1907~2003)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윤리가 시작된다고 주장하였고, 타자와 자아의 동일성을 강조한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2~1981) 역시 자아가 근본적으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즉 타자를 통해 자신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자신 모습이 타자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다.그래서인지 공자와 레비나스의 말을 가만히 새겨보면 동서양의 이치가 같은 것 같다. '이순'의 '경험과 지혜'는 타자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순' 정도 되면 남의 이야기를 잘 경청해주는 여유가 생겨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끝없이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극단적 현상은 권력이 있는 정치권이나 교회 주변 종교계에서 유독 많이 일어나는 듯하다.십여 년 전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교회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 때이다. 인종 차별주의자인 백인이 흑인 교회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해 목사 포함 흑인 신자 9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전국적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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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양주문화원이 나아갈 길 지면기사
시민에 양질 문화서비스 제공위해원사 건립·사무국 인력충원 시급'직원 3명' 적정인원에도 못미쳐지역내 전문성 가진 인재 발굴특색있는 문화원으로 거듭나야'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르면 지방문화원은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한 지역문화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이다.이렇듯 문화원은 지역에 대한 애향심 고취와 지역문화발전 및 지역학 연구의 중추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하지만 이런 문화원의 위상과 역할은 시민의 문화향유에 대한 관심증가와 지역문화재단 등 유사기관의 출현으로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우리 남양주문화원은 지역문화진흥을 위해 1982년 12월 설립 이래 지역문화의 개발·연구·조사 및 문화진흥을 목적으로 지난 40여 년간 남양주시의 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이런 문화원의 노력과 인구 74만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남양주시는 타 지자체에 비해 문화예술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수준 높은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열악한 실정이다.필자는 지난해 2월 12대 문화원장에 취임하면서 '문화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슬로건으로 시민이 중심이 되는 문화원, 시민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문화원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왔다.이런 일환으로 지난해 '남양주문화원 비전 2030'을 마련해 추진 중에 있다. 이 비전의 핵심은 '역사적 가치(Historical Value)' 계승, '독창적 브랜드(Original Brand)' 발굴, '시민친화적 인프라&콘텐츠(Friendly Infrastructure & Contents)' 구축 등이다.역사적(Historical) 가치의 계승은 남양주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문화유산 개발, 전승 및 보존하는 것이고, 독창적(Original) 브랜드의 발굴은 남양주만의 독창적인 브랜드 가치를 지닌 문화콘텐츠 발굴이며, 시민친화적(Friendly) 인프라 및 콘텐츠 구축은 편의성과 최첨단 시설을 갖춘 문화원사를 건립하고, 시민이 중심이 되는 사업을 확충하는 것이 골자다.이러한 비전을 구현하고 남양주시민에게 양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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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점한 맥줏집 지면기사
최근 인천아트플랫폼 H동 옛 인천서점 자리에 들어선 맥줏집 이야기를 하는 각계 인사들의 연락으로 지난 주말 사이 전화통에 불이 났다. 대다수는 인천시가 운영하는 상징적 공공 문화예술공간에 술을 판매하는 상업시설이 입점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전했다.이 글은 특정 업체를 지적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전제한다. 실제로 "지난해 추진하던 스타벅스(2023년 11월8일자 3면 보도)가 아닌 인천 지역 업체가 입점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지역 문화예술계와 인천아트플랫폼 인근 동종 업계 소상공인들이 상당히 동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우선 인근 소상공인들 걱정이 크다. 중구 신포동에서 20년 넘게 운영된 맥줏집 사장은 "박탈감이 너무 심해 힘들다"며 "공공시설에 맥줏집 하나 더 입점시킨다고 우리 지역을 찾는 사람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손님이 분산돼 파이 나눠먹기 경쟁만 치열해질 뿐"이라고 말했다.인천의 저명한 화가는 이렇게 되물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이 최고로 선망하던 공간입니다. 이미 가까운 신포동과 주변에 많은 음식점과 술집이 넘쳐나는데도 굳이 인천의 유일한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까지 술집을 끌어온 이유는 무엇인가요?"현 인천문화재단 이사도 기자에게 비판적 의견을 전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을 지지하는 문화계 인사조차 "폐쇄적으로 운영된 인천아트플랫폼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했지, 이런 식(맥줏집)으로 가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인천시장이 문화예술인들을 적으로 돌리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실은 예고된 일이었다.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전시·행사 중심의 인천아트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한 '집객' 차원으로 상업시설 입점을 추진했고, 버스킹 등 대중 공연도 강화했다. 인천아트플랫폼 기능 개편의 일환이다.그런데 지역 문화예술인·소상공인들은 아주 커다란 한글 글씨로 외양을 꾸민 맥줏집의 '압도적 이미지'를 목도하면서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뒤늦게 뜨거워진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