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with+] 관계, 세 사람 지면기사
매주 월요일 안부 전화 최근 끊겨A와 멀어진후 '일방통행' 깨달아내 감정 쏟아내고 괴롭혀 '자책감'C는 종교인 그에게 질문거리 많아 얼마전부터 고민 상의 '평형 유지' 나는 매주 월요일 세 사람한테 전화하는 것으로 한 주를 시작한다. 셋은 모두 나보다 연장자들이다. 그들에게 일주일간 일어났던 나의 일들을 털어놓고 상대방의 안부도 묻는다. 벌써 10년 이상 되었다.그런데 올 봄을 지나면서 세 사람한테 큰 변화가 찾아왔다. 한 사람은 50년을 해로한 남편이 암에 걸려 전이된 상태고, 다른 한 사람은 딸이 암에 걸려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맞고 있다. 그 밖의 한 사람은 15년 동안 틀어박혀 책만 팠는데 갑자기 취직이 되어 매일 험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어쨌든 그래서 정기적으로 하던 전화는 끊어졌다. 그중 가장 친했던 A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으로 섬세하고 예민하며 직관력이 뛰어나다. 나는 가끔 그에게 "마이크로의 세계에 산다"고 이야기했다. 아주 미세한 것까지 감지하기 때문에 사람의 심리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잘 알아챘다. 그래서 대화가 잘 되었고 나는 그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는 '찍어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는 타입이고 그는 느낌이 이상하면 아예 발을 담그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매번 인간관계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를 보면서 그는 무척 답답해 했고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그 지겨운 실패담을 강산이 바뀌는 시간만큼 들어주었다. 게다가 내가 나한테 매몰되지 않도록 일침을 가했다. 그것 때문에 더 그에게 의지했다.대화의 9할 이상이 내 수다였고 그는 듣고 맞장구쳐주는 역할을 했다. 나는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까지 들추었고 그는 해야 할 말도 아꼈다.그와 거리가 생긴 지금에서야 우리의 관계는 일방통행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너무 내 감정을 쏟아내 그를 괴롭혔다는 자책과 함께 한편 서운하기도 하다. 나를 진정한 대화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니, 내가 과연 그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던가?그런가 하면
-
[기고] 수원화성과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이 함께하는 '짜릿한 상상' 지면기사
'삼성' 회사안 '도요타' 역 바로 옆이로인해 세계 명소라는 차이 낳아18세기말 도시건설 혁신 '수원화성' 전자산업 혁신과 한공간에 있다면…수많은 방문객에 즐거움 시너지될 것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미국 애틀랜타의 코카콜라 박물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 스웨덴 스몰란드의 이케아 박물관, 일본 나고야의 도요타 박물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한 도시에 가면 볼 수 있는 기업 박물관들이다. 기업의 변천사와 함께 산업과 인류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세계적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운영하는 박물관은 두 곳이다. 하나는 도요타자동차박물관이고 다른 하나는 도요타산업기술박물관이다. 자동차박물관은 도요타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1989년에 개관한 박물관이다.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자동차 140여 대와 자동차 문화 자료 4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자동차의 탄생부터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기술과 문화의 발전과 함께 모빌리티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도요타 산업기술박물관은 도요타 그룹의 모태가 된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하여 지었다. 도요타 자동차를 창업한 도요타 기이치로 씨의 탄생 100주년이 되던 1994년에 개관하였다. 실을 뽑고 짜는 방직 기계의 변천과 함께 섬유산업과 인간생활의 미래를 볼 수 있다. 도요타의 첫 상용차인 AA형 자동차부터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기술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을 2014년 개관했다. 전기와 자기의 발견에서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의 역사와 인류 문명의 발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밤을 낮으로 바꾼 전기, 사람을 이어주는 전화, 문화를 전파하는 TV와 라디오, 생활의 편리와 가사로부터 자유를 안겨준 청소기, 세탁기와 냉장고, 정보의 생산·유통·소비의 혁명을 불러온 반도체와 모바일 기술 등 역사의 판도를 뒤바꾼 혁신적인 발명품들을 만날 수 있다.토머스 에디슨의 전구, 존 베어드의 TV, 알렉산더 벨의 전화기, 제임스 해리슨의 냉장고, 윌리엄
-
[춘추칼럼]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보았다 지면기사
성인 10명중 6명은 1년간 책 한권 안 읽어 인류는 '읽는 뇌' 도약대 삼아 놀라운 진화출판업은 지식 생산하고 역량 키우는 산업문전성시 '서울국제도서전' 벅찬 감정 느껴서울의 한복판에서 열린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여느해와 달리 인파가 몰렸다. 전시장에 입장하려는 인파가 통로를 메운 채 이동하는 광경은 진풍경이었다. 전시장 입장에만 한 시간 넘게 소요되었다. 출판사 부스마다 저자 강연을 마련하고, 전문가가 나서서 책 추천도 하고, 저자 서명 같은 행사 등으로 독자의 관심을 끈다. 출판사 부스를 순례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벅찬 감정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닐 테다. 이토록 많은 독자들을 마주하며 고무된 한 출판인은 출판사는 좋은 책 내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이 낮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해마다 수천군데의 출판사에서 8만여 종의 신간을 쏟아내는데, 1년 동안 책을 1권도 안 읽는 우리나라 성인은 10명 중 6명이라고 한다. 책을 읽지 않으면 가용 어휘의 양이 줄고, 복잡한 사유를 할 능력이 사라지며, 뇌의 인지능력도 감소된다. 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가? 시간이 없다, 책값이 비싸다, 좋은 책이 드물다, 같은 다양한 이유를 댄다. 책을 멀리하는 사정도 제각각이다.우리에게 '읽는 뇌'의 경이로운 여정을 알린 이는 인지신경과학자인 매리언 울프라는 사람이다. 울프는 독서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라고 단정한다. 반복적인 독서 경험을 통해 읽는 능력, 즉 공감하고 이해하는 문해력, 추론, 사색과 성찰을 위한 지력을 키워야만 한다는 뜻이다. 독서란 학습과 훈련을 통해 체득해야만 하는 생존 기술 중 하나다. 독서는 인지적 프로세스 전체를 포괄하는 활동이고, 뇌에 생물학적, 지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다.인류는 독서 능력을 체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인류는 책 읽는 능력을 갖춘 뒤 놀라운 지력을 갖춘 존재로 진화한다.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독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그 발명품을 통해 인간은 뇌 조직을 재편성했고 그렇게 재편성된 뇌는
-
[경제전망대] 기후재앙과 공공의 책무 지면기사
정부, 급변하는 기후 대응책 마련LX경기남부 '디지털 국토 플랫폼'시뮬레이션 통해 침수 상황 분석하천범람 대비 등 재난피해 최소화다양한 정보 수집 분석하면 예방책기후위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기후재앙'은 재산의 손실과 목숨을 위협한다. 최근 이상기후 영향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는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등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3월 '2023년 아시아 기후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여 "아시아가 기후 재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으로 남았다"라며 "홍수와 폭풍으로 인한 사상자와 경제적 손실이 가장 컸다"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우려한다. 기상청은 뜨거워진 바다로 인해 이번 여름 강수량이 평년보다 40%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작년보다 더 강력한 호우를 예고한다.우리나라 '침수 피해 사이렌'은 이미 오래전 울리고 있다. 2022년 8월, 300㎜가 넘는 이례적인 폭우는 수도권 남부와 중부권역을 강타하며 막대한 재산·인명피해를 입혔다. 충북 청주 미호천교 부근의 임시 제방이 무너져 발생한 지난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다가오는 장마에 떠오르는 안타까운 기억이다. 기후재앙은 보다 가까이서 우리의 삶과 터전을 송두리째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악마의 손길이다.급변하는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정책도 발 빠르게 마련되었다. 지난 3월 정부는 '도시침수 방지법'을 도입했다. 기후변화와 도시화에 따른 대규모 홍수에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도시하천 유역의 침수 피해를 방지하고자 함이 주요 골자다.LX 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남부지역본부(이하 LX경기남부)는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동행하기 위해 급격한 기후변화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공적 소임을 수행하는 데 온 힘을 다하려 한다.LX경기남부는 '디지털 국토 플랫폼'으로 기후변화 대책 마련에 앞장선다. 디지털 국토 플랫폼이란 LX공사에서 개발한 국내 최초 전 국토 대상 공공분야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플랫폼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란 현실 세계를 모
-
[톡(talk)!세상] 과거의 숫자와 미래의 숫자 지면기사
과거숫자, 개인·조직 성장 제한비록 영광스러워도 벗어나야미래숫자, 바로 할 일들 정리돼우선순위·구체적 청사진 그려져가능성을 찾는다면 현재를 봐야과거의 숫자가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경우라면 성적이나 학점, 성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조직의 경우라면 매출액이나 수익률, 이직률 등과 같은 숫자도 과거의 숫자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숫자가 지닌 특징 중 하나는 보인다는 것이다. 변하지도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돌이킬 수도 없다. 이와 함께 지금 서 있는 자리나 위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의 숫자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크다.한편 이러한 과거의 숫자는 현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목표를 설정할 때 과거의 숫자를 보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면 과거의 숫자는 의도치 않게 개인이나 조직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기도 한다. 일례로 만일 과거의 숫자가 80%였고 이를 기준으로 해서 목표를 10% 상향한다고 했을 때 현재의 목표는 88%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능력은 100%나 120%의 가능성이 있거나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숫자가 개인이나 조직의 성장에 발목을 잡게 되는 경우다. 물론 과거의 숫자에 기반하면 현실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달리 보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반면 미래의 숫자도 있다. 그런데 미래의 숫자는 과거의 숫자처럼 보이거나 정해진 숫자는 아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숫자는 개인이나 조직이 얼마나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미래의 숫자도 과거의 숫자와 마찬가지로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과거의 숫자와는 결이 다르다. 정해진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숫자를 기준으로 현재를 정하는 것과 미래의 숫자를 기준으로 현재를 정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미래의 숫자로 현재를 정하게 되면 지금 하는 일과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렘을 느끼게 된다.
-
[기고] 지방자치제도 발전에 대한 조언 지면기사
각종 위원회, 자문역할 아닌 의결기구 돼야주민참여예산委·자치회, 시민참여 중요役지방·교육자치기구 일원화 방안도 검토를자치단체장·지방의원, 중앙정치 분리 필수2024년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부활한 지 33주년이 된 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1952년 처음 실시됐다가 1961년 중단됐다. 1991년 지방의회 구성,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으로 부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부활한 지 33년이 됐지만, 아직도 지방자치 평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자치를 위해서는 '주민' '권한' '재정'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는 ▲적정한 규모의 면적과 주민 ▲자치사무와 인사 및 조직의 자율권 ▲자치 수행에 필요한 재정을 바탕으로 한다.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지금도 논의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 등의 움직임은 적정한 면적과 담당 인구의 문제를 개선하는 게 목적이다. 말하자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물리적·공간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권역별 지방자치단체, 특별 자치구, 특례시, 분도(道), 분구(區) 추진이 그렇다. 얼마 전에는 시도(市道)를 없애고 전국을 60~70개 광역도시로 개편하는 물리적 행정구역 개편이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을 쪼개고 합하는 데 따른 정치적 계산이 안 맞았는지 흐지부지됐다.인사와 사무, 재정의 자율권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이 많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지방자치를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과 관련된다. 지금처럼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가 지배하는 권력 구조의 틀에서는 해결이 어렵다. 예산 또한 자주성이 원칙이지만 2023년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는 서울 본청이 76.99%이며 전국 243개 단체 중 자립도가 10%도 안 되는 곳이 47개에 이른다. 인천의 경우 동구 12.99%, 강화군 12.35%, 옹진은 더하여 8.99% 정도다. 이러니 지방정부는 중앙의 재원에 몸부림치다시피 의존하게 되고, 중앙정부는 국비를 매칭하는 사업이나 국가에서 부담해야 할 사업을 전가하는 식으로 지방을 사실상
-
[경인칼럼] 사라진 '내마음의 협궤열차' 지면기사
협궤 수인선 원형 간직했던 '송도역사'연수구, 원형보존 방침 번복하고 철거여러 문학작품 배경·추억이 서린 장소시민 생활사, 기록으로나마 복원해야'내마음의 협궤열차'는 작고한 이가림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연작시 '내 마음의 협궤열차1'은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 장난감 같은/ 내 철없는 협궤열차는/ 떠난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다음 연에서 시적 주인공은 협궤열차를 타고 끊어진 철교를 넘어 아스라한 은하수를 향해 기적을 울리며 떠나간다. 이 상상의 철도 여행이 시작되는 출발점인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은 바로 옛 송도역이다.협궤열차와 소래포구는 소설의 공간이기도 하다. 윤후명의 장편 소설 '협궤열차'(1992)는 협궤열차를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 주제이다. 수인선 연변의 한 소도시에 사는 주인공이 헤어졌던 옛 연인과 함께 협궤열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사랑과 생활, 이별과 만남의 의미를 반추하는 것이 소설의 내용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소설 이원규의 단편 '포구의 황혼'에도 수인선은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포구의 적막과 어둠을 헤치고 철교 위를 달려가는 협궤열차의 모습은 분단 현실의 상징이기도 했다.그런데 여러 문학 작품들의 배경, 상상 여행의 장소였던 옛 송도역사가 사라졌다. 협궤열차 수인선 마지막 역이었던 옛 송도역사 건물이 지난 5월에 철거된 것이다. 연수구청은 송도역사 철거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것이라 한다. 안전진단 결과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개축해야 하는 E등급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 같은 결과는 송도역사가 수인선 폐선 이후 20여년간 사실상 방치해 왔기 때문에 예견된 것이다. 구조물 보강이나 부분 개축을 통해 얼마든지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대안을 찾을 노력은 하지 않고 철거해버린 것이다.옛 송도역사 복원사업이 주목받은 이유는 역사건물의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가치 때문이었다. 수인선은 일제가 경기도 내륙의 미곡을 인천으로 수송하고 인천으로부터는 생활물자를 보낼 목적으로, 인천에서 수원을 거쳐 여주에 이르
-
[수요광장] 운동 마일리지 사업에 '기금'보다 '예산' 확대 촉구 지면기사
한국인 건강수명은 65.8년 불과정부의 '튼튼머니' 확대 바람직스포츠 재정, 기금의 비중 급증수입 예측 어려워 안정성 우려'복권지출 역진세' 문제 발생도작년에 발표한 2023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OECD 국가 평균 80.3년보다 더 높다. 그러나 한국인의 평균 '건강수명(기대수명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은 기간을 제외한 건강한 삶을 유지한 기간)'은 기대수명에 비하여 훨씬 짧다. 2022년 통계청의 생명표에 의하면 평균 기대수명이 82.7년인데 평균 건강수명은 65.8년에 불과해서 기대수명 중에 아픈 기간이 무려 16.9년에 이른다. 평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간의 격차가 거의 17년인 것은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국가의 사회적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정부는 '건강한 국민'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야 하며, 대표적 정책이 국가건강검진제도이다.문화체육관광부는 건강한 국민 양성을 위해서 올해부터 운동하는 사람에게 경제적 보상을 주는 스포츠활동 인센티브, 일명 '튼튼머니'라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튼튼머니 사업은 11세 이상 국민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면 일종의 마일리지 개념으로 '튼튼 머니(money)'를 지급 받아서 스포츠용품을 구매하거나 스포츠 시설, 약국, 병원 등에서 쓸 수 있는 복지 서비스다. 스포츠 활동 인증 횟수는 연간 최대 40회이고 1인당 최대 5만원까지 쓸 수 있다. 이 사업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국민체력100' 누리집(nfa.ksp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6월19일에 국민의힘의 문화체육관광특별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와 당·정회의를 하여 튼튼머니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하였다. 사업의 참여자 수를 올해 1만명에서 내년 8만명, 2028년까지 50만명으로 확대하고, 튼튼머니를 적립할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을 5배 증설하고, 예산도 올해 5억원에서 40억원까지 증액할 것을 약속한다고 발표했다.이 시기에 정부가 국민의
-
[발언대] 투표는 그들에게도 희망의 노래입니다 지면기사
지난 4월10일 실시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유권자의 투표 방법에는 선거일투표, 사전투표, 거소투표, 재외·선상투표가 있었다. 이 가운데 거소투표에 있어 거소투표신고인을 수용하고 있는 기관·시설의 경우 일정한 법적 요건 하에 관할 구·시·군선관위에 신고 등을 거쳐 '기관·시설 기표소'를 운영하게 되는데 필자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으로서 ○○구치소의 기표소 설치 및 참관·지원을 위해 해당 기관을 방문하게 됐다. 이에 그 경험을 짧게나마 나눠보고자 한다.굵은 장대비가 내리던 지난 4월3일 아침 ○○구치소 정문 앞에 도착하여 담당 교도관을 기다렸다. 구치소는 들어가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는데, 개인 휴대폰을 반납한 후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공간까지 3중으로 된 커다란 철문을 통과해야 했다.이 철문을 지나는 과정은 일반인들이 사는 세상과 수용자들이 사는 세상의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다. 8시30분쯤 구치소에서 지정한 투표장소에서 투표가 시작됐다.수의를 입은 수용자들이 줄을 지어 투표장소 안으로 들어왔다. 백발의 노인 수용자, 휠체어를 탄 수용자, 갓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앳된 얼굴의 청년까지 그들은 필자가 짐작했던 무서운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투표절차를 관리하면서 각기 다른 죄명을 가진 채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은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잠시 상념에 빠지기도 했다. 필자는 이번 기관·시설 기표소 운영 지원업무를 통해 구치소에서 마주한 이들 또한 귀하고 값진 한 표를 행사하는 우리 일상 속의 또 다른 유권자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비록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구치소에 수감된 영어(囹圄)의 몸이지만 선거권 행사가 그들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책임감을 환기하게 해 줄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유권자로서 한 표를 행사하는 그들에게 투표행위가 희망의 노래가 되어주기를 바란다./조인규 수원시팔달구선관위 지도주무관조인규 수원시팔달구선관위 지도주무관
-
[기고] '경쟁 없는 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관념 지면기사
'경쟁은 야만' 독일교육의 모토빌리 브란트 정부, 협력중시 개혁히틀러 '약육강식' 세계관 제거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나라 이뤄대한민국, 학벌계급사회 멈춰야20세기 신자유주의 경제관은 개인, 국가 모두의 치열한 경쟁과 능력에 의해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총체적 의식인 신자유주의는 미국에서 도입된 하나의 경제논리다.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견인한 동력으로 인정받지만 그 배경이 되는 무한경쟁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어 일종의 '능력만능주의'를 낳았고 안타깝게도 전 국민을 경쟁의 노예로 전락시켰다. 이는 우리교육도 예외 없이 희생양이 된 채로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독일의 철학자이자 오늘날의 선진 독일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성숙을 위한 교육'에서 "경쟁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교육에 반하는 원리로서 인간적인 교육은 결코 경쟁 본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경쟁을 통한 발전은 신화다"라고 일갈했다. 이로써 독일은 1970년 교육개혁을 시작하며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라는 그의 사상을 모토로 오늘의 선진 교육을 낳은 것으로 평가된다.유럽의 68혁명 흐름 속에서 독일이 교육개혁을 단행할 때, 독일은 20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주도한 전범국이었으며 인류의 역사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히틀러의 파시즘을 경험한 나라였다. 히틀러는 이 세상을 무한경쟁의 정글로 보고 이른바 '다윈주의'의 요체인 '적자생존', '양육강식', '자연도태'라는 자연법칙이 인간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내세워 무려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하는 제노사이드라는 끔찍한 전쟁범죄를 낳았다.이에 빌리 브란트 정부는 히틀러의 세계관을 뿌리 뽑는 것이 진정한 과거청산의 출발이라 믿고 '아우슈비츠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표로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이로써 이 세계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의 공동체로